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발생한 충북대학교 내 폭력 사태에 대해 대학 본부는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오후 7시, 충북대 개신문화관 앞에서 <3.11 충북대학교 학생결의대회>가 개최됐다. 동시간대 사회과학대학 잔디밭 앞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긴장감이 맴도는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은 각자 의견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탄핵 찬성 집회에 극우 세력이 난입하면서 긴장감은 한순간에 폭력으로 번져나갔다. 극우 세력은 나팔차로 고성을 지르고, 참여자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밀며 동의받지 않은 촬영을 강행하거나, 발언자 뒤에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등 소란을 일으켰다. 계속되는 방해에도 불구하고 집회가 강행되자 참가자들에게 “빨갱이들아”라고 소리치는 등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사전에 경찰 보호를 요청한 충북대학교 학생공동행동(이하 학공동)에게 대학 본부는 “긴급 신고가 아닌 이상 충분한 경찰력을 동원할 수 없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고, 사태 도중 해결을 요구하는 참여자에게는 “신고된 (탄핵 반대) 집회 종료 시각이 오후 9시”라는 대답만 반복하며 “학내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는 발언도 일삼았다. 집회 참여자들을 보호해야 할 경찰은 약 한 시간 동안 발생한 각종 비방, 욕설, 폭력을 방관했다.
집회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학공동은 개신문화관 실내로 이동했고, 이를 틈탄 극우 세력의 방화로 학공동의 현수막과 피켓이 불탔다.

폭력 사태가 끝나고, 학공동을 비롯한 충북대 학내 구성원들은 이와 같은 폭력 사태에 즉각 대응했다. 학공동은 3.11 집회 참여자 및 관련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피해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대학원생 및 석, 박사 후 연구생들이 대자보를 부착하고, 학부생-대학원생-교수 공동 대응 회의를 진행했다.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박홍영 교수는 사회대 총회 발언을 통해 대학 본부에 ▲집회 난동자 고발 ▲경찰 책임 문제 제기 ▲비상 상황 안전 시스템 마련 ▲광장 내 적절한 의사 표현 교육 ▲심리 상담 등을 요구했다. 대학 본부 측은 요구사항에 동의했으며, 극우 유튜버에 대한 조치와 피해 학생 면담 등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피해 보호 조치를 약속하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던 충북대 고창섭 총장의 태도가 갑작스럽게 변한 것은 3월 30일 학공동이 주최한 <청년 학생 결의대회>에서부터였다. 고 총장은 집회를 준비하는 학공동 스태프를 찾아와 “학생이 총장 얼굴도 못 알아보냐, 너 이리 와 봐라”며, “학생들 잘 생각해야 한다, 이거 불법이다”는 허위 발언도 이어갔다. “징계할 거다. 여기에 있는 애들 사진 찍어라” 등의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학공동은 총장 협박성 발언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발행했다. 학공동은 “(고 총장은) 담화문에서 ‘민주’를 여섯 번이나 언급하면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열흘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자신이 한 말을 모두 잊어버린 듯, 민주적이고 평화롭게 집회를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손가락질과 협박 등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고 총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후 4월 8일,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로 구성된 3.11 학내 극우 폭력 사태 충북대학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출범했다.
4월 10일, 공대위는 대학 본부에 3.11 극우 폭력 사태에 대한 대응을 요구했다. 대응 요구안은 ▲법률 대응 요구안▲심리 지원 요구안 ▲학내 민주적 기본권 요구안 ▲기타 요구안 등으로 구성됐다.

4월 14일 발송된 대학 본부의 답변에 공대위는 “충북대학교 학생처의 검토안은 매우 소극적이고 제한적인 입장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의 더욱 책임 있는 입장표명과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해서 “충북대학교가 구성원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고, 민주적 학내 질서를 지켜내기 위한 책임 있는 기관의 역할을 다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학 본부는 입장문의 회신을 통해 “기존 입장과 변함이 없다”는 답변을 제출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공대위는 5월 9일부터 5월 14일까지 ‘충북대학교 학내 민주주의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충북대학교 학내 민주주의를 위한 서명운동’에는 충북대학교 ▲학부생 ▲대학원생 ▲교원 ▲졸업생 ▲연대 시민 등이 참여했다. 서명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기재한 ‘참여자들의 한마디’에는 “내 학교에서 민주주의 지켜내고 확대하자!”, “우리 학교가 단순히 상대의 의견을 억누르려는 집단적 독백의 장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면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자유로운 표현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와 같은 충북대 재학생들의 의견도 있는 한편, “전남대 학생입니다. 응원합니다”, “동덕여대 졸업생으로서, 학내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묵과하는 학측의 행태를 규탄합니다” 같은 타대학생들의 연대 메시지도 있었다. 공대위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총장에게 서명 결과를 전달하고자 했다.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청하는 공대위에게 충북대 비서실장은 “현재 총장님이 어떤 일정을 수행하고 계신 지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으며, 현재 일정이 언제 끝나는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후 공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에게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 총장, 우리도 더 이상 필요 없다”며, “3.11 폭력 사태와 3.30 총장 징계 협박 발언 이후, 고창섭 총장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학생들과의 대화에 나선 적이 없다”라고 지탄했다. 또, “5월 23일까지 총장과의 면담을 성사하지 않을 시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규탄할 것”을 경고했다. 현재는 오는 30일에 면담이 성사된 상태다.
학공동 송민재 집행위원장은 “열심히 준비한 집회가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방해받아 불가피하게 실내로 대피해 집회를 이어가야만 했던 것이 가슴 아팠다”며, “당시 제가 집회 사회를 봤었는데, 참가자들이 두려움을 느끼거나 트라우마가 생길까 걱정이 많이 됐다.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조롱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당시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윤석열 파면 이후, 학공동의 향후 방향을 묻자 “5월 20일, 집행위원회 토론을 통해 노학연대와 학내 민주주의 투쟁을 중심에 둔 학생운동 조직으로의 전환을 합의했다”며, “내란-극우세력의 완전한 청산을 위해 투쟁하며, 학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크고 작은 도전들에 맞서 싸우고자 한다”고 답했다.
조수민 기자 (2kzmzip@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