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7 (일)

  • 맑음동두천 24.2℃
  • 맑음강릉 21.3℃
  • 구름조금서울 25.6℃
  • 구름많음대전 26.0℃
  • 구름많음대구 22.6℃
  • 구름많음울산 20.6℃
  • 구름조금광주 25.8℃
  • 구름많음부산 22.8℃
  • 구름조금고창 24.3℃
  • 구름조금제주 23.4℃
  • 맑음강화 24.0℃
  • 구름많음보은 22.7℃
  • 구름조금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5.6℃
  • 구름많음경주시 21.8℃
  • 구름많음거제 22.1℃
기상청 제공

얘, 너 그거 데이트폭력이야. (2부)

URL복사

얘, 너 그거 데이트폭력이야. (2부)

(*기사의 내용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1. 데이트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는 어떡하지?

 

  한국외대 성평등센터에서는?

  데이트폭력을 비롯한 대학 내부 성폭력 사건은 크게 학내 처리와 경찰 조사,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돼. 그중에서도 학내 처리와 관련해서 우리는 한국외대 성평등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받는지 성평등센터 김지원 상담연구원께 여쭤봤어.

  성평등센터에서 피해자는 크게 세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의료 분야에서 성평등센터는 심리적 상담을 제공해준대. 상황이 위급할 경우에는 피해의 유형(정신적, 물리적 등)을 파악한 후에 해당 병원을 소개해줘. 다음으로는 법률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있어. 성평등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변호인단은 재능 기부의 형식으로 법률 상담을 해주신대. 가해자를 소송하기 전까지, 즉 법적 준비와 관련해서만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그 이후로는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선임한 변호사와 함께 신고와 소송을 이어나가면 된다고 해.

  마지막으로 학내 행정적 차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물론 가해자가 같은 학교의 구성원일 경우에 한하지만 말이야. 학내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문제는 우선 성평등센터에 신고를 해야 학교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데이트폭력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외대 구성원일 경우, 성평등센터는 사건 관련자 면담 등의 방법으로 사건을 조사해. 그리고 피해자가 중재를 요청한다면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상호 간에 중재를 시도하지. 중재가 성공할 경우에 사건은 종결되지만 무산된 경우, 해당 사건은 조사위원회에 회부돼. 가해자는 징계 필요성이 있다고 조사위원회가 판단하면, 가해 행위자 소속의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해. 신고부터 징계위원회 결과가 나오기까지 절차에 따라 대략 2~3달이 걸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니까 너무 급하게 마음먹지 말자.

  하지만 피해자의 상태가 응급하거나, 피해자의 요청이 있거나, 혹은 피해자가 지속해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으면 피해자는 가해자와의 분리(수업 분리, 동아리 분리, 학생회 분리 등)를 요청할 수 있어. 예를 들어, 학기 전의 수업 분리는 피해자가 우선 수강 신청을 하고, 이후에 가해자가 피해자의 시간표를 피해서 수강 신청을 하는 식으로 이뤄져. 조사위원회 중재 아래서 성평등센터가 피해자를 대변해 가해자와 시간표를 협의하고 조정해. 성평등센터를 통해서라면 피해자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가해자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되는 거지.

  김 연구원은 데이트폭력의 가장 흔한 증상은 바로 통제라고 말씀하셨어. 가해자가 자신만의 규율로 피해자를 처벌하는 것을 통제의 예로 들 수 있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연락이 잠시라도 되지 않으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바람을 피운다며 애인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통제로 나타나는 데이트폭력이야. 그리고 피해자 절반 이상이 6개월 안에 데이트폭력을 겪을 만큼 데이트폭력의 발생 시기는 빠르대. 김 연구원님은 6개월 이내에 통제를 당하는 순간 바로 데이트폭력을 의심해볼 것을 권하셨어. 성평등센터는 항상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고, 피해자의 편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며 데이트폭력이라고 의심될 경우 언제든지 방문해달라고 당부도 하셨어.


서울캠퍼스 성평등센터 (학생회관 346, 347호. 02-2173-3526)
글로벌캠퍼스 성평등센터 (학생회관 201-1, 2호. 031-330-4464)

2. 주변 사람이 주는 2차 피해

 

  김 연구원과 대화를 하면서 1차 피해와 문제 해결 과정뿐만 아니라 제3자의 2차 피해 역시 그 못지않게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다는 점을 알게 됐어. 그 전에 잠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의아한 점이 있을 거야. 2차 가해가 아닌 2차 피해라고 말한 거 눈치챘어? 실질적으로 둘의 의미는 같아. 2차 피해보다 2차 가해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 그러면 2차 가해는 뭘까? 2차 가해는 “가해자 또는 제3자가 정신적인 협박이나 물리적인 강압 또는 다른 수단으로 피해자를 괴롭히는 행위로서, 가해자가 피해자와의 접촉을 시도하거나, 가해자에 동조하는 언동, 사건을 축소·은폐·왜곡하기 위한 언동, 피해자를 음해하는 언동 등 피해자에게 재차의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해.

* 전국금속노동조합, 《규약규정집》, 2010.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차 가해 조항을 처음으로 명문화한 이유로 금속노조의 정의를 사용함.)

  그런데 ‘2차 가해’라는 말은 성폭력에서 피해자를 제외하고, 사건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는 것을 어렵게 해. 제3자가 2차 가해를 할 경우 상처를 받는 건 피해자야. 하지만 이 말은 피해자보다는 2차 가해자에게 주목하게끔 하는 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말이지만 2차 가해자로 점 찍힐까 무서워 사건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도 줄어들게 되는 거고. 그래서 사건에서 피해자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생산적인 대화를 이끌어나가자는 의미로 '2차 피해'라는 단어를 선택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사용하려고 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3자가 피해자에 가하는 2차 피해의 악영향이 우리 생각보다 크다는 거야. 주변 사람이 피해자에게 가하는 2차 피해는 크게 직접적인 대화와 소문으로 구분돼. 제3자는 친밀한 관계의 폭력인 데이트폭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그래서 대화하면서 의도치 않았지만, 피해자가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어. 은연중에 피해자를 비난하기도 하고, 피해자의 의견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무시하는 경우도 있어. 또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합의하도록 피해자를 설득하기도 해. 피해자를 위한답시고 하는 행동이 모두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2차 피해야. 우리는 나름의 합리적 사고를 거쳐서,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지만 단지 2차 피해를 되풀이하는 것일 뿐이지.

 

 2차 피해를 주는 말들

“그게 데이트폭력인지 여태까지 몰랐던 거야?”

"그런 상황에서 왜 그냥 가만히 있었어?

"너에게 폭력을 가한 사람과 어떻게 아직도 못 헤어져?"

"애인이 널 많이 사랑하나 보지."

"네가 잘했으면 걔가 안 그랬겠지."

"그게 데이트폭력이라니?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냐?"

"옛말에 유유상종이라는 말도 있잖아, 네 잘못도 있는 거 아냐?"

"우리 모두 친한데 너희 둘이 틀어지면 좀 그렇잖아. 그리고 너한테도 빨리 해결되는 게 좋고.
걔도 미안하다는데 이만하면 사과받는 게 어때?"

 

  소문으로도 피해자는 직접적인 대화만큼이나 상처를 받아.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조용히 사건을 해결하고 싶을 거야. 하지만 학교처럼 작은 공동체에서 사실 그러기가 쉽진 않지. 피해자가 원한다면 학내에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사건과 관련이 없는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사실만 아는 것에 그쳐야 해. 아무런 맥락 없이 피해자가 누구인지,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등과 같은 피해자가 밝히지 않은 정보는, 그것이 사실이더라도, 단순히 궁금증 해소와 흥미를 위해서 사적 대화에서 오가서는 안 된다는 거야. 피해자를 향한 근거 없는 추측 또한 하지 말아야 해. ‘원래 피해자가 애인이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밝히더라. 맞을 만한 이유가 있겠지’와 같이 피해자에게 폭력의 원인을 찾으려는 추측은 더욱 안 되고.

  소문은 간혹 사실인 양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해. 학교 캠퍼스 내부, 특히 과, 단과대학처럼 작은 공동체에서는 소문이 더욱 빨리 돌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 해. 정도를 지나친 정보를 담은 소문이나 거짓 소문이 피해자의 귀에 들어간다면 그야말로 2차 피해라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피해자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잃게 될지도 몰라.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는 그런 공동체 안에서 문제 자체를 쉽게 제기할 수 없을 거야.

 

3. 그래서 우리는…

 

  그리고 피해자인 친구가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자. 친구에게 데이트폭력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일깨워주고, 믿음과 지지를 꾸준히 보내줘야 해.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에 “헤어져” 혹은 “경찰에 신고해”라고 섣불리 말하는 것보다는 친구가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주자. 가해자와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계획을 같이 세우고, 학교생활과 일상을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해. 같이 맛있는 식사를 하거나 친구가 힘들 때 대신 수업 필기해주기 아니면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장소로 놀러 가기 등 거창할 필요 없이 작은 일부터 해나가도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런데 우리의 인식을 바꾸려면 ‘2차 피해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2차 피해인지, 2차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건강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해. 하지만 관련 공부를 했거나 데이트폭력의 당사자가 아닌 이상 우리는 앞서 말한 내용을 잘 알지는 못하지. 학교에서 이런 것들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잖아. 다행히 한국외대 성평등센터는 폭력 예방 교육을 외대 학우에게 제공한대. 단대, 과, 동아리 차원에서 교육을 신청하면 누구나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어. 또 올해 초, 개강에 맞춰 폭력 예방 교육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야.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서 다 함께 교육을 받거나 책자를 돌려보는 것은 어때?

 

  한국 사회와 한국 대학에서 데이트폭력을 포함한 모든 성 문제에 대한 인식이 대중화되고 건강한 담론이 만들어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그래서 어떻게 제대로 문제를 인식해야 하는지, 어떻게 건설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지 대부분 잘 모르는 편이지.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데 그치지 않고, 더 잘 알기 위해서 배우려고 노력해야 해. 우리가 있는 공간에서 다시는 피해자가 상처받지 않도록,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말이야. 또 우리 공동체가 설사 폭력이 일어나더라도 거리낌 없이 사실을 고발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면. 그리고 적어도 내가, 아니면 내 친구가 더는 상처받지 않길 원한다면.

 

장희지 기자 (boa5219@gmail.com)
박원희 기자 (bagoooon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