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5 (금)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안녕하세요! 표지모델입니다 : Kinky, 김기현

 

 

01. 안녕하세요. 먼저 본인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저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2학년까지 다니다가, 이제 학교는 그만두고 전문적으로 댄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김기현, 댄서네임은 킨키(kinky)로 활동하고 있어요. 왁킹이라는 장르를 추고 있고, 보깅이라는 춤을 배우고 있습니다. 다양하게 추고 있는데 요즘에는 코레오그래피를 안무 부분에서 많이 하고 있어요.

 

02. 댄서네임이 킨키(kinky)인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보통 댄서분들이 댄서 네임이 있어요. 저도 댄서네임이 있으면 좋겠어서, 애너그램을 해봤어요. 그런데 그중에 킨키 비슷한 단어가 있었어요. 김기현이니까 친구들도 “김기, 김기”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많았고, 거기다 마침 제가 처음 맞추었던 새빨간 하이힐이 킨키 부츠였거든요. 운명 같았어요. 내가 신는 신발도 킨키 부츠고 이름도 김기현 비슷하고. 그리고 킨키를 검색해봤는데 뜻이 ‘변태’ ‘성적으로 이상한’ 이렇게 딱 뜨는 거예요. 약간 괴랄스러운게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딱 이거다” “킨키가 딱이다”, 그래서 댄서 네임으로 또 드래그 네임으로 쓰고 있습니다.

 

03. 평소와 무대 위에서 드랙을 했을 때 다른 점들이 있나요?

  완~~~전히 달라져요. 평소에는 거의 말이 하나도 없거든요. 되게 조용해요. 무뚝뚝하다고 해야 하나? 그냥 가만히 있고 음악이나 듣고 그러고 있는데, 딱 무대에 올라갔을 때는 몸속에서 에너지가 폭발하는 것처럼 변해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엄청 표현해요. 확실한 건 평소에 열배 백배 에너지가 막 쏟아져 나와요. 그런 면에서 좀 다른 것같아요. 킨키(kinky)라는 새로운 존재가 춤을 추는 거예요. 내가 원하는 춤, 내가 생각하는, 표출하고 싶어 하는 에너지를 보여주는데 있어서 메이크업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옷을 통해 더 극대화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드랙을 하고 있어요. 완전하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처럼. 춤을 출 때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요.

 

04. 처음 화장을 하고 힐을 신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어무 신났어요. 제가 발이 280이에요. 기성화를 신지 못해서 신발을 맞추거든요. 처음 받아서 신고 딱 올라 가는데, 너무 제 세상이었어요. 갑자기 키가 한 3m된 거 같고, 다 내 아래에 있는 거 같고 자신감이 올라가서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익숙해지려고 연습실에서 맨날 신고, 뛰고 돌고 했어요. 화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재밌잖아요. 재밌기도 재밌고, 일단 예뻐지니까 좋아요. 얼굴 촥 깎고, 좋아요.

 

 

05. 춤을 추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세요?

  어렸을 때부터 춤은 늘 췄어요. 8살 때 무용을 시작했어요. 방과 후 학교에 고전무용이란 게 있었어요. 애들한테 잘난 척하고 싶어서, 고전무용에 대해 모르는데 “나 고전무용 알아, 나 잘해” 이렇게 말을 해 버린 거예요. 거짓말로. 그랬더니 친구들이 “선생님 기현이는 고전무용을 잘한대요”라고 말해버린 거에요. 그래서 무용을 하게 됐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렇게 8년을 했어요. 무용밖에 몰랐어요. 그러다 예체능 계열이 워낙 돈이 많이 들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시작을 했죠. 그 때 처음으로 엄마에게 울면서 화내고 그랬던 것 같아요. 태어나서, 그날이 딱 한 번이에요. 이유가 돈이 없어서라는게 너무 슬펐어요. 그러다가 20살때 살이 너무 쪄서, “춤으로 살을 빼야겠다” 생각했어요. 누나가 댄스강사여서, 아는 선생님한테 찾아가면서 잠자고 있던 제가 깨어난 거예요. 공부하면서 안 하던 춤을 다시 추니까 막 엔도르핀이 돌고, 그때부터 학교를 안 갔어요. 1학년 2학기부터 4년동안 휴학을 하고 그대로 계속 춤만 춘 거예요.

 

06. 그러면 지금은 자퇴를 하신 건가요? 

  따로 자퇴 신청을 하지는 않았어요. 휴학 기간을 제가 다 썼을 거라서 제적 상태일 거 같아요. 제적이 되면 재입학만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재입학을 할 것 같진 않고요. 막 비장하게 신청서를 쓰면서 “자퇴를 하겠어!” 이런 과정은 없었고요. 그냥 자연스럽게 안 나가고 있는 거죠.

 

07. 학교를 쉬고 춤을 춘다는 게 남들과 다른 길일 수도 있는데, 불안함 같은 건 없으셨나요?

  친구들은 늘 저한테 하고 싶은 일 찾아서 하는 게 부럽고 멋있다고 말해요. 그런데 전 잘 모르겠어요. 안전하지 않은 길이고 불확실하잖아요. 그래서 그때도 불안했고, 지금도 불안해요. 제가 다치거나 춤을 못 추게 되면, 그때는 제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지는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춤을 출 때 가장 살아있다고 느끼니까, 그래서 불안한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단순히 즐거워서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 제 스스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불안감이 없어지겠어요. 절대 없어지지가 않으니까 스스로에 확신을 심어주려고 많은 고민과 시도를 하며 노력하고 있어요.

 

08. 제일 인상적인 무대는 언제인가요?

  제가 와커홀릭이라는 왁킹행사에서 게스트쇼로 기모노를 입고했던 무대가 있거든요. 그 쇼가 제 인생에 다시 만나기 힘들 거 같은 쇼에요. 열심히 준비하고, 재밌었고, 잊지 못할 것 같은 그런 쇼인 거 같아요. 제가 한 건데 지금도 계속 봐요. 재밌어요.

 

 

09. 왜 기모노를 입고 하는 컨셉으로 잡았나요?

  제가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노래를 우연히 들었어요. 그런데 노래가 너무 신나는 거예요. 킬링 파트가 있어요. 좃도마떼라고 계속 외치는 부분인데 그걸 듣는 데 너무 웃긴 거예요.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다가 그 부분이 나오는데 가만히 멈춰 서서 “이거다” “이거는 무조건 해야 한다” “이거는 터진다”. 너무나 단순하게 일본 노래니까 기모노로 해보자 했어요. 분장도 가부키 화장으로 해서 얼굴을 하얗게 하고 머리에 꽃도 달고, 그렇게 준비를 했었죠.

 

10. 다음에 또 큰 무대를 선다면 어떤 컨셉으로 하고 싶으세요?

  제가 엄청 하고 싶은 게 있어요. 한국무용을 할 때부터 너무 하고 싶던 춤이 무당춤이거든요. 근데 어려서 그 당시에는 못했는데, 이제 컸으니까 제가 했던 한국무용과 지금 하고 있는 스트리트 댄스를 결합해서 무당춤의 재해석을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을 다 오금이 저리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금도 퓨전국악 많이 듣고 있고, 의상도 단순히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근데 기본 콘셉트 자체는 무당춤이니까 신내림 받는 것처럼 미쳐서 하다가 제가 진짜 신이 올지도 모르게 그렇게 한 번 해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11. 꿈을 향해 나아가고 계신데, 꿈에 대한 용기가 없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는 있지만 “완전히 꿈을 좇으세요” 이렇게 말할 위치는 아닌 거 같아요. 그래도 말씀을 드리면, 겁내지 말고 일단은 해보시는 게 정답인 거 같아요. 해봐야 어려움도 생기는 거고, 그러면 그걸 어떻게 넘을지 다시 보이기 시작을 하니까, 시작을 먼저 해봐야 되는 거 같아요. 만약 지금 시험 준비 중이신 거라면 그걸 위해서 더 열정적으로 시작을 하시면 되는 거예요. “내가 이 늦은 나이에 해봐도 될까?” 꼭 꿈이 아니라도 고민할 시간에 먼저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해보면 다 별거가 아니더라고요. 저도 화장을 배우기 전까지는 너무 어려워 보였거든요. “내가 저걸 어떻게 하지?” 그런데 해 보니까 아직 어렵긴 한데 할 만하더라고요. 높은 구두를 신었던 것도 “내가 저걸 신고 점프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점프는 그냥 하고, 막 뛰어다니고 자빠지고 누웠다가 일어나고 별 걸 다 할 수 있더라고요. 일단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으시면 해보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야 틀렸다, 맞았다를 그제서야 알 수 있으니까. 너무 뻔한 말이긴 한데, 해보셔야 합니다. 하세요. 그냥 하세요.

 

 

정성호 기자(tjdgh54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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