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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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뽑기] 그래서, 총학생회가 뭐 하는 곳인데요?

부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공동취재팀 '총학뽑기'

 

※ 총학뽑기

 

총학생회는 과연 어떤 일을 할까. 총학생회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일까. 이러한 의구심을 풀기 위해 부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공동취재팀(△대학알리 △동아대학보 △부경대신문 △한국해양대신문)은 2023학년도 부산권 대학 학생회 선거에 대비해 ‘총학뽑기’라는 이름으로 기획을 연말까지 연재한다. 대학생의, 대학생에 의한, 대학생을 위한 총학생회 건설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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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 뭐 하는데?

 

한국해양대 A 학생(해사법학부 20) “총학생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축제 기획이나 간식 사업을 하는 곳 아닌가?”

 

동아대 이송학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2) “총학생회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

 

총학생회. 학생들의 자치기구다. ‘시민성 관점에 근거한 차세대 대학 학생회·학생자치 모델을 위한 기초연구’(2020, 신민준 외) 보고서는 학생회를 “직접선거를 통한 선출을 바탕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고 대학 내의 학생들을 대표해 학교와 협의를 진행하며 학생들의 권리 신장을 위한 활동을 하는 등 대의기구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며 “이외에도 오늘날 학생회는 학생 대상 복지사업과 고충·민원 해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총학생회 회칙에 나와 있는 총학생회의 목적을 살펴보면, 동아대는 “민주적인 학생자치활동을 통해 창조적인 학문탐구와 자주적인 대학문화를 건설해 대학의 자율적인 발전을 도모함과 아울러 평등한 민주 사회 실현과 전 동아인의 하나 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부경대는 “학생회원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학생회 자치활동을 통해 학원의 자주와 학내의 복지증진, 학생 권리 신장, 학내 민주화, 진보적 학생활동을 완수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는 “회원들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학생자치 활동을 통해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학문 탐구와 진취적인 대학문화를 창달해 궁극적으로 민족대학으로서의 한국해양대학교 건설을 그 목적으로 한다”며 “본회는 학원의 완전한 자치를 실현해 나간다”고 밝혔다. 심지어 해당 회칙 전문에는 총학생회가 “△갑오농민전쟁 △3.1독립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중항쟁 △87년 6월 항쟁으로 반만년 민족의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온 민족 사랑의 총체적 의지를 그 근본이념으로 한다”고 알렸다.

 

그렇담 과연 총학생회는 해당 목적에 걸맞게 활동하고 있을까. 이렇게 총학생회의 목적이 명시돼 있어도, 우리는 총학생회가 진정 어떠한 역할이 있는지 잘 모른다. 해당 목적들은 공통적으로 학생자치 활동을 통해 민주적인 대학을 만드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현재 이는 총학생회나 학생들에게는 사문화된 목적이다.

 

경성대 B 학생(식품생명공학 22)은 “총학생회가 학생회비로 행사나 축제 기획 그와 관련한 회계 관리, 학우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아대 김소희 학생(영어영문학 17)은 “학교 행사 주최, 학생들의 불만 및 요구사항을 취합해 해결책을 모색해는 일을 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했듯 학생들에게 총학생회는 ‘학생 대상 복지사업과 고충·민원 해결의 역할을 담당’하는 곳으로만 인식되는 상황이다.

 

 

동아대 제55대 총학생회 ‘동심’은 봉사시간이 필요한 학생에게 제공하는 동심 봉사단 운영을 비롯해 △제휴사업 △농촌봉사활동 △화장실 불법 카메라 검사 등을 실시했다. 부경대 제23대 총학생회 ‘EMOTION’은 △제휴사업 △화장실 불법 카메라 검사 △학생예비군 셔틀버스 제공 △대동제 개최 △간식 사업 등을 시행했다. 한국해양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BRIDGE’는 △제휴사업 △간식 사업 △교내 셔틀버스 노선 조정 설문조사 △선후배 교류 프로젝트 △종강 귀향버스 제공 등을 진행했다.

 

총학생회는 학생회비로 운영된다. 한국해양대와 동아대 학생회비는 학기당 1만 5,000원이다. 부경대 학생회비는 학기당 8,000원이다. 학교 재정 역시 총학생회에 소모된다. 동아대 2022학년도 자금예산서에 따르면, 학생자치행사 지원비는 3,600만 원, 학생자치행사 지원비는 1,550만 원으로 책정됐다. 부경대 2022학년도 대학회계 세입·세출예산서에서는 학생자치기구 등 각종 학생활동 업무추진비로 4천만 원, 학생자치기구 비품 및 행사 급식 지원이 1천만 원이었다. 한국해양대 2022학년도 대학회계 세입세출 예산서에 따르면, 학교축제를 포함한 총학생회 지원 명목으로 9,518만 4천 원이 책정됐다.

 

총학생회에 학생회비와 학교 재정이 소요되며, 학생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돼 학생을 대표하는 만큼 총학생회는 걸맞은 역할과 책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총학생회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일까. 간식 행사로 대표되는 복지사업, 축제로 대표되는 문화사업을 펼치는 것이 진정한 역할일까.

 

우리가 알던 총학생회는 ‘총학생회’가 아니다

 

 

성신여대는 학생·교수·직원·동문이 참여한 총장후보자 선거에서 득표율 1위 후보가 아닌 2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반발해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5월 12일 총학생회 추산 학생 1,600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이어 24일에는 전체학생총회를 개회해 '이사회 학내 분열 조장 사과', '총장 후보자 선거 학생 투표 반영 비율 기존 11.5%에서 25%까지 확대' 등 요구 안건에 대한 의결을 진행했다. 이날 전체학생총회에는 총학생회 추산 1,200여 명이 참가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체육대 총학생회는 지난 8일 총장 선거 투표에서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이 현저히 적다며, 총장 선거 투표 비율 결정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지난해 국립대 총장 후보자를 교원·직원 및 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바 있다. 그러나 한국체육대는 교육공무원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게 총학생회의 주장이다.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총장 투표 비율을 △교원 70% △직원·조교 20% △학생 10%로 한다고 과반수 의결로 결정했다. 총학생회가 문제 삼는 내용은 대학평의원회 위원 14명 중 7명이 교원으로 배정됐다는 것이다. 한국체육대 총학생회는 "교원을 제외한 일부 위원들과 학생대표들은 해당 안건에 대해 강력한 반대를 표했음에도 추가적인 논의 없이 출석위원의 과반수 단순 표결로 진행해 합의의 개념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7일, 전국 27개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학식 가격 인상 반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물가 상승으로 대학가 학식 가격 인상 흐름이 일어나자,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우리가 알던 총학생회와는 사뭇 다른, 학생 권익 증진을 위해 직접 행동하는 모습이다.

 

차종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총학생회가 몇만의 학우를 대변하고 많은 예산을 받는데도, 간식을 ‘사서 나르는’ 수준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건 의문”이라며 “복지사업은 총학생회에 있어서 꼭 필요하지만, 과다하게 치중된 면이 없지 않다. 총학생회가 이외의 어떤 기능도 다 하고 있지 않으니 학생들이 총학생회를 향해 필요성과 효능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차 집행위원장은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당선된 정치집단이기에 학생들의 민의를 반영할 의무가 있다”며 “과거 학생사회는 민주화라는 하나의 의제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의제와 요구가 굉장히 다양화됐다. 이를 잘 분석하고 반영하는 것이 총학생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원 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은 총학생회의 진정한 역할로 학생 권익 증진이지만, 상황에 따라 이 목표가 유연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투쟁이나 운동을 하지 않고 복지사업이나 문화사업에만 몰두하는 총학생회도 어떻게 보면 그들 관점에서 학생 권익 증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총학생회의 사업이 학생 권익 증진을 위한 제1의 사업인지 한 번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능력주의와 스펙 사회인 현 상황에서 대학이라는 공간이 공동체 의식을 배울 수 있는 유용한 공간인데, 총학생회가 학생 개개인이 공동체 의식을 배워갈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복지사업이나 문화사업에 치중하는 총학생회는 너무 쉽게 활동하고 있다”며 “등록금 문제, 지방대 위기와 같은 여러 가지 권익 손실 상황이 있는데, 학생들이 간식을 먹지 못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권익 손실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2020년 한국외대 제54대 총학생회장을 맡으며 대학본부에 투쟁했던 김나현 씨는 “과거 운동권 총학생회에 신물이 났던 학생들이 비운동권을 표방하고 간식 행사나 문화사업에 치중하는 총학생회가 힘을 싣게 됐다”며 “이러한 흐름이 오랜 기간 흐르면서 총학생회의 역할로 정립된 것이다. 학생들이 ‘총학생회는 축제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간식 줄 때만 우리에게 필요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다. 총학생회가 이러한 기구로밖에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총학생회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우 100%가 동의하지 않는 총학생회의 행동?

 

“대학이 탈정치화되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정치 얘기만은 하지 말자는 거예요. 공론장에서 정치 이야기를 금지하는 건 공론장의 의미 자체에 반하는 거예요.”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채효정, 교육공동체 벗, 2017)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7월 열린 제23회 서울 퀴어퍼레이드에 불참하기로 해 내홍을 겪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인권연대국은 퀴어퍼레이드 행진에 참가하려 했으나, 학생들의 반대 여론에 따른 중앙비상대책위원회 결정으로 무산됐다. 이에 인권연대국은 입장문에서 “퀴어퍼레이드 참석은 인권연대국의 당연한 역할이자 의무”라며 “인권은 찬반이나 논의의 영역이 아니다. 혐오 발언은 여론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대 한다솜 학생(간호학 22)은 “총학생회는 학생을 대표함에 따라 특정 사상에 치우친 정치적 판단이나 행동은 학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다소 통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성 관점에 근거한 차세대 대학 학생회·학생자치 모델을 위한 기초연구’(2020, 신민준 외) 보고서에서는 “학생들은 학생회가 ‘학생’의 권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바라며, 힘을 모아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효능감을 느낀다”며 “한편으로는, 학생들은 학생회가 ‘나’를 대표하는 것 이외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상당한 반감이 있으며 이익 집단적인 면모를 요구한다”고 분석했다.

 

차종관 집행위원장은 “학생들은 투표를 통해 총학생회에 대표성을 부여했지만, 대표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총학생회는 정치집단이기에 보수이건 진보이건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파리바게트 노동자 힘내라 청년공동행동’에서 주최한 SPC그룹 불매동참 청년단체 공동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이날 이들은 “부당한 기업횡포와 노동탄압 없는 미래 청년과 노동자가 함께 만들자”라며 “SPC그룹 제품을 불매하고 노동자 착취에 맞서 노동조합으로 투쟁하는 청년제빵사들과 연대한다”고 외쳤다.

 

 

성공회대는 지난 3월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했다. 이는 남성·여성 화장실이 아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모두의 화장실 설치의 주역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였다. 이훈 전 성공회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화장실 표지판에는 아동·장애인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출입할 때 장애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엘리베이터 출입구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두의 화장실 설치 추진 이유로 “예전에 트렌스젠더 친구가 학교에서 화장실을 가지 못해 늘 10시간 정도 용변을 참았다. 결국, 건강이 악화해 응급실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그 친구의 말을 듣고 학교에 모두의 화장실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고 총학생회장에 출마했지만, 낙선해 비대위원장으로서 추진했다”고 말했다.

 

모두의 화장실 설치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학생들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이훈 씨는 부단한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 “20명 학우와 대면으로 만나서 토론도 나누고, 반대하는 학생과 1대1로 대화했다”며 “총장과의 면담에서는 ‘모두의 화장실은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총장의 주장에 ‘화장실을 가는데, 사회적 합의는 필요 없다’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우라는 범주 안에 많은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영원히 대학생으로 살지 않는다”며 “언젠가 노동자가 될 것이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학우의 절반이 여성이다. 이 정체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며 “총학생회가 정치적 행동을 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공동취재팀

(대학알리, 동아대학보, 부경대신문, 한국해양대신문)

박주현·박서현·조민서·김유진·최은빈 기자

 

※ 부산청년센터 ‘청년 자기주도형 프로젝트’ 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협의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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