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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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연 '보라 사태', 그 후

지난해 10월 14일 최다한 전 34대 동아리연합회 ‘보라’ 회장이 사퇴했다. 최 전 회장이 보궐선거 과정에서 애오라지 명부와 회의록을 조작해 입후보 자격을 취득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는 사건 조사를 위해 동아리연합회 회칙에 따라 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이후 이어진 문제 제기와 조사, 의문과 논의를 거쳐 동아리연합회칙이 개정되기까지, 그 과정과 문제점을 회대알리가 들여다보았다.

지난 5월 13일 개최된 제10차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이하 전동대회)에서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회칙 개정안이 가결됐다. 재적 인원 13명 중 12명이 찬성했고 한 명이 기권했으며,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없었다. 해당 회칙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작년 문제가 불거졌던 최다한 전 34대 동연 ‘보라’ 회장의 피선거권 미달 사태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 포함됐다.

 

최 전 회장은 작년 보궐선거 당시, 속해있던 애오라지의 동아리 명부와 회의록을 조작해 정동아리 재등록 심사를 통과했다. 정동아리 회원만이 동연 회장단에 입후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고자 개정된 회칙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신설됐다.

 

6항 재등록 유예기간

  1. 재등록 기간 당시 동아리 정회원의 수가 10명 미만인 동아리는 등록 기간이 지난 이후로부터 최대 2학기까지의 재등록 유예기간을 둔다.(단, 동아리는 유예 기간과 제적 중 선택할 수 있다)
  2. 재등록 유예 기간 동안 해당 동아리는 회원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상실하나, 동아리 지원금 사용 가능, 전동대회 참여[대리인]에 대한 권한은 상실되지 않은 채 유예기간을 준다.
  3. 2학기의 유예기간 이후 동아리 정회원 수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해당 동아리는 동아리연합회 회칙 제 1장 7항 2호에 의거하여 등록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등록 취소한다. 

▲ 동아리연합회 회칙 개정안(200513) 중 신설된 1장 3조의 6항

 

대책위원회 설치와 재발 방지 대책

개정안의 신설된 조항은 해당 사태에 대한 동연 대책위원회의 재발 방지 대책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대책위원회는 당시 사태의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해 작년 10월 21일 개최된 제13차 전동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설치됐다.

 

최 전 회장이 자진 사퇴한지 일주일 후 열린 이날 전동대회에서는 관련 사태에 대한 현황을 공유하고, 회칙 해석에 대한 논의를 거쳐 동연 회장단을 재구성했다. 이후 대책위원회의 설치와 구성을 논의했으며, 위원장은 이때 동연 부회장으로 인준받은 조효근 전 ‘보라’ 상임위원장이 맡았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의 문제를 조사해야 하는 대책위원회에 ‘보라’ 구성원이 참여하는 것이 공정한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당시 ‘보라’ 임원이었던 조효근 대책위원장은 의결권 없이 회의에 참석했다. 또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까지 총 네 차례의 회의를 진행하는 중, 2차 회의에서는 참관인을 모집해 입회시키며 투명성을 강조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대책위원회는 당시 진상 조사를 위해 학우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청회를 계획했다. 그러나 이미 최 전 회장이 자진 사퇴했으며 애오라지의 징계가 이행된 배경에서 사태의 당사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로 대책위원회 자체 인터뷰를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보라’의 최 전 회장과 백수민 전 부회장, 공론화 제보자와 관련 기사를 처음 작성한 당시 미디어센터 편집장까지 총 네 명으로 추려졌다. 올해 1월 대책위원회가 회대알리에 전달한 문서에 따르면, 작년 11월 19일부터 12월 4일 사이 모든 인터뷰가 완료됐다. 대책위원회는 인터뷰 답변을 토대로 사실 관계를 교차확인 했으며 특이 사항은 따로 없었다고 밝혔다.

 

조효근 대책위원장은 “대책위원회 내부 논의와 전동대회 심의를 통해 재발 방지 대책으로 결정된 사항들을 제35대 동연 비상대책위원회에 인수인계 중이며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아래는 대책위원회에서 작성한 재발 방지 대책이다.

 

  1. 회원 명부의 최소 인원을 채우지 못한 정동아리의 경우, 1년 유예기간으로 회칙 개정.
  2. 정회원 명부 재제출 유예기간 회칙 신설.
  3. 공식 SNS와 대면 홍보를 통한 개인의 명부 확인 유도.
  4. 재등록 기간을 1년으로 연장, 1학기에 정회원 수를 전부 채우지 못한 경우 2학기로 유보.(0.5기 등을 통해 정회원 수 10인을 채운 경우 정회원 명부로 인정)

▲ 대책위원회가 작성한 재발 방지 대책을 회대알리가 재구성했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동아리 재등록 기준을 완화하거나 등록 기간 연장을 통해 회의록 조작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며, 기존에 동아리 자격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체를 구제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연 회칙에 따라 모든 정 동아리는 매년 타 동아리에 중복으로 등록되지 않은 10인 이상의 정회원 명부를 제출하여 재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에 대해 대책위원회는 재등록을 위한 최소 조건인 10인의 정회원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기존과 같이 즉각 제적 처리하는 대신 1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함과 동시에 등록 기간 자체를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월 개정된 회칙에는 대책위원회가 전달한 재등록 기간을 1년으로 통합하는 방안 대신 회원 수 10인 미만 동아리가 등록 기간으로부터 두 학기 동안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6항 1호가 신설됐다. 전동대회에서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던 중 ‘명부 갱신 과정 중 동연과 동아리 대표자들의 혼선 및 업무 과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재등록 유예기간의 모호함을 보완하기 위해, 2학기의 유예기간을 가진 이후에도 최소 등록 인원인 10인이 충족되지 않은 동아리는 미등록 상태로 간주하여 재등록을 취소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해당 조항에서 언급하는 제1장 7항 2호에서는 “재등록 기간에 등록하지 않은 동아리는 등록을 취소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없거나 부족한 동연 회칙

재발 방지 대책으로 제시된 동아리 재등록에 관한 사항 외에도, 기존 동연 회칙에는 관련 규정 자체가 없거나 세부 내용이 부족한 조항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조효근 대책위원장은 올해 1월 22일 진행된 회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대책위원회 관련 구체적 조항의 미비함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대책위원회의 최근 가동 선례가 없을뿐더러, 제3장 13조 3항의 “본회 및 자치활동에 대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책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문구를 제외하고는 대책위원회 관련 설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동아리연합회 회장이 자의로 사퇴한 상황에 대한 조항도 전무하다는 점을 개선 필요 지점으로 꼽기도 했다.

 

실제로 동연 회칙에는 회장단의 사퇴 및 징계에 관한 일체의 규정이 없다. 총회에서 회장을 탄핵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있지만, 이는 총회가 개최되어야만 가능하므로 최 전 회장과 같이 내부적으로 자진 사퇴하며 마무리 지을 경우에는 실질적인 효력이 없다. 이에 더해 어떤 사유에서 탄핵할 수 있는지와 같은 세부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규범화된 판단의 근거도 부족하다.

 

회칙에 관한 문제는 작년에 개최된 제13차 전동대회에서도 드러났다. 회의록에 따르면 ‘보라’의 신임 여부와 회장단 재구성, 대책위원회 구성에 관한 안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당시 상황에서 누가 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인지, 부회장의 인준과 자동 승계가 가능한 상황인지 등에 대해 자세한 규정이 없어 회칙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선거 과정에서의 문제가 당선 후 재직 중에 드러날 경우, 이에 대해 판단하고 조치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회칙에는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기구로서 총회와 전동대회를 두고 있지만 이 또한 명확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동연 회장이 피선거권 미달로 당선 무효인 상황이라면 회의를 주최해야할 동연 또한 회장단의 당선으로 꾸려졌기에 존속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만약 선거 기간 중에 관련 문제가 드러났다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당선 확정 이후 공식적으로 회장단 임기가 시작된 뒤에는 사실상 관련 사안을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규정도, 기구도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전동대회에서 최 전 회장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보라’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문답이 오갔지만, 명확한 해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결국 논의의 방향은 정당성에서 현실성의 문제로 기울었다.

 

그러나 지난 5월 개정된 회칙에도 동아리 재등록에 관한 사항 외에, 이 문제와 관련하여 따로 추가되거나 수정된 조항은 없었다. 회장단의 징계 및 사퇴에 관한 조항이나 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세부 내용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재직 중 드러난 선거 과정의 문제는 지금도 회칙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작년 10월 드러난 최 전 회장의 피선거권 미달 사태로부터 올해 5월까지 동연과 대책위원회가 거친 시간은 사태의 실책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묻고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7개월 간의 결실로 맺어진 이번 회칙 개정안에는 단지 재등록 유예기간만이 남았다.

 

 

 

취재, 글 = 윤영우, 이혜성 기자

디자인 =  이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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