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지속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전쟁은 가자지구에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다. 전쟁 과정에서 각종 전쟁 범죄와 민간인 학살이 발생하며 가자지구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BBC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팔레스타인측 사망자가 4만 6천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자 작년 5월, 국제형사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총리 네타냐후와 하마스의 지도자 알 마스리와 하니예에게 민간인 학살, 살인, 기아 유발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가자지구에 위치한 각종 역사 유적 또한 전쟁과 폭격으로 인해 유적 일부가 훼손되거나 파괴됐다. 특히 파괴된 유적 중에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인 가자 대모스크와 각종 그리스도교 성당들이 포함돼 종교 유적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을 지지하는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6월 ‘팔레스타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에서 팔레스타인들의 아픔에 연대하고 지지를 표명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 종교계에서도 가자지구 전쟁범죄를 규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등 다수의 개신교 단체가 연합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본교) 대학 본부가 교양 교육 체계 개편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법학 교양 과목을 대폭 축소하는 안을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측은 외부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법학 교양 수업을 학기당 4과목으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법전원 교수진과 학생들은 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 본교에서는 일반교양 과목에서 1학기와 2학기를 합쳐 서울캠퍼스 21과목, 글로벌 캠퍼스 15개의 법학 교양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교양대학은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컨설팅을 바탕으로 법학 교양 과목을 학기당 4과목으로 축소하는 교양 과목 개편안을 본교 법전원에 전달한 상태다. 본교 법전원 소속 교수 A 씨는 “본부에서 교양과목을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법학 교양 과목을 서울캠퍼스 기준 학기당 4과목으로 줄이는 교양 과목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법전원에 요청했다”며 “국가리더 전공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교양에서도 법학 과목을 개설하는 것에 대해 본부에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법학 교양 과목의 경우 학생들의 각종 자격시험 대비뿐만 아니라 로스쿨 입시에서도 유의미한 정성으로 작
지난 10일, 서강대학교 성 이냐시오관에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특별 강연 ‘법률가의 길_헌법소원과 민주주의’가 열렸다. 이날 특강에는 서강대학교 학생들은 물론, 민주주의에 관심 있는 타 학교 학생들 또한 참석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강은 문 전 권한대행의 강연과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도 연단에 올랐다. 문 전 권한대행의 강연을 관통하는 3가지 단어는 ‘관용’, ‘자제’ 그리고 ‘호의’였다. 문 전 권한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선고 주문을 직접 낭독하기도 했다. 또한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김장하 선생의 장학금을 통해 학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앞선 경험을 ‘관용’, ‘자제’ 그리고 ‘호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진솔하게 풀어나갔다. I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관용과 자제 문 전 권한대행은 이날 특강에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관용’과 ‘자제’를 꼽으며 “관용이란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존중을, 자제란 내가 가진 힘의 절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관용’과 ‘자제’가 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
2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9.19 남북군사합의와 관련해 “합의 복원 전이라도 군사분계선(MDL) 일대 사격훈련과 실기동 훈련을 중지하는 것이 맞다는 게 통일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군 훈련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한 실사격 훈련을 아군이어야 할 통일부 장관이 ‘중단’시켜야 한다고 한 것이다. 다행히 국방부는 관련한 질의에서 “사격을 포함한 군사훈련은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혀 정 장관의 입장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정부 내의 목소리가 엇갈린 순간, 국민이 느끼는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합의된 9.19 합의는 적대행위 중지를 내걸었지만, 군사적 훈련의 제한, 비행금지구역의 설정은 오히려 북한을 감시하는 우리 군의 눈과 귀를 막는 결과를 낳았다. 더해 북한은 합의 이행은커녕 군사합의를 무시하듯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을 쏘아 올리며 도발을 이어왔다. 합의가 ‘한쪽만의 구속’이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의 복원을 위해 실사격을 멈추자는 정 장관의 발언은 안팎을 살펴야 하는 정부의 균형감각을 의심케 한다. 역사는 평화를 위한 무장해제가 오히려 몰락을 낳을 수도 있다
이번 학기에도 수많은 대학생들이 군 휴학을 신청하고 훈련소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많은 예비역들이 복학생이 되어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것이다. 훈련소에서의 첫날밤 만큼이나 복학 첫날은 다소 낯설었는지 모른다. 기상나팔과 도수체조 대신, 지하철과 버스를 비집고 들어가는 아침을 맞이하니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에서 규정하는 대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남성의 경우에는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없다면 약 2년 간 군복무를 수행해야 한다. 여성도 원한다면 현역으로 복무가 가능하지만, 일반병사로 입대하는 경우는 없으며 장교나 부사관으로 임관한다. 문제는 일반 병사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와 병무청에 따르면, 현재 군 병력이 목표치보다 5만 명 가량이 부족한 45만 명대로 접어들면서 다수의 부대가 해체되거나 다른 부대로 통합되었다. 군대 생활과 병사 복지는 갈수록 개선되고 있지만, 막상 군대에 갈 사람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국방력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이기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지난 12일 네팔에서 소셜미디어 차단을 계기로 일어난 일명 ‘네팔 z세대 혁명’이 성공하며 네팔은 다시 안정을 되찾는 중이다. 네팔 공산당 정부는 작년부터 SNS를 통해 고위층 자녀들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부정부패를 비난하는 것을 막고자 지난 5일 소셜미디어(유튜브, 인스타그램 등)를 차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네팔의 청년층인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생을 이르는 말)를 중심으로 지난 8일부터 시위가 격화되기 시작했고, 이날 시위에서 경찰과의 충돌로 최소 19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하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네팔 공산당 정부의 카드가 프라사드 올리 총리와 내각 핵심 인물 4명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9일 동반 사임했지만, 네팔 전국으로 번진 반부패를 외치는 시위를 막을 수 없었고, 내각은 붕괴했다. 분노한 시위대는 단순히 정권의 퇴진 뿐만 아니라 반부패를 주장하며, 네팔 내부의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에 네팔 정부는 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려 시도했고, 군이 독재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그러나 네팔 시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12일 전국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정치사에 길이 남을 ‘디스코드 투표’를 통해
지난달 31일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제106주년 천도교 청년회 창립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는 강병로 천도교 종무원장을 비롯해 과거 청년회에서 활동한 천도교 관계자들과 청년회 등이 참여했다. 행사는 청년회 106주년을 기념해 청년들이 직접 시일식(천도교의 교당에서 거행하는 종교의례. 천도교에서는 한울님을 모시는 날을 ‘시일’이라 한다)을 거행한 이후 기념행사로 진행됐다. 시일식에서 기념사를 낭독한 이상미 천도교 청년회 회장은 “천도교 청년회 106년이라는 세월은 수많은 역사적 격동과 사회적 변화를 지나온 길”이라며 “106년이라는 시간동안 천도교를 이어온 선배님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은 언제나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통을 이어가고 그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게 청년”이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병로 종무원장은 “청년회원 여러분은 밝고 긍정적인 비전을 가진 한울사람으로, 스승님들께서 보여주신 높은 기상과 의지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시일식 이후 진행된 기념행사에서는 화합도모를 위해 청년들과 대학생, 이미 청년회를 거친 교인들이 노래와 춤
*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40호: 비틀어 보자'에 실린 기사로, 2025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올해 하반기,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외대)는 제13대 총장 선거를 치른다. 처음으로 교수·교직원·학생 3주체가 참여한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박정운 총장은 재임 기간 외대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하고 AI융합학부, 기후변화융합학부 등 신설 학부를 설치하며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차기 총장은 이러한 전임 총장의 공과를 이어받아 침체 중인 우리 대학을 도약시켜야 한다. 인문계열 기피 현상, 시설 노후, 재정난 등 외대가 직면한 여러 구조적 문제 속에서, 새 총장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막중하다. 외대알리는 차기 총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학생과 교직원의 목소리를 통해 살펴본다. 차기 총장에게 전하는 ‘학생들’의 목소리 1. A학점 비율 조정 서울캠퍼스에 재학 중인 A씨(사회과학대학, 4학년)는 A 학점 비율 확대를 요구했다. 그는 “현재 한국외대의 A 학점 비율은 타 서울권 대학에 비해 너무 적다”며 “성적 A 비율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의 A 학점 비율은 최
*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40호: 비틀어 보자'에 실린 기사로, 2025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2021년 11월 29일, 한국외대(이하 외대) 제12대 총장 선거가 열렸다. 당시 선거는 외대 학생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8년간 ‘불통 행정’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김인철 총장 체제 종식을 알리는 동시에, 오랜 항쟁 끝에 교수·학생·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학내 3주체 선거’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총장 교체를 넘어 학내 민주주의의 지형이 바뀌는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3주체 선거의 기반은 총장 후보 선출 규정의 개정이었다. 이전까지는 교수 협의회 회원만이 총장 선출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총장 후보자 2인을 교수 협의회가 선출하면, 이사회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총장으로 임명되는 방식이었다. 이로 인해 후보자들은 실질적 공약 수혜자인 학내 전체 구성원의 이익보다는 교수 집단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실례로 김인철 전 총장은 교수 협의회 결선 투표에서 55.7%를 얻어 당선됐지만, 당시 학생회에서 진행한 모의 투표에서는 8명 중 7위에 그쳤다. 학생들은 이러한 선거 구조가 학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가톨릭대는 지난 11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이바라관(학생회관) 내 편의점 위탁 운영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를 게시했다. 해당 공고는 올해 9월 운영을 종료한 CU 편의점의 공백을 메워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학생회관 내 편의점이 폐점한 이후 학생들의 불편이 이어졌고, 이에 학교는 신규 사업자 선정을 통해 이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입점 계획은 기존 CU 매장 자리가 아닌 다른 공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제안 요청서에 따르면, 학교 측은 소비이바라관 1층 63㎡ 규모의 공간을 신규 매장 후보지로 제시했다. 제안서에 포함된 도면과 사진을 종합한 결과, 해당 위치는 '진리·사랑·봉사' 세미나실로 알려졌다. 이 세미나실은 평소 학생들이 조별과제, 발표 준비, 시험 공부 등을 위해 자주 이용하는 대표적 학습 공간이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가 학습 공간을 희생하면서까지 편의점 입점을 추진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경대 소속의 한 학생은 “이미 기존 CU 편의점 자리가 비어 있는데, 왜 굳이 학습 공간을 없애면서까지 새 위치에 입점시키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교육기관이라면 학습 공간을 우선으로 고려
*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40호: 비틀어 보자'에 실린 기사로, 2025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는 1980년 착공되어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에 자리 잡아 1981년부터 수업이 시작됐다. 그 후 45년이 지난 지금, 캠퍼스 곳곳에 노후화된 시설이 많이 보이는 실상이다. 외대알리 취재팀은 교내 노후시설 취재를 위해 6월 8일부터 16일까지, 한 주간 한국외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구글 폼의 형식을 빌렸으며 에브리타임, 외대알리 인스타그램(@hufs_alli)에 게시됐다. 설문조사 결과, 글로벌캠퍼스 교내 대표적인 노후시설로 5개를 추릴 수 있었다. 내림차순으로 도서관과 공학관이 34%, 교양관, 학생회관, 인문경상관, 어문관이 8.5%, 자연과학관이 17% 순이었다. 해당 시설들의 실태는 다음과 같다. 글로벌캠퍼스 도서관… 가장 많은 불편 야기 “손에 가시 박힌 경험도” 가장 많은 제보가 있던 시설은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의 도서관이다. 학우들은 도서관의 전반적 노후를 문제로 삼았다. 확인을 위해 4층 열람실에 들어가는 순간 오래된 가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책상 역시 제대로 관리가
*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40호: 비틀어 보자'에 실린 기사로, 2025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는 1954년 종로구 필동에 개교해 1957년 이문동에 자리 잡았다. 그 후 68년이 지난 지금, 캠퍼스 곳곳에 노후화된 시설이 많이 보이는 실상이다. 외대알리 취재팀은 교내 노후시설 취재를 위해 6월 8일부터 16일까지, 한 주간 한국외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구글 폼의 형식을 빌렸으며 에브리타임, 외대알리 인스타그램(@hufs_alli)에 게시됐다. 설문조사 결과, 교내 대표적인 노후시설로 5개를 추릴 수 있었다. 내림차순으로 사이버관 화장실 30%, 교수학습개발원 및 국제학사 화장실 30%, 야외농구 코트 10% , 국제학사 헬스장 10%, 기타 10% 순이었다. 해당 시설들의 실태는 다음과 같다. 서울캠퍼스 야외 농구코트, 신설 인조잔디 축구장에 비해 심각히 열악해... 서울캠퍼스 농구장은 운동장 옆 정문 방향에 위치해 있다. 시설이 너무 열악해 농구를 즐기는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농구장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농구 코트와 배수시설의 상태는 매우 심
[편집자의 말] 가대알리는 지난 8월 산티아고 순례길 수기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마치 함께 순례길을 걷는 것처럼 생생한 글솜씨로 소중한 경험을 나누어 주신 두 편의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논어에 따르면 ‘길을 걷는 자만이 발견한다’고 하였다. 무엇을 발견하는가? 그것은 발견하는 자에게 달려있다. 나는 올해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260km를 걸었다. 그리고 나는 ‘이 순간의 나’를 발견했다. 처음에 산티아고 순례를 결심한 이유는 ‘답’을 찾고 싶어서였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꿈은 청년들을 위한 심리 복지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영리단체의 운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의류 사업을 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사업을 시작해야 하고, 비영리단체는 20-30년 뒤에 설립될지도 모른다. 나는 이 막연함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여행을 시작했다. 생각할 시간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걷기 시작하니, 은근히 바빴다. 갈림길을 만날 때 지도도 봐야 하고, 중간에 쉴 곳도 찾아야 하고, 숙소와 식당도 알아봐야 하고, 배낭에서 버릴 것이
[편집자의 말] 가대알리는 지난 8월 산티아고 순례길 수기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마치 함께 순례길을 걷는 것처럼 생생한 글솜씨로 소중한 경험을 나누어 주신 두 편의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여정 31일 중 산티아고 순례길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 11일에 불과했지만, 목표이자 목적이었던 순례길에서의 일정은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 팀은 프랑스길 폰페라다를 시작으로 총 215km를 걸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종점을 찍는 루트였다. 출국 전 사전 조사를 통해 확인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의 이점은 ‘얻은 것이 많았다.’, ‘인생을 배웠다.’ ‘삶의 터닝포인트였다.’와 같이 일생의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 또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겪고 나면 후기를 남긴 사람들과 동일한 소감을 나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겪은 순례길은 오히려 얻고 오는 것보다 버리고 온 것이 많았으며, 이러한 정리로 인한 ‘버림의 가치’를 깨닫고 깔끔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인생에서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동력이자 사소한 것에 감사할 수 있는 겸손을 배울 수 있었다. 11일간의 여정 하루하루가 모두 인상 깊고 소중한 시간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40호: 비틀어 보자'에 실린 기사로, 2025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은 단순한 테러와 보복의 연쇄가 아니다. 이 전쟁의 기저에는 중동 지역의 국가 형성과 국제 정치 개입이 얽힌 구조적 긴장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백승훈 전임연구원은 중동에서 전쟁이 반복되는 이유를 “약한 국가 정체성과 외부의 지속적인 개입”이라고 설명한다. 중동 대부분의 국가는 식민지 체제를 종식하며 근대국가의 형태를 갖췄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족, 종파, 지역 기반의 정치 구조가 강하게 남아 있다. 정치 체제는 독립됐지만 국민 정체성과 국가 통합은 아직 불완전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정치적 불안정성은 외부 세력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조건이다. 백 연구원은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중동의 ‘시아파 네트워크’를 강화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란은 시리아, 이라크, 예멘, 레바논 등에 친이란 세력을 구축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선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를 형성했다. 이들은 단순한 정치 우방이 아니라, 군사력과 민병대를 함께 조직한 ‘대리 세력(proxy 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