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대학알리

김규민의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세상에 나쁜 취재원은 없다(1)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⑨>

 

 

 

취재원(取材源). 신문, 잡지 따위의 보도 기사나 작품 재료의 출처 또는 이를 제공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대학 언론인들의 취재원은 학생 기자들에겐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기성 언론과 달리 대학 언론인들은 학내 이슈를 취재하여 보도한다.

 

■ 대학 언론인과 학내 취재원들 매우 특별한 관계.. 서로 엮여있어

대부분 학내 취재원들은 어른들.. '어른 대 학생'의 권위적 구조 형성

 

자연스럽게 취재원 대부분이 대학 내 학생회 관계자, 교직원 또는 일반 교수, 학내 보직자 겸임 교수 등 서로 연관된 특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취재 대상이 한 다리 건너 아는 학생일 수도 있고, 학생 기자가 속한 단과대학 또는 학과의 교수, 학내 행사를 주관하는 교직원일 수 있다. 그렇기에 대학 언론인들에게 취재원과의 관계는 매우 고민거리다. 게다가 지역 사회가 좁은 곳에 위치한 대학 같은 경우 이 같은 고민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대학 언론인들이 취재할 때,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의 요인은 ‘학생’ 신분이라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대학 언론인들 역시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기에 만나는 취재원과 관계 대부분이 ‘어른 대 학생’ 구조가 형성된다. 기성 어른들 입장에선 학생 기자들이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는 느낄 것이고, 문제점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을 가르치거나 회유하려는 것이 지배적이다. 즉, 학생 기자들이 사안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빚어졌으니 오해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은연중에 기자들을 무시하거나,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일례로 학내에서 논란이 불거진 사안을 취재하고자 교수나 교직원을 찾아가면 “학교 재정 상태가 얼마나 어려운지 기자님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이라거나 “학생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와 같은 말들이다. 또한 비판적이거나 다소 민감한 취재 내용의 같은 경우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고, 아예 기사화 안 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조언 아닌 조언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학보사를 담당하는 지도교수, 학생 언론 소속 부서 담당 교직원이 누구인지 물어보고 이 분들과 연락해서 기사를 내자 고도한다. 기사가 나가기 전 미리 우리에게 내용을 검토받고 보도해달라는 취재원도 있었다. 이러한 요구 사항을 받을 때마다 언론 윤리상 위배되는 행위라고 설명하는데 진땀을 빼기도 한다.

 

'학생' 신분의 대학 언론인들은 취재 도중뿐 아니라 취재원 접촉을 하는 데 있어서도 굉장히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게 된다. 어른인 교수, 교직원을 학생들이 직접 연락하여 취재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취재 출발점부터 '어른 대 학생' 구조의 권위주의가 형성되기에 기자들에게 요구되는 날카롭고, 비판적인 시선이 무뎌지기 마련이고 조심스러운 취재 태도를 가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곤혹스러울 때는 취재원이 알고 보니 학보사 선배인 경우이다. 특히, "내가 너네 선배다", "우리 때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는 식의 말들이 기자들의 기를 꺾어 버리게 된다. 심지어 학보사 출신 취재원 중 하나는 취재 질문지 내용을 보고 질문들이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식의 지적까지 서슴없이 한 적도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교수, 교직원과의 취재는 '어른 대 학생' 구조라는 권위에 눌릴 수밖에 없지만 학생을 인터뷰하는 경우 뭔가 모를 긴장감이 형성되기도 한다. 대학 언론인이 학생회 관계자를 찾아가는 경우는 대게 학생회 차원의 논란거리를 취재하기 위해서이다. 이때 같은 학생 신분으로서 인터뷰가 진행되기에 취재원들의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 취재를 요청하면 "혹시 저희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와 같이 심하게 우리를 경계하거나, 아예 퉁명스러운 말투로 취재를 하기 싫다고 불쾌한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기도 한다. 

 

■ 정보력 낮아 학내 취재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대학 언론 현실..

취재원들이 인터뷰 거절하거나, 연락받지 않으면 취재 조차 못해

 

취재원들이 아무리 퉁명스럽고, 권위적이라 할지라도 대학 언론인들에겐 이들은 무척 중요한 존재이다. 대학 언론은 학생들로 구성된 언론 기구이기에 기성 언론과 다르게 첩보나 기밀과 같은 것을 쉽게 입수할 수 없고, 정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사안을 취재, 보도하기 위해선 해당 상황을 설명하거나 학교 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는 학내 교직원, 교수, 학생회 관계자 같은 취재원들이 필수적이다.

 

대학 언론 특성상 단독보도보다는 학내 논란거리가 생기면 이 논란이 무엇인지 정리하고, 해당 당사자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사실상 할 수 있는 전부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하는 것이 언론의 담론 제시 정도이다. 심지어 취재 아이템을 자유롭게 선정하지 못하는 학보사도 더러 있다. 학생들의 학생 자치 참여도가 떨어지면서 학생 언론에 제보하는 문화가 전무하고, 설령 제보가 들어온다 할 지라도 결국에는 학내 취재원을 거쳐야 기사가 보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학 언론인들은 취재원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학내 사안을 취재, 보도하는 것이 대학 언론의 주 업무인데 이들이 전부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학생 기자들의 연락을 무시하게 돼버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학내 사건사고를 학교 이외의 사람에게 찾아가 물어볼 순 없지 않은가. 이렇다 보니 취재원들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고, 기사의 존폐 여부가 취재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인터뷰를 잘 받아줘 놓고, 이후에 연락을 통해 그냥 기사에서 인터뷰를 빼 달라고 하여 기사 자체를 보도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학교 내에서 불거진 사건 취재를 위해 취재원을 찾아 연락했지만 아예 연결이 되지 않거나, 연락은 됐지만 인터뷰 자체를 거절하여 기사 취재 자체를 못하게 된 경우도 있다. 

 

심지어 기사 보도 이후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갈등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며 그냥 기사를 내려달라고 취재원이 항의를 할 때는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어 많은 학생 기자들이 마음고생을 한다. 물론 기사의 잘못된 부분이 있거나, 정말로 우리가 사실을 왜곡하고 갈등을 조장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기사를 내리거나, 정정보도를 하는 것이 맞다.

 

■ 취재 과정 속 학생 언론 입지 깨닫고, 회의감 느껴 그만두는 기자들

 

다만, 학생 언론은 갈등을 조장하거나 여론을 악의적으로 좌지우지할 만큼의 능력과 이유도 없을 뿐 아니라, 부끄럽지만 학생 사회에서 그렇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사실이다. 기사가 왜곡,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잘못 보도되면 그에 대한 후폭풍이 올 것을 학생 기자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에 기사 보도 이전에 몇 번씩이나 자체 교정을 하고 단어 수위 조절과 같은 신중한 태도를 가진다. 취재 과정을 거치면서 학내 학생 기자들의 입지를 자신들이 몸소 체감했기에 나오는 태도이다. 취재원에게 기사를 내려달라는 항의를 받은 학생 기자 중 하나는 "학생 언론 입지가 이렇게까지 약할 줄은 몰랐다"고 회의감을 느끼고 그만둔 사례도 존재한다.

 

작년 한 해도 우리 학보사 기자들은 여러 취재원들을 만났고, 많은 기사를 썼다. 대부분의 취재원들과 원만하게 인터뷰를 하여 취재, 보도를 할 수 있었지만 유독 몇몇 취재원들이 우리에게 날을 세우거나, 심지어 보도된 기사에 대해 굳이 안 써도 될 논란거리를 적었다며 격하게 항의한 적이 있었다. 보다 못한 학생 언론 담당 교직원이 항의하는 취재원에게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학생 언론은 엄연한 자치조직인만큼 학생이라고 무시하시면 안 됩니다. 만약 지역신문, 대형 언론 기자가 이렇게 기사를 썼을 때 어떻게 대응하실지 생각하시고 똑같이 대해주시면 됩니다." 이 말이 대학 언론인과 학내 취재원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나쁜 취재원은 없다(2)에서 계속

김규민 (대구대신문사 편집국장)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시리즈 바로가기

① “학보사? 그게 뭐고” 선배가 물었다

② 지방대 학보사 기자들은 그만두고 싶다

③ “그러게. 왜 지방대 학보사가 중요할까?”

④ “지면이 없어진다고요?” … 학보사의 온라인화

⑤ “선배님 죄송합니다. 신문사를 더 이상…”

 바쁜 ‘대학 언론인’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⑦ 대학 언론인이여, 중립! 중립을 지켜라!?

⑧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