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yourself, not being someone'
“당신 자신이 되세요, 다른 누군가가 되지 마세요.” <료의 생각없는 생각> 표지에 적힌 이 문장은 런던베이글뮤지엄 창립자 이효정의 필명 ‘료’가 던진 인생철학이다. 자기 자신으로 살라는 말은 근사하게 보인다.
정말 ‘나 자신’만 그는 생각했을까. 최근 7월 16일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에서 일하던 26세 근로자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유족은 고인이 주당 58시간에서 80시간을 일하는 등 과중한 업무에 따른 과로사라 주장했다.
그러나 사측인 엘비엠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 반박하고, 유족에게 “양심껏 모범 있게 행동하라”라는 문자를 보냈다. 심지어 내부에서 직원들에게 관련 사건에 대해 ‘입단속’을 시킨 정황까지 밝혀졌다.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자 29일 “유족분들께 사과드린다”라며 뒤늦게 사과문을 게시했다.
무엇보다 논란인 것은 ‘료’의 태도다. 그는 사건 논란이 발생하자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단 한마디의 사과나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7월에 JKL파트너스에 매각되기 전까지 엄연히 경영책임에 관여하고 있던 인물임에도, 청년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그는 그저 ‘침묵’해 버린 것이다. ‘자기다움’의 상징이던 그의 말은 이제 ‘자기만을 위한 방패’처럼 보인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무려 50시간이 넘는 과도한 노동을 했다는 의혹이 나온 만큼 답을 아예 거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경영책임이 있었던 만큼 ‘책임을 통감’하고 유족을 위로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회사는 유족을 위로하기보다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감각적 인테리어를 표방하며 2030세대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다. 사람들은 베이글의 맛보다 공간과 분위기를 소비하기 위해 몰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노동이 얼마나 끔찍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다. ‘감성’은 현실을 지워버리는 세련된 방식이었다. “당신 자신이 되세요”라는 슬로건은 “타인의 삶을 보지 않아도 되는 면허”가 돼버린 것이다.
이번 사건은 런던베이글뮤지엄이라는 회사의 도덕성을 넘어 한국의 ‘힙한 자본주의’가 가진 모순을 보여준다. 우리가 사랑했던 브랜드는 노동의 가혹한 현실을 외면한 채 성장했던 것이다. 감성적 브랜딩이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동안 그 뒤편에서는 누군가가 밤새워 일하고 있었다.
이효정은 말한다. “다른 누군가가 되지 마세요.” 그러나 진짜 ‘나’로 산다는 것은 타인을 존중하는 삶이다. 자신이 만든 세계관에서 누군가가 희생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순간 이미 그는 ‘나’를 잃어버린 것이다. 침묵은 그저 비겁한 변명에 자기를 숨기는 것뿐이다.
‘료’의 문장이 다시 의미를 가지려면 지금이라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외면하는 삶은 다시는 영원히 그를 ‘나다움’으로 살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대알리
편집인: 김단비 부편집국장 (국어국문 21)
작성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