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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일반쓰레기통에 재활용 쓰레기가 들어왔다’ (1부) 분리되지 않는 기숙사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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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되지 않는 기숙사 쓰레기와 학내 구성원들의 이야기

 

지난 5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기숙사 청소부 아주머니 이야기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코로나19 이후 기숙사 청소노동자 수는 줄었지만,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증가한 쓰레기가 청소노동자의 업무강도를 가중시킨다고 했다. 늘어난 쓰레기로 인해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은 휴일에도 다음 날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 양이 감당하기 힘들어 출근을 한다는 것이다. 함께 올라온 사진 속 쓰레기는 하루에 배출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쌓여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택배와 배달음식 주문이 전국적으로 늘어난 현재, 기숙사도 다를 바 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배달음식 용기와 택배 박스가 쌓이고 있다. 

 

 

 

 

 

 

 

 

 

 

 

 

 

 

 

이에 외대알리는 코로나19 이후 기숙사 쓰레기 분리배출 실태와 청소노동자가 맞닥뜨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 기숙사를 다녀왔다.

 

 

 

애매한 분리수거 기준, “쓰레기를 어디에 버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기숙사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들은 분리수거가 잘 되고 있을까? 기숙사생들을 만나 평소 기숙사 내 분리수거가 잘 이루어지는지 물어봤다.

 

글로벌캠퍼스 기숙사 훕스돔(HUFS Dorm)의 경우 분리수거 시스템은 ‘일반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박스’로만 구분되어 있다. 훕스돔에 거주 중인 학생 A는 “재활용 쓰레기통이 세분화되어있지 않고 제대로 된 안내문도 없어 분리배출하기가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게다가 일반쓰레기통 옆에 있는 파란색 통은 어떤 쓰레기를 버리는 것인지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학생들은 이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다른 학생들이 먼저 버린 쓰레기를 보고 따라버린다고 답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배달 쓰레기양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인한 불편함도 이야기했다.  학생 A는 “청소노동자들이 출근하지 않는 휴일에는 쓰레기가 두 배로 쌓여있다. 쓰레기통 위치도 정수기와 전자레인지 옆에 있어 위생적으로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언급했다.

 

 

 

서울캠퍼스 기숙사 국제학사에 거주하는 학생 B의 답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제학사의 경우 쓰레기통은 ‘페트병&캔&유리’, ‘플라스틱’, ‘비닐&일반쓰레기’, ‘박스’로 구분되어 있다. 학생 B는 분리배출을 하며 가장 난감했던 것으로 ‘비닐과 일반쓰레기 버리는 곳이 같다’는 것을 꼽았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깨끗한 비닐도 이곳에 버리는 것이 맞는지 자주 헷갈린다는 것이다. 국제학사도 분리수거통을 세분화하고, 평소 많이 배출되는 재활용품 쓰레기통을 늘려 개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게 학생 B의 의견이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공간이 한 군데만 있어 그 층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며 다른 쓰레기들도 함께 버리기 때문에 유독 그 층에 쓰레기가 많이 쌓인다”며 한 층에 쓰레기가 몰리는 것을 지적했다. 국제학사의 경우 쓰레기통 위에 분리배출에 관한 안내문이 붙어있긴 하지만, 이로 인해 학생들이 분리배출을 완벽히 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분류하기가 애매한 경우 분리배출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기숙사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공지나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입사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쓰레기통 위치를 알려주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 이후 사라졌다. 학생 B는 이 점을 지적하며 기숙사에서 제대로 된 안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돈 안 받고 주말 특근 안 하고 싶다"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분리배출. 그 쓰레기들은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들은 두 차례의 재분류를 거친다. 첫 번째 재분류는 기숙사의 청소노동자가 떠맡게 된다. 글로벌캠퍼스 기숙사는 아침저녁으로 두 번, 각 세 시간 동안 쓰레기 분류작업이 이루어진다. 서울캠퍼스 역시 동일하게 재분류 작업이 진행된다. 또, 청소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상 출근 시간은 오전 7시이지만, 아침 쓰레기 분류 작업을 위해 오전 5시에 출근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글로벌캠퍼스 기숙사에서 8년째 근무 중인 청소노동자 A 씨는 재분류 노동에 대해 '원래부터 당연하게 하던 일'이라고 응답했다. 서울캠퍼스 기숙사 청소노동자인 B 씨 역시 재활용 쓰레기를 재분류하던 작업은 예전부터 해왔고, 주5일 근무가 원칙이지만 쓰레기가 많을 때 주말 출근도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특근 수당은 당연히 챙겨주지만, 차라리 돈을 받지 않고 주말에는 쉬고 싶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배출되는 택배 박스의 양이 몇 배로 늘었는데, 테이프를 제대로 뜯고 버리지 않아 테이프 제거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배달주문량의 증가로 배달 쓰레기가 늘었음을 체감한다는 의견 역시 제시되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청소노동자가 분류한 후, 쓰레기는 제대로 배출되는 걸까? 청소노동자가 재분류한 쓰레기는 일반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는 쓰레기장으로 모인다. 여기서 2차 재분류가 이루어진다.(본기사에서는 학교 쓰레기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2차 분류 노동자'로 지칭한다) 2차 분류 노동자들은 재활용 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들어 올려, 소리나 부피 등으로 플라스틱이나 캔이 각 봉투에 맞게 분류되어 있는지를 가늠한다. 적절하게 분류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면, 그 봉투를 찢어 다시 분류한다.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봉투는 쓰레기 업체에서 수거해가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캠퍼스의 쓰레기장에서 근무하는 2차 분류 노동자 C 씨 역시 코로나 이후 배달 쓰레기의 양 증가를 실감한다고 답했다. 코로나가 가져온 노동의 어려움은 쓰레기 배출량 증가뿐만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바에 따르면 무거운 쓰레기봉투를 운반하는 일의 특성상, 땀이 흘러내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음식물이 묻은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할 때 “코로나에 걸린 학생이 먹은 음식물이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캠퍼스의 2차 분류 노동자 D 씨는 재분류 노동에 대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대답을 해왔다. 재활용품이 제대로 재활용되기 위해서는 학생이든, 재분류를 하는 청소노동자든, 쓰레기장에 근무하는 2차 분류 노동자가 되었든 '누군가'는 수행해야 하는 노동이라는 것이다. 결국 분리배출의 책임은 미루고 미뤄져 누군가의 필수적인 노동으로 자리잡았다.

 

 

“청소노동자들이 힘든 건 알지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기숙사 내 분리수거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학생들에게 가하는 제재가 있을까? 기숙사에는 사생수칙이 존재한다. 사내 기물을 고의파손하거나, 사내 흡연을 하는 등 사생규칙에 위반되는 행동을 할 시, 벌점을 부여하거나 퇴사 조치한다. 그러나 사생수칙 어느 부분에도 쓰레기 분리배출 관련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기숙사 입사 시 학생들이 받는 생활안내서에도 관련 언급은 전혀 없다.   

 

 

이를 관리하는 ‘시설관리팀’은  “분리수거를 의식없이 하는 학생들이 일부 존재한다. 분리수거 쓰레기통 근처에 CCTV가 있긴 하지만, 일일이 돌려보고 학생을 색출하기는 쉽지 않다” 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숙사 모든 층의 분리수거 쓰레기통 위에는 CCTV가 존재하며, 창문에는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버릴 시 CCTV 판독을 통해 적발하여 벌점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하지만 CCTV를 돌려보는 것은 학교 규정 내의 일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직원들도 철저한 색출절차를 원치 않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문구를 통한 경고와 학생들의 양심에 맡기고 있다고 전했다. 

 

경고 문구 외에도 기숙사 쓰레기통 위에는 여러 종이들이 부착되어 있었다. 분리배출 캠페인이나 당부사항들이 적혀 있으나, 현장에서 본 안내문들은 학생들이 인지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분명, 쓰레기 분리배출에 더 적극적인 공지와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학생들이 잘못 버린 쓰레기까지 전부 감당해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의 한탄도 이어진다.  하지만 시설관리팀은 “우리가 인력을 충원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외엔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한다. 한국외대 청소노동자들은 학교에 직접 고용되지 않는다. 학교는 용역업체 ‘동원안전시스템’을 고용하고, 해당 용역업체가 청소 경비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구조이다. 때문에 학교는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권한이 없어, 이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학교는 갑, 우리는 을”

 

학교의 주장을 듣고 청소노동자의 고충을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용역업체 ‘동원안전시스템’을 찾았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조금 달랐다.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긴 하지만 순전히 학교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청소 노동자에 대한 일부 인력감소가 이루어졌다. 서울캠퍼스의 경우 코로나19 전후 인력감소가 없었지만, 글로벌캠퍼스의 경우 기숙사 수용인원이 줄어 학교의 요청에 의해  청소노동자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촉탁직*과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근로자를 위주로 기존 50여명의 청소노동자 중 7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이외에도 올해 1월 이전까지 노조 합의 하에 모든 청소노동자들의 근로시간 감축과 급여 삭감이 이루어졌다. 더 이상의 구조조정을 막기위해 남은 청소노동자들이 고통을 분담한 것이다. 용역업체는 갑(학교)에게 용역비를 받아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한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근로환경에 대해서는 “기타 시설들에 비해 학교는 근로조건이 좋은 편이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이나 인력 충원은 학교나 용역업체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학교와 용역업체가 함께 노동자들을 섬세하게 관리하며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고충에 대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촉탁직: 정년에 달한 근로자를 임시적으로 재고용하는 것

 

 

외대알리는 현장취재를 통해 기숙사를 넘어 학내  쓰레기 분리배출의 구조를 파악했다. 학생들은 애매한 쓰레기 분리수거 기준으로 쓰레기를 어디에 버려야 할지 모른다고 한다. 청소노동자들은 학생들이 마구잡이로 버린 쓰레기를 하루종일 재분류하며 고충을 토로한다. 학교와 용역업체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한계에 부딪친다.  이렇듯 학내 구성원들의 각기 다른 상황과 이해관계는 미스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는 산처럼 쌓여있는 쓰레기들, 공연히 여러 번 이루어지는 재분류 과정으로 나타났다.

 

외대알리는 후속 기사를 통해 학내 구성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다루고, ‘재분류 노동은 과연 누구의 노동인지’ 고찰해 보고자 한다.  

 

 

 박시은 기자 (sini0418@hufs.ac.kr)

 배시은 기자 (bc0527@hufs.ac.kr)

 이지민 기자 (starwave02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