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특정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참여하고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할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우리는 과연 청소년을 민주주의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는가. 만 16세부터 정당 가입은 허용하면서도, 정작 선거운동과 투개표 과정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막아두는 현재의 제도는 스스로 모순을 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다. 청소년의 선거운동과 투개표참관인 참여 연령을 하향함으로써, 민주주의를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닌 살아 있는 경험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이미 세계는 청소년을 민주주의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2007년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투표 연령을 만 16세로 하향했다. 이후 연방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청소년 유권자의 투표율은 성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정치 참여에 대한 책임의식과 시민의식 역시 안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선거 연령 하향과 함께 학교 시민교육 과정을 강화하며 민주주의 교육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독일 역시 브란덴부르크, 브레멘, 함부르크 등 여러 주에서 지방선거 투표 연령을 16세로 낮추었고, 실제 선거와 연계한 모의선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선거제도와 정당, 정책 경쟁을 직접 체험하며 민주주의를 일상의 문제로 인식하게 된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독립 국민투표를 계기로 16세와 17세에게 투표권을 부여했고, 이후 지방선거와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까지 확대했다. 그 결과 청소년 유권자의 투표율은 성인 평균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으며, 정치적 관심과 공공문제 참여 역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르웨이 또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16세 투표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청소년의 정치 참여 효과를 검증했고, 그 과정에서 학교 정치교육과의 연계가 민주주의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들 선진국 국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주체로 인정하고, 정치 참여를 통제할 것이 아니라 교육과 경험을 통해 길러야 할 역량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정치를 위험한 것, 불순한 것, 멀리해야 할 것으로 음지화해 왔다. 그 결과 청소년과 청년들은 정치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형성되기도 전에 자극적인 정보와 음모론이 난무하는 환경 속에서 정치 사회화를 겪고 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극단주의 정치 문화 역시 이러한 왜곡된 정치 교육 환경 속에서 자라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교과서로만 배울 수 없다. 선거는 실제로 경험해야 이해할 수 있다. 투표소의 공기, 개표장의 긴장감, 유권자의 선택이 어떻게 집계되는지 직접 목격하는 과정 속에서 민주주의는 비로소 살아 있는 교육이 된다. 선거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유권자를 설득하고, 정책을 설명하고, 공론의 장에 참여하는 경험은 민주주의 시민으로 성장하는 가장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다.
일각에서는 청소년의 선거 참여 확대가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선거운동과 투개표참관 참여로 인한 출결 문제와 학습권 보장은 교육당국이 제도적으로 협력해야 할 행정의 영역이지, 청소년의 참정권을 제한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를 몸소 경험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에게 그 어떤 교과 과정보다도 값진 교육이다. 이는 학습권의 침해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성장할 권리이자 선택권의 보장이다. 참정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며, 연령을 이유로 민주주의의 핵심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단지 연령 기준을 조정하는 법안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조기에 교육하고, 왜곡된 정치 인식을 바로잡으며, 극단주의로 치닫는 정치 문화를 건강하게 교정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혐오하도록 방치하는 사회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민주주의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실천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청소년은 미래의 유권자가 아니라 이미 오늘의 시민이다. 민주주의는 기다려주는 제도가 아니다. 지금 참여할 수 있을 때 참여하게 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통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청소년을 민주주의의 바깥에 세워두어서는 안 된다.
최재혁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청소년특별분과장(choijaehyuk7@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