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오가야 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의 중앙동아리 강등 사건과, 이를 다룬 성균지 기사 삭제는 대학 공론장의 축소를 보여준다. 정정헌 재등록 거부 사태는 대학 학내 특별기구의 위기를 반증하는 동시에, 학생 자치 활동의 의의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탈정치화되는 대학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치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 본 기사는 성균지 113호 『잔상』에 게재되지 못한 기사 「학생-자치-기구, 위기의 스펙트럼 속 우리 대학의 좌표」를 참고했다. 해당 기사는 교지 발간 전 학생처와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 ‘학내 타 단체와의 갈등 우려’를 이유로 제외되었다. 본보는 미발행 기사가 다룬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편집위원회 ‘정정헌’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재등록 거절, 그리고 부결 지난 4월 14일, 성균관대학교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는 여성주의 교지편집위원회 ‘정정헌’의 중앙동아리 재등록을 거절했다. 성균관대 중앙동아리는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 학기 동연의 심사를 받는다. 동연은 제출 서류를 검토하여 재등록 부적격 안건을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이하 전동대회)에 상정할 수 있다. 정정헌의 중앙동아리 재
2년째 지속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전쟁은 가자지구에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다. 전쟁 과정에서 각종 전쟁 범죄와 민간인 학살이 발생하며 가자지구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BBC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팔레스타인측 사망자가 4만 6천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자 작년 5월, 국제형사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총리 네타냐후와 하마스의 지도자 알 마스리와 하니예에게 민간인 학살, 살인, 기아 유발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가자지구에 위치한 각종 역사 유적 또한 전쟁과 폭격으로 인해 유적 일부가 훼손되거나 파괴됐다. 특히 파괴된 유적 중에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인 가자 대모스크와 각종 그리스도교 성당들이 포함돼 종교 유적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을 지지하는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6월 ‘팔레스타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에서 팔레스타인들의 아픔에 연대하고 지지를 표명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 종교계에서도 가자지구 전쟁범죄를 규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등 다수의 개신교 단체가 연합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난 9월 27일, 전국 7개 지역에서 ‘9.27 기후정의행진’이 동시에 진행됐다. 공통 슬로건인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는 12.3 비상계엄 이후, 광장에서 확인한 민주주의의 힘을 기후정의 운동까지 이어가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의지를 바탕으로 열린 ‘9.27 충북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앞 광장으로 시민들이 모였다. 이날 참여자들은 기후정의에 기반한 사회 전환을 목표로 다음과 같은 6대 요구안을 공유했다.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환 계획 수립 ▲탈핵·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 ▲반도체·AI 산업 육성, 신공항·4대강·국립공원 케이블카·신규 댐 등 생태계 파괴사업 중단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 및 사회공공성 강화 ▲농민 권리와 생태친환경 농업 전환, 먹거리 기본권 보장 ▲전쟁과 학살 종식 및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수출 중단 ‘9.27 충북 기후정의행진’은 오후 1시, 사전부스 행사로 시작됐다. 각 부스는 노동권, 장애인 권리, 동물권 등을 주제로 두어 여러 주체, 의제들과 기후 위기 간의 관계성을 상기하게 했다. 한쪽에는 주최 측이 청주공항 민간활주로, 음성 L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927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서십자각 터 앞에서는 수어통역과 유튜브 중계를 동반한 오픈마이크(20여명 참여) 등 사전행사가 집행됐으며, 인도 일대에서는 다양한 시민단체의 부스가 마련됐다. 동십자각에서는 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이지현 참여연대 활동가의 사회를 통해 본집회가 진행됐다. 본집회가 끝난 후 행사 참여자들은 저녁이 되기 전까지 세종대로-을지로-우정국로 일대를 행진했다. 927기후정의행진의 6대 요구안은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환 계획 수립 △탈핵·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 △성장과 대기업을 위한 반도체·AI 산업 육성 재검토,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강화 △농업·농민의 지속가능성 보장, 먹거리 기본권 수립 △전쟁과 학살 종식,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 수출 중단 등이다.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지난 6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과기대) 향학로 부근에 걸린 문구다. 퀴어 동아리 ‘큐민’의 홍보 현수막이었다. 우리가 매일 거니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퀴어는 과연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큐민의 구성원 유고, 서기, 리타(가명)를 만나 퀴어의 삶과 고민,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미래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큐민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유고 : 큐민은 과기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퀴어 동아리입니다. ‘퀴어(Queer)’의 ‘큐(Q)’와 ‘백성 민, 사람 민(民)’을 합쳐서 ‘큐민’이라고 지었어요. “퀴어인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직 공식 중앙동아리는 아니고 비공식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성소수자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현재 20명 조금 넘는 인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Q. 큐민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유고 : 과기대에 성소수자 동아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글들이 에브리타임 성소수자 게시판에 올라왔어요. 리타가 “없으면 내가 만들겠다”라고 올린 글을 보고, 제가 연락해 동아리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성소수자 동아리 ‘큰따옴표’가 있었지만, 2023년도 말에 공식적으로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에서의 반중 정서는 사드, 외교 문제, 동북 공정과 같은 사건들과 더불어 꾸준히 확산되어 왔다. 과거 반중 정서가 일부의 담론으로 한정된 것과 달리,최근 반중 정서는 대선국면에서 불거진 ‘중국 선거 개입’ 담론과 이를 수용한 국내 극우 세력의 결합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혐오’의 범위로까지 확산됐다. 이러한 반중 정서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최근 건대 양꼬치 거리 반중 시위가 있다. 극우 성향 청년단체, 일부 시민단체가 연합해 주도한 이 시위는 "짱X는 중국으로 가라", "CCP 아웃"과 같은 피켓을 들고 행진하며 중국인, 혹은 중국인 운영 식당 앞에서 강경한 욕설 및 폭언을 쏟아냈다. 시위대의 일부는 해당 거리의 중국인 점원과 언쟁하거나 충돌했고,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된 중국인 점원도 있었다. 이 같은 행위는 일본 내 혐한(嫌韓) 시위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한국 사회 내 혐중 정서가 점차 뚜렷하고 과격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국제연합 학술 동아리 paz는 직접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반중 정서에 대한설문조사 및 캠페인을 진행고, 지난 9일
올해 역대급 무더위가 온다. 지난달 23일 기상청은 여름철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이번 달 경남 밀양은 낮 최고 36.9도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서울은 28.1도에 머물렀지만, 습도로 인해 체감온도는 30.3도까지 올라가 벌써 ‘지친다’라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 기후위기는 국가적인 문제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우리나라가 이미 아열대 기후에 접어든 만큼 주요 농산품과 어업이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배추는 2030년 이후로 북한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식 어업의 경우 꾸준히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작년에만 218만 마리가 집단 폐사해 어민들의 생계와 국민 먹거리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역대급 폭염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은 뉴욕이 37도를 찍으며 중부와 동부에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영국은 이미 지난주 폭염경보를 발령했으며, 프랑스에서는 폭염 영향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추위로 유명한 러시아의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이상 폭염으로 산불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폭염 현상의 원인은 ‘기후위기
갈수록 심해지는 사이비 종교 문제에 정부 당국이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의 불법 행위를 밝혀달라는 신천지 피해자 연대 '리커버'의 민원을 받아들여 사안 별로 정부 각 부처에 배당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직접 소관 부처 등에 이를 배당해 부당노동행위 등에 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리커버가 제기한 불법행위는 △이만희 교주와 간부들의 성범죄 △부당노동행위 △횡령 △신천지 베드로지파의 2014년 실업급여 불법 수령 △신천지 소유 건물 불법 용도변경 등 5개 의혹이다. 권태령 리커버 대표는 23일 <가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신천지는 알바, 무료 교양교육 등 사람들이 현혹하기 좋은 주제로 다가온다"며 "특히 성경해석에 관해 성경과 관련 없는 내용을 성경과 결합시키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생들이 권 대표의 당부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신천지 포교와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는 대학가에서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천지는 "세상 문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으며 사이비 종교에 몰두할 수 있는 존재"라는 명목으로 대학생들에게 거짓 선교(타로, 인문학, 운동모임 등 신도 포섭 과정에서 사
이화여자대학교와 독립예술극장 아트하우스 모모가 개최 반대 집단의 항의에 결국 퀴어영화제 대관 불가를 통보하자, 재학생과 시민사회단체가 학내에서 직접 퀴어영화제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화여대 내부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는 지난 4월 30일 예정됐던 퀴어영화제 대관을 돌연 취소했다. 극장 측은 이러한 결정이 “기독교 창립 이념에 반하는 영화제가 이화여대 교육 공간에 들어올 수 없다”는 학교 측의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관 거부의 배경에는 ‘이화여대를 사랑하고 지키는 이화인 일동’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대학과 극장에 민원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이화여대가 ‘동성애 홍보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원의 주된 내용이었다. 이에 이화권리단위연대체 ‘이음’의 퀴어영화제 대응 실무 TF팀은 시민 연서명, 릴레이 성명서, 대학 본관 항의 방문, 피켓팅 등을 진행하며 이번 대관 취소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이번 대관 취소가 비민주적이고 퀴어 혐오적이라는 항의 차원의 행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항의에도 이화여대 측은 캠퍼스가 “분쟁과 갈등의 현장”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말 이외엔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일부 혐오 세력은 영화제 대관이 취소되자, 총
아트하우스 모모(이화여자대학교 ECC 내)로부터 대관 불가 통보를 받은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가 더숲아트시네마(서울특별시 노원구 노해로 480 지하)에서 개최된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개최를 위해 아트하우스 모모와 대관 계약 협의를 마치고 계약 서명을 앞두고 있었으나, 극장 측으로부터 대관 불가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화여대 측으로 다수의 민원이 접수됐고, 대학 본부 역시 “기독교 창립 이념에 반하는 영화 상영은 학교 내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극장에 전달했다는 것이 통보의 이유였다. 한국퀴어영화제는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문제없이 개최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올해 심화된 외부 혐오 여론과 조직적인 반대 서명운동으로 대관이 거부당한 상황이다. 조직위는 이 사안을 “단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인권 침해로 판단”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하고 긴급구제도 함께 신청했다. 현재 해당 건은 인권위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인권위 결정이 영화제 준비 일정에 맞춰 내려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조직위는 새로운
지난 24일 부산퀴어행동은 부산 서면에서 '2025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부산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부산퀴어행동은 윤석열 전 대통령 퇴진을 위한 부산 집회 자유발언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억압받는 이들의 연대와 차별 철폐를 외치고, 퀴어존(무지개 깃발존)을 꾸렸던 부산 성소수자들이 올해 2월 28일 발족한 단체다. 현재는 ‘부산대학생퀴어행동’과 ‘부산노동자퀴어행동’이 내부 분과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결의대회 개최의 계기가 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Transphobia)은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의 동성애 질병 부문 삭제 결정을 기념하는 날이다. 전 세계 성소수자들은 이날을 기리며 성소수자를 삭제·처벌·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삼아온 역사를 기억하고,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사회를 위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결의대회는 기조발언과 연대발언이 포함된 1부, 자유발언과 정책발언, 결의문 낭독으로 구성된 2부로 나눠 진행됐다. 이어 부산 퀴어 몸짓패의 공연과 서면 일대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기조발언자 혜연 씨는 “우리의 분노를 침묵하지도, 부인하지도,
5.18민주화 운동 기념일은 1980년 5월 18일 전후로 광주와 전라남도 일대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며 전개했던 민중항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은 한 때 군사정권으로 인해 ‘광주 폭동’, ‘광주 소요사태’ 등으로 불렀지만, 군사독재의 붕괴 이후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 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과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벌이며, 강하게 탄압했다. 2024년 발간된 5.18 진상규명위원회에 보고서에 따르면 전라북도를 포함한 5.18 사망자는 166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당시 신군부는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부상자와 유족들을 분열시키는 공작까지 벌였다. 올해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 45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지역 대학사회에서도 지역 사회와 연대해 추모 행사 및 문화제 등을 진행하며 기념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인 김철순(가명)씨는 가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 5월은 지옥 그 자체였다”며 “당시 광주 버스터미널에 가면 계엄군들이 젊은 이들만 보면 곤봉으로 사정
“안녕하세요~ 스티커 한 번만 붙여주세요!”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역 앞.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시민들에게 거리 모금 캠페인 참여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설문조사 참여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가난, 굶주림 등의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라고 생각하는 항목에 스티커를 붙인다. 스티커를 붙이고 나면,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그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소개하며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항목이 그들에게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앞에 놓인 것은 정기후원 신청서. 후원은 좋은 일이지만 제 코가 석 자인 현실, 눈앞에 당도한 정기후원 신청서가 주는 부담감이 몰려온다. 또, 설문조사 참여가 자연스레 후원 요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오는 왠지 모를 불편함과, 단체가 후원금을 제대로 사용할까 하는 의문 때문에 후원을 고사하고 자리를 떠난다. 후원은 자유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했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다. 공익 법인들의 지하철역, 대학교 등지에서 진행하는 거리 모금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길거리 후원으로도 부르는 거리 모금은, 공공장소에서 시민들에게 후원금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거리 모금이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지난 4월 30일,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개최를 위해 대관 합의를 완료했던 아트하우스 모모(이화여자대학교 ECC 내)로부터 대관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극장 측은 “기독교 창립 이념에 반하는 영화 상영은 학교 내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학교 당국의 입장을 전하며 더 이상 대관을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올해 3월 10일부터 극장 측과 대관 일정 협의를 시작했고, 3월 25일에는 대관 견적서를 수신한 뒤, 계약금과 잔금 등 납부 일정을 포함해 대관 계약의 모든 협의를 마쳤다. 4월 28일, 극장 측은 최종 계약서를 조직위로 발송했고, 계약서 서명만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 측에 반복적으로 제기된 민원과 “이화의 정체성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극장 운영에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극장은 돌연 대관 합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조직위에 대관 불가를 통보했다. 현재도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영화제가 대학 공간에서 열려선 안 된다”는 주장이 서명운동과 온라인 여론화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동성애를 홍보하지 말라’와 같은 메시지에 대해 조직위는 “성소수자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배제하려는 노골적인 혐오 언어이며, 시
당신이 몰랐던 교제폭력 폭력은 연속적이다. 물리적 폭력과 비물리적 폭력은 하나의 스펙트럼처럼 단계적으로 이어지며 동시다발적이기도 하다. 두 유형의 폭력은 분리할 수 없으며 ‘무엇이 더 위험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폭력 피해유형은 성적(53.9%), 정서적(49.3%), 신체적(43.8%), 통제(14.3%), 경제적(6.9%), 스토킹(4.9%) 순이다. 신체적·성적 폭력 외에도 정서적·통제·경제적 폭력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는 ‘누구와 함께 있는지 항상 확인하는 것’, ‘옷차림을 제한하는 것’, ‘일정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것’,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하는 것’ 등을 모두 교제폭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폭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여전히 ‘물리적’인 폭력에만 집중한다. 대부분의 교제폭력 보도가 신체적·성적 폭력 사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서적 폭력 또한 신체적 폭력만큼 피해자에게 장기적이고 회복하기 어려운 내부의 상흔을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