| 편집자 주 코로나19 이후 완화된 평가 방식으로 대학가의 평균 학점은 높아졌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안겨준 듯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높은 학점을 받는 현실에서 A 학점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학생들은 성적이 아닌 또 다른 기준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점 인플레이션이 경쟁을 없앤 것이 아니라 경쟁의 무대를 성적표 밖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대학알리>는 이러한 ‘A 학점의 역설’을 추적했다. 대학알리미 성적평가 데이터를 비롯해 학생과 인사담당자,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학점 인플레이션 이후 대학생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성적표가 잃어버린 의미와 신뢰를 되짚어본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을 더 자유롭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성적표 밖에서 또 다른 경쟁을 시작하게 했을뿐일까. 최근 기업들의 채용 기조는 학점보다 직무 경험과 실무 역량을 중시하는 경향이다. ‘몇 점 이상의 학점’이 마치 취업을 위한 필수 조건처럼 여겨졌던 과거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변화의 주된 요인으로는 코로나19 시기 심화된 대학의 ‘학점 인플레이션’이 지목된다. 이 시기를 겪은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취업에 뛰
| 편집자 주 코로나19 이후 완화된 평가 방식으로 대학가의 평균 학점은 높아졌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안겨준 듯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높은 학점을 받는 현실에서 A 학점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학생들은 성적이 아닌 또 다른 기준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점 인플레이션이 경쟁을 없앤 것이 아니라 경쟁의 무대를 성적표 밖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대학알리>는 이러한 ‘A 학점의 역설’을 추적했다. 대학알리미 성적평가 데이터를 비롯해 학생과 인사담당자,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학점 인플레이션 이후 대학생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성적표가 잃어버린 의미와 신뢰를 되짚어본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을 더 자유롭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성적표 밖에서 또 다른 경쟁을 시작하게 했을뿐일까. 대학 내에서 성적은 균등하게 배분될까. 대학 내 전공별로 A학점 비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경희대학교 2024년 2학기 성적 분포 조사 결과, 상위 25개 학과는 A학점 비율이 57.4%로, 하위 25개 학과 A 학점 비율(42.7%)과 간극이 컸다. 같은 학교에서 비슷한 성적평가 규정을 적용받음에도 학과에 따라
| 편집자 주 코로나19 이후 완화된 평가 방식으로 대학가의 평균 학점은 높아졌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안겨준 듯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높은 학점을 받는 현실에서 A 학점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학생들은 성적이 아닌 또 다른 기준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점 인플레이션이 경쟁을 없앤 것이 아니라 경쟁의 무대를 성적표 밖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대학알리>는 이러한 ‘A 학점의 역설’을 추적했다. 대학알리미 성적평가 데이터를 비롯해 학생과 인사담당자,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학점 인플레이션 이후 대학생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성적표가 잃어버린 의미와 신뢰를 되짚어본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을 더 자유롭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성적표 밖에서 또 다른 경쟁을 시작하게 했을뿐일까. 서울 주요 상위 15개 대학의 전공과목 A 학점 비율이 평균 45.5%로 집계됐다. 일부 대학은 전공 수강생의 절반 이상에게 A 학점을 부여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4년 1학기 기준 서울 주요 상위 15개 대학의 전공과목 A 학점(A+, A0, A-) 평균 비율은 45.5%다. 서강대(29.7%)와 경희대
| 편집자 주 코로나19 이후 완화된 평가 방식으로 대학가의 평균 학점은 높아졌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안겨준 듯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높은 학점을 받는 현실에서 A 학점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학생들은 성적이 아닌 또 다른 기준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점 인플레이션이 경쟁을 없앤 것이 아니라 경쟁의 무대를 성적표 밖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대학알리>는 이러한 ‘A 학점의 역설’을 추적했다. 대학알리미 성적평가 데이터를 비롯해 학생과 인사담당자,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학점 인플레이션 이후 대학생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성적표가 잃어버린 의미와 신뢰를 되짚어본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을 더 자유롭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성적표 밖에서 또 다른 경쟁을 시작하게 했을뿐일까. 기말고사가 끝난 날, 세종대학교 인공지능융합대학 재학생 김민지(가명·23) 씨는 강의실을 나서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낸다. 친구들과 시험 문제를 맞춰보기 위함이다. 같은 문제를 두고 서로 다른 답이 나오자 김 씨의 표정이 굳어진다. 시험은 끝났지만 김 씨의 계산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출석은 다 채웠고, 기말 과제도 냈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①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③ [단독]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O사 "우리는 적자 구조, 회계 장부는 없다" ④ 취업난에 우는 대학생들…'가짜동아리'에 두 번 울지 않으려면 "실제로 들어오셔서 어떻게 1~2주가 돌아가는지 '직접' 보시면 더 이해가 되실 듯 합니다." 취재 과정 중 만난 (주)O사 대표 ㄱ씨는 기자에게 연합동아리 체험을 권했다. 우리 커리큘럼은 ‘진짜’라고, 직접 와서 보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는 취지였다. 그의 항변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연합동아리가 제공하는 커리큘럼 덕분에 좋은 스펙을 쌓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가 이 구조를 운영하는 데 쏟아온 노고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커리큘럼이 '좋다', '나쁘다'와는 별개로, O사와 3개 연합동아리가 대학생들의 눈을 가렸던 기망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대학생들은 O사의 존재도 몰랐을뿐더러, 활동비가 O사에 귀속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연합동아리 구성원들이 따랐던 리더
| 편집자 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30대 이하 신규채용은 240만8000개로, 통계 작성 이래 최하위를 기록했다. 역대급 취업 빙하기, '1주일에 커피 몇 잔 값으로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달콤한 문구들 사이에서 청년들은 한두 푼씩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낸 비용은 인당 수십만 원, 전부 합쳐서 억 단위를 넘어선다. 스펙 한 줄이 아쉬운 대학생을 노린 연합동아리의 몸집은 그렇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대학알리>는 대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기획을 준비했다. 수백명의 대학생이 속한 3개 연합동아리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 겉으로는 자치적인 대학생 동아리처럼 보였던 이들은 실제론 배후기업 '(주)O사'가 기획·운영하는 가짜동아리로 밝혀졌다. 대학생에 대한 O사의 기망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대학생들의 절박함이 더 이상 이용되지 않을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배후기업 (주)O사의 반론은 시리즈 3번째 기사에 실립니다.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①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 편집자 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30대 이하 신규채용은 240만8000개로, 통계 작성 이래 최하위를 기록했다. 역대급 취업 빙하기, '1주일에 커피 몇 잔 값으로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달콤한 문구들 사이에서 청년들은 한두 푼씩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낸 비용은 인당 수십만 원, 전부 합쳐서 억 단위를 넘어선다. 스펙 한 줄이 아쉬운 대학생을 노린 연합동아리의 몸집은 그렇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대학알리>는 대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기획을 준비했다. 수백명의 대학생이 속한 3개 연합동아리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 겉으로는 자치적인 대학생 동아리처럼 보였던 이들은 실제론 배후기업 '(주)O사'가 기획·운영하는 가짜동아리로 밝혀졌다. 대학생에 대한 O사의 기망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대학생들의 절박함이 더 이상 이용되지 않을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배후기업 (주)O사의 반론은 시리즈 3번째 기사에 실립니다.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①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 편집자 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30대 이하 신규채용은 240만8000개로, 통계 작성 이래 최하위를 기록했다. 역대급 취업 빙하기, '1주일에 커피 몇 잔 값으로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달콤한 문구들 사이에서 청년들은 한두 푼씩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낸 비용은 인당 수십만 원, 전부 합쳐서 억 단위를 넘어선다. 스펙 한 줄이 아쉬운 대학생을 노린 연합동아리의 몸집은 그렇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대학알리>는 대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기획을 준비했다. 수백명의 대학생이 속한 3개 연합동아리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 겉으로는 자치적인 대학생 동아리처럼 보였던 이들은 실제론 배후기업 '(주)O사'가 기획·운영하는 가짜동아리로 밝혀졌다. 대학생에 대한 O사의 기망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대학생들의 절박함이 더 이상 이용되지 않을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배후기업 (주)O사의 반론은 시리즈 3번째 기사에 실립니다.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①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 편집자 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30대 이하 신규채용은 240만8000개로, 통계 작성 이래 최하위를 기록했다. 역대급 취업 빙하기, '1주일에 커피 몇 잔 값으로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달콤한 문구들 사이에서 청년들은 한두 푼씩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낸 비용은 인당 수십만 원, 전부 합쳐서 억 단위를 넘어선다. 스펙 한 줄이 아쉬운 대학생을 노린 연합동아리의 몸집은 그렇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대학알리>는 대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기획을 준비했다. 수백명의 대학생이 속한 3개 연합동아리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 겉으로는 자치적인 대학생 동아리처럼 보였던 이들은 실제론 배후기업 '(주)O사'가 기획·운영하는 가짜동아리로 밝혀졌다. 대학생에 대한 O사의 기망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대학생들의 절박함이 더 이상 이용되지 않을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배후기업 (주)O사의 반론은 시리즈 3번째 기사에 실립니다.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①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대학은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오가야 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의 중앙동아리 강등 사건과, 이를 다룬 성균지 기사 삭제는 대학 공론장의 축소를 보여준다. 정정헌 재등록 거부 사태는 대학 학내 특별기구의 위기를 반증하는 동시에, 학생 자치 활동의 의의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탈정치화되는 대학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치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 본 기사는 성균지 113호 『잔상』에 게재되지 못한 기사 「학생-자치-기구, 위기의 스펙트럼 속 우리 대학의 좌표」를 참고했다. 해당 기사는 교지 발간 전 학생처와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 ‘학내 타 단체와의 갈등 우려’를 이유로 제외되었다. 본보는 미발행 기사가 다룬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편집위원회 ‘정정헌’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재등록 거절, 그리고 부결 지난 4월 14일, 성균관대학교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는 여성주의 교지편집위원회 ‘정정헌’의 중앙동아리 재등록을 거절했다. 성균관대 중앙동아리는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 학기 동연의 심사를 받는다. 동연은 제출 서류를 검토하여 재등록 부적격 안건을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이하 전동대회)에 상정할 수 있다. 정정헌의 중앙동아리 재
경남대학보사는 2023년 11월 11일 자대 소속 교수의 음주 난동 사건을 취재했다. 그러나 대학 측으로부터 기사 발행을 제지받은 까닭에 실제 기사로 발행되지는 못했다. “총장 명의로 발행되는 학보에 담기엔 부적절한 내용”이라는 것이 검열의 이유였다. 이미 사건 소식이 기성언론을 통해 학생사회에 퍼진 상황이었음에도 경남대학보사는 압박에 의해 추가적인 취재를 불허당했다. [발간되지 않은 이야기들] 기획을 통해 당시 발행되지 못했던 소식을 복원해 본다. 경남대학교 체육교육과 소속의 한 교수가 음식점에서 음주 후 난동을 일으켜 물의를 빚었다. 해당 교수는 2023년 11월 11일 오후 10시 30분경 제주시 서귀포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고 알려졌다. 교수는 현장에서 술을 마시다 춤을 췄고, 이를 제지하던 종업원을 밀치며 폭언을 가했다. 또한 그는 신체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며 술값 11만 원을 환불받은 후 10배에 달하는 100만 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음식점은 일반음식점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유흥주점을 제외한 영업장에서는 손님이 춤을 추는 행위가 제한된다. 일반음식점에서 손님이 춤을 출 경우 영업 정지를 비롯한 행정처분
[편집자주] 해당 기고문은 필자의 요청에 따라 가명으로 게재됩니다. 좀비 지시의 요지는 취재 지원이었다. 당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과 서울교통공사가 날 선 갈등을 빚을 때였다. 전장연은 S 역의 역사 내에 지속적으로 이동권 권리주장 포스터를 부착해 왔는데, 당일 서울교통공사는 이를 일괄 제거할 것임을 알렸다. 내 역할은 그 현장을 스케치해 오는 일이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 S 역은 멀었다. 어떤 모습을 어떻게 담을지 계획을 세울 시간이 없었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 경찰서를 뛰쳐나왔다. S역은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그들이 이마에 명함을 붙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개 기자는 기자를 알아보기 마련이다. 기자들은 포스터를 철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의 뒷모습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현장에 전장연 구성원은 없었는데, 따라서 포스터 철거를 제지하거나 말리는 목소리 또한 없었다. 나는 그들이 끌개와 약품을 사용해 포스터를 긁어내는 모습을 멍하게 지켜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린 후에야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 대열에 합류했다. 철거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자 한 중년의 여성이 플랫폼 중간에 섰다. 기자회견임을 감지한 기자들이 금세 여성의 주위에 모였다.
[편집자주] 해당 기고문은 필자의 요청에 따라 가명으로 게재됩니다. 봄이 오면 겨울이 지나가듯 마와리가 끝난 날을 기억한다. 국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점심을 챙겨 먹은 드문 날이었다. 나는 가리봉동 지파를 돌고 있었다. 오후 네 시 반쯤 선배로부터 카톡이 왔다. 여섯 시까지 본사로 집결하라는 내용이었다. 선배는 마와리가 끝났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나와 동기들은 이미 각자의 귀동냥을 조합해 대충 돌아가는 바를 알고 있었다. 드디어 마와리가 끝났구나. 동기 단톡방은 축제 분위기였다. 덧붙여 내 마지막 보고는 일선 지구대의 계급 인플레에 관한 것이었다. 선배는 그걸 두고 ‘무난한 정보 보고’라고 평가했다. 여전히 추웠지만, 날씨가 유난히 맑았다. 가리봉동에서 출발한 택시는 어느덧 마포대교에 닿았다. 한강은 넓고 파랬고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해방감, 안도, 안심, 그때의 기분을 설명할 단어가 마땅치 않다. 회사 로비에는 이미 동기들이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몰골이 초췌해도 표정만큼은 밝았다. 동기들은 서로 손을 잡으며 반가워했고, 정말 마와리가 끝난 것이 맞냐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찰나의 기쁨이 지나가자, 동기들 사이에서 부서 배치에 관
[편집자주] 해당 기고문은 필자의 요청에 따라 가명으로 게재됩니다. 벌집 밤 10시 30분, 경찰서에서 나온 나는 선배에게 보고 내용을 읊었다.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그는 내게 어떤 장면을 상상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나는 추운 겨울 합판 너머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는 벌집촌 조선족의 모습을 담고 싶다고 했다. 그것은 오로지 내 머릿속에만 있는 장면이었다. 다음 날 오후가 되자마자 나는 가리봉동으로 향했다. 벌집촌이 가리봉동에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정확히 어디에 붙어있는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택시 기사에게 벌집촌을 아십니까, 라고 물었지만 가리봉동에서만 20년을 운전했다는 그 역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어디서 들어본 듯한 단어라는 듯 벌집촌, 벌집촌 하며 염불 외듯 단어를 되뇌었다. 그러기를 5분, 그가 앗,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벌집촌의 위치를 기억해 냈다. 그러고는 내게 그곳을 왜 가냐고 물었다. 취재하러 간다, 고 하자 그는 알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택시에서 내린 곳은 가리봉시장 앞이었다. 벌집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리봉시장을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 택시 기사의 설명이었다. 시장은 일직선으로
[편집자주] 해당 기고문은 필자의 요청에 따라 가명으로 게재됩니다. 뽀얀 볼과 세 치 혀를 가진 남자 그는 정치부 소속이었는데, 국회 생활이 몹시 고되고 힘들다며 하루빨리 후임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땅딸막한 체형에, 아직 젖살이 덜 빠진 뽀얀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P의 언행은 거침이 없었고 또 무례했다. 우리가 자리한 곳이 중국집의 프라이빗 룸이라는 사실이 다행이라 생각될 정도로 P는 해서는 안 될 말과 질문들을 비속어와 함께 쏟아냈다. “랩 했다면서. 노래방 좋아하겠네?” “네. 그렇습니다.” “오래 걷는 것도 괜찮지? 그럼 너 정치부로 와라.” “네, 가고 싶습니다.” “야, 지랄하지 마. 이 새끼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네? 정치부 안 오기만 해.” 그의 폭주는 이제 막 시작한 참이었다. 입사 전 기자 생활 경력이 있는 동기에게는 ‘네가 기사를 그렇게 잘 치냐’며 시비를 걸었고, 여자 동기에게는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무력했다. 그가 어떤 말을 하던 우리는 화를 내거나 지적하는 것 대신, 목소리 톤과 표정 관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라는 격언이 있지만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