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6 (일)

대학알리

대학사회

그들이 다시 붉은 조끼를 입게 된 이유

대학 노동자 식대 인상 행위 본격화, 식대 2만원 향상을 위한 전쟁

대학에서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라는 문구의 붉은 조끼를 입은 노동자를 마주친 경험이 있는지.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단 2만원의 식대 향상을 위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고려대, 광운대, 서강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서울지역 14개 대학사업장 청소, 경비, 주차관리, 시설관리 등 약 1200명의 조합원을 대표하여 대학 시설관리 용역을 수행하는 17개 용역업체와 초기업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4개월 간의 교섭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고, 지난 3월 7차 교섭 결렬과 서울지방노동자위원회의 조정 불성립을 계기로 전 조합원은 쟁의 행위를 시작했다. 모든 조합원은 붉은색 투쟁 조끼를 입고 근무하기 시작했다. 각 대학에는 요구안 현수막이 게시되었고, 주 3회가량의 피케팅이 진행됐다. 집단교섭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현행 시급을 10,190원에서 270원(2.6%) 인상할 것. 둘째, 식대를 현행 12만원에서 14만원으로 2만원 인상할 것. 그러나 쟁의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어간 지금도 원청인 대학과 하청인 용역업체는 별다른 답변을 주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규명을 위하여 홍익대학교에서 쟁의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대학 노동자를 만났다. 제1기숙사 식당이 닫은 뒤 이제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홍익대학교 남문관(W동) 지하. 찾아오고 나서도 여기가 사무실이 맞는지 몇 번을 고민하다가 문을 두드린 그곳에서 붉은 조끼를 입은 대학 노동자 세 분을 만날 수 있었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홍익대학교 분회의 분회장을 맡고 있는 김익환입니다. 홍익대학교의 시설 관리 노동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홍익대학교의 청소·미화 노동자이자 홍익대학교 미화 부문 부분회장으로 활동하고,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서울지부 부지부장을 맡은 김지민입니다.

 

홍익대학교분회에서 보안 부문 부분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보안 노동자 김인기라고 합니다.

 

Q. 각 부문의 업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는지.

 

A. 대학교에는 정규직원, 교수, 총장이나 이사장, 학생 등이 있죠. 원래 저희가 하는 업무들은 예전에 정규직원들이 하던 일이었어요. 그렇지만 학교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그 업무들은 아웃소싱을 통해 용역업체에 넘기고, 정규직원들은 관리만 하는 형태로 바뀌게 된 것이죠. 크게는 시설, 미화, 보안 세 가지 부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시설 부문은 건물을 포함한 학교 시설 전반을 유지, 관리하고 있습니다. 전기, 냉난방 등 각종 기계 시설도 관리하고 있고, 하수나 배관도 전부 저희가 담당합니다. 모든 학교 건물에서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행위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미화 부문은 학생 및 교직원들이 생활하는 시설물 청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보안 부문은 과거에는 경비라는 말을 썼지만, 이 경비라는 말이 부정적인 형태로 어휘 조성이 되면서 최근에는 보안으로 바꾸어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비라는 단어가 나쁜 말은 아닌데, 참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시위의 진행 과정과 요구 조건은 무엇인지.

 

A. 처음 교섭을 시작한 건 지난 11월이었어요. 저희가 처음 교섭안을 제시했던 게 2차 교섭이었는데, 그때 물가 폭등을 고려하여 기본급 570원, 식대 2만 원, 상여금 25만 원 인상안을 제시했어요. 그렇지만 업체 측은 6차 교섭까지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 나온 입장이 '기본급 50원 인상하겠다, 식대나 상여급 인상은 없다'는내용이었죠.

 

그래서 2월 20일 7차를 마지막으로 교섭은 결렬되었고, 이걸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절차까지 갔어요. 거기서 노동위원회는 기본급 270원 인상, 식대 2만원 인상을 권고안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업체는 임금 인상은 하되 식대 2만원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고, 그것 때문에 본격적인 쟁의 행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물가가 천정부지 올라가고 있잖아요. 정말 살인적인 물가인데 우리는 새벽부터 일을 하니까 두 끼를 먹는다고 봐야 해요. 물론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두 끼 먹으라고 하지는 않죠. 회사가 제시한 공식적인 근로 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에요. 이것도 사실 원래 8시부터 5시였는데, 저희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서 바뀐 거죠. 다른 부문도 열악한 상황이긴 마찬가지지만 미화 부문을 예로 들자면, 미화는 학생들이 오기 전에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회사가 제시한 근로 시간에만 일을 한다고 하면, 학생들이 이미 8시나 8시 반 정도부터는 학교에 오기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결국은 첫차 타고 와서 5시 반이나, 6시부터는 일을 시작하는데, 그러면 한 끼만 먹고는 일을 할 수가 없죠.

 

그리고 한 끼만 먹는다고 쳐도, 공식적으로 중식은 제공하게끔 되어있잖아요. 지금 식대가 12만 원인데, 중식만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6500원 학생 식당을 기준으로 한 달 계산하면 12만 원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침은 고사하고 점심도 식당에서 밥을 먹지를 못하고, 집에서 간단히 싸 오는 정도로 해결하고 있는 거예요. 국공립대 공무직 올해 식대가 14만 원이니 그 수준까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Q. 학교나 용역업체 측의 대처는 어떤지.

 

A. 이번 사안에 대해서 대학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현재 우리가 소속된 곳은 용역업체인데, 이 용역업체를 고용하고 있는 원청은 대학이 되겠죠. 원청인 대학은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 용역업체와 노동조합 사이의 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입장입니다.

 

반대로 용역업체는 원청인 대학과 직원인 노동자 사이의 중개자 역할에 그칩니다. 교섭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별다른 재량권이 없는 것이죠. 결국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과 이를 매개하는 용역업체를 동시에 압박하기 위해 현재 쟁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원청에서는 용역업체에서 알아서 해라, 용역업체에서는 원청이 안 해주니까 못한다. 결국 원청과 하청(용역업체) 구조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을 철폐하고, 직고용을 통해 모든 직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물론 당장 하청업체가 없어질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하청업체가 이런 부분을 공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가장 큰 재산이 우리 노동자 아닙니까? 그러니까 자신들의 가장 큰 재산인 노동자들에게도 적절한 대우가 필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Q. 식대 이외에도 부적절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A. 저희는 아웃소싱 용역업체 직원이긴 하지만, 우리도 홍익대학교의 한 구성원이잖아요. 사실 없어서는 안 되는 직군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어디 가서 얼마 받는다고 이야기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고, 더 슬픈 현실은 그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거겠죠. 최근 물가가 많이 올랐잖아요? 최저임금보다는 조금 많지만 그래도 서울시에서 책정한 생활임금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에요.

 

 

급여도 급여지만 휴게 공간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애초에 건물 자체를 지을 때부터 휴게 공간을 기획한 게 아니라 다 짓고 난 뒤에 마련하려 하다 보니, 휴게 시설 자체에 냉난방 시설이 없거나 창문 하나 없이 환기되지 않는 공간인 경우도 많고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노동자 휴게실은 계단 밑이나 지하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로 들자면 미화 노동자 선생님들 휴게실은 홍문관 지하 6층의 주차장과 붙어 있는데, 공기의 질이 상당히 나쁘죠. 환풍기가 있기는 한데 환풍기가 주차장 쪽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별 의미가 없어요. 공간 자체도 좁지만, 거기를 10명의 미화 노동자가 함께 쓰고 있습니다. 휴게실을 지상으로 옮겨달라, 아니면 최소한 공기가 괜찮은 곳으로 옮겨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를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2년 전에 근로감독관이 와서 개선하라며 권고했는데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는 상황입니다. 다른 시설이나 보안 직군도 열악하긴 마찬가지고요.

 

 

또 우리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게 있다면, 업무 분장에 있어서 우리의 일이 아닌데 우리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는 건 아니고 그냥 하는 거죠. 사례를 이야기하면 미화 노동자분들께 낙엽 청소를 시킨다던가, 건물 주변 제초 작업을 시킨다던가, 이런 부분이 있겠네요. 사실 이건 조경업체를 고용해서 해야 할 일이거든요. 언젠가 미화 노동자께 도움을 요청했는데 처음에는 조금씩 도와주시다가 그냥 맡은 일이 되어버린 거예요. 결국 지금은 그 일을 미화 노동자가 하지 않으면 지금 일하는 인원을 줄여서 제초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을 더 고용하겠다, 이런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정규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을 우리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떠넘기기도 해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죠. 작업 나갈 때 빈손으로 나가서 필요한 게 생기면 전화해서 노동자분들께 공구 가지고 와라, 사다리 좀 가져다 달라, 이런 식의 갑질이라고 해야 할까요.

 

Q. 최근 홍익대학교 보안 노동자로 일하시다 사망하신 고 선희남 선생님의 5주기 추모 캠페인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진행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떻게 다시 진행하게 되었는지.

 

A. 홍익대 비정규직 보안 노동자로 19년간 일하셨던 고 선희남 선생님은 2019년 4월 27일 출근 도중 학교 정문에서 쓰러지셨어요. 뒤늦게 학생들이 발견하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안타깝게도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셨죠. 그때는 보안 직군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정말 살인적인 수준이었거든요. 24시간 맞교대라고 해서 한 사람이 24시간 하고, 그다음 사람이 24시간 하고. 그걸 계속 반복하는 거죠.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용역업체와 대학 측에 강력하게 요구를 해서 대부분의 업무 환경이 3교대로 전환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24시간 교대를 하는 시설 노동자분들이 기계에 두 분, 전기에 두 분 정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에 홍익대 정문에서도 5주기 추모 행사를 열었습니다. 원래 1, 2주기까지는 외부에서도 참석하고 행사를 크게 했었는데 3주기에는 소원하게 조화만 놓고, 4주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죠. 그래서 이번 5주기에 우리 집행부가 이를 복원하고자 미술대학 교육권·노동권·성인권 특별위원회 미대의외침과 함께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사실 홍익대에서 학생자치기구와 노동조합의 연대 역사는 굉장히 오래됐어요. 2011년에 홍익대 노동자 대량 해고 사태가 있었는데, 그때 홍익대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며 연대와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던 학생들이 많았죠. 그런 흐름들이 조금씩 남아 이후에 모닥불, 미대의 외침과 같은 학생자치기구가 만들어지고, 우리도 이들과 함께 여러 활동들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 마디 남기자면.

 

A. 우리도 다 대학 졸업하고, 직장 생활 하는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사실 고마운 학생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나 지금 하고 있는 쟁의 활동, 우리의 뜻에 공감해 주는 학생들도 있고, 힘내라고 음료수 사다 주는 학생들도 있어요. 심지어 후원금을 보내 주는 학생들도 있고요.

 

그렇지만 안타까웠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죠. 저희가 예전에 시설 관련해서 투쟁을 할 때, 학교와 용역업체가 전혀 반응이 없어서 합법적인 파업 공고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총학생회에서 두 사람이 찾아와서 '학생들의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 파업을 재고해주시면 안되겠냐'는 이야기를 했어요. 사실 우리가 이렇게 투쟁을 했을 때 학생들 입장에서는 수업 듣는 데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는 부분도 이해는 합니다. 게다가 요즘 세상이 각박하지 않습니까. 학생들의 앞날이 점점 불투명해지는 부분도 있고. 그래도 우리들이 오죽하면 이렇게 나서서 쟁의 활동을 하겠어요. 그 이유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하지 말고, 적극적인 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요구하고 내세우는 내용을 너무 나쁘게 보지는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받는 이런 비정상적인 대우를 바로잡고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나가서 일할 학생들에게도 분명 도움 되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집행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 더 학생들과 연대가 잘 되면서 이번 일이 좀 더 원활히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관심과 공감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학생분들에게 고맙습니다.

 


 

우리도 대학의 한 구성원이라는 말이 인터뷰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대학은 단순한 배움의 장이 아니다. 그보다는 교류의 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대학에서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수많은 사람이 모이고, 이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저마다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는가.

 

관심을 갖자. 누가 적극적인 행동부터 보이라고 했는가. 대학 노동자의 처우와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그들의 권리 개선을 위해 함께 시위에 참여하고, 이들과 함께 교섭을 진행하던가. 그렇지만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명확히 알 만큼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번 붉은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을 보며 한 번이라도 멈칫하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그로써 세상을 한 걸음씩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요즘 ‘약자라고 선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약자가 선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그 말을 쉽게 내뱉는 이들에게, 과연 자신이 약자라고 생각했던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지, 그들의 이야기에 한 번이라도 집중해 본 적은 있는지, 그렇게 물어보고 싶다. 누가 그들을 약자로 규정했는가. 그들의 일인가, 그들의 열악한 환경과 상황인가, 아니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인가.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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