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거리 문화는 단순히 상업화나 관광 조성 이전부터 이미 다층적인 예술 활동과 자생적 실험이 버무려진 공간이었다. 1980~90년대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설치미술, 퍼포먼스, 벽화, 인디음악, 그래피티 등을 선보이면서 ‘대안 예술의 무대’로 자리 잡았다. 이후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클럽 문화, 라이브 클럽 공연, 스트리트 댄스, 버스킹 문화 등이 어우러지며 지금의 홍대 인디 문화 생태계가 구축되었다.언니네 이발관, Delispice, 교감, 노브레인, 장기하와 얼굴들 등 수많은 밴드와 음악인이 홍대 클러버(클럽을 찾는 사람들)와 라이브 클럽 문화를 통해 성장해 갔고, 이들은 거리와 클럽 공간을 무대로 삼아 ‘홍대 음악’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클럽 공연장 무대에서 실험적 사운드를 시도하던 이 시절이야말로, 홍대 앞 거리와 공간이 예술가들에게 ‘가능성의 땅’이던 시기였다. 또한 당시의 홍대 앞 거리는 그래피티, 거리 미술, 벽화 프로젝트 등 상업적 장식이 아닌 도시와 삶, 저항과 표현이 교차하던 지점이었다. 수많은 청년 예술가들이 스프레이 캔을 들고 벽에 메시지를 쓰고, 거리에 그림을 그리며 이 공간을 ‘자발적 갤러리’로 바꾸곤 했다. 이처럼 홍대 문화는 ‘누군가가 디자인한 무대’가 아니라, 예술가와 주민, 상인, 방문객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쌓아 올린 공공성과 실험성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시 주도하에 시작된 '레드로드' 프로젝트는 홍대만의 다채로운 정체성을 '레드(Red)'라는 단색으로 뒤덮고, 행정 편의적인 권역으로 나누며 그 본질을 흔들고 있다. 사용자가 외면하는 공공디자인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 확보와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조성한 레드로드.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 상인, 예술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소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홍익대학교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 A 씨는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져 관리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관광차 홍대를 방문한 대구 출신 20대 남성 B씨 역시 "권역을 나눈 기준을 모르겠고, 방문하는 입장에서 동선이나 목적지 설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마포구는 레드로드 조성과 함께 KT&G 상상마당 주변 예술 활동 공간 등 기존에 다양한 문화가 혼재했던 복합문화거리를 일률적인 ‘붉은색’으로 뒤덮으며 사실상 그 문화의 한 측면을 지워버렸다. 단색으로 공간을 덧칠하는 행위는 단순히 거리의 외관을 바꾸는 것을 넘어, 오랜 시간 축적된 다양하고 자생적인 문화적 층위를 무시하고 획일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디자인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행정 주도 방식은 실제 거리 위에서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화려한 수상 실적, 그 이면의 진실 홍대 레드로드 프로젝트는 2023년 '아시아도시경관상' 본상, 2024년 '지방정부 정책대상' 우수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글로벌 도시브랜드 대상' 등을 수상하며 정책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마포구는 레드로드 조성 이후 방문객 수가 급증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복 소비 및 관광 재개 시점과 맞물린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과 2024년 동안 홍대 지역의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각각 15%와 18%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적인 관광 회복 추세와 일치하는 수치로, 레드로드의 직접적인 효과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마포구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레드로드 조성 이후 상업 시설의 매출은 평균 5% 증가했으나, 이는 홍대 지역 전체의 상업 활동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이어졌다. 방문객 수의 증가를 온전히 레드로드 프로젝트와 온전히 연결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결론이다. 기표에만 머무른 도시 디자인, '의미'가 빠졌다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 전공 이현성 교수는 현대 도시 문제와 같이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하나의 정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를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문제의 해법은 하나의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아닌,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레드로드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에 머물러 있던 홍대 문화를 행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한국의 정체성 디자인에서 가장 잘못된 것 중 하나는, 장소가 품고 있는 고유한 의미(기의)를 살릴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랜드마크, 상징색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기표에만 집중하는 편향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현대 도시 디자인이 마주한 문제의 본질을 레드로드 프로젝트에 적용한 분석이다. 이어서 그는 "레드로드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은 '빨간색'이 아니라, 그 길 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행위들을 받아낼 수 있는 플랫폼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었다"라며, "사람들이 걷기 불편해도 홍대 거리를 찾는 이유는 그곳에서 예측 불가능한 만남과 경험, 즉 '사회적 기능'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인데, 현재의 레드로드에는 이러한 고민이 부족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결국, 행정적 성과와 시각적 통일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홍대라는 '도시'가 가진 복합적인 의미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답'이 아닌 '과정'을 디자인해야 홍대 레드로드는 우리 사회의 공공디자인이 '사악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과제를 남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정답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진정한 공공디자인은 단번에 '완성'되는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때로는 갈등하고, 또 함께 개선해 나갈 수 있는 '판'을 짜는 것에 가깝다. 단순히 거리를 붉게 칠하고 구역을 나누는 행정 조치 대신 지역 예술가와 상인,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작은 실험들을 꾸준히 시도하며 점진적으로 공간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 화려한 수상 실적이나 단기적인 방문객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홍대 거리의 미래는 또 다른 색으로 덧칠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살아 움직이는 '과정'을 디자인하는 데에 달려있다. 강현지 기자(hyunji0212@g.hongik.ac.kr)
대학알리·대학언론인 네트워크(대언넷)가 주관하는 ‘대학언론인 아카데미 시그니처 코스 8기’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대학언론인 아카데미는 대학언론인과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을 위해 무료로 제공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번 8기는 지난 9월 8일부터 9월 29일까지 약 3주간 진행됐으며, 총 11명의 현직 언론인 및 전문가가 13개의 강의를 맡았다. 8기에는 총 84명의 수강생이 참여해 실무 중심의 강연과 네트워킹을 이어갔다. 첫째 주에는 정한진 KBS 시청자센터 미디어교육팀 팀장의 ‘방송 현장의 사례로 살펴보는 데이터 저널리즘’, 백소아 한겨레 기자의 ‘보도사진 찍기와 활용’, 박수정 스브스뉴스 PD의 ‘안 본 사람은 있어도 보고 지나치는 사람은 없는 콘텐츠’,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의 ‘어제의 생각이 담긴 오늘의 낡은 표현과 이별하기’ 강의가 진행됐다. 둘째 주에는 최영준 구글 뉴스랩 티칭펠로우의 ‘발제에 효과적인 검색법’, 박유찬 조감독의 ‘무대 뒤의 커뮤니케이션 : 아이돌 콘서트 VCR은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까’, 홍지형 법무법인 리버티 변호사의 ‘언론보도 법적분쟁 예방과 대응’,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의 ‘탐사보도의 경험과 기획’ 강의가 이어졌다. 셋째 주에는 최영준 구글 뉴스랩 티칭펠로우의 ‘AI 도구 활용법’, 김영건 쿠키뉴스 기자의 ‘‘덕업일치’ 스포츠 기자, 꿈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 심하연 쿠키뉴스 기자의 ‘스트레이트 기사 쓰기 : 무너지지 않는 뼈대 세우는 법’, 김준환 한국대학신문 기자의 ‘기자는 어떻게 기사를 만드나, 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강의가 진행됐으며, 넷째 주에는 최영준 구글 뉴스랩 티칭펠로우의 ‘오픈소스 조사도구 활용법’ 강의를 마지막으로 약 3주간의 여정을 마쳤다. 기하늘 대학알리 대표는 “대학알리 대표로서 4회의 아카데미를 함께했다”며 “차기 대표와 사무국이 더 좋은 강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인수인계와 만족도 조사 기록 등을 체계적으로 전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학언론인 아카데미 시그니처 코스 9기는 내년 3월경에 진행될 예정이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달 17일부터 26일까지 부산에서 열렸다. 열흘 동안 328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총 23만 8,697명의 관객이 영화제 현장을 찾았다. 9월 25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는 ‘와이드앵글 -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선정작 가 상영됐다. 해당 섹션은 영화의 시선을 확장해 색다르고 차별화된 비전을 담은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영화는 앞서 2025 칸영화제 ACID 부문에도 초청된 바 있다. ACID는 프랑스 독립영화 배급협회가 주관하는 비경쟁 섹션으로, 독창적인 독립영화를 발굴하고 배급 기회를 넓히는 데 주력한다. 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가자 지구에 남은 사진작가 파템 하수나와, 이란 출신으로 프랑스에 망명 중인 세피데 파르시 감독의 화상 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파르시 감독은 13세에 이란 혁명을 겪고, 16세에 반체제 활동으로 투옥됐다. 18세에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영화 제작 당시에도 유배자 신분이었다. 파르시 감독은 2024년 4월부터 약 1년간 이어간 두 사람의 화상 통화 대화를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는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을 중심으로, 전쟁 보도 뉴스 화면과 파템이 직접 촬영한 가자 지구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준다. 영화의 제목은 파템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폭격이 매일 이어져 건물이 무너지고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신이 마치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에게 평범한 청년의 일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 상황에서도 파템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는 “이런 (폭격이 계속되는) 삶에도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아직 가자 지구를 벗어나 본 적은 없지만, “바깥에 다른 세상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희망을 놓지 않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불안정한 통화 연결, 화면 너머 들려오는 폭격 소리, 담담히 가족의 죽음을 전하는 파템의 모습은 폭력적인 장면 없이도 전쟁의 위협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도 ‘살아 있는 목소리의 힘’으로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파템은 가자 지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이곳에 남아 모든 것을 기록(document)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인다. 두 사람의 마지막 통화에선 영화가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고, 파템을 초대하겠다는 약속이 이루어진다. 기뻐하는 파템의 모습으로 통화는 마무리된다. 그러나 곧 영화에서 전해지는 파템의 죽음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절망을 드러낸다. “언젠가 만나자”던 두 사람의 약속은 허공을 떠돌며 관객의 마음을 오랫동안 붙잡는다. 상영 후 이어진 GV에서 진행자는 마지막 통화 장면을 영화에 포함한 이유를 물었다. 감독은 “많이 고민했지만, 영화 출품 소식 이후 파템이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되어 살해되었기 때문에 반드시 그 장면을 담아야 했다”고 답했다. 이어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희생됐다고 덧붙였다. 한 관객은 실제 뉴스 화면을 카메라로 다시 담은 이유를 물었다. 감독은 “뉴스조차도 미디어가 변형한 이야기이기에 개인적 의견을 담고 싶었다”며 “줌인이나 블러 처리, 화면에 비친 나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 등으로 의도된 연출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객은 “뉴스로만 접하던 사건들이 한 사람의 살아 있는 이야기로 다가왔다”는 감상을 남기며 영화의 제작 의도를 물었다. 감독은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그저 가자 지구 사람들은 폭격 속에서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시오니스트 프로파간다(이스라엘 정부를 옹호하는 편향된 메시지나 선전 활동) 속에서 비인간화되고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의 삶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이란 독재가 심화하고, 가자 지구 학살도 계속되고 있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어디서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고, 그를 위해 모두가 함께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자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감독은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150척의 배가 식량과 지원품을 싣고 가자 지구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각자의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해 계속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는 화려한 연출이나 기술 없이 한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함으로써 다큐멘터리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는 파템을 비롯해 전쟁에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스크린에 계속해서 불러낸다. 그들의 삶과 이야기는 더 많은 관객에게 전해지며 깊은 울림을 남길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연대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작품 정보] (2025, 112분) 감독: 세피데 파르시 / 출연: 파템 하수나 / 제작사: REVES D′EAU 박서연 기자(syeone319@gmail.com)
청년 주거 안정을 목표로 추진되는 다양한 공공주택 정책들이 정작 필요한 이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학업을 위해 주거지가 절실한 대학생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년 공공주택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공급·지원하는 저렴한 임대주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행복주택, 서울시의 청년안심주택이 대표적이다. 시세 대비 60~80% 수준으로, 낮은 보증금과 임대료가 장점이다. 대부분의 청년 전용 공공주택은 연령, 무주택 여부, 소득·자산 기준은 물론 주소지 요건까지 충족해야 한다. LH 홈페이지에 공시된 정보에 따르면 청년 매입주택의 입주 자격은 ▲무주택 요건 충족 ▲소득·자산 기준 충족 ▲미혼 청년(만 19~39세), 대학생(입학·복학 예정자 포함), 취업준비생(졸업·중퇴 2년 이내 미취업자) 등이다. 이중 소득·자산 기준은 순위별로 나뉜다. △1순위는 생계·주거·의료급여 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2순위는 본인과 부모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00% 이하이면서 국민임대 자산 기준 충족 △3순위는 본인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1인 가구 월평균 소득 100% 이하이면서 행복주택(청년) 자산 기준 충족 시 신청할 수 있다. 자산 요건은 △부동산·토지를 포함한 총자산 3억4,500만 원 이하 △자동차 3,708만 원 이하(2023년 기준)여야 한다. 그러나 대학생의 경우 부모의 소득과 자산이 합산되는 △2순위 자격 기준에 따라 탈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대학생의 경우, 학업으로 인해 소득이 없거나 적어 부모로부터 완전한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23년 구인·구직 전문 플랫폼 '알바천국'이 20대 1천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8%가 아직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했으며 부모님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답했다. 이중 대학생의 응답률은 97%에 달한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에 재학 중인 A 씨(27)는 “이제 자립을 하고 싶어 학교 근처 공공주택을 알아봤지만, 부모 자산과 제 자산을 합산한 조건으로 기준을 초과해 떨어졌다”며 “나중에는 자격 요건이 너무 복잡해 신청을 포기했고, 결국 비싼 월세를 내고 일반 자취방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청년 주택 관련 정책 정보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거복지사업만 해도 행복주택, 청년 전세임대정책 등 8가지 종류가 운영되고 있으며, 서울시의 청년안심주택 등 각 지자체 공공주택까지 포함하면 종류와 운영 주체는 훨씬 다양하다. 각각 모집 공고와 일정이 달라 청년들은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동국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B 씨(22)는 “원룸은 부동산 앱으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공공주택은 세세한 조건과 모집 공고를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며 “공공주택 정책이 다소 산발적으로 돼 있어 헷갈리고 정보를 놓치기 쉽다”고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주택임에도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점 또한 문제다. 서울시의 청년안심주택에서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일부 임대 사업자가 세입자 보증금을 지켜주기 위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지 않고,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설정하는 권리인 ‘근저당’을 보증금보다 큰 금액으로 잡아두는 경우가 많아서다. 세입자가 낸 보증금보다 은행이 먼저 가져갈 돈이 더 많아져 세입자에게 돈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 8월 22일, 서울 잠실센트럴파크 청년주택 세입자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안심주택의 부실 운영과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시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청년 공공주택 정책이 청년과 대학생 주거 안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보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아름 기자 (areumsecond@gmail.com)
지난 9월 27일, 전국 7개 지역에서 ‘9.27 기후정의행진’이 동시에 진행됐다. 공통 슬로건인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는 12.3 비상계엄 이후, 광장에서 확인한 민주주의의 힘을 기후정의 운동까지 이어가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의지를 바탕으로 열린 ‘9.27 충북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앞 광장으로 시민들이 모였다. 이날 참여자들은 기후정의에 기반한 사회 전환을 목표로 다음과 같은 6대 요구안을 공유했다.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환 계획 수립 ▲탈핵·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 ▲반도체·AI 산업 육성, 신공항·4대강·국립공원 케이블카·신규 댐 등 생태계 파괴사업 중단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 및 사회공공성 강화 ▲농민 권리와 생태친환경 농업 전환, 먹거리 기본권 보장 ▲전쟁과 학살 종식 및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수출 중단 ‘9.27 충북 기후정의행진’은 오후 1시, 사전부스 행사로 시작됐다. 각 부스는 노동권, 장애인 권리, 동물권 등을 주제로 두어 여러 주체, 의제들과 기후 위기 간의 관계성을 상기하게 했다. 한쪽에는 주최 측이 청주공항 민간활주로, 음성 LNG발전소, 영동 송전선로 등 충북 지역의 기후위기 현안을 알 수 있는 지도도 세워뒀다. 이후, 본집회는 3시부터 진행됐다. 단상에 선 권임경 공공운수노조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충북지회장은 “움직이기 어렵고 정보를 얻기 힘들며 대피조차 쉽지 않은 장애인은 언제나 가장 먼저,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다”라며 기후 위기의 불평등한 영향을 언급했다. 다른 발언자들도 각자의 삶에서 마주한 현실을 증언하며 기후정의를 말했다. 충북 영동 추풍령중학교의 김기훈 교사는 “여성, 장애인, 이주민, 노동자, 농민, 그리고 비인간까지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손을 맞잡자”라고 외쳤다. 청소년들도 함께 했다. 진천 은여울고등학교 운예서 학생은 “어릴 적 당연했던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이제는 드문 풍경이 됐다”라며, “내 추억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지키고 싶다”라고 발언했다. 본집회를 마친 참여자들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출발해 상당공원사거리를 거쳐 충북도의회까지 약 2.4km를 행진했다. 선두에 선 풍물패의 가락과 함께 도로 위 참여자들은 구호를 외쳤다. 행진 갈무리 무렵에는 약 5분간 상당공원사거리 도로에 누워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펼치며 기후재난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 행진이 마무리된 후, ’9.27 충북 기후정의행진’의 기획단으로 참여한 충북대학교 재학생 송민재 씨는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참여하기 어려운데, 지역에서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9.27 충북 기후정의행진’은 시민들이 생활과 보다 가까운 공간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기후정의 의제를 공유하는 기회가 됐다. 이번 ‘9.27 기후정의행진’이 전국 7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된 만큼, 지역 단위에 뿌리를 둔 연대가 단단히 퍼져 계속해서 광장을 잇길 기대해 본다. 최산 기자(choisanmail@gmail.com)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927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서십자각 터 앞에서는 수어통역과 유튜브 중계를 동반한 오픈마이크(20여명 참여) 등 사전행사가 집행됐으며, 인도 일대에서는 다양한 시민단체의 부스가 마련됐다. 동십자각에서는 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이지현 참여연대 활동가의 사회를 통해 본집회가 진행됐다. 본집회가 끝난 후 행사 참여자들은 저녁이 되기 전까지 세종대로-을지로-우정국로 일대를 행진했다. 927기후정의행진의 6대 요구안은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환 계획 수립 △탈핵·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 △성장과 대기업을 위한 반도체·AI 산업 육성 재검토,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강화 △농업·농민의 지속가능성 보장, 먹거리 기본권 수립 △전쟁과 학살 종식,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 수출 중단 등이다.
대학언론에 ‘위기’라는 꼬리표가 달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 대한언론은 오늘도 위기다. 위기론의 지속은 ‘무엇이’ 위기인지, ‘얼마나’ 위기인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조차 희박하게 만든다. [대학언론 대담]은 방향 전환의 시도다. 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대학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 그들이 느끼는 뿌듯함,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 그들이 떠올린 해결책을 듣는다. 정답은 없다. 명확한 해결 방안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대학언론인들은 여전히 대학언론이 존재해야 한다고, 대학언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왜’와 ‘어떻게’다. 대학언론은 왜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수지(이) : 안녕하세요. <제주대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국어국문학과 24학번 이수지입니다. 최혜민(최) : 안녕하세요. <제주대신문> 취재보도부장으로 활동하는 철학과 24학번 최혜민입니다. Q. <제주대신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이 : <제주대신문>은 1954년에 창간되어 올해 73주년을 맞고 있습니다. 이번 9월 10일, 1085호가 발행됐습니다. 신문은 한 달에 한 번, 1년에 총 12번 발행합니다. 주로 개강하는 달인 3월과 9월에 두 번씩 나오며, 7월과 1월은 신문이 나오지 않습니다. 편집회의는 신문이 발행되기 2주 전에 다 같이 모여 진행하고 있어요. 편집회의에선 각 기자가 취재 계획서를 발표합니다. 이때, 취재 아이템과 더불어 타 학보사와 지역 신문의 기사도 하나 이상씩 공유하면서 다른 신문의 구성을 함께 참고하기도 해요. 다른 학보사들은 어떠한 기사를 보도하는지, 최근 이슈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편집회의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최 : <제주대신문>은 총 8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3면이 보도 면으로 학내 이슈를 다루고 있고, 4면 기획, 5면은 학술, 6면 지역사회, 7면 오피니언, 8면 문화면으로 이뤄집니다. 1~3면 보도에는 다양한 학내 이슈가 나옵니다. 특히 요즘은 공공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모든 학생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죠. 기숙사, 학생회, 동아리, 시설 문제 등 보도할 이야기는 많지만, 자문자답하며 현상을 다시 한번 생각해요. 데스크의 게이트키핑 과정 등을 거치면서 기삿거리인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기사 기획부터 발행까지의 모든 과정을 “ 스스로 해내고 있다”는 것에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신문을 인쇄하는 작업만 지역 신문사인 ‘한라일보’ 윤전기를 이용하고 있고, 인쇄 전 마무리 단계까지 학생 기자가 하고 있습니다. 기사 쓰는 것도 물론 어렵지만, 편집도 만만치 않게 어려워요. 이 : <제주대신문>은 73주년이라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어요. 과거엔 지금은 상상조차 못 할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습니다. 학보사가 창간된 지 10년이 되지 않을 무렵에는 제대로 된 공간은커녕 주간 교수와의 마찰 등으로 학보사에 남아 있는 기자가 없었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해요. 또 1980년에는 정부의 민주화 운동 탄압으로 인해 신문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어요. 그러한 과도기 동안 학보사 선배님들께서 <제주대신문>을 견고하게 지켜주었기에 지금의 <제주대신문>이 있지 않나 싶어요. 최 : 선배님들이 계신 ‘제주대신문 동우회’ 역시 순탄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직 기자들도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동우회에 참가해서 선배 기자님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실제 선배 기자님들의 당시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구나”를 느끼기도 해요(웃음). 이 : 지금 <제주대신문>이 쓰는 공간이 공사 중이에요. 원래는 대학본부가 있는 본관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본관 건물이 AI융복합관으로 리모델링되면서 <제주대신문> 공간도 함께 바뀌고 있습니다. 본부에 있던 기획처 같은 다른 부서들은 이미 다른 건물로 옮겨갔지만, <제주대신문>은 앞으로 새로 지어질 AI융복합관 안에 자리를 얻게 될 예정이에요. 최 : AI융복합관은 쉽게 말하면 중앙도서관과 디지털도서관을 합쳐 놓은 공간이라고 보시면 돼요.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게 될 곳이라 기대가 큰데요, 그래서 AI융복합관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제주대신문>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성과 활용도가 예전보다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언제 처음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이 : 부장님과 저 둘 다 2024년 11월에 입사했습니다. 당시 74기 수습기자 추가 모집을 하고 있었고, 평소에도 신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최 : 저희 모두 인문대학 글쓰기 동아리를 하고 있었는데, 기자 역시 글쓰기가 많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지원하게 되었고, 이렇게 같이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네요. Q. 기성언론과 대학언론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 : ‘대학언론’은 20대가 주체인 ‘대학의 기록물’이라고 생각해요. 지역 일간지 같은 기성 언론에 비해 대학의 이슈와 사건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기도 하고, 인터뷰이의 대부분이 학생들이에요. 대학언론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학생 기자가 보도하는 언론이라고 생각해요. <제주대신문> 역시 과거 학생 운동을 주도하고 보도했던 학보사예요. 그렇기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더욱 구체적으로, 적극적으로 보도한다고 생각해요. Q. 현재 대학언론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최 :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학보사의 입지와 영향력에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학보사는 학내 이야기를 다루고, 그 내용을 정리해 신문으로 발행하는 부서이지만, 사람들은 종종 ‘학교 소식지’라고 오해하는 것 같아요. 학교 운영에 대한 비판 기사를 작성하면, 연락이 와서 “왜 이렇게 작성했냐”고 여쭙는 경우가 꽤 있어요. 반대로 인터뷰를 요청할 때부터 거절하는 경우도 허다해요. 우리는 이 이슈를 취재해서 학내 구성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소식지’라는 편견 때문인지 대학 본부는 좋은 이야기만 담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듯합니다. 이 : 신문이 발행된 이후 학내 구성원의 반응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많은 노력 끝에 신문이 나와도, 학생들은 신문을 읽지 않아요. 문제를 지적하고 관련한 자료조사, 인터뷰, 현장 방문 등 다양한 내용을 실어도 학생들은 무반응이에요. 그럴 때 조금 답답하고, 아쉽죠. 오히려 신문 나오길 기다리는 건 대학 본부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우리는 학생들을 위한 기사를 쓰고 있는 건데 말이죠. 최 : 그렇다고 외부의 관심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또 아니에요. 반대로 생각하면, 학보사의 내부 문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신문을 읽지 않은 세대가 신문을 만든다”는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신문을 만드는 저희 역시 신문의 이해도가 높다고 자부할 수 없죠. 그런 말을 들을 땐 오히려 신문에 대해 우리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에 내부에서도 신문 스크랩을 공유하고, 일부러 더 찾아보면서 신문에 애정을 갖고, 배우고 있죠. 일반 신문을 보면서 배울 건 아직도 많은 것 같아요. Q. <제주대신문>의 위기는 무엇일지. 이 :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인력난이에요. 학내 구성원 중에서도 선뜻 신문사에 지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면접 당시엔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수습 기간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수습기자 추가 모집은 거의 일상이 됐죠. 최 : 또 다른 문제라면 ‘대학언론 간의 네트워크 문제’에요. 제주의 지역 특성상 다른 지역과 교류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른 학보사 신문들을 보면, 같은 지역의 학보사끼리 서로 기사를 써주거나, 협력하는 사례를 종종 봐요. 저희는 그렇게 운영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죠. <제주대신문>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는 하고 있어요. 지난 2월에 학보사 기자들이 직접 부산 취재를 기획해 다녀온 적이 있어요. 학보사라면 채널PNU, 동아대학보에 방문해서 학보사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어요. 다른 학보사들을 가보니 지속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 작년 6월경 경북대신문이 1700호를 맞았을 때, 지면에 실린 타대학 학보사의 ‘축사’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각기 다른 캠퍼스에 있지만,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같은 사명감으로 신문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어요. <제주대신문>을 향한 응원이 아니지만, 저희에게도 굉장히 와닿았어요. 이런 모습을 보며, 저희도 타대학 학보사와의 촘촘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서 지속적으로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것 역시 대학언론의 위기 시대에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Q. 대학언론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최 : 신문의 친근함을 강조하고 싶어요. 실제로 <제주대신문>은 학내 구성원들이 신문을 조금이라도 더 친근하게 생각하고, 신문이 자주 노출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하고 있어요. 각 단과대 입구마다 신문 가판대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학생들의 이용률이 높은 스터디카페에도 신문 거치대를 배치했어요. 아무래도 입구는 쉽게 지나치는 경우가 있잖아요. 스터디카페가 공공성과 접근성 등을 고려했을 땐 신문을 배치하기 가장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어요. 이 : ‘뉴미디어’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올해부터 ‘SNS 전담기자’를 뽑고 있어요. 신문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SNS를 직접 맡아 운영할 기자를 고용했어요. 일러스트 기자 역시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제주대신문> 7면 오피니언 칸을 많이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오피니언의 경우, 다른 지면과 달리 학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기존엔 제주대학교 졸업생을 위주로 담았다면, 지금은 재학생 위주로 구성하려고 해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신문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 다양한 학과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요청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올해 제주대신문 ‘독자위원회’를 신설했어요. ‘독자위원회’는 학내 구성원 중 공개 모집으로 선발됐어요. 신문이 발행될 때마다 ‘독자위원회’를 만나 신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독자위원회’가 직접 저희에게 피드백하는 방식이에요. 이런 기사에는 어떤 부분이 더 들어가면 좋겠다거나, 최근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이슈를 공유하기도 하죠. 오피니언 면에 ‘독자위원회’가 직접 기고도 하고 있어요. ‘독자위원회’는 <제주대신문> 기자들과 함께 신문을 만들어가는 멋진 조력자분들이라고 생각해요. Q. 발행부수 감소, 신문에 끼치는 영향은 없을지. 최 : 과거엔 8,000부를 발행했지만, 올해부터 5,000부로 발행부수를 줄였어요. 자연스러운 순리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PDF를 사용하면서, 신문 기사에 대한 접근도가 높아졌다면 옳은 방법일 수도 있잖아요. 대학언론은 영리를 추구하거나, 신문을 발행하며 얻는 수익에 집착하지 않으니까요. 저희는 이렇게 학교의 역사를 써내려나가는 ‘기록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지, 자본에 대한 대가를 바라는게 아니에요. 신문 발행은 ‘기록의 의미’이기에 발행부수는 크게 중요치 않아요. 이 : 발행부수가 많다고 신문의 힘과 권력이 세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고정으로 나오는 <제주대신문>의 8면이 얼마나 알차게 구성되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잘 담겨져 있는지가 신문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Q. 대학언론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이 : ‘신문에 대한 관심’인듯 해요. 물론 대학언론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운영비 등 많은 요소가 필요할 거예요. 하지만 우선 학내 구성원들이 신문의 ‘존재’, ‘발행’, ‘기사 내용’만이라도 관심을 두면 좋겠어요. 조금 더 나아가서 학교의 운영 상황도 눈여겨보면 좋을 거 같아요. 학내 소식 중 더 깊게 알고 싶거나, 제보하고 싶은 이슈가 있다면 언제든지 신문사로 찾아왔으면 해요. 학생의 목소리와 힘이 세져야 학보사의 힘도 같이 커질 수 있어요. 신문사를 본인과 관련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독자가 1명이라도 남아있다면 <제주대신문>은 계속될 거라 생각해요. 신문을 읽는 학생들을 위해 저희는 계속해서 신문을 만들 거예요. 최 : 내부적으로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전통 미디어의 상징인 신문이 현대 사회에선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결국 <제주대신문> 내부에서도 신문의 이해도를 높이고, 신문에 대한 애정을 보여야 해요. 그래야 그 애정이 신문에 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우리가 더 노력하고, 더 신경 쓰면 대학언론은 지속될 수 있을 거예요. 대학언론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 위기는 단순한 소멸의 징후가 아닌,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시기일 수도 있다. 대학언론인이자 대학 역사의 ‘기록자’들의 치열한 고민과 실현이 이어지고 있다면, 대학언론의 위기는 곧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즉 대학언론의 내일은 오늘의 대학언론인들의 손끝으로 만들어진다. 송연주 기자(thdduswn915@naver.com)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지난 6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과기대) 향학로 부근에 걸린 문구다. 퀴어 동아리 ‘큐민’의 홍보 현수막이었다. 우리가 매일 거니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퀴어는 과연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큐민의 구성원 유고, 서기, 리타(가명)를 만나 퀴어의 삶과 고민,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미래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큐민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유고 : 큐민은 과기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퀴어 동아리입니다. ‘퀴어(Queer)’의 ‘큐(Q)’와 ‘백성 민, 사람 민(民)’을 합쳐서 ‘큐민’이라고 지었어요. “퀴어인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직 공식 중앙동아리는 아니고 비공식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성소수자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현재 20명 조금 넘는 인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Q. 큐민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유고 : 과기대에 성소수자 동아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글들이 에브리타임 성소수자 게시판에 올라왔어요. 리타가 “없으면 내가 만들겠다”라고 올린 글을 보고, 제가 연락해 동아리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성소수자 동아리 ‘큰따옴표’가 있었지만, 2023년도 말에 공식적으로 활동을 종료했어요. (큰따옴표가 어떻게 사라지게 됐는지 궁금해요.) 학칙상 각 중앙동아리의 일정 인원이 공식 회의에 참여해야 하는데, 동아리 특성상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그 자리에 나갈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회의 불참으로 인한 벌점 누적 등의 이유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Q. 올해 5월에 진행한 인권영화제, 그리고 6월에 게시한 홍보 포스터와 현수막 활동에 대한 학내 반응은 어땠나요? 유고 : 5월에 열린 인권영화제는 학생인권위원회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인권 관련 영화를 상영하고 해설을 덧붙이는 등 운동적 맥락을 강화하려 노력한 경험이라 의미 있었어요. 6월에 진행한 포스터와 현수막 활동은 반응이 꽤 뜨거웠습니다. 포스터를 본 지인들이 직접 연락해 주기도 했고, 부원 모집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무엇보다 학내에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시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이 외에도 내부적으로 정기 모임을 자주 가지고 있고, MT에서 퀴즈나 디제잉 같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조인트(다른 학교들과의 모임)’를 통해 퀴어 커뮤니티를 과기대에서 다른 곳으로 확장하기도 했어요. Q: 특히 포스터에 담긴 재치 있는 문구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유고 : 무엇보다 과기대라는 장소가 지니는 맥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학교 시설이나 공간적 의미와 결합한 문구로 “우리가 과기대에 존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곧 2학기 모집 포스터를 게시할 예정이고, 내년 6월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에도 또 시도해 볼 계획입니다. Q. 과거에 존재했던 퀴어 동아리 ‘큰따옴표’, 페미니즘 학술동아리 ‘라이츠’, 교지편집위원회 ‘러비’ 등이 사라진 지금, 큐민이 학내에서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기구로서 외롭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유고 : 큐민이 소수자를 대표하는 ‘유일한 기구’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러워요. 학생인권위원회나 공립대 지원 사업으로 운영되는 스타라이트 같은 인권 단체도 있으니까요. 사실 저희는 커뮤니티 안에서 즐거운 것이 1순위에요. 항상 저희 자신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기관들과 인권적 맥락이 일치하지 않아도 아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두 단체가 있어 필요할 때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창구가 있는 셈이기도 하고요. Q. 그렇다면 앞으로 큐민이 공식적인 위치를 갖추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유고 : 현재 가동아리 등록을 준비하고 있어요. 예전에 ‘큰따옴표’라는 공식 동아리가 있었던 만큼, 저희도 다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서기 : 급하게 진행하기보단 현재 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굳힌 다음에 자리 잡으려고 해요. 아직 동아리가 구성된 지 한 학기 반밖에 되지 않아 동아리 체제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서요. Q. 현재 서울과기대 학내의 젠더·인권 감수성은 어떤 수준이라고 느끼시나요? 유고 : 학교 홍보 영상 중에 남학생 간의 로맨스를 연출한 영상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재밌다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저희는 퀴어가 아닌 사람들이 퀴어적 요소를 셀링 포인트로 삼는 ‘퀴어베이팅’을 부정적으로 봐요. 과기대가 인권 의식이 강조된 학교라고 생각하지 않긴 했지만, 그런 영상으로 학교를 홍보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죠. 물론 그 영상이 과기대 학생 전체의 인식을 대표하진 않겠지만, 퀴어적 요소를 다루면서도 관련 기관에 자문할 수는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리타 : 과기대가 공대 위주 학교이다 보니 인문학적 지식이나 젠더·인권 감수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희 홍보 포스터나 인권영화제 포스터가 훼손된 경우도 있었고요. 다른 포스터들에 비해 심하게 거부감을 드러내는 걸 보면 악의가 담겨있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교내 다른 인권 단체들이 있으니, 앞으로 발전될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Q. 일상에서, 혹은 대학에서의 ‘퀴어의 삶’에 대해 직접 설명해 주신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유고 : 저는 시스젠더(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자신의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게이예요. 사회 인식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정체성을 밝혔을 때 혐오 발언을 듣거나 지인들이 거리를 두는 경우가 있어요. 겉으로는 남성 이성애자로 ‘패싱’될 여지가 있어 나름 편하게 살아왔다고도 할 수 있지만, 완전히 드러내고 살기엔 여전히 어렵습니다. 리타 : 저는 트랜스젠더로서의 입장을 말씀드릴게요. 대학 생활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이 많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 자신이 깎여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화장실 문제도 있고요. 아직 성 중립 화장실이 갖춰진 대학이 많지 않아서, 고민하게 될 때가 많아요. 서기 :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깎여나가는 게 가장 크게 느껴져요. 기성세대의 젠더 감수성이나 퀴어에 대한 인식이 폭넓지 않으니까, 부모님과의 갈등이 가장 크죠. 또 사실 남들은 내색을 잘 안 하지만, 가까운 친구일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 인간관계가 깨지는 건 감수해야 해요. 리타 : 우리 사회에 성별 규범이 아직 많이 남아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트랜스젠더는 성별 규범을 따르라는 요구와 동시에 ‘페미니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도덕적 코르셋을 부여받기도 해요. 코르셋을 요구받으면서도, 탈코르셋을 요구받기도 하는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개인의 행동이나 꾸밈에 대해 검열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Q. 가족과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유고 : 어머니는 제 정체성을 알고 계시는데, 자식을 낳지 않는다는 사실에 내심 서운해하시는 것 같아요. 그럴 땐 가부장적 제도가 저희를 옥죄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친구 관계도 힘들지만, 아무래도 가족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누구보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면서도 선택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리타 :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했지만,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제 잘못이 아닌데도 부모님께 불행을 안겨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죄책감에 힘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족들과도 배타적인 바운더리가 생기곤 해요. Q. 퀴어로서의 삶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을까요? 유고 : 퀴어 커뮤니티요. 퀴어이기 때문에 알게 된 사람들이 많고, 그분들이 정말 소중해요. 인생에서 손해 보는 것이 많지만, 이 사람들을 만난 건 작은 축복처럼 느껴져요. 전공과 나이가 다양한 사람들이 퀴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친해질 수 있잖아요. 서로 존중하면서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삶의 힘든 점을 공유하면서 커뮤니티가 더욱 견고해지는 것 같아요. 서기 : 사실 퀴어라고 해서 다른 커뮤니티랑 다를 건 없어요. 만약 제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저 혼자만 알고 있으면 외롭겠죠. 그런데 이 게임에 대한 커뮤니티가 있다면 사람들과 게임 이야기는 물론이고, 다른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잖아요. 게임은 그저 그 사람들을 모이게 해준 매개체 역할을 한 거예요. 퀴어도 마찬가지죠. 리타 : 퀴어 커뮤니티는 다른 집단에 비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더 많은 교차성을 가져요. 최근 계엄 상황에서 광장에 나갔을 때도 퀴어뿐만 아니라 노동·장애인 인권 단체들과 연대할 수 있었어요. 제가 퀴어가 아니었다면 이런 사회적 문제들에 이만큼 관심을 가지고 연대할 수 있었을까요? 퀴어 커뮤니티의 존재가 제 삶에 주는 가장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해요. Q. 대학 사회에서 ‘퀴어성’, 혹은 더 넓게 ‘소수자성’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시나요? 유고 : 퀴어성은 “받아들여지지 못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지니는 특성이라고 봐요. 퀴어가 ‘이상하다’라는 뜻을 가지잖아요. 각자 자신의 ‘이상함’을 안고 살아가는 거죠. 소수자성은 “차별받고 있다는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 자각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이걸 피해의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차별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명확한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우울감에 빠지거나 폭력적으로 감정을 발산하지 않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소수자성을 발현하기도 하는 거죠. 결국 퀴어성이나 소수자성은 받아들여지지 못한 감각과 차별받은 경험을 담아두면서도, 서로 공감하고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리타 : 퀴어성이나 소수자성은 정상성 사회를 횡단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지닌 소수자성이 대학이라는 경직된 사회에서 굳어진 것들을 깰 수 있도록 기능하면 좋겠어요. 퀴어 집단은 교차성이 많아서 인권 문제를 비롯한 여러 담론이 형성되기에 좋은 배경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Q. 최근 새로 임명된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이 차별금지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고 : 정말 감사하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법안이 발의된다고 해서 바로 적용되는 건 아니니까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에는 언제나 긍정적이고, 성소수자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잘 발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기 : 긍정적 입장은 좋지만, 의심도 가는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 키워드가 정치권에서 이용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항상 입장만 표명하고 실제 발의 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도 법안 발의가 되기 전까진 중립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리타 : 차별금지법이 노무현 정권 때 이미 발의됐지만, 너무 길고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곧 통과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별금지’라는 어감이 강해서 그렇지, 사실 강력한 법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한 걸음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기대해요. 단순히 진보 진영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명분으로만 활용되지 않고 유의미한 성과를 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생활동반자법이 동성혼 합법화로 가는 중간 단계로 거론되곤 하는데, 큐민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요. 유고 : 사실 무성애자 입장에서 생활동반자법과 동성혼 합법화는 아예 다른 개념의 법안이에요. 그분들은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생활 동반자가 필요하거든요. 생활동반자법이 동성혼 합법화로 가는 중간 단계라기보다는 따로 떼어놓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동성애자들에게 생활동반자법은 ‘꿩 대신 닭’ 같은 느낌이고, 그 자체로 1순위는 아니에요. 리타 : 생활동반자법이 동성혼 합법화의 중간 단계라는 건 반대 진영의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그 둘은 완전히 다른 문제예요. 물론 생활동반자법에 퀴어적 맥락이 없는 건 아니죠. 퀴어는 혈연 가족으로부터 내쳐지는 상황이 많아서 대안 가족을 형성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동성혼 법제화 전에 생활동반자법이 만들어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너희 이거 해줬잖아”로 이어질까 봐 걱정되기도 해요. 하지만 생활 동반자와 결혼은 전혀 다르니까, 여기서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큐민이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유고 : 꾸준한 정기 모임과 다양한 콘텐츠로 퀴어 커뮤니티를 더 견고하게 하고 싶어요. 성소수자 가시화나 인권 자문 등을 통해 성소수자로서 과기대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파티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서, 들어오시면 재밌는 활동들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리타 : 단순 친목을 넘어서 퀴어 음악이나 퀴어 미디어 관련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아요. 큐민을 처음 만들 때, “이 동아리가 퀴어들에게 어떤 이름이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퀴어 퍼레이드에 부스를 내거나, 학교 밖에도 저희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대외적인 활동들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학생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퀴어로서 대학과 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리타 : 시민교육의 필요성을 느껴요. 사회적 양극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배려와 도덕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적 차원의 시민교육이 퀴어들이 사회 안전망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차별금지법처럼 제도적·법률적 사회 안전망이 보충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유고 : 성소수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야 어린 나이에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자신에게 맞는 삶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이미 사회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없앨 순 없으니,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성소수자 인권 교육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봐요. 서기 : 실제로 퀴어가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 놀라는 친구들이 반 이상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퀴어 가시성이 굉장히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지인이 퀴어일 수도 있는데, 그런 가능성을 생각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요. 미리 학교에서 교육해야 점차 퀴어 가시성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리타 : 공교육에서의 퀴어 인식 제고는 그 현장에 존재하는 퀴어 청소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제 주변에도 학교를 떠나온 퀴어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대학의 경우, 젠더학 교양 수업과 같이 소수자 인권이나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강의가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유고 : 주변 트랜스젠더들을 보면 다들 화장실 가는 걸 힘들어해서 성 중립 화장실은 시범운영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리고 사회에 바라는 점이라면, 성별 정정과 개명 신청의 허들이 낮아지고, 의료적 지원이나 복지가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리타 : 트랜스젠더는 유흥업소에서 일할 것이라는 편견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트랜스젠더들이 사회적 구석으로 내몰리게 되는 건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제도적 보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안전망을 비롯해 제도적 지원이 확충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기 : 군 복무와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의 경우 성별 진단 자체가 제약되어 여군으로도 못 들어가요. FTM(Female to Male)은 전시근로역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고요. 성별 정정을 해도 여전히 제약이 많은 거예요. 특히 비수술 정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요. 저는 이 문제가 교육과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더 많은 정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리타 : 저 자신을 정체화하면서 어릴 때의 꿈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해요. 소수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기 위해 보편적인 생애 주기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제도권 안에서 원하는 삶을 꿈꾸기가 어렵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삶에서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현실적인 문제들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이것이 제 삶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무언가가 되었으면 해요. 어떤 정체성에만 얽매이지 않고, 한 사람으로서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든 퀴어들의 행복을 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큐민과의 인터뷰는 대학 사회, 나아가 우리 사회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분명히 보여준다. 교육과 제도, 시민 의식의 확장이 뒷받침될 때, 퀴어는 더 이상 ‘특별히 설명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이미 곁에 살아가는 ‘당연한 우리’가 된다. 그때까지 그들은 계속해서 존재를 드러내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 리타의 말처럼 큐민이 퀴어의 이름이 되어주길, 마침내 그 이름이 더 많은 이들에게 불리길 바란다. 박서연 기자(syeone319@gmail.com)
지난 1일, 전 세계 주요 신문과 뉴스는 ‘검은 화면’으로 채워졌다. 인쇄·송출 오류가 아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언론인 표적 살해를 중단하라는 의미를 담은 공동행동이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이 계속 기자를 살해한다면, 머지않아 당신에게 뉴스를 전할 이가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번 ‘검은 화면’ 송출은 글로벌 행동 커뮤니티 Avaaz와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기획한 ‘블랙아웃’ 공동행동의 일환이다. 국경없는 기자회와 언론인 보호 위원회(CPJ)는 이번 공동행동을 통해 △ 팔레스타인 언론인 보호 및 이스라엘 군대의 범죄 처벌 면제의 종식 △ 외신의 가자지구 독립적 접근 요구 △ 전 세계 정부의 가자지구 대피 요청 팔레스타인 언론인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UN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사망한 언론인은 지난 8월 기준 최소 242명에 달한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수치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최소 수백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카타르의 국제 보도전문채널 <알지자라>는 이미 2023년 7월 사망 언론인이 250명을 넘어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 남북전쟁, 제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유고슬라비아 전쟁,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사망한 언론인 수의 총합보다 많은 수치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이번 공동행동에 전 세계 70여 개국, 250여 개의 언론사가 동참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30초간 검은 화면을 띄우거나, 검은색 바탕의 지면을 발행하거나, 검은색 배너를 홈페이지 및 소셜 미디어에 게시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경향신문>, <시사IN>, <프레시안>, <단비뉴스> 등이 동참했다. 서울대학교 유일 시사종합지이자 학생자치언론인 <서울대저널> 역시 ‘블랙아웃’ 공동행동에 참여했다. 다음은 서울대저널 천세민 편집장과의 일문일답. Q. 서울대저널이 ‘블랙 아웃’ 공동행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천세민 : 관심을 가지고 가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은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날마다 수많은 가자지구 사람들이 폭격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데도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자지구 언론인 표적 살해는 큰 문제다. 국제언론의 출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자의 상황을 알 방법은 현지 보도밖에 없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언론인을 죽이는 건, 가자의 실상을 알 방법을 완전히 없애는 행위다. 학생자치언론인 <서울대저널>이 어떤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 <시사IN>, <뉴스타파> 등 기성 언론이 공동행동에 참여하는 걸 봤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하자고 생각해서 동참하게 됐다. Q. 서울대저널은 어떤 형태로 공동행동에 참여하는지. 천세민 : 오는 16일 발행 예정인 <서울대저널> 192호 앞 2쪽에 검은색 배경과 성명을 실었다. 다만 이번 공동행동의 목적은 지난 9일 UN 총회에 앞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기 위함으로 알고 있다. 192호의 발행은 총회 이후이기에, SNS에는 성명이 완성된 8일에 즉시 업로드했다. Q. 대학언론의 참여는 비교적 저조한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천세민 : ‘대학언론인 우리가 참여해도 될까’라는 의구심이 있을 것 같다. 세계 각지 언론이 나서고, 한국에서도 내로라하는 기성 언론이 참여 의사를 밝힌 만큼 참여 자체에 대한 부담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분명 언론이지만, 언론인들이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낼 때 ‘우리’의 말을 얹어도 될지 고민이 있을 것이다. 국제 이슈인 만큼 완전히 ‘우리’와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꺼내면 “국내에 중요한 사건이 훨씬 많지 않느냐”는 반응이 부지기수다. 팔레스타인과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왜 우리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가자지구에 연대의 뜻을 밝힌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Q. 기성언론에 비해 대학언론의 참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천세민 : 대학생이자 청년인 우리 역시 가자지구 집단 학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국제 이슈인 만큼 현장에 가기도 어렵고, 현지 상황을 알 방법도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연결보다는 단절에서 오는 좌절감이 더 큰 요즘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고,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기사 주제 선정에서 늘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없다. 모른 척할 수 없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고 있다. 이제는 정말 변해야 한다. 대학언론이 공동행동에 나선다면 대학생과 청년 역시 이 학살의 목격자로 여기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Q. 대학언론 최초 참여 매체로서 타 대학언론의 참여를 독려하자면. 천세민 : 학살은 현재 진행 중이고, 갈수록 규모가 확장되고 있기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그렇지만 상황이 시급하다. 멈출 수 없는 학살이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대학언론 역시 가자지구 집단 학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전쟁 범죄를 우리 모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꼭 공동행동 참여가 아니더라도, 가자에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함께하면 좋겠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청년의 날 기념식이 개최됐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무대 위로 올라온 축하공연은 시작부터 분위기를 밝게 달궜다. 관객들은 박수 치며 호응했고, 짧지만 힘 있는 무대는 ‘대한민국의 미래에는 청년이 있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아울러 여야 당대표의 ‘청년들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축사는 청년의 날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어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에서는 청년의 날 축제를 성대하게 개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무대에 올라 이름을 호명받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이들이 청년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 순간, 청년이라는 이름이 단순한 젊음이 아닌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행사장을 채운 분위기는 희망차면서도 진지했다. 축하공연 뒤에 이어진 위촉식의 단정함이 이어지면서, 미래를 향한 청년들의 의지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청년의 날이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청년 스스로를 북돋고 사회 전체가 청년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를 지켜보며 마음속에 여러 생각이 스쳤다. 지금의 청년은 기회의 문턱에서 치열하게 도전하는 동시에, 사회적 불안과 불평등에 맞닥뜨리고 있다. 그러나 오늘 무대에 선 이들의 눈빛은 분명 희망을 담고 있었다. 청년은 아직 불완전하지만, 그렇기에 더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행사장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기념식은 본행사에 앞선 시작일 뿐이다. 오는 27일 예정된 청년의 날 공식 행사에서는 더 다양한 목소리와 이야기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청년의 날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임현우는 “청년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청년의 날을 홍보하는 자리에 섰다”며 “행사에서 청년, 시민들과 함께 청년의 날을 기쁘게 즐기겠다”고 밝혔다. 어떤 프로그램이 마련될지, 또 어떤 청년들이 어떻게 청년의 날을 즐길지 기대가 크다. 청년의 날은 청년을 위한 날이면서, 동시에 사회 전체가 청년과 함께 걸음을 맞추는 날이다. 이번 기념식에서 확인한 에너지와 다짐이 27일 행사에서 더욱 크게 울려 퍼지기를 바라며, 시민들의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 최민혁 기자(fhtsgy71@gmail.com)
‘2025 제9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이 1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청년의 날은 청년의 권리 보장 및 청년 발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20년부터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로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청년과미래 정현곤 이사장은 개최사에서 “청년의미래는 10년 전부터 청년의 날 법정기념일 지정을 추진했고, 2020년에 비로소 통과됐다”며 “많은 기업과 지자체, 정부가 청년들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어 굉장히 반갑고 보람차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청년의미래가 추진하는 청년의 날 축제는 청년들이 몇 개월간의 노력을 거쳐 만들어내는 하나의 종합 예술 작품이자, 청년들이 스스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오는 27일 개최될 청년의 날 페스티벌에 많은 관심을 주문했다. 이어 청년과미래 멘토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과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의 축사가 이루어졌다. 김동아 의원은 “아무리 성공한 재벌과 정치인이라도 청년으로 돌아가겠느냐고 물으면 모두 돌아가겠다고 대답할 것”이라며 “값지고 소중한 시간 잘 즐기고, 좋은 미래를 꿈꾸기를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재섭 의원은 “청년은 미래의 주역이 아니라 현재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며 “과감하게 꿈꾸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늘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당대표의 서면 축사도 전해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청년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지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청년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의 꿈과 기회를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역시 “청년의 희망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믿음으로 청년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밝혔다. 기념식은 홍보대사 및 크리에이터 조직위원회 위촉식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육성재는 “뜻깊은 자리에 초대받고, 홍보대사로 위촉되기까지 해 영광스럽고 기쁘다”며 “27일에 직접 청년의 날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어떤 위치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연구하고 고민하고 응원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외에도 배우 서혜원, 손상연, 김민기, 가수 13Found 등이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크리에이터 조직위원회에는 일상, 토크, 뷰티/패션, 숏폼, 먹방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위촉됐다. 각 크리에이터는 재치 있는 포즈와 소감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애니멀라이프 크리에이터 ‘꾸꾸까까’는 자신이 키우는 미어캣 모형을 가져와 “국회에는 살아 있는 미어캣을 데리고 올 수 없어서 모형으로 함께했다. 청년의 날 페스티벌에는 함께 참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히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모든 위촉이 끝난 뒤에는 청년들의 염원과 의지를 담은 청년선언문 낭독이 이루어졌다. 이재건 제9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청년조직위원회 사회자는 “오늘날 청년들은 고용 불안과 불평등, 주거와 교육, 결혼과 육아라는 막대한 부담 속에서 엔포 세대를 넘어 ‘생존 세대’라 불리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역설하면서도 “이 위기를 바꾸어 나갈 주체는 결국 우리 청년들”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청년을 불안을 감내하는 수동적 존재로 규정하는 대신, 변화를 이끌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주역임을 선언한 것이다. 이번 기념식 개막 공연을 맡았던 이화여자대학교 응원단 파이루스 박도현 단장은 “청년의 날의 취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함께 참여한 단원들도 즐거워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임현우는 “27일 진행될 청년의 날 기념행사에도 청년들과 함께 참여하며 청년의 날을 기쁘게 즐기겠다”고 말했다. 제9회 청년의 날 페스티벌은 오는 27일 대학로 차 없는 거리와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된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최민혁 기자(fhtsgy71@gmail.com)
*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40호: 비틀어 보자'에 실린 기사로, 2025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과거 대학 캠퍼스는 외부의 정치적 탄압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방패막이자 저항의 출발점이었다. 군사정권은 대학을 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보고 총학생회 해산, 사복 경찰 배치 등과 같은 방법으로 철저히 억압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캠퍼스라는 거대한 방패 뒤에서 외부 정치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며 타인과 토론하며 저항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학은 ‘정치적 통제’ 대상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토론의 장으로 변모했다. 이와 동시에 대학은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소통 역할도 요구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캠퍼스는 지역 주민과 어우러지는 ‘공동체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했다. 동대문구청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2024년 9월 28일 완공된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인조잔디 운동장이 그 예다. 이번 인조잔디 운동장 설립을 통해 동대문구청은 구민들의 생활체육 활성화와 체육시설 확충이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학생들을 위한 복합시설인 '학생성공홀'을 건립하면서 이를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전남대, 서대문구와 인조잔디 설치 협약을 체결한 명지대 인문캠퍼스 등 최근 많은 대학들이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며 캠퍼스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과거 정치적 탄압 속에서도 자유와 저항의 공간이었던 대학은, 이제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공공성 실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학 고유의 정체성과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공간 공유의 이면…“쓰레기, 외부인 출입 문제” 학생 식당, 인조잔디 운동장 그리고 도서관 같은 공간은 단순한 시설이 아닌 학생들의 일상과 학업, 복지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워질수록 해당 공간의 관리 및 이용 주체가 모호해지고, 그로 인한 갈등도 피할 수 없다. 캠퍼스 내 잔디 운동장과 도서관 1층 카페를 주로 이용하는 주민 김 모 씨는 외대 캠퍼스가 주민들이 함께 쓰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유 공간’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캠퍼스를 공유하면서 생기는 반려견 배변, 쓰레기 등 각종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들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외대 재학생 정 모 씨는 “캠퍼스가 공유된 공간으로서 기능해야 하지만, 쓰레기나 소음 문제로 인해 불편을 겪는다”고 밝혔다. “학생 식당의 외부인 사용 문제에 대해 다른 시간대에 제한적으로 개방하는 등의 해결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문과학관 학생식당 관계자는 “방학과 달리 개강 이후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교직원이나 인근 타 대학 학생들의 이용이 급격히 늘어나 음식 대기 줄이 길어지고 좌석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식당뿐만 아니라 화장실 등 교내 시설을 외부인이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쓰레기 및 위생 문제로 인해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문을 부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캠퍼스 내 개방 공간은 잔디 운동장, 잔디 광장, 도서관 1층 카페 등으로 외부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식당은 값싼 가격을 가진 학생 복지 시설이다. 학생식당이 ‘지역 사회와 협력하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인지, ‘학생들의 균형 잡힌 식사를 보장받는 복지 공간’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학생 식당을 주로 이용하는 한국외대 학생 이 모 씨는 “학생 식당의 이용 주체와 공간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해 학생 복지의 본질이 희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하다 보면 대학 구성원인 학생의 권리가 훼손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학생식당의 혼잡, 복지 서비스의 과잉 수요, 일부 이용자의 비매너 행위 등은 ‘공공성’이라는 명분 아래 묻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생들이 가장 몰리는 점심 시간대에 외부인과 함께 줄을 서야 하거나,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권리 침해로까지 인식될 수 있다. 지역 사회, 대학 구성원과의 균형 위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은 공간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시간대별 이용자 구분, 이용 수칙 고지 등 구체적인 기준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천원의 아침밥’ 프로그램처럼 학생증 확인 등의 절차를 도입하거나, 특정 시간대를 학생 전용으로 설정하는 방식은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국 대학 캠퍼스 개방은 '대학의 상생'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이뤄져야 할 과제다.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동시에, 대학 본연의 교육과 연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구성원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캠퍼스가 단순히 시설을 공유하는 장소가 아닌, 대학과 지역이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는 '공간'으로 거듭날 때 진정한 의미의 공존이 시작될 것이다. 김수연 기자(sgim5655@hufs.ac.kr) 조경식 기자(jort0411kys@gmail.com)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차-LG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이 한국인 300여 명을 “체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체포했다. 우리 정부가 신속히 대응해 문제를 풀어냈지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번 일이 한국 기업이 비자 문제를 우회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에 따라 공장을 세우러 갔음에도, 정작 취업비자가 제때 발급되지 않아 기업들이 임시로 ESTA(여행비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투자를 독려하면서도, 그 투자에 필요한 비자를 늦게 내주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책의 충돌이며, 명백한 아이러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과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전문가를 불러들여 우리 인력을 배터리, 컴퓨터, 선박 건조 등 복잡한 작업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과 달리 취업비자는 늦게 나오고, 우리 국민은 이미 체포됐다. 교육과 투자가 필요하다면 비자를 신속히 내주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문제를 일축하는 태도는 한국 국민에게 분노를 살 수밖에 없다. 투자를 하라 해놓고, 투자를 막으면 어쩌란 말인가. 또한 그가 말하는 ‘훈련’은 결국 동맹국의 기술을 흡수하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이는 단순한 기술 유출을 넘어, 한국 제조업과 첨단 산업의 안보 기반을 뒤흔드는 문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5일 미국이 주한미군 재배치를 시사하고 국가방위전략(NDS)에서 중국·러시아 억제보다 자국 임무를 우선시한다고 밝힌 것이다. 북·중·러 협력이 강화되는 지금, 미국의 고립주의적 행보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자유 진영의 안보에 커다란 구멍을 남긴다. 결국 미국이 질서 유지의 역할을 포기한 순간,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던 팍스 아메리카나는 막을 내린다. 최근 한일 공조가 강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맹국의 안보도 기술도 모두 강탈하겠다는 트럼프의 태도는 한미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우리말에 “쥐도 궁지에 몰리면 문다”는 속담이 있다. 이제 한국이 스스로의 힘으로 안보와 기술을 지키는 길, 곧 자강(自强)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우진 편집국장 편집인: 김단비 부편집국장 (국어국문 21) 작성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대학언론에 ‘위기’라는 꼬리표가 달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 대학언론은 오늘도 위기다. 위기론의 지속은 ‘무엇이’ 위기인지, ‘얼마나’ 위기인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조차 희박하게 만든다. [대학언론 대담]은 방향 전환의 시도다. 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대학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 그들이 느끼는 뿌듯함,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 그들이 떠올린 해결책을 듣는다. 정답은 없다. 명확한 해결 방안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많은 대학언론인들은 이야기한다. 대학언론은 존재해야 한다고, 대학언론은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왜’와 ‘어떻게’다. 대학언론은 왜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정채원(정) : 안녕하세요, 지난 1학기부터 <홍대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홍익대학교 법학과 24학번 정채원입니다. 박수은(박) : 안녕하세요. 지난 겨울방학부터 수습 기자로 활동하다가, 이번 2학기부터는 부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자율전공학부 24학번 박수은입니다. Q. <홍대신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정 : <홍대신문>은 1955년 8월 10일에 창간되어 학교 내외 정보 전달을 담당하고, 동시에 학생과 학교,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창간 70주년을 맞았죠. 창간 이래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시대의 흐름을 기록하고,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때로는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았습니다. 편집국은 크게 취재부, 디자인부, 삽화부 세 팀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레이아웃 디자인을 전부 학생들이 하는 게 <홍대신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이외에도 전반적인 운영이나 실무는 다른 학보사와 마찬가지로 기자들이 맡고 있습니다. Q. 언제 처음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정 : 작년 1학기에 시작했으니까 이제 1년 반째 대학언론에서 일하고 있네요. 원래도 언론에 꿈이 있었어서 대학에 가면 관련된 활동을 해 보고 싶었거든요. 합격 소식을 받고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는데, 홍익대학교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니까 추천 팔로워로 <홍대신문>이 뜨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가장 처음 본 기사가 전 편집국장의 대학언론 위기 관련 오피니언이었어요. 대학언론에 들어오기 전부터 대학언론의 위기를 인지한 셈이죠. 그러다 보니 1학년 1학기부터 대학언론 활동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잠시 들긴 했는데, 그래도 뭐든 해봐야 안다는 신념으로 <홍대신문>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박 : 저는 편집국장님과는 달리 2학년이 되면서 수습 기자로 지원했어요. 바쁜 입시 생활을 끝나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읽고 싶었던 책도 많이 읽고, 보지 못했던 뉴스도 많이 봤어요.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에서 무기력함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죽고, 다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런 고민이었죠. 그렇게 계속 봤어요. 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엔가 이런 이야기를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언론에 큰 뜻이 있었다기 보다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홍대신문>에 지원했습니다. Q. 현재 대학언론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정 : 대학언론에 들어오기 전에 생각했던 위기는 독자의 부재였어요. 인스타그램을 포함해서 다른 매체가 훨씬 많이 있는데 대학생들이 대학언론을 굳이 읽을까, 그런 생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대학언론에서 일하다 보니 독자의 관심도 적긴 하지만, 애초에 대학언론에서 일하려는 학생들이 부족했어요. 들어온 사람이 생각과 다르니까 나가버리는 일도 있고요. 결국 기자를 모집하는 게 제일 큰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기자가 없으니 위기가 계속 위기가 되는 일이 이어지는 거니까요. 개인 취재가 가장 많았던 건 이번 1학기 개강호였어요. 정기자 4명, 수습기자 1명에서 지면 12면을 채웠죠. 사실 작년 2학기까지는 재미있게 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편집장이 되고 기자가 부족하다 보니 제가 기사를 많이 썼죠. 취재할 내용이 생겨도 갈 수 있는 기자가 없으니까요. 마감하고 다음 날 바로 회의하고, 1시까지 글 보다가 다음 날 10시에 강의 들으러 가고, 그러다 보니 물리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죠. 지난 학기에 성적이 제일 낮기도 했고요. 박 : 기성 언론의 위기와 대학언론의 위기는 크게 결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풍조가 겹쳤죠. 예전에는 대학에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확인할 통로가 대학언론뿐이었어요. 지금은 인스타그램이나 에브리타임만 켜도 그럴듯하게 알 수 있으니까, 학우 입장에서는 굳이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예전보다 ‘내가 이 학교에 소속되어 있다’는 의식도 현저히 줄어들었고요. 읽을 수요가 줄어든 동시에, 기사를 대하는 대학언론인들의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어요.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원하는 방향을 관철시키겠다는 마음보다는 안전한 방향으로 나오는 기사가 많다고 느꼈거든요. 진짜 가려운 부분을 긁기보다는 주변부만 긁는 거죠. 쓰는 입장에서 그렇게 느낄 정도면, 읽는 입장에서는 더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지. 정 : 근본적인 원인은 모두가 비슷하게 생각하겠지만, 사회 풍조가 바뀐 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운동권이 만연하던 때만큼 학생들이 모두 뭉쳐서 ‘일어나자’, ‘이건 반드시 보도해야 한다’는 의식이 나올 수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앞선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기자 인력난도 심각해졌고요. 기자가 계속 줄어드니 일하는 기자들도 무력해져요. 악순환의 반복이죠. 악순환이 반복되면 대학언론은 결국 ‘기사를 쓴다’는 행위에 매몰되겠죠. 자기가 기사를 썼다는 사실로 만족하고, 그 기사가 읽히든 말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위기의 원인을 제거하려면 기사를 작성한 뒤의 일까지 신경 쓰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아요. 최근에는 <홍대신문>도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을 살리려는 여러 방안도 고민의 일환이죠. 박 : 사실 근본적인 원인을 이야기할 때 독자들을 탓하는 것 같아서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를 읽는 게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고는 생각하거든요. 익숙한 영상 매체에 비하면 텍스트는 무겁게 느낄 수밖에 없죠. 지금의 독자층에게 글을 읽는다는 건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 불편함이 익숙하지도 않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도 않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계속 텍스트를 발간하려고 하니 힘에 부치는 거죠. 만약 정말로 대부분의 대학생이 어떤 내용이든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인식한다면, 대학언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이 많아지네요. Q. 대학언론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정 : 원론적으로는 독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죠.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독자에게 읽어 달라고만 하는 건 잘못된 자세니까, 대학언론인들도 본인이 쓴 기사가 읽히기까지의 과정을 알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로는, 대학 측에서 지원을 조금만 늘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대학의 지원이 충분하거나, 선후배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대학언론은 해외 취재, 인터랙티브 기사처럼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더라고요. 만약 지원이 늘어난다면 미디어 매체 팀을 따로 만들어서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 취재 등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해외 취재에도 로망이 있고요. 지원이 조금만 늘어나면 저희도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독자에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이자면 대학언론은 발간일과 마감일이 고정되어 있잖아요. 제한된 취재 일자에 수업까지 겹치면 다루고 싶은 소재들을 시의성 있게 발견하거나 취재하지 못한다는 점도 아쉬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간교수님께 컨펌 받는 과정을 조금 축소시키면, 더 많은 기사들이 더 많은 학우들에게 시의성 있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박 : 위기의 원인에서 지금 세대가 텍스트를 무겁게 느낀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대학언론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활로로 인스타그램 피드에 업로드를 한다든지, 영상 기사를 낸다든지,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종이와 텍스트가 가진 무거움을 덜어내는 거죠. 저도 내부에서 이야기할 때 ‘우리도 인스타그램 살려야 한다’, ‘플랫폼 홍보 많이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거든요. 그러면서도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종이와 텍스트로 승부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저는 종이와 활자가 가지는 힘이 분명히 있다고 믿거든요.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기사의 질을 높이고, 취재 형식을 다양화하고, 글의 디자인을 다양화하면서 결국 독자들이 신문이라는 매체를 다시 찾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최근에는 텍스트힙, 활자 중독, 그런 말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저는 그 말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아직 아날로그를 찾고, 종이를 읽는다는 희망을 조금은 봤거든요. 이런 기조에 희망을 걸어 보려면 결국 다른 글들과 차별화된, 종이와 활자만이 제공할 수 있는 글로 독자에게 다가가야겠죠. Q. 위기에도 여전히 대학언론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정 : 대학이 멈추지 않기 때문에 대학언론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답이 떠오르네요. 1학기에 총학생회의 제휴 사업을 다룬 기사가 있었어요. 총학생회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던 당시에 “민감한 부분인데 꼭 다루어야 하느냐”는 전화가 왔어요. 그때 학생사회 견제라는 대학언론의 의미를 다시금 깨달았거든요. 결국에는 학생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대학언론도 필요한 거죠.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겠지만 (웃음) 그 기사가 나온 뒤로 총학생회도 그렇고, 단과대 제휴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 같더라고요. 대학언론에 대한 오피니언들을 쓰면서 대학언론의 가치를 찾은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오피니언을 쓰면 부모님께서 항상 보시거든요. 한번은 오피니언을 읽으시고 “가치를 찾는 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대학언론의 가치를 명확하게, 개념적으로 설정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그냥 <홍대신문>을 읽거나 들고 다니는 학우들을 보며 ‘저분들이 계시니까 내가 계속하는 거구나’ 생각하죠. 힘든 점을 많이 이야기한 것 같아서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면 (웃음) 그럼에도 뿌듯해요. 토요일에 지겹게 지면을 보면서 마감하고 나면, 월요일에는 배부대가 비어 있거든요. 발간일인 화요일이 되면 배부대에 꽉 차고,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이 되면서 점점 줄어드는 게 눈에 보여요. 그러면 또 즐겁고, 다음 호도 빨리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박 :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대학을 작은 사회라고 이야기하잖아요. 대학언론의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워치독(Watchdog; 정치·자본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 역할)으로서의 역할도 분명히 필요하니까요. 또 대학 내에서도 부조리한 상황이나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어려움에 처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도 필요하고요.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가기 전에 누군가 나의 부조리한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 혹은 누군가 나의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우리 모두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더 솔직한 이야기로는, 수습 기자였던 지난 1학기는 막연했던 것 같아요. 대학언론의 특별한 가치를 생각하기에는 벅찼죠. 그냥 ‘내가 지금 쓰는 것들이 헛되지 않았겠지’, ‘분명히 가치가 있겠지’, ‘학우들에게 결국 닿겠지’라는 막연한 가치에 희망을 걸었어요. 누군가는 대책 없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막연한 가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학보사 활동은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전히 고민 중인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정 : 독자들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죠. 얼마 전에 홍대 교지 <와우>는 ‘독자와의 만남’을 기획해서 자리를 가졌더라고요. 저희도 많은 반응을 보내 주시는 독자들과 함께 어떤 기사를 <홍대신문>에서 보고 싶은지 이야기 나누는 창을 가져 보고 싶네요. 기회가 된다면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아직 <홍대신문>을 읽으시지 않는 분들이라면 학교에 만날 수 있는 창구가 굉장히 많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미술대학에서 작업하시느라 가져가는 분들도 많은데, 그럴 때도 기사 한 번씩 읽으면서 관심 가져 주시면 너무너무 감사하겠습니다. 박 : 결국 기자들의 원동력은 독자들이죠. <홍대신문>을 읽어 주시는 모든 독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고요. 아직 읽어 보지 않으신 예비 독자들에게는 <홍대신문>이 모든 학우들의 내집단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홍대신문>은 홍익대학교의 일부인 대학언론인데도, 몇몇 학우들은 내가 들어가지 않은 동아리처럼 <홍대신문>을 외집단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참 아쉬워요. 저는 학우들과 함께 만들어 가기 때문에 학보사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요즘 대학생들의 자기 개발에 진심이잖아요. 그럴 때마다 책을 많이 읽어서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고요한 취미를 가져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요. 저는 그중에서도 스스로에게 가장 와닿는 연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학내 대학언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회사에 간다고 사내 언론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소속된 집단에서, 집단 구성원을 위해 이렇게 격주마다 신문을 발간하며 목소리를 내는 경험은 대학에서만 가능하죠. 본인이 소속된 집단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듣거나 내는 경험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기자 지원을 많이 해 달라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그래도 좋고요. (웃음) 대학언론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학언론인과 독자의 부족처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도 있지만, 사회 풍조의 변화처럼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고민되는 문제도 있다. 모두가 같은 문제를 마주한 상황에도 누군가는 걸음을 멈추고, 누군가는 “대학이 멈추기 전까지 대학언론은 멈추지 않는다”며 그저 걸어갈 뿐이다. 때로는 막연한 가치에 거는 희망이 가장 눈부시게 빛난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40호: 비틀어 보자'에 실린 기사로, 2025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실시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표심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2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36.9%,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37.2%로 나타났다. 다른 세대에 비해 20대 남성 유권자층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두드러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김문수·이준석 두 보수 성향 후보에게 74% 이상의 지지가 몰리면서, 20대 남성의 정치 성향이 다른 세대보다 보수화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가에서도 중요한 논의거리로 떠올랐다. 외대알리는 교내 학생 사회에서 젠더 갈등, 정치 불신, 경제적 불안 등 다양한 요인이 뒤섞인 정치 성향 변화에 주목했다. 특히 20대 남성 보수화 현상이 구체적인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외대알리는 보수 성향을 지닌 한국외대 남학우 네 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보수를 지지하게 된 개인적 서사와 이유를 들어봤다. 1. 군대가 남긴 회의감 박상우 학우(러시아·20, 26세)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강자를 향해 맞서는 정치인과 집단’으로 여기며 열렬히 지지했던 청년이었다. 그러나 군 복무 중 북한을 주적이라 말하지 못했던 대통령을 경험한 후, 그의 정치적 좌표는 크게 바뀌었다. 그는 병사 대표 제도인 ‘으뜸병사’로 활동하면서, 군 정책의 실행과 의사 결정 과정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박 학우는 “군의 교범은 총구를 북쪽으로 향하게 되어 있는데, 정작 군 통수권자는 북한에 무언가를 퍼주려 했다”며 “거기서 회의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익명 기재를 요구한 A 학우 역시 군 복무 경험이 정치적 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주적이라 말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보며 “나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GOP에 있는가”를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군대를 가볍게 여기고, ‘군캉스’라고 말하던 사람들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모두 국가 안보와 병역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박 학우는 “군 복무 경험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나 미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A 학우는 “우리나라가 굳건히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가 안보에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청년들의 인식 변화에 대해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한성민 교수(이하 한 교수)는 "그런 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에 기반해 보면, 군인을 가장 많이 배려한 정부는 오히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였다”고 설명했다. 복무 기간 단축과 병사 월급 인상 등 실질적인 개선 조치들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특히 “청년들이 군 복무 중 느끼는 고립감과 사회로부터의 단절, 억울함이 복무 이후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나는 군에서 희생했는데, 사회가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정부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라는 국가 전체와 김정은 정권을 구분하지 못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북한 정권을 포용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과의 교류와 평화 정착을 목적으로 한 접근을 시도한 것”이라 설명했다. 2. 젠더·소수자 이슈에서 비롯된 반감 이들에게 보수 성향을 형성하게 한 또 다른 요인은 젠더·소수자 이슈였다. 박 학우는 “문재인 정권의 복지 정책들은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전제했고, 남성의 목소리는 배제됐다”며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말은 오히려 그것이 여성에 대한 무례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A 학우 역시 “여성 가점이나 할당제에 불공정함을 느꼈다”며 “이는 평등을 넘어선 역차별이고, 오히려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닌가’란 의문을 가졌다”고 보수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최병찬 학우(중국외교통상·25, 20세)는 “페미니즘, 성소수자 인권 등의 이슈는 진지한 사유와 토론이 필요한 주제지만, 이에 찬성하지 않거나 의문을 제기하면 ‘차별주의자’로 낙인찍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한 “생각하는 것보다 올바른 태도를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한 정치는 위선”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익명의 B 학우는 진보가 강조하는 젠더, 소수자 담론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고 답했다. 그는 “성평등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성평등 정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세대의 성차별 문제는 침묵하면서, 성차별 정도가 덜한 청년 세대에만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성차별의 근본적인 해결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소수자 정책에 있어서도 소수자를 위한 적극적 우대 정책보다는, 이들을 차별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강화나 인식 개선 위주의 방어적 정책 위주로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우들의 발언은 진보 진영의 성평등 및 소수자 정책에 대한 청년 세대의 반감을 보여준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기동 교수(이하 김 교수)는 “과거에는 남성 중심 사회였기에 여성 우대 정책이 필요했지만, 청년 세대는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해 기성세대의 몫을 대신 책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들의 반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젠더 정체성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대화와 타협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감정의 증폭을 경계했다. 3. 민주당에 느낀 실망감 이들이 스스로를 보수로 규정하는 이유는 ‘이념 지향’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존 진보 진영에 대한 실망과 회의가 보수화의 원인이라는 주장이었다. 박 학우는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깨끗한 정당이 아니며, 실망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작년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실 캐비닛에서 발견한 전대협 문건, 인공기 사진 등은 그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때부터 “문재인 정권 임종석 비서실장과 같은 NL 계열들이 유입된 민주당에 확신이 사라졌다”고 답했다. 최 학우는 “오늘날 진보가 평등의 개념을 확장 해석하면서,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보았다. 외교 정책에 있어서 그는 “보수 진영의 반중, 친미 노선을 지지하며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져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익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여기는 것 자체가 국제 정치 감각의 부재”라고 답했다. B 학우 역시 “보수 진영의 어젠다가 마음에 들었다기보다, 진보 진영의 어젠다가 맞지 않다고 느꼈다”며 “보수화되었다기보다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고 답했다. 그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북한과의 화해 및 협력 증진 같은 진보 진영의 외교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균형 재정 정책을 통한 부채 비율 유지가 중요하고, 경제적 약자의 자립을 위한 생산적 복지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 학우의 말은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정책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정치적 성향을 결정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상황을 상징한다. A 학우 또한 “보편적 복지보다 선별적 복지를 통한 빈곤층 위주의 개선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한국 사회에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영향으로, 가난하거나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대해 근면하지 못하다는 무의식적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4. 선관위에 쌓인 의심, 비상계엄은 판단 유보 A 학우는 ‘비상계엄’을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 국민과 반국가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노총 간부의 간첩 혐의나 군 기밀 접근 시도 같은 사건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에 부정선거가 없을 거라고 단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며 “선관위의 소극적 태도와 민감한 반응은 큰 실망을 안겼다”고 말했다. A 학우가 언급한 간첩 혐의 및 군 기밀 유출 시도는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근거로 인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일탈에 불과하며,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 조치를 정당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수는 “비상계엄을 통한 정권 유지 시도는 독재자의 방식”이라며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허용하지만,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사전투표와 본 투표 간 차이는 표본 구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를 근거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건 사실상 ‘종교적 믿음’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부정선거론은 팩트로 입증되지 않은 miss-information이며,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이러한 주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가 협상이 아닌 ‘전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위험도 경고했다. 5. 정치 성향,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박 학우는 “모든 20대 남성들이 극우라는 프레임은 부당하다. 진보도, 보수도 문제 있으면 문제 있다고 말할 뿐”이라 단언했다. 이에 “속 시원하게 말하되,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 학우도 “정치가 점점 종교처럼 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정치 성향을 바꾸는 사람을 배신자라 부르고, 어느 편이든 의심하는 사람을 회색분자라 매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 위에서 선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정치에 책임질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A 학우는 “이제 이념보다 중요한 건 국가 안보와 경제력, 그리고 상호 존중이다”라며 “된장남, 김치녀, 한남 등의 혐오 표현 사용을 멈추고 서로 배려하며 지내는 사회가 되면 좋을 것”이라 말했다. B 학우는 진보 커뮤니티에서 자신들의 사상을 신성시하고 타인들에게 강요하는 모습을 보며 되려 거부감을 느낀 경험을 말했다. 동시에 그는 “보수 커뮤니티에서 등장하는 혐오 표현들도 보수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점은, 네 학우 모두 보수 성향이 고정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박 학우는 “언제든 정치 성향이 바뀔 수 있다. 지지하던 계층에서 실망하면 얼마든지 변한다”고 밝혔다. 최 학우는 “세상이 변하고, 내 삶이 변하는데, 정치적 견해는 왜 바뀌면 안 되냐”며 “내일 더 나은 해법을 제시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정치 성향 변화에 대해 김 교수는 청년들이 삶의 경험과 주변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뀌는 것이라 설명했다. “어떤 정치 세력이든 당사자의 기대와 다를 때, 또는 개인의 상황이 변할 때 정치적 견해도 변할 수 있다”며, “그 과정 자체가 건강한 사회 변화의 일부”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요즘 청년들이 온라인과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지만, 때로는 특정 시각에만 노출돼 균형 잡힌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점차 더 성숙한 정치적 감각을 키워갈 수 있다”며 희망적인 시선을 보였다. 특히 청년들이 자신을 ‘중도’나 ‘합리적’으로 여기며, 정해진 틀에 자신을 가두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 대해 김 교수는 “이것은 개인의 정치적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젊은 세대가 정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변화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원 기자(leejaewon1041@gmail.com) 조현승 기자(moses325975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