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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등록금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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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5월 15일. 2017년 2학기 (1차)국가장학금신청을 받는다는 문자가 왔다. 벌써 1학기가 끝에 가깝고 2학기가 다가오고 있나보다. 우리는 종강과 방학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2학기에 납부해야하는 등록금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성공회대학교의 학생들은 한 학기에 330만-370만 원 안팎의 등록금을 내고 수업을 듣는다.

 

한 학기 등록금 벌기vs쓰기

이번 학기 334만 2,000원의 등록금을 낸 사회과학부 학생을 기준으로 계산해보자. 15~18학점의 수업을 듣되 매일 학교에 나온다고 가정한다. 2017년 1학기의 휴일인 5/1 개교기념일, 5/3 석가탄신일, 5/5 어린이날, 6/6 현충일을 제외하고 계산해보았을 때(5/9는 임시공휴일이므로 제외한다), 학생들은 1학점 당 12,056 ~ 14,467원을 지급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한 학기 등록금을 버는데 필요한 시간과 한 학기 등록금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따져보자. 대학 등록금이 얼마나 비싼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계산상 편의를 위해 등록금은 350만 원이라고 하자.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할 때 월급은 135만 2,230원이다. 여기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을 모두 등록금을 위해 저축한다고 생각해보자. 2017년 최저생계비는 99만 1,759원, 저축 가능한 금액은 36만 471원이다.

언뜻 봐도 대충 1년은 모아야 한 학기 등록금이 만들어질 것 같다. 은행에 적금을 넣는다고 가정해보자. 1년간 매달 36만 471원을 저축한다고 치고, 적금에 붙는 이자율은 현재 기준 금리인 1.25%를 월복리로 적용하면 1년 후 총 435만 525원을 수령할 수 있다. 아프지 않고, 사고 나지 않고, 노트북이나 핸드폰 같은 물건을 망가트리거나 잃어버리지 않는 기적적인 상태로 1년간 저축할 수 있는 돈을 고스란히 저축하면 등록금을 내고 100만 원이 안 남는다. 이런 식으로 졸업할 때까지 8학기의 등록금을 벌려면, 등록금이 350만원일 때 6년 4개월간 돈을 벌어야 한다.

이 돈을 한 학기 등록금을 학교에 납부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쓴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개처럼 벌어도 정승처럼 쓰라고 했다. 아예 외국에서 한 달 살아보자. '에어비앤비‘에 체코 프라하에서 한 달간 집 전체를 빌리는 조건으로 검색해봤다. 130만 원만 있어도 독립된 침실이 있는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 만약 숙박에만 이 돈을 다 쓴다면 3개월 정도 머물 수 있다.

당신이 지불한 등록금의 일부분으로  한 달간 머물 수 있는 프라하의 숙소이다. 생각보다 질이 좋다. 출처: 에어비엔비

350만 원을 쓰는 방법으로 이런 것도 있겠다. 강남 H 어학원의 주5일 하루 3시간짜리 토익 강의를 들을 경우, 월 33만-40만 원 가량인 강의를 8-9개월간 들을 수 있다. 이 정도 기간이면 신발 사이즈 토익 점수도 800점, 900점대로 탈바꿈시켜줄 것 같다.

이 밖에도 35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겠지만, 몇 가지만 더 상상해보고 넘어가자. 350만 원이면 맥도날드 빅맥(4,900원) 714개, 한 마리에 11,000원인 온수역 썬더치킨의 치킨 318마리, 2,800원짜리 학식 식권 1250장이다. 또 서울-부산을 KTX로 29회 왕복할 수 있고 필기감 좋은 걸로 유명한 볼펜 ‘제트스트림(G마켓 기준 개당 1,100원)’을 3,181개 쌓아놓고 쓸 수 있다.

 

 

대학 등록금 안 받는 나라는 왜 안 받는 걸까

이렇게 비싼 등록금과 씨름하는 우리의 상황과 달리 독일 대학생은 등록금을 내지 않는다. 지난 2006년, 심각한 대학 재정악화를 이유로 500유로, 당시 우리 돈으로 약 73만 원 정도의 등록금이 도입됐지만 대학생들이 격렬하게 반발한데다 저소득층 학생이 학위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이탈하는 현상마저 심해지자 결국 폐지됐다.

독일 대학생들의 등록금 철폐 시위 모습. 그들은 고등 교육이 무상임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Kristian Koch from. Wikipedia

이 500유로는 현재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평균 등록금의 1/5 수준 밖에 안 된다. 하지만 학생들은 도로점거, 철도점거, 법과 의회 점거, 강의실 점거까지 격렬하게 저항했다. 결국 빈부와 상관없이 균등하게 공부할 수 있는 평등한 사회에 대한 요구는 등록금 0원의 무상교육을 만들었다.

독일과 같은 나라를 보면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등록금은 합리적인 걸까?”

역대 우리 헌법에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기본권이 하나 있다. 바로 누구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다. 물론 이 ‘능력’이 타고난 수저가 금인지 흙인지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우선 대학에 진학했다면 해당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증명된 셈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대로 ‘균등하게’ 교육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주말에 시험 공부하는 학생과 주말에 8시간 알바하고 돌아와 녹초가 되는 학생은 같은 여건에서 공부한다고 보기 어렵다.

독일, 프랑스처럼 대학교육이 공적체제에 의해 운영되고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거나 거의 받지 않는 국가는 교육의 결과가 결국 사회에 환원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고등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은 국가의 사회적, 문화적, 산업적 발전의 기반이 된다. 개인의 지식은 개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창출한다. 그러므로 교육의 비용 역시 공동체 전체가 나눠서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것이 이들 국가의 관점이다. 실제로 독일에 대학 등록금이 도입되자 독일 대학생들은 “우리 부모님이 엄연히 세금을 내는데, 내가 왜 등록금을 내야 하느냐”고 따졌다.

만약 우리가 대학을 학문의 자유를 지키고 학문 발전의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적 역할을 하는 주체로 받아들인다면, 지금의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까?

 

이 기사는 기획기사로, 다음 편에는 우리나라의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반값등록금, 장학금에 관한 기사들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tmfrl925@naver.com 이슬기 기자

mouloud@skhu.kr 김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