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대학알리

건국대학교

바쁜 일상 속의 휴식

건대알리 세 명의 기자가 각각 방문하고 싶었던 세 곳의 전시회를 추려 기사에 담았다. 비록 방학은 끝났으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이 세 곳의 전시회를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첫 번째, 데미안展 : 내가 딛는 곳이 곧 길임을.

건대알리 김다은 기자 

 

2019년 12월. 우리에겐 예상하지 못한 감염병이 찾아왔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았고, 우리는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마스크가 너무나 당연시 돼버린 지금.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어색해질 때도 있다. 코로나로 누군가는 직장을 잃었고, 누군가는 꿈을 잃었다. '비대면'이 우리의 사고를 지배해버렸다.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우리는 꽤 무력해졌다.

 

'싱클레어의 꿈,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전시 ‘데미안’은 우리에게 새로운 일상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찾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 전시회는 총 18개의 섹션으로 이뤄져 있다. 각 섹션마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는데, 뿌리는 통일된다. 관람객들이 각자의 알을 깨고 나와 날개를 다는 것. 전시가 그들의 날개가 돼 꿈을 향해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한다.

 

 

설치 미술이 말해주는 ‘나’다움

 

18개의 전시를 마주할 때, 첫인상은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1차적인 의미로는 물리적으로 무엇을 사용한건지에 대함이고, 2차적인 의미로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것에 대해 가늠하곤 한다. 팸플릿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이해하고 나면 이게 ‘개성’이구나 깨닫고 만다. 소설 「데미안」의 내용과 상통하는 것 또한 작품 감상의 묘미다. 소설을 읽지 않아도 전시에서 해당 장면을 설명해주기에 어려움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말한다. "본 전시에서 작품의 이름은 작가명이다. 작가는 알을 깨고 나와 이곳, 데미안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이곳을 깨고 더 멀고 넓은 곳으로 비상했다."

 

그를 사랑하는 것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는 사랑을 통해 혼돈 속에서 구원받는다. 사랑의 시작과 깊어지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황홀함을 전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랑이란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과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개인은 다른 세계에 빠져 다른 차원의 삶을 살 수 있다.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움직이게 하고 변하고 싶게 만든다. 사랑의 힘은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며 누구나 할 수 있기에 보편적이다. 때문에 보편적인 감정으로 자신의 삶을 구원받는다는 것이 사랑의 위대함이다.

 

“뭔가를 간절히 원해서 발견한 것이라면, 그건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이, 그의 필사적인 소원이 필연적으로 그곳으로 이끈 것이다.”

 

무언가를 위해 강하게 열망해본 적 있는가. 성취 혹은 소유하기 위해, 혹은 자유를 위하여. 어떤 결과가 나오려면 원인이 필요하다. 우연의 일치는 무한하지 않고 결코 진실되지 않다. ‘우연’이라는 상황에 긍·부정의 가치 판단을 내리고자 하는 것이 아닌 노력의 순수함을 절대 배반할 수 없다. 어느 분야에서 선구자가 되기 위해선 남들보다 더 많은 시도와 그에 따른 시행착오를 안고 있다. 그러나 여러 절망을 이겨내고 난 후 당당한 자태는 담대하다. 그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던 까닭은 꿈을 꿨기 때문이고, 꿈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 한 발짝 내딛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나도 뭔가가 되겠지만, 내가 지금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지.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고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본 전시회의 특별한 점은 입구와 출구가 동일하다. 18번순인 “자유와 사랑”은 종착점이자 시작점이 된다. 사랑으로 귀결될 수 있으나 사랑으로 출발할 수 있다. 어느 곳에서 박차를 가하든 관람객의 마음이었고, 언제나 그랬듯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뿐이었다.

 

<전시 목록>

18가지의 설치 미술을 정리했다. 기자가 직접 느낀 감정들로 부제를 지었다.

 

1. 대니&엘 "우리는 모두 색을 가진 사람들“

 

2. 강미로 "나의 감정에게“

 

3. 정준호 "저는 멈췄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4. 레오다브 "계몽“

 

5. 나의 데미안 "Dear X“

 

6. 이해전 "심연으로 가는 길“

 

7. 싱클레어의 하루 "내 생일 찾기“

 

 

8. 꿈의 맛 "절대적인 것을 움직이는 건 역시 사랑“

 

 

9. 전우미 "분홍 속의 순정“

 

10. 또 다른 세계 “혼돈 속으로”

 

 

11. 멈춰진 시간 “아노미는 멀지 않다”

 

12. 김형우 “느림의 미학”

 

13. 최초의 불꽃 “우거진 숲의 시작은 작은 씨앗이었다”

 

 

14. 새로운 성장 “데미안”

 

15. 비상 “날개”

 

 

16. 알 “여기가 나의 시작이야”

 

 

17. 308 아트 크루 “가장 단순한 것에서 가장 복잡한 것이 나온다”

 

18. 자유와 사랑 “우리는 모두 사랑하며 산다”

 

두 번째,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건대알리 박채윤 기자

 

2020년 10월, 어떤 회사의 회장이었던 사람이 사망했다. 그 사람은 누군가에게는 경제를 살린 인물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할 인물이었으나, 그의 사망이 대다수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의 죽음 이후 숨겨져 있던 보물 창고가 열리자, 한국 미술사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교과서에서 사진으로나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2021년 7월부터 시작된 이건희컬렉션은 매번 열화와 같은 성원에 예약이 열리는 즉시 마감됐다. 현장에서 30%, 사전 예약으로 70%의 비율로 하루 제한된 인원만이 입장 가능한데, 관람 희망일 14일 전부터 예약 가능한 온라인 사전 예약은 예매가 가능해지는 시간인 18:00에 거의 전체 시간이 마감되고는 하니 관람을 원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이번에 기사로 소개하고자 했던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은 예약에 실패해 방문하지 못했다. 대신 바로 직전에 있었던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감상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사진을 공유하고자 한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회장 안에서 순서에 연연하지 않고 보고 싶었던 작품을 먼저, 그리고 오래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전시회의 장점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다면 오른쪽 아래에 작게 남겨진 설명을 읽거나, 작품의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에서는 배우 유해진 씨의 목소리를 가진 로봇이 작품을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그중 흥미로웠던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환기의 <산울림 19-II-73#307>은 무엇보다 그 크기와 색감에 압도당한다. 그림으로 한 발짝만 다가가면 푸른색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다. 무명 캔버스에 아교질을 한 뒤, 미리 풀어둔 물감으로 점을 찍었다. 그리고 그 점을 다시 사각형의 선으로 둘러싸기를 반복해 색점을 만드는 방식으로 마무리했다. 이 색점은 화면 전체에 걸쳐 반복되면서 리듬을 만들어낸다.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에서도 들을 수 있듯이 그림의 부드러운 농담과 물감이 번지는 효과는 화면을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만 같다.

 

 

 

 

김환기의 <산울림 19-II-73#307>과 같은 대형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중 김기창의 <군마도>는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줬다. 여러 마리의 말들이 무리를 이뤄 격렬하게 질주하면서 뒤엉키는 극적인 움직임을 표현한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그 크기와 함께 굉장히 압도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준다.​ 수묵의 농담은 동양적인 미를 한껏 보여주고, 역동적인 화면은 새로운 창작세계로 진입한 김기창의 열정과 자신감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된다.

 

 

검은 선묘로 인물의 형태를 묘사한 것을 제외하면, 인물과 바탕의 색채와 질감이 균질화돼 멀리서는 그림 속의 형태를 발견하기 힘들다고 평가되는데, 정말 멀리서는 그림에 담긴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면 그림의 내용을 명확하게 볼 수 있다. 세로로 긴 화면에 두 무리의 인물이 존재하는데, 각 무리의 사람들은 움직이는 방향이 서로 반대이다. 박수근은 1950대 말 작품의 색채와 질감에서 독창적인 화풍을 완성했는데, 그 후 다시 형태를 단순하게 바꾸고, 그림의 선을 강직하게 바꾸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자 했다고 한다.

 

 

전시의 메인 작품 중 하나이자, 교과서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황소>를 직접 볼 수 있었다. 황소는 이중섭의 걸작이라고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이자, 생각보다 작은 크기에도 붉은색 배경과 강렬한 주름을 가진 황소가 선명하고 인상 깊게 느껴진다. 진중하고 묵직하며 힘차지만, 어딘지 모르게 애잔한 느낌을 자아내는 황소의 모습은 이 시절 이중섭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은 2022년 6월 6일 마무리 됐고, 그 뒤에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이 전시 진행 중이다. 2022년 4월 28일 목요일부터 2022년 8월 28일 일요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정선 <인왕제색도>, <금동보살삼존상>, 김환기 <산울림>, 클로드 모네 <수련>, 이중섭 <황소>, 박수근 <한일> 등 355점이 전시되고 있는데, 만약 보고 싶었던 작품이 있다면 현장 예매에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만약 시간이 부족하고 현장 예매를 시도하지 못했더라도 이건희컬렉션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아직 전시 중이니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은 국민 화가 ‘이중섭’의 작품을 모아서 볼 수 있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이 남아있다. 2022년 08월 12일 금요일부터 2023년 04월 23일 일요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은 고인의 유족들에게 기증받은 이중섭의 작품 9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중섭 소장품 10점을 모아 약 10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대중에게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의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전시회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은 클 것이다.

 

세 번째, 문화역서울284 기획전 '나의 잠’

건대알리 송혜연 기자

 

 

현대 사회에서 수면은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자는 것을 볼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자는 모습을 보고 있지는 않듯이 ‘잠’에 대한 행위를 예술로 나타낸 전시는 꽤 참신하게 다가왔다. ‘나의 잠’ 전시는 하루 중 꼭 필요하고 당연한 ‘잠’에 대해 새롭게 고찰할 수 있다.

 

 

전시는 1층과 2층으로 이뤄져 있다. 문화역 서울284에서 만날 수 있는 첫 작품은 김홍석 작가의 <침묵의 공동체>이다. 1층에는 사람들이 동물 탈을 쓰고 제각각의 형태로 누워있으며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당나귀옷을 입고 소파에 누워 계신 분은 북한에서 탈출한 40대 농민입니다.’, ‘토끼탈을 쓰고 있는 이분은 마사지사입니다.’, ‘늑대탈을 쓰고 있는 이분은 대리운전기사입니다.’, ‘오리탈을 쓴 이분은 가정주부입니다.’와 같이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잠의 행위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 퍼포먼스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작품에는 사회에 대한 냉소와 비판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최윤석 작가의 슬립북은 과거 자신이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모습, 즉 자신의 취약한 모습을 지인들이 촬영해준 사진 모음집으로 작가의 19년 동안의 기록을 엮은 출판물 작업이다. 잠에 빠져 의식이 없는, 내가 마주할 수 없는 자화상 이미지를 날짜와 장소를 기록해 나열한 작품으로 작가의 자전적인 성격을 띄며 관람객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나의 잠’이라는 컨셉에 맞게 쉴 수 있는 공간들도 마련돼 있다. 작가는 자신의 방에 있는 소품과 구조를 그대로 옮겨놓고 자유롭게 드나들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동시대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작가의 수면 방식과 장소를 직접적으로 공유함으로써 함께 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전시를 기획 총괄한 유진상 예술감독은 “모든 이가 잠을 ‘나머지’ 또는 ‘여백’이 아닌, 삶의 커다란 영역에 자리한 중요한 의미로서 다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문화역서울284 <나의 잠>은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잠에 대해 생각하고 잠의 존재를 깨달으며 현대인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잠을 여섯 가지의 섹션으로 나눠 저녁에서 새벽을 거쳐 아침으로 가는 섬세함을 담고 있으며 복합적인 섹션을 통해 “당신은 잠을 잘 자고 있나요?”라고 총체적으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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