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사이로 냉기가 스민다. 내일은 가을 이불을 꺼내겠다고 곱씹으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다짐이 무색하게도 유일한 온기인 나의 체온에 기대 잠든 지 어느덧 이주가 지났다. 코끝을 스치는 서늘한 밤공기가 완연한 가을을 알린다. 가벼운 공기만큼 마음도 산뜻하면 좋겠지만 계절이 지나갈 때면 간단한 일도 힘이 부친다. 쏟아지는 할 일을 해치우면 하루가 스쳐 지나간다. 나를 챙기는 일은 투두리스트의 마지막에서 늘 다음 날로 밀린다. 그렇게 바쁘게 걸어가다 문득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알 수 없어 멈춰 선다. 걸어가는 행인들, 쏜살같은 시간 모두 나를 그대로 통과해 버릴 것 같은 이상한 괴리를 느낀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위태롭고 하늘이 높아지는 만큼 권태롭다. 누구나 그렇듯 힘이 부치면 집에 가고 싶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나의 집으로. 하지만 다섯 시간이나 걸리는 본가는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게 도착한 집이 누군가에겐 가장 잔인한 세상이 되기도 한다. 가족이 나를,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우리의 세계는 점차 멀어진다. 분명 틀림없는 집인데 세상과 맞서는 감각을 느낀다. 누구보다 편해야 할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부딪
요즘 청년층을 설명하는 통계 속 단어 하나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냥 쉼.” 통계청에 따르면 구직활동도, 학업도, 직장생활도 하지 않는 이른바 ‘쉬는 청년‘이 꾸준히 늘고 있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멈춤이다. 사회는 이를 “청년의 무기력”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것이 청년 개인의 나태가 아니라 구조의 피로가 만든 멈춤이라고 본다. “그냥 쉰다”는 말에는 체념이 있다.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건 불합격 통보, 끝없는 경쟁, 불안정한 미래다. 대기업의 공개채용은 사라졌고, 남은 자리는 대부분 단기계약직과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이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쉰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충격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0% 안팎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청년들은 이제 “노력하면 된다”는 말에 웃지 않는다. 열심히 살아도 사회는 그 열심을 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불안정 노동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청년의 ’쉼‘은 게으름이 아니라 생존 본능의 신호다. 그러나 이 멈춤이 개인 차원에서만 머문다면
“손님은 사장 나오라고 막 소리치는데, 사장님한테 가서 이야기하니까 그냥 무시하라고 하면서 끝까지 안 나오더라고요. 사장님이 음식 순서를 잘못 내보냈는데, 사장님은 무시하라고만 하니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이 계속 죄송하다고만 했죠.” _ 국민대학교 조현지(가명) 학생 “학생 몇백 명 시험을 전부 수기로 채점하고 입력하다 보면 실수할 수밖에 없잖아요. 실수한 건 잘못이지만, 틀릴 때마다 너무 심하게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_ 한국외국어대학교 곽지영(가명) 학생 런던베이글뮤지엄이 20대 남성 직원 과로사 의혹으로 도마에 오른 가운데, 20대 청년들이 주로 근로하는 단시간근로(아르바이트) 등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20대 ‘쉬었음’ 청년이 전월 대비 3만 6천여 명 감소하며 청년 고용 시장에 활력이 도는 가운데, 아르바이트 단계부터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이 없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정효원 주임(26세/남성)은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입사 14개월 만이었다. 유족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으로 단정할 지병이나 수술 이력이 없다며 런던베이글뮤지
지난 달 13일, 서강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메일이 접수돼 수색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마포경찰서는 오후 12시경 신고가 접수된 즉시 출동해 강의실과 시설물을 수색했으나,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아 오후 2시 40분경 철수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일에는 고려대, 연세대에도 폭발물 설치 협박 메일이 전송돼 경찰이 수색을 진행했지만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다.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최근 테러 예고 및 협박이 부쩍 늘며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올 한 해에만 초·중·고등학교, 신세계백화점, 고척돔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테러 예고 글이 연쇄적으로 게시되며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023년에도 신림역과 서현역 칼부림 사건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 칼부림 예고글이 다수 게시된 바 있다. 당시 2023년 한 해에만 267명의 게시자가 검거됐고 이들 중 26명이 구속됐다. 모든 예고 글이 범죄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으나, 계속되는 테러 예고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럼에도 테러 예고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이 없어 그간 공무집행 방해죄 등을 적용해 우회적으로 처벌해왔다. 이 때문에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