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6 (월)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전공 제도 ‘충분한 전공 탐색’과 ‘학생 선택 중심 교육 과정’은 실현됐는가

전공 탐색 기회 제한, 정보제공 미흡…제도 취지와 현실 괴리
계열 모집 운영 속 학생 지원 체계 부재
“자율적 선택 아닌 준비되지 않은 선택”… 구조 개선 필요

무전공 제도가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본교)에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당초 이 제도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전공 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 선택 중심 교육 과정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이러한 취지와 달리 여러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계열 단위로 선발하는 2유형 무전공 (이하 계열 모집)의 경우, ▲전공 탐색의 실효성 부족 ▲정보 제공 미흡 ▲학생 자치 공간 부재 등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외대알리(이하 본지)는 계열 모집을 중심으로, 무전공 제도의 운영 실태와 한계를 살펴봤다.

 

 


 ‘무전공 제도의 도입 배경’


교육부의 ‘2025~2027년 대학 혁신 지원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무전공 선발 비율에 따라 대학에는 최대 4~10점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이 중 자유전공학부(유형 1)는 모집 정원의 10% 이상, 계열 모집(유형 2)은 15%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본교는 2025학년도부터 무전공 선발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2026학년도 기준 자유전공학부(유형 1) 324명(10.11%), 계열 모집(유형 2) 511명(15.94%) 등 총 835명(26.05%)을 무전공으로 선발했으며, 이는 서울 소재 대학 가운데 최대 규모다.

 

최영용 기획조정차장은 지난 2025학년도 무전공 제도 관련 간담회에서 “무전공 제도는 충분한 전공 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 선택 중심 교육 과정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무전공 비율 확대를 통해 대학 혁신 지원 사업비 확보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충분한 전공 탐색, 가능한가


그러나 실제 운영에서는 ‘전공 탐색’이라는 제도의 핵심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종진 아시아언어문화대학 학장은 계열 모집과 함께 도입된 기초과정 제도가 전공 학습과 전공 탐색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존 54학점이던 전공 학점이 42학점으로 축소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6학점의 기초과정이 추가됐지만, 해당 과정은 전공 심화가 아닌 ‘전공 맛보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랍어·이란어·태국어와 같이 문자부터 새로 학습해야 하는 언어 전공의 경우, 전공 학점 축소는 전문성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오 교수는 “현재 구조에서는 전공 학습의 깊이와 전문 인력 양성 모두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 탐색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1학기에 특정 언어를 수강한 뒤 다른 전공을 탐색하고자 해도, 2학기에는 ‘기초과정 2’만 개설돼 있어 새로운 전공 언어를 처음부터 배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전공을 경험하기보다는, 초기 선택에 따라 수강이 제한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학생들 역시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다. 지난해 계열 모집 25학번(당시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주관식 설문조사에서 한 학생은 “여러 언어 전공 수업을 들어도 최종 선택한 전공 외에는 교양으로 처리된다”며 “이에 따라 애초에 다양한 전공을 시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들은 아래의 실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해당 조사에서는 전공 탐색 기회의 충분성, 전공·진로 정보 제공, 소속감 등 주요 항목에서 3점이하의, 전반적으로 낮은 만족도가 나타났다. 이는 제도가 내세운 ‘전공 탐색’과 ‘학생 선택 중심’이라는 취지가 실제 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제도 개선의 필요성 역시 제기되고 있다. “1년 전체를 무전공으로 운영하기보다 한 학기만 운영하고, 2학기부터 전공에 진입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과 함께, “같은 단과대 내 타 전공과목을 수강할 경우 이후 선택 전공의 전공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나왔다.

 


'학생 선택 중심'이라지만,정보는 부족


무전공 제도의 또 다른 핵심 취지는 ‘학생 선택 중심 교육’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정보 제공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경대학 통합 모집으로 입학한 한 학생은 “계열 전용 홈페이지조차 없어 수강 신청 직전까지도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타 학과 수업이 전공 학점으로 인정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반 학과의 경우 커리큘럼, 전공 선택 안내, 행사 정보 등이 홈페이지를 통해 체계적으로 제공되는 반면, 계열 학생들은 이러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2026학년도부터 계열 모집이 정시 100%로 선발되는 만큼, 입학 전 정보 접근성이 더 제한되는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취지가 '전공 탐색'에 있다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정보 제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같은 등록금,다른 환경"... 자치 공간은 없다


계열 모집 학생들이 체감하는 큰 문제 중 하나는 학생 자치 공간의 부재다.

아시아언어문화대학 학생회가 실시한 주관식 설문조사에서 한 학생은 “다른 학과는 전담 교수, 상담제, 과방 등 다양한 지원이 있는데 계열 학생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계열 학생들은 전담 전임교수가 없고, 과방과 같은 자치 공간도 제공되지 않는다. 때문에 도서관이나 공용 공간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과방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학생 간 교류와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는 자치 기반이다. 그러나 계열 학생들은 제도 신설과 공간 부족을 이유로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1년만 거치면 된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학생 사회에서 이 같은 인식은 학생의 권리를 유예하는 것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도 취지와 현실 사이


무전공 제도는 ‘전공 선택의 자율성 확대’라는 긍정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도입됐다. 그러나 계열 모집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 전공 탐색 기회는 제한되고, 정보 제공은 부족하며, 학생 지원 체계 또한 미비한 상황이다.

 

결국 현재의 계열 모집 제도는 ‘자율적 선택’보다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선택’을 요구하는 구조에 가깝다.

 

제도의 취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선발 확대를 넘어, 계열 모집 학생의 전공 탐색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과정 설계, 충분한 정보 제공, 그리고 학생 자치 기반에 대한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제도가 학생의 선택을 보장하기보다 오히려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대현 기자(bihs2413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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