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4 (수)

대학알리

[대선 시리즈-②] 젠더 갈등, 청년들에게 묻다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청년 세대가 체감하는 가장 큰 사회적 갈등으로 젠더 갈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 갈등은 단순히 청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이 작용하고 있으며, 정치권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 시리즈는 청년들의 관점에서 젠더 갈등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고,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조명하고자 한다. <대학알리>가 지난 23일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경희대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젠더 갈등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대학알리>는 먼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성과 교제가 가능한지 물었다. 지난해 8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시행한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 4천 명의 성인 남녀 중 58%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나 지인과 술자리도 함께할 수 없다는 응답자도 33%에 달했다.
 

 

대학생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대다수의 대학생은 정치 성향을 교제하기 어려울 수 있는 하나의 요인으로 파악할뿐, 교제가 불가능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지는 않았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A 씨(여)는 “성향 차이라고 생각한다”며 “생각은 누구나 다를 수 있으니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외대 B 씨(여) 역시 “응원하는 야구 팀이 달라도 괜찮은 것처럼,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 성향이 교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경희대 C 씨(여)는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이성과는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평소에도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고집도 셀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외국대 D 씨(여) 역시 “가능은 할 것 같다”고 밝히면서도 “만약 저의 사상과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제가 지지하지 않는 신념을 강요한다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E 씨(여) 역시 “어느 정도 다른 의견은 수용해야 하지만,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다면 정치적 성향뿐 아니라 가치관 자체가 크게 차이난다는 것이기 때문에 교제가 어렵다”고 밝혔다. 반대 입장을 밝힌 대학생들은 ‘극단성’을 주요 키워드로 뽑았다. 어느 방향이든 극단적인 성향을 지녔다면 교제가 꺼려진다는 입장이다.
 


<대학알리>는 이후 20대 남성은 보수, 20대 여성은 진보의 경향성이 두드러지는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이유를 물었다. 인터뷰 결과 많은 대학생들은 성별에 따른 정치적 경향성을 통계보다 더욱 크게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D 씨는 “실제로 친구들과 대화해 보면 남자 중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10명 중 1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힌 반면 “여자인 친구들은 거의 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 씨도 인터뷰 말미에 “대학에 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 있구나’를 참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하며 성별 간 차이에 주목했다.

 

대학생들은 정치권을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시사했다. 한국외대 F 씨(남)는 “진보 진영은 자신들의 가치에 따라 여성 인권 정책을 다루는 정당이 많고, 보수 진영은 군대 관련 측면을 주로 다루니 어쩔 수 없이 지지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보였다. D 씨 역시 “특정 후보가 갈라치기 정책을 펼쳤던 것은 이미 유명하다”며 “그 이후에 성별 간 정치 성향 차이가 더욱 커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학생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군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군대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경희대 G 씨(남)는 “남성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20대 초반에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하는 군 대북관 등이 보수 성향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E 씨 역시 “군대는 정치적이고 안보적인 문제이지 남녀의 문제가 아닌데, 이를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성별을 개입시킨 정치권에서 시작된 문제”라며 군대 문제와 정치권을 연결지었다.
 

 

이렇듯 젠더 갈등이 정치적 갈등으로 연결되는 현상에 대해 많은 대학생들은 정치권의 접근 방식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D 씨는 “대선 후보자들이 여성, 남성 정책을 이야기할 때 젠더 갈등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학생들이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끌고 가지 않고, 남녀가 평등을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F 씨 역시 “최근 ‘좋은 정책’의 의미가 극단화돼 상대측을 깎아내리는 갈라치기로 변모하는 것 같다”며 정책이 가지는 의미의 재정립을 요구했다.

 

대학생들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시됐다. 앞서 정치권의 접근 방식 개선에 대해 이야기한 F 씨는 “인터넷, SNS 등에서 일방적인 정보만을 수용하는 대학생들도 문제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이 정치적으로 편협한 정보에 의존한다면 정책의 의미는 극단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외대 H 씨(여)는 “20대 초반에는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주변 친구들에게 ‘물타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밝혔고, 경희대 I 씨(여) 역시 “두 성별 모두 극단적인 사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마치 일부 사례가 해당 성별 전체를 대변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성별이 차별 받고 있다’는 극단적인 논리에 따라 상대 성별이 옹호하는 것과 반대되는 정당을 선택한다는 해석이다.

 

결국 많은 대학생들은 교제에 있어, 더 나아가 젠더 갈등이라는 현상 자체가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상황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떻게 하면 젠더 갈등, 정치적 갈등,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양극화 현상을 바로잡고 통합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대선 시리즈 3부에서 이어간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서지우 기자(04hamziwo@naver.com)

최민혁 기자(fhtsgy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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