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대학언론법 입법간담회’가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주도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6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대학언론법 입법을 주도한 정을호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대학언론의 독립성과 편집권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에 기반한 최소한의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대학언론인들이 겪는 심각한 재정 부담과 반복되는 편집권 침해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학언론의 독립성 강화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며 “대학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감소하고 있고, 재정 지원이 취약해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언론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자율성과 지속 가능한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대학언론법의 제정 이유를 밝혔다. 정 의원은 본 토론회의 개최 이유를 대학언론의 제3주체인 대학기자, 주간교수, 간사, 교육부가 이야기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입법 논의를 이루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대학생위원장 봉건우 위원장은 대학 언론법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본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봉 위원장은 “학보사의 발전에 대학가의 방향성 또한 달려있다”라며 대학언론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의 사회를 맡은 한국대학언론협의회 오대영 회장은 “본 토론회가 대학 언론 발전을 위한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개회사 이후 김태섭 대학알리 편집국장이 사회를 맡고 오대영 한국대학언론협의회 회장이 좌장을 맡아 간담회가 진행됐다. 미국 ‘뉴보이스 법’과 같이 대학 언론 자유 보장하는 법안 추진돼야 ‘한미 대학신문의 편집권 실태’를 주제로 토론 전 발제에 나선 윤희각 교수는 한국과 미국 대학언론의 편집권 실태를 비교 분석하며, 두 국가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편집권과 재정의 독립 희망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는 법안의 계류 또는 추진 등을 설명했다. 윤희각 교수는 한국과 미국 대학신문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각 국가 대학언론인들의 강한 편집권·재정 독립 의지를 들며 “미국의 경우 주요 재원이 대학본부 지원, 학생회 예산 일부, 광고 수익, 기부금으로 이뤄지는 등 다각화되어 있다. 한국의 대학신문 또한 대학의 규모나 위치, 상황, 문화에 맞게 재정 독립 방안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윤희각 교수는 두 국가 모두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거나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은 헌법 21조에서, 미국은 수정헌법 1조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각종 판례 등이 우선시돼 대학언론 현장에서는 역할이 부족했던 편”이라며 “이에 한국의 경우 대학언론 편집권 보장을 위해 지난해 11월 대학언론법이 입안됐고, 미국은 주 별로 뉴보이스법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보이스법은 학생 언론 자유 회복·보호를 위한 법으로, 고등학교, 공립대학, 사립대학 언론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면서 윤희각 교수는 두 국가 법안의 차이점도 설명했다. 윤 교수는 “한국의 경우 편집권 보장 예외 조항이 없다. 미국 뉴보이스법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강한 책임을 요구하는 법이고, 이럴 때는 편집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다. 향후 시행 과정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희각 교수는 미국에서도 대학신문이 검열, 편집권 침해, 재정 압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생기자 체포 사례까지 등장한 점을 주목했다. 윤 교수는 “대학언론의 자유와 편집권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법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며 “대학언론법 발의에 맞춰 이 법을 현장에 적용하고 적응시키는 대학언론인의 강력한 역량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희각 교수는 “한국 대학언론은 재정독립 방안을 다각화해야 한다”며 △규정상 대학으로 귀속되는 광고 수익의 편집국 귀속 △미국처럼 대학신문에 마케팅 부서 신설 및 관련 전공 학생의 고용 △대학신문 동문회와 대학동문회 차원의 기금 조성 △지역일간지처럼 후원금 모금 △학생 자치의 방안으로 총학생회 예산의 일부 펀딩 △자치단체의 지역신문 발전기금 일부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박호빈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장 및 건대신문 편집국장, 윤수임 대구대신문 편집국장, 이다혜 전 숭대시보 편집부장, 김세준 한국체육대학보 간사, 이가을 전 성공회대 미디어센터 센터장, 김봄이 전 경기대신문 편집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대학언론의 위기 실태와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해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첫 토론자로 서울권언론연합회 제29기 박호빈 회장이 발언에 나섰다. 박 회장은 대학언론이 직면한 위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학언론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제로 토론했다. 대학언론법, 실효성을 위한 후속 조치 필요 박 회장은 △별도의 독립적 재원 확보 방안 마련 △대학언론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 체계 제도화 △인력난 해소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학교가 예산을 빌미로 대학언론을 통제할 수 없도록 별도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현재 대부분의 대학언론의 경우 정규 교육과정을 받지 않는 도제식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의 독립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언론의 질적 수준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언론 인력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방대한 업무량과 경직된 근무 환경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앞서 강조한 후속 조치들과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만 대학언론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대학 언론 취재 자유 위협…대구대신문, 잇따른 편집권 침해 겪어 윤수임 대구대신문사 편집국장은 대구대에서 일어난 학내 편집권 침해 사례에 대해 언급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윤 편집국장에 따르면, 대구대학교 학보사인 대구대신문 또한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대학 당국의 반복적인 편집권 침해를 겪었다. 2023년 5월, 김규민 전 편집국장은 학내 논란과 관련한 취재에서 학교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겪었다. 이에 언론과 취재원 사이 상호 존중 필요성을 제기하는 칼럼을 작성했다. 그러나 해당 칼럼은 학보사 내부 검토 단계에서 게재가 보류됐으며, 이후 학생처와 총장과의 면담에서도 ‘기사의 균형성 부족’을 이유로 지적받아 결국 발행이 무산됐다. 또한 입학처는 2022년 학보사의 입시제도 관련 보도 이후, 취재 요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2024년 취재를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바쁜 일정’ 등을 이유로 응답이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관련 보도는 중단된 상태다. 이외에도 재정 현황이나 대학 주요 사업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마다, 대학 측은 반복적으로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대학언론법 제정으로 대학 언론 자유 침해 막을 수 있어 윤 편집국장은 학내 언론에 대한 압박이 대구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대학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률이 존재하더라도, 대학 언론은 이를 적용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존 법안의 △학생자치에 관한 법적 규정 △국가·지자체의 대학언론 운영 지원 조항 등이 삭제되었다.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윤 편집국장은 대학언론의 실질적인 독립성과 운영 보장을 위해서 삭제된 조항들이 개정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가·지자체의 운영 지원 조항은 대학언론의 실질적인 독립성과 운영 보장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독립적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면, 대학 본부의 과도한 영향력에서 벗어나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편집국장은 ‘대학언론 관련 후속 입법 정비안’을 제시하며 법안의 실효성과 구체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취재 협조 방해 금지 원칙’을 소극적 명문화한 「대학 언론의 윤리적 책무 및 취재 협조에 관한 법률(안)」 △대학언론이 정보 청구 주체로 법적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보공개 범위의 명확화 및 이행 절차에 관한 법률(안)」 △대학 언론도 일반 언론과 동일한 헌법적 보호와 언론 윤리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대학 언론의 편집 독립성 보장에 관한 법률(안)」 △대학 언론이 자체 윤리 강령 및 언론자문위원회를 자율적으로 제정·운영할 수 자율적 윤리 강령 및 협의기구 운영에 관한 권고 조항(안)」 을 제시했다. 법안 제정 후 언론 자유 실행 방안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 필요 이다혜 전 숭대시보 편집부장은 숭대시보의 학교측으로부터의 언론 탄압 사례를 설명하며 토론을 시작했다. 숭실대학교 신문사 <숭대시보>는 ‘정론직필’이라는 정신을 강조해온 최초의 대학신문이자, 서울시에 신문사업을 공식 등록한 신문이다. 이러한 숭대시보 또한 지난 2021년 총장과의 갈등에서 대학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당했다. 당시 총장은 외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대학 중 최초로 11월부터 전면 대면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와도 협의되지 않은, 모두가 처음 들은 사안이었기에 학생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언론 보도 다음날, 학교측은 전체 학생 대상으로 “대외로 나가는 내용에 우리 내부의 상세한 공지 내용을 구구절절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학우들의) 대승적 이해를 요청한다”는 요지의 메일을 발송했다. 편집국은 학내 언론으로서 이 사건을 1면 보도하기로 결정했고, 학교 측의 압력을 우려해 후속 행동까지 논의했다. 다음날 편집국장은 주간 교수와 신문방송국 팀장이 참여한 편집 회의에서 기사를 보도할 것을 분명히 요구했으나 학교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숭대시보는 학교측으로부터 기자 전원 해임을 통보받았다. 당시 “지금 이 순간부터 기사 작성은 불법이며, 내일까지 사무실을 비우라” 말을 들었다고 이 전 편집부장은 회고했다. 이후 숭대시보 기자들은 주임 교수가 기사 퇴고를 맡는 조건으로 다시 전원 복직했다. 그러나 학내 갈등이 있을 때보마다 자체 검열을 피할 수 없었다. 이 전 편집부장은 이러한 대학 언론 탄압 사례를 방지하고 대학 언론이 자유와 독립을 보장받는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언론법의 제정 의의를 짚었다. 그러나 법안 제정 이후 언론 자유 실행 방안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생 기자, 주간 교수, 담당 직원 간 운영권과 편집권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학 언론 종사자 또한 강화된 위상에 맞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한 한국체육대학교 학보사 김세준 간사는 학보사를 운영하는 관리자의 고충과 학내 언론 운영난에 대해 설명했다. 예산 압박에 종이 신문 포기하는 대학 언론 한국체육대학교 학보사 김세준 간사는 대학 언론의 재정난 문제를 지적하며,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간사에 따르면, 매년 반복되는 예산 삭감 요청으로 인해 대학 언론의 운영 기반이 위협받고 있으며, 특히 교육과 직접 관련이 적다는 이유로 학생 활동과 신문방송사 예산이 우선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김 간사는 “대다수 대학에서 신문방송사의 다음 해 정상 운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실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과 맞물린 재정 압박 속에서 일부 학보사는 종이 발행을 중단하고 있으며, 인쇄비가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실질적 독자는 줄어들어 종이 신문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체육대 교지는 2025학년도부터 40년 만에 책 인쇄를 중단하게 됐으며, 학생기자들에게 지급되는 장학금과 식대, 간식비는 15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인력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대학은 동문과 기업 후원을 통해 자립 기반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다수의 대학 언론은 안정적 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김 간사는 “대학의 자율성이 예산 운영의 전제이긴 하지만, 언론이 제 기능을 하려면 위태로운 예산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등록금의 일부를 대학언론 기금으로 환류시키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언론으로서의 대학언론 성공회대학교 이가을 전 미디어센터장은 ‘독립적인 대학언론의 가능성’을 주제로 발언했다. 이 전 센터장은 대학언론이 대학 구성원을 위한 정보 전달과 감시 역할을 수행하는 기능을 가진 대안언론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대학을 감시하고 대학 구성원에게 진실을 전하며 대학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성언론에 비해 정치권력과 상업 자본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위치에 있어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기사를 작성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점을 역설하기도 했다. 대학언론법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대학언론 이어 이 전 센터장은 “대학언론이 올바르게 기능하려면 대학언론의 자율성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대학언론법의 제정이 필수적”이라고 입법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학언론은 기본적인 언론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에 이를 대학언론법을 통해 법률적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대학언론의 새로운 가능성은 모두 대학언론의 독립성을 전제하기에 대학언론이 저널리즘의 가치를 실현하고 건강한 언론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학언론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전 센터장은 “대학언론법 제정이 오랜 시간 고착해 온 대학언론의 권리 침해 문제를 끊어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대학언론법, 양날의 검이 되지 않기 위한 대책 마련해야 경기대학교 김봄이 전 편집국장은 현재 발의된 대학언론법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법안을 구체화할 것을 강조했다. 김 전 편집국장은 △예산 지원 항목을 늘릴 것 △법안에 명시된 자율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할 것 △대학언론법 위반 시 징계 및 피해를 입은 대학언론에 대한 구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적했다. 예산에서의 독립성 확보 필요 김 전 편집국장은 “대학언론의 예산을 편성하고 운영하는 것은 결국 대학의 권한이기에 예산에서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학언론이 억압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정부차원 또는 대학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예산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모호한 법률적 해석 구체화해야 이어 현재 대학언론법에 명시된 ‘대학언론의 자율적인 편집 및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항목에서 의미하는 자율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할 것을 지적했다. 이 전 편집국장은 “어느 정도가 개입이고 간섭이며 자율적이지 못한 것인지, 어느 선까지가 법률에 위반되는 사안인지에 대한 파악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언론법 위반 시 징계 및 피해 구제 방안 마련해야 이 전 편집국장은 셋째로 대학언론법을 위반한 대학언론에 가해지는 징계 또는 피해에 대한 구제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만약 위법 행위로 인해 언론 활동에 대한 제약이 생기면 모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대학언론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반에 대한 징계 방안과 간소화된 조사 단계를 마련해 단순한 징계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대학언론에 대한 구제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많은 대학 언론인과의 논의를 거쳐 법안을 구체화하고 대학언론법의 실효성을 확보해 대학언론이 실질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발언을 마쳤다. 지정토론과 자유발언이 모두 끝난 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질의응답에서는 김봄이 전 편집국장이 제시한 ‘미국 대학언론은 소송이 제기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가’와 ‘미국의 뉴보이스법은 대학에서 대학언론을 폐간할 경우 어떤 방지나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해당 질문들에 대해 윤희각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뉴보이스법을 도입한 경우 원하는 변호사나 언론인이 10명 안팎으로 소송을 도와주는 구조이며, 현재 보복금지 조항을 통해 대학언론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태섭 대학알리 편집국장은 본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오늘 토론회는 대학 언론의 현실과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보고 대학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제 대학언론법에 남은 과제는 법안의 통과와 실효성이다.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실효성 있는 재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언론법의 입법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영 기자 suyoung8649@gmail.com 최선우 기자 0sunsday@gmail.com
'대학언론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대학언론법 입법간담회'가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주도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6세미나실에서 이루어졌다. 대학언론법에 대한 국회 차원의 입법간담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언론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학교가 대학언론의 자율적인 편집·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언론법은 지난 21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에 의해 처음 발의되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정을호 의원은 지난해 11월 기존 법안에서 △학생자치에 관한 법적 규정 △국가·지자체의 대학언론 운영 지원 조항 등을 삭제한 대학언론법을 재발의했다. 이번 입법간담회를 주최한 정을호 의원은 "대학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대학언론법을 발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봉건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위원장은 “학보사의 발전에 대학가의 방향성 또한 달려있다”라며 대학언론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의 진행을 맡았던 한국대학언론협의회 오대영 회장 역시 “본 토론회가 대학언론 발전을 위한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간담회에서 ‘한미 대학신문의 편집권 실태 연구’를 주제로 발제한 윤희각 부산외대 교수는 "세계적 롤모델로 거론되는 미국 대학언론조차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대학에 의한 △ 예산 삭감 △ 주간 교수의 간섭 △ 편집권 침해 등에 더해 정부 당국 차원의 편집권 침해 위기에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윤 교수는 미국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 방식으로 미국 일부 주(州)에서 ‘뉴 보이스(New Voices)법’을 도입하여 대학언론이 제도권 언론으로 인정받은 사례를 제시했다. 윤 교수는 "이번 대학언론법 역시 미국의 '뉴 보이스법'처럼 대학언론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순서를 맡았던 박호빈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장은 현재 대학언론의 의존적 재정 구조로 인한 편집권 침해 사례를 언급하며 대학언론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또한 대학언론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 별도의 독립적 재원 확보 방안 마련 ▲ 투명한 재정 운영 기구 발족 ▲ 대학언론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 체계 제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다혜 숭대시보 前 편집부장, 이가을 성공회대 미디어센터 前 센터장 등은 대학언론의 독립성 침해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윤수임 대구대신문 편집국장, 김봄이 경기대신문 前 편집국장은 대학언론법의 개선점을 논하기도 했다. 김세준 한국체육대학보 간사는 대학언론 기자가 아닌 간사의 관점에서 대학언론 예산 문제를 꼬집었다. 지정토론이 마무리된 뒤 채홍준 교육부 대학규제혁신추진단 단장은 “대한민국 헌법상 보장되는 대학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사이에서 어떻게 절충점을 찾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히며 “입법 노력과 함께 학생과 교직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봉건우 위원장 역시 현행 대학언론법에 따라 대학언론이 대학 내 독립 조직으로 인정받을 경우 학교 측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을 근거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규환 국회 교육위원회 입법조사관은 필연적으로 이어질 여러 문제들에 대해 “(대학언론법 제정으로) 대학 내에서 벌어질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후속 법안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종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자문위원 역시 대학언론법 제정 이후 이루어져야 할 후속 조치를 강조하며 ▲ 대학 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 대학 언론의 편집권 합의 도출을 위한 토론장 마련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나연 서경대학교 신문사 편집장은 “대학언론법이 제정된다면 대학언론의 독립적인 활동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해당 법으로 기자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대학언론의 독립성과 편집권 보장을 위한 대학언론법 논의와 제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영 기자(suyoung8649@gmail.com)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최선우 기자(0sunsday0@gmail.com)
오늘 3일 11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려 11시 22분 헌법재판소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됐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해 전임 대통령이 됐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의 행위는 헌법기관과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고 이에 따라 대통령의 의무 사항인 헌법 수호에 대한 의무를 저버렸다며 피청구인을 파면하는 것이 국가적 손실보다 이익이 크다”고 선고문에서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 주변 안국역 일대에는 탄핵 찬성 측의 집회와 탄핵 반대 측의 집회가 동시에 진행됐다. 이에 가대알리는 헌법재판소의 선고 전 안국역 집회 현장에 나가 집회에 참석한 양측 대학생을 인터뷰했다.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김현성(가명)씨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과가 어떻게 될 거 같냐는 가대알리의 질문에 “8:0으로 탄핵 인용될 것이다. 12.3 계엄령을 통해 모두가 보지 않았느냐”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내란의 죄를 범했으며 대통령 측에서 쫒겨나야죠” 라는 반응을 보였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거나 기각 시 발생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에 “기각될 거라 생각을 안 해봤다. 기각된다면 독재국가가 될 것이고 인용된다면 평범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 될 거다”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반대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박현민(가명)씨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과가 어떻게 될 거 같냐는 질문에 “4:4로 기각될 것이다. 애국 보수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재판관들과 중립적인 재판관이 있지만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무섭게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4명이 기각 의견을 낼 것이고 나머지 분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에 대해 친분이 있기 때문에 인용 의견을 낼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탄핵이 인용되거나 기각 시 발생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에 “탄핵 인용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기각이 된다면 민주당 측에서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해서 승복할 수 없다며 다시 국회에서 대통령과 총리 등에 대하여 탄핵을 시도하려고 협박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자기 생각을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후 정청래 국회법사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민주주의의 적을 민주주의로 물리쳐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국민 여러분 만세”를 외쳤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입장을 밝혀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윤갑근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히며 자리를 떠났다. 이번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조기 대선을 실시하게 됐다. 현재까지 조기대선 실시일은 6월 초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현 기자(mvp2450@naver.com) 편집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담당 기자: 김동현 기자 (신학 22)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건 선고가 예정된 4일 오전,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안국역 일대는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윤석열 파면’, “내란세력 완전청산”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도로로 모였다.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시민들은 안국역 인근,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등에 집결했다. 경찰은 안국역 중앙에 차벽을 설치하여 두 집회 사이의 충돌을 방지했다. 선고 예정 시간인 11시가 다가오자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났다. 이들은 저마다 돗자리나 방수포, 휴대용 접이식 방석을 깔고 도로에 앉아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노래를 부르거나 주변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집회 참가자들의 참여 동기도 다양했다. 서강대에 재학 중인 여모 씨는 “지난 12월 3일 이후로 계속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어제도 친구들과 함께 철야 집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을 중심으로 전날부터 밤새 이어진 철야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2000여 명이 참석했다. 푸드트럭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고 밝힌 동덕여대 재학생 김모 씨는 “철야로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이 있다고 해서 어제 새벽부터 봉사를 이어왔다”며 참여 계기를 밝혔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김모 씨는 “(안국역과 가까운) 성균관대는 오늘 대부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며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해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무대 스크린에 등장하자 소란스러웠던 안국역은 순식간에 침묵으로 물들었다. 시민들은 숨죽인 채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들거나, 다른 이들의 손을 꼭 잡으며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한다”는 문 권한대행의 선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문 권한대행은 먼저 선고의 적법요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 “탄핵소추 의결이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문 권한대행의 선고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고, “탄핵심판청구는 적법하다”는 발표가 나오자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문 권한대행은 직무 집행의 위법성 여부를 소추 사유별로 읊어나갔다. 먼저 문 권한대행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회의 탄핵소추, 입법, 예산안 심의 등 권한 행사가 중대한 위기 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평상시의 권력 행사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한 문 권한대행은 비상계엄 당시 군경 투입과 관련해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밝혔다. 헌법 제5조 2항에 따르면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되어야 한다.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하는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든 행위 자체가 정치적 중립성의 위반이라는 해석이다. 이 외에도 문 권한대행은 포고령 발령, 선관위 압수수색,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 등도 모두 위헌적인 요소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당시 이루어졌던 여러 행위가 그 자체로 헌법 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더라도 헌법에 근거한 자구책으로 견제와 균형을 실현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피청구인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는 선고가 이어지자 사람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22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이루어졌다. 안국역 일대는 시민들의 환호성과 박수갈채로 가득 찼다. 6 대 2 인용, 5 대 3 기각 등의 구도가 예상되었던 만큼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파면 결정 이후 광장에는 <다시 만난 세계>가 재생되었고, 주최 측은 ‘시민의 승리’를 선언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집회 참여자들은 일제히 깃발을 흔들거나 얼싸안으며 기쁨을 표현했다. 눈물을 보이는 참가자도 있었다. 동덕여대에 재학 중인 김모 씨는 알바가 끝난 전날 저녁 10시부터 집회 현장을 지켰다. 김모 씨는 “탄핵 집회에 매일 참여하다 보니 몸과 마음 모두 지치기도 했다. 오늘 결과를 보니 그간의 고생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뿌듯하다”며 “모두 함께 싸웠기에 승리한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 연대가 이어져 다음 고난도 이겨낼 수 있길 바란다”고 탄핵 인용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역시 동덕여대에 재학 중인 이모 씨 또한 “탄핵 인용 결과에 기쁜 마음”이라고 밝히는 동시에 “윤 파면이라는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이 연대가 이어질지 걱정되기도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이모 씨는 “민주주의가 승리하는 현장에서 뜨거운 에너지를 받았기에 동덕여대 투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며 앞으로 이어갈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서울교대 성모 씨는 “대한민국 역사의 한순간에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지켰다”고 밝혔다. 성모 씨는 “집회에 나오면 저보다 더 자주, 오래 나오시는 분들이 계신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느꼈다”며 그간 열린 탄핵 집회에 참여하는 동안 “대학생이 학문을 넘어 배워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느낀다. 그것은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25학번 새내기라 소개한 서울여대 박모 씨는 “성인이자 대학생이 된 지금이야말로 제 주장을 가장 자유롭게 펼칠 때”라며 집회에 나오게 된 이유를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을 졌으면 좋겠다”고 밝힌 박모 씨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흔드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는 승복 입장을 내놓았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이지수 기자(horag1234@gmail.com) 허주원 기자(bluw0903@sogang.ac.kr)
* 당신의 치안은 안녕하신가요? 외대알리는 외대 주변 치안을 확인하고자 캠퍼스 주변을 살피며 방범 CCTV, 보안등, 가로등, 비상벨 등 방범시설물을 점검했습니다. 통학길, 자취방으로 향하는 길, 외진 골목에 위치한 식당을 다니는 길을 포함해 좁은 골목까지 모두 돌아봤습니다. 두 편에 걸쳐 외대 주변을 네 구역으로 나눠 캠퍼스 밖 치안을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우리 사회는 잇달아 발생하는 각종 흉악범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7월 신림동과 서현역에서 발생한 칼부림 및 강간 살인 사건을 기점으로 ‘이상동기 범죄’는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이상동기 범죄의 가장 큰 특징은 범행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적이 드문 주택가나 등산로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상가 밀집 지역까지 유동인구 규모를 불문한 채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을 기준으로 한 ‘2022년 서울시 5대범죄 발생현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국외대 서울캠퍼스가 위치한 동대문구에서는 총 3,253건의 범죄가 발생했으며,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다. 동대문구의 범죄 위험성은 서울 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이상동기 범죄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범죄 발생 수치만으로는 치안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우리 학교 주변 지역은 과연 범죄로부터 안전할까. 외대알리는 외대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 밀집가를 중심으로 캠퍼스 인근을 직접 둘러보며 치안 실태를 점검했다. 특히 주요 방범시설물인 방범 CCTV와 보안등을 중심으로 외대 후문과 신이문 지역, 도서관~청량초와 외대앞역~회기역 지역의 치안 현황을 소개한다. 외대 후문 원룸가 “낮에는 밝고 사람도 많아서 괜찮은데, 특히 늦은 밤 골목길로 들어가면 너무 인적도 없고 깜깜해서 불안해요”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후문 원룸가에 9개월째 거주하고 있는 이수인(네덜란드어 23) 학우는 늦은 저녁 스산한 분위기에 매일 조급한 마음으로 귀가한다. 서울캠퍼스 후문 원룸가는 외대 학생들의 대표적인 주거 지역이다. 원룸가 바로 옆에 학교가 위치해 있어 낮 시간대에는 자취방을 오가거나 카페, 식당으로 향하는 학생들로 인파가 북적인다. 하지만 강의가 끝나고 상가들이 문을 닫는 늦은 저녁 시간대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길을 오고 가는 학생 자체의 수도 적을뿐더러, 자취방으로 향하는 길은 대부분 외진 구석에 위치한 어두운 골목길이다. 외대알리는 후문 원룸가 인근을 돌아보며 방범 CCTV와 비상벨을 비롯한 방범시설과 치안 실태를 확인했다. 여성안심귀갓길(이하 안심귀갓길)은 2013년부터 대중교통 하차지점에서 원룸⋅빌라촌과 같은 주거지로 귀가하는 길, 골목길 등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경로에 여러 방범시설을 설치하여 범죄 발생을 예방하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다. 방범 CCTV와 보안등, 비상벨은 전용 구조물이나 전신주에 함께 설치돼 있으며 로고젝터나 바닥 페인트를 통해 해당 경로가 안심귀갓길임을 표시한다. 이문동의 경우 외대 정문부터 경희대 후문으로 이어지는 큰 길이 ‘이문지구대 여성안심귀갓길’에 해당한다. 안심귀갓길 내 방범시설은 대체로 적재적소에 위치했다. 주변에 비해 어두운 지점 곳곳에 보안등과 가로등이 설치돼 주위를 밝히고 있으며, 바닥 페인트 및 로고젝터는 해당 경로가 안심귀갓길임을 부각시킨다. 안심귀갓길에는 총 4개의 방범 CCTV가 존재하며, 인도 바로 옆 전신주와 전용 구조물에 비상벨과 함께 설치돼 있다. 노란색 안심귀갓길 구조물의 경우 눈에 잘 띄어 비상벨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전신주에 설치된 비상벨의 경우 부착돼 있는 전단지나 전압기에 시야가 분산돼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만약 안심귀갓길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에 긴급 상황이 발생한다면 설치된 방범시설을 발견하지 못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 사전에 안심귀갓길 경로를 미리 확인하고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제관부터 외국어연수평가원 건물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의 경우 상점들이 없어 비교적 어두우며 방범시설 또한 설치돼 있지 않았다. 특히 가로등이 나무 뒤편에 위치한 탓에 불빛이 주변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문제도 존재했다. 외대 후문 원룸가에는 안심귀갓길 기준 좌우로 좁은 골목길들이 분포해 있다. 안심귀갓길 양옆에는 식당이나 카페, 편의점 등 상가가 위치해 있어 늦은 저녁에도 상대적으로 밝다. 그러나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 곧바로 어두워지며, 골목을 오가는 사람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외대알리는 안심귀갓길을 제외하고 인문관 뒤편에 위치한 식당 ‘촨커’부터 ‘래미안 아파트’ 단지 뒤편의 원룸촌까지 총 5개의 방범 CCTV를 확인했다. 면적에 비해 방범 CCTV 설치 대수가 부족했고 이로 인해 감시 범위가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다. 가로등의 경우 대체로 골목의 교차로 지점마다 설치됐다. 하지만 가로등이 설치된 구역과 그렇지 않은 구역의 밝기 편차가 커, 골목 전체의 어둠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신이문 원룸가 캠퍼스 근처보다 월세가 저렴하고 방을 구하기 수월한 신이문역 주변은 외대 학생들의 대표적인 자취 지역 중 하나이다. 이 지역에는 높은 건물보다 낮은 주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90년대와 2000년대 디자인의 낡은 표지판도 찾아볼 수 있다. 외대 앞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동네라고 할 수 있다. 옛 골목과 집들이 많다고 해서 위험한 동네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학에 입학해 가족 없이 처음으로 독립하려는 대학생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렇듯 낡고 오래된 건축물로 인해 오랫동안 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2021년 이문동 168-1번지 일대를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지역으로 지정하고 현재까지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신이문역 주변에는 비교적 낙후된 골목들이 즐비해있다. 특히 신이문역 근처로 갈수록 골목이 작고 좁다. 최근 신이문역 근처에서 자취 경험이 있는 김 모씨(22)는 "역 주변이 어둡고 유동 인구도 적어 지하철 이용을 꺼렸다"며 "큰길로 다니는 버스를 주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폭이 좁은 골목 끝에 설치된 가로등이 길 전체를 비추지 못하면서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골목 중간에는 가로등을 설치할 공간이 확보되지 않고, 곳곳에 설치된 보안등만이 길을 비춘다. 외대알리는 신이문로 일대를 취재하는 내내 차단된 시야 탓에 원초적 공포를 느꼈다. 골목마다 보안등이 설치된 개수도 상이하다. 방범용 블랙박스가 함께 설치된 신식 보안등은 한 골목에 두 개 설치된 곳도 있으며, 비교적 흐린 전구색을 띠는 보안등만 설치된 곳도 있다. 방범 CCTV는 주로 골목 끝에 설치됐으나 골목마다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한편 외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이문로로 내려갈수록 골목의 폭이 넓어지면서 곳곳에 신식 건물이 위치해 있다. 학생들이 주로 자취하는 빌라나 건물은 별도로 개인 CCTV나 전등이 설치된 경우도 많다. 신이문역 4번 출구와 5번 출구를 이어주는 신이문 지하 교차로에는 범죄 예방을 위한 비상벨이 존재한다. 또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적은 지하철 역임에도 방범 CCTV와 비상벨이 역 주변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주변 방범시설물 현황 지도] * 취재를 통해 [외대 주변 CCTV・보안등 지도]를 제작했습니다. 지도를 확대하면 구역별 방범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대 주변 방범 CCTV와 보안등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2편 기사 보기) 당신의 치안은 안녕하십니까? 외대 주변 방범시설물 점검 : 서울캠퍼스 [2편] 김서진 기자(seojin1122@naver.com) 박진우 기자(ggj05398@naver.com) 오기영 기자(oky98@daum.net) 한담희 기자(hdhi1728@naver.com)
*회대알리는 섭식장애 당사자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인터뷰 내용을 최소한으로 편집했습니다. 본 기사의 내용이 일부 독자에게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24일, 국내 최초로 ‘섭식장애 인식주간’ 행사가 열렸다. 섭식장애 당사자들이 설립한 단체 ‘잠수함토끼콜렉티브’와 인제대학교 섭식장애정신건강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첫 회 인식주간은 “납작하지 않은 섭식장애”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일주일간 진행됐다. 주최 측은 공식 홍보물을 통해 “먹는 것과 자신의 몸에 불화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라며 인식주간 개최 의의를 밝혔다. 2월 24일 진행한 ‘섭식장애 당사자-내러티브 탐구’에는 다섯 명의 당사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섭식장애와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의 연관성과 섭식장애가 사회적으로 구성된 질병이라는 사실, 그리고 섭식장애가 단순히 ‘예뻐지기 위해 걸리는 병’ 이상의 중층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질병이라고 이야기했다. 회대알리는 2023년 7월 21일부터 29일까지 섭식장애 · 다이어트 경험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는 30명이 참여했다. 설문 응답자의 53.3%는 다이어트 경험이, 43.3%는 다이어트와 섭식장애 경험이 모두 있다고 밝혔다. 다이어트 경험 응답자의 성별 비율은 여성과 남성이 약 8:1이었고 섭식장애 경험에 응답한 이는 모두 여성이었다. 다이어트를 처음 시작한 나이는 8세부터 20세 이상, 섭식장애를 처음 경험한 나이는 12세부터 20세 이상으로 둘 모두 폭넓은 분포를 보였다. 다이어트 경험 응답을 보면 다이어트를 처음 시작한 이유(복수 응답)는 △미용 목적 체중 감량이 응답자의 9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타인의 외모 평가(43.8%) △주위의 강요(6.3%) △주위의 권유(6.3%) △건강 목적 체중 감량(6.3%) 등의 답변이 나왔다. 지금까지 다이어트를 시도한 횟수를 묻는 질문에는 △셀 수 없음과 △5번 이하라는 응답이 31.3%로 가장 많았으며 △10번 이하(25%)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62.5%가 요요 현상을, 81.3%가 다이어트 강박을 경험했다고 밝혀 다이어트의 미약한 지속성과 악영향을 엿볼 수 있었다. 섭식장애 경험 응답을 보면 섭식장애를 경험한 기간은 △1년 이하가 35.7%로 가장 많았으나, △10년 이상과 △5년 이상이라는 답변도 각 28.6%와 21.4%를 보이며 전체 응답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를 통해 섭식장애의 장기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섭식장애를 경험했을 당시 자신의 몸을 실제 체질량지수(BMI)보다 크다고 느낀 비율은 응답자의 64.2%로 섭식장애 당사자가 인식하는 몸과 실제 몸 사이의 괴리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섭식장애의 현재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8.5%가 ‘여전히 섭식장애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함으로써 섭식장애가 벗어나기 힘든 질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청년 여성 섭식장애 당사자의 내러티브 탐구하기 잠수함토끼콜렉티브의 박지니 씨는 “우리(섭식장애 당사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어를 찾아내기 시작하면 다른 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인식주간 행사를 기획한 이유를 밝혔다. 박지니 씨의 말처럼 인식주간 첫날 진행된 ‘섭식장애 당사자-내러티브 탐구’ 시간에는 섭식장애 당사자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했다. 이러한 내러티브 탐구를 이어가 보고자 회대알리는 세 명의 섭식장애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이는 모두 20대 청년 여성이자 대학생이다. 기사에 등장하는 인터뷰이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섭식장애 경험 “토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었어요.” “단순히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몸 안에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Q. 경험한 섭식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현서: 고등학생 때 SNS를 통해 ‘물 단식’을 알게 됐어요. 물만 먹다가 죽을 것 같으면 소금만 조금 먹는 ‘초절식’이었어요. 1년 정도 살 수 있을 만큼만 먹고 많이 먹었다 싶으면 변비약이나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었어요. 친구들이랑 만나면 밥 먹고 왔다고 하거나 속이 안 좋아서 못 먹는다는 핑계를 댔고, 카페에서는 무조건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칼로리가 낮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무서운 게, 배가 고프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으면 드디어 살이 빠지는구나 싶어서 기뻤어요. 그때 썼던 일기를 봤는데 ‘몸에 힘이 없다. 이제 좀 살이 빠질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얘기가 많았어요. 몸에 힘이 나면 많이 먹었나 생각했고 그런 강박이 계속 있었어요. 나은: 어렸을 때 통통하다는 얘기를 듣는 게 일상이었지만 그때는 먹는 걸 좋아했고 통통한 것도 좋지 않나 생각했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친구들이랑 사이가 틀어지면서 친구들이 날 싫어하는 게 내가 뚱뚱해서는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중학생 때 장염을 겪으면서 토하거나 설사하면 살이 안 찐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후 계속 먹고 토하거나, 토하지 못하겠으면 설사약을 먹었어요. 섭식장애 증상의 기복이 심한 편이고, 체중에 대한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원래 52kg만 돼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40kg대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요. 지윤: 고등학생 때 남들에 비해 통통하고 못난 몸이고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잘 알던 공동체를 벗어나 대학에 들어오면서 더 신경을 쓰게 됐고요. 당시 스스로가 사람들이 말하는 ‘돼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때 사진을 보면 건강해 보여요. 체중도 지금보다 15kg 덜 나갔어요. 제가 채식주의자인데 당시 룸메이트가 비건이어서 같이 비건식을 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울할 때마다 고기라는 음식을 먹고 싶은 거예요. 고기를 먹으면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걸 알면서 먹은 거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일종의 자해였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1년 이상 폭식이랑 구토를 했어요. 친구가 오기 전에 몰래 고기를 먹고 나서 치우고 토해내고 냄새 빼고 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몰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빠를 때는 배달을 15분 기다린 후 5분 만에 다 먹어버리고 바로 토하고 치운 적도 있어요. 먹기 전에는 이걸 당장 먹어야 한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정신질환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단순히 먹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 몸 안에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어떨 때는 채워 놓고 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먹은 적도 있어요.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면서 나를 괴롭혔던 것 같아요. Q. 섭식장애를 겪으면서 일상생활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나은: 저는 음식점에 갈 때 화장실이 잘 되어 있는지를 꼭 확인해요. 먹었을 때 토하기 힘든 음식은 잘 먹지 않고, 토한다고 해도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남아 있는 거랑 낮은 음식이 남아 있는 건 다를 거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먹어요. 또 나중에는 많이 먹지 않으면 잘 토하지 못하는 시기가 오거든요.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해서 음식값이 많이 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 ‘내가 화장실 가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오래 걸리면 토하고 왔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너무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들어요. 사람들이 말랐는데 진짜 많이 먹는다, 먹고 토한다고 생각할까 봐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계속 거짓말을 하게 돼요. 아까 점심을 많이 못 먹었다거나 바빠서 밥때를 놓쳐서 지금 먹는 거라는 식으로요. 지윤: 구토를 많이 한 사람은 입 안에 느낌이 이상한 게 있다는데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얼굴도 변형이 온 것 같고요. 당시에는 밖에 나가는 걸 피하다 보니까 비타민 수치가 비타민 주사를 맞아야 할 만큼 낮아졌어요. 학교 다니는 데도 문제가 있었어요. 학기 마지막쯤에는 발표 날 아침에 코피를 쏟고 누워 있다가 못 간 적도 있어요. 4.3이던 학점이 3.5로 내려갈 만큼 학업에 충실할 수 없었어요. 몰래 먹고 토하고 있어서 친구들한테 죄책감도 들었고요. 몸에 많은 문제가 생겨서 지금도 자주 배가 아프고, 조금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조금만 덜 먹으면 속이 쓰려요. 다이어트와의 연관성 “’다이어트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섭식장애를 겪었을까?’ 의문이 들어요.“ Q. 다이어트와 섭식장애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지윤: 네. 처음에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일반식’과 ‘클린식’을 나누고, 채식과 해로운 음식인 육식을 구분하고, ‘다이어트’와 ‘비 다이어트’를 구분하다가 문제가 커진 것 같아요. 나은: 섭식장애는 사람들이 먼일로 여기지만 다이어트는 아니잖아요. 다이어트를 하다 생기는 많은 문제가 무색하게 누구나 접할 수 있어요. 다이어트 자체가 나를 계속 검열하게 만드는 거잖아요. 식단은 어떻게 할지, 몸무게가 몇 킬로를 넘어가지는 않는지, 어느 시간에 몇 칼로리를 먹었는지 계속 생각하고 계산해야 해요. 음식을 조절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의지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생겨요. 아예 안 먹거나 보상행위로 폭식하게 되기도 하고요. 이런 식으로 당연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다이어트는 한 번 발 들이는 순간 계속 반복되고 빠져나오기 쉽지 않거든요. 그런 위험성은 아무도 경고해 주지 않아요. Q. ‘말랐다’라는 말도 칭찬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요. 나은: 말랐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그 사람이랑 밥 먹는 게 불편하고 전부 불안해져요. ‘이 사람은 내가 말랐는데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겠지? 살이 쪄도 바로 알아채고 살이 쪘다고 얘기하면 어떡하지? 더 이상 말랐다는 말을 못 들으면 어떡하지?’ 이렇게 모든 걸 신경 쓰게 돼요. Q.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외모는 스펙이 되고 다이어트는 자기관리라는 말로 포장되곤 하잖아요. 면접을 위해 성형이나 시술을 받는 일도 있고요. 이런 사회에 살며 어떤 생각이 드나요? 지윤: 한국에서는 남들에 비해 예쁘거나 마르면 그게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면접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요. 전에 카페에서 일을 했는데 사장님이 계속 저한테 전보다 살이 쪘다는 거예요. ‘서비스직인데 살이 찌면 어떡하냐’라는 타박처럼 느껴졌고 자기 관리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넷 댓글을 보면 ‘비만은 자기 관리 실패다’, ‘게을러서 그렇다’ 이런 말이 엄청 많잖아요. 그 얘기에 동의하고 싶지 않은데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싶고 영향을 받아요. 요새 외국에 나오고 나서 한국처럼 외모가 스펙이 아닌 곳도 있다는 걸 깨닫는 중이에요. 나은: 한국에서는 성형하면 성형한 외모라서 별로고 너무 마르면 너무 말라서 별로라고 해요. 왜 외모가 스펙이 되어야 하죠? 쌓아야 할 스펙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챙기면서도 예뻐야 하고, 반대로 예쁘지 않으면 스펙을 하나 잃는 거라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아요. Q. 다이어트는 자본이랑도 밀접한 문제 같아요. 무분별한 다이어트 광고가 대표적 예시고,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의 경우 마약성 의약품임에도 엄격한 기준 없이 처방하는 데다 병원마다 가격이 몇만 원까지 차이 나더라고요. 나은: 다이어트 광고가 TV에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게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마른 연예인들을 모델로 기용하고 부작용은 얘기해 주지 않아요. 약으로 한순간에 빠진 살은 쉽게 돌아오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지윤: 아무 규제가 없으니까 어린이도 다 구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서 섭식장애가 더 양산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사람들이 돈 때문에 섭식장애를 겪는 사람을 더 늘리고 싶은 건가 생각하기도 했어요. 약에 의존하게끔 만들어서요. 또 섭식장애를 20대 청년들이 많이 겪는 데에는 환경적 영향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부엌이 없는 기숙사에 사는 사람도 많고, 식자재를 사서 요리하기에는 시간도 돈도 마음의 힘도 없으니까 사 먹는 음식에 기대게 되면서 살이 찌고. 살이 찌니까 몸에 신경 쓰게 되고 건강도 안 좋아지고요. 우리가 환경적으로 가난하니까 몸을 더 학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미디어 “’뚱뚱한’ 여자 아이돌을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여성의 신체를 파편화하고 마른 몸매를 이상적으로 제시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Q. 주변이나 미디어에서 섭식장애라는 화제가 다뤄지는 양상은 어떤가요? 현서: 기사를 보면서 자극적으로 다뤄진다고 느꼈어요. ‘프로아나’*가 사회적 이슈였을 때 ‘여성 청소년들이 마른 걸 신봉하며 굶고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사 먹는다’라고 자극적으로만 보도했던 게 생각나요. 어떤 기사도 그 이유를 묻거나 궁금해하지는 않았어요. *프로아나(pro-ana)는 ‘찬성한다’라는 뜻의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의 합성어로, 거식증의 몸과 증상을 동경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Q. 한동안 ‘소식좌’가 유행했잖아요. 보면서 불편한 마음이 컸어요. 프로아나라는 여성 청소년 집단은 괴이하게 비쳤는데 프로아나랑 다른 게 없어 보였고요. 현서: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걸 원하잖아요. ‘굶어서 뺐다’가 아니라 ‘원래 안 먹고 안 찌는 체질’이라는 게 유행의 이유였던 것 같아요. 소식좌라는 말이 나오고 방송에서 사람들이 김밥 한 알을 나눠 먹는 것도 봤어요. Q. 미디어에서 비추는 여성의 모습 중 문제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현서: 미디어에 나오는 대부분의 여성이 무척 말랐잖아요.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게 돼요. 보여주는 게 표준화되어 있으니까 문제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여성들이 강박을 느끼는 것 같아요. 나은: 저는 한 번도 '뚱뚱한' 여자 아이돌을 본 적이 없어요. 아이돌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데 그 나이대면 섭취해야 할 영양 성분도 있을 거고, 건강을 해칠 정도로 살이 찐 게 아니라면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중 먹는 걸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요. 여성 연예인이 점점 더 말라가고 있고 그 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마르기만 하면 안 되고 라인이 있어야 하고, 골반도 적당히 있어야 하고, 운동을 해서 탄탄한 몸이어야 하고요. 말랐지만 먹는 건 있어야 하고, 몸매가 ‘어린애’ 같으면 안 되고, 뼈가 다 보여도 안 돼요. “살짝 말랐다. 너무 말랐다. 딱 보기 좋다” 심지어 “내 팔로 걸어 다니는 것 같네” 같은 평가까지 아무렇지 않게 오가요. 마른 게 왜 선망의 대상이 됐는지 궁금해요. 지윤: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먹는 여성이 그럼에도 말랐다는 것에 환상이 있는 것 같아요. 먹방을 하는 마른 여성들이 계속 미디어에 나오는데 저는 그런 영상을 보면 ‘저 사람도 먹고 토할까?’ 생각해요. 음식을 과하게 먹는 걸 문화로 소비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에요. 또 음식이 좋아서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몸을 할 수도 있는 건데 여자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말라야 하는 건가 생각이 들어요. 섭식장애의 여성화 “여자아이들이 저한테 말랐다고 하면 슬퍼요.”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하나의 표본이 되면 어떡하지?’ 생각해요” Q. 섭식장애가 젠더화된 질병이라고 생각하나요? 현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대부분 외모 강박을 가지고 있고, 섭식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이어트는 한 번씩 경험해 봤다고 생각해요.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보다 외양에 민감해지게 되고 다이어트를 더 쉽게 접하지 않았나···. 여성인 친구들 사이에서 ‘다이어트 해야 해. 굶어야 해. 나 너무 살쪘어. 나 다리가 너무 굵은 것 같아’ 이런 말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오가요. 나은: 여성은 점점 왜소해지는 것 같고 반면 남성은 거대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남성 중에도 섭식장애를 겪는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없겠지만, 남성이 몸을 만들 때는 먹어도 되잖아요. 여성이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굶어야 해요. 저는 저체중을 지향하는 남성을 본 적이 없는데 여성은 평균 체중보다 더 마르기를 원해요. 옷 가게만 가도 남성 옷은 크고 여성 옷은 진짜 작아요. 스스로 말랐다고 생각했을 때도 제가 라지나 미디엄 사이즈를 입어야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지윤: 섭식장애는 보이는 것에 민감해지는 병이니까 확실히 젠더화 되어 있다고 느껴요. 실제 비만율과 상관없이 사회가 여성에게 보이는 몸에 더 신경을 쓰게끔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미디어를 봤을 때 몸의 다양성이 훨씬 적은 것도 여성이고요. 여성의 몸이 마르지 않으면 그 몸을 더럽다고 여기거나 웃긴다고 여겨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내 몸을 희화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통계는 잘 모르지만 아직 섭식장애를 겪는 남성을 만난 적이 없어요. 만약 섭식장애를 겪는 남성이 있다면 저는 그것 또한 젠더화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 사람이 헤게모니 남성성에 부합하지 못했거나 ‘여성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섭식장애를 겪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Q.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이 괴리된 것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아요. 섭식장애도 같은 맥락에 있는 것 같아요. 지윤: 맞아요. 문제를 인지하고 나면 더 죄책감이 드는 것 같아요. ‘나는 여성학을 공부하고 있고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사람인데 왜 내 몸은 내가 컨트롤하지 못할까?’ 이런 생각을 해요. 나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데 왜 외모를 꾸미는 것과 보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걸까 생각해요. ‘나는 잘못된 건가?’라는 물음을 많이 던져요. 저는 어린이 센터에서 일해서 어린이를 만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나를 스탠더드 체형으로 생각하고 닮아가려고 하면 어떡하지?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하나의 표본이 되어 버리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도 많이 해요. 여자아이들이 저한테 말랐다고 할 때마다 슬퍼요. 아이들이 “선생님처럼 마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물어볼 때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먹어도 돼”라고 하면 “선생님처럼 마르려면 먹으면 안 되잖아요.” 이런 말이 돌아와요. 기껏해야 초등학생이거든요. 반면 남자아이들이 이렇게 얘기하는 건 들어본 적 없어요. 오히려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랐다, 뚱뚱하다, 돼지다’ 이렇게 얘기하는 걸 봐요.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걱정스러워요. 거대한 기억은 전 생애에 걸쳐 사람을 지배하게 되잖아요. 초등학생 때 말 한마디가 지금의 저를 만든 것처럼요.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몸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서워요. Q. 저도 어릴 때부터 다이어트를 해서인지 여자아이들이 미디어에 영향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이어트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나은: ‘통통한’ 여자아이들을 보면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요. ‘마르지 않아도 돼. 있는 그대로도 아름다워. 그리고 굳이 아름답지 않아도 돼.’ 이런 말들이 와닿지 않잖아요.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다고 얘기하지만 와닿지 않는 것처럼요. Q. 한국 사회에서 청년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어려움에는 어떤 게 있나요? 현서: 사회에서 여성의 외모 관리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취업하거나 애인을 만들려면 무조건 머리를 기르고 살을 빼고 화장해야 하고. ‘그렇게 먹으면 살찐다’는 말도 많이 들어요. 살이 찔 수도 있고, 다양한 체형이 있는 건데 한국에서 여성의 표준 체형은 당연하게 40~50kg 정도의 몸으로 생각되는 것 같아요. 나은: 살해 위협이나 스토킹이 아니고 모르는 남자들이 와서 말 거는 것도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거든요. 그런 일은 좀처럼 공감받지 못해요. 오히려 ‘네가 예뻐서 그런 건데 왜 기분이 나쁘냐’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또 한국 사회에서는 내 무서움을 이해받을 수 있으려면 연약하고 예뻐 보이는 등 조건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지윤: 너무 많아서 어떻게 말할지 고민되는데요. 요새 여성들은 대부분 자신이 소수자라는 걸 알잖아요. 그 사실에 대한 절망감이 있고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바뀌지 않을 거라고 세상이 주입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기득권이나 강자들이 바뀌지 않게끔 노력하는 게 잘 보이기도 하고요. 무얼 하든 태클이 걸리는 게 화나요. 섭식장애 당사자로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분명히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네가 의지박약이고 게을러서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내가 여자라서 이렇게 얘기해도 다들 안 들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어요. 섭식장애의 중층적 의미 “어쩌면 섭식장애를 겪는 사람도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몸을 통제하는 게 아닐까?“ Q. 섭식장애를 여성 억압의 결과나 사회 구조적 질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나은: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자해와 다르지 않다고는 생각했어요. 똑같이 나를 학대하는 거잖아요. 억압된 존재가 자신을 해치는 방식으로 억압을 표출한다고 생각해요. 프로아나 계정을 보면 굶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게 성취감이라고 얘기해요. 사실 그걸 성취한다고 의미가 있는 게 아닌데 성취감이라고 포장하고 나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여기는 거예요. 이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거나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과 다른 통제잖아요. 나를 해치는 방식으로 통제하며 스스로를 옥죄는 거라고 생각해요.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자해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처럼, 어쩌면 섭식장애를 겪는 사람도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 먹는 방식을 통제하는 게 아닐까요. 몸을 통제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Q.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는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네 몸이지’라는 내용이 있어요. 채식을 하다가 종래에는 섭취를 거부하는 여동생을 보며 언니가 하는 말이에요. 자신을 굶기거나 혹은 폭식하는 여성의 자기 학대적인 섭식장애가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몸뿐’이라서 나타나는 결과라면 이 책임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현서: 사회적으로 여러 불리한 위치에 있는 여성이 가장 쉽게 성취할 수 있는 게 몸이다 보니 사회가 여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아요. 나은: 막연하게 사회라고밖에 못 하겠어요. 이전부터 쌓여왔던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인 맥락이 합쳐져 있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자본과도 얽혀 있고요. 그 모든 걸 생각하다 보면 무엇을 탓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럴수록 스스로한테서 문제를 찾게 되니까 내가 살기 위해 원망할 존재를 만들어 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사실 한 명의 문제가 아니고, 또 원인을 찾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어요. 저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섭식장애가 없는 존재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섭식장애뿐 아니라 우울증, 불안, 과거에 겪었던 모든 일들 없이 내가 나일 수 있을까?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그때는 그 삶을 만족하면서 살았을까?’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했을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경험한 일을 부정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건 없으니까 받아들이고 사는 거예요. 물론 계속 먹고 토하면서 살겠다는 게 아니고요. ‘나는 그럴 수 있고 너도 그럴 수 있고 우리는 다 그럴 수 있다. 누구의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의 잘못은 절대 아니다.’ 이렇게요. Q. 섭식장애 인식주간을 개최한 박지니 씨는 섭식장애에 대해 “몸을 축소시키고 싶어 하고 몸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건 어떤 불편감”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일종의 몸에 대한 디아스포라를 겪는다는 거예요. 이처럼 스스로가 해석하는 섭식장애가 궁금해요. 지윤: 저도 이게 맞는 말 같아요. 내 몸을 단순히 싫어하는 감정보다 몸에 이질감이 들고 이 몸을 떠나고 싶었어요. 어떤 때는 뭔가 분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사회 속에서 내 몸이 이방인처럼 느껴지고요. 그리고 섭식장애 증상인 구토와 폭식 자체는 그런 몸을 부정하는 일종의 자해라고 생각해요. 내가 내 몸만 어떻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최후의 발악 같은 느낌이에요. Q. 섭식장애가 사회 구조적 질병이라면 이 사회에서 섭식장애라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어떤 의미로 읽힐 수 있을까요? 나은: 사회의 억압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은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섭식장애를 안고 남들처럼 일상에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야 더 사회의 메시지가 될 것 같아서요. 제가 약해지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약한 게 결국 제일 강한 거라는 거예요. 어떤 사람이 강하기만 해서 약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강함이 아니니까요. 우리가 다 약해져 봤기 때문에 다른 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섭식장애와 자신의 삶을 분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음식 섭취, 외모, 체중 등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가능할까요? 현서: 지금도 완전히 벗어났다는 생각을 못 해요. 칼로리를 신경 쓰고 몸에 대한 불만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에요. ‘저 사람 말랐다’ 같은 생각을 안 하고 싶은데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요. 잘못된 것을 알고 벗어나려 하지만 지하철만 타도 성형 광고가 보이고, SNS에도 다이어트 관련된 게 계속 뜨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만큼 완전히 끊어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당연하게 사회 모든 곳에 있으니까요. 지윤: 저는 외국에 오고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 생기면서 이전보다 컨트롤이 돼요. 그렇지만 아직 혼자 먹을 때마다 토해야 할까 생각이 들고, 라면 한 봉지 먹을 거 두세 봉지 먹으려 하고 그래요. 여기서 살거나 지금 같은 마음을 굳건히 지키면서 한국에서 산다면 천천히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 사회가 저를 가만히 둘지는 모르겠지만요. 우리는 노력하겠지만 금방 바뀌는 시스템이 아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섭식장애로부터 조금 멀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적으로는 아직 멀었다고 느껴요. 나은: 이번 학기 때 정말 분리할 수 없다고 느꼈어요. 못 먹어서 몸이 하얗게 떠 있었고, 링거를 계속 맞아야 하거나 아니면 쓰러지는 수준까지 갔어요. 수업을 듣는 것도 어려웠어요. 섭식장애나 강박을 포함해서 외모, 먹는 시간, 먹는 양, 칼로리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고 부럽기도 해요. 섭식장애에는 완치가 없고 증상이 조금 나아질 뿐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그 말에 동의해요. 저는 늘 괜찮아졌다가 심해졌다가 하거든요. 한 번 시작된 이상 완치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렇게 의식하지 않는 삶이 언젠가는 오기를 막연하게 바라고 있어요. 그런 시절도 있었지 회상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현서: 섭식장애를 겪었을 때는 당장 살을 빼는 게 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를 포함한 모두가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걸 경험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더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지윤: 여성의 몸이 아예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 좋겠지만, 사회에서 보이는 여성의 몸이 다양해지기만 하더라도 우리가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한국 사회가 그런 면에서 다양성을 갖춘다면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은: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냥 살아있었으면 좋겠어요. 섭식장애가 정신질환 중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제일 높다고 들었어요. 건강도 좋지 않고 이런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요. 저는 옛날에 죽겠다고 했을 때 말리는 사람들이 미웠거든요. 그렇지만 살아있으면 뭐라도 되고, 살아있어야 뭐라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은 섭식장애가 있으면 무기력하고 불쌍하게만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아니거든요. 요즘 저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기대되고 먹고 토할 거지만 먹을 음식들도 기대되고 그런단 말이에요. 그래서 어떤 모습이든, 먹고 토해서 위장이 망가지고 침샘이 붓고 식도가 다 녹고 치아가 부식되고 턱이 사각형이든 토 냄새가 나든 안압이 심해서 눈이 맨날 충혈돼 있든 간에 살아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어떤 역사적 사명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살자. 조금 나아지든 안 나아지든, 미안한 일도 만들고 고마운 일도 만들면서 그냥 그렇게요. 취재, 글=유지은 기자(ujieun0231@gmail.com) 디자인=강성진 기자(helden003@gmail.com)
한국외국어대학교 제58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단 후보자 공청회가 지난 23일 저녁 7시 서울캠퍼스 브릭스 화상 강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선거에는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 '여운'과 ‘캐치’가 출마했다. 공청회는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생중계됐다. 이번 선거는 2012년 선거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경선이다. 여운에서는 총학생회장에 오창화(행정 21) 후보, 부총학생회장에 여찬우(포르투갈어 21) 후보가 출마했으며, 캐치에서는 총학생회장에 안종범(국제 21) 후보, 부총학생회장에 이채연(경제 22) 후보가 출마했다. 여운 오 정후보는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학내 문제들이 근 몇 년간 대두되고 있으며 의견 수렴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며 “학우분들과 함께 변화할 외대에 여운을 남기겠다”고 출마 소견을 밝혔다. 캐치 안 정후보는 “외대인들 모두가 함께한다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며 “계속해서 발로 뛰며 외대인들의 목소리를 캐치할 수 있는 총학생회가 되겠다”고 출마 소견을 피력했다. 공청회는 학내 언론 질의, 각 선본 정책 질의, 서면 질의, 자유 질의 순으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여운, 캐치 순으로 학내 언론 질의가 진행됐다. 외대알리 및 학내 언론 질의응답 외대알리는 각 선본에 ‘법인 재정 책임 요구, 총장선출제도 및 등심위 구조개혁’에 대해 질의했다. 법인 재정 책임 요구가 법인과의 소통 부재로 여전히 정체돼 있다는 지적에, 여운 오 정후보는 “지금까지는 학생 차원에서만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제는 학교 모든 주체가 힘을 모아 법인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노조와의 연대를 기반으로 학교와 소통해 법인의 책임을 촉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캐치 이 부후보는 “학내 구성원들의 법정 전입금 확대 촉구 목소리를 모아 법인에 전달하고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 등으로 대응할 것이며, 법인과의 소통의 장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사회 회의장에 직접 찾아가 소통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총장선출제도 및 등심위 구조개혁과 관련해 이전과는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여운 여 부후보는 “총장선출제도와 관련하여 교직원 노조 지부장과의 대화를 통해 직원-학생 간 연대를 약속했으며, 교수들과의 개별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도모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등심위의 경우 외부 감사위원 위촉 간 학생-학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실태를 지적하며 “학내 구조 관련 학생회 상시기구 및 학내 구조개혁특별위원회 공약 이행을 통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캐치 안 정후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년 학우들의 목소리를 모아 강력하게 대응할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 반영 비율부터 시작해 비민주적 의결구조를 개혁하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여운에게 인권 연대와 관련해 ‘학내 노동자 문제를 조명하고 지자체와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공약이 학생 권익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다. 이에 오 정후보는 “학내 노동자 또한 외대라는 작은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며 이들의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학우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고 연대하는 방법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학내 노동자와 학생의 관계를 짚었다. 다음으로 캐치에게 ‘학교 브랜딩 전략은 뚜렷한 성과가 바로 도출되기 힘든데 임기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이 부후보는 “브랜딩 자체가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학생을 중심으로 한 이미지 브랜딩이 장기적으로 진행된다면 학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각인될 수 있다”며 “공모전 수상작을 발전시켜 다음 총학생회와의 인수인계 및 모니터링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딩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좁은 외대에서 휴게 공간 확보 실현이 실질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 안 정후보는 “시설관리팀 문의 결과 용도가 명확하지 않거나 이용되지 않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확답을 받았으며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선본 간 상호 질의 시간이 이어졌다. 상호 정책 질의 여운 → 캐치 Q. 강의실 내 전기 콘센트 확충은 학내 시설 구조상 벽면을 뜯어내는 대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한국전력공사에서 배정된 전기 이상을 학내로 투입하지 못한다. 이 부분에 대해 알고 있나? A. 학교 시설관리팀, 건설기획팀 문의 결과 가능은 하나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답변을 받아 우선적으로 기존 콘센트에 멀티탭을 연결할 예정이다. 또한 당장 전기 콘센트를 확충하기 전에 현재 사용 중인 전기 콘센트의 작동 여부 파악 후 수리 예정이다. 콘센트를 확충이라는 공약의 본질은 수업 시간 중에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콘센트 확충에 대해 학교 본부와 꾸준히 소통할 예정이다. Q. 공약 이행 프로세스 및 실현 플랜에서 내년 1월 중 학우 대상 설문조사만 7개이다. 심지어 1월은 방학 기간인데, 한 달 내에 7개의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유의미한 표본을 얻을 수 있나? A. 2022년 학내 요구원 설문조사의 경우 4페이지가 넘어가는 방대한 설문조사였지만 총 1,362명의 학우들이 참여한 전적이 있다. 경품이나 유인책을 통해서라도 학생회는 학우들에게 최대한 노력해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세스상 1월에 전수조사 및 설문 등을 진행해야 안정적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학우들의 참여를 위해서는 개강하는 3월에 진행할 수도 있다. 설문조사는 학우들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학우들의 욕구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다. 제56대 총학생회에서는 학제 개편 관련해 학우 만남을 진행하기 위해 온라인 온라인 웹엑스 미팅을 진행한 것도 있다. Q. 해외 문화 탐방 프로그램에 관한 공약은 모든 기획 의도와 진행 방식이 전년도와 차별점이 없다. 해외 문화 탐방 프로그램에 대한 차별점이 있는지? A. 우선 공약에 부족함이 있었다. 다만 기존 사업 진행에서 불편함과 시스템 개선도 공약화할 수 있다. 공약은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것도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Q. 경희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와 함께하는 동대문구 총선 토론회를 통해 동대문구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현안이 무엇인가? 또 상반기 안전협의회 결과, 이미 보도블록 교체에 대한 약속을 받은 상황이며, 이후 안전관리특별위원회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도로 평탄화 및 보도블록 재정비에 대해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는? A. 논지가 잘못됐다. 캐치가 동대문구에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학우들이 바라는 것을 캐치가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학교 곳곳에 보도블럭 정비가 되지 않아 학우들이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는 등 피해를 본다. 피해가 크다면 학우들 의견과 수요를 파악해서 동대문구의 대대적인 도로 재정비 사업을 시행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또한 트로이카 등에 대한 문화 행사에 대한 수요가 크다면 경희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와 동대문구 간담회를 진행해서 문화행사 확충에 대한 요구를 전달할 것이다. Q. 주요 시험⋅기업 합격자 추이 제공 및 수기 모음집 제작 공약과 관련해 57대 ‘도약’에서 졸업생 상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을 진행했다 무산됐다고 알고 있다. 이유를 알고 있는지? 또 도약이 진행한 것과 다른 점이 있는지? A. ‘도약’은 진로 취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훕스 어빌리티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학우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이후 별도의 진행 사항을 공유하지는 않았다. 공약의 본질적인 목표는 수기를 모으는 것이다. 커뮤니티 등에서 수기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공약이었다. 최근 외교관 합격자가 7명이 나왔지만 학교 측의 홍보는 미비했고, 많은 학우가 학내 커뮤니티나 현수막을 통해 확인했다. 외대생들의 성과를 보기 편리하게 정리해 취업 준비 과정에서 참고가 되도록 할 예정이다. 캐치 → 여운 Q. 학내 구조개혁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추가로 학내 구조개혁 특별위원회는 정관, 학칙, 규정의 내용 중에서 어느 조항을 개정하고자 하는 것인가? A. 총장 거버넌스를 진행할 때 항상 TF팀 구성과 등심위 규탄 시위 등이 일회성으로 끝나 구조를 개혁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상시로 운영할 수 있는 특위를 설치해 규정 개선에 대해 학우들의 의논과 토론을 진행한다면, 불합리한 규정들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씀드린 정관, 학칙, 규정은 각각 주체가 다르다. 모든 개정은 한꺼번에 진행돼야 거버넌스를 바꿀 수 있다. 특위에서는 정관, 학칙, 규정에 대해 팀을 나눠 진행할 예정이다. Q. “스텝 1”에서도 특위를 만든다고 했는데, 왜 “스텝 3"에서는 구조개혁 특위가 아닌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의 정례 간담회를 하는지? A. 특위는 일단 중운위 산하에 있다. 학생회칙 특위에서는 회칙에 명시된 불합리한 사항들을 위원회 안에서 토론하고 개선하고자 한다. 이를 중운위에 상정해 개정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중운위는 학내 규정을 개선하려는 취지에서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총장 집행부와의 간담회 정례화는 총장 공약을 모니터링하려는 측면도 있다. 보통 학생회에서 총장 공약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학내 부처에 공문을 발송하지만 반려된다. 총장 집행부 산하에 있는 학내 부처에서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즉 공약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총장 및 총장 집행부와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 공약에 대해 모니터링할 것이다. 그리고 진행 안 된 공약들이 있다면 과감하게 그 자리에서 공약 이행을 촉구할 것이다. Q. 우리 학교의 교양 교육 과정은 교양교육과정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최근 우리 학교는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심화 컨설팅도 진행됐다. 이미 학교 측의 계획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은가? A. 미네르바 교재 e북 제작과 관련해 지식출판콘텐츠원과 컨택하던 중, 학생들이 미네르바 교재 개선 사업에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현재 미네르바 교재는 개정된 지 오래돼,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 내용이 일부 존재한다. 미네르바 교재 개정 시 학생들이 참여해 수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책을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점을 파악해,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미네르바 교양에서 정말 필요한 개선점은 교수님들에 따라 보고서 분량이 다르거나 과제 유무 그리고 시험의 비율 등이다. 이 부분은 고려했는가? 또한 교수님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 기준을 획일화할 것인가? A. 모든 커리큘럼을 획일화한다는 것은 아니다. 학생마다 수강하고자 하는 교수님은 다르기에, 교양 과목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미네르바 교양대학에서 적어도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커리큘럼은 통일할 필요가 있다. 미네르바 수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지적은 교수님별로 다른 수업 자료를 들고 와서 다른 수업 내용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재에 있는 내용을 조금 변형하는 범위 내에서 수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통일된 커리큘럼으로 만들자는 취지는 아니다. Q. 의료 업체와 제휴할 경우 의료법 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관련해서 검토한 부분이 있는가? A. 외대는 ‘삼육서울병원’이랑 현재 협력병원 MOU가 체결됐으나, 코로나 이후 활성화돼 있지 않다. 보건실 면담을 통해 ‘다시 활성화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추후 삼육서울병원과의 제휴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가다실9’는 삼육서울병원에서 맡게 될 경우 최근에 공급가가 올랐기 때문에 가격 측면에서 효용을 얻지 못한다. 그렇다면 제휴를 맺는 의미가 없다. 서강대학교 보건실이 제약회사와 직접 제휴를 맺어 공급가를 상당히 낮춘 사례를 확인했다. 우리 학교 보건실에서도 ‘제약회사 제휴 시 공급가를 충분히 인하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믿을 수 있는 병원⋅제약회사와 제휴할 것이며, 이에 대한 검증은 학교 측과 좀 더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Q. e북 교재 도입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한국외대 e북 전용 어플 인가? 대부분의 e북은 알라딘이나 교보문고 같은 온라인 서점의 e북 어플을 통해서 유통된다. 기존의 모바일 어플들과 기능적 측면에서 무슨 차별점을 가지는지? A. 서양어대학 전공 교재에 e북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 당시 피드백 중 홈페이지로만 책을 볼 수 있어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지식출판콘텐츠원 면담 결과 ‘현재 한국외대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에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기업 컨택 과정에 있고 연내나 내년 초에 개발을 진행한다는 답변이다. 이어 사전 서면 질의 및 자유 질의가 진행됐다. 사전 서면 질의 및 자유 질의 공통 Q. 졸업 학점 축소와 관련해 제57대 총학생회 도약에서 논의의 제반 사항을 만들었다. 다만 교수들의 반대로 단순히 설문조사, 연서명 실천 운동만으로는 요구가 관철되기 어려워 보인다. 양 선본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이 있는가? [여운] 현재 어문 계열 교수들이 가장 많이 반대하는 이유는 전공학점 축소가 학생들의 학습 수준 하락으로 이어져 타학교 어문에 비해 외대만의 강점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해답은 학습권 문제 해결에 달려 있다. 이는 교류 프로그램, 해외 학생들과의 매칭 프로그램과 같은 실질적 프로그램 확충으로 해결 가능하다. [캐치] 실제 졸업 학점 축소를 이루는 것이 어렵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학우들과의 소통을 통해 힘을 모으는 과정이다. 실제로 교수님들과의 면담 시, 해당 의제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규모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에 총학생회의 질의와 요구안들은 학우들의 여론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설문조사를 통해 졸업 학점 축소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면밀히 파악하고, 여러 시안을 반영⋅논의할 수 있는 ‘교수-학교-학생 연구 TF팀’을 학사제도협의회에서 발족하겠다. 여운 Q. 현재 학교에서 군 E-러닝이 가능한 교과목은 정규 학기 온라인 강좌로만 한정하고 있으며, 이는 2023-2학기 기준으로 전공 교과목은 8개, 교양 교과목은 2개뿐이다. 따라서 이수 가능 학점을 99학점으로 확대하더라도 실효성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군 E-러닝 학점 확대 이전에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교과목에 대한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교과목 확대에 대해 어떤 계획이 있는가? A. 학점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휴학 중 취득 학점 인정에 관한 규정 중, 군 복무 시 최대 1회만 학점이 인정되는데 그때 취득한 학점이 6학점 미만인 경우에도 인정되는 횟수를 1회로 계산한다는 부분을 변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조사된 자료 또한 적은 과목 수가 개설돼 있고, 다양성이 없는 교과목으로 인해 실제 수강할 수 있는 교과목은 부족한 실정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 교과목 확대에 대한 부분 또한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보며, 학내 확대가 어려울 경우 부·울·경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군 학점 교류 협약 사례를 참고해 학교 본부의 제작 혹은 협약 형태로 확대를 요청할 계획이다. Q. 이전 광역화 모집에서는 많은 부작용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학과, 학부에서 단과대학 혹은 계열별로 모집 단위가 광역화된다면 앞으로 신입생들이 더욱 폭넓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럼에도 광역화 모집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우선 학교는 전공 학점을 축소하고자 한다. 가안처럼 전공에서 12학점이 축소되게 되면 꽤 많은 수업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는 복학생들의 수업권 피해를 야기하며 해당 문제에 대한 대책은 현재 전무하다. 이는 광역화 진행에도 문제가 될 것이다. 실제로 과거 신입생들이 1학년을 보낸 후 많은 이탈률을 보였다는 사례가 존재하며, 그 과정에서 그들끼리의 유대감이 쌓이지 않는다는 단점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도 분명히 마련돼야 한다. Q. 헌혈의 경우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의료이다. 따라서 총학생회 업무가 불가능한 시간대에 헌혈 연결 요청이 들어올 경우엔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A. 헌혈의 집 운영 시간에 맞춰 상시 대응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다. 지정헌혈의 경우 진행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홍보할 수 있는 상시 업무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또한 총학생회 창구만이 지정 헌혈의 유일한 창구는 아니다. 따라서 지정 헌혈이 필요한 학우들이 다양한 창구를 통해 지정헌혈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 캐치 Q. 다수의 비판을 받았던 총학생회 ‘이룸’(56대)의 구성원들이 선본에 많이 포함돼 있는데, 이에 대한 후보자 본인의 입장과 본인이 생각하는 ‘이룸’과 ‘캐치’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먼저 선거운동본부장은 제56대 총학생회장이라는 신분으로 함께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제시한 총학생회의 방향성과 학우들의 의견으로 변화를 만드는 총학생회가 필요하다는 기조에 공감했기 때문에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질문은 제56대 총학생회에 대한 평가와도 연관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총학생회도 완전무결하다고 보지 않는다. 본인 또한 제56대 총학생회의 구성원으로서 논란이 있던 이슈들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책임도 크게 느끼고 있다. 따라서 인권 문제는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자세의 필요성을 느껴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단과대학, 동아리연합회 대표자, 집행부 그리고 학우들과 함께 소통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또 성과는 성과로서 되짚어야 한다고 본다. 제57대 총학생회에서 낸 상당수의 성과들이 제56대 총학생회에서 들은 학우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캐치 또한 제57대 총학생회가 닦아 놓은 길을 기반으로 성과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Q. 안 정후보는 56대 총학생회(이룸) 부기획단장으로서 학우 기획단을 진행한 당시 학우 기획단 운영을 회의적이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57대 총학생회(도약)는 학우 기획단을 운영하지 않고도 퀸쿠아트리아에 대한 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그럼에도 다시 학우 기획단을 모집해 운영하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A. 당시 학우 기획단의 취지와 의도를 전면 부정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학우 기획단 운영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학우들에게 문화 행사 기획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고, 학생들이 참여함으로써 집행부들은 볼 수 없었던 관점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재모집하려는 것이다. 2022년 학우 기획단의 부정적 평가 원인은 조급한 타임라인과 한정적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운용한 것에 있다. 따라서 학우분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보다 재미있고 풍성한 축제를 기획하고자 한다. Q. 2023-1학기부터 변경된 성적 평가 방식이 도입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책적 평가가 이루어지기엔 이르다고 판단됨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성적 평가 방식 개선은 꾸준히 모니터링 및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성적 평가 방식 대응 이후 기존 B유형의 자율 평가 전환과 원어 강의에 완화된 상대평가 도입이 진행되긴 했지만, 변화의 시작에 멈춰서는 안 된다. 해당 정책 도입 1년차기 때문에 추가로 개선돼야 하는 지점을 찾고 당초 요구했던 수준까지 달성하기 위한 과정적 단계에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자유 질의 시간을 통해 일반 학우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전임교원 확보의 선행 없이 실수요를 기반으로 수강 정원만을 개선한다면 수강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대해 캐치 안 정후보는 “해당 공약은 전임교원 확충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공약”이라며 지난 총학생회에서 해왔던 것처럼 계속 요구하겠다고 답했다. 캐치 측은 제55대 건국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 ‘캐치’와의 유사성 및 정파성 논란에 대한 질문에 ”에브리타임에서의 추측과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후보자와는 과거 전대넷(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활동으로 알게 됐지만 선거 기간 중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으며, 로고 및 기조 유사성은 단순 우연일 뿐”이라고 말했다. 퀸쿠아트리아 전야제와 관련해 유동 인구가 프로모션 기업 유치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 여운 오 정후보는 “학교 축제 기본 예산이 타 학교에 비해 낮은 외대는 많은 프로모션을 통해 축제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답하며 “청량리 지역 및 동대문구와의 협력이 유동 인구를 유치할 수 있고 규모를 키움으로써 그 자체로 브랜딩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총학생회 산하 재정사무국의 전문성에 대한 우려와 분석 대응 계획에 대한 의문점에 여운 여 부후보는 대학교육연구소와의 협업을 언급하며 “학우들이 어떻게 공감하는지, 또 어떤 부분에 설명을 더 해야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재정 사무국 입장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마무리 발언 질의응답 이후 각 후보자는 포부와 다짐을 강조하며 공청회를 마무리했다. ‘여운’ 오 정후보는 “2024학년도의 핵심 가치는 행복, 변화, 만족”이라며 “학우분들이 매 순간 가장 행복하고 만족하는 총학생회가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공약은 모두 실현 가능하다”며 “교내 부처와 동대문구청까지 직접 찾아가 여쭤봤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국외대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총학생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키지 못할 약속들은 하지 않겠다”며 “학우분들이 원하시는 것들을 정확히 실어내고 학우분들과 함께 외대에 끝까지 남을 총학생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여 부후보는 공약을 오랜 기간 준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처음엔 ‘공약이 모호하고 이해 안 간다’는 말씀이 많았다”며 “다 맞는 말씀”이라고 했다. 이어 “굉장히 오랜 시간 연구한 만큼 여러분의 시야에서 조금 더 설명을 드리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정책자료집과 강의실 방문 유세를 통해 공약을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캐치’ 안 정후보는 “학우들의 힘으로 학우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 정말 진심”이라면서 “학우들과 소통하는 것을 넘어 더 면밀히 살피고 구체적으로 공약을 제시해 실현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우분들이 원한다면 될 때까지 수없는 계획을 세우고 재정비하며 앞장서는 사람이 되겠다”면서 “2024년 외대 학우들과 가장 가까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부후보자는 “캐치에 대한 공략과 프로세스는 구성이 완료됐지만, 미비한 점들을 보완해 투표 전까지 제대로 보여드리겠다”며 “학우분들의 더 나은 학교생활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어려운 순간에도 함께하는, 학우들 곁에 함께 있는 부총학생회장이 되도록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선거운동 기간은 28일 밤 자정까지다. 본 투표는 29일과 30일 양일간 치러지며, 개표는 29일 저녁 6시30분 투표 마감 이후 1시간 뒤 진행된다. 이날 개최된 공청회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다. 김다연 기자 (dayeon226@naver.com) 김서진 기자 (seojin1122@naver.com) 김성민 기자 (rlatjdals0220@naver.com) 박진우 기자 (ggj05398@naver.com)
2014년 6월 2일, 성공회대학교 교수들은 이정구 총장 신임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마감일은 같은 달 5일이었다. 투표에 참여한 교수 57명 중 40명(70.2%)이 이정구 총장을 신임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신임에는 10명(17.5%)이, 무효에는 7명(12.3%)이 표를 던졌다. 압도적인 불신임이었다. 2014년에는 총장 신임투표 외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성공회대학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이했다. 교육부가 성공회대를 2014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중 하나로 선정해 1년간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고,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 병원인 '카프병원' 인수에 실패했다. #1. 2014년: 카프병원 인수 실패와 교수들의 총장 불신임 카프병원 인수는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위기를 헤쳐 나갈 방안 중 하나였다. 한국주류산업협회(이하 주류협회)는 2010년까지 재단법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이하 카프재단, 현 한국중독연구재단)에 매년 50억원씩 지원했고, 카프재단은 이 돈으로 카프병원을 운영했다. 그러나 주류협회는 2010년 말에 "지출 대비 사업 효과가 미진하다"며 카프재단에 운영자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2013년 7월부터 카프병원이 폐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이듬해인 2014년 1월, 보건복지부는 성공회대학교가 카프병원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성공회대는 카프병원과 재활사업을, 주류협회는 연구와 예방사업을 나눠 갖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성공회대는 병원 건물을 비롯한 부동산과 운영기금 50억원을 받고, 카프재단의 노동자 55명 중 41명의 고용을 승계하려 했다. 기대는 컸다. 알코올 중독 환자들의 재활을 적극적으로 도와 성공회대의 교육 이념인 '열림, 나눔, 섬김'을 실천할 수 있었으며, 시민사회 및 의료계와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나아가 병원 부지와 건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부동산 자산을 취득해 교육부의 대학 평가 항목 중 '재단의 수익용 자산' 부분 점수를 크게 올릴 수 있었다. 성공회대는 해당 영역 점수가 낮아 편입생을 정원보다 적게 받아야 했다. 점수를 높게 받으면 본래 정원만큼 편입생을 받을 수 있고, 등록금 수입을 늘릴 수 있었다. 그해 1월 21일에 SBS의 보도에 따르면 병원 건물과 토지의 추정 가치는 800억원대였다. 성공회대가 카프병원을 운영하며 발생할 수 있는 적자는 주류협회가 학교 측에 1년 치 운영기금 50억원을 지급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교육부가 학교를 구조개혁 대상으로 삼은 상황에서, 카프병원 인수는 대학의 운영 방안과 교육 가치 양쪽에 부합하는 방안이었다. 성공회대가 개교 100주년 기념 행사를 치른 날은 4월 30일이었다. 카프병원 인수가 한참 지연된 때였으며, 재정지원대학 선정에 대한 학교 측의 대응은 미진해 학생들의 우려가 큰 시점이었다. 행사 후 한 주가 지난 5월 7일, 교수회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사회와 총장을 상대로 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들은 성명서를 통해 법인이사회와 총장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요구했다. "하나, 성공회대학교 법인이사회는 열악한 법정부담금, 법인 전입금, 수익용 기본재산, 정원 축소로 인한 재정 부족분을 긴급히 확충하기 위해 이사의 자격 요건을 개방하여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국내외 각계각층의 역량 있는 분들을 이사로 영입해야만 할 것입니다. 또, 성공회대학교 총장의 자격 요건을 개방하여 성공회대학교의 교육이념과 대한성공회의 선교이념을 존중하는 유능하고 양심적인 총장을 선임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하여 합리적이고 개방적이며 공정한 선임절차를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 성공회대학교 총장은 이미 늦었지만, 현재 대학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학의 구체적 비전과 장기발전계획을 시급히 수립하고 경영위기에 대한 타개책도 같이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 성공회대학교 교수를 비롯한 직원, 학생, 동문 모든 구성원은 '더불어 숲' 정신으로 단결하여 현재의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새로운 100년을 같이 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이사회와 총장의 대응은 없었다. 그 결과가 교수들이 6월에 실시한 총장 신임 투표였다. 투표에 참여한 교수들 중 70% 이상이 이정구 총장을 신임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7월 11일, 성공회대는 결국 카프병원 인수를 포기했다. 학교는 보건복지부에 총장 명의로 인수를 철회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카프병원 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병원 노조와 성공회대는 인수 의사를 밝힌 1월부터 6개월간 운영 계획을 논의했고, 이를 토대로 합의문도 작성했다. 그러나 성공회대 이사회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합의문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카프병원을 독립법인이 아닌 수익용 재산으로 인수하는 방안까지 마련했지만, 협상은 부결되었다. 카프병원 노조는 성공회대가 내세운 인수 조건으로는 알코올중독 치료 사업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건은 성공회대 측이 병원을 인수할 경우 건물을 매각하고, 자금 지원은 해줄 수 없으며 병원의 독립 법인화도 진행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학교는 병원 인수에 따른 어떠한 우려 사항도 감수하지 않길 원했다. 병원을 인수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 보다는 당장의 이해관계가 앞섰다. 성공회대는 대학의 수익용 자산을 마련하고 싶었다. 주류협회는 50억원의 출연금을 내고 싶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임금이 밀린 병원 노동자들에게 집회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국세청은 술에 건강증진기금을 매기지 말라는 주류협회의 뜻을 받아들여 세운 카프재단을 털어내고 싶었다. 이 모든 의사가 합쳐진 결과가 인수 부결이었다. 재활을 원하던 이들은 이듬해 5월에 천주교가 카프병원을 인수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산하 가톨릭대학교는 지난해 카프병원, 한국중독연구재단과 함께 인재 양성 및 학술연구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수익용 자산을 확보할 기회와 교육 이념을 실천할 방안, 학술 연구의 새로운 길을 가져간 학교는 성공회대가 아닌 가톨릭대학교였다. #2. 2016년: 법원에 가야 했던 총장 후보 2년 뒤인 2016년, 학교는 개교 이래 첫 총장 후보 공모제를 시행했다. 정부재정지원 대학 탈락 이후 개혁에 대한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컸고, 대학 또한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공회 성직자만 출마할 수 있는 규정은 여전했다. 하지만 공모제를 통해 이사회의 추천을 받지 않은 성직자도 입후보할 수 있었다. 동시에 이사회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구성했다. 총추위는 이사회에게 총장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갖고 있다. 교수회는 총추위의 후보 선정을 앞둔 6월 1일에 두 가지를 의결했다. 하나는 교내의 신부를 추천하지 않는 것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이정구 총장의 연임을 반대한다는 뜻이었다. 교수들은 이미 2년 전에 투표를 통해 이 총장을 신임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교내 신부를 추천하지 않음으로써 이사회에 성공회 신부만 총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을 제외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하려 했다. 논의 중 두 명의 교수가 각각 한 명의 성공회 사제를 추천한 바는 있었으나, 이는 의결 내용과 별개인 교수 개인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총추위를 거치며 교수회의 뜻이 일그러졌다. 6월 3일, 총추위 구성원이었던 교수는 교수회가 의결한 내용을 총추위에 전달했다. 그러나 총추위원들은 이틀 전에 교수 두 명이 추천한 사제와 이정구 총장을 후보군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추천위원들이 제시한 신부 두 명과 공모제를 통해 입후보한 A신부를 포함한 여섯 명이 후보가 되었다. 이후 언론보도에 따르면 A신부는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교수들이 개혁적인 인물이라 평가한 바 있다. 5월 17일부터 2주간 진행한 총장 공모에 지원한 후보는 A신부뿐이었다. 위원들은 후보군이 적다는 의견에 따라 대한성공회 성직자 20명으로 후보군을 늘렸다. 이 중 박사 학위 소지자를 남기고, 전·현직 주교는 제외시켰다. 이 중 세 명이 총장 선거 후보자가 되었다. 이정구 당시 총장과 A신부, 그리고 총추위에서 선정한 후보 중 한 명이었던 B신부였다. 2016년 7월 8일에 열린 제189차 이사회에는 이들을 후보로 한 총장 선임 투표를 진행했다. 이사회는 1차 투표를 통해 최하위 득표자를 제외하고, 2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선출자는 없었다. 이에 이사들이 직접 총장 후보자를 선정했다. 제190차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출하며, 각 이사들이 후보를 2명까지 추천하기로 했다. 재적 이사 모두가 찬성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사회는 같은 달 28일에 이정구 총장과 B신부를 포함한 네 명의 성공회 신부를 총장 후보로 추천했다. 공모제를 통해 입후보한 A신부는 총장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네 차례에 걸친 투표 끝에 이정구 총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2016년 8월 23일, A신부는 학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신부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학교 측은 총장 공모제를 시행해 총장 선거를 진행했으나, 공모 절차를 통해 입후보한 사람은 A신부밖에 없었다. 그러나 총장 후보 공모에 응하지 않은 이들도 후보로 선정되었으며, 나아가 이사회는 이사정수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후보를 추천해 이정구 총장을 선임했다. 이는 학교가 정한 총장 선출 절차를 스스로 어긴 것으로, 학교는 A신부만을 적법한 총장 후보자로 보아 선출 과정을 밟아야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기각했다. 판결에 따르면 총장 공모제 공고문의 내용만으로 지원자에 한해 총장 선임을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요지였다. 이사회의 총장 후보자 추천 권한을 위임받은 총추위는 A신부를 포함한 후보 3인을 이사회에 추천하기로 결정했고, 이사회는 기존에 시행한 공모제와 별도의 과정을 통해 총장을 선출했다.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A신부가 주장하는 내용만으로는 선거 결과를 무효로 돌리긴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A신부는 상고했다. 그러나 법원은 각하 판결을 내렸다. A신부 또한 다른 후보와 마찬가지로 이사회가 결의한 내용에 따라 후보 총추위의 추천을 받은 후보라는 점, 학교는 총장 임면을 심의하고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후보자 추천 등 선임 방식을 정하는 권한도 그중 일부라는 것이 근거였다. 총장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학내 구성원은 학교법인 이사를 제외하고는 교수들뿐이었다. 당선자는 교수들이 이미 2년 전에 투표를 통해 불신임을 결의한 이였고, 후보 추천 과정에서 교수들이 연임을 반대한 이였다. #3. 2018년: 교수협의회와 선거 정관 2018년, 이정구 총장은 임기 중 사임의 뜻을 밝혔다. 이사회는 이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6월 안에 후임 총장을 인선하기로 했다. 차기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교수협의회는 이사회에 소통을 요구했으나, 이사들이 거절했다. 이때도 2016년처럼 총추위를 구성했으나 후보를 공모하진 않았다. 총추위는 5월과 6월에 한 차례씩 회의를 거쳐 김기석 교수와 서울교구 소속 김홍일 신부를 후보로 선정했다. 선거는 제200차 법인 이사회 회의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이정구 총장은 이사들에게 교수협의회가 이사회에 총장 선출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교수협의회가 총장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소통한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이사가 "이사장이 교수협의회 대표와 대화를 하며 의견을 나눴으며, 정관상 교수협의회가 후보를 반드시 인터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총장의 인사, 경영관 발표나 대화는 총장이 판단해서 할 일"이라며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고, 이에 총장 선거를 진행했다. 총장 선출 방식을 학교가 정할 수 있는 진짜 이유 학교법인이 총장을 임명하거나 선출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사립학교법 제53조에 따르면 학교법인 또는 학교경영자는 총장을 임용할 수 있다. 성공회대 정관 제31조는 이사회가 장과 교원의 임면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는 점을, 제32조는 이사 중 과반이 찬성하면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제43조에 따르면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명한 이가 총장이 될 수 있다. 임기는 4년으로 하며, 총장은 성공회 성직자여야 한다. 앞서 인용한 판결문에 관련 규정으로 등장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대학은 각자 정한 규정에 따라 총장을 선출할 수 있다. 이는 대학이 국가나 외부 이권의 개입 없이 학문의 자유를 지키려면 자율적으로 모든 사항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대학은 연구하고 가르치고자 하는 바와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 시설 등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총장은 이러한 대학의 운영을 총괄하고, 대학 발전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변화에 대응하는 데 중점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직책이다. 총장의 결정은 대학 내 모든 구성원에게 영향을 준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총장을 대학이 자유롭게 선출할 수 있을 때, 대학은 연구와 실천을 위한 자율을 보장받을 수 있다. 2015년에 교육부가 국립대학교의 총장직선제 폐지를 종용했을 때 대학 안팎으로 반대에 부딪혔던 이유다. 교육부의 2015년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이하 ACE 사업) 시행 계획에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한 대학에 평가 점수 3점을 더 부여하겠다는 조항이 담겨 있었다. 이를 평가하는 지표의 이름은 '대학 거버넌스 선진화'였다. 적은 점수 차이로 사업 선정 여부가 갈릴 수 있었으며, 총장직선제를 지키는 대학에 해당 항목 점수를 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유도하고 있었다. 당시 교육부는 총장직선제를 시행하면 선거 과열로 인해 학업 및 연구 분위기가 훼손될 수 있으며, 후보자를 중심으로 파벌이 생겨 이들이 주요 직위나 보직을 나눠 갖는 등 폐해가 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각 국립대의 교수들과 교직원, 학생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은 일제히 반발했다. 기존에는 각 대학의 구성원이 총장을 선출하며 대학 운영 방침을 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으나, 교육부가 총장 선출 과정에 개입해 자신들이 시행할 정책을 학내 거버넌스보다 우선시한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각 대학이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예산 지급 여부와 총장 선출 권한을 연관 지어버려 교육부의 정책이 대학의 자율보다 앞서는 상황을 만들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성공회대의 정관에 따르면, 총장을 선출하는 이들은 법인이사회다. 이사회는 총장 후보 추천 권한을 총추위에 위임하고, 추천받은 후보자를 두고 이사회에서 투표를 진행해 총장으로 선출한다. 이사회는 지난 세 차례의 선거에서 이러한 간선제를 통해 총장을 뽑았다. 학생 사회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 전반의 제도 개편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있으며, 일부 제도가 선거 과정에서 더해지거나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간선제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현 총장인 김경문 사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는 교수회와 직원 노조의 의견서, 대학평의원회를 대상으로 한 후보 정책 설명회 관련 자료를 이사들이 공유하는 순서가 더해졌다. 선거를 11일 앞두고 열린 제5차 대학평의원회에서는 총장 후보자를 초청해 정책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의결했다. 대학평의원이 아닌 교원이나 학생은 어떤 이가 총장 후보가 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교수와 직원 노조는 서면으로나마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학생들이 의견을 낼 방법은 없었다. 투표를 통해 의결하는 과정은 여전히 이사회의 투표였다. 학생 차원에서 의사를 전달한 건 김경문 총장 선출 이후였다. 제37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김 총장의 임기가 시작하는 시점에 입장문을 발표해 우려의 뜻을 밝혔다. "지난 6월 30일 대학평의원회에서 진행된 김경문 총장의 정견발표와 질의응답 답변은 우려의 마음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김경문 총장은 본인의 장점이 빠른 의사결정이며 원칙과 절차에 따른 소통을 중시한다고 답하였습니다. 빠른 의사결정이 장점이라는 것은,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배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지난 기간 동안 대학 본부의 빠른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주된 대상은 언제나 학생들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이번 학부제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배제되었다. 교육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학 평가 결과에 따라 각 대학의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학내 구성원들은 총장 선출 권한을 민주적으로 나눠야 한다는 논의를 이어왔다. 총장은 대학의 운영 방안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총장의 결정에서 자유로운 학내 구성원은 없다. 그렇기에 어떤 이가 총장이 되어 교육 공동체를 이끌어갈지 논하는 것은 대학사회 내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일이며, 총장을 선출하는 것은 이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실천이다. 그러나 대학의 '생존'과 그 여부를 쥔 교육부가 요구하는 바를 어떻게 충족시키냐는 질문이 구성원들의 의결보다 앞섰다. 9년 전, 교수들은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에 따른 대책을 총장과 이사회에 요구했으나 그에 대한 답을 받지 못했다. 이에 교수들은 투표를 진행해 불신임 의사를 밝혔으나, 이사회는 불신임 결과를 받아 들었던 총장을 다시 후보로 만들어 재선까지 시켰다. 한 후보자는 법원에 가서 이사회가 번복한 총장 선출 절차의 정당성을 물어야 했다. 법원은 대학의 고유의 권한이라는 답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총장 선출 절차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은 이사회가 다른 학내 구성원의 의사에 앞서 총장을 선출할 수 있다는 근거가 아니다. 총장을 뽑을 권한과 그 방식은 이사회가 정할 수 있지만, 이는 대학의 자율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우선하는 내용이다. 총장의 결정은 교육 공동체를 움직일 수 있다. 반대로 학내 구성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누구를 총장으로 선임할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교육권일 수도 노동권일 수도 있으며, 대학 사회 내 자신의 권리라는 측면으로 귀결된다. 현재까지 대학 내 구성원들 중 총장 선출 과정에 참여해 자신의 의사를 펴나갈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다. 교수들의 의견조차 매 선거에서 반영되거나 생략되며 수렴 여부가 달라진다. 학생들은 자신이 받을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이가 어떠한 가치를 가진 구성원이길 바라는지 선출 권한을 가진 이들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총장직선제를 비롯한 대학 사회의 민주화보다 앞서는 내용은 대학의 생존과 대책이었다. 그러나 간선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한 뒤,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진행한 위기 대응은 현재까지 실패로 드러났다. 강성진 기자 (helden003@gmail.com)
4개 학부제 체제가 5년 만에 끝난다. 성공회대는 2024년에 이후에 입학하는 학생에게 7개 학부제를 적용한다. 학생 대표자가 학부제 개편 소식을 알게 된 건 2월이었다. 학생 대표자가 아닌 학생들은 3월 중순이 되어서야 개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논의할 시간은 촉박했다. 학교 측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보고하기로 한 날짜는 4월 7일이었다. 촉박한 일정 속, 학교가 학생들의 우려와 질의를 수용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은 교육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시작해 "향후 논의" 혹은 재정 문제 완화, 교육부의 대학 평가로 귀결되었다. 학교가 7개 학부제로 개편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이었다. 이는 학교가 4개 학부제를 도입하려 할 때 내세운 명분이기도 했다. 4개 학부에서 7개 학부로 개편 성공회대학교는 2024학년도 입학생부터 7개 학부제를 적용한다. 확정한 개편안을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리는 없었다. 학교 측이 개편안을 알린 자리는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총학 비대위)가 지난 학기에 두 차례 주최한 공청회였다. 이 자리에서 발표한 방안은 확정안이 아니었다. 학교는 4월 7일에 대교협에 보고한 최종안을 학생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새 학부제는 성공회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학부제는 4개 학부(인문융합자율학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사회융합자율학부, IT융합자율학부)를 운영하는 방안이었으나, 세 학부를 추가해 7개 학부(안문융합콘텐츠학부, 사회융합학부, 경영학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미래융합학부, 소프트웨어융합학부, 국제학부)로 개편했다. 인문융합자율학부는 인문융합콘텐츠학부로 이름을 바꿨다. 사회융합자율학부는 사회융합학부로 이름을 변경하고, 경영학과를 경영학부로 분리했다.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는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로 개편하며 영상콘텐츠전공을 추가했다. IT융합자율학부는 미래융합학부와 소프트웨어융합학부로 나뉘었다. 미래융합학부는 새로 만든 빅데이터응용전공과 IT융합자율학부 전공 중 하나였던 인공지능전공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프트웨어융합학부는 소프트웨어융합전공 하나만 두되 전공 트랙 9개를 개설해 개수 제한 없이 희망하는 트랙을 택할 수 있도록 한다. 국제학부는 글로벌디지털경영전공 한 과목을 두고 있다. 국제학부는 외국인 유학생을 전담하며, 경영학부가 운영을 맡는다. 최영묵 교무처장은 총학 비대위가 3월 27일에 주최한 간담회에 참여해 개편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학부를 개편해 특정 학과에 인원이 편중해 발생하는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수요에 따라 전공을 신설하며, 3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에 대비하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학생들 학부제 개편안을 만드는 과정 동안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없었다. 관련 처장과 학부별 인원 7인이 더불어숲혁신원교육개혁 소위원회를 꾸려 개편 논의를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1월이었다. 학교 측은 올해 1월에컨설팅 기업 나비프로젝트에 교육개혁안 용역을 맡겼다. 성공회대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주도한 사학혁신지원사업에 참여하며 컨설팅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비프로젝트 측은 경영학부와 국제학부 신설과 '탈경계 대학'으로 나아가는 의견을 제시했다. 2월 2일에 열린 제222차 학교법인 이사회에서는 학부제 개편 사실을 다뤘다. 진영종 부총장은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에 이사회에서 재정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맥락에서 학부제 개편을 말했다"고 한다. 최영묵 교무처장은 교무처장으로서 당시까지 논의했던 것 중 국제학부와 미래융합학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답했다. 이러한 내용은 이사회 회의록에서 찾을 수 없었다. 안건에 학교법인 기부금과 대학 발전실 기부금 등이 있었으나, 발전 방향에 따른 실천 방안인 학부제 개편에 관한 내용은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더불어숲교육혁신원은 2월 28일까지 각 학부와 전공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바탕으로 3월 7일에 두 가지 학부제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개별 학부 소속 교수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이 있었으나,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순서는 없었다. 학생들이 학부제 개편 소식을 접한 날은 3월 14일이었다. 이날 총학 비대위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에 입장문을 게시했다. 총학 비대위는 학부제 개편 소식을 전하며, 논의 중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학교 측에 항의의 뜻을 밝혔다. 입장문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 전인 13일에 최영묵 교무처장을 통해 학부제 개편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원래는 교양 교과과정을 논하기 위해 최 처장을 만났으나, 논의를 진행하던 중 그가 총학 비대위 측에 학부제 개편안을 설명했다고 한다. 총학 비대위가 접한 개편안은 인문융합자율학부와 미디어융합콘텐츠자율학부를 합치는 1안이었다. 둘을 합치지 않는 2안의 존재는 성공회대 미디어센터의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최 처장은 성공회대 미디어센터와 인터뷰를 하며 1안과 2안 모두 설명했다. 총학 비대위의 입장문에 1안만 나와 있는 이유다. 관련해 학생들이 처음 소통을 시도할 수 있는 자리는 총학 비대위가 3월 27일에 주최한 간담회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학교 측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와 인문융합자율학부를 합쳐 '융합콘텐츠학부'를 만들겠다는 방안을 1안으로 제시했다. 인문융합자율학부는 정원 대비 학생 수가 부족하지만,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는 정원의 두 배 가까운 학생이 재학 중이었다. 이러한 인원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학부 통합을 제시한 것이다. 2안은 학부를 통합하지 않는 방안으로, 이후 학교가 확정한 개편안의 토대가 된다. 27일은 대교협에 개편안을 보고하기까지 11일이 남은 시점이었다. 장영석 학생복지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그런 걸(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물은 이가 집행부에 있었는지 여부를) 의심하면 안 된다. 일정상 그게 왜 반영되지 않았는가를 보면, 일정이 촘촘하게 잡혀있다. 현재는 의견 수렴 과정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학생들과 어떤 절차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지는 교무처장이 제시해야 할 것 같다며 답을 마무리 지었다. 학생자치기구 대표자들이 아닌 학생들이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리는 대학교육협의회 보고를 4일 남긴 4월 3일에서야 마련되었다. 총학 비대위가 주최한 이날 공청회에는 부서별 처장급 교수 5명이 참석했다. 최영묵 교무처장이 공청회를 시작하며 설명한 개편안은 인문융합자율학부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를 합치지 않는 2안이었다. 1안은 27일에 발표한 뒤 두 학부 학생들의 반발에 따라 철회하게 되었다. 최 처장은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갈 것을 약속하면서도, "방안이 있어야 소통의 장으로 나갈 수 있다" 답했다. 이는 학제를 변경하려 할 때 각 전공의 학생과 교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장영석 학생복지처장은 2017년에 학부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논할 때 학생회가 모든 과정에 참여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초안은 2월에 나왔으며, 최종안 또한 늦게 나와 일정이 촉박했다며 사유를 설명했다. 사실 전에도 배제했었다 '학교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학부를 개편하겠다'. 한 번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6년 전 학교 측이 4개 학부제를 도입할 때의 명분은 이번 개편 때와 다르지 않았다. 보다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적 또한 있었지만, 학부제 개편 과정 내내 화두로 떠오른 건 학교의 재정 문제였다. 성공회대가 2017년에 학부제 도입을 논의하며 내세운 이유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때문이었다. 교육부는 출생률이 줄어 수험생보다 대학의 입학 정원이 더 커지는 것에 따라 각 대학의 정원 감축을 촉진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전국의 대학을 평가하고,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은 보다 많은 정원을 줄이고 정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산업 수요에 따라 학과를 융·복합하면 대학 평가 시 가산점을 준다고 했다. 이에 성공회대는 2017년 3월 22일, 교육부에 4개 계열 학부제로 운영하겠다는 방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제출 한 주 전인 3월 15일, 학교 측이 설명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소개한 개편안은 4개 학부제가 아니었다. 이날 설명회에서 학교는 학제를 '무계열 무학과'로 바꾸겠다 알렸다. 이미 있는 13개 학과 구분을 없애고, 학생들이 학교가 선정한 필수 과정을 거치면 3학년에 전공을 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학생들이 무계열 무학과 방안을 처음 접한 건 2016년 11월이었다. 신문방송학과 제20대 집행부 <울림>이 게시한 카드뉴스에 따르면 "작년(2016년) 11월 16일 '대학특성화방안 학생설명회'부터 (2017년) 3월 15일 '대학혁신평가 학생설명회'까지 학교는 '무계열 무학과'에 대한 안건만 설명"했다.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 준비에 대한 학생 TF팀>은 이듬해 3월 14일에 발표한 활동 보고문을 통해 "학교가 변화하려는 목적과 의의에 대한 충분한 토론 없이 지표 개선을 위해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말로 특성화(안)의 필요만 반복"했다고 학교 측의 대응을 평했다. 그리고 2017년 3월 20일, 학교는 대학평의원회를 열어 무계열 무학과 학제 대신 4개 계열 학부제를 통과시켰다. 학교 측이 불과 5일 전에 대학혁신평가 학생설명회를 열어 무계열 무학과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알린 상황이었다. 성공회대 제32대 중앙운영위원회가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20일에 있던 대학평의원회에 참석한 학생은 학생대표 1인밖에 없었다. 학교 측의 의원 수가 보다 많은 상황에서 학과 통폐합이 이뤄졌다. 이틀 뒤인 22일에는 이 제도가 교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교무위원회는 제도 개편의 근거인 구조개혁에 관한 학칙을 학생들과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정했다. 이 과정을 거쳐 교육부에 보고한 방안이 4개 계열 학부제다. 2018학년도에 입학한 학생부터 2022학년도에 입학한 학생들은 모두 이 제도를 바탕으로 공부하고 있다.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부의 대학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재정 지원을 계속 받겠다는 목표는 지금과 동일하다. 그리고 학생들을 배제한 채 논의를 이어 나간 것도 다르지 않다. 학부제 개편을 통한 재정 문제 완화? 학제를 개편해 재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안은 이미 실패했다. 교육부는 2014학년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중 하나로 성공회대를 선정했다.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따른 결과로, 이 정책은 교육과 무관한 기업 취업률을 바탕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구조조정 중심의 기조 아래 이뤄진 평가에서 성공회대는 정원감축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이뤄질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학교 측은 높은 등급을 받아 정부 재정 지원을 받고자 했고, 학과 융합은 이 방안 중 하나였다. 처음 계획했던 무계열 무학과는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대안으로 시행한 게 4개 계열 학부제다. 학부를 합쳐 학과 융·복합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자 했다. 입시를 앞둔 이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마케팅에서도 학교가 강조한 건 학부제에서 나오는 이점이었다. 같은 등록금을 내고 전공 학위를 두 개 챙겨갈 수 있다거나 원하는 과목을 듣고 전공을 택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학생들을 유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성공회대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1년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힉부제 시행 첫해인 2018년에 진행한 2주기 평가에서는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이름을 올렸으나, 3주기 평가에서는 제외됐다. 2022년에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재정지원대학 추가 선정 대학 명단에도 성공회대는 없었다. 2022학년도부터 2024년간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박상선 기획처장이 4월에 있던 공청회에서 밝힌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성공회대가 감점 당한 부분은 법인 재정 충당 비율과 정성평가 대상인 전공 및 교양 과정 환류, 비교과 과정 환류가 있었다. 정성평가의 경우 소수의 평가 인원이 주관에 따라 배점이 큰 점수를 임의로 삭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 그러나 법인 재정 충당의 경우 정량평가였으며, 재정이 부족하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학제를 개편하는 방안은 4개 학부제 체제에서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제학부라는 우려점 국제학부 도입은 컨설팅 업체가 제안한 방안이었다고 하나, 이 방안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해 11월 8월 있던 총장 취임식이었다. 김경문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글로벌 캠퍼스를 조성해 유학생을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달 28일에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이전보다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자할 계획"이라 밝혔다. 각 처장 또한 공청회에서 국제학부는 재정 문제 완화를 염두에 둔 선택이라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컨설팅 업체인 나비프로젝트는 국제학부 도입을 제안하며, 아주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유학생 교육 커리큘럼에 관해 설명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에이전트를 통해 유학생을 모집하고 있던 3월 중에도 이들의 생활 여건을 마련할 방안은 완성되지 않았으며, 이들이 이수할 수 있는 학제 과정만 있었다. 국내 대학들이 학령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유학생 유치를 제시한 지는 오래되었으며, 성공회대도 이번 학제 개편을 통해 글로벌 캠퍼스를 조성하려 한다. 최영묵 교무처장에 따르면 국제학부 신설에 따라 기업체들의 장학금을 약속받았으며, 향후 기업체들과의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국제학부 학생들의 의식주 대책을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대부분 향후 논의해보겠다는 말이었다. 총장과 컨설팅 업체의 제안에 따라 국제학부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앞서 학업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진 이유다. 거주 문제 또한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국제학부 운영 계획에 따르면 한 해에 50명씩 유학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4년간 완편이 이뤄졌다고 가정하면 200명가량을 유치하게 된다. 진영종 부총장은 공청회에서 최대 정원을 100명 정도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한국에 연고가 없는 이들이 학교에 다니려면 기숙사 거주가 필수적인데, 지금도 정원 문제로 인해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수 있다. 진 부총장은 유학생들에게 1년간 기숙사에 살 수 있도록 보장하려 한다고 답하며 "2년 차가 되면 유학생들도 기숙사에서 다 나간다." 답했다. 문제는 기존 재학생의 기숙사 거주 문제부터 해결되지 않은 현 상황이다. 성공회대 행복기숙사 측은 지난 학기 중 단기 어학연수자 150명을 수용하기 위해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연장 신청을 받지 않겠다 공지했으나,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한국어학당의 여름 단기 연수 기간은 7월 30일부터 8월 19일까지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방학 중에는 일반 학기에 비해 기숙사에 머무는 인원도 적으며, 연수 기간도 짧다. 진영종 부총장이 밝힌 1년간 살게 하고자 하는 이들의 수는 50명에서 70명이다. 기존 사생들은 학기 중 기숙사 거주 희망자 대비 수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는 5월 27일 전체학생총회에서 논한 여섯 가지 요구안 중 실습실 및 기숙사 부족에 따른 '시설 요구안'이 되었다. 유학생들이 1년간 기숙사 거주 기간을 보장받더라도, 이후에는 내국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거주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제 취업(S-3) 비자는 최초 입국일 이후 6개월 이후부터 발행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들어올 때 취득하는 비자는 유학(D-2) 혹은 일반연수(D-4) 비자다. 법무부에 따르면 유학 또는 일반연수 비자는 학업을 목적으로 부여하는 체류자격이다. 이 비자를 소지한 이는 원칙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출입국관리법 제20조에 따라 체류자격 외 활동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학 또는 일반연수 비자를 가진 외국인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실력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춰야 하며, 학교 유학생 담당자의 확인을 받은 뒤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학부 과정을 밟는 유학생은 주당 20시간(IEQAS 인증 대학은 주당 25시간 이내) 이내에 통역, 음식업 보조, 사무 보조 등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연수 비자 소지자는 6개월 동안 한 곳으로, 유학 비자 소지자는 1년간 두 곳으로 취업 기간과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 내국인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생활비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숙사 거주를 희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숙사 수용 인원이 부족한 현 상황은 유학생과 내국인 학생 모두 재학을 위한 주거 및 생활 여건 마련에 어려움이 생길 거라는 전망을 만들고 있다. 학부제 개편과 교육권 학부제 개편의 취지는 대학 교육의 본질과 지난 몇 년간 이어진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기조 사이에 있다. 학교는 학제를 개편해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며, 변화하는 산업계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전공을 마련해 더 많은 학생을 끌어오려 한다. 그리고 출생률 감소에 따라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현 상황을 유학생을 유치해 돌파하려 한다. 대학 구조조정 정책 속에서 지속 가능한 교육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재정을 마련하겠다는 맥락에서 이뤄지는 일들은 학부제 개편뿐만이 아니다. 재정 절감 또한 이뤄지고 있다. 올해 1월 12일 등록금심의위원 회의록에 따르면 올해 예산 절감을 위해 '극단적인 방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한다. 학교는 학기 방학 중 2주간 업무를 '셧다운'하는 에코 휴무 주간을 통해 에너지 절감과 노동자들의 급여 삭감을 이루려 한다. 이 과정에서 미화 노동자들은 15일 치의 임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한 교직원들의 복리후생비용을 절감하고, 교원들의 보직 수당 및 안식년 지급수당을 줄이거나 제한한다. 학생들도 예산 절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방학 중 교내 근로를 하는 학생들은 에코휴무주간으로 인해 방학 중 2주간 출근할 수 없다.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도 줄었다. 학부제 개편안도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중 하나다. 학교는 개편안은 2024학년도 이후에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적용한다. 그러나 재학생들은 같은 명분을 내걸고 학제가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며 학습권에 대한 걱정을 놓을 수 없다. 2019년 4월 23일, 학교는 4개 학부제 체제에서 전공을 결정해야 하는 3학기 차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공신청설명회를 열었다. 김학수 당시 교무처장은 글로컬IT 전공을 폐지하겠다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 처음 알렸다. 이는 IT융합자율학부 학생회와 논의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글로컬IT전공은 4개 학부제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모집한 2018학년도와 2019학년도 입시 요강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들이 전공을 택해야 하는 시점을 앞두고 폐지를 선언했다. 2022학년도 1학기에는 학교 측이 제3전공 중 하나인 혁신융합전공 신입생 모집을 멈췄다. 제3전공은 학사 학위를 받을 수는 없지만 1, 2전공과 겹치지 않는 과목을 21학점 이상 이수하면 학위증에 전공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였다. 2021학년도 2학기를 마지막으로 혁신융합전공이 학생을 모집하지 않는다는 소식은 수강 신청 안내 책자를 통해 알려졌다. 내용은 교육과정을 개편하며 2022학년도 1학기부터 신규 신청을 받지 않는다는 문구가 전부였다. 교무처는 제3전공에 대한 수요가 부족해 폐지했다는 입장이었으나, 애초에 혁신융합전공을 비롯한 제3전공을 담당하는 교직원은 없었으며 관련 설명회는 전무했다. 학생들이 제3전공 시행 여부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IT융합자율학부는 소프트웨어전공으로 개편하며 9개 트랙을 운영한다고 한다. 이하규 IT융합자율학부장에 따르면 트랙 제도는 보다 유연하며, 수요나 변화에 따라 만들어지고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은 학생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2017년에 학교 측은 학제를 바꾸겠다 밝히며 학생들의 의사를 바탕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는 학생들의 반발이 심한 '무계열 무학과' 방안을 5일만에 4개 학부제로 뒤집는 것이었다. 학교는 사회 수요에 따른 전공을 통폐합해 4개 학부제를 시행해 대학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자 했다. 하지만 사회 수요라는 명분은 글로컬IT전공이 사라지는 근거가 되었다.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명분은 분명하나, 정작 교육 서비스의 대상인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 지난 몇 년간 학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늘 부족했다. 학교는 공청회를 통해 통합 대상이 된 학부생들의 반발에 따라 1안 대신 2안을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2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이들은 학생이 아닌 컨설팅 업체와 교원들이었다. 나아가 교육부의 인증 평가를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점은 학제 개편의 성공 여부를 교육부에 의탁하는 것에 불과하다. 더 나은 교육 서비스라는 명분 속에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여러 차례 흔들렸다. 결국 학생들에게 남는 건 재정 완화라는 목표다. 이러한 상황 속 교육 그 자체가 아닌 교육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들일 수 있을지 여부를 집계하는 교육부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성공회대는 사회교육원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교육 서비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조차 교육부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거나 타 대학보다 지표상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필요가 있다. ▶ 해당 기사는 회대알리 17호 지면 [둘러보다]에 수록되었던 기사입니다. 웹 발행을 위해 추가 수정을 거쳤습니다. 강성진 기자 (helden003@gmail.com)
“서이초 선생님 죽음은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아녜요. 사실 다들 참고 있던 이야기죠.” 교사들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21일 토요일, 광화문에서 서이초등학교 교사 죽음의 진상규명과 아동복지법 개정을 요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국교사일동은 오전 11시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검은 옷을 입은 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과 악성 민원, 업무 과다 등으로 사망한 교사들의 순직 인정을 주장했다. 유보통합 반대를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도 함께 언급됐다. 이들은 서이초 교사의 무고한 죽음 이후, 교사의 권리가 보장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한여름의 거리로 나왔지만, 아직도 변화가 없다고 외쳤다. 서이초 교사 사망의 진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아동학대를 앞세운 갑질의 위협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벼랑 끝 교사의 삶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 앞에는 구급차와 수사 차량이 연이어 도착했다. 꽃다운 나이의 초임 교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부임한 지 4개월가량 된 00년생 신규 교사였다. 곧 업무 스트레스와 학부모의 끈질긴 악성 민원이 젊은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갔음이 밝혀졌다. 같은 달 12일 반에서 학생들 간에 다툼이 있었고,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에 연필로 상처를 입히는 일이 있었다. 이른바 ‘연필 사건’이다. 여기서부터 학부모의 위협이 시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서울노동교사노동조합 익명 제보에 따르면,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다는 증언이 있었다. 고인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며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 말했다고 한다. 연필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찾아와 고인에게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는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서이초 사건을 도화선으로, ‘교권 추락의 시대’가 시작됐다. 교사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교사들의 ‘미투’가 줄줄이 이어졌고, 교사들이 감내해 왔던 열악한 교육 환경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받아쓰기를 아동 학대라고 주장하는 신고, 아이들이 사 달라고 조르니 신형 핸드폰을 쓰지 말라는 요구. 상담 중 교사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밝은 것이 기분 나쁘다는 불만까지 일부 학부모들의 갑질에 대한 원성이 이어졌다. 학부모 뿐 아니었다. 뉴스에는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했다는 보도가 연이어 등장했다. 교사들은 문제 학생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동학대’라는 명목하에, 교사들은 민원의 공포를 감내해야만 했다. 교사들은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 거리로 모였다. 검은 옷을 입은 채 ‘악성 민원을 차단하라’고 외쳤다. 7월 22일을 시작으로, 검은 물결은 9월까지 이어졌다. 교실을 떠나는 자와 지키는 자 교사 임용 경쟁률도 크게 줄었다. 서울시 교육청이 12일 발표한 '2024학년도 공립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 교사 임용 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응시원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평균 경쟁률은 4.07대 1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경쟁률 8.67대 1보다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교육계는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최근 대두된 교권침해 논란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여전히 교사의 꿈을 꾸는 이도 있다. 평소 SNS에 꾸준히 교권 향상과 공교육 제도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 온 한 청년을 만났다. 이은선 씨는 모 대학 유아교육과를 졸업 후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예비 유치원 교사다.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정진 중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2000년생으로, 서이초에서 생을 마감한 교사와 같은 나이다. “제 이름은 ‘땅끝까지 베풀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요. 저의 이름대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베푸는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자 가치입니다.” 은선 씨는 자신의 가치관을 빌어 교사의 꿈을 키웠다고 전했다. “이런 제 생각에 맞는 직업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교사가 딱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아무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한 명의 인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지만, 제 가르침을 받게 될 아이들은 한계 없이 온 세상으로 뻗어나가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 참여한 동기도 함께 밝혔다. “최근 이슈인 교권과 공교육 붕괴 사태에 대해 예비 교사로서 이야기해 보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특히 저는 교사 중에서도 유아 교사를 희망하다 보니 유아교육에 관해서도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유아교육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인식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교육 대상이 만 3~5세로 어리다 보니 유아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고 그냥 놀아준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사실 교사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으려는 시도 자체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이 인터뷰는 그에게 더욱 소중한 기회였다고 한다. 가르칠 권리의 재건 공교육 붕괴의 시대, 라는 말을 꺼내자 그는 ‘붕괴’라는 말을 곱씹었다. “여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러한 사태가 최근 1~2년 사이에 일어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거의 10년 전부터 학교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들 하시거든요. 요즘 소위 말하는 ‘금쪽이’들은 우리 부모님 세대부터 늘 있었겠지만 10여 년 전부터 더 심해졌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 학교에서는 이러한 아이들을 교사가 지도할 길이 부쩍 줄었습니다. 현재의 법과 정책은 교사의 교육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을 막고 있거든요. 지금은 학교가 ‘학교’의 역할을 잃어가고 교사가 ‘교육’을 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인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아 교육’을 예시로 들었다. “유치원이 처한 현실이 좋은 예시인 것 같습니다. 유치원도 교육기본법과 유아교육법상 학교거든요. 유치원이라는 명칭 때문에 학교라는 인식을 못 받는 것 같아서 유아 교육계에서 ‘유아 학교’로 명칭을 변경하려고 노력 중이었는데 최근 유보통합(교육기관인 유치원과 보육 기관인 어린이집을 합치는 정책) 등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서 명칭 변경은 고사하고 학교로서 정체성이 지워질 위기에 있어요.” 그는 이렇듯 학교가 학교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정부의 정책들이 공교육 붕괴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비극이라고 했다. “저는 학교를 바로 세우고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공교육 추락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정말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있는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러 가지 요인 중 공교육 추락의 가장 큰 요인은 학교에서 교사가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하지 못하게 만든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의 아동복지법 아동학대 기준에 따르면 교사가 학생들의 갈등을 저지하기 위해 아이의 신체를 잡으면 신체적 학대, 아이가 잘못한 행동에 대해 지도를 하면 정서 학대가 돼요. 수업 시간에 참여하지 않고 자는 아이를 깨워도 학대가 될 수 있어요. 이러한 현실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기본적인 생활지도가 무분별하게 아동학대 신고의 대상으로 뭉뚱그려지다 보니 교사의 교육권이 침해받는 것이죠” 그는 교사의 ‘권위’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사의 교육권이 지워지면 교사의 권위가 무너져요.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권위라는 말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교사의 권위는 학생을 억압하는 ‘권위적인’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바른길로 이끌 수 있는 교사로서의 최소한의 보호장치거든요. 교사의 권위가 바로 서야 교실이 바로 서고 학생들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른 행동을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의 권위는 고사하고 교사의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는 교육도, 훈육도 할 수 없어요.” 안타까운 이야기를 꺼냈다. 서이초등학교, 그리고 최근 신목초등학교 등 교사들의 연이은 사망 소식이 현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그의 의견을 물었다. “선생님께서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실 정도로 지금의 현실을 마주하는 게 힘드셨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고 애통합니다. 서이초 선생님을 포함한 많은 선생님의 죽음은 그만큼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이 무너져 있고, 교사를 보호해 줄 장치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선생님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몰리는 부당함, 자신의 자녀만을 소중히 여기고 교사를 함부로 다루는 양육자, 이러한 양육자로부터 선생님을 보호하지 않는 학교와 교육청, 관련 법들이 교사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는 여러 선생님들의 SNS를 팔로우하고 있는데요. 선생님들이 대부분 하시는 말씀이 민원이 잦은 양육자의 자녀에게 더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이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게 된다고 해요. 교사가 필요한 수업이라고 판단을 해도 민원이 조금이라도 들어올 법한 수업은 아예 계획조차 하지 않고요. 이게 과연 교육적일까요? 교사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교육을 아동학대 고발이 두려워서, 민원이 들어올까봐 포기해 버리는 게 과연 올바른 모습일까요? 이제는 우리 사회가 교사를 교육전문가로서 교육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교사들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현재 많은 교사가 연대하며 ‘공교육 멈춤의 날’과 거리 시위 등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은선씨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에요. 교사 집단이 이렇게 모이는 집단이 아니거든요. 7월 22일 1차 집회를 5천 명으로 시작했는데 9월 2일 7차 집회에는 약 30만 명이 모였어요. 우리나라 교원이 총 50만인데 그중 반 이상이 그날 국회 앞에 모인 거죠. 교사들은 다 같은 마음으로 집회에 참석했을 거예요. ‘서이초 선생님이 아니라 나였을 수도 있다’, ‘다음은 내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요. 교사들은 교육권을 넘어서 생존권의 보장을 바라는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한 것입니다. 특히, 9차까지 진행된 집회는 특정 교원단체가 주도한 집회가 아닌 일반 교사들이 주도한 집회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 단체의 편향된 내용이 아니라 교사 모두가 공감하는,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칠 환경을 마련해달라’는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집회의 성과도 함께 언급했다. “교사들이 이렇게 하나의 목소리를 낸 결과 9월 국회 본회의 1호 법안으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 된 교원 4법(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교육기본법, 교원지위법)의 법률 개정안이 통과돼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교권 회복을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은선 씨는 가장 먼저 교사를 교육전문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교원 4법의 통과는 시작일 뿐입니다. 이대로라면 교원 4법과 아동복지법이 상충하여 교사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문제인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 관련 법의 개정이 꼭 필요합니다. 이 법들은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 교육 현장에 대한 고려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교사의 정당한 교육까지도 아동학대로 간주합니다. 그는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고 있어요.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교사의 교육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교사를 보호하고 교사의 교육 전문성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아동학대를 한 교사에 대해서는 마땅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겠죠. 더불어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육과 관련 없는 행정업무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교육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나의 꿈 그렇다면 은선 씨에게 현재 사회에서 들려오는 교실을 둘러싼 비극적인 소식이 교사라는 장래 희망에 영향을 미쳤을까. “7월 18일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을 시작으로 9월이 되기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보며 교사가 되는 것이 맞을까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며 한 번 더 용기를 얻었다. “그 고민이 극에 달한 9월 초, 우연한 기회로 공립유치원에 대체 강사로 나가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저는 그날 하루로 다시 한번 교사의 꿈을 확고히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일과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완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교사로서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저는 그래도 아이들만을 생각하며 교사의 길을 걸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은선 씨에게 나중에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학생들을 ‘우리 아이들’이라고 칭했다. “학생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눈을 가진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장차 이 세상을 이끌고 아름답게 만들어 나갈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사상가 프뢰벨은 유아는 꽃봉오리이고 교육은 개화의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각 유아가 어떤 꽃을 피울 수 있는 아이인지를 고민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교육의 기초를 담당하는 유아 교사로서 아이가 세상을 향해 첫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할 때 그 새싹이 올바른 방향으로 곧게 자랄 수 있도록 기초를 다져주고 싶어요. 건강한 꽃을 피우고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깊은 뿌리와 곧은 새싹을 만들어 주는 거죠. 아이가 피울 꽃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환경도 마련해 주고요. 그렇게 건강한 기반을 다진 아이가 피운 꽃과 열매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는 여전히 아이들이 만들어 나갈 미래를 기대하고 있었다. 교사를, 청년을 지켜라 교육부의 ‘초·중·고 교원 자살 현황’에 따르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교사는 2014∼2017년 평균 한 자릿수였으나 2021년 25명까지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20명이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연령대는 30대와 40대가 각각 42명(29.2%), 50대는 30명(20.8%), 20대가 18명(12.5%), 60대 12명(8.3%) 순이었다. 이태규 의원은 “20∼30대 교원의 비율이 전체의 41.7%”라며 “젊은 교사, 초등학교 교사의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최근의 교권침해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저를 만날 아이가 자신의 유아기를 생각할 때 저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때 참 행복하게 자랐다고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은선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공교육 붕괴, 교권 침해의 시대에도 여전히 예비 교사 청년들이 살아가고 있다. 은선씨처럼, 그들은 현시대 교사를 지망하는 것에 자문하면서도 자신의 꿈만은 놓지 않는다.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도, 만날 아이들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공부에 힘을 쏟고 열정을 다한다. 무너지는 교권과 교사를 향한 위협은 ‘교실 안’에서만 그치는 비극이 아니다. 그 화살은 누군가의 꿈을 좌절시키고, 언젠가 교단 앞에 설 청년에게까지 향한다. 교권을 지키는 것은 곧 교사가 될 청년들을 보호하는 길이다. 스승은 부모만큼 존경받아야 한다. 부모는 생명을 주었지만 스승은 잘사는 기술을 준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와 같이 말했다. 스승의 날이면 불리던 노래를 되짚어 봐야 하는 시대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의 은혜는 어버이시다”
청춘들의 목소리에 함께하는 언론, 나아가는 가치를 담아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대학 방송국의 연합체 세종대학언론연합회의 초대 회장으로, 공동연대를 통한 연합 활동을 추구하여 각 대학 언론의 발전을 도모하는 홍주영 회장을 인터뷰로 만났다. 홍주영 회장은 고려대학교 세종방송국 전임 국장이자, 현재 세종대학언론연합회 초대 회장이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세종방송국 전임 국장이자 현 세종대학언론연합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는 홍주영입니다. Q. 세종대학언론연합회란 무엇인가요? 창설된 배경 및 단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SCUBA는 Sejong City University Broadcasting Association의 약자로, ‘함께하는 언론, 나아가는 가치’라는 비전 아래 올해 2월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대학 방송국의 연합체입니다. 본 연합회는 코로나19 발발 이전부터 꾸준히 계속되어 오던 세종시 대학언론간 교류와 협력을 통한 대학언론의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바람에 힘입어 2023년 일상회복과 동시에 출범하였습니다. 세종대학언론연합회는 언론으로서의 기본 사명을 다하며 공동 연대를 통한 연합 방송과 교류, 창조적인 여론 형성으로 각 대학 언론의 발전과 지역 및 청년 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세종대학언론연합회 1대 회장으로 취임 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첫 걸음을 이끌어 가게 되어 대단히 영광스럽습니다. 이전부터 세종시의 각 대학언론이 협력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어 왔으나, 코로나19와 더불어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번번이 무산되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2023년 일상 회복을 맞아 각 대학언론이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하면서, 연합회 출범을 위해 내민 손을 적극적으로 잡아주신 각 대학방송국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대학언론과, 우리가 속한 청년사회는 독립체로 존재할 때보다 ‘함께했을 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라는 이름의 가치입니다. 하나된 이름으로 더 많은 기회와 큰 경험 속에서 대학 언론 사회의 발전과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뜻깊은 첫 발자취를 대학언론인 여러분과 함께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세종대학언론연합회 구성 단체로는 어떤 단체들이 있는지 또는 세종대학언론연합회를 지원하는 단체는 어떤 단체인지 궁금합니다. 세종대학언론연합회는 고려대학교 세종방송국 KDBS, 홍익대학교 교육방송국 HBN, 한국영상대학교 방송국 KUBS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각 대학언론이 자체적으로 뜻을 모아 출범한 비영리 언론단체이기 때문에 외부의 지원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방송 언론 활동과 청년 사회 교류에 있어 외부 협력 기관과 함께 사업을 이루어나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기관은 준정부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 산하의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와, 사회적협동조합인 청년희망팩토리가 있습니다. Q. 세종대학언론연합회를 보면 세종지역 학교의 학보사 및 기자단 기관들이 아닌 각 대학 학생방송국으로만 이루어진 듯 보입니다. 언론단체의 성격을 띈 학보사와 같은 언론기구는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포함될 계획이 있는지도 함께 답변 부탁드립니다. 세종대학언론연합회는 취재와 보도 뿐만 아니라 방송과 미디어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언론의 폭넓은 가치를 실현하는 공동체입니다. 때문에 우선 올해는 첫 발을 떼고 기반을 다지는 시기인 만큼 처음부터 많은 단체를 초청하기 보다는 방송 미디어라는 활동 방향성이 유사한 대학 방송국간의 연합으로 먼저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초석을 잘 다지고 지금보다 더 내부적인 기반이 체계적으로 갖춰진 후에, 충분한 시간과 논의를 거쳐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각 대학의 학보사까지 차근차근 반경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교류할 그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향후 단체의 방향성과 활동계획은 어떻게 수립되고, 진행될 예정인가요? 세종대학언론연합회는 각 대학 언론의 발전과 지역 및 청년 사회 공헌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학기마다 공동의 목표 아래 각 대학 언론의 장들이 모여 상시적인 방송 언론 활동(공동 취재 및 방송 제작, 세종FM 라디오 연계방송 등)뿐만 아니라 연합회의 임원진으로서 굵직한 사업들을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이번 학기의 경우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와 협력해 청년정책특별보좌관님과 세종청년센터장님을 모시고 특별 보이는라디오 <세종을 바꾸는 시간>을 송출하였으며, 제1회 세종대학언론연합회 연합방송제가 이루어졌습니다. 다음에도 학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방학 기간 동안 각 대학언론이 머리를 맞대고 워크숍과 교류회를 거쳐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지역과 청년 사회에 이바지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공동체로 성장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세종대학언론연합회의 로고의 스토리를 들었다. 인물을 형상화한 파란색 기호는 우리 세종시의 색깔이며, ‘세종’의 초성 ㅅ과 ㅈ, 그리고 어깨동무한 사람을 형상화하여 세종 청년들의 연대를 상징한다. 가운데의 마이크는 언론을 상징하며, KDBS의 크림슨, HBN의 빨간색, KUBS의 남색이 섞인 그라데이션으로 세 방송국의 화합을 나타낸다. 하나됨을 의미하는 원형 로고와 같이, 사회와 세상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비전을 담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만개할 청춘들의 목소리에 보탬이 되기를 응원한다.
10.29 참사 342일째인 지난 10월 5일, 성공회대학교 미가엘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성공회대학교 유가족 간담회가 열렸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성공회대학교 기억실천단(이하 기억실천단)은 10월 5일부터 참사 1주기가 되는 날인 10월 29일까지 25일간을 기억주간으로 정했다. 이에 기억실천단은 유가족 간담회를 열고 기억 공간을 마련했다. 새천년관 정문에 준비된 기억 공간은 10월 한 달간 상시 운영한다. 이번 간담회를 비롯한 기억주간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모든 학부가 공동주관으로 참여한 추모 사업이다. 사회융합자율학부 제6대 비상대책위원회 ‘새로’, 인문융합자율학부 제7대 학생회 ‘한울’,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제6대 학생회 ‘닿음’, IT융합자율학부 제8대 비상대책위원회 ‘it’s(잇츠)’, 성공회대학교 제33대 동아리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온화’, 성공회대학교 제7대 인권위원회 ‘등대’가 주관 단위로 참여했다. 인권위원회의 최보근 위원장은 “10.29 참사 유가족이 촉구하는 특별법 제정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지 입장을 냈다”며 10.29 참사를 인권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우리 학교에도 희생자가 나온 만큼 인권 문제에 더욱 연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관 단위로 함께한 이유를 전했다. 간담회 진행을 맡은 송영경 성공회대학교 기억실천단장은 사전 인터뷰에서 참사 후 1년이 다가오도록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며 “이번 간담회는 1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함께하는 학우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송 단장은 “인터넷에서 10.29 참사를 두고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 점을 바탕으로 질문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간담회는 10.29 참사 유가족 두 명이 자리했다. 송 단장은 준비한 질문으로 간담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질의응답은 크게 ▲10.29 참사 후 지난 1년의 시간과 힘들었던 순간 ▲10.29 참사 특별법 제정 이야기 ▲10.29 참사와 유가족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가진 의미 ▲1주기를 앞둔 요즘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이루어졌다.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10.29 참사 유가족 유정 씨는 “지금은 남의 일일지라도 언제든 나 또는 가족의 일이 될 수 있다”며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 참사를 기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도 같이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질의응답이 끝나고 간담회는 현장에 참석한 학우들의 질의로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윤영우 미콘학부 ‘닿음’ 정학생회장은 10.29 참사를 추모하는 뜻에서 이태원과 이번 핼러윈 축제를 두고 둘러싼 엇갈린 두 의견을 예로 들며 “참사를 기억하고 기억을 표하는 데 있어 의견이 다른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유 씨는 “핼러윈 축제를 하는 것에 대해 유가족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사람이 모이는 것은 막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유 씨는 “희생자를 기리는 장소에 가서 마음을 표하는 것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과 연대하는 가장 효과가 뚜렷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간담회는 참석 학우 질의 후 기억실천단 23학번 학우들의 발언과 참가자 단체 사진 촬영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학우(사회, 22)는 “녹사평역 분향소 지킴이를 한 경험이 있다”며 “10.29 참사 1주기가 다가오고 10.29 참사 유가족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궁금했다”는 참석 이유를 전했다. 더 안전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간담회가 끝나고 인터뷰에 응한 송 단장은 "더 나은 내일", "더 안전한 내일"을 여러 차례 입에 올렸다. 10.29 참사 20대 희생자는 전체 희생자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또래 청년들은 10.29 참사라는 아픈 기억이 있다. 송 단장이 말하는 ‘계속해서 기억하고 추모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서 시작한다. “유가족을 직접 만나는 것, 더 나아가 참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우리 대학에서 큰 아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왜 아픈 기억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하는가’라는 의문은 곧 ‘우리 세대는 왜 이 아픔을 겪어야 했는가’로 이어진다.” 송 단장은 다시는 이런 아픔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10.29 참사가 제대로 해결될 때까지 아프지 않은 내일을 위해 이 참사를 잊거나 놓쳐서는 안 된다.” 송 단장이 말하는 "더 나은 내일", "더 안전한 내일"은 계속해서 추모해야 하는 이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새천년관을 드나들며 추모 공간을 보게 될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송 단장은 추모의 의미도 함께 말했다. “우리가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여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내일로 가야 비로소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다. 우리의 추모는 왜곡되거나 다른 뜻이 있지 않다.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만들어 가는 더 안전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추모이다.” 끝으로 송 단장은 “이 공간을 지나가실 때 이 추모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며 10.29 참사를 한 번 더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취재 : 고은수 기자, 권동원 기자, 유지은 기자, 장채영 기자, 정인욱 기자, 정하엽 기자, 황바우 기자 글 : 고은수 기자 사진 : 고은수 기자, 권동원 기자, 정인욱 기자, 황바우 기자 디자인 : 장채영 기자
동대문구 3개 대학 연합 축제 ‘2023 트로이카(TROIKA)’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의 여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트로이카(TROIKA)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경희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동아리연합회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다. 올해 축제는 ‘2019 트로이카’ 이후 4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돼 의미를 더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에는 대학 간 비대면 교류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행사명은 ‘Let’s color’로 코로나19 여파로 어두웠던 세상을 3개 대학의 빛으로 물들이며, 연대를 도모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2023 트로이카에서는 사흘간 각각 공연, 학술 문화행사, 체전을 뜻하는 악동(樂動)제, 감동(感動)제, 역동(逆動)전이 개최됐다. 악동제는 각 대학별 동아리 공연, 응원전 및 연예인 공연으로, 감동제는 사진전, 시사·경제 토론대회, 청년정책공모전, 동대문 책마당, 그리고 역동제는 남녀 축구, 농구, 테니스, e-스포츠 경기로 이뤄졌다. 11일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축제는 시작됐다. 이날 개막식에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과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경희대학교 학무부총장,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인재개발처장 등 지역사회관계자들이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했다. 개막식 이후 동아리 공연, 각 대학 응원전과 연예인 공연이 이어졌다. 각 대학 응원단은 2023 트로이카 주제곡으로 합동 무대를 선보여 호응을 이끌었다. 뒤이어 한국외대 중앙 힙합동아리 HUFS DOVY와 서울시립대 중앙 스트릿댄스동아리 R.A.H의 댄스 콜라보 무대로 축제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12일에는 남녀축구 결승 및 동아리 공연과 밴드 경쟁 무대가 이어졌다. 한국외대와 서울시립대 여자축구 경기는 1-2로, 서울시립대와 경희대 남자축구 경기는 1-0으로 종료되며 두 종목 모두 서울시립대가 승리를 거뒀다. 또한 감동제 주요 행사인 ‘미술제: Colorful Dreams’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도서관에서 행사 첫날부터 이틀간 진행됐다. 이번 미술제에는 3개 대학 학생들과 동대문구 주민들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작품을 감상한 한국외대 한국어교육과 김한솔 학우는 “각자의 청춘이 먼 훗날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전했다. 행사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e-스포츠 경기가 열렸다. 피파 온라인 4 종목에서 한국외대가 서울시립대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이어 경희대학교 노천극장에서 폐막식과 3개 대학 동아리 공연을 끝으로 2023 트로이카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축제에 참여한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이다현 학우는 “이번 트로이카는 4년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되는 만큼 기대가 많았다”라며 “여러 부스에서 체험을 하고 친구들과 공연을 보며 재밌게 즐겼다”라고 전했다. 2023 트로이카 기획을 담당한 서영준 한국외대 동아리연합회 부회장은 ‘세 학교가 함께 준비하는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3개 대학 학생들이 활발히 교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라며 “학우분들 모두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신화림 기자(hwalimshin@naver.com) 안윤지 기자(julie6415@naver.com) 정현채 기자(good3055@naver.com)
“(다른 학교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죠. 규정 때문에 성적 차이가 나는 거니까…” K 대학 3학년생인 김 씨는 올해 1학기 한 교양 강의를 재수강했다. 1학년 때 해당 강의를 수강하면서 받았던 낮은 학점을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매주 많은 양의 과제물과 팀 발표가 있었지만 김 씨는 교수에게 칭찬까지 받을 정도로 강의에 열심히 임했다. 하지만 김 씨는 최종적으로 B+을 받았다. 김 씨와 함께 팀을 꾸렸던 학생들은 A+을 받았지만, 김 씨는 재수강이란 이유로 규정상 최대 B+까지만 학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동일하게 1학기에 강의를 재수강했던 김 씨의 타 대학 친구는 A0를 받았다. 김 씨는 “재수강 규정을 알고는 있었지만, 성적을 받아보니 (규정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 씨의 사례처럼 대학마다 다른 재수강 규정이 재학생들 간 학점 불평등을 유발하고 있다. 대학별로 재수강 규정이 각기 달라 재학생의 최종 학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대학은 학사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재수강 규정을 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학마다 재수강이 가능한 횟수와 재수강 시 받을 수 있는 학점의 상한에 제한을 두고 있다. 수업을 처음 듣는 학생과 재수강하는 학생 간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학점 세탁’을 위한 지나친 재수강 남발을 막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정한 재수강 규정이 오히려 불평등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학점이다. 각 대학의 학사 규정에 따라 재수강 시 학점 상한이 대학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동일하게 재수강했음에도 타 대학 재학생과 학점 격차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졸업 후 취업 활동에서 평가 기준으로 학점이 고려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 사이에서 학점은 ‘고고익선’으로 여겨진다. K 대학에 재학 중인 김 씨는 “(재수강을 하면) 다른 학교는 A 학점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 학교는 B+이 최대다 보니 (다른 학교에 비해) 학점이 뒤지지 않을까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주요 대학의 재수강 시 최대 학점 상한은 B+에서 A+까지 널리 분포돼 있다. 하지만 ABCDF 등급제로 환산하면 B+과 A+ 사이엔 1.0의 학점 격차가 존재한다. 학점을 올리기 위해 재수강을 선택한 학생들에겐 이 격차가 불합리하게 느껴질 공산이 크다. 과거 S 기업에서 인사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지원자의) 스펙이 어느 정도 비슷하면 결국 학점이 높은 쪽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며 “학교마다 재수강 규정이 어떻게 다른지 면접관들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교마다 제각각인 재수강 규정이 향후 취업 활동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재수강 규정이 오히려 상대평가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H 대학에 재학 중인 최 씨는 “재수강이든 아니든 더 성적이 좋은 사람이 더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처음부터 최대 학점을 정해놓으니 (재수강 강의에선) 과제물을 열심히 해도 의미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의 노력 여하가 아닌 규정에 따라 학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자칫 역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재수강을 하는 학생은 이미 강의를 한번 수강했기 때문에 강의를 처음 듣는 학생보다 유리하다는 이유이다. J 대학에 재학 중인 황 씨는 “재수강을 듣는 학생들은 해당 강의에 대한 지식이 이미 있기 때문에 시험이나 과제에 이점이 있다. (학점 상한이 없다면) 재수생에게 더 유리한 구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재수강 학생만 신청이 가능한 강의를 따로 열어 학생 간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도 했지만, 교원 부족으로 해당 제도를 전체 강의로 확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들어 각 대학은 재수강 규정을 개정해 학점 상한을 높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숭실대학교는 지난 2015년 재수강 규정을 강화해 학점 상한을 A-에서 B+로 낮췄다.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의식해 엄격한 학사 관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재수강 요건 완화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지난 2021년 숭실대는 학점 상한을 다시 B+에서 A-로 높였다. 2015년 학점 거품을 막기 위해 ‘C0 이상 재수강 불가’라는 강경책을 꺼내 들었던 중앙대학교도 2020년 재수강 요건을 크게 완화한 바가 있다. 이러한 대학의 재수강 규정 완화는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대학 학사 정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기간에 절대평가가 시행되면서 학점 인플레이션이 크게 발생했다”며 “종래의 재수강 요건은 이러한 상황에 맞지 않아 학생들이 느끼는 괴리가 컸다”고 설명했다. 대학 평가의 변화도 영향이 컸다. 과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성적의 엄정성’이 대학 평가 기준이 포함됐다. 각 대학이 학생들이 관대하게 성적을 부여할수록 대학 평가에서는 오히려 감점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바뀌면서 학사관리 항목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 관계자는 “학사 관리 항목의 비중이 이전보다 감소하면서 학생들의 성적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명분이 이전보다 적어졌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이하 서이초)에서 1학년 담임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서이초에서 1학년 담임교사로 처음 교편을 잡은 초임 교사다.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 오후 서이초 앞에서 숨진 교사를 기리는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특정 교원 단체 주관이 아닌,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자리다. 이 자리엔 현직 교사뿐만 아니라, 교육대학, 사범대학생과 일반 시민들도 함께했다. 추모문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한걸음에 서이초로 향했다. 대학알리의 기자이자, 교사를 꿈꿨던 사범대생이었기에 아이들을 사랑했던 한 초임 선생님의 마지막에 함께하고 싶었다. 오후 5시, 학교에 도착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서이초 정문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길게 이어진 추모 행렬과 근조화환이었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추모제로 교사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교문 앞 추모 공간이 가득 차자, 추모객들은 경찰과 학교 측에 별도의 추모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며 대치했다. 긴 시간 교문 밖에서 추모 순서를 기다리던 추모객들은 “학교 안에 추모 공간도 안 만드는 것이냐”, “조용히 추모만 하고 가겠다”고 소리쳤다. 이날 오후 4시 50분쯤, 교내 방송을 통해 학교는 “정문에 추모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니, 분향소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오후 6시가 되자 교문이 열렸다. 학교는 정문 안에 급히 책상 3개를 준비해 추모객들을 맞이했다. 검은 옷을 입고, 하얀 국화를 들고 온 추모객들은 차분하게 질서를 지키며 포스트잇에 고인을 애도하는 추모 편지를 남기고 헌화했다. 40분 뒤엔 후문이 추모객들을 위해 개방되기도 했다. 하얀 탁자로 이루어진 분향소엔 두 눈을 감은 채 애써 울음을 참는 사람과 손을 모은 채 묵념하는 사람이 있었다. 추모하는 모습을 달라도, 마음만은 같았다. 추모객들의 남긴 포스트잇은 학교 정문과 체육관 벽을 가득 메웠다. 학교 정문과 바닥에는 수많은 포스트잇과 꽃이 놓여 있었다. 서이초 정문, 체육관 벽에 가득 메워진 포스트잇엔 고인을 애도하는 내용,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함, 무너진 교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문에 놓인 꽃에 붙여진 포스트잇 속 추모 메시지들을 읽고 있었다. 그중 한 포스트잇이 눈에 띄었다. 어쩌자고 나는 그 예쁜 아이들에게, 예비 교사들에게 교사의 긍지와 보람을 말했을까요 그들은 지금쯤 교직을 권한 나를 원망하고 있지 않을까요 교사를 꿈꾸던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교사가 되겠다는 나를 응원해 주셨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 됐으면 좋겠다”, “교사는 힘든 자리지만, 아이들과 함께함으로써 계속할 힘과 자부심을 느낄 거야”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하지만, 최근에 선생님을 만나 뵀을 때, 선생님의 응원은 “교사가 아니어도,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너에게 교사가 되라고 권한 것을 후회한다”는 대답으로 바뀌었다. ‘선생님마저, 선생님이 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너져 가고 있는 ‘선생님’의 위치와 자부심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이 포스트잇을 쓴 선생님도, 나에게 교직을 권했던 선생님과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한편, 체육관 벽엔 수많은 추모객이 자리했다. 각자가 준비한 국화와 포스트잇에 추모 메시지를 담아 담아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밤이 되어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작은 조명들을 체육관 벽 한편에 놓기도 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가득해졌지만, 한 선생님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한 추모의 열기는 뜨겁기만 했다. 그날, 서이초 추모 현장에서 많은 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 시민을 만날 수 있었다. 경기도교육청 소속 10년 차 교사 A씨는 “10년을 근무하며, 교권 추락을 체감했다”며, “선생님들 모두가 겪은 일이라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오게 됐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나아가, “더 이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업무경감, 교권 신장을 위한 공교육 시스템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경기도교육청 소속 학교에 재직 중인 B씨를 만났다. B씨는 “교권 보호를 위한 법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교권 침해에 관해서 “교사 누구나 한 번씩은 겪었을 것이다”라며, “학생 인권을 지키는 것만큼, 교사 인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B씨의 동료 교사 C씨는 “교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문제에 관해서 이 길은 갈 수 없겠다. 떠나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같이 좀 관심을 두고 인식을 개선해 교사를 다시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모든 인터뷰를 기사에 담을 수 없었지만, “교사들이 마음 편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모두 함께해서 예비 교사들이 교직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통된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달 22일부터 현재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현직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5주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아동복지법 등의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교원의 생활지도는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점'을 법에 명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