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30대 이하 신규채용은 240만8000개로, 통계 작성 이래 최하위를 기록했다. 역대급 취업 빙하기, '1주일에 커피 몇 잔 값으로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달콤한 문구들 사이에서 청년들은 한두 푼씩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낸 비용은 인당 수십만 원, 전부 합쳐서 억 단위를 넘어선다. 스펙 한 줄이 아쉬운 대학생을 노린 연합동아리의 몸집은 그렇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대학알리>는 대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기획을 준비했다. 수백명의 대학생이 속한 3개 연합동아리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 겉으로는 자치적인 대학생 동아리처럼 보였던 이들은 실제론 배후기업 '(주)O사'가 기획·운영하는 가짜동아리로 밝혀졌다. 대학생에 대한 O사의 기망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대학생들의 절박함이 더 이상 이용되지 않을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배후기업 (주)O사의 반론은 시리즈 3번째 기사에 실립니다.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①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③ [단독]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O사 "우리는 적자 구조, 회계 장부는 없다" ④ 취업난에 우는 대학생들…'가짜동아리'에 두 번 울지 않으려면 좁아진 채용의 문, 빠져나오지 못하는 '스펙 다단계'의 늪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스펙 다단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취업을 위한 인턴, 인턴을 위한 연합동아리, 연합동아리를 위한 교내학회, 교내학회를 위한 교내동아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스펙 다단계의 기저에는 갈수록 심화되는 청년 취업난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30대 이하 신규 채용은 240만8000개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만6000개로 감소했다. 2018년 해당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이자, 2018년과 비교했을 때 약 44만8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셈이다. 신규 채용 시장이 위축될수록 기업은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실무 경험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진다. 인턴 등의 기회를 얻기 위해 연합동아리나 교내학회 등 이른바 ‘스펙을 위한 스펙’부터 쌓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점차 좁아지는 채용의 문 앞에서, 대학생들은 소속된 동아리의 운영 주체나 비용 구조가 불투명하거나 불공정한 측면을 발견하더라도 선뜻 뛰쳐나오지 못하게 된다. 전문가들 한목소리…"청년의 불안한 심리 이용했다" 과거 국민취업지원제도 및 청년창업취업 지원센터 상담사로 활동했던 다윗(가명) 전문상담사는 "과거부터 스펙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은 많았고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최근에는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들의 의욕이 꺾이고 있다"며 "특히 최근 채용 시장에서는 '경력직 같은 신입'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채용의 문이 더 좁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윗 상담사는 가짜동아리와 배후기업의 사례를 듣고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활용한 홍보가 (대학생들에게) 잘 먹혀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신규 채용의 문이 점차 좁아지며 연합동아리 활동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을 지불했을 때 취업이 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청년들이 과거보다 늘어났다는 취지다. 그는 "청소년기본법에 따르면 만 24세 이하는 청소년"이라며 "어려운 일을 겪을 때는 부모님이나 교수님 등 '믿을 만한' 분들에게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흔히 말하는 '청년실업' 현상과 관계가 깊다"며 "동아리 활동의 미끼가 취업에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청년들이 취업에 걱정이 없다면 이러한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따라서 청년실업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러한 기만적 사업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또한 "(가짜동아리 현상은) 오늘날 취업난 문제와 연결시켜서 설명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절박한 사람들이 많다"며 "고학력 청년들 취업난 문제를 이용하려는 꼼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리원들 "O사가 운영한 것은 착취 비즈니스다" 동아리원들은 O사가 운영한 3개 연합동아리의 본질을 '착취 비즈니스'라고 규정하며 청년들의 절박함을 이용한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A 연합동아리 출신 김예원(가명) 씨는 "착취 비즈니스라는 말에 너무나 동의한다"며 "세상 물정 모르는 20~21살 어린 대학생들이 홍보물만 보고 들어와 자신의 노동력을 갈아 넣어 연합동아리 계정을 위한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배후에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이것은 100% 착취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B 연합동아리(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했던 최승희(가명) 씨 역시 기망에 바탕한 착취 구조의 본질을 비판했다. 최 씨는 "1주일에 커피 3~4잔 값이면 활동과 스펙을 얻을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합산해보니 대학교 한 학기 등록금의 6분의 1인 60만 원에 달했다"며 "커피값이라더니 결국 60만 원이 나오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모든 착취의 기본 구조는 '꾸며짐'이며, 그 꾸며짐에 현혹되게 만들어 착취로 이어지게 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즈니스'는 결국 사적 이익을 대변하는 말인데, 그 사적 이익을 학생들이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취 비즈니스'라는 두 단어의 합이 현 상황과 정확하게 들어맞는다"고 강조했다. 참여 동아리원들의 제언…"확인하고 가입할 것" A 연합동아리(마케팅)에서 활동했던 위지혜(가명) 씨는 "이미 납부한 활동비가 고액이라 중도에 그만두기 아까웠고, 탈퇴 시 보증금 3만 원도 돌려받을 수 없는 규정 때문에 나갈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김예원 씨는 "가입 당시만 해도 수료까지 총 5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활동비의 총액이 얼마인지, 특히 운영 주체 등을 반드시 사전에 확인하고 가입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최승희 씨 또한 "향후에는 감사 체계가 확실하고 운영이 투명한 연합동아리인지를 우선적으로 확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승희 씨는 "보통의 대외활동은 기업을 위해 홍보 활동을 하면 활동비를 받으며 일한다"며 "하지만 O사가 운영한 연합동아리에서는 나의 노동의 값을 인정받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내가 돈을 낸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를 인정한다는 뜻인데, 과연 이곳이 나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수십만 원의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활동인지 냉정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연합동아리, 법·제도적 안전망 필요하다 일반적인 교내동아리는 대학별 총동아리연합회 회칙 등에 기반해 자치적으로 개설되는 데 비해, 연합동아리는 제도적인 사각지대에 존재한다. 대부분은 건전한 활동과 투명한 회계를 이어가지만, 일부 연합동아리는 교내동아리에 비해 과장된 활동 혜택이나 결과물을 내세우며 대학생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고유번호증'의 허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법인격이 없는 사단이나 임의단체에 발급되는 고유번호증은 본래 수익 사업을 하지 않는 단체에 부여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사실상의 영리 활동을 벌이며 조세 및 감독 당국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가짜동아리와 배후기업 사례가 발생했다. 법무법인 지향 박갑주 변호사는 "고유번호증은 과세자료 처리 등을 위한 것일 뿐 사업자에게 사업을 허용하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만약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은 단체가 계속적·반복적으로 수익 사업(동아리원들에게 사실상의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활동비를 받는 행위)을 영위할 경우, 이는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등록 대상이며 해당 수익에 대한 납세 의무를 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O사가 실질적으로는 영리 활동을 하면서도 비영리임의단체의 외관을 이용해 과세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고 세금을 탈루했다면, 이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손준배 서울대학교 총동아리연합회 회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 도입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서울시나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연합동아리 인증 및 등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학생자치단체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의 불투명한 운영 시스템을 가진 곳들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등록 요건을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동아리임을 확실히 증명하고, 자격 조건에 부합하는 단체에 한해 정부가 '인증 연합동아리'로 공인해주는 방식이 도입된다면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손 회장과 김표훈 고려대학교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이러한 가짜동아리와 배후기업의 실체를 확인한 이상 에브리타임 등에서 해당 단체들의 홍보 및 모집 활동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서울지역대학 동아리연합회장단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 사안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 및 블랙리스트 등록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학생을 위한 '가짜동아리 체크리스트' 대학생들이 가짜동아리와 배후기업 등으로 인한 기망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대학알리>는 연합동아리 가입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체크리스트를 살펴보길 제안한다. 1. 운영 주체가 기업인지, 학생자치단체인지 명확히 공개하는가? 2. 활동비 총액과 구체적인 사용 내역(결산안)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가? 3. 회계 장부 확인이나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하지 않는가? 4. 대표자 선출 과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한가? *본 기사는 영향력 확산을 위해 <프레시안>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공유자료)>에 동시 발행됐습니다. 서지우 기자 (04hamziwo@naver.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1. (주)O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전·현직 관계자 2. A(마케팅), B(엔터테인먼트), C(기획) 연합동아리 운영 및 수익 구조를 아시는 분 3. 기타 유사 위장 동아리의 기망적 운영 사례를 겪으신 분 '가짜동아리 배후기업'에 대해 추가적인 사실을 알고계시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의 익명은 보장되며, 전달해주신 정보는 취재 목적 외에 사용되지 않습니다. 제보: univallipress@gmail.com | 카카오톡 대학알리 오픈 채팅방 (QR코드)
| 편집자 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30대 이하 신규채용은 240만8000개로, 통계 작성 이래 최하위를 기록했다. 역대급 취업 빙하기, '1주일에 커피 몇 잔 값으로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달콤한 문구들 사이에서 청년들은 한두 푼씩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낸 비용은 인당 수십만 원, 전부 합쳐서 억 단위를 넘어선다. 스펙 한 줄이 아쉬운 대학생을 노린 연합동아리의 몸집은 그렇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대학알리>는 대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기획을 준비했다. 수백명의 대학생이 속한 3개 연합동아리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 겉으로는 자치적인 대학생 동아리처럼 보였던 이들은 실제론 배후기업 '(주)O사'가 기획·운영하는 가짜동아리로 밝혀졌다. 대학생에 대한 O사의 기망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대학생들의 절박함이 더 이상 이용되지 않을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배후기업 (주)O사의 반론은 시리즈 3번째 기사에 실립니다.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①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③ [단독]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O사 "우리는 적자 구조, 회계 장부는 없다" ④ 취업난에 우는 대학생들…'가짜동아리'에 두 번 울지 않으려면 <대학알리>가 제기한 (주)O사와 소속 3개 연합동아리에 대한 의혹에 대해 O사의 대표 ㄱ씨는 이메일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밝혔다. ㄱ씨는 <대학알리>가 제기한 상당수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기망'이나 '착취'라는 프레임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정답을 정해버린 확고한 신념에 갇힌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배후기업 O사 대표, 3개 연합동아리 운영 주체 인정 O사 대표 ㄱ씨는 <대학알리>와의 인터뷰에서 3개 연합동아리의 실질적 운영 주체가 O사임을 인정했다. 그는 "단순 후원사의 수준을 넘어 기획, 회원 모집, 커리큘럼 구성, 회계 등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맞다"고 전했다. ㄱ씨는 B 연합동아리에 대해 "학교를 다니면서 만든 게 B 연합동아리였다"며 "후원사 역할을 한지는 7~8년이 됐다"고 말했다. A 연합동아리에 대해서도 "(원래는) 자체적으로 8명 정도 있던 동아리였다"며 "회식 자리에서 너희는 마케팅만 해라, (B 연합동아리의)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며 B 연합동아리처럼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어 "C 연합동아리는 원래부터 있던 동아리가 아니고, B 연합동아리의 운영진들이 나가서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며 "O사에게 이야기를 하고 만들었으며, 시스템을 제공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대학알리>와의 통화 중 실시간으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확인하며 인원을 파악하는 등, 운영진을 제외한 실제 활동 인원까지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지금 저도 카카오톡에 들어가 있으니까 보고 말씀드리면, 운영진들을 다 빼면 (A 연합동아리도) 100명이 넘는다"고 언급하며 연합동아리 내부의 유동적인 상황과 조직 규모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단순 후원사의 수준을 넘는다는 것(의 기준)을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또한 "일개 대학생이 할 수 없는 고난도의 관리 시스템, 후원사 간의 조율, 크루들의 관리를 위해 회사가 해줄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용역 대금 거래로 하고 있다"며 이것이 곧 '후원사'의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O사는 이러한 내부적 실체와 달리 대외적으로는 '전국 대학 연합동아리'라는 명칭을 전면에 내세워 대학생들을 모집해 왔다. 이 과정에서 참여 대학생들은 본인이 납부한 비용이 자치적인 동아리의 활동비가 아니라 기업의 매출로 직결되는 용역비라는 사실을 사전에 전혀 고지받지 못했다. 일방적 약관이지만, 구성원 전원 동의…"법적 문제 없다" ㄱ씨는 연합동아리 운영 규정에 대해 "O사가 일방적인 약관을 세워온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고유번호증을 가진 단체로서 운영되는 방식이며, 무엇보다 '구성원의 동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ㄱ씨는 "모든 크루가 활동 전에 이 사항을 명시하고, 서명을 한 후 자필 동의를 한 분들만 활동할 수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의단체를 설립할 당시 이에 대한 법률 자문도 거쳤다"고 전했다. 그는 '기망'의 사전적 정의인 '상대방을 속여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를 언급하며, "안내한 대로, 규정에 적힌 대로 클럽은 진행됐다"고 반론했다. 오히려 그는 "규정에 회계 내역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써놓고 모두가 사인했는데, 그것을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사전적 의미의 '기망'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ㄱ씨는 시스템 제공과 관리를 이유로 연합동아리로부터 용역비를 수취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대학생들의 활동비를 기업의 수익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또한 ㄱ씨가 강조한 '구성원 전원의 자필 서명' 역시 학생자치단체의 회칙이라기보다는 기업의 필요에 따라 일방적으로 설정한 서비스 약관에 가깝다. 취업 스펙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는 명목 아래, 대학생들은 불리한 규정임을 인지하더라도 이를 거부할 경우 활동 기회 자체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에서 해당 동의가 온전한 자발성에 기초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A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김예원(가명) 씨는 "약관 동의는 가입 첫 주 오리엔테이션(OT) 기간에 마치 '미션'처럼 주어진다"며 "연합동아리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며 제시되는데, 활동을 간절히 원해 지원서를 쓰고 들어온 학생들이 이를 거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일단 활동을 시작하려면 동의해야 하기에 대학생들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대학생들이 동의했다는 것'을 방어 논리로 내세우는 것은 매우 비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학생자치 표방한 적 없어, 취재진의 기준은 주관적일 뿐" '학생자치 침해' 의혹에 대해 ㄱ씨는 "우리는 네이버 카페나 외부에 보여지는 자료에서 학생자치라는 주장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동아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기준이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클럽'이라는 목적, 즉 포트폴리오 성장과 커리어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자치인지 아닌지는 신경 써오지 않았다"며 "취재진이 말하는 학생자치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며, 우리는 그 기준을 어디서도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해명은 실제 모집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과 대치된다. O사는 주요 대외활동 플랫폼인 링커리어에 모집 공고를 게시하며 기업 형태를 명확히 '동아리/학생자치단체'로 분류해 명시했다.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전국 대학 연합 동아리'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이는 해당 단체가 학생자치에 기반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표방해온 셈이다. 또한, ㄱ씨 스스로 운영 규정을 "일방적으로 만든 약관"이라 인정하고, 기업 직원이 면접관으로 참여해 대학생 운영진을 선발하는 구조는 의사결정의 주체성이 대학생에게 없는 만큼 본질적으로 ‘자치’의 정의와 대립한다. 이에 법무법인 리버티 홍지형 변호사는 "동아리 활동비가 실질적으로는 O사의 매출이 된다는 거래의 핵심 구조를 숨기고 순수 동아리 활동인 것처럼, 나아가 포트폴리오 작성에 모든 비용이 사용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은 그 자체로 동아리 회원들에 대한 '사기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이 낸 활동비가 동아리 자치 기금이 아닌 기업의 수익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비용을 지불했다면, 이는 이용자를 착오에 빠뜨린 기망적 거래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배후기업 O사 "기존 기업 학회 벤치마킹" 주장…실제로는 '비용·투명성'서 괴리 ㄱ씨는 현재 3개 연합동아리의 운영 체계가 "이랜드가 운영하는 'C-ESI'나 CJ 그룹의 'BDAI' 등 기존 기업 연계형 학회들을 참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럽 체제를 유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방식을 알아보다가 그런 형태가 많다는 것을 봤다"며 "기업에서 운영진을 관리하고 동아리의 활동 방향을 설정해 주는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지금의 형태로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ㄱ씨가 언급한 기업 연계형 사례들과 O사의 연합동아리 운영 방식 사이에는 매우 큰 괴리가 존재했다. C-ESI의 경우, 이랜드 전략기획본부 산하임을 대외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들은 멘토링과 재능기부 차원에서 대학 등과 협력해 운영된다. 학생들에게 별도의 활동비를 받지 않는 무료 체제라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빅데이터학회 산하의 BDAI 역시 운영 주체가 학회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학생들의 활동비는 2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ㄱ씨가 언급한 CJ 그룹과의 관계 또한 기업이 직접 관리하는 형태가 아닌 업무 협약(MOU)을 통한 파트너십 관계다. 반면 O사는 연합동아리라는 외피를 사용하면서도 운영 주체로 O사가 있음을 명확히 표시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대학생들에게 인당 52~67만 원에 달하는 고액의 비용을 요구해 왔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는 기존 학회들이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학술 목적'을 위해 저렴하거나 무료로 운영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예쁘고 잘생긴 회장 원했다"…연합동아리 '가짜 회장' 구인 및 월급 지급의 배경 ㄱ씨는 직원인 ㄴ씨를 연합동아리 대표로 내세웠다는 '가짜 회장' 의혹에 대해 "회장으로 앉힌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연합동아리 내부에서 아무도 회장을 맡으려 하지 않았기에 배우 구인 사이트인 '필름메이커스' 등에 공고를 올려 회장을 선발했음을 전했다. 이어 ㄱ씨는 "잘생기고 예쁜 회장을 원했다"고 털어놨다. ㄱ씨는 "한 분은 배우지만 나머지 두 분은 그냥 대학생이고, 이 역할로 모집하거나 크루들 중에 지인 추천받아서 된 것"이라며 "모든 리더(회장)가 전문 배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아리원에게 당연히 공표한다. 리더를 공표하지 않는 경우의 수가 있느냐"며, 유튜브 쇼츠 등을 통해 리더들이 자기소개를 하고 크루들과 함께 영상을 찍는 등 이미 대외적으로 공개된 존재임을 강조했다. ㄱ씨는 선발된 리더들에게 월 60만 원 상당의 비용을 '프리랜서' 개념의 수당으로 지급한 사실도 시인했다. 이러한 비용에 대해서는 "연합동아리 운영 자금에서 지출되며, 돈이 있을 땐 클럽 활동비에서 빠져나가고, 모자라면 법인이 후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합동아리 회장들의 존재는 소개만 됐을 뿐, 배후기업 O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고 급여를 지급했다는 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지불한 활동비 중 일부가 기업에 의해 고용된 가짜 회장들의 급여로 지출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며, 이는 구성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학생자치단체의 본질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커피값 비유는 기망 아니다" ㄱ씨는 활동비를 '1주 커피 3~4잔 값'으로 홍보해 고액의 비용을 감추려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놓았다. 그는 "저희 회사 앞 카페는 카페라떼 한 잔에 4500원이다"라고 언급하며 "이 가격을 기준으로 주당 비용을 비교했을 때 1주 커피 3~4잔 값이라는 표현은 합리적인 비유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커피 3~4잔'이라는 표현에 '1주'라는 기준이 명시되어 있다면 기망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같은 '커피값' 비유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대학생이 한 시즌 활동 기간인 25주 동안 매주 4잔의 커피를 소비한다고 가정할 경우, 1600원 저가형 프랜차이즈 아메리카노 기준 총비용은 16만 원 수준이다. 반면 ㄱ씨가 기준으로 삼은 4500원 카페라떼를 기준으로 삼으면 총액은 45만 원으로 2.8배 오른다. 동일한 비유적 표현을 사용했음에도 기준 가격에 따라 30만 원 가까이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고액의 비용을 정확하게 고지하는 대신 커피값이라는 비유적 장치로 사용한 것은 대학생들로 하여금 실제 경제적 부담을 과소평가하게 만든 불투명한 마케팅 방식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김혁수 한국외국어대학교 광고·PR·브랜딩 교수는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단위를 제시해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동시에, '프랜차이즈 커피 3~4잔 값'이라는 표현을 통해 비용을 대수롭지 않게 느끼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카페 프랜차이즈는 메가커피부터 투썸플레이스까지 다양해 가격대를 유추하기 애매모호한 표현"이라며 "대학생들은 주로 저가 커피 브랜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커피값을 저가 기준으로 인지하게 되므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마케팅 수법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순 양식 아냐…실무 결과물 직접 선택하는 구조" 활동비 납부 시 약속했던 '완성된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단순 양식'만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문점에 대해 ㄱ씨는 강하게 부인했다. ㄱ씨는 "만약 해당 자료가 단순 양식에 그쳤다면 입수하거나 확인하신 포트폴리오가 정말 템플릿과 같은 '단순 양식'만 있고 내용이 빈칸으로 있거나, 그 안에 클럽과 무관한 외부의 내용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포트폴리오의 실질적인 내용을 강조하며 "그 안의 모든 링크와 주차 필수 유닛, 심화 유닛, 선택 유닛, 실무 커리어, 제휴 프로젝트 등 '모든 활동과 결과물'은 클럽에서 실질적으로 제공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클럽에서 쌓은 다양한 경력 중 어필하고 싶은 사항 3~5개를 직접 선택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디벨롭하게 된다"고 전했다. ㄱ씨는 이 사항이 "크루들이 클럽에서 쌓은 다양한 경력들 중에 어필하고 싶은 것을 '자신이 스스로 고르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스스로 해야만 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크루가 어필하고 싶은 것을 운영진이 골라준다면 그 크루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생들의 직접 참여가 불가피한 당연한 절차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동아리원들의 의견은 다르다. B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최승희(가명) 씨는 '자동화 시스템'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최 씨는 "매주 활동을 한 줄로 기입하면 그 내역을 모아주는 것만 자동화일 뿐, 결국 세부 내용을 채우고 선별하는 것은 학생의 몫"이라며 ㄱ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예를 들어 이번 주 활동을 한 줄로 기입하라고 해서 '아티스트 앨범 케이스 스터디'와 같은 식으로 시스템에 제출하면, 나중에 그 한 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것만 자동화인 셈"이라며 "자동화 시스템이 내 활동을 보고 대신 써주는 게 아니라 결국 내가 쓴 걸 모아주는 것뿐인데, 굳이 내 돈을 주고 무엇을 자동화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프로젝트란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은 동아리원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ㄱ씨의 해명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최승희 씨는 "진정으로 자동화된 포트폴리오가 나오려면 내가 활동 한 것에 대해서 모두 하나하나 서술된 결과물이 먼저 나온 다음에, 나중에 내가 필요 없는 부분을 쳐내는 게 맞다"며 "학생이 세부 내용을 직접 하나하나 쓰는 것이 어떻게 자동화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결국 내가 직접 쓴 내용을 단순히 모아주는 것에 불과한데, 왜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며 이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A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김예원(가명) 씨는 "매주 주차별 활동 과정을 구글드라이브에 직접 업로드해야 했고, 나의 활동을 한 줄로 정리하는 과정 역시 직접 수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직접 작성한 한 줄 요약본들을 단순히 한데 모아 제공하는 것이 자동화 시스템이였다"며 "만약 활동의 '민낯'을 사전에 제대로 알았더라면 참여 자체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활동비 모두 시스템 운영비로 사용?…전문가 "글쎄" ㄱ씨는 동아리원들의 활동비가 용역 대금으로서 법인 매출로 귀속되지만, 이는 고스란히 운영 비용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특히 서버 비용은 AWS(아마존 웹 서비스) 비용을 포함해 실제 월 200만 원에서 250만 원 선에 달하며, PMS 시스템(프로젝트 관리 시스템) 및 레주메 시스템(이력서 및 포트폴리오 생성 시스템) 운영과 유지 보수에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고 전했다. 또한 대규모 행사와 매주 진행되는 실무 특강 포럼의 강사 초청비와 대학생 식사비 등도 모두 활동비에서 충당된다고 설명했다. <대학알리>가 만나본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다. IT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대표 권경훈(가명) 씨에게 해당 웹사이트의 견적 분석을 의뢰한 결과, "AWS 환경에서 해당 정도의 기능과 트래픽을 처리하는 데 월 2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권 씨는 "만약 실제로 그만큼의 비용이 청구되고 있다면 이는 서버 관리자의 운영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라며 "외부로부터 대규모 트래픽 공격을 받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이 정도의 금액이 산출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회계 비공개 처리는 비극적 사건 재발 방지 위한 보호 조치" ㄱ씨는 회계를 비공개로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과거 대학생들이 직접 클럽 회비를 관리하던 중 큰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고, 해당 당사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참담한 일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는 대학생에게 큰 돈의 관리를 맡겼던 저희의 처신이 문제였다"며, 대학생들이 돈의 유혹에 시달리지 않도록 후원사가 직접 관리하는 구조로 변경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실질적인 보안 유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ㄱ씨는 "동아리 내부에서 발생한 회계 내역을 외부에 무단 공개하거나, 다른 동아리가 후원 내역을 그대로 가져가 '자신들도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과거의 개인적인 사유가 수억 원대의 자금이 오가는 법인 거래의 회계 불투명성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A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김예원 씨는 "정당하게 활동비를 냈다면 그 사용처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대표 개인의 과거사를 동아리원들이 아는 것도 아닌데, 이를 이유로 회계를 비공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본인만 납득 가능한 논리로 운영 구조를 합리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출 발생해도 적자 운영 중" O사가 동아리원들이 납부한 활동비로 얼마나 이윤을 남겼는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대학알리>의 계산에 따르면, O사가 3개 연합동아리를 통해 누적한 금액은 2024년 기준 2억5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지출은 인건비를 고려해도 비교적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서버비 연 3000만 원과 기타 행사비를 고려하더라도 나머지 약 2억 원의 행방에 대한 O사의 설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ㄱ씨는 O사가 연합동아리 운영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는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며 적자 구조임을 피력했다. 그는 "클럽 운영하는 것 때문에 항상 매달 적자가 나고 있었고, 클럽에서 발탁해 직원이 되신 분들과의 선후배 관계 애착으로 그냥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합동아리 운영을 수익 사업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시중 부트캠프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크루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결과적으로 장부에 매출로 기록했느냐가 핵심"이라며 "형식이 연합동아리 활동비일지라도, 실질적으로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이라면 해당 업체의 매출로 잡히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세청에 신고된 매출 내역에 해당 금액이 포함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만약 이 금액을 매출에서 고의로 누락했거나, 비용을 허위로 계산해 세금을 줄였다면 명백한 조세포탈(탈세)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회계 장부는 없다" ㄱ씨는 “수익으로 귀속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회계 장부는 존재하지도 않으니, 제공해 드릴 수 없다”며 “당연히 매출로 발생해서, 비용으로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액 전체가 운영비와 인건비로 소진되는 구조이기에 별도의 ‘수익 증명 장부’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계 장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주장은 동아리원들의 활동비가 “법인 매출로 귀속된다”는 사실 인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법인 매출로 잡히고 세금계산서가 발행되는 거래라면 기업 회계 기준상 장부 기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지향 박갑주 변호사는 "주식회사가 회계장부를 작성하지 않는 것은 상법 위반"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상법 제448조에 따르면, 회사는 회계장부와 서류를 작성하고 본점에 비치할 의무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회계장부가 없다"는 O사의 주장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상법 제635조에 의해 그 자체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며 "나아가 탈세나 횡령 등 다른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고의적인 증거인멸 시도로 해석될 수 있어 (법인 측에) 매우 불리한 정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와 같은 이유로 정상적인 법인 운영 실무에서 회계장부가 존재하지 않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대학생들이 공유하는 '연합동아리'라는 문화적 틀 안에서 인당 최대 67만 원에 달하는 고액을 수취하면서도 회계를 비공개로 일관하는 것은 지적받을 수 있다. ㄱ씨는 O사가 "동아리 운영을 관리하고 후원하는 주체"라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대학생들의 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증명할 회계 내역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소명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불투명한 자금 흐름 속에 숨기고 싶은 대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울 수 있다. 더욱이 다수의 동아리원은 자신이 낸 돈이 O사라는 특정 기업의 법인 계좌로 흘러 들어간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결국 자칭 후원사가 뒤에서는 대학생들의 돈을 법인의 수익으로 귀속시키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내역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닫고 있다. 이에 대해 A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김예원 씨는 "동아리원이 한두 명도 아닌 상황에서 장부를 아예 쓰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무언가 감추고 싶은 이상한 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애초에 배후에 기업이 있다는 것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며 "우리 활동비가 법인의 수익으로 귀속된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구성원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구조가 "굉장히 부정적으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B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최승희 씨 또한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악용하는 사람이 발생했으니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을 우리가 이해해 줄 필요는 없지만, 설령 그 주장을 합당화하려 했다면 최소한 장부는 작성해 두었어야 한다"고 회계장부의 부재를 꼬집었다. 이어 "학생들은 대부분 본인의 힘으로 번 소중한 돈을 스펙을 위해 투자하는 것인데,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O사가 스스로를 '후원사'라고 칭하는 점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최승희 씨는 "애초에 후원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후원하는지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래야 후원사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어떤 후원을 했다는 증빙도 없이 스스로를 후원사라 자칭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설령 실제 횡령을 하지 않았더라도, 기록이 없다는 주장 자체가 스스로 횡령 의혹이라는 우물을 파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동아리원에게 돈 걷었지만…현금영수증은 '생략' 또 다른 문제는, 실질적인 자금이 대학생 개개인의 주머니에서 '동아리 활동비' 명목으로 나왔으나, 정작 세금계산서가 기업과 연합동아리 간의 '용역 거래'로 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동아리원들이 연합동아리 활동비를 현금으로 계좌이체하는 과정에 있어 별도의 현금영수증 발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갑주 변호사는 "부가가치세법상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거래의 실질적 공급자인 O사가 최종 소비자인 대학생들에게 현금영수증을 발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체 없는 연합동아리와 허위 용역 거래를 만들어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행위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며, 매출 누락과 비용 부풀리기를 통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탈루'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 문제를 넘어 업무상 횡령 및 사기죄 성립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지형 변호사는 "O사의 대표가 실질적으로 연합동아리의 운영자라는 것이 명백하고, 실제로 금원관리 등에 대한 지배적인 권한이 있는 자로서 해당 금원을 O사로 빼돌린 것이라면 '업무상 배임죄' 내지는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부정수급 의혹엔 "서울시 조사 마쳐, 법적 문제 없다" 서울시의 '서울 동아리ON' 보조금 부정수급 의혹에 대해 ㄱ씨는 법적 결격 사유가 없음을 확인받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해당 사안과 관련한 자료를 모두 '공개'했으며 취재진 측에서도 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 담당자들의 호출과 조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중 모두 행정적 확인과 소명을 통해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당국의 조사가 이루어졌음을 강조했다. <대학알리>가 당국의 조사에 대해 질의한 결과,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측은 O사와 3개 연합동아리의 다중수급 및 부정수급 의혹에 대해 "가벼운 사안이 아닌 만큼 '기준'을 상세히 검토 중"이라며 답변을 미뤘다. *본 기사는 영향력 확산을 위해 <프레시안>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공유자료)>에 동시 발행됐습니다. 서지우 기자 (04hamziwo@naver.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1. (주)O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전·현직 관계자 2. A(마케팅), B(엔터테인먼트), C(기획) 연합동아리 운영 및 수익 구조를 아시는 분 3. 기타 유사 위장 동아리의 기망적 운영 사례를 겪으신 분 '가짜동아리 배후기업'에 대해 추가적인 사실을 알고계시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의 익명은 보장되며, 전달해주신 정보는 취재 목적 외에 사용되지 않습니다. 제보: univallipress@gmail.com | 카카오톡 대학알리 오픈 채팅방 (QR코드)
| 편집자 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30대 이하 신규채용은 240만8000개로, 통계 작성 이래 최하위를 기록했다. 역대급 취업 빙하기, '1주일에 커피 몇 잔 값으로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달콤한 문구들 사이에서 청년들은 한두 푼씩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낸 비용은 인당 수십만 원, 전부 합쳐서 억 단위를 넘어선다. 스펙 한 줄이 아쉬운 대학생을 노린 연합동아리의 몸집은 그렇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대학알리>는 대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기획을 준비했다. 수백명의 대학생이 속한 3개 연합동아리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 겉으로는 자치적인 대학생 동아리처럼 보였던 이들은 실제론 배후기업 '(주)O사'가 기획·운영하는 가짜동아리로 밝혀졌다. 대학생에 대한 O사의 기망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대학생들의 절박함이 더 이상 이용되지 않을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배후기업 (주)O사의 반론은 시리즈 3번째 기사에 실립니다.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①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③ [단독]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O사 "우리는 적자 구조, 회계 장부는 없다" ④ 취업난에 우는 대학생들…'가짜동아리'에 두 번 울지 않으려면 단순 '후원사' 아니었다…연합동아리 회장 활동한 '배후기업 직원' 3개 연합동아리의 후원사라고 자칭한 '(주)O사'는 단순히 연합동아리의 기획·운영에 개입한 것을 넘어 직접 활동까지 수행했다. O사 직원이 직접 A 연합동아리(마케팅) 회장으로 활동한 것이다. 2023년 8월, A 연합동아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O사 직원 ㄴ씨는 ‘A 연합동아리 대장(A 연합동아리의 회장 역할)’으로 직접 출연했다. 영상에 나온 ㄴ씨의 얼굴은, 몇 주 뒤 O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단체사진 속 인물과 동일했다. ㄴ씨는 A 연합동아리 회장으로서 영상 출연에 출연하는 동시에 O사의 직원으로서 3개 연합동아리에 대한 실질적인 역할도 수행했다. B 연합동아리(엔터테인먼트) 파트장(팀장)이었던 김하준(가명) 씨는 "파트장 면접 당시 ㄴ씨에게 면접을 봤다"고 증언했고, B 연합동아리의 앰배서더 박영환(가명) 씨 역시 위 사진을 보여주자 "이분이 앰배서더 면접을 했던 분이 맞다"고 답했다. "홍보 모델 구합니다"…배우 구인 사이트에 올라온 배후기업 직원의 게시글 이에 더해 O사가 연합동아리에 ‘가짜 회장’을 선임하기 위해 배우를 동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2023년 5월, 소규모 영화 제작사와 신인 연기자를 연결해 주는 커뮤니티 겸 플랫폼 사이트 '필름메이커스'에 한 구인글이 올라왔다. 해당 사이트에서 ㄴ씨는 '대학생 교육 서비스 홍보 모델'을 구인했다. 유튜브 채널 출연·면접 미팅·제휴 미팅·행사 MC까지, 구인글이 제시한 주요 업무는 3개 연합동아리 회장의 업무와 일치했다. 각 회장은 월 60만 원의 급여를 받으며, 성과급 형태로 급여가 추가될 수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공고 내용은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모집과 거리가 멀었다. 해당 구인글에서는 우대사항으로 '학벌이 사회적으로 명문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경우', '전공 상관 x, 일반 잘나가는 대학생의 느낌이면 좋음', '각 학교 홍보 모델 경험이 있는 경우', '아나운서/캐스터 지망생 중 아직 4학년 혹은 졸업 유예인 자' 등을 제시했다. 해당 구인글은 지원자의 필요 역량을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과 대본, 콘텐츠를 기반으로 교육 서비스와 본인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중요하다'고 명시하며 '본인이 급여를 받고 진행하는 홍보 모델임을 확실히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거대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이끈 회장은 O사에서 급여를 주고 고용한 계약직 직원이었던 셈이다. 이들은 전문 역량이 아닌, 학벌과 외모를 바탕으로 선발됐다. 좋은 이미지와 연기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가짜 회장으로 세워 연합동아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취재 당시 A 연합동아리 회장은 모 법무법인에서 아나운서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B 연합동아리 회장은 모 공사 홍보 영상에 배우로 출연한 경력이 있다. C 연합동아리 회장은 모 서울권 사립대학 홍보대사 출신이다. A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대학생 한재연(가명) 씨는 "활동 당시 회장에게 '어떻게 회장이 되셨느냐'고 물었을 때, 본인은 이곳에서 활동했던 기존 부원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며 "자신은 추천을 받았다거나, 발탁이 되었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B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최승희(가명) 씨는 O사가 연합동아리 공동체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돈으로 고용된 연기자가 리더였다는 사실을 안 이상, 연합동아리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동료들과 연합동아리의 운영 체계 전체가 가짜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알리>는 ‘가짜 회장’에 대한 의혹과 입장을 듣기 위해 각 연합동아리 회장들에게 개별적인 연락을 취해 공식 입장을 요청했으나, 모두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홍보물엔 '학생자치단체', '대학생 동아리 조직'…배후기업 존재 쏙 뺐다 3개 연합동아리의 플랫폼별 홍보 방식을 조사한 결과, 실질적 운영 주체인 O사의 명칭은 홍보물 전반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전국 대학 연합 동아리'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며, 대외활동 플랫폼인 링커리어에서는 기업 형태를 '동아리/학생자치단체'로 설정하여 공고를 게시했다. 법무법인 리버티 홍지형 변호사는 "실질적 운영 주체에 관한 정보는 대학생들의 가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인 만큼,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대학생은 위 표현을 보고 대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순수 동아리라고 인식할 개연성이 있다"고 짚으면서도 "실무적으로는 이러한 차이가 '과장'을 넘어 본질적 사실의 은폐로 인정되지 않아 법 위반으로까지 판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국 법의 잣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학생사회의 반발…"학생자치 아니면 '동아리' 간판 떼라" 이 사안에 대한 학생사회의 시각은 단호하다. 김표훈 고려대학교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O사가 사실상 운영하는 3개 연합동아리를 향해 "전혀 연합동아리나 학생단체로 부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회장은 "학생자치단체의 주체는 반드시 학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기업의 일반적인 대외활동인 '앰배서더(홍보대사)' 모집과 O사의 방식을 비교하며 "통상적인 기업은 공식적으로 앰배서더를 모집하여 그 목적을 명확히 밝히지만, O사가 '연합 동아리'라는 명칭을 고집한 것은 더 많은 대학생을 비용 없이 끌어들여 본인들의 영리를 추구하겠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실질적인 인사권과 회계권을 행사하면서 '동아리' 명칭을 사용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학생자치를 넘어선 '사기'라고 생각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기업에 의해 고용된 홍보 모델이나 직원이 리더를 맡는 구조에 대해서는 "대포 통장과 같은 '차명' 조직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손준배 서울대학교 총동아리연합회 회장은 3개 연합동아리에 대해 "종합해 생각해보았을 때 대학 연합동아리 내지는 학생단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는 조직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동아리나 학생단체에서 활동해 온 실제 회원 중 내부 합의나 선출을 통해 대표자를 뽑는 것이 학생자치의 당연한 상식"이라며, "외부 기업에 의해 고용된 홍보모델이나 직원을 대표자로 내세울 경우 자치성과 자주성이 크게 훼손되므로 학생단체로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O사 측이 연합동아리 운영에 있어 학생자치를 표방한 적이 없다면, 실제 홍보물에서도 '동아리'라는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학교 동아리연합회 관계자는 "동아리라는 명칭 자체가 대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고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문화들을 창달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라고 생각한다"며 학생자치의 본질을 설명했다. 이어 "일반 대학생들은 분명히 학생들끼리의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동아리에 가입했을 것이고, 특정 법인이 운영하며 운영비가 그 법인에 귀속된다는 것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생이 아닌 특정 기업이 인사권과 회계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학생 연합 동아리'나 '학생단체'가 아닌 기업에 소속된 서포터즈나 다른 명칭으로 불려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라며 조직의 정체성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다. '가짜 회장'이라도 필요했던 이유…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3개 연합동아리는 모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동아리 사회기여활동 지원사업 '서울 동아리ON'의 수혜를 받았다. 서울 동아리ON은 대학생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하고 지역사회 문제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연합동아리의 경우 최대 500만 원의 활동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모집 개요에 따르면, 동일 유사사업으로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국비·시비·구비 등을 지원받고 있거나 지원받을 예정인 동아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 동아리ON 사업을 주관하는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측은 "대학생으로 구성된 동아리를 지원하려고 만든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알리>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3개 연합동아리는 모두 최대 지원금액인 5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실질적인 운영 주체가 기업이라는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3개 연합동아리가 모두 보조금을 수령한 것이 사업 본연의 취지와 부합하는지, '부정수급'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측은 "서울시는 3개 연합동아리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운영주체에 의해 운영되거나 별개의 단체로 가장한 상황을 사전에 인지한 바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각 동아리들이 활동 계획서 및 보조금 집행 지침에 맞게 보조금을 적절히 집행했는지 내부 검토, 회계 감사 등을 통해 면밀히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리버티 홍지형 변호사는 "3개 연합동아리의 행위가 서울시 측으로 하여금 각 연합동아리를 독립적인 대학생 자치 활동으로 오인시킬 여지가 충분하다면 형법상 '사기죄'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혐의가 입증될 경우, 민사상 책임으로 서울시는 보조금법에 근거해 지급된 보조금 전액을 환수할 수 있으며, 반환해야 할 보조금의 최대 5배까지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물어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도 진행할 수 있다. 행정 제재로는 서울시가 O사와 3개 연합동아리를 향후 5년 이내의 기간 동안 보조사업 수행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다. 아울러 위반 행위의 내용과 함께 O사 및 3개 연합동아리의 명단이 공개되는 공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대학알리>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보조금 집행 내역을 분석한 결과, 3개 연합동아리는 지원받은 보조금을 주로 동아리 행사 식비나 다과비, 소모품 구입비 등 운영 전반의 지출을 메꾸는 데 사용했다. 이미 동아리원들로부터 한해 동안 수억 원의 활동비를 걷은 정황이 있음에도, 정작 연합동아리 운영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지출은 서울시의 보조금으로 해결한 것이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 제40조'에 따르면,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이나 간접보조금을 교부받거나 지급받은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판례는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는 법에 의한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로서 보조금 교부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라고 설명하고 있다. 홍지형 변호사는 "O사가 3개 연합동아리의 실질적인 운영 주체가 자신임을 숨긴 것은 소극적 행위로, 형식상 별개의 연합동아리인 것처럼 활동계획서를 제출하고 부적절한 회장을 내세운 것은 적극적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O사는 지난해 5월 '중소벤처기업부 공식 마케팅바우처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어 정부 지원을 받았다.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측은 '다중수급'의 기준에 대해 "국가나 서울시 외 다른 지자체 및 기관으로부터 지원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개 연합동아리의 실질적 운영 주체인 O사가 지자체 보조금을 수령한 동시에, 기업으로서 정부 지원금까지 받은 구조가 성립된다면 이는 공적 자금의 다중수급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본 기사는 영향력 확산을 위해 <프레시안>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공유자료)>에 동시 발행됐습니다. 서지우 기자 (04hamziwo@naver.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1. (주)O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전·현직 관계자 2. A(마케팅), B(엔터테인먼트), C(기획) 연합동아리 운영 및 수익 구조를 아시는 분 3. 기타 유사 위장 동아리의 기망적 운영 사례를 겪으신 분 ‘가짜동아리 배후기업’에 대해 추가적인 사실을 알고계시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의 익명은 보장되며, 전달해주신 정보는 취재 목적 외에 사용되지 않습니다. 제보: univallipress@gmail.com | 카카오톡 대학알리 오픈 채팅방 (QR코드)
| 편집자 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30대 이하 신규채용은 240만8000개로, 통계 작성 이래 최하위를 기록했다. 역대급 취업 빙하기, '1주일에 커피 몇 잔 값으로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달콤한 문구들 사이에서 청년들은 한두 푼씩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낸 비용은 인당 수십만 원, 전부 합쳐서 억 단위를 넘어선다. 스펙 한 줄이 아쉬운 대학생을 노린 연합동아리의 몸집은 그렇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대학알리>는 대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기획을 준비했다. 수백명의 대학생이 속한 3개 연합동아리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 겉으로는 자치적인 대학생 동아리처럼 보였던 이들은 실제론 배후기업 '(주)O사'가 기획·운영하는 가짜동아리로 밝혀졌다. 대학생에 대한 O사의 기망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대학생들의 절박함이 더 이상 이용되지 않을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배후기업 (주)O사의 반론은 시리즈 3번째 기사에 실립니다.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①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③ [단독]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O사 "우리는 적자 구조, 회계 장부는 없다" ④ 취업난에 우는 대학생들…'가짜동아리'에 두 번 울지 않으려면 활동도 돈, 휴식도 돈…연합동아리의 끝없는 '비용' 요구 "거의 70만 원을 내고 연합동아리를 수료하는 거죠.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 거의 다 이쪽으로 넘어갔어요." 지난해 초, 대학생 김예원(가명) 씨는 3학년 진학을 앞두고 불안에 떨었다. 다른 대학생들은 벌써 인턴과 대외활동으로 스펙을 쌓고 있는데, 자신의 텅 빈 이력서를 볼 때마다 가슴이 옥죄어왔다. 그런 김 씨의 눈에 들어온 건 한 '마케팅 A 연합동아리'의 모집공고였다. '실무 경험과 포트폴리오를 보장한다'는 홍보문구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처럼 보였다. 연합동아리 합격 문자를 받았을 때 김 씨는 드디어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을 수 있겠다며 기대에 부풀었다. 기쁨도 잠시, 김 씨는 합격 이후 받은 안내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A 연합동아리로부터 납부를 요구받은 활동비는 24만2000원(13주 기준). 모집 공고 어디에도 이런 숫자는 없었다. 일반적인 학술 연합동아리 활동비가 분기당 1만 원 수준, 많아도 4~5만 원 정도인 것을 생각하니 부담감은 더욱 컸다. 수료까지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50만 원을 넘었다. 김 씨는 생각 외의 지출액수가 부담스러웠지만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간절함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입금 버튼을 눌렀다. A 연합동아리 소개 홈페이지 한편에는 등록비 관련 Q&A가 있다. 그러나 해당 페이지는 '매주 프랜차이즈 커피 3~4잔 마시는 가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금액은 제시하지 않았다. 김 씨는 "일주일에 프랜차이즈 커피 3~4잔 값이라는 문구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오해했다"고 가입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커피 가격이 1000원부터 5000원 선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 모집 대상이 대학생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신청자들이 '매주 프랜차이즈 커피 3~4잔 가격'을 분기당 24만2000원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예원 씨만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진출을 꿈꾸는 대학생 최승희(가명) 씨는 '엔터테인먼트 연합 B 동아리'에 가입해 수료까지 67만 원의 활동비를 납부했다. 최 씨 역시 가입 후에야 24만2000원의 활동비를 알게 됐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대외활동 기회 자체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인턴이나 다른 대외활동에 떨어지면 이거라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휴식 기간에도 돈을 내야 했다. B 연합동아리 측은 "데이터 관리 비용"이라며 '휴식비'로 시즌당 2만 원을 요구했다. 최 씨는 "일반적인 교내동아리와 별다르지 않다고 느꼈는데 비용은 훨씬 비쌌다. 돈과 노동력을 모두 바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최승희 씨가 언급한 '노동력'은 연합동아리의 주요 활동 내용과 맞닿아 있다. 이들은 실무 경험 제공을 위한 커리큘럼 수행 차원에서으로 특정 인스타그램 매거진에 게시될 숏폼 영상이나 바이럴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다. 김예원 씨는 "조회수가 잘 나오는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정작 제작자는 돈을 내고 활동해야 하는 구조"라며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프로 같은 도구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 돈을 써가며 연합동아리의 계정을 키워주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 활동을 정당화하기엔 현장에서 느끼는 불합리함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A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위지혜(가명) 씨는 "인스타그램 매거진 게시물이나 바이럴 콘텐츠를 올리는 일을 하는데, 통상적으로 다른 매체는 원고료나 제작비를 지급한다"며 "하지만 이곳은 거꾸로 돈을 내고 일하는 구조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의 노력으로 계정이 성장하고 조회수가 수만 회를 기록해도, 오히려 활동비를 지불하며 연합동아리 측 채널의 영향력만 키워주는 것이다. 고액 활동비 대신 받아든 건 포트폴리오 '양식' 두 사람은 고액의 활동비에도 참고 버텼다. 25주 간의 커리큘럼을 마치고 받는 실적 자료집(포트폴리오)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받아든 결과물은 완성형이 아니라 자료집 '양식'에 불과했다. 취재 결과, 연합동아리가 제공하는 포트폴리오의 '자동화'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시스템상 자동으로 생성되는 부분은 주차별 활동의 제목과 가벼운 요약 정도였다. 예를 들어 '[레코드기획] 트랙리스트 퍼블리싱 000그룹 미니 0집 기획안 작성'과 같이 어느 주차에 어떤 과업을 수행했는지를 나열하는 '인덱스(색인)' 수준에 그친다. 문제는 포트폴리오의 핵심인 '상세 서술' 파트다.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기업에 어필해야 하는 프로젝트 상세 설명 부분은 사실상 '공란'으로 제공됐다. 학생들은 자신이 수행한 프로젝트 중 3~5개를 직접 선택해 약 한 페이지 분량의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 채워 넣어야 했다. 연합동아리가 '자동화된 포트폴리오 시스템'이라 홍보해 온 것과는 달리, 포트폴리오에 핵심이 되는 구체적인 경험 서술은 학생들의 수기 작업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B 연합동아리를 수료한 최승희 씨는 "활동 중간에 포트폴리오를 채우기 위해 활동의 느낀점 등을 보고하는 별도의 공지나 과정은 없었다"며 "졸업 직전에야 일주일 남짓한 시간을 주고 작성을 안내받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활동 자료를 구글드라이브에 업로드 해뒀고, 자동으로 포트폴리오가 생성되는 시스템이라고 홍보를 해서, 활동만 하면 포트폴리오가 알아서 나오는 시스템인 줄 알았다"며 "실제로는 구체적인 프로젝트 활동 부분이 공란이었고, 내가 모든 내용을 직접 채워야 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연합동아리가 대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점을 꼬집으며 "결국 가장 원하는 걸로 채울 수 있게 해준다는 명목하에 내가 다 채운 셈"이라고 허탈해했다. 또한 "여러 팀의 자료를 직접 취합하는 것부터 개인 클라우드 용량을 써서 업로드하는 것까지 모두 자신이 했다"며 "단순히 '템플릿 제공'이라 해야 할 것을 '자동화된 포트폴리오'로 표현한 건 애초에 과장"이라고 비판했다. A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대학생 한재연(가명) 씨는 "당시 너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며 "양식에는 직접 네이버 카페에 올려두었던, 어느 주차에 무슨 활동을 했는지 정도만 복사해서 붙여넣기가 되어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 씨는 "에세이 쓰는 활동에서 1등을 몇 번 했는데, 그런 것들도 전혀 아카이빙되어 있지 않았다"며 "스스로에 대해 하나하나 찾아서 넣으면서, 매번 데이터 구축 비용이라고 활동비를 받았던 것들은 다 무엇이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전했다. "어? 다른 연합동아리 맞아요?" 연합동아리 활동비 납부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대학알리>를 만난 김예원 씨와 최승희 씨는 이 자리에서 각자 활동하는 연합동아리가 이상하리만큼 닮은 운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잠깐만요, 이거 B 연합동아리 자료 맞아요? 제가 활동한 A 연합동아리랑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생겼는데요?" 취재 결과 두 연합동아리의 네이버 카페는 공지사항·활동보고 등 폴더 구조부터 게시판 디자인·홍보물 폰트 스타일까지 완벽하게 일치했다. 김 씨는 "마치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것처럼 똑같아서 소름이 돋았다"고 표현했다. 단순히 웹사이트 구조가 우연히 닮은 것이었을까. 한재연 씨는 지난해 8월 열린 동아리 연합 행사에서 이상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당시 행사장에는 김예원 씨와 최승희 씨가 속한 마케팅(A)과 엔터테인먼트(B)뿐만 아니라 기획(C)까지 전혀 다른 간판을 내건 3개의 연합동아리가 한자리에 모였다. 한 씨는 "원래는 A 연합동아리만의 고유 행사로 알고 있었는데, 주최 측에서 '이번에는 여러 동아리가 연합해 스케일을 키웠다'고 홍보했다"며 "현장에서 3개 연합동아리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꼬리 밟힌 '배후기업'…앞에서는 후원사, 뒤에서는 운영사 <대학알리>는 3개 연합동아리와 '배후기업'의 관계를 안다는 제보자 김현수(가명) 씨의 증언을 확보했다. 김 씨는 과거 A 연합동아리의 창립 과정에 참여했다. 김 씨는 "A 연합동아리는 (주)O사 대표 ㄱ씨가 기획한 플랫폼"이라며 "과거 스타트업 연합동아리에 있던 시절 우리의 결과물을 평가해 주던 ㄱ씨가 몇몇 우수자들에게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A 연합동아리를 만들고 싶은데, 창단 멤버로 함께하면 좋겠다'고 먼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B 연합동아리에 대해서는 "ㄱ씨 쪽에서 먼저 기획한 A 연합동아리 관련 내용이 있었고, 기존부터 있던 B 연합동아리의 운영 방식을 스터디하라고 지시했다"며 "정황상 3개 연합동아리가 O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3개 연합동아리의 운영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각 연합동아리의 네이버 카페에서 확보한 진행규정과 전체 프로그램 내용에는 유달리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었다. '후원사'. 일반적으로는 단체의 운영을 위해 물품·기부금 등을 지원하는 기업을 의미하지만, 3개 연합동아리에서 후원사의 영향력은 유별나게 컸다. 3개 연합동아리의 진행규정 전체를 검토한 결과, O사는 후원사라는 이름으로 연합동아리 운영 곳곳에 직접 개입하고 있었다. 포트폴리오에 기록되는 졸업 성적은 운영진이 결정한 뒤 후원사에게 승인을 받아야만 발급되는 구조였으며, 활동 혜택으로 제시한 자격증 및 관련 분야 취업 연계 추천서 발급 역시 후원사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억 단위' 수입 예측되는 연합동아리지만, 영수증은 '1급 기밀' <대학알리>는 3개 연합동아리의 활동비 총액 산출을 위해 이들의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2024년 활동 인원을 추산했다. 활동 인원 추산은 분기별로 진행되었으며, 각 연합동아리 내부 팀이 공개한 분기별 1주차 참가 인원을 기준으로 정리했다. 추산 결과 A 연합동아리는 봄·여름·가을 시즌 약 160~180명, 겨울 시즌 약 120~130명이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B 연합동아리 역시 시즌별로 최소 140명에서 최대 190명이, C 연합동아리는 처음 창설된 봄 시즌에는 6명, 이후에는 시즌마다 약 20~60명이 활동한 것으로 추산했다. 3개 연합동아리의 활동비는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로 봄 시즌 19만~23만2000원, 여름 시즌 12만6000원, 가을 시즌 19만~24만2000원, 겨울 시즌 12만8000원으로 계산했다. 대학 정규 학기가 진행되는 봄·가을 시즌은 활동 기간이 방학 학기인 여름·겨울 시즌보다 상대적으로 길어 이러한 비용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내용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A 연합동아리는 지난해 약 1억1553만 원, B 연합동아리는 1억1527만 원, C 연합동아리는 2064만 원의 활동비를 누적한 것으로 보인다. 홈페이지를 통해 정확한 휴식 인원 파악이 어려워 휴식비 산출을 제외했음에도 3개 연합동아리를 합쳐 2억5000만 원이 넘는 활동비 누적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대학알리>는 A 연합동아리가 운영하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 활동비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물었다. 연합동아리 측은 "커리큘럼 이행과 운영, 유지, 확장 전반에 사용된다"며 "서버 비용과 데이터베이스(DB) 설계 및 구축을 위한 외주 비용, 데이터 수집(크롤링) 프로그램 비용 등으로 쓰인다"고 답변했다. 억대 활동비가 추산 됨에도 불구하고, 3개 연합동아리의 회계 업무는 후원사인 O사가 독점하고 있었다. '진행규정 5조(진행 일반) 33항'에 따르면 3개 연합동아리는 모두 분기마다 활동비 및 보증금에 대해 후원사의 회계 감사 및 내역 진행 검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34항'에서는 회계 관련 사항에 대해 후원 법인의 허가를 받은 회계 권한을 소유한 담당자 외에는 보안을 유지해야 하며 관련 내용이 무분별하게 유출될 경우 당사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명시했다. 1인당 52~67만 원에 이르는 연합동아리 활동비를 후원사가 정한 연합동아리 내 담당자가 회계하고, 그 감사를 동일한 후원사에서 진행하는 구조나 다름없다. A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한재연 씨는 "1월에 가입해 2월 말쯤 회식을 가졌는데, 당시 8명 정도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2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여름 시즌을 등록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다들 지불할 돈이 너무 부담스럽고 찜찜하다는 반응이었다"고 동아리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교내 소모임이나 학생회조차 영수증 하나하나 다 공개하는데, 수십만 원이나 되는 돈을 내야 하는 입장에서 내역을 하나도 알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알리>는 3개 연합동아리의 회계 불투명성에 관해 관계자 및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손준배 서울대학교 총동아리연합회 회장은 "서울대 소속 대부분의 동아리는 회비가 1만 원에서 10만 원 이내임에도 불구하고 결산안을 회원들에게 보고하거나 배포한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회계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행태는 그 용처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페이지가 넘는 규정 내에 결산안 미공개 등 독소 조항이 있다면 이에 대한 분명한 소명과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리버티 홍지형 변호사는 "해당 규정은 연합동아리 측에서 일방적으로 작성한 점, 다수의 동아리원에게 동일한 내용으로 적용된다는 점, 각 동아리원이 개별적으로 수정하거나 협상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약관규제법상 '약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는 "후원사가 회계 정보를 독점하며 동아리원이 확인할 방법을 일체 제공하지 않는다는 조항 자체가 둘 사이에 현저한 정보 불균형을 만들어 내기에,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약관규제법 제6조에 제1항에 따르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가 된다. 법무법인 지향 박갑주 변호사 역시 "회계 내역 공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법적 보복을 시사한 원칙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하며 "더욱 문제는 이러한 폐쇄적 운영이 범죄를 은닉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O사가 만약 활동비를 연합동아리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했다면 이는 명백한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며 "회계 내역을 비공개하는 것은 횡령 및 조세 회피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가장 전형적인 수법 중 하나로, 범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영향력 확산을 위해 <프레시안>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공유자료)>에 동시 발행됐습니다. 서지우 기자 (04hamziwo@naver.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1. (주)O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전·현직 관계자 2. A(마케팅), B(엔터테인먼트), C(기획) 연합동아리 운영 및 수익 구조를 아시는 분 3. 기타 유사 위장 동아리의 기망적 운영 사례를 겪으신 분 '가짜동아리 배후기업'에 대해 추가적인 사실을 알고계시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의 익명은 보장되며, 전달해주신 정보는 취재 목적 외에 사용되지 않습니다. 제보: univallipress@gmail.com | 카카오톡 대학알리 오픈 채팅방 (QR코드)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Free Free Palestine)!", "전쟁범죄 옹호하는 유발 샤니(Yuval Shany) 규탄한다!", "고려대는 이스라엘 전쟁범죄 동조자와 학술협력 동결하라!" 19일 오후 1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SK미래관 앞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고려대 구성원 및 시민사회 일동'이 '고려대학교의 유발 샤니 이스라엘 교수 초빙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SK미래관에서 휴먼아시아와 고려대 국제인권센터 등이 주최하는 '국제 AI 인권장전 세미나'에 기조강연자로 유발 샤니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 법학교수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고려대 재학생 임서연 씨는 "집단학살 가해국인 이스라엘의 학자를 초청해 인권과 평화를 논하는 것은 기만"이라며 학교 및 주최 측을 강하게 성토했다. "자유·정의·진리? 대학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 첫 발언자로 나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학생 공동행동' 소속 고려대 재학생 소냐 씨는 "유발 샤니가 참여하는 행사는 평화의 이름으로 전쟁 지역에서의 AI 사용을 정당화한다"며 "고려대는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학살의 현실을 알고 있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적극적으로 식민화하고 있으며,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라고 외쳤다. 소냐 씨는 고려대의 슬로건인 '자유, 정의, 진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고려대는 '자유, 정의, 진리'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며 "팔레스타인 민중의 억압을 묵인하며 '자유'를 저버리고,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외면하고 연대하지 않음으로써 '정의'의 원칙을 저버리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의 실체에 대해 우리에게 거짓을 말함으로써 '진리'의 원칙마저 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팔레스타인 민중을 향한 폭력에 사용된 AI를 찬양하는 연사를 초청한 오늘, 우리 대학은 과연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느냐"고 반문하며 "고려대 학생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집단학살 속에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동지들에게 학교를 대신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겪은 고려대, 학살 옹호는 자기 부정" 이어 마이크를 잡은 고려대 재학생 김혜인 씨는 고려대의 역사적 배경을 환기하며 유발 샤니 교수 초청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그는 "사학과에 입학하면 오리엔테이션에서부터 선배들이 '고려대는 일제강점기라는 식민 지배 시기에 당당한 민족교육기관으로 설립됐다'고 말해준다"며 "고려대가 만들어진 뜻에는 학문은 불의에 맞서 저항해야 한다는 신념, 혹은 최소한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교육만큼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인 씨는 "고려대는 유발 샤니 교수를 초청함으로써 그 모든 가치를 스스로 저버렸다. 지식을 통해 정의에 봉사하기는커녕, 지식과 대화의 이름으로 불의를 은폐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대학들을 파괴해 온 이스라엘을 옹호함으로써, 교육과 배움의 지속 자체를 가로막는 행위에 동참하고 있다. 유발 샤니의 '자신은 단지 학술을 할 뿐이다'라는 무책임한 주장을 옹호함으로써 학문과 윤리의 관계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팔레스타인에는 더 이상 대학이 남아있지 않다"며 "최소한 집단학살에 맞서 싸우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지지하거나 정당화하는 일만큼은 하지 않는 최소한의 양심을 갖추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학술의 중립성? 학살 정당화하는 방패막이일 뿐" 대학원생과 강사 등 학술 노동자들의 규탄도 이어졌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고려대분회 박민상 씨는 이스라엘 학계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려스러운 점은 폭력에 대해 이스라엘 집권 세력과 지지자들이 취하는 적나라한 태도"라며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 대한 불법적 사형을 지지하는 배지를 차고 다니는 정치인들, 학살의 폭력에 열광하는 이스라엘인들의 모습은 가자의 모든 사회적 기반에 대한 조직적 파괴 행위와 동기화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상 씨는 유발 샤니 교수의 논리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그는 "유발 샤니 교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광범위한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유엔 조사위원회도 확인한 '집단학살'의 명명을 거부하고, 가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를 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군부의 공식 입장을 되풀이하는 등 학술의 중립성을 참칭해 전쟁범죄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학술과 인권의 언어가 학살에 동원되는 만큼, 학술이 가질 수 있는 비판과 창조의 역량도 사라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민상 씨는 "이스라엘 학계와 정치집단이 '정상화'될 때까지 지식생산자들은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자리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발 샤니 교수와 강연을 주최한 휴먼아시아를 규탄하고 고려대의 학술교류 동결을 촉구했다. "기술이 인간에게 무엇을 했는가 물어야" 이날 고려대 유민형 강사는 성명서를 통해 '기술과 인권'이라는 세미나 주제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기술과 인권이 직접적으로 충돌하고, 기술이 인간의 삶과 존엄성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대학이 AI와 인권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일은 단순한 최신 경향 추적이 아닌 윤리적 책임의 문제"라며 "유발 샤니 교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과 군사행동을 둘러싼 비판적 국제여론 속에서 이를 법리적·국가안보적 논리로 정당화하는 데 기여해온 인물"이라고 짚었다. 유민형 강사는 특히 이스라엘이 점령지 관리와 전쟁 수행에 AI 기술을 사용해온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군사작전, 점령 행정, 감시·봉쇄 체제의 운영에 각종 신기술을 이미 활용해온 국가이며, 정교한 감시 시스템과 AI 기반 타격 시스템이 점령지 관리와 전쟁 수행에 사용된 사례가 국제 언론과 연구 보고서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다"며 "AI 기술은 중립적인 기술이 아니라, 그 배치·사용·목적·대상이 윤리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미 국제적 인권 규범의 새로운 경계에 서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AI 인권을 논하려면, 기술이 인간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가만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에게 무엇을 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미래를 상상하기에 앞서 현재 일어난 폭력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학술은 현실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비판 없이는 윤리가 없고, 비판 없는 인권 논의는 공허하다"고 지적했다. "음식 찌꺼기 두고 싸우는 교수님들…이게 팔레스타인의 현실" 대한민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팔레스타인 유학생 타렉 함단(Tarek Hamdan) 씨는 성명서를 통해 "저는 이곳에 와서 공부할 수 있었던 운 좋은 소수"라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는 항상 '그들은 네게서 돈, 집, 소유물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지만 네 교육을 빼앗을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지금 가자지구의 모든 대학은 표적이 되었고 고등교육 시스템은 체계적으로 파괴됐다"며 "100일이 지나자 온전한 대학은 단 한 곳도 남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학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유학 허가를 받은 학생들조차 이스라엘에 의해 출국이 거부당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도 갈 수 없게 된 학생들도 있다. 비자가 거부되어서가 아니라, 학살 속에서 살해당했기 때문이다"라고 피해 사례를 언급했다. 타렉 씨는 유발 샤니 교수의 초청을 "모욕적인 초대"라고 규정하며, 현지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참상을 전했다. 그는 "여전히 사촌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데, 그들은 '존경하던 교수님들이 이제는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음식 찌꺼기를 두고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며 "빵 두 조각과 구할 수 있는 물 몇 모금을 가지고 집에 돌아가 가족을 먹이고, 여전히 난민 캠프에서 빌려온 책을 나누어 쓰며 촛불 아래서 공부를 하려 애쓴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인권을 설교하면서도 국제적 살인자들을 학술 강단에 초청해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게 한다면 우리 청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이냐"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 범죄자를 초대하는 무감각한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식민자는 꺼져라…너희가 말하는 국제법은 불법"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의 활동가 누르 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이스라엘과 유발 샤니 교수를 직격했다. 그는 "식민자는 꺼져라. 너가 운운하는 국제법, 너가 소속된 히브리 대학과 너가 거주하고 있을 그곳에 있는 것이 국제법상 불법이다"라며 "팔레스타인 땅 동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 대학은 존재 자체가 불법이다.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점령된 팔레스타인 땅에서 불법 정착촌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이들은 제네바 협약에 따라 고의로 전쟁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라고 외쳤다. 누르 씨는 학술 공간의 정치적 중립성을 운운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시온주의자는 학술 공간에서 꺼져라. 학술 보이콧이 대학의 가치를 잃게 한다고?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우리는 억압받는 민중, 집단학살과 군사점령 속에서 살아서 증언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언어와 역사를 기준으로 잡는다"며 "학술 공간이 탈정치적 공간이라는 식의 말이야말로 어리석다. 학술 공간의 운영과 거기서 생산된 지식의 활용이 이 사회, 이 정치 안에 있는데 그게 말이라고 하느냐"라고 전했다. 누르 씨는 "학자라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스라엘이 정상국가인 양 뽐내는 것이 역겹다. 대한민국의 학술 기관들도 정신 차려라. 식민자가 벌이는 역겨운 짓의 공모자가 되지 말라"고 강조했다. "호화로운 강의실의 '인권', 잔해 속의 '학살'을 덮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학교 및 주최 측에 ▲유발 샤니 교수 섭외 철회 ▲이스라엘 학술기관과의 교류 중단 ▲주최 측 책임자와의 면담 등을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강의실이 호화로운 만큼, 그럴싸한 이론이 마이크를 통해 또렷하게 전달되는 만큼, 팔레스타인의 비참한 현실과의 대조는 강연을 더욱 우스꽝스럽게 만들 것이다. 유발 샤니 교수가 고려대학교의 쾌적한 강의실에서 열변을 토할 동안, 가자지구의 학생과 교수들은 폭격으로 잔해가 된 캠퍼스로부터 쫓겨나 천막 아래에서 온라인 녹화 강의로 고등교육을 이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스라엘 학계를 매개로 한 학술교류는 집단학살을 저지르는 이스라엘을 정상국가로 보이게 한다"며 "이는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도덕적 지원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자리를 정리하지 않고, 곧바로 유발 샤니 교수의 강연이 열릴 예정인 SK미래관 입구 쪽으로 향했다. 이들은 굳게 닫힌 행사장 문 앞을 지나치며 "전쟁범죄자 유발 샤니는 고려대를 떠나라", "제노사이드(Genocide)는 환영받지 못한다" 등의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곧바로 흩어져 각자의 피켓을 들고 SK미래관 인근 곳곳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화려한 컨퍼런스 홀에서 'AI 인권' 세미나가 진행되는 건물 밖, 칼바람 속에서 이들이 든 피켓에는 "이곳에선 전쟁범죄자를 초청한 강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차종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자문위원 (chajonggwan.me@gmail.com) 이 기사는 임팩트 증대를 위해 오마이뉴스와 공익저널에 동시 발행됐습니다.
"콘텐츠로 증명한다면, 대학언론이 앞으로도 대학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거란, 독자의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얻었습니다."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와 <대학알리>가 주관하고 <라이프인>, <한국대학신문>이 주최하며 아름다운재단이 후원한 '제1회 대학언론인 어워드' 본선이 열렸다. 이날 대회는 경쟁을 통해 우열을 가리는 기존 공모전과 결을 달리했다. 청춘의 시간을 공익적 가치에 헌신하면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대학언론인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외로운 투쟁을 '연대'의 힘으로 승화시키는 축제의 장이었다. "청춘의 시간을 바친 대학언론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대회를 총괄한 차종관 대학언론인 어워드 스태프는 개회사를 통해 행사의 가장 큰 목적이 '위로'와 '응원'임을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대학언론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정론직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청춘의 시간을 헌신한 것에 비해 알아주는 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차 스태프는 "특히 대학 본부의 검열로 세상에 나오지 못한 기사들을 드러내고, 대학언론이 이끈 사회 변화와 공동체 연대감을 조명하고자 했다”며 "수상 여부를 떠나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음을 확인하고 서로 격려하는 따뜻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러한 취지는 심사 기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평가는 ▲소재의 참신성(10%) ▲콘텐츠의 완성도(20%) 외에도 ▲공동체 연대의식(30%) ▲변화성과 및 임팩트(40%)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대학 공동체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는지,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어떻게 이끌어냈는지가 핵심이었다. 참가자들이 서로의 보도를 평가하는 '상호 심사' 방식 또한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서 서로의 노고를 이해하자는 취지였다. 치열한 기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함의' 본선 무대에는 총 9개 팀이 올라 각자의 취재기와 그 속에 담긴 고민을 털어놓았다. 발표자들은 단순한 기사 소개를 넘어, 대학언론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건국대학교 학원방송국 ABS>는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학사 구조 개편을 다룬 영상이 세 차례나 보도 무산된 아픔을 공유했다. 발표에 나선 손민정 국원은 "단순한 실패담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규 방송이 막혔을 때 숏폼이라는 대안을 찾아서라도 끝까지 학우들의 알 권리를 지키려 했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떤 방식으로 대안을 찾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될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단비뉴스>는 '전국 4년제 대학 학보사 실태조사'를 통해 자료가 전무했던 대학언론의 폐간 현황을 직접 전수 조사하고, 이를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시각화해 분석했다. 전설 기자는 "대학언론이 사라진다는 것은 대학 공동체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약화되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구조적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학언론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학알리>는 '대학언론 위기 극복을 위한 대학언론인 인터뷰' 시리즈를 소개했다. 김태섭 편집장은 "거시적인 해결책보다는 현실적인 해결방안에 집중했다"며 "대담이라는 형식이 공론장 형성을 넘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모델로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했다.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센터>는 학교의 일방적인 '에코 집중 휴무'로 인한 노동자 임금 삭감과 학생 불편 문제를 1년 7개월간 끈질기게 보도해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다. 이가을 기자는 "단순히 소외된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을 넘어, 학생과 노동자가 서로의 문제에 공감하고 연대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며 "언론의 보도가 공동체의 연대감을 강화하고 학생 사회 재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역설했다. <연세애널스>는 유일한 영자신문사 본선 진출팀으로, 대학 랭킹 상승 이면에 가려진 유학생들의 소외 문제를 다뤘다. 이한결 기자는 "대학 랭킹은 오르지만, 정작 유학생들은 언어 장벽과 융화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양적인 국제화를 넘어,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융화되는 '진정한 국제화'와 질적 확장이 필요한 시점임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대학보>는 '국내 마지막 총여학생회 포항공과대학교서 폐지'를 다루며 고립된 대학의 문제를 외부와 연결했다. 김나영 기자는 "서울 중심의 보도 문화를 탈피해 지역 대학의 목소리를 연결하고 싶었다"며 "총여학생회 폐지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학생 사회 백래시의 상징적 사건이기에, 외부의 연대와 공론화가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의 퀴어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보도한 최영서·서예나 기자는 학내 종교적 가치와 소수자 인권 문제를 심층 보도했다. 이들은 "반대 세력이 근거로 삼는 기독교 정신을 다시 파헤쳐, 오히려 기독교 정신은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것임을 밝혀내고자 했다"며 "혐오에 맞서는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함을 기록으로 남겨 장기적인 연대의 기준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방송국 EUBS>는 '이화여대 교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숏폼 다큐멘터리로 담아냈다. 임수빈 국원은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로 느끼지 않으면 클릭하지 않는 현실에서, 숏폼 형식을 통해 접근성을 높였다"며 "단절되어 있던 구성원의 세계를 연결하고, 노동자의 삶을 '타자화'하지 않으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중앙문화>는 '계엄부터 탄핵까지 123일'을 통해 학내에서 벌어진 움직임을 기록했다. 김서현 편집위원은 "모두가 혼란스러워할 때, 중앙대 내의 유일하고 지속적인 기록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했다"며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개인의 용기와 연대를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대학언론의 사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대학보가 대학언론의 퀸이다"…전지에 핀 연대의 꽃 발표가 끝날 때마다 행사장 뒤편에 마련된 전지에는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쓴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이 가득 채워졌다. 경쟁자가 아닌 '가장 열렬한 독자'가 되어 건넨 응원의 메시지들은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주최 측은 심사 전에 포스트잇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서로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과 위로를 나눴다. <이대학보>의 퀴어 보도에 대해서 "대학언론의 퀸이다", "답이 없어 보이는 주제를 적절히 풀어낸 용기 있는 기사"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포항공대 총여학생회 폐지 보도에는 "타 대학 사안을 '여성'이라는 연결성 하나로 다룬 것이 멋지다", "고립된 현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보도가 무산된 <건국대학교 학원방송국 ABS>에게는 "여러분의 투쟁기를 보며 '나도 더 싸워볼 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멋졌다", "송출 여부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는 뭉클한 위로가 전해졌다. 노동자의 삶을 조명한 <이화여자대학교 방송국 EUBS>에게는 "울컥했다. 이런 게 언론의 힘이구나 싶다", "숨겨진 분들을 발굴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있었다. <중앙문화>의 기록에 대해서는 "어려운 시기에 현장에서 발로 뛴 노고가 느껴진다", "사료적 가치가 있는 기록, 존경스럽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언론계 선배들의 제언…"기사 뒤의 치열한 고민 확인한 자리"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선배 언론인들도 후배들의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정화령 라이프인 편집인은 "기사를 보면서 그 뒤에 어떤 치열한 고민과 과정이 있었는지, 글 쓴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확인하게 되어 감명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미디어는 계속 흘러가는 존재이기에 그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선 연대가 필수적"이라며 "오늘 보여준 고민들이 현장에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김준환 한국대학신문 부국장은 "기자 생활을 오래 하는 비결은 열심, 뒷심, 그리고 초심"이라며 "후배들이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서 확인한 치열한 기획과 협업의 경험들이 훗날 어떤 자리에 있든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대학언론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선배로서 국회나 관련 기관과 협력하는 등 구조적 해결책 마련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대상 수상한 이가을 기자…"우리의 기사는 모두의 결과물" 시상식에서는 수상자와 비수상자 구분 없이 서로를 축하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영예의 대상은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센터> 이가을 기자에게 돌아갔다. 이 기자의 '에코 집중 휴무' 보도는 변화성과와 임팩트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타 작품과 압도적인 점수 차를 기록했다. 그는 "이 기사는 나 혼자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기록하고 버텨준 여러분의 결과물"이라며 "대학언론이 위기가 아니라는 증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단비뉴스> 전설 기자는 "이 자리가 대학언론이 아직 건재하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계속 만나자"고 전했다. 우수상을 받은 <이화여자대학교 방송국 EUBS> 임수빈·강찬양·조예빈 국원은 "이번 기획이 '효녀' 노릇을 했다. 앞으로 더 많은 효녀 콘텐츠를 만들겠다"며 재치 있는 소감을 남겼다. <대학알리> 김태섭 편집장이 연재하는 대학언론인 인터뷰 시리즈 '대학언론 대담' 역시 입선에 성공했다. 김태섭 편집장은 이번 결과에 대해 "많은 대학언론인들이 대학언론의 위기에 공감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대학언론 대담'을 연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콘텐츠로 증명했다…함께 대학민주주의 지키자" 차종관 스태프는 "오늘 경쟁 PT를 지켜보며 동료 대학언론인들이 대학 사회와 학생 자치의 변화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대학 소멸과 예산 삭감 등 위기가 크지만, 결국 우리는 콘텐츠로 우리의 가치를 증명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각자의 위치에서 외롭게 싸우지 말고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하자"며 "언론 탄압과 검열에 맞서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한 '대학언론법' 제정, 비민주적 학도호국단 학칙 폐지의 노력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현장 참가자들은 "오늘 우리가 나눈 연대의 마음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가자"고 소감을 나눴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제1회 대학언론인 어워드 수상 명단] • 대상: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센터 (이가을) - 학생·노동자 의견이 배제된 에코집중휴무와 소통 부재 • 최우수상: 단비뉴스 (전설) - 전국 4년제 대학 학보사 실태조사 • 우수상: 이화여대 방송국 EUBS (임수빈·강찬양·조예빈) - 이화여대 교내 노동자들의 목소리 • 입선: ◦ 중앙문화 (김서현·석기범·강시현) - 계엄부터 탄핵까지, 중앙문화와 함께하는 123일 ◦ 이대학보 (김나영) - 국내 마지막 총여학생회 포항공과대학교서 폐지 ◦ 건국대 학원방송국 ABS (손민정·임성민·홍혁재·김연우) - 학사구조 개편 과정의 의사소통 부재 ◦ 대학알리 (김태섭) -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학언론인 인터뷰 ◦ 연세애널스 (이한결) - 교내 국제화의 현실 ◦ 이대학보 (최영서·서예나) - 기독교의 퀴어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
서울과기대, 총학생회 선거 무산 지난 11월 진행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제42대 총학생회 선거가 투표율 미비로 무산됐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는 ST:and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가 단일 출마했다. 윤여원 총학생회장 입후보자(기계자동차공학과 23)와 김유선 부총학생회장 입후보자(조형예술학과 23)가 후보자로 나섰다. 본투표는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단일후보의 당선에 대한 찬반을 투표하면 된다. 투표율이 40% 이상일 경우 개표가 가능하며, 투표자의 2/3 이상이 찬성하면 당선이 확정된다. 그러나 투표율은 예상보다 미비했다. 투표 마감 전날 저녁까지도 약 22% 정도에 머물렀다. 투표 마지막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독려 이벤트를 확대 진행했지만, 결국 최종투표율 34.87%를 기록하며 개표 불가로 막을 내렸다. 서울과기대 중앙선거세칙에 따르면, 투표 마감 기준 투표율이 40% 이상일 때 개표를 진행한다. 35% 이상 40% 미만일 경우 중앙선관위의 의결을 통해 연장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개표 요건과 연장 투표 요건에 미치지 않아 공식 무산되었다. 세칙에서는 본선거가 무산될 시 이듬해 3월 재선거를 할 것으로 명시한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무산 공고 게시글에서 내년 3월 중으로 제42대 총학생회 재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브리타임(온라인 익명 게시판)에서는 학우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후보자와 공약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잘 됐다’는 식의 조롱 섞인 반응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선거 기간 동안 ‘나는 투표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비친 글들이 종종 게시되기도 했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 역시 존재했다. 반대표를 던지지 못할지언정 아예 투표 자체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글들이 게시되었다. 후보자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이유가 ‘주변 평판이 안 좋아서’,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등인 점도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올해 봄 제41대 총학생회장의 제적으로 인한 공백, 소홀한 회계 관리, 일부 공약 미이행 등으로 인한 기존 총학에 대한 불신이 후대 총학 투표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서울과기대 신문사 조사에 따르면, 제41대 결:結 총학생회의 전체 공약 달성률은 약 56%를 기록했다. 소통 분야에서는 높은 공약 이행률을 보였지만 교육·문화·생활 분야에서는 ▲ 그룹스터디실 24시간 개방 ▲ 교환학생 프로그램 협력 대학 확대 건의 ▲ 취업 지원 프로그램 확대 추진 ▲ 농촌 봉사활동 재개 추진 ▲ 기숙사 자치위원회 구성 ▲ 흡연 질서 확립 및 환경 개선 등 일부 공약들이 이행되지 못한 채 남았다. ▲ 취득 학점 포기 제도 도입 ▲ 학위복 개선 추진 등의 공약은 수요 조사를 통해 필요성을 확인했지만 실제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한 익명 게시글은 “계속 설문조사만 하고 학교에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다”며 “보여주기식 일 처리만 하다가 끝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작년이랑 비교했을 때 학생들에게 체감되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확산하는 대학가 학생 자치 무관심 총학생회 선거 무산은 비단 과기대만의 일은 아니다. 대학 자치에 대한 무관심은 대학가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2026학년도 총학생회 선거를 마친 현재, 서울 소재 4년제 종합대학 33곳 중 19곳만 총학생회가 꾸려졌다. 저조한 투표율과 입후보자의 부재 등이 원인이다. 한양대는 총학생회 선거 개표 결과 전체 유권자 수 대비 찬성률이 24.91%로 당선 기준인 33.3%를 넘기지 못해 선거가 무산됐다. 서울대·고려대·서울시립대·한국외대·숙명여대 등은 입후보자 부재로 총학생회 선거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저조한 투표율 속에서 선거 관리상의 문제나 부정행위 의혹이 제기돼 당선이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 연세대의 경우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투표 독려 문자를 보내는 등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당선 무효 처리됐다. 경희대는 일부 기표소에서 개표 지연과 부정투표 의혹이 발생하며 당선 확정이 보류됐고, 결국 무효 처리됐다. 해당 학교들은 내년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비대위는 총학생회보다 대표성이 없어 사업과 예산 운영에 여러 제약이 따른다. 투표로 선출된 단체가 아니기에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존재하고 정책의 연속성이나 정당성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최소한의 업무만을 수행하기에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누리는 복지와 혜택은 축소된다. 그러나 재학생 중에는 ‘총학생회와 비대위의 차이를 크게 못 느끼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이 모 씨(23)는 “고학년이 될수록 선거에 누가 나오는지, 어떤 공약을 가지고 나오는지 관심이 없어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속한 단과대 선거도 아니라 나에게 직접적으로 오는 영향도 별로 없다고 느껴진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탈정치화된 대학, 위축되는 인권 기구 최근 대학생들이 학생 자치에 관심이 줄어드는 배경에는 학생 사회가 더 이상 ‘나의 일’로 인식되지 않는 구조적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 과거 학생회가 학생을 대변하고 대학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기구로 인식되었다면, 오늘날 학생회는 일부에게만 해당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용 활동’이나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자연스럽게 대학 사회 전반의 정치적 거리 두기로 이어진다. 학생 자치가 개인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다고 느껴질수록 정치 참여는 줄어들고 정치적 의제와 논쟁은 피하고 싶은 부담으로 인식된다. 그 결과 대학은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공론장이 되기보다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로의 눈치를 보는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와 멀어지려는 ‘탈정치화’가 곧 정치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무관심과 침묵이 만들어낸 공백을 오히려 정치적 입장이 뚜렷한 소수의 세력이 차지하는 ‘역설적인 정치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대에서는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특정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서명을 받아 공약을 제출하며 공직자의 학내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졌고, 충북대에서는 학내 극우 폭력 사태에 연루된 인물이 총학생회 선거에 입후보해 논란이 이어졌다. 정치적 논란이 반복되자 대학가의 정치 신뢰도는 하락하고 학생들은 정치적 의제 전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취업난과 개인화된 삶은 학생 사회를 점점 그들의 관심 바깥으로 밀려나게 만들고 있다. 학생 자치를 지탱해 온 주체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 여파는 인권 담론과 소수자 목소리를 대변해 온 특별기구로 향한다. 서울과기대 교지편집위원회 ‘러비’의 폐간,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의 강등, 고려대 소수자인권위원회·여학생위원회의 통폐합 등 인권과 차별 문제를 논의하던 공간들이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하지만, 조롱과 냉소를 보내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대학 사회의 현주소다. 그야말로 대학 사회 전반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로부터 멀어지려는 선택이 과연 대학 자치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말할 수 있는 자리 자체를 좁혀버린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자치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박서연 기자 (syeone319@gmail.com)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의 문화유산학과 학생들이 학과 F 교수가 일삼았던 성희롱·성추행 등을 고발한 가운데 학내에선 F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학생 및 교수들의 연대가 진행되고 있다. “목소리가 섹시해”, “너네 학점의 노예인거 다 안다”… F 교수 잇따른 논란 지난 20일 문화유산학과 학생들이 부착한 대자보에 따르면 F 교수는 재작년부터 학생들을 상대로 성적 만행을 저질렀다. 대자보에 따르면 F 교수는 “2023년 동계학술답사에서 한 여학생의 노래에 대해 “목소리가 섹스어필적”이라고 말했으며 그의 왼편에 앉은 여학생의 손을 잡고 반복적으로 허벅지를 만졌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F 교수는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사적 술자리를 제안하고 성적인 언행과 접촉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면담을 진행한 1학년 여학생을 상대로 “오늘 너랑 면담하자고 한 건 사실 너랑 술 마시고 싶어서야” 같은 말을 했고, 발을 벗고 학생의 의자에 다리를 걸치는 등 신체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자보 내용에 따르면, F 교수는 권위를 이용해 각종 만행과 협박도 저질렀다. 학생들은 F 교수가 “동계학술답사에서 일찍 방에 들어간 학생들을 향해 나오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너네 학점의 노예인 거 다 안다”고 말했으며 작년 술자리에서는 “너는 아무리 잘해도 A 안준다”, “성적 잘 받고 싶으면 오늘 술자리 값은 네가 내라”는 발언도 했다”고 말했다. 동국대 인권센터 ‘솜방망이 처벌’… 학생들 규탄해 피해 학생들은 작년 12월 동국대 인권센터에 상담을 요청했으나 미온적인 대처와 조치가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센터가 신고에 따른 부담과 법적 절차의 한계만을 강조하며 신고를 주저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학생이 올해 2월 해당 교수를 ‘성 인권침해’로 정식 신고했고 많은 학생이 F 교수가 더 이상 학과에 돌아오지 않기를 원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 6월 인권센터의 조사·의결 통보서에는 학생들이 요구한 ‘수업 배제, 학과 행사 참가 금지, 공·사적 술자리 금지’ 등 조치 대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수업 배제는 한 학기만 연장될 뿐 타 학과·대학원 강의에는 적용되지 않아 F 교수는 여전히 출강하고 있다고 학생들은 밝혔다. 이로 인해 피해 학생들이 교내에서 F 교수를 마주칠 위험이 여전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문화유산학과 학생들은 F 교수의 즉각적 파면과 학교의 책임 있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학점을 미끼로 학생을 협박하는 교수의 수업을 듣지 않을 것”이라며 “반성 없는 교수를 교단에 세워둘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서경 문화유산학과 제2대 부학생회장은 “피해 학생들은 신고가 어려운 상황에도 용기 내 교내 인권센터에 신고했으나 학교의 대처가 모든 면에서 소극적이라고 느꼈다”며 대자보를 쓰게 된 경위를 밝혔다. “가해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 학내 연대 물결 문화유산학과 학생들의 대자보 이후 연대 성명과 대자보가 교내 곳곳에서 이어졌다. 지난 22일 동국대학교 에브리타임에는 불교대학 학생들의 규탄서가 올라왔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결코 문화유산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불교대학뿐만 아니라 동국대학교 전체 학우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밝혔다. 25일 총학생회 운영위원회 일동은 ‘가해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발표함과 동시에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연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의 학습권이 위계와 결부된 추악한 행태들로부터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는 확신을 달라”며 “사건이 해결되는 날까지 문화유산학과 학생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불교대학 교수 일동의 성명서도 발표됐다. 이들은 “불교 교육의 핵심 가치는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것”이라며 “피해 학생들의 회복과 안전을 위해, 그리고 동국대학교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부처님의 가르침의 원칙을 기억하며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 “내달 이사회 통해 징계 이뤄질 예정” 학교 측은 지난 21일 문화유산학과 학생대표자들과의 미팅에서 F 교수에 대한 조치를 해명했고 다음 달 초 이사회를 열어 F 교수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F 교수가 수업 배제 조치에도 교내 활동을 지속했던 이유에 대해 학교는 “불교대학 수업 외 타 단과대학 수업은 인권센터가 확인하기 어렵고, 교수의 수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 분리 조치 및 공간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당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향후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고아름 기자 (areumsecond@gmail.com)
충북대를 뒤흔든 현수막 충북대 캠퍼스 곳곳에 걸린 현수막이 25일 시작되는 58대 총학생회 선거를 뒤흔들고 있다. 25일 게시된 해당 현수막에는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공약 문제를 지적하는 구체적 의혹이 QR 코드로 첨부 돼 논란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평등사회를 향한 노학연대 충북대학교 학생공동행동(이하 학공동)은 25일 A 씨를 상대로 3.11 학내 극우 폭력 사태 연루 의혹과 학생사회 대표자로서의 자질 부족, 공약의 현실성 및 진정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명확한 소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별개로 중앙동아리 회장 3인은 A 씨 선대본부의 동아리 관련 공약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3.11 학내 극우 폭력 사태 연루 의혹 학공동이 제기한 첫 번째 핵심 쟁점은 A 씨의 지난 3월 11일 학내 윤석열 퇴진 집회 현장에서 발생한 극우 유튜버 난입 및 폭력 사태 연루 의혹이다. 이날 충북대 개신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의 윤석열 퇴진 집회와 별도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학공동은 탄핵 반대 집회가 '충북대 학부생, 대학원생, 졸업생'을 대상으로 공지되었음에도 실제로는 외부 극우 커뮤니티에 '화력 요청'이 이뤄졌으며, 극우 유튜버들이 캠퍼스에 무단 난입해 학생들에게 욕설과 협박, 신체적 폭력, 심지어 방화까지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당시 충북대 재학생 1인을 포함해 총 12명이 관련 혐의로 경찰 수사 및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학공동은 언론 보도에서 A 씨가 "충북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다"고 명시적으로 보도된 점을 근거로 A 씨가 사태의 중심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당일 라이브 영상에 극우 유튜버들과 집회 주도 학생이 인사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주최 측이 유튜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탄핵 반대 집회 측이 탄핵 찬성 집회가 '대진연(대학생진보연합)'과 무관함을 알면서도 "충북대 대진연 출연"이라는 허위 사실을 확산시켜 학생들의 정당한 집회를 방해하고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이었던 A 씨가 학생들이 폭력과 방화 피해를 입은 중대한 사건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은 것은 학생 안전 책임을 저버린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학공동은 A 씨에게 3.11 당일 구체적인 행적과 극우 유튜버들의 난입 사전 인지 및 소통 여부를 비롯 사건 발생 시 조치 내용과 비대위 대변인으로서 침묵한 이유 등에 대해 명확히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사회 대표자 자질 논란 학공동은 또한 “A 씨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학생사회 대표자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자질, 즉 타 자치단체 존중과 정직한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2021년 충북대 53대 총학생회 ‘크로스’ 소속이었던 A 씨가 재임 중 인문대 학생회 구성을 외면했던 사례가 문제로 지적됐다. 학공동은 "인문대 사학과 학생회장이 두 차례나 비상대책위원장 의지를 밝혔으나 총학생회는 이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거나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문대 비대위 및 졸업준비위원회 구성이 무산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로 인해 인문대 학생들이 보편적인 학생회 혜택을 박탈당했고 졸업 관련 문제까지 발생했다"며 "총학생회의 핵심 간부였던 A 씨가 학생들의 요청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공약 관련 논란 A 씨가 소속한 선본의 공약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중앙동아리 회장 3인은 25일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A 씨의 선본은 약 40개 중앙동아리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선거 팜플렛에 기재하고 지원 공약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중앙동아리 회장 3인은 "관현악 동아리인 라인필하모닉에 국악과 연극 관련 활동을 제안하는 등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됐다"며 "전체 50여 개 중앙동아리 중 약 10개가 공약집에 아예 기재되지 않아 누락된 동아리들이 교외단체로 간주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중앙동아리 회장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A 씨는 "단지 행정적 오류, 시각적 오류'이며 "잘 차려진 밥상을 올려드린 것뿐"이라고 답해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학공동 측은 A 씨 측 선본의 공약에 대해 대학 기업화 우려와 현실성 및 투명성 부족, 진정성 결여 등의 공약을 지적했다. 학공동은 "기업상생 ESG참여형 PROGRAM 공약은 기업과의 긴밀한 연계를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대학의 학문적 자율성을 침해하고 학생들을 기업이 원하는 인력으로 길러낼 위험이 있으며, 대학 자율성을 지킬 구체적 방안이 공약집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학생 전용 쉐어하우스 공약은 시험기간 동안 원거리 통학 학우를 지원한다는 취지였으나 부동산 사업자 선정 등 민감한 문제를 투명하게 관리할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학생회비가 부적절하게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게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선거 홍보물에서 '캠퍼스 재배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통합 대학 본부가 개신캠퍼스에 위치할 것이 이미 확정된 사실과 달라 후보가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학우를 호도하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 학우 공약과 관련해서도 캠퍼스 환경 구축울 공약했음에도 A 씨가 지난 19일 정책토론회에서 충북대학교 장애지원센터 위치조차 모른다고 답한 사실이 드러나 공약의 진정성이 결여된 '공약의 도구화'라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중앙선관위 운영·투명성 논란 학공동은 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유권자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학생공동행동은 지난 19일 정책토론회에서 A 씨의 3.11 사태 연관성에 대한 질의가 "후보에 대한 검증은 중앙선관위가 이미 끝냈다"는 사회자의 답변으로 원천 차단된 사례를 들어 "이는 유권자의 알 권리와 후보 검증 권리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책토론회 당시 청각장애인인 B선대본부 후보자가 참석했음에도 수어 통역사가 배치되지 않아 기본적인 배리어프리 조치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단체는 "선관위가 '검증을 끝냈다'고 주장하는 이유, 그 검증 절차와 기준, 결과를 소상히 공개하는 것이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공동은 학우들의 안전과 학생사회의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A 씨 선본에 △3.11 사태 당일 행적을 명확히 소명하고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게 사과할 것 △중앙동아리 무단 기재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할 것 △학우 및 자치기구들과 진솔하게 소통할 것 △스스로의 자질 부족을 인정하고 총학생회 출마를 재고할 것 등을 요청했다. 또 선관위에는 △ A 후보 검증 절차와 기준, 결과를 상세히 공개할 것 △ 선관위 회의록과 속기록을 공개할 것 △ 정책토론회에서 유권자의 질의권을 차단한 이유를 해명할 것 등을 요구했다. 충북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는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최산 기자(choisanmail@gmail.com)
제자를 대상으로 그루밍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A 교수가 지난 7일 파면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단국대 문예창작과 네이버 카페에는 ‘문예창작과 학생 여러분에게’라는 제목의 공지글이 게시됐다. 공지에 따르면 A 교수는 징계위원회 심의 결과, 11월 7일 자로 파면 조치가 결정됐다. 단국대 상벌 규정 제3장 제14조에 따르면 파면은 중징계에 해당한다. 파면 시 해당 교원은 향후 5년간 교직 임용이 불가하며, 재직 기간이 5년 미만일 경우 퇴직 급여의 1/4이 감액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문예창작과 교수진은 공지글을 통해 “앞으로 이런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학과 차원의 조치와 교수진의 노력이 이루어질 것을 다짐한다”며 학생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다만 해당 공지를 문예창작과 학생들만 볼 수 있는 내부 커뮤니티에만 게시한 점은 아쉽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9월 본보는 단국대 문예창작과에서 불거진 A 교수의 그루밍 성범죄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을 공론화하는 대자보가 게시된 직후 A 교수는 피해 학생 B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이 과정에서 학교의 피해자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이에 타 대학 단체와 학과 등을 중심으로 연대 운동이 이어졌다. 9월 23일에는 고려대·덕성여대·동덕여대·성신여대·숙명여대·국민대·이화여대·중앙대 등 8개 대학의 교지편집위원회·학보사·인권 단체 등 11개 단체가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피해자에게 연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25일에는 서울과기대 문예창작학과 재학생 및 졸업생 104명이 단국대 학우들에게 연대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10월 24일, 단국대 문예창작과 졸업생 연대 또한 성명문을 통해 학과의 미흡한 대응과 피해자에 대한 사과 부재를 지적했다. 2018년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음을 언급하며, 당시 제정된 「문예창작과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내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이 “개인의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위계에 의해 반복되는 구조적 폭력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교수진에 충분한 성인지 감수성과 권력관계에 대한 인식을 갖출 것을 촉구했다. 또한 교수 임용 절차의 투명성 확보를 요구했다. 10월 27일 해당 성명문은 출력되어 교내 건물 곳곳에 부착됐으며, 학과 교수진에게는 이메일을 통해 전문이 전달됐다. 그 결과, 10월 30일 문예창작과 교수진 주최로 간담회가 열렸다. 이후 간담회 내용을 정리한 글이 단국대 에브리타임 문예창작과 게시판에 게시됐으며, 간담회에는 30여 명의 재학생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게시글에 따르면 교수진은 “사건이 공론화된 9월 22일부터 A 교수와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해당 교수의 복귀 불가능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0월 28일 징계위원회가 열렸으며, 추가 심의가 없다면 강력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이 “학과 차원의 보호가 실제로 이루어졌는가”라고 묻자, 교수진은 “2차 가해 발생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피해 학생을 직접 찾지 않았다”며 “인권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하도록 안내했다”고 답했다. 2018년에 이어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교수가 제자를 성적 대상으로 보았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구조적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 채용 절차와 관련해 “초빙, 기초 심사, 전공 실적 심사, 대면 평가, 최종 면접까지 다섯 단계를 거치며, 개인적 친분으로 채용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채용 절차에서의 학생 투표 도입은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어 시행이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다. 또한 교수진은 “연대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을 특정하거나 고소할 의사는 없다”고 강조하고, 수업 중에 발생한 2차 가해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A 교수의 직위해제 여부 결정 전까지 학과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공식적인 입장문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학생과 교강사 간 술자리를 금지하겠다”며, 만약 그런 자리가 생기더라도 “전임교수가 하지 말라고 했다며 참석을 거부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이로 인해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학과 차원에서 보호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런 상황에서 실제로 교수의 요청을 거절하기에는 큰 부담과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술자리 금지’ 조치가 사전 예방책으로서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단국대 문예창작과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과 내외에서는 “학과 내 권력과 위계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우선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성폭력·성희롱 피해는 여성긴급전화(☎1366) 또는 경찰청(☎112)을 통해 24시간 상담·신고가 가능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모욕·비하, 부정확한 정보 유포는 「여성폭력방지법」 상 2차 피해 유발에 해당합니다. 박서연 기자 (syeone319@gmail.com)
부산대학교 언론사 채널PNU가 개교 80주년을 앞두고 부산대 언론사 발행물의 역사를 조명하고, 대학언론의 역사와 가치를 다룬 특별기획 세미나 ‘함께 쓰는 부산대 80년의 역사’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대학언론 발행물의 가치와 기능을 되짚으며, 동시에 대학언론이 마주한 위기 상황과 극복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세미나를 주도한 채널PNU는 과거 별도로 존재했던 부대신문, 부대방송국(PUBS), 효원헤럴드(영자신문)을 통합해 2022년 새롭게 출범한 종합형 대학언론이다. 현재는 TBN부산교통방송, KNN 뉴미디어국, 코리아 중앙데일리, KBS 부산 등과 협력해 지역 주요 소식 전달도 함께하며 대학 내 언론을 넘어 학생-대학-지역사회 간 상생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 3일 부산대학교 대학본관 대회의실에서 이루어진 세미나는 정혜진 부산대학교 언론사 주간교수의 환영사와 황성욱 전 주간교수의 축사로 시작됐다. 정혜진 주간교수는 “2022년 3월 세 언론사가 채널PNU로 통합 개편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지만, 그간 쌓아온 귀중한 발행물들이 수십 년째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구성원들이 제대로 열람하고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번 세미나는 과거로 회부하는 자리가 아니라 부산대 언론사 발행물의 역사적 가치와 기능을 학내 구성원과 함께 공유하고, 그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황성욱 채널PNU 초대 주간교수도 “누군가 10년 가까운 교수 생활 중 가장 잘한 일을 뽑으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부산대 언론사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일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세미나는 오랜 시간 대학언론을 연구한 3인의 발표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고나은 부산대학교 80년사 편찬위원회 연구원은 ‘학보사 기록의 역사성’이라는 주제로 부대신문의 역사적 가치와 아카이빙의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고나은 연구원은 먼저 부대신문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부대신문의 창간부터 위기론 대두 시기까지를 4개 기간으로 구분하며 발표를 시작한 고나은 연구원은 이어 대학신문(서울대), 강대신문(강원대), 충북대신문(충북대) 등 다양한 지역 거점 대학교의 아카이빙 실태를 분석했다. 고나은 연구원은 “고등 교육기관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관의 책임이고, 동시에 대학 기록을 장기간 효율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아카이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아카이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나은 연구원은 계속해서 “전체가 디지털 아카이빙된 자료를 개방하면 연구자나 대중의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고, 개별 검색 시스템 구축과는 달리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역설했다. 전반적인 맥락 파악을 통해 아카이빙된 자료는 저널리즘, 홍보, 학술, 교육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부산 지역사회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는 해석이다. 고나은 연구원은 “부대신문의 아카이빙이 단발성·이벤트성으로 이루어지는 대신,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연구자와 대중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어 오대영 한국대학언론협의회 회장은 ‘대학언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대영 회장은 “대학언론은 코로나19를 전후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오대영 회장은 대학언론의 사회적 의미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1995년과 2025년 대학언론 통계를 비교하며 “신문사 운영 대학 비율은 90.7%에서 71.4%로, 방송사 운영 대학 비율은 88.9%에서 67.7%로 약 21%p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대학언론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오대영 회장은 △ 콘텐츠의 질 향상 △ 생산 방식 혁신 △ 유통 혁신 △ 학생 대상 홍보 강화 △ 대학의 지원 확대 △ 외부 언론과의 연계 확대 △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결 등 대학언론의 역할 증대를 위한 제언으로 끝을 맺었다. 마지막 발표에서는 차종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자문위원이 ‘대학언론의 현재와 미래’를 다뤘다. 차종관 자문위원은 1992년 세계일보에 보도된 대학언론의 위기를 언급하며 “위기가 처음 발견된 지 30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력난과 예산 삭감, 대학 측의 취재 거부 및 검열 등을 이유로 대학언론이 설 자리를 점차 잃고 있다는 것이 차종관 자문위원의 설명이다. 차종관 자문위원은 대학언론이 대학으로부터 공공성을 인정받지 못하며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제시했다. 대학의 검열로 대학언론의 문제 제기 기능이 위협받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니 독자에게 외면받으며 인력난, 예산난 등 모든 위기 요인이 촉발된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차종관 자문위원은 “MBC나 조선일보처럼 영향력 있는 중앙 언론이 전국 개별 대학의 모든 이슈를 일일이 다루지는 않는다”며 “대학언론이 없다면 대학 공동체의 문제와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대면할 창구도 없다”고 강조했다. 차종관 자문위원은 대학언론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으로 △ 체계적인 기록 보존과 아카이브 구축 △ 대학언론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 대학언론 간 연대 구축 등을 제시했다. 세미나는 발표 내용에 대한 종합토론으로 끝을 맺었다. 토론에는 박성제 연합뉴스 기자(부대신문 동문),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이원준 국제신문 기자(부대방송국 동문), 서지인 국무조정실 기록연구관, 조승완 전 부대신문 국장 등 5명이 참여했다. 박성제 기자는 과거 편집국장 시절 진행했던 아카이빙 작업이 남아 있지 않은 것에 아쉬워하며 “80주년에만 반짝 관심을 가져서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며, 각 호가 발간될 때마다 이를 어떻게 역사적으로 보존하고 재생산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현실적인 제안도 이어졌다. 박정희 사무국장은 “대학언론은 대학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지역사회의 역사이기도 하다”며 “부산대 내부나 연구자 중심보다는 시민들도 볼 수 있는 방식이 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서지인 기록연구관은 “아카이브 작업은 역사적·사료적 가치 등 대중적인 당위성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며 “어떻게 일반 시민들에게도 기록물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지지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영 회장도 서지인 기록연구관의 의견에 공감하며 “아카이빙은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정당한 명분도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아카이빙 범위와 방식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박정희 사무국장은 “현재의 아카이빙 방식은 부대신문에만 집중되어 있고, 부대방송국이나 효원헤럴드는 빠져 있는 것 같다”며 추가적인 계획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원준 기자는 “지면을 단순히 PDF로 스캔하는 것만으로는 필요한 기사나 자료를 찾기 어렵다”며 “아카이빙의 첫 단계로 스캔과 동시에 데이터화, 그리고 메타데이터의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승완 전 국장은 “대학언론 기자들은 일주일 중 5~6일을 편집국에서 일하는데, 그 시간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면 3배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음에도 대부분 ‘열정페이’로 일하고 있다”며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기자들 대부분은 본인만의 정의감 등으로 활동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채널PNU가 자리를 잡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미루던 아카이빙을 해결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며 “대학언론인의 처우와 아카이빙에 대한 고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차종관 자문위원은 부산대 대학언론인들에게 △ 대학언론인 스스로의 편집권 인지 △ 에브리타임보다는 현실에서 의제 찾기 △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에 관심 가지기를 강조하며 “우리가 속한 사회의 문제는 직접 해결해야 한다. 후배들에게 위기를 물려주지 말자”는 발언을 끝으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조승완 전 국장은 행사 후 인터뷰에서 “많은 대학언론도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오늘 세미나에 참석해 주신 많은 분들을 보며, 무언가 하려고 한다면 도와주실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승완 국장은 끝으로 “현재 힘든 대학언론이 있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회생의 계기를 잡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대학은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오가야 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의 중앙동아리 강등 사건과, 이를 다룬 성균지 기사 삭제는 대학 공론장의 축소를 보여준다. 정정헌 재등록 거부 사태는 대학 학내 특별기구의 위기를 반증하는 동시에, 학생 자치 활동의 의의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탈정치화되는 대학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치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 본 기사는 성균지 113호 『잔상』에 게재되지 못한 기사 「학생-자치-기구, 위기의 스펙트럼 속 우리 대학의 좌표」를 참고했다. 해당 기사는 교지 발간 전 학생처와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 ‘학내 타 단체와의 갈등 우려’를 이유로 제외되었다. 본보는 미발행 기사가 다룬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편집위원회 ‘정정헌’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재등록 거절, 그리고 부결 지난 4월 14일, 성균관대학교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는 여성주의 교지편집위원회 ‘정정헌’의 중앙동아리 재등록을 거절했다. 성균관대 중앙동아리는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 학기 동연의 심사를 받는다. 동연은 제출 서류를 검토하여 재등록 부적격 안건을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이하 전동대회)에 상정할 수 있다. 정정헌의 중앙동아리 재등록 부적격 안건은 4월 15일 전동대회에 부쳐졌다. 참석자 55명 중 찬성 18명, 반대 26명, 기권 11명으로 안건은 부결되었고, 정정헌은 중앙동아리에서 준중앙동아리로 강등되었다. 불명확한 ‘인원 미비’ 기준 본보는 정정헌 편집장 초은(필명)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경위를 확인했다. 정정헌은 재등록 서류 제출 후 동연 회장으로부터 ‘2024년 활동 인원 미비’를 사유로 소명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정정헌이 어떤 점이 미흡한지, 어떤 자료를 추가로 준비해야 하는지 문의하자 동연 측은 “활동 인원 미비는 첨부된 사진상 인원 미비를 의미한다”며 “명부 제출로는 충분하지 않고, 더 많은 인원이 나온 사진을 첨부하라”고 답했다. 초은은 이 사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성균관대 동아리연합회칙에 따르면 활동 인원 증빙은 정회원 명부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회칙상 재등록 요청 동아리는 ▲ 등록원서 ▲ 직전 연도의 활동 보고서 ▲ 향후 1년간의 활동 계획서 ▲ 향후 1년간의 예산 계획서 ▲ 20인 이상 서명한 회원 명부 ▲ (회칙 변경 시) 동아리 회칙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성대신문(제1744호)은 중앙동아리 재등록 절차의 명확성과 투명성 문제를 지적하며, 심사 기준의 일관성이 부재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동연 회칙에는 제출 서류만 명시되어 있고, 부적격 판단 기준은 설명되어 있지 않다. ‘사진상 인원 미비’ 기준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초은에 따르면, 당시 소명 후 받은 동연의 ‘검토 보고서’에는 사진 속 부원의 얼굴과 활동 내용상 이름을 대조하여 “A는 자주 등장하고”, “B는 학부생이 아니다.” 등의 설명이 적혀있었다. 정정헌은 필명을 사용해 집필 활동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동아리다. 초은은 “사진과 이름을 대조했다는 점에서 당황스러웠다”며 “사진을 통한 판단이 다른 동아리에도 적용된 기준인지, 활동사진의 구체적 기준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2학기 재심사, 또다시 부결 지난 1학기 부결 소식 이후 정정헌 내부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부결 사실을 외부에 알리자는 의견과 2학기 재심사 준비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초은은 “2025년 4월 당시 대학가 페미니즘 백래시 이슈가 많아, 정정헌 문제가 외부로 퍼질 경우 추후 재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부원이 ‘동아리방’에 관한 만큼은 의견을 같이했다. 중앙동아리 자격을 잃으면 학생회관 편집실을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국 2학기 재심사를 준비하기로 결론 내렸다. 성균관대 동연은 중앙동아리가 준중앙동아리로 강등된 경우, 재심사를 통해 중앙동아리 지위를 회복할 기회를 우선 부여한다. 회칙에 따르면 재심사에는 기존 서류에 더해 ‘30인 이상 서명한 회원 명부’를 제출해야 한다. 초은은 1학기 부결 사유였던 ‘사진상 인원 미비’를 반박하기 위해 활동사진을 추가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진상 활동 인원’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정헌의 전체 활동 인원은 30명이 넘지만, 여성 인권을 공부하고 교지를 출판하는 동아리 특성상 휴학생, 졸업 유예생, 대학원생까지 다양하게 구성된다. 따라서 학부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수기 명부 작성이 불리한 상황이다. 정정헌은 정회원 자격이 있는 부원 위주로 명부를 우선 작성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후 정정헌은 동연으로부터 다시 소명 요청을 받아 필명-실명 대조표를 제출했다. 초은은 “실질 참여 인원 증빙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동연은 ‘재등록 승인’ 안건으로 전동대회에 의결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9월 30일 개최된 2학기 전동대회에서도 정정헌의 재심사는 부결되었다. 회의 참여 인원 대부분이 기권과 반대표를 던졌고, 찬성표는 과반에서 3표가 모자랐다. 재심사가 부결되면 당해 학기를 포함해 2개 학기 이내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이름·활동·인원으로 동아리 승격을 요청할 수 없다. “인권 동아리 전반의 존속 어려움” 초은은 “이번 부결은 단순히 특정 회차 감사의 판단이나 운영위원회의 백래시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학내 인권 동아리들이 겪어온 사회적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어 “사회 전반에서 인권 담론의 무게가 달라지고 대학 내 학생 자치 기반이 약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학내에서 페미니즘이나 성 소수자 의제 등 인권 담론이 이전보다 더 많은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는 것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정정헌은 이번 부결이 개별 동아리의 운영 문제만이 아니라, 학내 인권 동아리 전반이 맞닥뜨린 ‘존속의 어려움’이라는 더 큰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학 사회가 인권 동아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그 변화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속을 이어가야 할지 질문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대응을 묻자, 초은은 “정정헌 동아리 자체의 존립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며 “준중앙동아리라고 해도 계속 글을 쓸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편집실 사용 권한과 동아리 활동 지원금을 잃게 되어 활동 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선 2026년 2학기 중앙동아리 재등록 절차 전까지 한 학기 동안 동아리방 유지 자격을 요청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방법을 사용한 타 동아리 선례가 존재하고, 공간 확보 및 승격 시도 자체가 유의미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학내 유일 여성주의 교지로서 '학생 사회 반페미니즘 기조 실태'를 공론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미 재심사가 끝났기에 동연과의 관계와 무관하게 적극적 공론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학생 자치,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정헌 사례는 학생 사회를 이루는 자치적 결정이 개개인의 판단에 의존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남긴다. 미발행된 성균지 기사 「학생-자치-기구」는 “우리 대학 학생 자치와 제도가 학생 사회와 제대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묻는다.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는 학생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단과대학, 학과 등 특정 단위에서 선거로 선출된 대표자들만을 위주로 학내 주요 의결이 이루어지는 것은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남긴다. 현행 제도에서는 특정 안건 논의 시 소외되는 이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공백을 채우는 것이 정정헌과 같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특별기구’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특별기구의 역할과 의의에 대해 다룬다. [참고 자료] 이예원. (2025년 9월 2일). 학생-자치-기구, 위기의 스펙트럼 속 우리 대학의 좌표. 성균지 113호(미발행) 정예림. (2025년 6월 9일). 중앙동아리 재등록 절차, 명확성과 투명성 확보됐나. 성대신문 제1744호 성균관대학교 동아리연합회칙 박서연 기자(syeone319@gmail.com)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전임교수 A 씨가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 과정에서 그루밍 범죄를 저질렀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사건을 공론화했으나, A 씨는 오히려 피해 학생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교내 게시판에는 <무엇이 두려운가? 단국대 문예창작과는 우리의 목소리에 응답하라>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A 씨의 부적절한 발언, 음주 운전, 재학생과의 성적 관계 정황이 담겼다. 대자보에 따르면 A 씨는 2024년 9월 30일 개강 기념 술자리에서 “내 얼굴로 누가 딥페이크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합의금이 5천이라던데”라는 발언을 하며 당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을 희화화했다. 이후 술자리를 마치고 학생들과 이동하던 중에는 음주 운전을 한 사실도 지적됐다. 같은 날, A 씨는 재학생 B 씨의 자취방에 찾아가 성적 관계를 맺었다고 대자보는 전했다. 이에 따르면 A 씨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B 씨에게 인스타그램 DM으로 술 약속을 잡거나 자취방 방문 의사를 밝히는 등 사적 접촉을 시도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대자보는 이러한 행위가 신뢰와 친밀감을 무기로 한 ‘그루밍 범죄’의 전형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루밍 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인다’는 뜻으로 심리적, 경제적, 혹은 그밖의 도움을 통해 피해자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친밀감과 신뢰를 얻다가 피해자가 스스로 성관계를 허락하도록 만드는 범죄를 일컫는다. 이는 교수와 학생 간 위계 관계를 이용한 권력형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관계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A 씨는 “우선 당분간은 이렇게 종종 보자”며 교제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 씨가 관계 종료를 요구하자 “인스타 맞팔은 유지하자” 제안하고, 이를 거절하니 “미숙하다”며 ‘가스라이팅’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9월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브리타임)에서 A 씨의 부적절한 과거 행적이 언급되고 대자보 게시 논의가 이어지자, A 씨는 B 씨에게 연락을 취하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 “너는 내 편이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대자보는 밝혔다. 또한 “외부의 말에 귀 닫고 우리 둘 사이의 문제만 생각하라”는 압박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자보를 작성한 C 씨에 의하면 해당 대자보는 22일 새벽 교내에 부착됐지만, 곧바로 철거됐다. 이후 A 씨는 B 씨를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 사실을 학교 측은 B 씨의 어머니에게 통보했다. 학교 측은 A 씨를 수업과 행사에서 배제하고 피해자 보호에 힘쓰겠다 밝힌 바 있다. 단국대 문예창작과 카페에는 “학생들의 안전과 수업 보장을 위해 대처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었다. 그러나 C 씨는 학교 측이 대처 대신 내부적으로 대자보 작성자를 색출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학내외 학생들은 포스트잇 시위와 연대 성명을 이어가는 추세다. 다만 단국대 측은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자보를 붙인 학생이 누군지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절대 안 된다'고 이야기하며 보호 조치를 진행했다"며 "(C 씨의 주장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학교 측은 오히려 피해 학생의 신상 등을 보호하기 위해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례적으로 빠른 행정 처리를 단행하고, 피해 학생을 위해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며 피해 학생 보호 및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피해자 B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했고, 오히려 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사건 전후로 줄곧 너무 위태롭고 혼자라는 느낌을 받는다”라며 학교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또한 “해당 교수는 교육자로서 자격이 없다"며 "앞으로 더 어린 학생들이 입학할 텐데, 학교는 교원 임용에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알린 이유에 대해 B 씨는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목소리를 냈다. 수치심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소를 당한 그는 “법적 지원이 절실하다. 학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단국대 측은 "학교도 사안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사와 조치를 하고 있다"며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서연 기자 (syeone319@gmail.com) *<대학알리>는 2026년 1월 15일 A 전 교수가 5000만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기사 삭제 및 사과)를 요구하며 접수한 언론중재신청서를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전달받았습니다. 해당 신청서에서 A 전 교수가 피해자 B씨를 '사실적시 명예훼손' 뿐 아니라 '허위사실 명예훼손, 모욕, 업무방해'를 이유로 고소한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이에 A 전 교수의 피해자 B씨에 대한 고소 명목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허위사실 명예훼손, 모욕, 업무방해' 임을 알려드립니다.
*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40호: 비틀어 보자'에 실린 기사로, 2025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병실을 삼켰다. 복도 끝에서 군화 발소리가 울리고, 그들의 짧고 거친 지시가 공기를 갈랐다. 군인들이 병원 옆 군사 기지로 들어가고 있었다. 2014년 봄, 그녀는 그렇게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다시 찾아온 아침은 어제와는 다른 아침이었다. 창밖에는 낯선 깃발과 군용 차량이 줄지어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의 아침을 맞이했다. 듬첸코 아나스타샤. 태어난 곳은 우크라이나, 자란 곳은 크림반도. 그러나 그날 이후, 그녀의 국적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바뀌었다. 그녀는 여전히 말한다. “저는, 우크라이나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날, 어둠 속에서 배운 건 단 하나였다. 국적은 너무도 쉽게 바뀐다는 점이다. 바다를 품은 도시의 소녀 전쟁. 무거운 주제다. 그런데 문이 열리자, 붉은 머리, 흰 피부와 함께 환한 미소가 보였다. 마치 그 무게를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카메라는 어디를 바라보면 돼요?” 듬첸코 아나스타샤 학우(영미문학·문화·23, 26세, 이하 네스)가 첫인사와 함께 건넨 말이었다. 카메라 위치를 확인하며 농담처럼 주고받는 대화 속에 웃음이 번졌다. 네스의 여권에는 지금도 이렇게 적혀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우크라이나 서부, 폴란드와 가까운 곳에서 태어났다. 우크라이나 중에서도 가장 ‘우크라이나답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이다. 부모님의 일로 크림반도로 이주한 이후, 그녀의 어린 시절은 크림반도에서 완전히 뿌리내렸다. 그녀는 어린 시절을 바다와 함께했다. 도시의 경계는 해안선이었고, 창문을 열면 파도 소리가 자연스러운 배경음이 됐다. 크림반도의 남동쪽, 페오도시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에서 바다를 보며 자랐다. 관광 시즌이면 도시는 외지인들로 북적였다. 사방이 민박집이었고, 기념품 가판대가 골목마다 빼곡했다. 부모님은 그 도시에서 지도를 만들었고, 관광 책자를 그리는 출판사를 운영했다. 어머니는 화가였고, 아버지는 기술자였다. “여름이면 온 가족이 함께 출판 작업에 매달렸어요. 손으로 그린 거리, 손으로 그린 집들…” 그녀는 파도 냄새와 바닷바람을 설명하던 중, 잠시 말을 멈췄다. 울먹이는 듯했다. 앞서 보인 웃음은 무거운 감정을 숨기기 위한 무장이 아니었을까. 일곱 살 무렵부터 그녀는 종이를 접고, 카드를 정리하고, 지도를 묶는 법을 배웠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을 하면 어머니가 그린 도시 지도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관광객이 모두 떠난 9월이었다. 바다는 다시 조용해졌고, 그제야 원래 주인이 돌아온 듯했다. 부모님, 언니, 할머니, 그리고 반려견들과 함께 작은 마을로 떠났던 날들.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가족과 물놀이하고, 저녁에는 젖은 머리로 차 안에서 웃었던 기억. 그때의 바다는 이제 사진 속에만 남아 있다. “집에 간 지 벌써 6년이 넘었어요” 그녀는 아직도 그 바다를 생각한다. 그리고 동시에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눈 떠보니 러시아 열다섯 살이 되던 그해 봄, 그녀는 병원에 있었다. 폐에 염증이 생겨 입원 중이었다. 정치도, 군사도, 전쟁도 아직 자신의 세계가 아니라고 믿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날 밤, 병원 전체의 불이 꺼졌다. “그날 이후, 우리는 전쟁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거리에 낯선 군복이 등장했고, 학교의 국기가 바뀌었다. 화폐와 언어는 바뀌었고, 진학 계획까지 흐릿해졌다. 그녀는 매일 ‘공포’라는 감정이 조금씩 뿌리내리는 것을 느꼈다. “전날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있었는데, 다음 날 눈을 뜨니 다른 나라가 돼 있었어요”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그 누구도 그 변화에 대해 묻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러시아 합병 동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는 형식에 불과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러시아의 합병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러시아가 오지 않았다면, 2014년 동부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벌어진 돈바스 전쟁이 크림반도에서도 일어났으리라는 것이다. 10년이 넘은 현시점, 네스는 다들 “이제 와서 이걸 말해 뭐 해”라며 언급 자체를 꺼리게 됐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녀를 포함한 많은 크림반도인들은 여전히 생각한다. “나는 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어느 날 눈떠 보니 다른 나라 사람이 돼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우리에게 묻지 않고 합병이 강행됐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점령한 사건이다. 러시아 측 명분은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과정에서 크림반도의 러시아인을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크림반도는 러시아 영토가 되었다. 무너진 교실, 사라진 꿈 전기가 들어오고, 군인들이 물러간 뒤에도 그녀의 일상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칠판 위 국기는 하루아침에 바뀌었고, 교실엔 새 교과서가 배포됐다. 시험 과목은 뒤바뀌었고, 시험 문제도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문학을 좋아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짧은 글을 쓰기 시작했고, 고등학교에 들어설 무렵엔 문학과 우크라이나어, 영어 과목으로 대학에 진학할 계획을 세워두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병합 이후, 그 계획은 모두 무효가 됐다. “수능을 준비하던 한국 학생에게 갑자기 중국 대입 시험을 보라고 하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녀는 그때의 혼란을 이렇게 설명한다. 언어가 바뀌었고, 우크라이나 문학 시험 대신 러시아 문학으로 치러지는 낯선 시험이 등장했다.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과목을 다시 처음부터 익혀야 했다. 익숙한 교사들은 떠났고, 남은 교사들도 다른 언어로 지시했다. 학교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대학도, 행정도,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우크라이나 본토의 대학들은 크림반도 출신 학생들의 입학을 막았다. 러시아 대학은 “합격하면 오는 거고, 안 되면 말라”는 식의 태도였다. 그녀는 소속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시험을 치렀고,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병을 얻었고, 그녀는 교과서를 덮고 간병인을 자처했다. 십 대 소녀가 감당하기엔 벅찬 세상이, 그녀의 책상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져 있었다. 국가란 무엇인가 한국에 도착한 첫날, 그녀는 처음으로 “살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을 끌고 공항을 나섰을 때, 하늘은 맑았고, 거리는 평안했다. 군인도, 경찰도, 검색대도 보이지 않았다. 낯설고 복잡한 도시였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기 일에만 몰두했고, 아무도 그녀의 정체성이나 국적, 출신을 묻지 않았다. 크림반도에서는 단 한 번도 누려본 적 없는 평범함이었다. 서울이 그녀에게 준 것은 안전이었다. 그러나 그 안전은 잠시 빌려 입은 평화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엔 창밖으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어도 불안감이 몰려왔다. 제주도에서 고향 바다의 냄새를 맡았을 땐 눈물이 났다. “처음으로 이곳도 집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그 순간조차… 미안했어요. 가족을 두고 저 혼자만 안전한 것 같았거든요, (…) 아마 구소련 국가에서 온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제일 좋은 게 뭐냐’라고 물으면 다들 첫 번째로 ‘안전’이라고 할 거예요.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안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네스는 한국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개인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교육 기회를 사회가 함께 부담해 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세 가지 일을 병행하며 바쁘게 살아간다. 그녀는 줄어드는 통장 잔액을 보며 월세와 기부금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고민한다. “제일 큰 어려움은 단연코 돈이었어요. 저는 완전히 혼자 제힘으로 살아야 하거든요” 전쟁 초반, 그녀는 젤렌스키를 지지했다. “군복 입고 시내에서 직접 찍은 영상을 올리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푸틴처럼 사무실에만 앉아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가 전쟁을 끝내거나 최소한 휴전을 이끌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고 생각한다. “군사적 대응뿐 아니라 대화나 휴전도 시도했어야 해요. 하지만 그런 시도가 없었어요” “언니랑 친구들이 돈을 모아서 복무 중인 오빠 방탄복을 사줬어요. 정부가 안 주니까요. 이런 게 말이 되나요?” 무기 지원이 실제 전선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의혹, 전쟁이 젤렌스키 정부에 이익이 되는 구조, 그리고 계속되는 희생이 그녀를 실망케 했다. “지금은 그를 좋게 보지 않아요.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의 안녕을 지키는 것인데, 그러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국가는 그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도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국가의 의무를 이렇게 정의한다. “첫째, 국가는 다른 나라의 폭력과 침략에서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 둘째, 국가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다른 구성원의 불의나 억압에서 보호하기 위해 사법제도를 엄정하게 세워야 한다. 셋째, 국가는 사회 전체에는 큰 이익을 주지만 거기서 나오는 이윤이 비용을 보상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개인도 건설하고 유지할 수 없는 공공사업과 공공기구를 건설하고 유지해야 한다”* * 애덤 스미스, 『국부론』, 제5편 제1장 그녀의 경험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단순한 추상 개념이 아닌, 일상 그 자체로 보여준다. 2022년 2월, 다시 시작된 공포 정확히 어떻게 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친구들이 “뭔가 일어났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게 처음이었다. 한국은 아침이었지만, 우크라이나는 밤이었다. 네스는 곧장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답은 없었다. 그 순간 완전 패닉에 빠졌다. 두 달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며, 몇 시간 동안 뉴스만 봤다. 도시가 폭격당하고 군사기지와 공항이 공격당했다는 속보가 쏟아졌다. 열 군데 넘는 매체를 동시에 틀어놓았고, 미디어를 다 믿을 수 없어서 트위터에서 실제 사람들이 올린 글까지 확인했다. 크림반도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계속 연락했다. “괜찮아? 무사해?” 그곳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몸이 그대로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날 푸틴이 특별 메시지를 발표했고, 곧바로 침공이 시작됐다. 친구가 영상을 보내며 “쟤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물었고, 그녀는 “나도 모르겠어. 미친 거 아냐?”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비나치화 이야기를 했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말이 되지 않았다. 21세기에, 그것도 가까운 나라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았다. 이 전쟁이 2022년에 시작된 게 아니라는 것을. 이미 2014년부터 돈바스 전쟁이 있었고, 8년 동안 이어져 왔던 것이다. 단지 이번에는 나라 전체가 전쟁터가 된 것이다. 그날 네스의 머릿속에는 오직 거기에 있는 사람들 생각뿐이었다. 가족에게 송금하기 위해 통장 잔액을 확인하며 언니에게 말했다. “차 가져가, 서류 챙겨서 국경으로 가. 폴란드까지 멀긴 해도 지금 나가야 해” 언니의 대답은 단호했다. “이미 못 나가. 우리 도시랑 다른 도시를 잇는 길이 폭격당했어. 나가면 더 위험해. 총알이든 폭격이든 맞을 거야” 그 순간, 네스는 비록 한국에 있었지만 모든 공포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 무서웠어요. 그냥 뉴스만 보고 있는데도, 그 모든 게 그대로 느껴졌어요” 깨진 창문을 수리하지 않는 이유는? 전쟁이 시작되자 네스의 오빠는 곧바로 전선으로 향했다. 그는 과거 돈바스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었다. “집에 있을 수 없다. 지킬 사람이 많다”는 말만 남겼다. 전선에 도착하자마자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렸고, 스피커폰 너머로 폭격과 총성,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네스는 오빠와 자주 연락하진 않는다. 여느 현실 남매처럼, 대화도 잘 안 하는 서먹한 관계다. 어릴 적부터 나이 차이가 커 함께 한 시간이 거의 없기도 했다. “오빠가 16살일 때 저는 겨우 네 살이었어요”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녀를 울먹이게 한 건 오빠 이야기였다. 지금도 한두 주에 한 번 정도 “나 살아 있어. 괜찮아” 연락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언니와는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영상통화 중 창밖을 스치는 비행음과 폭발음을 들었고, 전기가 끊겨 통화가 갑자기 종료된 적도 있었다. 서울의 아침 6시, 학교 갈 준비를 하던 네스는 언니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우리 집 근처에 폭격이 있었어. 고양이 데리고, 창문에서 먼 복도에 앉아 있어” 집 근처에 폭격이 떨어져 창문이 모두 깨진 적도 있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치지 않았다. “어차피 또 깨질 거니까, 그냥 다른 걸로 막아놨어” 그것이 전쟁의 현실이었다. 언니와 형부는 전선 가까이에서 각자의 일을 계속한다. 형부는 군에서 군용 차량을 정비하고, 언니는 피난민과 전상자를 돕는 자선재단 일을 한다. 전쟁 중 입양한 개와 고양이는 또 다른 가족이 됐다. 대화는 전쟁 이야기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죽으면 뭐 죽는 거고, 아니면 또 일하러 간다” 언니의 이 말속에는 지친 체념과 버티는 힘이 함께 있었다. 깨진 창문처럼 그들의 하루도 언제든 무너질 수 있지만, 그 틈새로 바람과 빛을 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뉴스에 없는 현실 네스가 본 현실과 뉴스 속 현실은 전혀 달랐다. “전부요. 사실상 모든 게 달라요” 러시아 뉴스, 우크라이나 뉴스, 그리고 국제 뉴스까지 모두 보지만, 어느 것도 모든 이야기를 담지 못했다. 각자 한쪽 시선만 보여줄 뿐이었다. 러시아 뉴스는 거의 선전에 가까웠다. “러시아가 이기고 있다”는 말이 반복됐지만, 실제로는 우크라이나가 밀어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네스는 사람들이 X(옛 트위터)에 올리는 현장 글을 더 신뢰했다. “내 주변에서 폭격이 있었다”는 즉각적인 기록, 사진과 영상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보고였다. 언론 보도는 대부분 군사 작전과 성과에 집중했지만, 그녀가 알고 싶은 건 가족과 시민들의 이야기였다. “우리 군이 200미터를 밀어냈다”는 전투 소식보다는, 집을 잃고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중요했다. 보도되지 않은 일도 많았다. 모든 폭격, 모든 사망, 모든 파괴를 언론이 일일이 전할 수는 없으니, 수많은 사건이 그냥 사라졌다. 언니가 전해준 도시의 이야기처럼, 헬스장과 수영장이 있는 시 운영 스포츠 단지가 네 번 폭격당하고도 문을 닫지 않은 채 깨진 창문을 나무판으로 막아 가며 운영을 이어가는 일은 뉴스에 나오지 않았다. 네스는 이렇게 사라지는 일들이야말로 진짜 현실이라고 말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작은 폭격, 부상, 일상의 파괴야말로 사람들이 견디는 고통의 실체다. 하지만 언론은 이런 목소리를 거의 담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에게 말하기로 했다. 누군가 말하지 않으면, 이 현실은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침묵의 공백’을, 모스크바 유학 시절 뼈저리게 경험한 적이 있다. 수감된 친구들 크림반도 합병 이후, 네스는 모스크바에서 유학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그곳에서 마주한 건 철저한 고립이었다. 주변에선 아무도 그녀의 생각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러시아 국영 언론은 크림반도의 목소리를 지워버렸다.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아무한테도 제 생각을 말할 수 없었거든요” 러시아에서 그녀는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미디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프로파간다가 어떤 방식으로 퍼지는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에서 잠시 일했을 때, 뉴스가 다시 쓰이고 불편한 사실이 지워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다. “내가 러시아에서 기자 생활을 계속하면 죽겠구나”. 그날 이후, 더는 그곳에 남을 수 없었다. “동료 기자 일부는 살해당했고, 일부는 러시아 감옥에서 복역 중이에요” 전쟁을 ‘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이 그 이유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이번 전쟁을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공개적으로 ‘전쟁’이라고 부르면 처벌한다. 대신 ‘특별 군사 작전’이라는 용어를 강제한다. 나는 크림반도인이자, 우크라이나인입니다 “어디에서 왔어요?” 낯선 땅에서 종종 듣는 이 질문에 네스는 늘 같은 방식으로 답한다. “크림반도에서요” 그리고 짧은 침묵 끝에, 한마디를 덧붙인다. “저는 우크라이나 사람이에요” 그녀에게 국적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언어, 기억, 유년기, 그리고 가족의 방식에 걸쳐 있는 정체성이다. 집에서는 어머니와 우크라이나어로 대화했고, 학교 교육도 대부분 우크라이나어로 진행됐다. 러시아어는 그저 일주일에 한 번 수업 시간에나 등장하는 외국어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거리의 간판이 바뀌고, 교과서가 교체되고, 여권의 문구가 달라졌을 때, 그녀는 누군가의 ‘결정 하나’만으로도 한 사람의 정체성이 조각나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크림반도의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인도, 러시아인도 아닌 ‘크림반도인’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수많은 지배와 전쟁, 추방과 귀환이 뒤섞인 땅. 그곳은 한때 그리스가 지배했고, 또 로마의 식민지였고, 오스만 제국과 소련의 지배를 받은 복잡한 장소다. 제국의 침략과 수탈의 땅 그 자체였다. 이는 정체성의 표류로 이어지기도 한다. 러시아의 입맛에 맞지 않는 목소리는 ‘외국 대리인’으로 낙인찍혔고, 우크라이나 본토에서는 크림 출신이라는 이유로 ‘회색 지대의 사람들’ 취급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도시의 이름을 말하면서도, 설명을 덧붙여야 했다. “그 도시는 이제 러시아 땅이라고 알려졌지만, 저는 거기서 우크라이나인으로 자랐어요”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같은 문장을 반복한다. 이 문장이 언젠가 설명 없이도 통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나는 크림반도인이자, 우크라이나인입니다” 대포 대신 축포를 전쟁이 끝나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네스는 살짝 웃으며 말한다. “불꽃놀이요. 제일 먼저 폭죽을 터뜨릴 거예요” 순간의 기쁨을 터뜨리는 불꽃. 밤하늘을 수놓는 그 밝은 소리. 그건 단순한 축하가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작고도 커다란 의식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곧 울게 될 거라고도 했다. 그녀는 본래도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고,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무너질 것 같다고 했다. “정말 많이 울 것 같아요. 그리고 바로 언니에게 전화하겠죠. 영상통화로요” 그녀는 이 전쟁에 승자가 없다고 믿는다. 너무 많은 상실이 있었고, 너무 많은 이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남았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고도 한다. 그녀의 꿈은 단순했다. 언젠가 가족들과 다시 크림반도에 가는 것. 그 땅이 어떤 국기 아래 있든 상관없다. 그녀는 단지 자신이 자란 바다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 작은 도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그 맑은 물의 바다요. 제가 자랐던 그 해변에서, 다시 한번 걷고 싶어요.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그녀는 축하의 불꽃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날 밤, 비로소 걱정 없이 잘 수 있는 잠을 상상한다. 오빠에게서, 언니에게서 더는 “무사하다”는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밤. 폭격음이나 미사일 그림자가 없는,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푸른 하늘 아래의 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네스는 하루하루를 죄책감으로 살아간다. 자신이 이곳에서 하루 세 끼를 먹고 잠을 잘 때, 오빠는 최전방에서 총을 들고 있고, 언니는 폭격으로 깨진 창문 아래서 지내고 있다. 그녀는 매일 아침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언니 괜찮아?” “오늘은 조용했어?” “전기 끊긴 거 복구됐어?” 질문은 평범하지만, 그날 하루를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생존 확인서다. 그녀는 이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그녀에게 진짜 평화는 하늘 아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다. 총성이 없는 날, 폭격 소식을 듣지 않아도 되는 날, 사람들이 숨소리를 낮추지 않아도 되는 날. 그냥 가족이 살아 있고, 잠을 잘 수 있고, 먹을 게 있고, 고양이를 쓰다듬을 수 있는 날. "그게 평화예요. 푸른 하늘이 있고, 조용한 날." 그녀는 알고 있다. 평화는 누군가가 대신 싸워서 얻어다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걸. 그래서 자신도 계속 말하고, 기록하고, 연결하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서,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권위주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다 사라진 수많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려 한다. 그녀가 이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도 그것이었다. 사람들이 사상자 수와 같은 ‘숫자’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전쟁은 정부가 시작했지만, 싸우고 살아남고, 울고 웃고, 서로를 지키는 건 결국 ‘사람’이라고. 그녀는 끝까지 그렇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조용히 부탁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당신 곁에 있는 사람들도요. 어떤 전쟁도, 그 시작과 끝엔 사람이 있으니까요” 김명휘 기자(kimjack7@naver.com) 허부현 기자(beee0804@naver.com)
* This article was published in the 40th print issue of HUFS Alli, “Twist the Perspective,” in August 2025. Pitch-black darkness swallowed the hospital ward. From the far end of the corridor came the thud of boots, curt orders slicing through the air. Soldiers were moving toward the military base next door. It was the spring of 2014, and she lay in a hospital bed. The next morning was not the same as the one before. Outside of her window, strange flags fluttered above rows of military vehicles. She was no longer in Ukraine, but in Russia. Her name is Ness. Born in Ukraine, raised in Crimea. But from that day on, her nationality shifted—Ukrainian one moment, Russian the next. Still, she insists: “I am Ukrainian” That night, she realized a single yet painful truth: nationality can be changed far more easily than identity. A Child of the Sea War. The word alone feels unbearably heavy. Yet when the door opened, a young woman with red hair, pale skin, and a radiant smile walked in—as if she carried none of that weight. “Where should I look for the camera?” She asked with a laugh. That was the first thing Ness, a 26-year-old student of English Literature and Culture—said when we met. As she adjusted her gaze toward the lens, jokes and laughter filled the room. Her passport still bears the words: ‘Born in Ukraine’ She was born in western Ukraine, near the Polish border—a place many call the most quintessentially Ukrainian part of the country. But when her parents moved to Crimea for work, her childhood took root there completely. She grew up with the sea. The city’s edge was a shoreline, and when she opened the window, waves were the natural soundtrack of her days. Feodosia, on the southeastern tip of Crimea, was where she called home—a peninsula wrapped on three sides by water. Summers brought floods of tourists; every alley was lined with guesthouses and souvenir stalls. Her parents made maps of the city and ran a small publishing house for guidebooks. Her mother was an artist, and her father a technician. “Every summer, the whole family threw ourselves into the publishing work,” she recalled. “Hand-drawn streets, hand-drawn houses…” As she described the scent of salt and the breeze of the water, her voice caught. For a moment, she seemed on the verge of tears. Perhaps the smile she had shown earlier was less joy than armor, a way to keep heavier feelings at bay. From the age of seven, she learned how to fold papers, stack cards, and bind maps. The city maps hand-drawn by her mother can still be found on the internet. But her happiest days came in September, when the tourists were gone. The sea grew quiet again, as if its true owners had finally returned. Those were the days when her parents, her sister, grandmother, and the family dogs would drive out to a small village. On hidden beaches untouched by visitors, they spent entire days swimming together, ending with laughter in the car, their hair still wet from the saltwater. That sea now lives only in the photographs. “It’s been more than six years since the last time I went home” She still thinks of those waters. And then, almost in a whisper, added: “But for now… I don’t want to go back there yet” One Morning, It Was Russia She was fifteen that spring, hospitalized with a lung infection. Politics, armies, and war still felt like distant concerns, far from her world. But one night, the entire hospital went dark. “From that day on, we began to feel the war,” she recalled. Strange uniforms appeared on the streets. At school, the flag above the classroom changed. Currency shifted, language changed, and her plans for university grew hazy. Fear settled into her life, little by little, until it became part of her daily existence. “The day before, I was living in my country. The next morning, I wasn’t.” What struck her the most was the silence. No one asked. The referendum on Russia’s annexation of Crimea was a mere formality, a performance without real choice. Some even believed it was for the best—that if Russia hadn’t come, the war that erupted in Donetsk and Luhansk in 2014 would have consumed Crimea too. Now, more than a decade has passed, Ness says that most people in Crimea tend to avoid the subject altogether. “What’s the point of talking about it anymore?” has become a common refrain. Yet Ness, along with many in Crimea, still thinks this way: “I was born and raised in one country. Then one day, I woke up a citizen of another country. The annexation was forced upon us, and no one ever asked”* * In 2014, Russia annexed Crimea, a region that had been part of Ukraine. Moscow justified the move as an effort to protect ethnic Russians after the change of government in Kyiv. Since then, Crimea has been treated as Russian territory. Collapsed Classrooms, Vanished Dreams Even after the power returned and the soldiers withdrew, life never went back to how it was before. Overnight, the flag above the blackboard has changed. New textbooks appeared on students’ desks. Exam subjects were rewritten, and the questions were no longer Ukrainian. Ness loved literature. She had been writing short pieces since middle school, and by the time she entered high school, she was preparing to study literature, Ukrainian, and English at university. But after the annexation, every plan collapsed. “It was like telling a Korean student who has spent years preparing for the national college exam to suddenly take China’s college entrance exam instead” The language changed. Ukrainian literature exams were replaced with Russian ones. She had to learn subjects she had never studied, starting from scratch. The teachers she knew were gone, and those who remained now gave instructions in a different tongue. It wasn’t only the schools that had changed. Universities, administration, even the way people looked at her shifted. Ukrainian institutions closed their doors to Crimean students. Russian universities, meanwhile, offered nothing but indifference: “If you pass, you come. If not, too bad.” She became a person without a place. Still, she sat the exams. To pay tuition, she took up part-time jobs. Her mother fell ill, and Ness closed her textbooks to become her caregiver. The world that landed on her desk was far too heavy for a teenage girl—but it arrived all the same, without apology. What Is a Nation? On her very first day in Korea, she thought to herself: “Maybe life can be livable here.” When she wheeled her suitcase out of the airport, the sky was clear and the streets were calm. There were no soldiers, no police, no checkpoints. The city was strange and complicated, but it did not feel threatening. People were absorbed in their own lives. No one asked about her identity, her nationality, or where she was from. It was an ordinary peace she had never once experienced in Crimea. What Seoul gave her was safety. Yet that safety felt like a peace borrowed only for a while. On some days, even the sound of a plane passing overhead filled her with dread. On Jeju Island, the smell of the sea reminded her so sharply of home that she broke into tears. “For the first time, I felt that this place could also be home. But even then… I felt guilty. Because my family was still there, and I was the only one who was safe. (…) If you ask people from the former Soviet countries what they love most about Korea, I think everyone will say the same thing: safety. For me, too, that was the first” But safety alone was not enough. Ness has been able to continue her studies in Korea thanks to scholarships that support students in financial hardship. It was society sharing the cost of an education too heavy to carry alone. Even so, she works in three different jobs to cover her living expenses. Watching her bank balance shrink, she constantly weighs rent against the donations she still insists on sending home. “The hardest part, without question, was money. I have to survive completely on my own.” In the early months of the war, she supported President Volodymyr Zelensky. “The way he wore a uniform and filmed himself in the city left an impression. He wasn’t just sitting in an office like Putin.” But as time passed, her view changed. She believes he missed multiple chances to end the war—or at least to negotiate a ceasefire. “He should have tried dialogue as well as a military response. But there was never such an attempt.” “My sister and her friends had to pool money to buy my brother a bulletproof vest. The government didn’t give him one. How can that make sense?” Allegations that Western weapons never reached the front lines, that the war itself had become profitable for the government, and the relentless toll of human sacrifice left her disillusioned. “Now I don’t see him positively. The most important duty of a president is to protect the well-being of the people. And I don’t think he has done that.” So what, then, is a nation—for her, and for us? The economist Adam Smith, in The Wealth of Nations, defined the duties of the state in this way. "First, to protect society from the violence and invasion of other nations, by maintaining arme d forces. Second, to protect every member of society from injustice or oppression by establishing an ex act administration of justice. Third, to erect and maintain public institutions and works that, though beneficial to the whole society, are of such a nature that the profit could never repay the expense for any indivi dual."* * Adam Smith, The Wealth of Nations, Book V, Chapter I Her story reminds us that the true reason for a nation’s existence is not an abstract idea, but something that shapes the everyday lives we all share. February 2022: When Fear Returned She can’t quite remember how she first heard the news. What she does recall is that her friends began to send frantic messages: “Something’s happening.” It was morning in Korea, but night in Ukraine. Ness immediately called her sister but there was no answer. Panic set in. After two months without smoking, she lit a cigarette again and sat in the doorway, chain-smoking for hours while glued to the news. Headlines poured in: cities bombed, military bases and airports under attack. She opened more than ten news sites at once, then turned to Twitter, searching for posts from ordinary people—because she no longer trusted the reality in the media. She kept calling her family in Crimea. “Are you safe? Are you okay?” The thoughts of them—and of her friends back home—have never left her mind. It felt as if her own body was collapsing. That day, Vladimir Putin delivered a “special address.” Moments later, the invasion began. A friend sent her a video clip asking, “What on earth is he saying?” Ness replied, “I don’t know. Has he gone mad?” Putin spoke of Ukraine’s “denazification” and “freedom,” but to her, none of it made any sense. She had never imagined something like this could happen in the 21st century—let alone between neighboring countries. But she also knew that the war hadn’t truly begun in 2022. It had started in 2014, in Donbas, and had dragged on for eight long years. Now, the entire nation has become a battlefield. That day, her thoughts clung solely to the people there. Checking her bank balance, she urged her sister: “Take the car, grab the papers, and head to the border. It’s far to Poland, but you need to leave now” Her sister’s reply was firm: “It’s too late. The road between our city and the next has already been bombed. If we try to leave, it will be worse—we’ll be hit by bullets or by shells.” In that moment, even from Korea, Ness felt the terror seep directly into her body. “It was terrifying. I was just watching the news, but it felt as if I were right there, living it” Why the Windows Stay Broken When the war began, Ness’s older brother went to the front. He had served before in Donbas and left a single line: “I can’t stay home. There are too many people to protect” The moment he reached the front line, he called his sister to give his location. Over the speakerphone came the sounds of bombardment—gunfire, explosions, even human screams. Ness does not chat with her brother often. Like many siblings, their relationship is distant; their large age gap means they rarely spend time together. “When he was sixteen, I was only four,” she said. However, it was his story that brought her closest to tears throughout the interview. These days, she hears from him perhaps once every week or two, just a brief message: “I’m alive. I’m okay” With her sister, the contact is daily. During video calls, Ness has heard the roar of planes and the crack of explosions through the window. Once, the power cut mid-conversation. At six in the morning in Seoul, as she was getting ready for class, her sister texted: “There was a strike near our house. I’m sitting in the hallway with the cat, far from the windows” One blast shattered every pane of glass in her sister’s apartment. Three years later, the windows remain unrepaired. “There’s no point in fixing them. They’ll shatter again”, said her sister. That is the reality of war. Ness’s sister and brother-in-law live close to the front, continuing their work as best they can. He repairs military vehicles; she works for a charity helping refugees and the wounded. The dog and cat they adopted during the war have become family too. Their conversations are not filled with war alone. “If I die, I die. If not, I go back to work,” her sister once told her—a phrase heavy with exhaustion, but also with resilience. Like the broken windows, their days could collapse at any moment. And yet, through the cracks, they let in light and air and carry on living. The Reality Missing From the News What Ness saw with her own eyes was nothing like what she read in the news. “Everything. Honestly, everything was different,” she said. She followed Russian, Ukrainian, and international outlets alike, but none told the full story. Each showed only one angle. Russian news, in particular, bordered on propaganda—repeating, “Russia is winning,” even as Ukrainian forces pushed them back on the ground. That is why she came to trust the posts ordinary people shared on X, formerly Twitter. “There was a strike near me”—such immediate fragments, with photos and shaky videos attached, felt more real than any polished report. Media coverage, she noted, focused almost entirely on military maneuvers and battlefield gains. What she wanted to know were the stories of families, civilians, the ordinary people still clinging to life amid the rubble. Headlines like “Our army pushed 200 meters forward” meant little compared with the voices of those who had lost their homes and were still carrying on. Countless stories remained unshared. No outlet could record every bombing, every death, every building reduced to dust. Too many things were simply erased. Her sister once told her about the city’s sports complex, a public facility with a gym and swimming pool. It had been bombed four separate times, yet never closed. Workers patched the windows with plywood and carried on. Such details never made the news. To Ness, these vanishing fragments are the truest reality. The small, relentless bombardments. The injuries. The daily ruptures of ordinary life. These are the real weights people are enduring. Journalism has rarely captured those voices. That is why she has chosen to speak. Because if no one tells it, this reality will cease to exist. And she knows so well about what silence truly feels like—she lived in it during her years studying in Moscow, where the void of truth pressed down on her like a weight. Friends Behind Bars After the annexation of Crimea, Ness spent several years studying in Moscow. What she encountered there was isolation—absolute and suffocating. No one around her wanted to hear her thoughts. On state television, the voices of Crimea had been erased. “There were moments when I wanted to jump out of a building,” she admitted. “I had no one I could share my thoughts with” In Moscow, she majored in journalism. It gave her a front-row seat to how the media really worked—and how propaganda spreads. During a brief stint at a Russian state broadcaster, she witnessed stories being rewritten, uncomfortable truths cut out in real time. “I realized if I stayed in Russia as a journalist, it would kill me,” she said. From that day forward, she knew she could no longer remain. Some of her colleagues never escaped. “A few have been killed. Others are serving prison sentences in Russia,” she said. Their crime was calling the war by its real name. In today’s Russia, it is illegal to describe the invasion of Ukraine as a 'war'. To do so publicly can land a person in prison. The state enforces a single phrase instead: 'special military operation'. I Am Both Crimean and Ukrainian “Where are you from?” It is the question Ness hears most often in unfamiliar places. And she always answers in the same way: “From Crimea” Then, after a short pause, she adds: “I am Ukrainian” For her, nationality is not a bureaucratic formality. It is language, memory, childhood, and the texture of family life. At home, she spoke Ukrainian with her mother. At school, almost every subject was taught in Ukrainian. Russian was just another foreign language, appearing once a week in class. But when street signs were changed, when textbooks were replaced, when the line in her passport was rewritten, she realized something important for the first time: that a single political decision could shatter a person’s identity. People of Crimea often prefer to call themselves neither Ukrainian nor Russian, but Crimeans. It is a land layered with invasions and returns—once Greek, later a Roman colony, part of the Ottoman Empire, then the Soviet Union. A territory marked by conquest and extraction. That history has left identities adrift. In Russia, voices that did not fit the state’s narrative were branded as “foreign agents.” In mainland Ukraine, those from Crimea were sometimes treated as belonging to a “gray zone.” Even saying the name of her hometown required an explanation: “It’s now said to be Russian territory, but I grew up there as a Ukrainian” And so, to this day, she repeats the same sentence—hoping that someday it will stand on its own, without explanation: “I am both Crimean and Ukrainian” Fireworks, Not Firepower When asked what she would do first if the war ended, Ness smiled faintly. “Fireworks. I’ll set off fireworks” Explosions of joy in the sky. Bright sounds that paint the night above. For her, it would not be a mere celebration, but a ritual only the survivors could perform—small and yet immense. And then, she admitted that she would probably cry. She has always been quick to tears, and she knows that when the reality of peace finally sinks in, she will collapse into them. “I think I’ll cry a lot. On video, of course” She believes this war can have no winners. Too much has been lost; too many names have disappeared. But survival itself, she says, is enough. Her dream is simple: to return one day with her family to Crimea. It doesn’t matter what flag flies over that land. What matters is showing her children the sea where she grew up. “That little city, the sea so clear that few people know it. I want to walk again on that beach where I was raised—together, with my whole family” Ness waits for the day of fireworks. She imagines the night when she can finally sleep without worry. A night when she no longer needs to check for a message from her brother or her sister saying they are safe. A night with no missiles, no air raids—only a wide, quiet sky above. Do Not Forget Us Ness lives each day with a sense of guilt. While she has three meals a day and sleeps safely in Korea, her brother holds a rifle on the front line, and her sister endures nights beneath shattered windows.. Every morning, her day begins with messages: “Are you okay?” “Was it quiet today?” “Has the power come back yet?” The questions seem ordinary, but for her, they are proof of survival—signs her family has made it through another day. She longs for the war to end. However, she knows that alone will not be enough. Real peace, for her, is far simpler: a day when nothing happens under the open sky. A day without gunfire. A day without news of bombings. A day when people no longer hold their breath to survive. Peace, she says, is when family is alive, when you can sleep through the night, when there is food on the table, when you can stroke the cat. “That is peace. A blue sky, and a quiet day” She knows peace is not something handed down by others, not something won on someone else’s battlefield. That is why she keeps speaking, keeps recording, keeps reaching out. She wants to remember the names of those who vanished while raising their voices—whether in Ukraine, in Russia, or anywhere in the world—against war and authoritarian power. That, too, is why she chose to tell her story: so that people are not remembered only as casualty numbers. Wars may be launched by governments, but it is people who fight, who survive, who weep and laugh, who protect one another. That was the truth she wanted us to carry to the end. And at the end of our conversation, she made a quiet plea: “Do not forget us. And do not forget the people beside you either. Because in every war, at its beginning and at its end, there are always people” 김명휘 기자(kimjack7@naver.com) 허부현 기자(beee08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