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가입자 70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 대학언론 지원에 나섰다. 대학언론이 수십 년째 편집권 침해와 예산 삭감 등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기업이 직접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에브리타임 운영사 '비누랩스'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비누랩스 크리에이티브캠퍼스에서 한국대학언론협의회와 '대학언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대학언론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 ▲대학언론인 기획취재 지원 ▲대학언론인 취재 역량 강화 교육 및 연구 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학내 혐오 표현 방치, 불투명한 게시물 삭제 시스템 등으로 비판받아 온 에브리타임이 이번 협약을 계기로 대학언론과 함께 건강한 공론장을 조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에브리타임 담당자 인터뷰를 통해 이번 지원의 배경과 구체적인 계획을 들어봤다. "맥북 경품보다 대학사회 전체 기여 고민…대학언론이 해답" 김동우 비누랩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번 지원의 배경을 '사회적 책임'에서 찾았다. 그는 "그동안 이용자인 대학생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고가의 경품 이벤트 등을 진행해 왔지만, 이는 개인의 혜택에 그칠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사회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한 끝에, 대학언론을 지원하는 것이 학생들과 동문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비누랩스는 대학언론 지원을 위해 협력 기관을 찾아 나섰다. 김동우 팀장은 "2024년부터 기자 교육 등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협업을 타진했으나, 정부 출연 기금으로 운영되는 재단 특성상 사기업과의 협업이 부담스럽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신 재단 측으로부터 교수들로 구성된 단체인 '한국대학언론협의회'를 추천받았고 수차례 미팅 끝에 협약을 맺게 됐다. UI/UX 개편으로 대학언론 기사 전면에…"팩트체크로 소모적 논쟁 줄일 것" 이번 협약의 핵심은 단순한 재정 후원을 넘어선 '플랫폼 내 가시화'다. 현재 에브리타임 내 대학언론 게시판은 접근성이 떨어져 주로 취재원 모집 용도로만 쓰이는 실정이다. 김동우 팀장은 "이번 MOU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UI/UX 개편"이라며 "대학언론이 생산한 기사를 에브리타임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직접 랜딩(연결)하거나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에브리타임 내의 병폐로 지적되던 가짜뉴스나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기 위한 변경안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잘못된 사실을 가지고 학우끼리 무의미하게 싸우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언론이 학내 행정 취재를 통해 '팩트체크'를 해준다면 건전한 공론장으로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온라인 교육보다는 실질적인 취재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회와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언론계 "불통 이미지 벗고 공론장 회복 나서길 기대" 대학언론계는 에브리타임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대언넷)'는 15일 성명을 통해 "그동안 에브리타임은 혐오·차별 게시물 방치, 대학언론 취재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 등으로 악명 높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언넷은 "최근 에브리타임이 시스템 개편, 모니터링 인력 확충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번 지원이 단순 후원을 넘어 '공론장 회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투명한 운영을 바탕으로 과거의 불찰을 해소하고, 대학언론의 양질의 콘텐츠가 플랫폼 내에서 가시화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누랩스 측은 이번 지원을 시작으로 협력 범위를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김동우 팀장은 "올해 1년간 활동을 진행해 보고 방향이 맞다고 판단되면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추후 다른 대학언론 단체들과도 함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신문 특집부 부장기자 (hyeon2005k@gmail.com)
대학언론에 ‘위기’라는 꼬리표가 달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 대학언론은 오늘도 위기다. 위기론의 지속은 ‘무엇이’ 위기인지, ‘얼마나’ 위기인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조차 희박하게 만든다. [대학언론 대담]은 방향 전환의 시도다. 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대학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 그들이 느끼는 뿌듯함,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 그들이 떠올린 해결책을 듣는다. 정답은 없다. 명확한 해결 방안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많은 대학언론인들은 이야기한다. 대학언론은 존재해야 한다고, 대학언론은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왜’와 ‘어떻게’다. 대학언론은 왜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종현(김): 안녕하세요. <서울과기대신문> 편집장을 맡고 있는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24학번 김종현입니다. 박지은(박): 안녕하세요. 서울과기대 영자신문 <The SeoulTech> 편집장을 맡고 있는 영어영문학과 22학번 박지은입니다. Q. <서울과기대신문>과 <The SeoulTech>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김: <서울과기대신문>과 <The SeoulTech>은 모두 서울과기대 신문방송사에 소속된 지면 매체입니다. <서울과기대신문>은 1963년 창간돼 연 10회, 총 12면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학내 현안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시사성 기사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문화·지역 분야 보도를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서울과기대신문>은 균형 잡힌 시각을 지향하고 있어, 편집장으로서 소속 기자들에게 방향성을 배제한 기사 작성을 강조합니다. 박: <The SeoulTech>은 2021년 창간된 서울과기대의 유일한 중앙 영자신문입니다. 지난해에는 연 4회, 총 8면으로 발행했습니다. 학내외 이슈를 비롯해 국제 이슈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직접 영문으로 기사를 작성합니다. 신문 제작은 아이템·기획 회의·초고 작성·교열·조판 총 5단계를 거쳐 이뤄집니다. 교열 단계에서는 국제교류처 소속 원어민 교수님들의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Q. 언제부터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김: 2024년부터 약 2년 정도 활동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예전부터 대학에 가면 신문사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막상 들어와 보니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 만족하고 있습니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보도가 나간 뒤 반응을 살펴보는 과정에 흥미를 느끼는 편입니다. 한 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성향인데, 이 점을 이전 편집장이나 선임 기자들이 좋게 봐주셔서 편집장까지 맡게 된 것 같습니다. 박: 2023년 2학기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대입 당시에는 대학 진학이나 교내 활동에 대해 큰 열의를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입시설명회를 위해 방문했던 학교에서 신문 배포대를 보고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학생 기자들이 학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취재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저 역시 이러한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현재 대학언론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김: 현재 대학언론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매체 환경이 급격히 변화한 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실제로 교내에 약 2,000부의 신문을 비치하고 있지만, 수령률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인터넷 신문도 함께 운영하고 있으나, 지면 신문에 대한 관심이 낮아서인지 온라인 기사를 찾아보는 독자도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독자들이 유입되는 경로가 인스타그램 등 SNS로 변화했다고 판단해 내부에 뉴미디어부를 신설하고 SNS 중심으로 운영 방식을 개편했습니다. 그 덕에 조회수가 소폭 증가하는 성과는 있었지만, 여전히 더 많은 고민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박: 저는 서울과기대의 학풍과 학생들의 가치관 변화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느낍니다. 학교 차원에서도 연구보다는 취업에 무게가 실려 있고, 학생들 역시 학내 활동을 사회 경험이나 시야 확장의 기회로 보기보다 스펙에 도움이 되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최근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사례 역시 학생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 저하와, 이를 ‘자신의 일이 아니다’라고 인식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개인화된 사고방식이 대학언론에 대한 무관심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Q. 서울과기대에서 활동하는 대학언론인으로서의 아쉬움도 있는지. 김: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이하 서언회)에는 현재 34개 대학의 편집장들이 참여해 학기 중 격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과기대는 서언회에서 주간교수가 홍보실장을 겸임하고 있는 유일한 대학언론입니다. 현재 주간교수께서 편집 방향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고 계시지만, 홍보실장직과 주간교수직을 겸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또한 공학 중심 대학이다 보니 언론이나 인문계 전공 교수들의 풀이 넓지 않아, 전공을 살려 주간교수로 부임할 수 있는 분이 적기도 합니다.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언론학 박사인 주간교수께서 실무적인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다만 홍보실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은 대학언론을 바라보는 학교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또 2023년 말 새로운 총장 부임 이후 학교가 외부 평가나 대외 이미지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감시자로서의 학내 언론의 역할과는 다소 상충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취재 요청은 보통 이메일로 진행하는데, 간혹 공문을 요구받는 때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학언론을 독립적인 기관이 아닌 학교 조직의 일부로 인식하는 시선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신문방송사는 특수한 성격의 조직이며 ‘언론’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음에도, 일부 교직원들은 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박: 학내 생활관을 취재하며 시설 운영과 관련한 학생들의 불편 사항을 다룬 적이 있는데, 당시 생활관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또한 지난해 새로 부임한 일부 교직원들로부터 ‘영자신문사가 학교에 존재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습니다. 독자층을 넓히고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좌절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지면 매체 전반을 대하는 학교의 기조와도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재작년 교지편집위원회 <러비>의 폐간 당시 총학생회 측은 학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조직이라는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영자신문 또한 학교를 위한 공적 기능보다는 학생 기자들의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활동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습니다. 김: 신문방송사 규정에는 ‘편집권이 편집장과 주간교수에게 있으며, 그 외의 개입은 금지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 실무를 담당하는 간사께서 외부 기관으로부터 기사 작성 요청을 받는 경우가 있고, 보통 이를 전달받아 기사화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간혹 편집장을 거치지 않고 기자 개인에게 직접 연락이 가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제가 편집장으로 임명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편집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적은 없지만, 과거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2017년 단과대 총학생회 횡령 사건을 보도한 이후, 대학본부 측에서 신입생들이 보면 안 된다는 이유로 배포된 신문을 모두 수거한 일이 있었습니다. 박: 국립대 특성상 매년 말 인사이동이 이루어지다 보니 업무의 연속성이 저해될 우려도 있다고 봅니다. 2024년에는 주간교수가 학기 중 갑작스럽게 변경된 적이 있었는데, 저희 역시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 당황스러웠습니다. 직접 이유를 듣진 못했지만, 당시 주간교수께서 미대 교수와 도서관장까지 겸임하고 있던지라 업무 부담이 가중된 이유가 커 보였습니다. 김: 다른 국립대와 비교해도 서울과기대는 전임 교원 수가 적은 편입니다. 부서장급 보직을 교수님들이 맡다 보니 겸직이 불가피한 구조가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연구와 교육으로도 충분히 바쁜 상황에서 행정 업무를 기피하는 분위기 역시 이러한 겸직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대학언론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박: 현재 영자신문사 홈페이지를 재단장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26년부터 새로운 주간교수가 부임할 예정이라 이 작업이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예산과 시간을 들여 진행하는 만큼 홈페이지 환경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간교수께서는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홍보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TTS 기능을 활용해 기사를 요약한 쇼트폼 영상을 제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내부적으로 제작을 시도해 보려 했으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기대 효과도 아직은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본격적으로 시행하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향후 부서를 세분화해 시도해 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 매체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카드뉴스와 릴스를 제작해 기사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조회 수에서 일정한 성장세를 보여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더 근본적으로는 취재가 충실히 이뤄지고,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기사가 생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럴수록 기자 본연의 역할인 취재와 기사 작성, 소재 발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교내 이슈를 더욱 적극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고, 지역 면의 경우 총장께서 지역 상생을 강조하고 계신 만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읽을 수 있는 기사로 독자층을 확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인근 상가를 직접 방문해 신문을 전달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경험도 있습니다. 박: 영자신문의 경우, 독자들이 당연히 읽기보다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읽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교열을 맡아주신 원어민 교수님께서 저희 기사를 수업 자료로 활용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선 우리 학교에 영자신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를 통해 학교생활 정보를 보다 쉽고 친절하게 전달하는 매체라는 인식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내국인 학생들 가운데에도 한국어와 영어에 모두 능숙한 경우가 많아, <서울과기대신문>과 비교해 아이템 선택을 살펴보는 독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어는 맥락에 덜 의존하는 ‘저맥락 언어’이기 때문에, 모든 독자가 동일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점은 신문 기사의 기본적인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제 아래, 정보를 명확하고 쉽게 전달하는 양질의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Q. 위기에도 여전히 대학언론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박: 갈수록 개인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조직 생활을 경험하고 소속된 집단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활동은 신문사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의 내적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외적인 경험까지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느꼈습니다. 김: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느낍니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고, 일반 동아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이다 보니 구성원 간의 유대감도 컸습니다. 행정 업무나 공식 이메일 작성처럼 세세하고 중요한 부분들도 많이 배울 수 있었고요. 기사를 써서 배포한 뒤, 에브리타임 등 커뮤니티에 올라온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런 반응들이 다음 신문을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독자들이 많이 봐주셔야 저희도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박: 기사 작성뿐만 아니라 보도 이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도 이 활동을 통해 체감하게 됐습니다. 글을 쓰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인데, 독자 중심으로 사고하고 더 나아가 장기적인 영향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김: 실제로 기사로 변화를 끌어낸 경험도 있었습니다. 기숙사 뒤 협동문 쪽으로 내려가면 밤에 조명이 켜지지 않는 흙길이 있는데, 안전 문제가 우려되어 담당 기자에게 취재를 제안했습니다. 시설과를 취재한 결과, 문의 직후 바로 조명이 설치되면서 기사가 나가기 전 문제가 해결되긴 했지만, 그 과정과 결과를 포함해 보도했습니다. 작은 사례지만 보도의 역할을 체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Q. 대학언론인으로서 서울과기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 학생 사회에 대한 바람이 있습니다. 서언회 활동을 하며 느낀 점인데, 다른 대학들은 학생 간 내부 커뮤니티가 비교적 잘 형성되어 있고, 제언이나 논의, 발언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우리 대학은 실용적인 학풍과 공학계열 중심의 특성 때문인지 의견 표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활발해야 학교 역시 여론을 의식하며 정책을 펼 수 있는데, 의견 자체가 적다 보니 그런 구조가 잘 형성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학생 간의 소통과 커뮤니티가 더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박: 전반적으로 모든 사람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출입기자로 활동하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학교 내부 부서들 사이에서도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부서 내에서도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요. 실제로 대외협력처에서 총장님이 명예 동문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부서 내 팀별로 다르게 전달돼 혼선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학교 조직 전체가 서로를 남처럼 대하지 않는 구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김: 모든 대학언론이 그렇겠지만, 저희도 밤을 새워가며 신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흥미로운 기사들도 많이 담겨 있습니다. 평소 종이 신문에 관심이 없으셨더라도, 교내 배포대에서 한 번쯤 신문을 집어 1면 기사라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분명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계기로 조금씩 신문에 관심을 가지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박: 대학언론인이 된 이후 대학알리를 알게 되었고, 이곳에서 진행된 기획취재나 기고문을 읽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힘을 보탤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기사를 과기대 학우나 신문방송사 기자, 그리고 후배들이 읽게 된다면, 저희가 조금이나마 세상을 설명해 주고 앞길을 비춰주는 존재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는 사회 속에서 세상사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는 어느새 자연스러운 태도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체된 세계를 다시 앞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정치에는 유권자가, 언론에는 독자가, 학교에는 학생이 필요한 것처럼. 그렇기에 오늘도 대학언론은 고민하고 시도한다. 어떻게 독자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을지, 어떻게 조각난 세상을 다시 연결할 수 있을지.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한 어둠 속에서도 편집실의 불빛은 꺼질 줄을 모른다. 박서연 기자(syeone319@gmail.com)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 독일어로 초인을 뜻한다)’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성숙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세 단계를 거친다. 인간의 내면이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아이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사막 위를 묵묵히 걷는 낙타는 인내하는 사람이다. 뜨거운 모래바람이 따가워도 불평불만을 삼킨 채 나아간다. 낙타가 자라면 사자가 된다. 사자는 포효할 줄 안다. 부조리에 이빨과 발톱을 감추지 않고 핍박에 분노한 적 있다면 당신은 사자다. 마지막은 아이다. 아이는 넘어져 생채기가 나도 금세 놀이에 몰두할 줄 안다. 이러한 아이의 태도는 ‘초인’이 갖춰야 할 궁극의 자격이다. 청년들은 현세에 ‘아이의 놀이’를 소환했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해 질 때까지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옛 풍경은 2026년에 고스란히 재생된다. 당근마켓 앱을 켜면, 맨 위에 걸린 ‘경도(경찰과 도둑)하실분’ 모임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2025년 12월 23일 개설, 멤버 652명. 어제 막 ‘달리고 온’ 참가자의 따끈한 후기들이 줄지어 달려 있다. “진짜 재밌게 잘 뛰고 갑니다”, “다 큰 성인끼리 토할 정도로 뛰어다닌 게 낭만 그 잡채”, “경도에 진심인 분들만 있더라고요”. 명분이 ‘경도’지, ‘수건돌리기’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따위 추억의 놀이도 포함됐다. ‘경도 열풍’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누군가는 그 속에서 쉽게 트렌드에 뛰어드는 ‘유행에 민감한 MZ’의 모습을 본다. 누군가는 취업난 등 고된 현실을 잊기 위한 ‘도피처’란다. 또 누군가는 깊은 감정 교류 없이 만남을 즐기는 ‘부담 없는 관계 맺기’ 행태가 엿보인다고 한다. 이렇듯 사회가 ‘청년’과 ‘동심’을 대하는 태도는 얼떨결에 ‘경도 유행’을 타고 수면 위로 떠오른 듯하다. ‘경도’는 놀이를 넘어 청년층의 새로운 생존 방식이다. 니체의 언어를 빌리자면 경찰 혹은 도둑이 되어 공원을 누비기 이전, 그들은 낙타 혹은 사자였다. 그간 ‘어른스러움’, ‘취업’, ‘스펙’ 등 사회적 책무를 짊어지고 살아왔거나, 자신을 둘러싼 녹록지 않은 현실에 ‘화병’이 나 있었을 테다. 홀로 참아 보기도, 때로 소리 지르며 울기도 했을 테다. 요즘 애들이 내놓은 ‘고된 현실’에 대한 답은 결국 동심이다. 현실을 견디거나 부수는 대신 동심으로 돌아간 이들은 역설적으로 이 시대 ‘초인’이 됐다. 모두가 생산성을 외칠 때 무용(無用)한 술래잡기에 뛰어든 청년의 역설적 승리인 셈이다. 올겨울 공원에서 땀 흘리며 달렸던 모든 구성원은 니체가 강조하는 ‘유희’의 가치를 체험한 산증인이다. ‘경도 유행’이 저물어도 걱정 없는 이유다. 게임은 끝나도 ‘아이의 태도’를 터득한 청년들의 삶은 이어지는 까닭이다. 최희령 대학알리 전 기자(cur2070@naver.com)
"활동 사진에 사람이 적다"는 이유로 50년 된 편집실에서 쫓겨나고, "취재원을 대라"며 예산 삭감 압박을 받는 등 대학교지를 향한 기상천외한 탄압 실태가 적나라하게 폭로됐다. 대학교지 편집위원들은 학생사회의 '행정적 검열'을 성토하며, 고립된 투쟁이 아닌 긴밀한 연대로 생존을 모색하자고 입을 모았다. 2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수선관에서 <성균지> 주도로 '2025 대학교지좌담회'가 열렸다. <정정헌>, <고대문화>, <용봉>, <서울대저널>,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도 공동주최로 참여해 위기에 처한 대학교지의 현실을 증언하고 생존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날 좌담회는 1부 '재정, 자치권, 편집실'과 2부 '교지 홍보 및 운영'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한 30여명의 참석자들은 학교 본부와 학생회로부터 가해지는 압박의 구체적인 사례를 공유하고, '대중성'과 '정치성' 사이에서 교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활동 사진에 사람 적다"며 50년 된 편집실서 쫓겨나 1부 발제에 나선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의 권우베 편집위원은 최근 겪은 편집실 퇴거 조치의 부당함을 성토했다. 정정헌은 1971년 창간해 학내 여성·소수자 담론을 이끌어왔으나, 2025년 1학기 동아리 재등록 심사에서 탈락해 준중앙동아리로 강등되었고, 지난 11월 17일 편집실에서 퇴거했다. 권우베 편집위원은 "동아리연합회가 '제출된 활동 사진상 인원이 소수이고 동일 인물이 반복된다'는 이유로 활동 인원 미비 판정을 내렸다"며 "교지 편집 특성상 온라인 집필 활동이 많은데, 오프라인 사진만으로 인원을 증빙하라는 것은 회칙에도 없는 자의적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명 과정에서 다른 동아리 대표자가 기준의 부당함을 지적하자 동아리연합회 측이 고성을 지르며 위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결국 2000여 권의 여성주의 장서가 보관된 공간을 한 달 만에 비워야 했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이제 성균관대에 남은 인권 분야 중앙동아리는 장애인권동아리 하나뿐이며, 그마저도 존폐 위기"라며 "소수자 인권을 다루는 단체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 동아리연합회와 학생사회는 사라지는 인권 동아리들의 의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등록금으로 인쇄하니까 광고 내역 내놔라" 전남대 유일의 자치언론 <용봉>의 이정하 편집장은 예산 삭감을 통한 길들이기 실태를 증언했다. 이 편집장에 따르면 2021년 당시 총학생회는 "등록금으로 인쇄되는 만큼 광고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압박했고, 용봉 측이 절차적 정당성을 요구하자 예산을 전액 삭감해 버렸다. 이 편집장은 "현재 용봉의 예산은 선배 및 외부 후원 의존도가 54%에 달한다"며 "인쇄비가 없어 발행 부수를 1500부에서 600부로 줄여야 했고, 재정 공백을 구성원의 노동으로 채우다 보니 피로 누적과 의욕 저하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역설적으로 예산이 삭감된 덕분에 대학 본부나 총학생회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성을 얻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용봉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편집장은 "국어문화원의 '우리말 가꿈이' 사업에 참여해 회식비를 지원받거나, 학내 신문인 '전대신문'에 정기 기고해 원고료를 받는 방식으로 예산을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원 대라" 감사위원회가 기구 해산 시도 <서울대저널>의 천세민 편집장은 최근 겪은 '감사 테러' 사례를 공유했다. 지난 9월 설치된 총학생회 산하 감사위원회가 취재원 보호를 위해 비공개해야 할 인터뷰 내용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며 기구 해산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천 편집장은 "참고 도서가 기사에 어떻게 쓰였는지 일일이 밝히라고 하거나, 사적으로 쓴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며 "결국 학내 구성원 100여 명의 연서명을 받아 해산은 막았지만, '자치언론기금'이라는 제도적 기반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학생회가 자치언론을 공격하는 원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정하 편집장은 "총학생회가 자신들이 무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로 대학교지를 타깃 삼는다"며 "상황이 어려울수록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원하는 대중 심리에 영합해 만만한 자치기구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대문화>의 엄정후 편집장은 "총학생회가 스스로를 정치 기구가 아닌 행정 기구로 인식하며 '정치적 중립'을 강박적으로 지키려 한다"고 짚었다. 엄 편집장은 "이런 관점에서 소수자를 다루는 자치언론을 승인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중립을 해치는 '정치적 행위'라고 판단해 배제하는 것"이라며 "제도권 정치를 혐오하면서도 가장 제도권 정치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내일 모델 따라야" vs "조회수 좇는 건 답이 아냐" 2부에서는 대학교지의 생존 전략을 두고 '대중성'과 '정치성' 사이의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의 임주영 활동가는 발제를 통해 교지의 전면적인 쇄신을 주문했다. 임 활동가는 "학생들이 교지가 있는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대학내일'이 지면을 폐지하고 사라진 자리를 교지가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우들을 표지 모델로 세우고 실생활 정보를 담아 범용성을 확보해, 모교를 상징하는 매거진이 되어야 한다"며 "교지는 일부 운동권만의 공간이 아니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활동가는 이어 "학우 다수가 진보 의제를 다루는 교지에 반감을 가진 것이 현실"이라며 "일반 학우가 읽기에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만 가득하다면 오히려 독자와 멀어진다. 진보적 의제를 내려놓자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교지를 가까운 매체로 인식하도록 콘텐츠의 난도를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저널> 김수환 기자는 "대학사회가 상업화되는 흐름에 따라 대학언론이 상업화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단순히 예쁘고 잘생긴 학우를 표지 모델로 세워 조회수를 올리는 방식은 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더라도 '이 학교에 나와 다른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감각, 즉 내가 학생사회라는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일깨우는 기획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두에게 불편한 진실일지라도 알리는 것이 언론이 책임을 위임받는 방식"이라며 "대중성이라는 미명 하에 저널리즘의 본령을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텍스트의 바깥은 없다"…적극적인 '정치적 행위' 필요해 엄정후 편집장은 '읽히는 교지'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다시 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엄 편집장은 "교지의 내용적 측면에서 정치적 밀도를 줄이고 내용을 가볍게 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에 끌려다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편집실이라는 안락한 공간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우리끼리 칭찬하는 것은 '동질적인 주변의 사랑에 파묻혀 괴사'하는 길"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엄 편집장은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말처럼 '텍스트의 바깥은 없다'. 정치적 투쟁이라는 행위조차 교지에 기입되는 언어와 구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교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중성을 핑계로 탈정치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인 '정치적 행위'를 통해 텍스트를 확장하고 독자를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언어적 차원에서 읽히는 교지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정치적 행위로 읽힐 수 있는 교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투쟁하고 싸워 나갈 때, 교지의 영향력을 약화시킨 담론은 변화한다"고 강조했다. <성균지>의 오현지 편집장 또한 교지의 '뉴트럴(Neutral)'한 입장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오 편집장은 "성균지는 인권 단위에 비하면 소극적이고, 언론 단위에 비하면 적극적인 수준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태도가 학교의 거부감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으므로 자유로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자평했다. 그는 "교지 운영이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하면 언제든 탈정치화되거나 보수화될 수 있다"며 시스템 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흩어지면 죽는다"…연대체 결성으로 돌파구 모색 참석자들은 각기 다른 노선을 주장하면서도, '연대'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했다. 오현지 편집장은 "위기를 기회 삼아 '대학교지 네트워크'가 인력과 시스템,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적인 장이 되어야 한다"며 "학교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적 단체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네트워크가 앞으로 교지 감시와 보호의 역할을 맡을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정하 편집장은 구체적인 연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자체적으로 교육 자료를 마련하기 어려운 교지들을 위해 운영 매뉴얼과 세미나 자료를 공유하자"며 "정기적으로 만나 상황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영 활동가는 구조적 해결책으로 ▲대학언론발전기금 마련 ▲간행물 검열 학칙 폐지 ▲공동 편집실 및 통합 플랫폼 마련 등을 제안하며 "개별 대학의 싸움을 전국 의제로 묶어내야 고립을 깨고 압박에 공동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참석자는 "대학교지는 단순히 소멸의 위기뿐만 아니라,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차종관 기자(chajonggwan.me@gmail.com)
필자는 평일에는 서울에서 출근하고, 주말에는 충북에서 생활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덕분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동 편의성 차이를 극명하게 느끼게 된다. 서울에서는 구간에 따라 택시보다 지하철이 빠를 정도로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으며, 늦은 막차 시각 덕분에 밤늦게까지도 이동에 대한 걱정이 없다. 그러나 주말 중 충북에서의 이동은 지역 대중교통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옥천에서 청주, 음성에서 청주 등 충북 내 도시 간 이동 시 시외버스 배차가 너무 길어, 때로는 5만 원에서 10만 원에 달하는 택시 요금을 감수하며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기도 한다. 이처럼 비수도권의 이동 제약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삶의 범위와 기회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다가온다. 농산어촌의 이른 막차 시각과 긴 배차 간격은 청년들이 수도권에 비해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는 주요 원인이 된다. 결국 비수도권 청년에게 이동권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주로 거론되는 것은 자가용 또는 기존 대중교통인 고속/시외버스인데, 이 두 가지 방안은 각각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먼저, 자가용을 통한 이동은 청년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차량 구매와 유지비(보험료, 유류비, 수리비 등)는 청년들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낮은 가처분 소득과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부모 찬스 없는 자가용 구매는 사실상 '그림의 떡'에 가깝다. 고속/시외버스를 통한 이동 또한 한계가 뚜렷하다. 고속철도망 확대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된 이동 행태 속에서 버스 이용객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적자 노선 증가는 터미널 폐쇄나 노선 인가 축소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외/고속버스는 장애인 이동권 측면에서도 매우 열악하다. 대부분의 고속버스에는 휠체어석은 물론 리프트 등 탑승 설비조차 전무하여 교통약자의 이용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버스터미널 매표소의 키오스크 무인화 또한 시각장애인 등에게 높은 접근 장벽으로 작용한다. 대중교통은 단순히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화, 교육, 일자리, 의료 접근성 등 지역 청년들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질 전반을 결정짓는 요소이다. 즉, 비수도권에서 교통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지역의 존속을 결정하는 필수적인 '인프라'인 것이다. 따라서 자가용 구매의 경제적 한계와 버스 대중교통의 구조적 취약성이라는 기존 시나리오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두의 원활한 이동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 시급하다. 이러한 해답은 바로 철도교통 확충에서 찾을 수 있다. 고속/시외버스가 교통 체증의 영향을 받아 정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반면, 철도는 약속된 시간에 도착하는 '정시성'을 통해 이용자의 시간 계획을 정확하게 가능하게 한다. 더욱이 철도는 도로교통 대비 '무장애성'이 우수하여 고령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이는 모두가 평등하게 이동할 권리를 누리게 하는 핵심적인 인프라로서의 역할에 적합한 요소이다. 일각에서는 철도망 건설에 막대한 '건설비'와 이후 '적자 운영' 가능성을 문제 삼기도 한다. 물론, 비용에 대한 고려도 당연히 필요하나, 이는 철도 교통을 단지 '운송수단'이라는 좁은 시각으로 바라본 결과이다. 철도망 구축은 단기적인 비용 지출이 아닌, 지역의 활력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장기적이고 필수적인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KTX나 SRT 역사가 들어선 동탄, 평택, 아산 등은 물리적 인접성을 넘어 수도권과의 경제적 연계성을 획득하며 급성장한 사례이다. '역의 유무'가 지역 경제 활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분명히 증명한다. 역이 들어서고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면 인구 유입, 기업 투자 유치, 관광 활성화 등 가시적인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지역 경제 성장의 직접적인 동력이 되며, 동시에 의료, 교육, 문화 등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단순한 적자 논리로만 평가될 수 없는 '사회적 편익'인 것이다. 정부의 '5극3특'과 같은 지역 균형성장 목표 아래 각 지방정부도 광역교통망 구축 계획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투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시성과 무장애성이 보장되는 철도 중심의 광역교통망 구축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역동적인 삶을 꾸려나가도록 지원하고,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비수도권도 철도 이동권이 보장되는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 김지헌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대학생위원장(kjh99142@gmail.com)
학교 밖에서 배움의 길을 찾는 청소년들이 이번에는 '정책의 주인'으로 무대에 올랐다. 지원사업을 통해 자격증을 따고 창업을 준비한 경험, 고립·은둔 상태에서 벗어난 가족의 변화 등 구체적인 사례가 공유되며, '학교 안팎을 가르지 않는 청소년 정책'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제기됐다.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주관한 성과공유회 및 정책박람회 'Dear L.E.D.'가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개최됐다. 센터는 배움의 경험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청소년들을 'LED(Learning Experience Designer)'라고 부르고 있다. 이번 행사는 학교밖청소년이 당사자로서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지원사업을 통해 성장·변화한 우수사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 12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회사에 나선 서현철 서울특별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센터장은 "서울시에서는 매년 1만 명의 LED가 탄생한다. 도시를 밝혀줄 별 같은 친구들이 스스로 배움의 경험을 디자인하며 사회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밖청소년과 함께한 꿈드림 교사·대안교육기관 교사·멘토·인턴십 기관 관계자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이 아이들이 결코 빛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과공유회 첫 사례 발표에 나선 송하준군은 디지털 의약품 관리 서비스 '필리오'를 소개했다. 그는 "창업동아리 지원사업을 통해 각자 맡은 기획·디자인·개발 영역에서 전문성을 검증받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고립은둔가족지원사업에 참여한 한 보호자는 "아이가 학교 밖으로 나왔을 때, 부모인 저도 세상 밖으로 던져져 소외되는 상실감을 느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센터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고민을 가진 부모들과 '그 마음 나도 안다'를 나누면서 해결보다는 이해를 배웠고, 그 연대감이 저를 다시 숨 쉴 수 있게 해줬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아이가 변화가 더디면 불안하고 방 안에만 있으면 조급했지만, 지금은 그 시간을 쉼과 회복의 과정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아이의 속도와 감정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일경험 지원사업 '공중정원 기획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유하양은 "일경험 지원을 통해 공중정원을 기획하고 조경 모형을 직접 만들면서, 머릿속에만 있던 상이 실제 공간처럼 눈앞에 나타나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경험을 계기로 조경 분야 진로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챌린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보호자는 "초등학생 자녀와 대화의 단절이 심했는데, 매주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아이의 생각을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대화의 수준도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유치한 프로그램까지 부모가 같이 해야 하나' 싶었지만, 막상 참여해 보니 내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알게 됐다"며 "다른 곳은 아이만 참여시키고 부모는 밖에서 기다리는데, 이곳은 부모도 함께 참여해 아이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어 "잘못된 학생은 없고, 잘못된 부모의 교육 방식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턴십 지원사업에 참여한 김가빈양은 "꼭 한 번 카페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청소년문화공간 JU'에서 인턴십을 하며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손님이 많아 몇 마디 영어 문장을 외워 응대하면서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고 편하게 대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기업가정신 해외탐방에 선발돼 일본 오사카를 방문한 경험에 대해 "우메다 공중정원, 100년 넘은 오므라이스 가게, 오사카 엑스포 등 산업·문화·기술 공간을 직접 탐방하며 팀원들과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우리가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창업동아리 지원사업에 참여한 '동글지대' 팀의 조이현양은 "청소년들이 필요한 지원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앱 서비스 '틴커벨'을 개발하고 있으며, '학교밖청소년 마음돌봄 데이'를 주최하는 등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자리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와 같은 청소년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활동이 더욱 뜻깊었고, 앞으로도 청소년들의 정보 사각지대를 둥글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곧이어 '정책제안 토크콘서트-배움의 경로를 다시 그리다'가 진행됐다. '학교밖청소년과 함께 만드는 미래 정책'을 주제로, 전문가, 학교밖청소년 등이 함께 참여해 현장의 경험과 공공정책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정책 대화의 장을 펼쳤다. 학교밖청소년 우예인양은 "센터에게 학원비와 응시료를 지원받아 제과제빵 학원에 다녔고, 자격증도 여러개를 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턴십으로 실제 케이크 가게에서 손님에게 판매하는 경험을 쌓고, 올해는 일본 디저트 기업 탐방까지 다녀오며 '내가 가지 못한 세상이 이렇게 넓고 멋지구나, 뭐든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겠다'는 시야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교밖청소년이 늘어난 만큼, 장학금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좋겠다"고 정책을 제안했다. 최새연 서울시 청소년육성위원은 "중학교를 마친 뒤 일반고 대신 대안학교에 진학했지만, 행정상 '학교밖청소년'으로 분류됐다"며 "청소년 관련 회의체와 의회가 많지만, 정규교육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일정과 경험에 맞춰져 있어 학교밖청소년의 고민을 진정성 있게 다루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청소년을 미성년자,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 때문에 사업도 거기에 맞춰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기본법에서 정한 만 9~24세 기준이 청소년 정책 전반에서 통일된 기준으로 쓰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김민승군은 "학교밖청소년이 대회나 콘퍼런스에 나가려 하면, 생활기록부 제출이나 '초·중·고 재학생만' 참가하도록 한 규정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좋은 아이템과 역량이 있어도 출전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음 공고를 낼 때부터 학교밖청소년의 참가를 전제로 규정을 정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밖청소년 김재경군은 교내에서의 차별과 모욕적인 발언으로 자퇴를 선택한 뒤, 센터에서 처음 제안받은 사업이 학업지원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재 지원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마음의 병을 앓으면서도 수능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서울시 학업지원금과 서울런, 그리고 꿈드림 선생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군은 "학교 안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연 1200만원 수준인데, 전국 학교밖청소년에게 돌아가는 학업지원금은 60만원 정도에 그친다"며 "서울에 산다는 이유로 100만원과 인터넷 강의를 지원받지만, 여전히 교육받을 권리에서는 뒷전"이라고 짚었다. 그는 "심사와 지급까지 두 달 가까이 걸리는 구조를 고쳐 상시 심사·지급 체계를 도입하고 예산을 늘려, 카드값 결제일을 걱정하지 않고 제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학교밖청소년 한혜민양은 "학교 밖에서 나만의 길을 찾고 꿈을 쫓는 시간은 의미 있지만, 언젠가는 대학과 취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불안이 컸다"며 "학교생활기록부가 없다는 이유로 원서조차 넣어보지 못하거나, 서류 단계에서 벽을 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밖청소년이 어떤 전형과 경로로 대학에 진학했는지 통계와 성공 사례가 더 많이 공개되고, 정보가 잘 정리돼야 후배들이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며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전용 학습공간과, 대학에 진학한 학교밖청소년 선배들과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소속의 김희진 학교밖청소년연구센터 센터장은 "학교밖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해오며,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와 욕구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 탐색을 위해 주체적으로 학교를 나오는 사례와 부모의 지지가 늘었지만, 여전히 차별·낙인·제도적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청소년들이 제기한 학업지원, 입시, 경진대회 참가 문제는 연구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의식과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학교 안팎을 가르지 않고, 청소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관점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보호자는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의 공백을 짚었다. 그는 "꿈을 찾아 학교 밖으로 나온 친구들도 대견하지만, 방 안에서만 지내며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점을 정책 담당자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며 "서울 시내 여러 기관을 이용해 봤지만, 고립·은둔 상태의 청소년이 이용하기에는 공간 분위기가 거칠고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고립·은둔을 다루는 전문기관은 조금씩 생기고 있지만, 청소년 시기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전담 센터와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은 거의 없다"며 "방 안에만 있는 아이들의 특성상 담당자가 자주 바뀌지 않고, 12~2월 예산 공백으로 프로그램이 끊기지 않도록 안정적인 예산과 인력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본행사가 마무리된 후 참가자들은 ▲나만의 작은 정원 만들기 ▲포토부스 ▲동물 '캐릭커쳐' ▲근로권익캠페인 ▲동아리 전시부스 ▲인턴십 영상전시 ▲멘토링전시 등에 참여했다. 주호돈 서울시 청소년정책과장은 "지금은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울시는 청소년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의 참가자는 "학교밖청소년의 정책 참여권을 논하고, 전문가와 청소년이 함께 정책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학교밖청소년이라는 말은 행정상 분류일 뿐, 이들의 가능성과 인격, 미래를 설명해 주는 말이 아니다"라며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스스로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주체적인 삶의 주인공을 응원한다"고 했다. 취재진을 만난 학교밖청소년은 "센터는 '왜 안 나오니'가 아니라 '괜찮아, 너의 속도로 오면 돼'라고 말해주는 곳"이라며 "마음의 상처가 있는 더 많은 은둔·고립 청소년과 부모들이 센터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학교 안팎을 넘어 모든 청소년이 자신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차별과 편견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소셜임팩트뉴스·공익저널·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 차종관 기자(chajonggwan.me@gmail.com)
'인천 사람에게 건대는 약속 취소 사유'라는 말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천에서 건대입구나 대학로까지 가기 위해서는 환승과 이동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 감각은 요즘 유행하는 숏폼 브이로그에도 반영돼, 서울 약속을 위해 새벽부터 준비하는 일상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수도권과 서울이 지하철로 연결된 하나의 생활권처럼 보여도, 실제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수도권 학생들에게 '통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서울 대학'이란 용어 자체가 사회의 경쟁 및 진로 목표로 자리잡으며, 지방 및 경기권 대학보다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열망이 커졌다.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의미다. 많은 대학생들은 오늘도 새벽에 지친 몸을 일으키며 몇 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향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청년들의 하루는 길 위에서 시작해 길 위에서 끝이 난다. 실제로 대학가에서는 "경기도에서 통학하는데 왕복 네 시간이 걸려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는 푸념이 잇따른다. 일부 학생들은 통학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강의를 하루에 몰아 듣거나, 수강 신청 실패 시 학기 계획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또한 국민대학교 등 지하철 역과 거리가 먼 대학의 학생들은 지하철에서 환승한 뒤 버스를 또 이용해야만 학교에 올 수 있다. 출근길 직장인 못지않은 '지옥의 통학길'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주요 대학과 수도권 주요 지역 간의 이동시간과 거리를 예로 들면, 김포가 본가인 학생이 건국대학교를 통학하려면 환승 3회에 왕복 3시간에서 3시간 반이 걸린다. 또한 안산에 거주하는 학생이 국민대학교를 다니려면 환승 3회에 왕복 약 4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면 왜 수도권 청년들은 긴 통학의 부담을 겪어야만 하는 걸까. 서울 소재 대학의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거주 지역이나 통학 거리 등 입지에 맞는 대학을 선택해 진학하기가 어려운 실정인데다, 대학 '기숙사 수용률'의 한계와 '서울 대학가의 높은 월세'가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2025년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전국 평균 22% 수준에 불과하고, 서울 주요 대학은 대부분 20% 안팎으로 낮아 수도권 학생들의 주거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대학은 '원거리 학생 우선 선발'을 원칙으로 두고 있어, '지방'으로 분류되지 않은 경기도권은 기숙사 선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현실에,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가 주변 원룸을 구해 생활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서울 원룸의 임대료는 약 10% 이상 상승했다.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월세는 평균 60만 ~70만 원대로, 관리비를 포함하면 월평균 78만 원 수준이다. 대학생 평균 생활비가 약 67만 원인데, 이는 생활비 전체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 지원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대학생이 전체의 약 60%인데, 높은 월세 부담은 결국 공부 활동시간을 줄이고 생계형 아르바이트로 몰리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억대까지 치솟은 보증금까지 고려하면 대출 접근이 제한적인 대학생들이 감당할 만한 원룸을 찾기조차 쉽지 않게 된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선 월 최대 20만원을 10개월 동안 지급하는 '청년 월세제도' (서울 기준)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수혜자는 청년 인구의 약 2~3% 수준이다. 또한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월 10~14만 원 수준의 공공형 주택 공급인 '희망하우징'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체 대학생의 1% 내외만 입주 가능하다. 결국 이 문제의 근본에는 '서울 집중화'가 자리하고 있다. 교육과 일자리, 문화가 서울로 몰리면서 수도권 외 지역 학생들은 물론,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오늘도 수많은 대학생들이 서울을 향해 아침부터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김민주 기자(mubinzu824@gmail.com)
인천 연수구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와하’라는 이름의 이 곳은 난민 및 여성 이주민들이 위기 상황이나 환경적 어려움 속에서 쉼과 회복을 찾을 수 있는 ‘오아시스’로 운영된다. ‘한국이주인권센터’의 활동가이자 ‘와하’ 커뮤니티의 실무, 책임 역할을 담당하는 박정형 씨는, 2018년 4월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 공간을 관리하고 지켜오고 있다. Q. 센터장님 소개와 함께 ‘와하’가 어떤 곳인지 독자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이주인권센터의 활동가 ‘박정형이라고 해요. 저희 센터는 2001년에 만들어졌어요. 처음부터 아랍/난민 무슬림 여성분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시작은 산업 연수제였죠. 저 역시도 초창기에는 산업 연수제와 관련해 이주노동자분들과 상담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2016년쯤 도움을 얻으려 무슬림 난민분들이 인천 지역에 등장하기 시작했죠. 그게 첫 만남이었어요. 센터가 원래는 부평구에 있었는데, 운영진과 협의 후 연수구로 이사했어요. 감사하게도 이전 사실이 알려진 이후 많은 아랍 여성 분들이 와서 굉장히 환영해 주셨었어요. 개소식 때 음식을 가져와서 나눠 먹기도 하고요. 정리하자면 저희 ‘와하’는 아랍/난민 무슬림 여성분들을 위한 편안한 공간이자 쉼터를 목표로, 인천 내 아랍권 커뮤니티와 그 커뮤니티의 여성분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현장에서 보셨을 때 느끼신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일자리 문제죠. 난민, 인도적 체류자분들이 주로 받는 게 G 비자 거든요. 이 비자 자체로는 취업할 수 없는데, 사업주와 고용 계약서 작성 후 출입국, 외국인청에 가 취업 허가를 받으면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출입국, 외국인청 직원분들이 난민, 인도적 체류자를 상대한 경험이 많이 없으세요. 그러다 보니 서류를 준비하고 찾아가, 근거를 설명해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리고 G 비자 카테고리 자체가 표준 비자 분류로 처리되지 않는, 여러 특수 사정의 외국인을 위한, 어떻게 보면 약간 잡다하다고 할 수 있는 비자에요. 이러다 보니 일을 할 수 있는 비자인데도 정부, 지역사회에서 취업 관련 지원이나 프로그램, 설명이 아예 부재한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 속에서는 사실 불법으로 일할 수밖에 없죠. 당장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까요. Q. “무슬림 여성”에 특별히 더 관심을 두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어머니 분들이 혼자 오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게, 어머니 분들이 토로하시는 고민의 내용이 남편들의 것과 확연하게 다르다는 거예요. 여성분들은 가정의 양육, 가사노동을 담당하며 실질적인 생활을 책임지는 존재에요. 남성분들의 상담 내용은 대체로 근무처에서의 불합리한 대우 문제에요 그런데 여성분들의 이야기에서는 타국에서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오는 근본적인 고립감, 공동체 연결의 부재에서 오는 고독이 깊게 느껴져요. 저에게는 어쩐지 그 분들의 그런 얘기들이 굉장히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여성분들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Q. 과거와 비교했을 때 한국사회가 무슬림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변화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무슬림은 여전히 한국 사회 내에서 소수 중 소수에요. 그래서 사실 수용의 단계까지 왔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요. 오히려 이들의 유입 이전부터 강하게 자리 잡고 있던 편견이 점점 더 굳어지고 있다고 느끼구요. 한국 사회가 무슬림 여성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무슬림 여성들이 소극적인 피해자이기만을 바라는 것 같아요. 이슬람이 가진 가부장적인 측면을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아직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정 내에서 여성과 남성이 가지는 발언권과 결정권에서 크기 차이가 있다는 게 느껴져요. 다만 그런 측면만을 이슬람과 무슬림의 전부라고만 생각한다면, 그 안의 사람들, 그중에서도 무슬림 여성들의 삶은 필연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어요. 무슬림을 이야기할 때 오직 이슬람이 ‘여성에게 얼마나 억압적이고, 차별적인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 담론 속에서 여성들은 영원히 피해자로만 남게 돼요. 이런 식의 담론은 당사자들 삶의 실질적인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 사회 내에 살아가는 무슬림 여성들의 주체적인 존재를 지우는 일이에요. Q. 센터 내에서 이주민 아동들을 위한 공부방도 운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학교생활 적응에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현장을 지켜보시면서 필요하다 느끼셨던 지원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공부방이 확실한 대안은 되지 못한다고 느껴요. 센터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활동을 진행하는 거죠. 소수의 케이스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이주 아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아이들과 학업 성취도 부분에서 격차가 생기게 돼요. 아무래도 한국 사회는 교육의 상당 부분을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수학과 과학의 비중이 크죠. 어느 시점부터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니까요. 사실 안타깝죠. 왜냐하면 정말 어린 시절부터 봐온, “아 이 친구는 정말 총명하다.” 느꼈던 아이들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 벽을 느껴 학업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Q. 센터를 운영하시며 가장 큰 보람을 느끼시는 순간이 있으시다면 언제일까요 아주 보수적인 가정의 여성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그 여성분의 남편분이 이 공간에 오는 건 예외적으로 허락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 얘기들을 듣다 보면, ‘와하’라는 공간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되죠. 센터가 여성분들이 한국 사회 내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서 보존되길 바라요. 가끔 여성분들이 와하 공간을 대여해 행사라든지, 모임을 주최할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또 ‘와하’라는 공간이 여성분들께 자원이 되어주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죠. Q. 센터장님께서 꿈꾸시는 이주민과 한국인이 진정으로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한 문화권이 힘을 받으려면 이주민들이 성장해야 해요. 이주민들이 기존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는 세상이 건강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에요. 성공하는 이주민들의 사례가 많아져야 해요.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미 한국에서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특히 어린 시절부터 한국 사회를 경험하며 살아온 이주민들의 성공 사례가 필요해요. 이주 아동들은 부모님 나라(본국)와 한국 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가진 존재에요. 이 아이들이 성장한다면 지금 제가 하는 활동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저는 그때가 너무 기대돼요.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게 될 독자 분들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요 최근 이주민 혐오증이 심해지고 있어요. 시위와 같은 방식으로 이 혐오를 조직적으로 표현하는 세력도 증가하고 있고요. 하지만 돈과 상품이 이동하는 세상에서, 사람이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요. 이러한 이동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고, 막고 싶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이주민들을 돕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끔 생각해요. 종종 이주민들을 불쌍한 사람이여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이런 분들은 기대와 다르게 실제 이주민들이 ‘불쌍하지 않다는 걸 발견하면 실망하거나, 배신감을 느끼시죠. 이주민분들을 돕는 이유는 그분들이 불쌍해서가 아니에요. 정의와 연대의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이주민들은 같은 사회 구성원이지만 제도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위치에 놓여있고. 차별적인 상황을 경험하고 있어요. ’불쌍해서‘ 돕는 것이 아닌, 사회가 같은 구성원에게 동등한 권리를 제공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는 것이에요. 한국 사회 난민의 역사는 1970년대 베트남 피난민의 수용과 함께 시작된다. 이후 1992년 12월 3일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2001년에 최초의 난민을 인정한 바 있다. 그 후 2011년 12월 29일 난민법안이 국회 본회에서 통과되었고,2013년 7월부터 난민법이 제정돼 시행되기 시작했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밖에 없었어요. 참고할 수 있는 선행 사례, 예시 자체가 부재했던 상황에서, 가정 구성원들의 기초적인 생활과 정착을 지원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당사자분들과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때그때의 요구사항과 필요를 보충해 나가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박정형 활동가가 어려움에도 활동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동기는 아랍/난민 무슬림 여성들에게 가진 깊은 애정, 그리고 정의와 연대를 향한 신념이었다. 아직 변화는 완성되지 않았다. 박정형 활동가의 ‘와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신수민 기자(necrotixm@gmail.com)
대학 내 인권 단체들의 존립 위기 원인으로 대학사회 내 ‘백래시’와 ‘학생 사회 내 의사결정 구조’가 지목된다. ‘백래시’란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뜻하는 용어로, 페미니즘 등 진보적 사회 의제에 반대하는 경향을 지칭할 때 쓰인다. 인권 기구 폐지 담론에 페미니즘, 퀴어 등 진보적 의제에 대한 주류 사회의 반발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송지현 전 중앙대 성평등 위원장은 올해 일어난 대학가의 인권 기구 폐지에서 나타난 ‘백래시’가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는 점을 짚었다. 송 전 위원장이 활동했던 중앙대 성평위는 2014년 중앙대학교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뒤 총학생회 산하에 설치된 기구다. 중앙대 성평위 폐지는 지난 2021년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위원회 폐지 연서명 게시글에서 시작됐다. 이어 10월 8일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 성평위 폐지 안건이 올라왔고, 출석 인원 101명 중 59명의 찬성으로 성평위 폐지가 결정됐다. 회의에서 반성폭력위원회,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등 대안기구 설치가 제안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송 전 중앙대 성평등위원장은 지난 2021년 중앙대에서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된 이후 다수 매체에서 학내 인권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해왔다. 현재 중앙대 사회학과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송 전 위원장은 지난 9월 한국여성학회가 주관한 <성평등 민주주의 포럼: 함께 만드는 성평등 민주주의>에서 “총여-성평위-여가부 폐지 이데올로기를 넘어”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벗어난 성평등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전 위원장은 고려대 여위와 성평위, 성균관대 정정헌이 폐지된 과정이 중앙대 성평위 폐지 과정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대학가에서 연달아 벌어진 인권기구 폐지의 근본적 원인은 '백래시'와 '대학사회의 구조' 때문이라고 짚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중앙대 성평위 폐지와 올해 발생한 고려대 소인위-여위 통폐합, 성균관대 ‘정정헌’ 준강등 사건의 유사점은? “공통점은 ‘단체가 학생 사회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고 소수만을 대변하는 기구의 존재 의미가 없다’는 것이 폐지 근거로 제기됐다는 점이다. 또 총학생회, 동아리 연합회 등 권위를 가진 학생회나 단체에서 특정 단체를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추궁했다는 점, 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사전에 전제하고 나서 단체의 활동 목적이나 존재 의의를 물어본다는 점, 활동 목적성을 근거로 대며 ‘단체의 존재 의미가 학생 사회 전체를 대변할 수 없지 않느냐’하는 질문들을 던진다는 점이 유사하다. 중앙대 성평위 또한 ‘페미니즘을 기조로 활동한다는 점’과 ‘여성을 우선시하는 기구의 존재가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Q. 대학가 인권기구 중징계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지? “우선 다수주의에 입각한 학생 사회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다. 총학생회, 동아리 연합회 등 주요 학생 기관의 의사 결정은 주로 다수주의에 기반한 표결로 이뤄진다. 하지만 학생 사회의 다수가 누군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생각했을 때 누군지 생각해 봤을 때, 그 다수는 페미니즘, 성소수자 인권, 기후 위기 등의 진보적인 의제들에 동의하지 않는 주류인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현재의 대학 사회의 구조 자체가 인권 기구들에게 억압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총학생회는 7,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세력이었던 총학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인데 그 당시의 (조직) 구조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대학 내 진보적 정치 세력으로 기능했던 총학의 역할은 지금의 특별기구, 인권기구가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구들이 총학 위주의 다수결 투표로 인준, 사업 결정, 회계권, 인사권 등 중대한 권한들을 할당받는 구조가 문제적이다.” Q. 학내 공감대가 사라지고 있음에도 인권 기구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사회 내에서도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단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 등 모두의 공동 대응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일에 대응할 기구가 필요하다. 인권 기구들이 대학 사회의 공동체적인 삶을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Q 이러한 사건들을 대학 내 ‘탈정치화’라고 봐도 되겠는가? “‘탈정치화’는 아니다. 탈정치화는 ‘억압 세력들이 정치에서 벗어나는 과정’인데, 해당 사건들은 ‘공격적인 정치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수적인 의제들의 정치화 과정’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한다.” Q 학내 인권 기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움직임이 필요할까? “(다소 이상적이긴 하지만)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지금은 총여나 성평위 등의 대학사회 내 구조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억압을 받고 있는 기구들이 대학을 넘어 대학사회 구조 자체에 저항하는 공동 대응도 필요하다고 본다.” 김수영 기자 (suyoung8649@gmail.com)
대학 내 인권 특별기구들이 연이어 징계를 받으며 존립 위기에 놓이고 있다. 올해 4월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이 중앙동아리로 강등된 데 이어, 6월에는 고려대 소인위·여위의 신설 합병 징계가 잇달아 결정됐다. 고려대 소수자인권위원회(소인위)와 여학생위원회(여위)는 6월 1일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에서 통폐합과 감사 실시 안건이 논의된 뒤 신설합병 징계를 받았다. 두 기구는 새 조직인 ‘여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로 통합됐고, 정기 전체대표자회의 인준을 거쳐 2학기부터 단일 기구로 출범했다. 신설합병 징계는 기존 특별기구가 모두 소멸하고 새 기구가 이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통폐합 결정이다. 이에 두 단체는 징계 재심의를 요구하는 이의제기서를 두 차례 제출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또한 두 기구는 학내외 구성원 1,067명의 연서명을 받아 ‘여위·소인위 징계성 통폐합 및 감사위원회 설치 규탄’ 입장을 총학생회에 전달했지만, 총학생회 ‘바다’는 연서명 일부를 허위 사실로 규정하고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이에 대한 추가 대응 방침도 밝혔다. 중운위가 ‘신설합병’이라는 중징계를 결정한 주요 사유는 ‘활동 목적의 불분명성’이다. 특히 “외부 연대 활동이 기구의 설립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여위는 기후정의행동의 ‘다이인(Die-in) 퍼포먼스’에 참여한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전학대회 학생 대표자들은 해당 활동이 여성 인권 신장이라는 여위의 설립 목적과 무관하다며 재인준을 반대했다. 소인위는 ‘노동절 전야제 공동 주최’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중운위는 두 기구 모두 ‘학내 사업 수행이 미비했다’고 결론 내리고 합병 수준의 징계를 의결했다. 학내 특별기구에 ‘합병’ 징계가 내려진 것은 이례적이다. 소인위와 여위 대표자는 지난 5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행사들은 매년 활동 계획에 포함됐고, 이전까지 중운위에서 문제 없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기존에 문제시되지 않았던 활동들이 올해 전학 대회에서 징계 사유로 지목된 것이다.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도 ‘활동 인원 미비’를 이유로 중앙동아리에서 강등됐다. 정정헌은 이후 활동 인원 명부 등 추가 자료를 제출했으나, 성균관대 동아리연합회는 “사진상 활동 인원이 부족해 보인다”는 이유를 들며 준강등 처분을 유지했다. 대학 인권 단체에 중징계가 이어지면서, 학내 소수자 인권 보호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려대 여위는 총여학생회의 후신으로 약 30년 동안 여성 인권 보장을 담당해왔으며, 총여학생회 폐지 이후 사실상 유일한 여성 자치 기구로 활동해왔다. 소수자인권위원회는 2016년 학내 인권 침해 사건을 계기로 신설된 이후 소수자 권리 증진을 담당해왔다. 여위와 소인위는 기본 기조부터 서로 다르다. 여위는 ‘여성주의’에, 소인위는 ‘상호교차성’에 기반해 사업을 진행해왔다. 사업 내용도 구분된다. 소인위는 ‘인권 가이드 배포’, ‘배리어 프리 사업’, ‘비건 간식 사업’을, 여위는 ‘생리대 배치’, ‘성폭력 대응 창구 운영’ 등을 추진해왔다. 두 기구가 사실상 통합되면서, 각자 맡아온 별도의 기능을 대체할 조직은 사라지게 됐다. ‘민주적 학생사회를 위한 고려대 공대위’는 지난 6월 기자회견을 통해 “여위와 소인위의 신설합병 결정은 대학을 거점으로 민주주의와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고, 여성·소수자 담론을 이어오던 특별기구의 자율적 활동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치”라며, “민주적 학생사회의 발전을 후퇴시키는 백래시의 맥락을 지닌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잇따른 징계가 단순한 운영 문제를 넘어, 대학 사회 전반의 인권 담론이 후퇴하는 신호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학이 소수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구축해 온 제도가 약화되는 가운데, 학생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김수영 기자 (suyoung8649@gmail.com)
한양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가 불명확한 기준으로 중앙특별위원회(이하 중특위) 기구 3곳에 중징계를 선고해 갑작스럽게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 대상 기구들이 당혹감을 겪고 있다. 지난달 14일 한양대학교 총학생회는 중특위 소속 성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성소위), 장애학생인권위원회(이하 장인위), 법제위원회(이하 법제위)의 징계 공고를 게재했다. 공통적인 징계 사유는 '자금사용 증빙자료 미비'였고, 장인위는 '임시인준사업의 정식인준 누락'이, 법제위는 '자금 초과 지출'과 '사업 비대상자의 혜택 수령'이 추가됐다. 성소위와 장인위는 경고 1회·사과문 게재·금학기 총학생회비 배분액 50% 삭감, 법제위는 경고 1회·사과문 게재·금학기 총학생회비 배분액 100% 삭감 처분이 내려졌다. 1년 내 2번 이상의 경고를 받은 기구는 중운위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 해산 또는 합병을 제의할 수 있다. 이는 중특위에 부과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징계가 내려진 것으로 사실상 '최고 수준'의 제재다. 하지만 중운위의 '자금사용 증빙자료 미비' 기준이 불명확한 데다가 예년과도 크게 달라져 과도한 처분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금사용 증빙자료 미비' 항목이 근거한 총학생회칙은 자금운영세칙 제2장 제5조(증빙 원칙)다. 증빙 원칙 제1·2호는 거래 상대에 따라 카드전표·현금영수증·세금계산서 또는 인적사항을 증빙자료에 구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제3·4호는 제1·2호의 예외규정으로 3만 원 이상의 거래는 이체영수증과 거래내역서를 모두 구비함으로써, 3만 원 이하는 간이영수증으로 갈음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운위가 예외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 제1·2호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으며 혼란이 발생했다. 지난 9월 전학대회는 성소위·장인위·법제위의 지난 학기 자금사용 증빙자료 일부가 유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골자로 사업 사후 인준을 부결했다. 총학생회장은 "증빙자료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다. (총)학생회칙에 증빙자료가 다 명시돼 있다"라며 회칙에 따른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중운위는 '(자금사용 증빙의) 심각성과 중요도를 알고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는 데 의견을 모았고 경고·사과문·총학생회비 배분액 삭감을 모두 포함한 중징계를 선고했다. 이에 성소위와 장인위는 증빙 원칙 제3·4호에 맞춰 유효성이 미인정된 사항에 대한 추가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지난달 7일 열린 중운위 회의에 참석해 소명 절차를 진행했다. 성소위는 거래액에 따라 이체영수증과 거래내역서 또는 간이영수증을 제출했고 장인위는 모든 거래액이 3만 원을 넘겨 이체영수증과 거래내역서가 함께 필요했으나 거래내역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운위는 두 기구 모두에게 재차 '보다 상세한 별도의 자료가 필요하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장인위의 소명 차례 때는 ‘거래내역서’의 누락을 지적하는 대신 김기환 중앙집행위원장은 "바람직한 사례는 매출 전표다", 이재준 사범대학교 정학생회장은 "카드 전표, 현금영수증, 세금계산서가 당연히 있어야 된다"라고 하는 등 증빙 원칙 제1·2호 상 명시된 서류만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졌다. 홍혁민 장인위 위원장이 증빙 원칙 제1·2호 준수가 어려운 상황이 있음을 호소하며 예외규정의 효력 인정을 요구하자 이재준 사범대학교 정학생회장은 "지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한 기구의 장으로서 과연 하실 만한 말씀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정문서 총학생회장은 "회칙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지난 몇 년간 문제없이 잘 진행되어 왔다. 회칙 해석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거나 미리 파악을 한 다음 자료를 구비해야 했다"라고 했다. 반면 지난해 전학대회는 간이영수증, 수기로 작성된 견적서, 은행 앱 조회 내역 등 간소화된 서류도 증빙자료로써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증빙 원칙 제3·4호 상 명시된 '이체영수증'과 '거래내역서'는 '카드 전표'처럼 표준 형식이 있는 서류가 아니므로 다양한 해석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학대회와 중운위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 등 모호한 기준을 사용해 제3·4호에 대한 논의를 일축했고, 협의 부족의 책임을 집행 기구인 중특위 기구에 일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소위와 장인위는 지난해 전학대회를 바탕으로 자금거래 증빙자료를 준비했는데 이번 학기 들어 유효성 인정 기준이 많이 달라진 데다가 파악하기 어려워 징계를 피하기 힘들었다는 입장이다. 징계 대상 기구의 향후 운영이 위축될 우려도 제기된다. 중특위는 총학생회와 중항집행위원회가 관장하기 어려운 특수한 기능을 전담하는 기구로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경우 대체하기 어렵다. 홍혁민 장인위 위원장은 "예산을 항상 아껴 사용하고 회계 잔고가 0에 가깝게 운영을 하고 있다. 2학기 사업은 운영할 수 있겠으나 갑자기 필요한 사업이 생기거나 다음 학기를 꾸릴 때 지장이 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준서 성소위 위원장도 "학생 실태 조사같이 장기적으로 큰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경우 중간에 예산을 못 받게 되면 지장이 생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여러 차례 해당 사안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전학대회와 중운위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응답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안재현 기자 (screamsoloo@gmail.com)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대학문화유니온 주관의 '2025 대학생 RUN'이 개최됐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느려도 괜찮아, 함께 달리자!'로, 경쟁과 갈등에서 벗어나 하루만은 함께하는 사람들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MZ세대가 이끌고 있는 러닝 문화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취미가 아니다. '기부 런' 등의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달리기는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선한 문화가 됐다. 이날도 600여명의 참가자들이 대학생의 상징인 '과잠'을 입고 문화비축기지 산책로를 찾아 3㎞·5㎞ 코스를 달리기 위해 모였다. 행사에 앞서 수도권 13개 대학에 '러닝캡틴'을 두고 4500여명에게 홍보한 덕분이다. 접수 부스에서 배번호와 반다나를 지급받은 참여자들은 운동장에 모여 행사 의료팀장의 안내사항을 전달받았다. 이해지 기획단장은 개회식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에세이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라며 매일 꾸준히 달리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여겼고, 이러한 꾸준함이 자신에게는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며 "오늘 함께 멋진 우리를 마주하자"고 외쳤다. 김삼렬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은 "일제 시대에도, 군사 독재 시대에도 학생들은 들고 일어나 나라를 되찾았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여러분과 함께 축제를 만들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광희 RunOn(러논) 대표의 주도로 스트레칭을 마친 참가자들은 달리기에 나섰다. 코스 곳곳에는 치어풀이 마련됐다. 행사 취지에 맞게 "독립운동가분들의 헌신으로 이룬 나라, 그들의 뜻을 이어 달립니다", "경쟁으로 지친 마음, 달리면서 모두 날리자" 외에도 개별 동아리의 의제를 담은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은 기념품으로 완주메달, 카라비너, 스티커를 받을 수 있었다. 이어 취업·기후위기·세대갈등 등을 다루는 체험부스에 몰려 이벤트 및 연서명에 참여했다. 취재진을 만난 참가자 류민선(22)씨는 "러닝에 참여한 건 처음이었다. 독립유공자를 돕자는 좋은 취지여서 참여하게 됐다"며 "기록이 아닌 완주에 의미를 두고 뛴 것도 마음에 들었고, 서로간의 연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김모(23)씨는 "끝까지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최측이 각자의 속도와 안전을 강조해줘서 따듯했다"고 전했다. 곁에 있던 이모(21)씨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뛰며 연결되는 것 같았다. 유공자 분들을 위한 기부까지 이뤄져 보람차다"고 덧붙였다. 클로징 콘서트에는 브라질리언 퍼커션 앙상블팀 '호레이', 치어리딩팀 '유니스', JTBC 프로그램 '싱어게인4'에 2호 가수로 등장해 '치고 달려라'를 부른 밴드 '타카피'가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현장에 부스를 차린 독립유공자유족회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우리를 돕겠다고 해서 감사하고 기특하다. 독립유공자가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데, 이런 행사가 있는 덕에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대학생들이 역사를 기억하고 살펴 바른 나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달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는 희망이 있다"고 웃어보였다. 또 다른 독립유공자유족회 관계자는 "기부금을 통해 어려운 분들에게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지 기획단장은 기자회견에서 "MZ세대 문화로 자리 잡은 러닝을 통해 경쟁과 갈등으로 지친 대학사회에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확산하고자 행사를 기획했다"며 "경쟁·갈등·혐오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대학생들이 연결되는 터닝포인트가 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행사가 처음인데도 흔쾌히 도와주신 독립유공자유족회와 마이피클, RunOn(러논), 소이조이(한국오스카제약), 천호앤케어, 첫번째펭귄부스에 감사하다. 덕분에 대학생 주도로 의미있는 행사를 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학문화유니온은 '2025 새내기 교양대학(UFLA)'을 계기로 간호·정치외교·기후·경제·문학·미디어 등 7개 분야의 동아리가 모여 지난 8월 발족한 연합체다. 대화와 소통의 대학문화를 창조하고, 대학가에서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출범했다. 단체는 내년 2월 새내기 교양대학을 준비할 예정이다. 대학생 RUN도 또 다른 형태로 찾아온다. 취재: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차종관, 임주영 *이 기사는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의 대학언론 대상 공유자료로도 배포됩니다.
서울대 학생사회에서 학내 자치언론을 지원해온 ‘자치언론기금(자언기)'을 해산할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총학생회 회계감사위원회가 자언기 운영을 두고 “장기간 회·세칙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기금 장의 해임과 기구 해산을 요구했고, 이에 자언기 소속 언론들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 감사”라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자언기는 학내 자치언론에 인쇄비·취재비 등을 지원하는 총학생회 산하기구로, 현재 장애 인권 문집 <디스에이블>, 시사·기획 월간지 <서울대저널>, 문예지 <스누퀼>, 성소수자 언론 <퀴어플라이> 등 4개 언론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언기 재원은 학생회비에서 배분되지만, 각 언론은 편집권과 재정 운용에서 총학생회로부터 독립된 주체라는 인식이 학생사회에서 오랫동안 공유돼 왔다.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9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제기된 자언기 예·결산 문제였다. 당시 자언기가 심사한 산하 언론의 회식비·다과비 집행을 두고 총학생회 집행부와 단과대 학생회 일부가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총학생회운영위원회(총운위)는 자언기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위원회(감사위) 설치 안건을 통과시켰다. 감사위는 약 두 달간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소명을 받는 과정을 거쳐, 11월 초 '자치언론기금 운영에 관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위는 △최근 3개 학기 동안 자언기가 준회원 모집 공고를 하지 않아 신규 언론의 진입 기회를 구조적으로 제한한 점 △자언기 위원회 구성을 총운위 인준 없이 운영해 온 점 △정회원 언론들이 사비 지출 환급을 총운위에 보고하지 않은 점 △증빙 서류에 사업 진행일·담당자·세부 내역이 빠지는 등 「재정운용세칙」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주요 위반 사항으로 적시했다. 보고서는 "장기간 회칙과 세칙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운영되어 왔다"며 "기금 운영의 투명성·공정성·책임성이 중대하게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감사위는 특히 "자치언론기금이 목적과 맞지 않는 사용 내역을 구별하고 감사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학생회칙 제54조를 근거로 자언기 장의 해임과 기구 해산을 총운위·전학대회에 요구했다. 학생회칙에 따르면, 산하기구의 장은 회칙 위반으로 운영 파행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 해임될 수 있고, 동일한 사유가 지속될 경우 해당 기구는 전학대회 의결을 거쳐 해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자언기 소속 자치언론들은 18일 공동 성명을 내고 "학생회비의 투명한 집행이라는 감사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감사위가 자치언론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집행기구와 동일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반박했다. 성명은 "자치언론은 총학생회 집행기구가 아니며, 「재정운용세칙」 적용 대상도 아니다"라며 "이를 자의적으로 확대 적용해 자치언론의 재정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취재·편집 활동의 특수성도 쟁점이다. 감사위는 취재비·다과비·도서구입비 등에 대해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사업에 사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는데, 자치언론들은 이를 "취재원 보호 원칙을 침해하는 요구"라고 봤다. 자언기 측은 의견서에서 "익명 취재가 필수적인 민감한 사안에서 취재원과 동선, 세부 내역을 학생회에 보고하라는 것은 '권력의 입맛에 맞는 글만 쓰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자료 제출 기한과 감사 방식 역시 논쟁거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위는 10월 5일 추석 연휴 중 자언기에 수십 쪽 분량의 자료를 요구하며 사흘 뒤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고, 자언기가 기한 내 회신하지 못하자 활동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자치언론 측은 "연휴 기간을 포함한 촉박한 일정과 반복된 추가 요구에도 불구하고 성실히 소명했지만, 감사보고서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개선 의지가 없다'고 단정했다"고 반발했다. 무엇보다 자치언론들이 문제 삼는 것은 '처분 수위'다. 서울대저널은 별도 의견서에서 "현재 방식이 최소 3년 이상 유지돼 왔고 전학대회나 총운위에서 공식 문제제기가 없었는데, 명확한 지침 없이 관행을 유지해 온 구성원에게 갑자기 최고 수준의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치언론기금 운영세칙에 언론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 사용 기준을 신설하고, 자언기·총운위·자치언론이 함께 의논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자언기가 해산되면 학내 자치언론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자치언론의 현실을 반영한 재정 운용 지침의 부재에 있는 만큼, 기준 마련과 소통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언기 해산 여부는 향후 총운위와 전학대회 논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기에, 학생사회 내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대 사례는 최근 대학가에서 반복되는 자치언론 압박 양상과도 맞물려 있다. 동덕여대 교지편집위원회 〈목화〉는 지난 5년 동안 이사장 비리 의혹과 대학 본부의 공학전환 추진을 비판했다가 세 차례 검열을 당했으며, 2025년에는 학교가 "독립된 언론인 만큼 자체 재원을 확보하라"며 교지편집비 지급을 사실상 중단해 폐간 위기에 몰렸다. 이에 대해 대학언론인들은 "검열에 이어 돈줄까지 죄는 전형적인 언론 통제"라고 비판해왔다. 서울과학기술대 교지편집위원회 <러비>는 지난해 교지 계좌 관리 문제를 둘러싼 특별감사와 학내 여론 악화 속에서 폐간 수순을 밟고 있다. 여성주의 교지는 더 직접적인 존폐 압박을 받는다. 건국대·홍익대·동국대·연세대 등에서 총여학생회가 해산된 이후, 이들과 맞물려 운영돼 온 여성주의 교지들은 "페미니즘 편향" "남성 역차별" 등을 이유로 폐간 요구와 혐오 공격에 시달려왔다. 최근에는 1971년부터 이어져 온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이 중앙동아리 재등록 심사에서 탈락했고, 관계자는 "인권 동아리 전반의 존속 어려움과 맞물린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원지현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은 "서울대 자언기 사안은 학생사회 내부 권력이 자치언론을 어떻게 바라보고 통제하려 하는지 묻는 시험대"라며 "감사를 통한 해산 압박보다는 자치언론의 특수성을 인정한 별도 기준과 상호 협의를 통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치언론들을 '감시·규제의 대상'이 아닌, 함께 규칙을 만들어갈 학생자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며 "서울대 학생사회의 결정이 전국 대학 학생사회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차종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자문위원(chajonggwan.me@gmail.com)
지난 2021년, 외동아들인 A씨(당시 22세)는 대학을 휴학한 후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8개월간 홀로 간병했다. 약 8개월간 입원치료로 청구된 병원비만 1,500만 원, 결국 월세가 밀리고 전화와 가스, 인터넷이 차례차례 끊겼다. 더 이상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는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를 테니, 그전에는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말했다. 힘겨운 간병과 경제적 어려움에 지칠 대로 지친 A씨는 결국 아버지를 방 안에 방치했고, 아버지는 끝내 숨졌다. 2021년 영케어러(Young Carer) 문제로 국가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간병청년 강도영(가명) 사건'이다. 현재 강도영 씨와 같은 영케어러는 정부 추산 약 18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기준 1일 평균 간병비는 12만7천원, 한 달이면 381만원. 연봉 5,4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실수령액 전액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무려 18만 명의 청년들이 홀로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령 운 좋게 돌봄을 함께할 가족이 있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족들은 24시간 계속되는 돌봄에 지쳐가고, 그로 인해 학교, 직장 등의 일상 곳곳에서 문제가 생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는 수많은 가족들이 돌봄 앞에서 좌절하게 만든다. 실제 간병 경험자의 61.2%가 간병 부담으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한 바 있다.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위험이 되는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대응을 사회・국가적으로 제도화했다. 영국은 1990년 커뮤니티케어법을 제정하여 지방정부에 지역 내 포괄적 케어서비스 제공 책임을 부여했고, 일본은 2013년부터 '병원・시설에서 지역・재택으로'를 목표로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도입했다. 스웨덴은 1950년대 재가 돌봄서비스를 도입하고, 2001년 사회서비스법을 개정해 지역의 책임과 재량을 확대하는 등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하고, 이에 따라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대폭 강화했다. 반면 대한민국은 이제껏 돌봄 제공의 책임을 민간 시설에 위임하고 최소한의 비용만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 결과, 87%의 노인들이 '살던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하지만, 간병 부담을 개인과 가정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요양 시설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그마저도 비용 문제로 열악한 시설을 선택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강도영 씨가 혼자 감당해야 했던 8개월, 그가 내려야 했던 참혹한 선택은 개인의 불행이 아니었다. 돌봄을 개인과 그 가정에 떠넘긴 국가의 실패였다. 18만 명 영케어러를 비롯한 돌봄 가정의 일상을 복원하고, 강도영 씨와 같은 안타까운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돌봄 체계의 전면적 확대가 필요하다. 돌봄은 그 필요에 따라 어떤 내용을, 어디를 통해, 어떻게 제공받을지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폭 넓은 다양성을 띠는 서비스다. 단적인 예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의 돌봄 모델이 전북특별자치도 남원과 같은 곳에 적용될 수 없다. 앞서 살펴본 영국, 일본, 스웨덴이 지방정부에 돌봄의 책임과 권한을 대폭 부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돌봄 확대의 출발점은 강도영 씨와 같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자 가장 가까운 곳, '지역'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돌봄의 확대는 당장 지원이 필요한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과 청년에게도 새로운 활력과 기회가 될 수 있다. 국가가 필수 일자리의 고용주로 역할하는 국가일자리보장모델을 활용해 지역의 돌봄인력을 대폭 확충한다면, 강도영 씨처럼 혼자 간병을 떠안아야 했던 청년들에게는 실질적 지원을,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안정적 일자리를 동시에 제공하여 개인과 지역 전체의 성장 동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 일본 나가야마는 지역 돌봄 체계를 확대하는 과정이 지역 재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역 돌봄 확대는 인력 확충 외에도 지역의료인력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화, 지역 보건·의료체계 확립 등 돌봄까지 이어지는 통합적 지원을 위해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맞아 각종 지역 공약들이 준비되는 지금, 정치권은 '돌봄'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강도영 이후 대한민국, ‘돌봄’에 대한 정치의 책임있는 자세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공백 없는 돌봄'을 향한 지역의 첫걸음으로 만들길 바란다. 양윤찬 사회민주당 청년위원회(준) 운영위원(99nahcnooy@gmail.com)
2025년 11월 4일 이민자, 무슬림, 사회주의자인 34세의 젊은 정치인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1892년 이후 최연소 뉴욕 시장에 당선되었다. 맘다니의 승리는 무엇 덕분일까. 선명한 민주사회주의 이념 덕분일까, 아니면 고물가에 지친 뉴욕 시민에게 생활 밀착형 민생 공약이 먹혀들었기 덕분일까. 둘 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 있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철저하게 현실적인 공약을 통해 확보한 청년층 중심의 자원봉사자와 유권자들이었다. 맘다니의 주요 공약 가운데 ‘비현실적’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었다. 임대료 동결, 버스 요금 폐지, 소상공인 부담 완화 같은 공약은 언뜻 보면 거대한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급진적 정책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런 공약들의 실제 설계는 철저히 뉴욕 시장이 행사할 수 있는 법적, 행정적 권한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무상 아이돌봄, 최저임금 인상처럼 뉴욕 주지사와 주 의회의 협조가 필요한 것들도 있다. (현재 뉴욕 주지사와 주 의회 다수당은 민주당이다.) 그럼에도 맘다니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기초자치단체장’으로 불리는 뉴욕 시장의 권한이 정확히 어디까지 미치는지 세밀하게 짚은 뒤, 그 안에서 ‘시장이 당선 직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 임기 안에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공약을 구성했다. 유권자들에게는 이것이 신뢰로 이어졌다. ‘당선되면 바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주면서 상대 후보가 ‘비현실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일 여지를 좁힌 것이다. 실제로 맘다니 공약을 비판한 이들조차 ‘실현 불가능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실현되면 해로운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미 대중이 열광하는 공약이라면 이런 비판은 선거 결과를 뒤집을 힘을 갖기 어렵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많은 사람들이 맘다니를 떠올릴 때 함께 떠올리는 ‘임대료 동결’ 공약이다. 뉴욕시에는 이미 전체 임대주택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100만 채의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가 존재하고, 이들의 임대료 인상률은 매년 ‘임대료 가이드라인 위원회’(RGB)가 정한다. 시장은 이 9명의 위원 전원을 임명하며, 위원회는 임대료를 동결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진다. 맘다니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새로운 법은 하나도 필요 없고, 제도는 이미 있고, 뉴욕 시장이 권한을 쥐고 있는데도 에릭 애덤스 현 시장이 그 권한을 쓰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맘다니의 ‘임대료 동결’은 ‘뉴욕의 모든 집세를 동결하겠다’는 뜬구름 잡는 선언을 한 것이 아니라 기존 제도를 활용해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를 동결하겠다는, 매우 구체적인 계획이다. 무료 버스 공약도 같은 맥락에 있다. 맘다니의 공약 이름은 Free buses(무료 버스)가 아니라 Fast, fare free buses(빠른 무료 버스)다. 사람들이 흔히 기억하는 것은 ‘버스 무료화’이지만 맘다니가 전면에 내세운 것은 사실 ‘FAST’, 즉 더 빠르고 편리한 버스를 만들기 위한 일련의 행정 조치였다. 버스 요금 무료화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부자 증세를 하는 문제는 주 의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버스를 더 빠르게 만들기 위해 버스 전용차로를 확장하고, 버스 우선 신호를 늘리고,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한 전용 하역 구역을 만들고, 카메라 단속을 강화하는 일들은 굳이 주 의회의 입법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시장과 시정부가 가진 행정 권한만으로 추진 가능한 일이다. 이미 뉴욕시에는 일정 규모의 버스 전용차로를 확보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있다. 그동안 시장과 시정부가 이를 소극적으로 집행해 왔을 뿐이다. 맘다니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있는 법을 제대로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맘다니의 유튜브 선거 영상 ‘We owe 34th Street a dedicated Busway. So where is it?’는 이런 접근법을 압축한 것이다. 1분 44초짜리 영상에서 그는 이미 다른 구역에서 성공한 버스 전용차로 사례를 먼저 보여주며 자신이 제안하는 정책이 ‘실험’이 아니라 검증된 모델이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이어 연방 교통부와 주민이 선출한 커뮤니티 보드가 이미 34번가 버스 전용차로를 권고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자신의 제안이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토대로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 다음에는 왜 이 권고가 아직도 실행되지 않았는지를 짚는다. 에릭 애덤스 현직 시장이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주제는 자연스럽게 현직 시장의 무능을 겨냥한 정치적 쟁점으로 전환된다. 마지막으로 맘다니는 자신이 시장이 되면 어떤 절차로 이 정책을 채택하고, 언제까지 실행하겠는지 구체적으로 밝힌다. 짧은 영상 하나에 성공 사례, 정당성, 책임 소재, 실행 계획이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영상은 건조한 정책 설명이 아니라 생생한 정치 서사다. 이미 성공한 사례, 권고했지만 묵살당한 전문가와 주민, 실행하지 않은 현 시장, 그리고 당선되면 실행할 후보라는 네 요소만으로도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 이야기 속에서 뉴욕 시민들은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누구를 시장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결말을 바꿀 수 있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모든 것을 유튜브 알고리즘에 맞는 길이와 리듬으로 편집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Small Business, Big Priority’ 영상도 같은 문법을 따른다. 여기서 맘다니는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추상적인 구호를 반복하지 않는다. 과태료와 각종 행정 수수료를 절반으로 줄이고,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1:1 법률·재정 컨설팅 같은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내건다. 그리고 이런 조치가 결국 시민들이 체감하는 골목 상점 물가를 낮추는 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뉴욕의 작은 식당과 가게들을 진짜로 옥죄는 문제는 ‘경기가 안 좋아서’가 아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허가 서류, 알아듣기 힘든 행정 언어, 언제 끝날지 모를 인허가 지연 속에서 임대료와 인건비가 새어나가는 구조다. 맘다니는 바로 이 현실을 겨냥해, 관료주의와 허가 비용, 과태료 부담을 줄이는 것이 곧 ‘장사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길이라고 말한다. 실제 골목 상인들이 느끼는 짜증과 불안을 언어로 정확히 포착해, 그것을 자신의 핵심 메시지인 생활비 문제와 일관되게 연결한 것이다. 이런 메시지 구조가 있었기에 맘다니 캠페인은 대규모 자원봉사자 군단을 조직할 수 있었다. 이중 특히 주목할 만한 이들은 Z세대 자원봉사자들이다. 맘다니에게 투표할 수 있는 연령도 아직 되지 않은 16세의 아키 벤야민은 맘다니의 당선을 위해 거리를 누빈 100명의 고등학생 자원봉사단의 일원이었다. 그는 “공동체의 느낌, 그리고 가깝게 느껴지는 이슈를 위해 단결하는 것”을 위해 자원봉사단에 참여했다고 말한다. 생존경쟁, 실업, COVID-19를 겪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고, 무언가의 일부가 되는 것을 갈망하던 청년층에게 맘다니의 선거 캠페인이 공동체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러므로 청년들을 비롯해 맘다니 선거 캠페인에 참여한 다양한 연령대, 문화, 인종, 언어의 10만 4천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은 단순히 ‘좋은 사람 한번 밀어보자’는 마음으로 모인 이들이 아니라 ‘맘다니의 캠페인이 왜 가능한지,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이룰 수 있는지’ 철저하게 이해한 사람들이었다.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 기간에만 가정 방문, 전화 등 직접 접촉 활동에 참여한 3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160만 번 문을 두드렸고, 24만 7천 건의 대화를 만들어 냈다. 민주당 경선 투표자 전체의 약 4분의 1과 실제로 이야기를 나눈 셈이다. 이렇게 맘다니의 캠페인은 수많은 유권자들, 특히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던 청년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냈다. 2025년 뉴욕 시장 선거에서 2021년 선거에 비해 가장 많이 투표율이 늘어난 연령대는 40대 이하 유권자였고, 이들은 부모 세대까지 맘다니에게 표를 던지도록 설득했다. 그 결과 CBS 출구조사에 따르면 18세부터 44세 유권자들은 70%가, 처음으로 투표하는 유권자들은 66%가 맘다니에게 표를 던졌다. 맘다니 캠페인의 중심에는 늘 같은 질문, ‘당선되면, 어떤 권한으로, 언제까지,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가 놓여 있었다. 이는 진보 정치가 자주 빠지는 함정인 거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출마한 자리가 가진 권한 구조를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오류를 극복한 것이다. 맘다니는 뉴욕 시장의 권한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추상적인 단어인 맘다니와 그가 속한 ‘미국 민주사회주의자’의 ‘민주사회주의’는 ‘맘다니에 투표하면 내 월세가 얼마나 줄고, 내 출근 시간이 얼마나 짧아지는지’와 연결되면서 뉴욕 시민들에게 비로소 설득력을 얻었다. 맘다니의 승리가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선거는 당선 후 주어진 권한과 현실 정치 지형을 감안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싸움이다. 비현실적인 공약은 하나도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공약은 당선된 자리가 가진 법적, 행정적 권한 안에서, 임기 안에 실제로 실행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좋은 캠페인 콘텐츠는 건조한 정책 요약이 아니라 정치 드라마여야 한다. 성공 사례, 정당성, 책임 소재, 실행 계획, 감정적 호소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 자원봉사, 조직, 대중 접촉은 부수적인 활동이 아니라 정치의 핵심이다. 대중을 만나고, 듣고, 언어를 다듬고, 메시지를 시험하는 과정 속에서만 ‘대중에게서 나와 다시 대중에게로 돌아가는’ 진짜 민생 공약이 만들어진다. 결국 선거에 나선 모든 후보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나는 이 대안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 것인가?” 그리고 “왜 다른 후보는 못하고, 나만 할 수 있는가?” 기존 정치가 ‘대안이 없다’고 말하더라도 대안은 이미 어딘가에 존재하며, 당장 실행할 수 있다.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기존 정치가 그 대안을 이해할 능력이 없거나, 그 대안이 기득권의 이해에 정면으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맘다니는 이 두 지점을 모두 정면으로 겨눴다. 이제 진보정치가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을 넘어 대안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진보당 인천청년진보당 준비위원장 이준해(junhae.lee11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