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8 (토)

대학알리

가톨릭대학교

무지개를 들고 밤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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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로도 불리는 아이다호데이이다. 1990년 5월 17일 WHO(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정신질환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자는 의미로 프랑스의 대학 교수이자 동성애자 활동가인 루이 조르쥬 탱이 제안하여 2005년부터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대한민국에서도 아이다호를 기념하고 있다. 지난 5월 17일에는 “무지개가 광:(光/狂)나는 밤, 평등과 안전이 빛나는 무지개 은하수를 놓아라!”라는 제목으로 행진과 집회가 이루어졌다. 광화문에서부터 종로3가 일대를 행진하는 것이었다.

 

 

집회에 도착하자 꽤 많은 인파가 광화문에 모여 있었다. 단체로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깃발 아래서 함께 온 사람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퍼포먼스 팀이 집회를 이끌고 있었다. 인파 뒤쪽으로 가니 관계자가 스티커와 손피켓*, 그리고 야광팔찌를 배부하고 계셨다. 야광팔찌는 곧 무지개색으로 빛났다. 집회가 끝나고 행진이 시작되었다. 광화문에서 종각역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잡담을 나누던 사람들, 뒤에 합류한 사람들 등등이 모두 모이니 긴 줄이 만들어졌다. 종각역 보신각에서는 조계종에서 연대발언을 진행했다.

 

연대발언 후에는 종로3가로 이동했다. 신나는 노래와 함께 야광팔찌와 손피켓을 흔들며 길을 걸었다. 종로3가부터는 도로라기보단 골목과 같은 길이 이어졌다. 음식점을 포함해 가게들이 많았지만 행진하는 사람들에게 욕지거리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손을 흔들어주거나 박수치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심지어 창문에 무지개와 트랜스젠더의 프라이드 플래그**를 걸어두고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다.

 

*손피켓: 손에 들 수 있게 만들어진 작은 팻말

**프라이드 플래그: 성소수자 상징의 일종. 다양한 색상을 조합하여 만든 깃발이다. 대표적으로 6색 무지개가 있다.

 


종로는 성소수자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교류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지만 종로에서 늘 기쁜 일만 있지는 않았다. 지난 2016년 종로 3가에서는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회원이었던 A씨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다. 2011년에도 신원불명의 남자 셋에게 일방적인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잇따랐었다. 8년, 3년이 지난 지금은 나아졌을까? 종로 3가에서 연대발언을 하던 한국게이운동단체 친구사이는 매년 아이다호데이마다 종로 3가에 걸어두던 현수막이 하루 만에 사라졌음을 밝혔다. 물론 다른 여러 이유에 의해 사라졌을 수도 있지만 현수막이 설치한 지 하루가 되지 않아서 사라졌다는 사실은 다소 절망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혐오와 차별의 현실 속에서도, 점점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저항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 [...] 그렇기에 5월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맞아 모인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현실을 부수기 위해 더 많은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고 투쟁해나갈 것을 결의한다. 이를 통해 국가로부터 주어지는 안전이 아닌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로서의 평등과 안전의 가치를 함께 확인하고 확장해나갈 것이다.”(2019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IDAHOBIT) 공동선언문 중 일부)

 

여전히 성소수자는 사회적 소수자이며 여러 편견과 혐오와 차별에 노출된다. 그러나, 그럴수록 혐오와 차별에 맞서 무지개를 들고 거리를 걷는 이들이 소중하다. 하늘 위에 무지개가 수놓아지는 만큼 평등은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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