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외대)는 ‘외국어대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캠퍼스 곳곳에서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을 볼 수 있다. 유학생 수는 양 캠퍼스 합쳐 약 3,586명에 달한다.(2024년 기준) 실제로 학교생활 중 외대 캠퍼스에선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과연 한국외대 유학생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그중에서도 한국외대 일본인 유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첫 번째로 한국외대 한국학과에 재학 중인 아사이 유토(22)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중학교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 학교에 나가지 못하게 됐고, 한국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 공부하다 보니 일본과 한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특히 일제강점기에 관심이 많아 책과 학술서로 공부하다가, 일본에서는 접할 수 없는 한국의 시각이 궁금해졌습니다. 일본에서 바라보는 한국과 한국에서 바라보는 일본, 양국의 시각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에 한국으로 왔습니다. 한국으로 오게 된 과정을 말씀드리자면, 처음에는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다가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일본에서 2년 동안 한국어학과를 다닌 후 한국외대로 편입했습니다.
Q. 한국외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고, 현재 어떤 학문을 공부하고 있나요?
현재 한국외대 한국학과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 학과에서는 한국의 역사, 문화, 특히 일제강점기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이중전공은 일본어통번역이에요. 일본인이 일본어통번역학과를 다니는 것이 반칙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웃음). 그러나 한국어를 제대로 알아야 일본어통번역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이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제가 관심 있는 과목들이 가장 많이 포함된 유일한 학과였기 때문입니다. 작년 3월에 유학을 왔고, 이번 연도가 마지막 해입니다. 현재는 졸업논문을 준비하고 있어요.
Q. 한국외대는 유학생이 생활하고 공부하기에 어떤 학교인가요?
너무 좋아요(웃음). 특히 유학생이나 교환학생을 위한 외국인 지원센터 직원분들이 너무 친절하셔서 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에 큰 부담이 없어요. 또한 외국어대학교인 만큼 다른 유학생도 많아서 (베트남, 일본 등) 좋습니다.
Q. 한국외대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유학 생활 중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원래도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한국을 잘 알기 위해서 한국인들과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목표는 잘 이룬 것 같아요. 일본에서 생활하며 한국이 정이 많은 나라라는 것을 실감했어요. 한국인에게 무언가 부탁하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 도와줍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을 느꼈어요.
그리고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먼저 다가오는 사람도 많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올해 3월, 한일교류회에서 에버랜드로 놀러 간 것입니다. 이전부터 에버랜드에 매우 가보고 싶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 한일교류회 ‘이음’ 활동사진 (사진=이음 제공)
Q. 한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의 생활 방식에 차이가 있나요?
빨리빨리 문화라고 생각합니다(웃음). 특히 자동차 운전에서 느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좋게 느껴져요. 일본은 대부분 성향이 보수적이고 안전하게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끔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또 한국이 IT 선진국이다 보니 대부분의 일을 컴퓨터나 인터넷으로 하는 게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헷갈리고, 보안 걱정도 했으나, 이제는 일본이 아직도 아날로그인 것이 힘들게 느껴질 정도예요.
Q.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겪는 외국인 선입견에 대한 어려움이 있나요?
한국 뉴스에 일본에 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아 소위 말하는 반일 감정과 같이 한국인이 일본인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을까 봐 걱정했어요. 특히 원룸 계약 등에서 문제가 있을까 걱정했으나 실제로 문제는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반겨주시며 환영해 주셨습니다.
반대로 일본인이라 의사소통이 안 될 거라는 선입견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영어로 대화를 시작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한국어를 영어보다 더 잘해요(웃음). 은행 계좌, 원룸 계약에서 한국어를 잘 알아들었는지 재차 확인하는 등 언어가 잘 안 통할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Q.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겪는 학교의 제도적인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학교 내부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마련된 지원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요?
크게 없으나, 하나 꼽자면 에브리타임 앱(이하 에타)의 존재 자체를 몰라 정보 수집의 어려움이 있었어요. 한국 학생들은 에타에서 정보를 많이 교환하는데, 저는 에타를 몰라 축제를 언제 진행하는지 모르기도 했습니다. 에타를 한국에 온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최근에 알게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거나 동아리 선배, 친구들에게 정보를 받았습니다. 친구들이 없었다면 정보 수집이 어려웠을 거예요.
Q. 현재 참여하고 있는 교내, 교외 활동이 있나요? 어떤 활동을 하나요?
교내 활동으로는 한일 교류회와 유학생 동아리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한일 교류회는 한국 학생과 일본 학생이 함께 2주에 한 번씩 만나 식사, 노래방, 한국 명소, 경복궁, 한강 등을 가는 활동을 합니다. 또, 학술제도 진행해 한일 양국 문화에 대해 경험할 수 있어요. 저는 현재 한일 교류회 부회장입니다.
유학생회 동아리 같은 경우 전 세계 유학생을 지원해 주는 동아리인데, 은행 계좌나 유학생증 발급 등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외활동으로는 한일 정면 파트너십을 하고 있어요. 여기서는 위안부 등과 같은 주제로 역사 토론을 합니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성남시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여러 국적의 청년들이 교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요. 토론 말고도 각 나라의 전통 음식, 과자 등을 소개하는 시간도 있습니다.
▲ 한일교류회 ‘이음’ 활동사진 (사진=이음 제공)
Q. 추가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또 일본으로 돌아가면 어떤 걸 하고 싶으신가요?
유학이라는 게 외국에서 사는 것이다 보니 불안감이나 걱정도 있었는데, 막상 하다 보니 재밌었어요. 제 나라를 떠나다 보니 오히려 제 나라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 유학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경험이 된 것 같아요. 최종 목표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한일 양국을 잇는 가교가 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한국외대로 교환학생을 온 사사키 치야(22)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원래부터 케이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1년 동안 공부했는데, 공부하면서 한국어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직접 한국에서 한국어를 쓰고 싶었고, 특히 말하기를 배우고 싶어 교환학생을 결심했습니다. 작년 8월에 한국에 왔고, 1년 교환학생으로 왔어요.
Q. 한국외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고, 현재 어떤 학문을 공부하고 있나요?
교환학생으로 올 수 있는 학교가 여럿 있었는데, 그중 외대가 가장 한국어 말하기 연습을 하기 좋을 것 같아 교환을 결심하게 됐어요. 교환학생이라 전공은 딱히 없지만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공부 중입니다.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외대 글로벌캠퍼스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어요.
▲ 한국 교환학생 중 어학당 생일 파티 (사진=사사키 치야 제공)
Q. 한국외대는 유학생이 생활하고 공부하기에 어떤 학교인가요?
교환학생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학교인 것 같아요. 특히 국제교류팀에서 도움을 많이 주고, 한국어를 배울 방법도 많이 제공해 줍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 정말 많이 도와주는 학교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외국어대학교이다 보니 외국인들에게 관심이 많기 때문에 힘든 일이 있을 때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 같습니다.
Q. 한국외대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유학 생활 중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엔 토픽 6급 따는 것을 목표로 왔으나, 한국에 살다 보니 일본어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일본어 튜터링과 복지센터 강의를 한 경험이 이런 꿈을 갖는 것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또, 한일 교류회 이음에서 일본 급식에 대한 강의도 진행했는데 감사하게도 반응이 좋았습니다(웃음).
한국 유학 생활 중 한국 친구를 사귈 수 있던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일본엔 한국어로 말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 한국 친구들과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덕분에 한국에 와서 말하기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일은 작년 8월에 한일 교류회‘이음’에서 에버랜드를 간 것입니다. 아마존이 정말 재밌었어요. 또 최근에 목포에 놀러 갔는데, 사투리가 알아듣기 어려웠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웃음). 목포에 다녀오고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느꼈어요.
▲ 복지센터에서 일본어 강의를 하는 모습 (사진=사사키 치야 제공)
Q.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겪는 외국인 선입견에 대한 어려움이 있나요?
말의 뉘앙스가 달라서 헷갈릴 때가 많았어요.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가 있다 보니 다른 점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국에 왔으니 적응하려고 노력했어요. “~~죠?(권유형 말투)”가 강요하는 어투로 들릴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 걸 잘 알고 있습니다(웃음).
Q. 현재 참여하고 있는 교내, 교외 활동이 있나요? 어떤 활동을 하나요?
교내 활동으로는 한일 교류회‘이음’ 동아리를 합니다. 한일 교류 동아리라 언어 교환을 하거나, 다양한 장소로 놀러 다녀요. 현재 기획팀 운영진이기 때문에 운영진 활동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획팀 운영을 하다 보니 한국어가 더 늘고, 한국 장소에 대한 지식도 늘어난 것 같습니다.
마이토모(1대1로 팀을 이루어 서로 도와주는 활동) 활동도 정말 좋았습니다. 일본인이다 보니 한국어로 영화 감상문을 작성하는 것에 어색한 부분이 있었는데, 마이토모가 그런 부분을 정말 정성을 다해 잘 고쳐줬어요. 특히 이번 연도에 이음에서 친구를 많이 사귄 것 같습니다.
ISO 활동도 했습니다. 교환학생을 위한 동아리이기 때문에 일본 학생들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었어요. 보통 한국 여행지를 가거나, 일상생활 중 어려움이 있으면 도움을 받습니다. 교외 활동으로는 강남 복지센터에서 일본어 교육봉사를 했어요. 한 달에 한 번 어르신들께 일본어를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 한일교류회 ‘이음’ 활동사진 (사진=사사키 치야 제공)
Q. 추가로 물어보고 싶은 것이나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외대에 올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본에 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유학 온 일본 학생들의 생각과 목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유학을 결심한 유토 씨는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교환학생 치야 씨는 한국에서 다양한 교육 관련 봉사와 체험 활동을 통해 일본어 교사의 꿈을 키웠다고 전했다. 두 학생은 공통적으로 “한국에서의 한국인과 함께하는 경험이 자신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유학생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서로를 돕는 실상이다. 유학생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 및 학생들과의 소통 덕분이었다. 이는 소통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히 한일 교류회 ‘이음’은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양국의 학생들이 서로의 문화와 언어 등을 교류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다.
유현화 기자(hyeonhwa27@naver.com)
최우성 기자(woosung71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