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은 내가 하는 힘든 일보다는 서울 가서 공부하고 사무직 했으면 좋겠는데, 그 바람이 잘못된 건가요? 지역에서 청소년의 '할 일'을 찾도록 돕는 '멘토리 (mentory)' 권기효 대표가 프로젝트 설명회에서 학부모에게 들은 말이다. 권 대표는 학부모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지역에서 이미 수년 살아온 청소년이 더 많은 기회를 위해 지역을 떠나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지역 의제를 다루면서도 최근 서울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비꼬는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에 의아해했다. 그는 유년기에도 서울은 과포화 상태라는 말을 줄곧 들으며 자랐으며 발견된 문제가 아니라 원래 있던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공화국과 지방인구 감소에 대한 지적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약 20년 전 발행된 역사비평 『거대 도시 '서울공화국'의 명암』에서 장규식 교수는 “ 서울공화국으로 전락한지는 이미 오래” 라고 저술했다. 이 논문에서는 6.25 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인구가 서울로 집중되면서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낳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인구가 100만 명대였던 1950년대를 지나 60년
2021년 8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 중인 가운데 지난 2월부터 시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인해 일상회복을 기대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이러한 기대감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감정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백신 접종을 위한 여정 자체가 바이러스에 이어 또 다른 위험이었다. 88올림픽 때부터 한국 사회와 함께한 이주노동자들, 산업연수생제부터 고용허가제까지 이주노동자의 사전적 정의는 취업을 위해 거주지를 떠나 다른 국가로 일하러 가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주로 비전문취업(E-9)이나 방문취업(H-2) 비자를 통해 한국에 입국하여 많은 이들이 기피하는 단순 노동 등에 종사한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오게 된 결정적 배경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은 88올림픽을 준비하고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1990년대 이후 인구 급감과 높아지는 인건비로 인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었다. 이런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이주노동자를 연수생 신분으로 도입하는 ‘산업연수제도’가 1993년 11월부터 시행되었다. 하지만 연수생 신분의 이주노동자는 저임금과…
지난 3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업소를 노리고 벌어진 범죄로, 총 9명의 피해자 중 8명이 사망했다. 이 중 한국계 미국인은 3명, 한국인은 1명으로 모두 총상으로 숨졌다. 단순한 연쇄 총격 사건이 아니라, 동양인을 표적으로 한 증오 범죄였으며 이 사건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사건 이후 ‘아시아계 혐오’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시작되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바이러스 발생국인 중국에 대한 혐오가 극도로 심해졌고, 그것은 곧 아시아계 전반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다. 아시아계 미국인 대상 차별과 혐오에 관해 연구하는 ‘stop AAPI hate’는 리포트를 통해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와 폭력, 차별 사건을 모두 포함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증한 인종주의 범죄로 사상자들이 발생하자 전세계의 스포츠, 연예,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도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를 멈춰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StopAsianHate 캠페인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 중국인과 이주 노동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 코로나19 바이러스
넷플릭스나 왓챠, 웨이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의 등장이 급증하고, 유튜브나 틱톡처럼 영상을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어지며 이러한 미디어 콘텐츠는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었다. 실제로 넷플릭스 실적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작된 작년 1분기의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는 기존에 예상했던 700만 명의 2배 이상인 1천 577만 명으로 나타났으며 매출액 또한 전년 대비 27.7%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미디어는 누구나 쉽게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을까? 앞서 언급한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시·청각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때 미디어 제공자가 이러한 능력을 ‘누구나’ 지니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결국 능력을 지니지 않은 ‘누군가’는 미디어의 사각지대로 몰리게 된다. 현재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 서비스는 화면 음성해설이나 폐쇄형 자막(콘텐츠 내 모든 음향효과를 자막으로 표현하는 것) 등의 배리어프리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에 반해 국내 OTT 서비스에서는 배리어프리 콘텐츠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
대학 필수 앱 ‘에브리타임’을 떠나는 사람들 “에타 봤어?”라는 물음, 대학생이라면 흔히 듣는 말이다.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및 시간표 서비스인 ‘에브리타임(에타)’은 전국 대학생 45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게시판과 댓글 위주로 운영되는 에타는 대학교 필수 앱이라 불릴 정도로 대학사회 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에타를 삭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사람들이 에타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타를 왜 삭제했냐는 물음에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에타 게시물·댓글의 배타성과 공격성을 강조했다. 소통은커녕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라고 답했다. 발전적인 토론이란 불가능에 가깝고, 계속되는 설전에 지친 사람들은 떠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참여연대의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 관련 이용자 설문과 대학 정보공개청구 결과 분석> 이슈리포트는 이 같은 문제들을 정확히 짚고 있다.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에타 이용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79.1%가 이용 도중 불쾌했던 경험이 있으며 막말과 비방, 소수자 혐오 등의 이유로 불쾌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에타 이용규칙 개선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79.3
“코카콜라, 썸머 굿즈 이벤트 진행”(파이낸셜뉴스) 일화, 복고 분위기 살린 ‘맥콜 레트로 에디션’ 한정판 출시(아시아경제) 티켓 사려 영화 본다…극장 이색 굿즈 인기(매일경제) 세빛섬, 환경을 생각한 굿즈 출시(데일리경제) 한 포털사이트에서 ‘굿즈 출시’를 키워드로 검색하자 노출된 기사들이다. 식품업계부터 주류업계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굿즈(무언가를 기념, 추억, 기억하기 위한 물품)를 제작하고 있다. 그 예로, 스타벅스의 경우 매년 ‘시즌 한정’의 텀블러를 판매하고 있는데 올해에도 봄과 여름, 화이트데이와 삼일절 등 각 계절과 기념일을 맞아 텀블러를 출시했다. 스타벅스에서 텀블러가 출시될 때마다 텀블러 구매를 위한 줄서기 현상과 되팔기를 지적하는 기사가 끊이질 않는다는 것을 통해 굿즈 열풍을 실감할 수 있다. 굿즈 열풍 속에서 한가지 되짚어볼 문제가 있다. 기업이 이벤트성으로 일 년에도 몇 번씩 출시하는 텀블러가 정말 친환경적인가 하는 것이다. 올해 스타벅스는 2025년 일회용 컵 사용 제로화 프로젝트를 선언하며 최근 소비자들에게 큰 각광받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영문 약자로, 이 세 가지를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