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9 (목)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지휘와 피지휘의 거리: 군 훈련체계에서 드러난 시각 차이

장교·부사관·용사, 공통된 비판의견은 '훈련체계 문제'
실속 없는 훈련 시간, 대기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태반
"무의미한 양적 확장보다 질적 향상이 우선되어야 할 것"

 

군 전역자들이 지적하는 문제들 중 하나는 훈련 시스템의 비효율성이다. 수많은 전역자는 '부조리와 생활 문제 등은 기성 언론을 통해 자주 비쳐왔지만, 정작 더 큰 문제인 건 훈련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라고 강조한다. 

 

훈련은 군인의 일상 과제를 넘어서 전쟁의 리허설이다. 그러나 지금의 방식대로라면 '실전에서 우세를 장담할 수 없다'는 냉소가 최근 전역한 세대를 가로질러 커지고 있다. 이에 외대알리는 간부 출신 2명과 용사 출신 2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부의 시각에서 훈련을 고찰하다.


 

2020년 대령으로 전역한 최 씨는 자신을 “9사단 포병대대 중 한 곳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2020년 대령으로 전역한 최 씨는 9사단 포병대대에서 근무했다. 그는 “전역한 지 오래되어 지금의 세대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포대장 시절에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긴 대기시간과 어쩌다 한번 내려오는 *비사격명령, 이로 인한 자주포 내부 승무원(용사+부사관)들의 집중력과 사기 저하 등을 지켜보며, “이런 훈련이 과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훈련인가” 하는 의문을 자주 가졌다고 회상했다. 

*비사격: 실제 포를 발사하지 않고, 포병이 실전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포 발사 절차를 숙달하는 훈련.

 

그러나 영관으로 진급해 지휘를 내리는 입장이 되었을 때 고민해야 할 변수가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군 기밀상 세부 내용을 말할 수는 없지만, 용사나 초급간부로 전역한 이들은 왜 ‘비사격’을 실시할 때까지 무한 대기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휘부도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너그럽게 양해해주기를 부탁했다.

 

그는 동시에 “포대장 시절, 용사들이 힘들다고 느끼면서도 의미를 체감한 훈련도 분명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도입된 ‘*즉각 대기’라는 훈련에 대해서는, “정말 치밀하고 즉각적으로 북한에 대응할 수 있게 짜인 훈련”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즉각대기: 언제든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5분 이내 사격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훈련이며, 포병 부대는 5주에 한 번씩 포대별로 하루씩 돌아가며 이 훈련을 수행한다.

 

이어 “모든 안전 매뉴얼은 결국 누군가 흘린 피 위에서 생긴 것과 같다”며 “분단선 너머의 적들이 우리를 도발할수록 우리는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확언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의 훈련 시스템이 예전과는 달라졌을 수 있지만, 의미가 없는 훈련은 없다”며 “대기시간이 길다고 느껴질지라도 그 상황에서 지휘부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더불어 “군 생활 동안 가장 행복하게, 그리고 보람차게 근무한 순간은 병사와 간부가 하나 된 유기체처럼 움직였을 때였다”고 전했다.

 

55사단에서 중사로 근무하다 2024년 초에 전역한 정 씨는 “코로나 이후 용사들의 훈련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더 커졌다”고 했다. 그는 통신부소대장으로 근무하며 2023년까지 여러 굵직한 훈련에 참여했다고 밝히며,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훈련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코로나 시기 야외 활동에 제약이 생기며 군 내부에서도 훈련 시스템에 큰 공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정 씨는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군대 안에서도 적용됐다”며 “훈련은 최소 중대 단위로 진행돼야 하는데, 여러 사람이 모이지 못하게 되면서 훈련 자체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적어도 1년 동안 훈련이 거의 시행되지 않아 기존에 잘 유지되던 시스템을 용사와 간부 모두 잊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이 시기부터 부사관들의 ‘전역 러시’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기존 훈련 시스템을 숙지한 숙련된 부사관들이 대거 전역하고 코로나 시기 혹은 이후에 자대 배치받은 초급 간부들이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훈련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정 씨는 앞선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 훈련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 생활 중 가장 큰 회의를 느낀 부분은 코로나 시기 발생한 공백이 단순히 훈련 시스템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장에서 용사들과 가장 가까이 호흡하며 용사들을 통제해야 하는 부사관들의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초급간부가 아무리 새로 투입돼도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며 “결국 보여 주기 식으로 훈련이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사의 입장에서 훈련을 회상하다.


 

6사단에서 복무한 이 씨는 81mm 박격포를 다뤘으며 2022년에 전역했다. 이 씨는 “훈련 시스템 전반에 불만이 많았다”며 특히 호국 훈련, KCTC, 혹한기 등 대규모 훈련에서 분대장들, 즉 용사 측 경험자들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간부 인원이 많지 않은 현실 속 부사관 역할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분대장들의 의견이 훈련 시작 전 지형정찰이나 훈련 종료 후 대대 내에서 자체적으로 실행하는 사후평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견을 내도 결국 부대 지휘관이나 자세한 실정을 모르는 상급 부대 점검관의 의견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간부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나라를 지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보기에 얼마나 잘 짜인 훈련처럼 보이는가’에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인사고과를 위해 부대 내 미관 조성이나 상급 지휘관 방문 준비 등에 병력을 동원하는 일이 잦았고, ‘간부 연구실’이라는 사무실을 차려 사실상 사무직 놀이를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 씨는 “훈련이나 작전을 계획하는 것은 결국 간부지만, 실제로 훈련을 수행하는 것은 용사들”이라며 “용사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지휘관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어렵고, 결국 신임을 점점 잃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항상 전임자들이 망쳐놓은 간부-용사 관계는 그다음 세대가 더 큰 고통을 떠안게 된다”면서 하루빨리 이러한 시스템이 개편되기를 바랐다.

 

해병대로서 동해안에서 복무했던 김 씨는 ‘용사와 간부 간 소통 부재’를 훈련 시스템 붕괴의 이유로 뽑았다. 그는 “평소 용사와 간부 간 믿음이 강하지 않아 대화가 적고 소통하면 불편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간부들은 용사들이 자신들의 지휘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용사들은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하는 존재이니,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기조로 서로를 바라보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훈련 당시 열악한 현장을 회상했다. 훈련 당시 기본적인 식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같이 훈련을 진행했던 미군 측에 협조를 구해 물을 빌려서 먹었다고 전했다. 훈련 당시 체감온도는 40도를 웃돌았지만 우리 측 병사들에게 보급되는 건 개인당 생수 500ml 2병이 끝이었고, 이마저도 운송 시간이 많이 걸려 훈련이 끝날 때쯤 물이 도착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군은 훈련장에 이미 물탱크를 설치해 원하는 만큼 물을 가져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때 국군인 것이 가장 부끄러웠으며 지휘관의 역량 차이가 실제 전장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3사단에서 용사로 복무했던 이 씨는 “훈련 중 군 내부의 보급품, 방한용품, 장비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 그는 “부대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거나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는 훈련에서는 간부들이 비교적 관대했지만, 외부 언론 혹은 상급 부대의 점검이 있는 날이면 간부들의 질책에 결국 군 내부의 장비들만 사용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훈련의 목적이 전투력 강화인지, 아니면 국산품 애용 운동을 하자는 것인지 그 당시에 불만이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모든 부대 내 상급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지인들과 이야기해 보면 일부 지휘관들은 상급 부대의 눈치를 보며 훈련의 완성도보다 보이는 모습에 더 신경을 쓰고 통제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이러한 경험을 겪고 자대 복귀 후 병사들 사이에서 “이렇게 훈련해서 과연 북한군을 잡아낼 수 있을까?”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박진태 기자(pjt3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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