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4 (화)

대학알리

오피니언

마리아 레사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당신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마리아 레사의 회고록

중요한 가치는 정직, 솔직함, 공감, 두려움 껴안기, 그리고 선을 믿는 것

 

필리핀의 언론인

래플러 창립자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

언론의 자유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작은 거인

수많은 수식어가 그녀를 표현한다

 

“진실을 위해 당신은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가?”

 

마리아 레사는 책의 도입부에서 대뜸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진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위험의 구렁텅이에 던질 수 있을까? 대부분의 머릿속에는 ‘굳이?’라는 물음표가 뜰 것이다. 진실을 침묵한들, 당장 피해를 보진 않으니 말이다. 이는 집단 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모두가 A라 외칠 때 홀로 B라고 주장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은 정의를 추구하는 것보다 소속되고 싶은 욕망이 더 큰 존재다.

 

마리아 레사의 책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는 그녀의 개인적인 삶과 언론인으로서의 삶 모두를 담는다. 그뿐만 아니라 부패한 권력의 언론 탄압부터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소셜미디어의 양면성 등, 우리가 마주하고 살아가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1963년 필리핀에서 태어난 마리아 레사는 열 살 무렵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했다. 미국인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그리고 국외자로서의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 그녀는 끊임없이 ‘성취’해야만 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감이 너무나 컸기 때문일까.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 없던 그녀는 집이 주는 평온함을 그리워하듯 고국 필리핀으로 돌아갔다.

 

귀국 후 그녀는 저널리즘에 눈을 떴다. CNN의 기자로 일하며 동남아시아 각국의 부패한 정권과 독재, 쿠데타, 테러에 대해 보도했다. 위험한 순간을 무릅쓰면서 증거를 알리는 일에 열중하던 그녀는 2005년 CNN을 떠나 필리핀의 ABS-CBN 채널로 이직했다. 그러나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의 언론 탄압은 극심했다. 정부는 언론사를 폐쇄하려는 강압적 조처를 했으며 51명의 기자를 체포하기도 했다. 실제로 마리아 레사의 최측근인 앵커와 촬영감독들이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마리아 레사는 부당한 정치 세력에 대항했다. 그 수단으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시민의 능동적 참여를 끌어내고, 시민이 민주주의를 직접 되찾는 이상을 실현하는 ‘시민 저널리즘’을 제안했다. 2011년, 마리아 레사는 동료들과 함께 디지털 뉴스 웹사이트 ‘래플러(Rappler)’를 설립했다. 마리아는 래플러를 통해 튼튼한 민주주의를 위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자 했다.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필리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그에게 법은 무기였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는 국가라는 이름 아래 무고한 생명들을 살해했고, 여성혐오와 성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필리핀의 인권은 점차 무너져갔다. 마리아 레사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한때 우리가 알던 세상은 사라졌다.”

 

시대의 흐름은 절망스럽게도, 이따금 불행한 타이밍을 선사한다. 두테르테의 독재 정치와 소셜미디어가 결합한 것이다. 정치 세력을 비판하는 언론사들은 정부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게 되었다. 권력에 굴복한 주류 언론사들은 ‘매춘 언론’이라고 비판받았고, 굴복하지 않은 래플러는 정부의 여론 조작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현상에 마리아는 기술의 선한 힘에 회의감을 갖게 되었다.

 

“기술은 우리를 거짓말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고 서로 싸우게 만들며 두려움과 분노와 혐오를 자극하고 권위주의자와 독재자의 부상을 가속한다. 객관성보다 선정주의에 혹하도록 현대 세계의 온갖 기술적 방해물들이 생겨났다."

 

페이스북은 여론 조작을 방치한 대표 사례다. 페이스북은 정치인의 거짓말을 못 본 척했고, 눈앞에서 사실이 죽어가도, 허위 정보와 표적 공격이 판을 쳐도 모두 묵인했다. 진실을 알고도 침묵한 페이스북은 민주주의가 죽어가는 것을 기꺼이 허락했다.

 

래플러는 ‘샤크 탱크’ 라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거짓 정보를 식별했다. 샤크 탱크는 사실 식별뿐 아니라 어떤 관계망이 거짓 정보를 퍼트리는지 추적하는 기능도 있었다. 래플러는 이 모든 정보를 공개했다. 래플러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회관계망 구조를 분석하여, 투명성 있는 통계 및 보도 자료를 공개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권력에 맞서기가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쉬워요. 난 사실을 갖고 있거든요.”

 

기술의 발전은 두테르테의 권위주의가 더욱 부상하도록 도왔고, 두테르테는 ‘래플러’와 마리아 레사를 여러 차례 협박하며 고소했다. 마리아는 풀려나기 위해 보석금을 여러 차례 내야 했고, 여행을 갈 때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녀의 체포 영장, 소송은 계속 늘어났고 정부의 부당한 행위는 지속되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물러났지만 2022년 필리핀의 정치는 과거 독재 정치 시절에 멈춰있다. ‘피플파워’ 시위로 물러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족벌주의, 후원 정치 등 악습은 여전하기에, 마리아 레사의 언론을 위한 싸움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권력에 대항해 오랫동안 싸워온 그녀는 소셜 미디어로 인해 저널리즘이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아닌게 아니라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은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로 인해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이미지화하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미디어와 뉴 플랫폼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민주주의를 훼손했고, 각종 음모론의 형성장이 되어갔다. 미디어 속 ‘알고리즘’도 결국 인간이 코딩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기업들은 과격한 콘텐츠를 담는 알고리즘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는 인간의 건강한 사고력을 상실시키고 분별력을 저하시킨다. 우리는 점차 미디어의 폭력성에 집어삼켜지고 있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소셜 미디어의 부정성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리아 레사가 믿는 ‘행동 편향’을 지향해야 한다. 행동 편향이란 똑같은 결과, 혹 더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행동하는 게 낫다는 믿음이다. 우선, 언론의 자유를 위해 언론을 바라보는 관점을 재정비해야 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 협동하는 존재라면, 저널리즘은 시민 간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마중물이다. 그렇기에 시민은 저널리즘을 통해 사회가 건전한 방향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하며, 저널리즘 또한 민주주의적 논평을 추구하고 국가를 감시 및 검열해야 한다.

 

정부는 소셜미디어가 생성하고 있는 문제점을 법적 제도를 통해 해결하고,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입법 외에 기술과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이다. 특히 기술의 오남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선한’ 기술이 도입되어야 한다. 가짜 뉴스, 여론 조작 등 소셜미디어가 품은 부정성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라이트하우스’와 같이, 사실을 둘러싼 공적 담론을 보호하기 위해 언론인들이 만든 기술 플랫폼이 그 예시다.

 

소셜미디어 문제 해결은 정부와 미디어 기업들이 외면하지 않고 직시해야 하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민주주의를 상실한 국가는 언론의 강력한 여론 형성의 힘을 두려워해 가장 먼저 언론을 통제한다. 그렇기에 시민은 언론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당신은 언론을 신뢰하는가? 당신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