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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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중특위 3곳 '최고 수준' 징계··· 불명확한 기준에 학내 시끌

금학기 예산 50~100% 삭감···향후 기구 운영 우려

 

 

한양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가 불명확한 기준으로 중앙특별위원회(이하 중특위) 기구 3곳에 중징계를 선고해 갑작스럽게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 대상 기구들이 당혹감을 겪고 있다.

 

지난달 14일 한양대학교 총학생회는 중특위 소속 성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성소위), 장애학생인권위원회(이하 장인위), 법제위원회(이하 법제위)의 징계 공고를 게재했다.

 

공통적인 징계 사유는 '자금사용 증빙자료 미비'였고, 장인위는 '임시인준사업의 정식인준 누락'이, 법제위는 '자금 초과 지출'과 '사업 비대상자의 혜택 수령'이 추가됐다.

 

성소위와 장인위는 경고 1회·사과문 게재·금학기 총학생회비 배분액 50% 삭감, 법제위는 경고 1회·사과문 게재·금학기 총학생회비 배분액 100% 삭감 처분이 내려졌다. 1년 내 2번 이상의 경고를 받은 기구는 중운위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 해산 또는 합병을 제의할 수 있다.

 

이는 중특위에 부과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징계가 내려진 것으로 사실상 '최고 수준'의 제재다.

 

하지만 중운위의 '자금사용 증빙자료 미비' 기준이 불명확한 데다가 예년과도 크게 달라져 과도한 처분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금사용 증빙자료 미비' 항목이 근거한 총학생회칙은 자금운영세칙 제2장 제5조(증빙 원칙)다.

 

증빙 원칙 제1·2호는 거래 상대에 따라 카드전표·현금영수증·세금계산서 또는 인적사항을 증빙자료에 구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제3·4호는 제1·2호의 예외규정으로 3만 원 이상의 거래는 이체영수증과 거래내역서를 모두 구비함으로써, 3만 원 이하는 간이영수증으로 갈음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운위가 예외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 제1·2호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으며 혼란이 발생했다.

 

지난 9월 전학대회는 성소위·장인위·법제위의 지난 학기 자금사용 증빙자료 일부가 유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골자로 사업 사후 인준을 부결했다. 총학생회장은 "증빙자료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다. (총)학생회칙에 증빙자료가 다 명시돼 있다"라며 회칙에 따른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중운위는 '(자금사용 증빙의) 심각성과 중요도를 알고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는 데 의견을 모았고 경고·사과문·총학생회비 배분액 삭감을 모두 포함한 중징계를 선고했다.

 

이에 성소위와 장인위는 증빙 원칙 제3·4호에 맞춰 유효성이 미인정된 사항에 대한 추가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지난달 7일 열린 중운위 회의에 참석해 소명 절차를 진행했다.

 

성소위는 거래액에 따라 이체영수증과 거래내역서 또는 간이영수증을 제출했고 장인위는 모든 거래액이 3만 원을 넘겨 이체영수증과 거래내역서가 함께 필요했으나 거래내역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운위는 두 기구 모두에게 재차 '보다 상세한 별도의 자료가 필요하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장인위의 소명 차례 때는 ‘거래내역서’의 누락을 지적하는 대신 김기환 중앙집행위원장은 "바람직한 사례는 매출 전표다", 이재준 사범대학교 정학생회장은 "카드 전표, 현금영수증, 세금계산서가 당연히 있어야 된다"라고 하는 등 증빙 원칙 제1·2호 상 명시된 서류만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졌다.

 

홍혁민 장인위 위원장이 증빙 원칙 제1·2호 준수가 어려운 상황이 있음을 호소하며 예외규정의 효력 인정을 요구하자 이재준 사범대학교 정학생회장은 "지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한 기구의 장으로서 과연 하실 만한 말씀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총학생회장은 "회칙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지난 몇 년간 문제없이 잘 진행되어 왔다. 회칙 해석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거나 미리 파악을 한 다음 자료를 구비해야 했다"라고 했다.

 

반면 지난해 전학대회는 간이영수증, 수기로 작성된 견적서, 은행 앱 조회 내역 등 간소화된 서류도 증빙자료로써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증빙 원칙 제3·4호 상 명시된 '이체영수증'과 '거래내역서'는 '카드 전표'처럼 표준 형식이 있는 서류가 아니므로 다양한 해석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학대회와 중운위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 등 모호한 기준을 사용해 제3·4호에 대한 논의를 일축했고, 협의 부족의 책임은 집행 기구인 중특위 기구에 일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소위와 장인위는 지난해 전학대회를 바탕으로 자금거래 증빙자료를 준비했는데 이번 학기 들어 유효성 인정 기준이 많이 달라진 데다가 파악하기 어려워 징계를 피하기 힘들었다는 입장이다.

 

징계 대상 기구의 향후 운영이 위축될 우려도 제기된다. 중특위는 총학생회와 중항집행위원회가 관장하기 어려운 특수한 기능을 전담하는 기구로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경우 대체하기 어렵다.

 

홍혁민 장인위 위원장은 "예산을 항상 아껴 사용하고 회계 잔고가 0에 가깝게 운영을 하고 있다. 2학기 사업은 운영할 수 있겠으나 갑자기 필요한 사업이 생기거나 다음 학기를 꾸릴 때 지장이 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준서 성소위 위원장도 "학생 실태 조사같이 장기적으로 큰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경우 중간에 예산을 못 받게 되면 지장이 생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여러 차례 해당 사안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전학대회와 중운위가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응답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안재현 기자 (screamsol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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