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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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스테이블코인, 대체 뭐길래

'디지털 원화' 꿈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놓고 은행 vs 핀테크 ‘힘겨루기’
"통화정책 근간 흔든다"…신중론 만만치 않아

전 세계 금융이 ‘스테이블코인’을 주목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stable) 코인(coin)’이라는 이름 그대로 가치 변동성이 거의 없는 디지털 화폐다. 가치가 널뛰는 코인들과 달리 항상 동일한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지난 6월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지니어스 법안’을 통과시키며, 암호화폐에 대한 연방 차원의 운영 기준과 표준을 도입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세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유럽·중국·일본은 통화 주권 강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은 2024년 가상자산 규제법 ‘MICA’를 발효했고,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무기로 통화 국제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아날로그의 나라’ 일본 역시 2023년부터 관련 법안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제도화했다. 올가을에는 핀테크 기업이 엔화 가치와 연동한 첫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다. 당선 이후 스테이블코인 도입 움직임이 보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카카오페이 등 테마주의 주가가 폭등했다.

 

네이버와 두나무 간의 기업합병 움직임도 관심의 대상이다. 국내 1위 플랫폼 사업자 네이버와 거래대금 세계 3위권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손을 잡는다는 소식에 네이버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두나무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될 전망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서로 다른 두 기업이 주식을 맞바꾸면서 지배구조를 단일화하는 것으로, 한 회사가 존속 지주사가 되고 다른 회사는 100% 자회사가 된다. 거래가 성사되면 초대형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 탄생하는 셈이다. 국내외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움직임 속에 이번 빅딜이 디지털 금융 지형을 바꿀지 주목된다.

 


 비트코인과 같은 듯 다른 스테이블코인


도대체 스테이블코인이 무엇이길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일까.


암호화폐는 크게 ▲일반 암호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스테이블 코인 3가지로 나뉜다.


일반 암호화폐는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다. CBDC는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암호화폐다. 중국 중앙은행의 엄격한 통제 하에 쓰이는 디지털 위안화가 대표적인 예다.
 

 

 

스테이블코인은 ‘stable(안정된)’과 ‘coin(화폐)’이 합쳐진 말로, 가격 급등락을 반복하는 암호화폐의 단점을 보완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즉 본질은 ‘디지털 화폐’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일반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락하는 데 비해, 스테이블코인은 달러·금 등 안전자산의 가치에 연동돼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안정성’이 바로 일반 암호화폐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반면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일반 코인은 ‘디지털 금’에 비유할 수 있다. 금은 실생활에서 물건값을 지불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보유하는 ‘금테크’ 수단으로 쓰인다.

 

이처럼 비트코인 등 일반 코인은 ‘희소성’을 기반으로 가치가 크게 변동하며, 주로 투자 목적에 사용되는 자산이다.

 

이에 비해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이나 알고리즘에 연동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주로 결제·송금 등 실생활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돼 코인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 코인과는 성격이 다르다.

 

‘스테이블코인 주가 폭등’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때, 이는 스테이블코인 자체의 가치가 상승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실제로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결제 관련 주식(카카오페이, 다날 등)이 오르는 것이다.

 

대중이 스테이블코인과 CBDC를 이용한다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것은 예금토큰이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담보로 발행돼 일종의 ‘은행용 스테이블코인’으로 불린다. 해외 기업이나 금융기관과의 대규모 거래에서 활용된다. 가령 두 은행이 10억 달러와 9억 유로를 맞교환한다면, 복잡한 절차를 밟지 않고 서로 가진 예금토큰을 교환해 정산하는 식이다.

 


담보 있는 스테이블코인…'먹튀' 테라-루나와는 달라


스테이블코인은 이름 그대로 가치가 안정적인(stable) 가상자산이다. 일반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 화폐로서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의 가치와 연동(페깅·pegging)해 가격 변동 폭을 최소화한다.

 

스테이블코인이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실물자산이나 국채 등을 담보로 비축하는 ‘준거·담보형’, 다른 하나는 시장의 수요·공급을 조정하는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유지하는 ‘알고리즘형’이다.

 

준거·담보형은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법정화폐나 금·채권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발행된다. 예를 들어 ‘1코인=1달러’로 가치를 고정했다면, 발행사는 그만큼의 달러를 은행에 예치해 두어야 한다. 세계 1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가 이에 해당한다. 투자자가 1달러어치 코인을 사면 발행사는 그만큼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사용자가 다시 달러로 환전할 때 국채를 매도해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이렇게 법정화폐를 담보로 1대1 비율로 대응해야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흔들리지 않는다. 현재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의 90% 이상이 이러한 법정화폐 담보형이다. 자산 담보를 통해 가격을 ‘페깅’하는 것이다. 변동성이 큰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실생활 결제와 송금에도 활용될 수 있는 안정적인 디지털 화폐로 평가받는 이유다.

 

문제는 있다. 기존 은행조차 횡령, 유용, 파산 등 각종 사건·사고에서 자유롭지 않다. 민간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유통하게 될 경우 관리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지급준비금 100% 보장’을 내세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다가 고의나 실수로 파산할 경우 예치금 회수나 이용자 보호를 누가 책임질지 불투명하다. 지급준비금의 투명성, 대주주의 적격성, 내부통제 기준 등이 제도권 수준으로 정비되지 않는다면 스테이블코인이 오히려 또 다른 금융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알고리즘형은 별도의 실물자산 없이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공급량을 조절해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코인 가격이 1달러보다 떨어지면 공급을 줄여 가격을 끌어올리고, 반대로 1달러를 초과하면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춘다. 시장 원리를 기반으로 가격을 안정시키는 구조지만, 시장 급변 시 안정성이 무너질 위험도 있다.

 

2022년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가 그 위험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테라(UST)’가 알고리즘이 깨지며(디페깅) 단시간에 폭락했고, 스테이블코인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 사건이다.

 

테더는 달러화 같은 법정화폐를 담보로 삼고 실제 준비자산으로 보유했다. 반면 테라-루나는 1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자매 코인인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을 취했다. 테라 가격의 보증 수표였던 루나가 의심받으니, 테라를 향한 의심이 커져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해당 사태가 주는 시사점은 (1) 스테이블코인의 알고리즘이 깨지면 위험하다는 점 (2) 신뢰할 수 있는 담보 자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與野 법제화 본격화…목표는 ‘디지털자산법 2단계’


정부와 여야는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여당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 코인의 법적 규제 체계 마련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국회에는 현재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 5건이 발의돼 있으며, 정부안은 이달 공개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안이 공개된 이후, 국정감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통화에 준하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발행 인가 주체, 준비자산 기준, 이자 지급 방식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자산 TF 활동을 통해 연내 법안 통과를 목표로 설정했다. TF는 금융위원회 등 관계 정부 부처와 긴밀히 소통하며, 현재 발의된 5개 법안을 조율해 단일안을 마련하고 당론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민병덕·이강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혁신성장법이 대표적이다. 국회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연내 디지털자산법 2단계 법안을 처리하려는 구상이다.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1단계 법안)이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2단계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가상자산 발행 요건 등이 포함돼 산업 진흥까지 목적을 둔다.

 

국민의힘은 김재섭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시장통합법’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의 정의, 사업자 인가·등록제, 지배구조·내부 통제, 이용자 보호, 스테이블코인 발행·상환 조건 등을 포괄한다. 또 김은혜 의원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담은 ‘가치 보장형 디지털자산 활용 법률안’을 내놓는 등 입법 경쟁은 치열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가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에 공감대를 형성할 경우 공동 TF 구성이 가능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법제화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여야 통합 TF가 바람직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누가 발행할 것인가…한국은행이냐, 핀테크냐


 

핵심 쟁점은 ‘발행 주체’다. 법안별로 발행 주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두고 입장차가 크다. 일부 법안은 은행과 같은 전통 금융기관 중심의 발행 구조를 전제로 한다. 다른 한편은 핀테크 등 비은행권까지 문호를 개방해 디지털 생태계의 속도 있는 성장을 유도하려는 방향이다. 대표적으로 민병덕 의원안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자기자본 5억 원 이상 국내 법인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은 발행 주도권을 놓고 경계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비은행 기관의 무제한 발행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입장 아래, 우선 은행권 중심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장은 스테이블코인을 “화폐의 대체제”로 보고,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 또한 예금 이탈과 수수료 수익 감소 우려 속에 핀테크에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내부 기류가 감지된다. 주요 은행들과 금융결제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일부 은행은 일본과의 송금 실증 테스트에도 참여 중이다.


핀테크 업계 쪽에서는 제도 설계 단계에서 비은행권이 배제될까 우려하고 있다. 민간 기업의 참여가 성공 사례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디지털자산법안 2단계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가상자산 발행 요건 등 보다 구체적이고 확장적인 내용을 담을 예정이며,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기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제도화 이후에도 산업 성장, 국제 경쟁력, 리스크 관리 간 균형을 맞추는 종합적 해법이 병행돼야 한다.

 


대학생 투자자들 “신중한 접근 필요하다”


외대알리는 코인 투자 경험이 있는 대학생들에게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비트코인 투자 경험이 있는 이동우(방송·영상·뉴미디어전공20·25세) 학우는 “아직은 시기상조다.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국들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먼저 보고, 천천히 지켜보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는 사회 문제를 금리로 해결하는 대응을 해왔다”며 “이미 한은이 금리 문제로 큰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에 금리 통제권까지 넘기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 자본이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싶다”며 “그런 정책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탄탄한 국가들이나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리플 선물거래 경험이 있는 경희대학교 학생 송하림(25) 씨는 “실효성에 회의적이다. 어차피 결국 코인 거래소와 같은 플랫폼이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갈 것”이라며 “지갑에서 다른 지갑으로 코인을 전송하는 것도 생각보다 느려서 실제로 쓰기엔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 인프라 구축인가, 금융 시장 혼란인가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금융의 핵심 축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2024년 약 27조 6,000억 달러였던 연간 거래액은 2030년 50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시가총액도 최대 4조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은 달러 연동형이 대부분이지만, 향후 엔화·유로화·원화 등 다양한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면 시장 구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높은 카드 수수료를 절감하고 결제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기 위해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도입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제기되는 우려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통화 가치 안정성이다. 민간이 발행한 통화가 유통되면 화폐 가치가 달라지고 통화 시스템이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 우려는 ‘코인 런(대량 환전 요구)’이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이용자가 몰려서 법정화폐로의 환전을 요구하게 된다. 발행사는 준비자산을 시장에 대량으로 매각하게 되고, 돈이 원활하게 돌지 않아 자금이 부족하게 된다. 금융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는 통화 정책 유효성이다. 민간이 발행한 통화는 중앙은행의 통제권 밖에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다.

 

네 번째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량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외에도 기술적 취약성이나 자금세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있다.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결제 효율화뿐 아니라 통화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 때문이다. 나아가 지역화폐·복지수당·급여 지급 등 실생활 영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디지털 화폐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휘 기자 (0pengpeng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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