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4 (목)

대학알리

'알맹 수다회' - 동네에서 지구를 구하는 방법

비영리스타트업 4기 네트워킹 포럼


평소 다 쓴 플라스틱 페트병을 버릴 때 ‘분리수거를 했으니 재활용도 잘 되겠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플라스틱 페트병을 버려야 하는 곳에 알맞게 버린 것만으로 100%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내용물을 잘 비우고, 깨끗하게 헹군 다음 정해진 곳에 제대로 버려야 재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물론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 사용을 가능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이미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할 만큼 깊숙하게 들어온 플라스틱. 당장 내일부터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렇게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불가피하게 나오는 재활용 쓰레기들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 마을에서, 지역에서 작은 움직임을 키워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커뮤니티 자원회수센터 활동가들이 경험담을 나눈 ‘알맹 수다회’, 지금부터 하나씩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알맹 수다회의 시작은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열었습니다. 홍수열 소장은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각종 지표들을 사례로 들며 설명했는데요. 1989년 철강 생산량을 앞지르며 인간이 가장 많이 쓰는 물질이 된 플라스틱은 2015년 기준으로 사용량이 4억톤에 이르렀습니다.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50년에는 10억톤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면서 재활용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요. 2015년까지 약 65년간 83억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된 가운데 63억톤이 폐기되고, 불과 6억톤 가량만이 재활용이 되었다고 합니다. 모든 물질 가운데 가장 재활용이 안되는 물질인데, 국력에 관계없이 어느 국가도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홍수열 소장은 한국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는데요. 한국의 플라스틱 문제를 두고 ‘마치 빙하를 향해 나아가는 타이타닉호와 같은 상황이며, 빙하에 닿기 전에 항로를 어떻게 바꿀 지가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한국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재생원료의 질적 수준이 매우 낮다는데 있습니다. 분리배출은 그동안 열심히, 많이 해왔지만 막상 재생을 하기에는 품질이 좋지 않아 해외로 수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이 문제가 지속된다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고 계속 쌓아두는 대란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홍수열 소장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탈 플라스틱 전략’이라는 표현을 활용해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했는데요. ‘탈 플라스틱’이라는 개념은 플라스틱을 아예 쓰지 말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신 플라스틱과 어떻게 공존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요. 이른바 ‘물질 민주화’를 가져온 플라스틱은, 모든 인류가 저렴한 가격에 부담없이 물질을 소비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큰 기여를 했습니다. 다만 모두가 문제를 인지하지 않은 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지금의 위기가 찾아온 셈이죠. 따라서 플라스틱을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소비할 수 있을지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홍수열 소장은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다회용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되고, ‘포장지 없는 소비’의 활성화가 절실한 시점이죠.


동시에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재질을 활용하는 것도 ‘탈 플라스틱’의 중요한 전략입니다. 다만 재질을 대체하는 것이 곧 마음껏 사용해도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닌데요. 홍수열 소장은 “인간이 마음껏 쓸 수 있는 친환경 재질은 없으며, 친환경 재질로 대체했으니 일회용을 써도 된다는 기업들의 전략은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회용 종이 봉투를 쓴다고 환경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종이 생산에 필요한 나무를 벌목해서 종이로 만드는 과정 속에서 탄소가 배출되고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죠.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바이오 생분해 플라스틱’이 있습니다. 그러나 홍수열 소장은 생분해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 역시 경계했습니다. 아무리 자연적으로 분해가 된다 해도, 생분해 플라스틱 역시 일회용에 불과하며 현재 한국의 폐기물 관리체계에서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쓰레기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하죠. 생분해 플라스틱의 경우 일반 플라스틱 보다 가격이 비싼 만큼 비용만 낭비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다회용기’ 사용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불가피하게 일회용을 써야 할 경우에 한해서 생분해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을 대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탈 플라스틱 전략은 단순히 재질을 대체하는 것으로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재활용 과정의 개선도 동반되어야 하는데요. 홍수열 소장은 4가지를 강조했습니다.


1. 제품을 만들 때 재활용이 쉬운 재질을 이용함으로써, 고품질의 재활용 재생원료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소비자가 분리배출을 정확하게 잘해줘야 한다.

3. 분리배출 된 재활용 쓰레기들을 잘 선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4. 고품질의 원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받쳐줘야 한다.


위의 4가지 과정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선별장에서 완벽하게 걸러지지 않는 플라스틱 재질들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요. 병뚜껑과 같이 부피나 크기가 작은 경우는 선별장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재활용 처리 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죠. 홍수열 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상에서 제대로 분리배출이 될 수 있는 재활용품 수거 ‘거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동주민센터, 마트, 무인회수기기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제품의 속성과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여러 경로의 분리배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어서 커뮤니티 자원회수센터 활동을 각지에서 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홍수열 소장이 강의에서 말한 ‘거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5개 단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어떻게 하면 시민들과 함께 마을에서 제대로 재활용을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긴 이들의 경험담이 밝은 분위기 속에서 전해졌습니다.

 

 

거점 1. 망원동 ‘알맹상점’


첫 번째 사례는 바로 ‘비영리스타트업 4기’에 참여하고 있는 ‘알맹’입니다. 알맹은 3년전부터 망원시장에서 두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먼저 화장품이나 세제 등을 리필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 ‘알맹상점’을 운영하고 있고, 동시에 발생한 플라스틱들을 회수 후 재활용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알맹상점에서 재활용하는 품목들은 평소 재활용 대상이 아니라고 여기기 쉽거나, 잘 재활용 되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플라스틱 병뚜껑이나, 커피를 내릴 때 쓰고 남은 원두가루, 낡은 운동화 끈 등이 대표적이죠. 이 품목들은 알맹에서 다시 태어나는데요, 플라스틱 병뚜껑은 ‘치약짜개’로, 커피원두는 작은 식물을 심을 수 있는 화분이나 연필로 만들어집니다. 운동화 끈은 에코백이나 주머니 끈으로 재활용되고, 폐 실리콘을 이용해 도시락 뚜껑이 열리지 않게 하는 끈을 만들기도 합니다.




알맹은 주민들이 재활용 가능한 품목들을 상점에 가져오면 화장지와 교환하거나, 쿠폰을 찍어주고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알맹의 고금숙 대표는 쓰레기를 가져오는 일에서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나아가 쓰레기를 자신들의 일상으로 여기는 친근한 문화가 확립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세 달간 알맹상점에서 회수한 쓰레기의 양은 총 370kg, 330kg에 달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성과를 냈는데요. 고금숙 대표는 회수한 쓰레기의 양이 많지 않지만,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제로웨이스트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함으로써 재활용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커뮤니티 센터 활동에 참여한 사람은 약 700명이라는데요.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올바른 배출 문화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의 거주지에서 분리배출 자원활동을 하면서,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물질들을 알맹상점에 공유한 주민이 있는가 하면, 해외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는 시민은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내린 이후 구분 없이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직접 분리해 상점으로 가져오기도 하는 등 개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활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고금숙 대표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활용이 과연 답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는데요. 지금 인류가 지닌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도 지구상에 있는 모든 플라스틱의 54%만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본 후 이 같은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재활용만으로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한 줄인 다음 정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쓰레기들만 재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데요. 특히 빨대 같이 재활용이 어려운 품목은 유럽처럼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제도도 필요합니다. 또한 소비자의 분리배출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동반되어야 우리가 직면한 재활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거점 2. 성남 자원순환가게 ‘신흥이 re100’


‘신흥이 re100’. 이름만 봤을 땐 정확히 어떤 곳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데요. 먼저 ‘신흥이’는 성남 환경운동연합이 재활용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 활동을 시작한 성남시 신흥2동의 지역명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re100은 Recycling 100의 약자로, 시민들이 ‘성남자원순환가게에 재활용품을 깨끗하게 세척해서 가져오면 100% 재활용이 되는 구조를 시민들에게 보여드린다는 목적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성남자원순환가게‘는 어떤 과정을 통해 설립됐을까요?




성남환경운동연합 김현정 사무처장은 ‘탄소배출 감소’라는 목표에서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성남시는 폭염일수가 많고 상당히 더운 지역인데요, 탄소배출을 줄이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된 이후 정부에서 각 지자체에 ‘탄소배출허용량’을 할당하면서, 환경운동연합은 성남시가 탄소배출을 잘 조정하는지 감시해왔습니다. 이때 성남시가 배출하는 탄소의 60%가 관내 쓰레기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울 시 발생한다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소각 처리되는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 활동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한 ‘우유팩 줄이기 운동’이었습니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이 이 활동을 시작할 당시 성남시는 “시민들이 잘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시민들은 제대로 된 체계가 마련된다면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실제 2년간 우유팩 수집 활동을 한 결과 한 거점에서 최대 8톤 이상의 우유팩을 수거하는 성과를 거뒀고, 주민들 역시 환경운동연합의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첫 번째 활동을 기반으로 환경운동연합은 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분리배출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성남시의 폐기물 처리 비용과 같은 지역 데이터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면 더 확실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하는데요. 쓰레기를 처리하는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확립해 시민들의 신뢰를 쌓는다면 재활용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re100’이라는 자원순환 거점을 만들기에 이릅니다.


기존에는 주택가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처리업체가 수거해서, 곧바로 재활용품 선별장으로 전달합니다. 이곳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들은 전체의 20%, 많아야 40% 수준이었는데요. 나머지 60%가 매립 혹은 소각되면서 발생하는 각종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고자 Re100이 새로운 방식을 들고 나왔습니다.


re100의 운영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시민들이 재활용품을 깨끗하게 씻어서 거점에 모은 다음, 이 회수된 쓰레기들이 재활용이 가능한지 자원순환 활동가들이 선별합니다. 여기에서 A급으로 분류된 자원들은 재활용 처리업체로 넘겨져서 가공된 다음, 재활용품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판매되는 흐름이죠. 따라서 시민들이 재활용품의 내용물을 깨끗하게 비우고 헹궈서 re100에 가져오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포인트를 제공해 일정 수준을 달성하면 지역상품권이나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19년 6월 20세대의 참여로 시작한 re100은 2020년 10월 현재 800세대가 참여해 매월 5.5톤의 재활용품을 처리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7월부터 9월 중순까지 약 두달 반에 걸쳐 모은 10톤의 재활용품을 기업에 판매하기도 했는데요. 재활용품을 매입한 기업은 re100에서 나온 재활용품 원료를 이용한 제품을 연말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거점 3. 광주광역시 ‘카페라떼 클럽’


세 번째 거점 사례 발표자로 나선 ‘카페라떼 클럽‘의 김지현 활동가는 본인의 경험담으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우유팩이 종이류가 아니라는 사실, 분리배출도 종이류와 다르게 따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난해 처음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데요. 동시에 종이팩 1kg을 모아서 주민센터에 가져다 주면 화장지 1롤과 교환해주는 제도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종이팩 1kg가 1000ml짜리 우유팩 35개라는 사실. 집에서 35개를 모으기는 어렵다고 생각한 김지현 활동가는 우유를 많이 쓰는 곳이 어디일지 고민하다가, 라떼 음료를 만들기 위해 우유를 많이 사용하는 카페와 협업해 우유팩 분리배출 캠페인을 창안해냈습니다.



 


2019년 ‘카페라떼 한잔이 만드는 변화 – 지역 카페와 함께하는 종이팩 분리배출 실험’ 프로젝트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김지현 활동가는 우선 지역 주민센터를 두 곳을 찾아가 분리배출 캠페인 협조를 요청해 한 곳의 동의를 이끌어 낸 후, 캠페인에 동참할 지역 카페들을 섭외했습니다. 2개 지역에서 21개의 카페가 5주 동안 이 캠페인에 참여해 4천개의 우유팩을 수거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우유팩을 약 120개의 화장지와 교환해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면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었죠.


여타 커뮤니티 회수센터에 비하면 4천개의 우유팩은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러 가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김지현 활동가는 설명합니다. 우선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더 많은 이들에게 홍보하고, 동시에 분리배출을 잘 수행하는 카페와 베이커리도 주민들에게 소개하면서 선순환 구조의 가능성을 발견했죠, 무엇보다 가장 의미 있었던 점은 광주광역시의 다른 지역에서 여러 사람들이 이 활동을 함께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는데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참여 의사를 확인한 김지현 활동가는 더 확장된 형태의 분리배출 실험에 나섭니다.


이렇게 올해 5월 시작된 2차 실험은 광주시내 6곳의 마을에게 10주의 기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주민 2명만 모여도 ‘마을 공동체’로 선정하면서 많은 이들의 참여를 유도했는데요. 특히 각 지역마다 다양한 특성을 지닌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거리 한곳에 카페가 밀집된 지역, 다문화센터를 거점으로 이주민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 생태공원과 마을이 조성된 지역 등으로 말이죠. 참여한 사람들은 주로 우유팩 수거 활동을 했지만, 우유팩이 제대로 세척되지 않은 경우 다시 세척을 하는 활동도 병행했다고 합니다. 활동에 참여하는 가게에는 “우리 가게는 종이팩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있습니다”라는 작은 입간판도 제공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나갔습니다.


5월 11일 첫 활동부터 7월 26일 마지막 활동까지 모인 종이팩은 약 340kg. 우유팩 숫자로는 1000ml 11,515개, 500ml 164개, 200ml 798개 였다고 합니다. 이 분량은 650여개의 화장지를 교환할 수 있는 숫자이며, 무려 204kg의 재생화장지를 만들 수 있는 양인데요. 실험에 참여한 마을들은 우유팩과 교환한 화장지를 사회복지기관이나 마을의 공원 등 필요한 곳에 전달하면서 10주간의 활동을 뜻 깊게 마무리했습니다. 각 마을은 10주 활동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거 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특히 한 마을에서는 수거 활동이 해당 자치구의 공유사업으로 발전했다고 할만큼 성공적인 사업이었습니다.

 


카페라떼 클럽은 수거 활동에서 나아가 오프라인/온라인 캠페인도 진행하기 시작했는데요. 오프라인 행사의 경우 광주 지역에서 열리는 장에 누구든지 용량에 관계없이 종이팩 10개를 가져오면 장에서 쓸 수 있는 화폐로 교환해주는 캠페인을 열었습니다. 첫 행사에서 2시간 동안 1천개에 가까운 우유팩을 수거하는 성과를 올렸고, 계속해서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온라인 캠페인으로 ‘우유팩 분리배출 방법’ 등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알맹에게 자문을 구해 ‘우리동네 회수센터’도 설립, 재활용 물품들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거점 4. 서울시 은평구 ‘모아모아’


일반 주택이 밀집해 있는 지역은 가구마다 문 앞에 쓰레기를 내놓으면, 이 쓰레기를 수거업체에서 처리하는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매일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골목에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녹색소비자연대에서 30년 간 활동한 박인례 공동대표는 이 같은 ‘문전배출’ 체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종량제 봉투 제도가 1985년부터 35년간 이어져오고, 재활용품 분리배출 제도도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분리배출은 제대로 실천되지 못하는 현실인데요.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반 쓰레기만 담을 수 있는 종량제 봉투에 재활용 쓰레기가 40% 가까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박인례 공동대표는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한 자원순환 실현을 위해 ‘그린 모아모아’라는 대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은평구 일반 주택가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들은 주3회 수거 대행업체에서 수거를 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재활용 쓰레기들은 재활용 선별장으로 넘어가는데, 최종적으로 재활용을 할 수 있는지 선별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50억~60억원이라고 합니다. 모아모아가 초점을 맞춘 지점은 바로 이 선별 과정을 없애고, 그 대신 주민들이 제대로 분리배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가급적 더 많은 재활용품들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었는데요.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2019년 은평구 갈현2동에서 ‘모아모아’ 시범사업이 진행됐습니다. 일반주택의 비중이 99%인 갈현2동 내에 10곳의 재활용품 수거 거점을 마련하고, 총 40명의 지역 주민들을 뽑아 4명이 1팀을 이루어 매주 4시간씩 주민들이 거점에 재활용품을 버릴 수 있도록 활동했는데요. 주민들이 가져온 재활용품의 내용물이 남아있거나 제대로 헹궈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쓰레기를 받지 않고 올바른 분리배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올바른 분리배출 활동을 시범사업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분리배출 거점의 현장지도도 병행하면서 시범사업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갈현2동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7월부터는 은평구 전 지역에 해당하는 16개동에 154개의 수거 거점을 마련, 모아모아의 사업이 전면 확장되었다고 하는데요. 매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350여명의 자원관리사들이 각 거점에서 활동하며 은평구 주민들의 재활용품 분리배출 실천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박인례 대표는 이렇게 사업이 확장될 수 있었던 요인을 5가지로 설명했는데요.


▲주민들이 재활용품을 거점에 가지고 왔을 때 현장에서 곧바로 재활용 배출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

▲매주 금요일 배출 시간을 철저하게 지킴으로써 수거 거점과 그 주변에 쓰레기가 무단 투기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점

▲매주 선별장으로 수거된 재활용품의 총량을 계산해 모아모아의 사업 성과지표를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점

▲매주 민관 합동 평가회의와 문제점을 피드백 한다는 점

▲선별장에 재활용품을 판매하면서 발생한 수익은 은평구 주민협의체에 제공하고 관리함으로써 참여의 효과를 높인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박인례 대표는 이 가운데에서도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는데요. 기존에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업체와 재활용센터, 폐지를 모으는 어르신 등 분리배출과 관련한 지역 내 이해관계자들이 많은데, 지자체와 단체가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면서 원활한 진행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또한 수거 거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주민들이 ‘혐오 시설’이라고 반대하며 민원을 넣은 경우가 있었는데, 이 역시 구청 담당 부서와 주민센터가 모아모아와 함께 나서 소통하고 동의를 구하면서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거점 5. 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방앗간’


플라스틱 방앗간은 한국에서 재활용이 되지 않는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을 온라인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모아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활동입니다.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오는 참여자들은 ‘참새클럽’에 소속되고, 이들이 제공한 플라스틱은 새로운 물품으로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다시 태어나게 되죠. 서울환경연합 김자연 활동가는 참새클럽을 통해 ‘작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플라스틱 제품들은 재활용이 어렵다’는 인식에 변화를 주고, 나아가 플라스틱 문제를 개선해아 한다는 목소리를 모아 정책을 도입하거나 기업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활동의 목표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방앗간은 어떻게 수많은 참새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을까요? 새활용, 혹은 재활용 물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보통 ‘예쁘지 않다’ ‘지루하다’는 인식이 많았는데요. 김자연 활동가는 이러한 생각을 깨고 참여하고픈 마음을 끌어낼 수 있도록 브랜딩과 리워드 아이템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며, 처음에는 개인 차원으로 참여하던 이들이 어느 시점부터는 자신이 속한 단체나 조직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도 하는데요. 여기에서 착안해 단체형 참여 캠페인인 ‘둥지클럽’도 기획해서 현재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김자연 활동가는 플라스틱 방앗간의 주요 활동 내용을 가감없이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 활동은 SNS를 통한 소통활동 인데요. SNS 플랫폼에 맞는 컨셉을 설정하고, 그 컨셉에 호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타겟층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온라인으로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기울이는 중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활동은 ‘자발적 참여’인데요.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서 플라스틱 방앗간에 보내는 모든 과정을 개인이 직접 한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필요하지만, 실천 이후 뿌듯함을 느끼는 참여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다만 참여 대상이 다소 한정적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하는데요, 확실한 참여자들을 토대로 이 활동을 확장해 나가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리워드 제도의 경우,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만든 ‘치약튜브짜개‘와 같이 친환경적이면서 보기 좋은 아이템을 참여자들에게 제공하며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활동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어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이템 기획 및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아 고민이라고 하는데요. 현재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비용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자립해 나갈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지만, 김자연 활동가는 운영을 하면서 마주하는 고민들도 많다고 합니다. 먼저 참여자들이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서 보낼 때 택배를 이용하는데, 이 때 택배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와 택배 상자를 만들 때 투입되는 에너지, 그리고 탄소 발생 문제들을 생각하면 참새클럽의 원래 취지를 흐리게 할 수 있지 않나 고민하게 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방앗간’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비춰져서, 플라스틱을 편하게 써도 된다는 인식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도 했는데요. 자칫 사람들이 의도와 다른 생각을 하지 않도록 늘 경계하면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Q&A 시간

 

각 지역의 거점 사례 발표가 끝나고,  분리배출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에 대해 홍수열 소장이 간결하고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다음은 주요 질의응답 내용입니다.

 

 

Q. 분리배출 관련 정책이 지역마다 다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분리배출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각 시/군/구 지자체의 조례로 결정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부에서 구체적인 법률로 정하고 있지는 않으며, 광역시의 경우 시 단위에서 지침을 조정해주고 있고 서울시의 경우 구 단위의 독립성이 강한 상태입니다.


Q. 작은 플라스틱은 왜 재활용이 잘 안되나요?

A. 작은 플라스틱 같은 경우에는 선별의 문제입니다. 모을 수 있다면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모으기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인데, 플라스틱 재생원료 가격인 낮다는 점과 사이즈가 작아서 선별 작업이 힘들어서 제대로 재활용이 안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라면 봉지처럼 은박지가 들어있는 비닐은 분리배출하면 안될까요?

A. 은박지가 들어있는 비닐의 경우 물질 재활용을 할 때 은박지가 방해가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현재 은박지가 들어있는 비닐에도 ‘분리배출’ 마크가 붙어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분리배출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날 놀이터에서 눈사람을 만들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 작은 눈덩이를 눈밭에 이리저리 굴리는 일은 혼자 할 수 있지만, 눈덩이가 점점 커지면 혼자 힘으로는 굴리기가 쉽지 않죠.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힘을 합쳐 눈덩이를 굴리고, 머리 부분의 눈덩이를 위로 들어 올려야 비로소 눈사람이 완성됩니다.


‘알맹 수다회’에 참여한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사람을 만드는 과정이 떠올랐습니다. 일상에서 처음 문제를 발견했을 때는 혼자, 또는 옆의 이웃과 함께 방법을 찾으면서 나아가죠. 그렇게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공공기관과 기업과도 협업하면서 더 넓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찾게 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지구를 구하기 위해 동네에서 조금씩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내면, 어느 덧 모두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 이 콘텐츠는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비영리스타트업 3기 대학알리의 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이 콘텐츠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npo2013/222153232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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