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5 (목)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보이지 않는 국민연금

반복되는 국민연금 고갈 문제, 진짜 고갈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에겐 너무 먼 국민연금, 가까운 현실로 들여다보기

국민연금, 나도 받을 수 있을까?
국민연금은 가라앉지 않는 화두이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진행되며 기금 고갈 시기가 빨라졌고,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2023년 실시한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기금은 2055년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기금 고갈 시기는 청년층의 연금 수령 시기보다 더 빠르거나 그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을 내고 있거나 아직 내지 않더라도 ‘받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연금을 못 받는 것은 아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국민연금의 운용 방식을 알아야 한다.

 

부과식과 적립식의 차이

 

 

연금 제도의 운용 방식은 크게 부과식과 적립식으로 나눌 수 있다. 부과식은 적립금 없이 당해 보험료 수입만으로 운용하는 방식이고, 적립식은 당해 보험료에 더해 이전에 적립된 보험료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즉 기금 고갈은 이전 적립금이 고갈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은 부분적립식으로, 적립식으로 운용되다 기금 고갈 후엔 부과식으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현재는 연금 수급으로 인한 지출보다 수입(보험료 수입과 기금 투자 수익)이 많지만, 2041년이 되면 지출이 더 커져 적자로 전환된다. 그리고 2055년이 되어 부과식으로 전환될 경우 당해 보험료 수입으로 지출을 충당해야 한다. 


연금 제도가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전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공적 연금은 노후 보장을 위해 설계된 제도인 만큼 기대 수익비(납부한 보험료와 기금운용 수익 대비 수급액 비율)가 1보다 높게 설정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제도 초기엔 수급자 없이 기여자만 있으므로 적립금이 쌓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급자가 늘어나 적립금이 고갈된다. 연금 제도가 장기화한 나라에서는 대부분 부과식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현재는 기대 여명이 늘어나고, 저출생이 진행되면서 당해 보험료만으로 지출을 충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개혁을 실시한 나라에선 수익비나 정년 조정을 통해 재정 안정을 꾀하고, 세금을 투입하여 모자란 부족분을 충당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저출생과 고령화가 심화된 상태인 만큼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금을 내는 마음으로”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국가가 존속하는 이상 국민연금을 못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족분은 보험료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개혁이 없다면 어떤 형태이든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몫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영향을 받게 될 청년층은 이런 상황을 얼마만큼 알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을까? 대학교에 다니며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A씨를 통해 현실을 들여다보았다. A씨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현재까지 약 5년간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다. 

 

 

Q. 평소 국민연금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나요? 
아니요, 얼핏 들은 것밖에 없어요. ‘고갈된다’, ‘우린 없다’ 이런 얘기를 주로 들은 거 같아요. 사적으로 얘기한 적도 없고요. 대학교에서 토론할 때만 얘기해 봤어요. 그때도 폐지나 고갈 문제만 다루었고요.


Q. 국민연금을 납부할 때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솔직히 처음 납부할 때는 아무 생각도 안 들었어요. 월급을 받는 것도 신기한 시기니까요. 그런데 월급이 오르고 납부액도 올랐을 땐 생각보다 많이 떼는구나 싶었어요. 현재는 그냥 세금을 낸다고 생각해요. 받는 시기가 너무 멀다 보니 적금처럼 받는 돈이 아니라 그냥 내는 돈 같아요. 예적금은 내가 넣고 싶은 만큼 넣는 온전한 내 결정이지만, 국민연금은 다 같이 하는 공동구매 같은 느낌이잖아요. 제가 조절할 수 없죠. 그리고 예적금은 눈에 보이지만, 연금은 잘 모르겠어요. 그대로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만약 지급이 확실시된다면 납부액을 늘릴 의사가 있나요?
지급이 확실시된다 해도 더 내는 건 부담스러울 거 같아요. 예적금은 급할 때 해지하면 되지만 연금을 해지하긴 힘들잖아요. 제가 만약 도 있고 도 있었다면 늘리겠지만, 현재는 나갈 돈이 너무 많아요. 지금 수준이 적정하다고 느껴요.


Q.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낸 만큼만 받아도 괜찮을 거 같아요. 아쉽긴 한데 회사가 반 내주니까요. 원금만 보장된다 해도 괜찮을 거 같아요. 하지만 정년 연장은 모르겠어요. 솔직히 저는 더 일하고 싶지 않거든요. 이미 지쳤어요. 업무 문화가 자유롭게 바뀌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노년엔 지금보단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Q. 국민연금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국민연금에 있어서 폐지보다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받는 사람은 만기를 채운 사람뿐이잖아요. 소득이 없는 사람은 중도 해지를 하게 되고, 노후도 보장받을 수 없죠. 기금 고갈은 저출생과 고령화의 영향이니 제도 탓이라고만 할 수 없지만, 노후 보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 제도의 문제라고 느껴져요 

 

보이지 않는 국민연금
A씨가 첫 번째로 얘기한 ‘세금을 내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국민연금은 의무가입으로 사업장(회사) 가입자라면 월 소득의 4.5%가 자동 공제되며, 나머지 4.5%는 사업장(사용자)이 부담한다. 고갈될 걸 알지만 빠져나가는 돈, ‘세금을 내는 마음’은 받지 못할 돈을 낸다는 체념이다. 이 마음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대해 얼핏 들리는 이야기는 기금 고갈에 대한 이야기뿐이고, 주위를 둘러봐도 아이들이 없는데 내가 연금을 수령하기 전에 기금이 소진된다. 과연 내 몫을 부담할 근로 세대가 존재할까? 기금이 소진되는 2055년에 근로 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은 26.1%이다. 물론 국고지원이 들어가겠지만 이 역시 형태만 다를 뿐, 부담인 건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 A씨가 제기한 문제는 ‘노후 보장’이다. 국민연금은 미래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플랫폼 노동이 늘며 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비임금 노동자가 증가했다. 비임금 노동자는 프리랜서나 학습지 교사처럼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개인사업자 입장이 되기 때문에 안전망을 벗어나기 쉽다. 정의당 장혜영 전 국회의원(21대)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 등 비임금 노동자(병의원 업종 제외)는 2017년 554만 명에서 2021년 778만 명으로 증가했다. 가장 많은 인원이 증가한 연령대는 ‘30세 미만’으로 약 60만 명이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이 사업장 가입자가 아닌 지역 가입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지역 가입자가 국민연금을 납부하기 위해선 보험료 9%를 혼자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연평균 소득을 살펴보면 21년 기준 남성은 1,266만원, 여성은 929만원으로 대부분 연소득이 1천만원을 넘지 못하는 저임금 상황이다. 생계를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소득의 9%를 납부하기란 어려운 선택이다. 실제로 202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51.7%에 불과했다. 이 상태에서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지역가입자는 사업장 가입자와 달리 오른 보험료율을 혼자 충당해야 한다. 개혁이 단순한 보험료율 조정에서 끝난다면 오히려 사각지대 문제는 심화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회안전망으로써 필수적인 제도이다. 사적연금이나 개인의 재테크로 이를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보이지 않는다. 내고 있어도 보이지 않고, 아예 낼 기회조차 없기도 하다. 개혁을 통해 진정한 ‘국민’연금이 되려면 어떤 국민도 배제하지 않는 미래를 그려야 한다. 국고지원이라는 낙관이나 고용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조정으론 미래를 그릴 수 없다. 

 

 

 

취재, 글, 사진=주미림 기자
디자인=주미림 기자, 유지은 기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