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7 (토)

대학알리

가해자 김XX, 그너머의 공범‘들’

인하대 새내기 강간치사 사건에 대하여

 

지난달 15일, 인하대에서 한 대학생이 동급생에 의해 성폭행당한 뒤 학교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대학 내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파장이 컸으나, 그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사회가 이를 다루고 소비하는 방식이었다.

 

인하대 동급생 성폭행 사망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와 같은 인하대 재학생이었던 ‘김XX’이라는 한 20대 남성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가해자는 그 한 명이 끝이 아니다. 가해자 김XX 그 너머에 언론, 대학, 정부기관이라는 공범‘들’이 있었다.

 

 

언론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사건의 본질은커녕 오로지 ‘조회수 경쟁’에 치중한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망인의 마지막 길을 어지럽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표한 모니터 자료에 의하면, 선정적 표현을 사용한 언론사는 <연합뉴스>, <SBS> 등 60여 곳, 성차별적 표현을 사용한 언론사는 <중앙일보>, <뉴시스> 등 40여 곳에 달한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실청요강 제3조 보도준칙에 따르면, 범죄·폭력·동물학대 등 위법적이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보도할 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저속하게 다뤄서도 안 된다. 그러나 조회수 경쟁 앞에서 이런 원칙은 너무나도 쉽게 잊혔다. 자극적인 보도를 정정하라는 시민단체와 여론의 끊임없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보도 직후 성차별적 표현을 수정해 기사를 재출고한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언론사는 여전히 문제가 된 헤드라인을 수정하지 않았다. 관련 사과 또한 없었다. 정의를 말해야 할 언론이 되려 망인과 그 유가족들을 부정하게 상처 입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누구 하나 ‘죄송하다’ 말하는 기자가. 언론사가 없다.

 

사건 발생 이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의 신상이나 현장 발견 사진을 찾거나 성폭력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를 다시 성희롱하는 등 도를 넘어서는 2차 가해 발언이 횡횡했다. 이 같은 2차 가해의 도화선은 불필요한 선정적 ·성차별적 보도로 망인을 모욕한 언론임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또한, 한 가지 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언론의 유구한 성범죄 관련 성차별적 보도 관행이 문제가 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때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기사를 정정하거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는 ‘무대응’이라는 속편한 해결책을 택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대체 언제까지 ‘女대생 캠퍼스에서 옷 벗은 채 발견’ 따위의 저급한 헤드라인에 마음이 헤집혀야 하는 건지.

 

사건이 벌어진 인하대라고 또 결백한가. 인하대는 최근 익명의 인하대생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내 성차별적 대학 문화를 비판하고자 교내에 부착한 대자보를 사전 승인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단 철거했다. 대학 사이트 내 성교육 QnA 게시판의 ‘천황폐하만세’는 버젓이 방치하고 재학생으로서 마땅히 부착할 수 있는 대자보는 일전의 다른 미승인 게시물과 비교했을 때도 더 빠르게 철거한 것은 과연 해당 대자보가 정말 ‘미승인 게시물’이었기 때문인가? 인하대에 묻고 싶다. 인하대 총학생회도 그렇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사건 발생 다음날 ‘눈물을 삼키며,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라는 제목으로 사건 관련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입장문에는 피해자를 추모한다는 명목의 ‘감정적 호소’만이 빼곡했다. 가해자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해당 입장문이 보여주기식 입장문이든, 아니든 그 여하와 상관없이 학생들을 대표해야 할 학생자치기구가 보일 행보는 아니었다.

 

정부기관도 문제다. 교육부가 이번 사건을 두고 재발 방지책으로 내놓은 대안은 ‘대학 안전관리 계획’이다. 학내 야간 출입관리 및 취약시간대 순찰 강화, CCTV 증설 등이다. 이는 교육당국에서도 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탁상행정’에 불과하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 사건이 단순히 ‘CCTV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인가? 사건 발생 당시에도 이미 인하대에는 765대의 CCTV가 있었다. 더하여, 비단 캠퍼스뿐만 아니라 CCTV가 있는 곳에서도 성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벌어진다. 야간 순찰 강화도 마찬가지다. 성폭력범은 해가 진 후에만 그 고개를 쳐드는 늑대인간이 아니다. 성폭력은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시간과 관계없이 벌어진다. 이 당연한 사실을 왜 교육부만 모르는 걸까?

 

성폭력의 원인은 캠퍼스 내 만연한 강간문화와 낮은 젠더감수성, 그리고 이를 용인해온 사회다. 대학은 ‘학생을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기르겠다’고 약속하지만 그 인재의 덕목에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도덕성, 젠더감수성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은 최근 5년 간 1206건(2019년, 교육부 통계)이나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과 교육당국은 정말 아무런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학은 정말 ‘학생’을 위한 공간이 맞나. 맞다고 한들, 그 학생에 ‘여학생’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지난 24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 사건을 두고 “학생의 안전 문제지 남녀를 나눠 젠더갈등을 증폭하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정말 단순히 ‘안전’ 문제로 퉁칠 사안인가. 대학 내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김현숙 장관은 모르나. ‘그러게 여학생이 왜 늦은 시간까지 남학생이랑 술을 마셔서’라는 둥 피해자가 여성으로서 정숙하지 못했다는 둥 피해자의 행실이 사건 발생 원인인 양 매도하는 2차 가해가 판치고 있다는 사실을 김현숙 장관은 몰랐나.

 

인하대 성폭행 사망사건은 전형적인 ‘여성살해 사건’이다. 안전의 관점에서만 이 사건을 바라본다면 그건 사건의 본질을 벗어난 빵점짜리 분석이다. “여자라서 죽었다”고 하지 말라고 반박하기 이전에, “그러게 왜 여자가 늦은 시간에 남자랑 술을 마시냐”며 범죄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악마들의 이름부터 호명해라. “젠더갈등 조장하지 말라”고 지적하기 이전에, 강력범죄 피해자의 80% 이상이 여성이라는, 그중에서도 95%가 성범죄 피해자(경찰청 범죄통계, 2020)라는 비참한 현실부터 직시하라. 젠더갈등을 조장하는 건 ‘여자라서 죽었다’는 말이 아니라, 성차별을 성차별이라 말하지 못하게 하는, 여성혐오 범죄를 치안 문제로 퉁치는 대한민국 사회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젠더갈등 조장하지 말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아무런 죄도 없이 죽어간 여성들을 지우지 말자. 이제는, 더 이상, 제발.

 

정윤채 객원기자

sunwillrise@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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