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부터 23일까지 성공회대학교에서 2025 대동제가 열렸다. 부스는 이틀간 새천년관과 승연관 주변 공간에서 운영되었고, 공연은 23일 하루 동안 나눔관 앞 주차장에서 진행되었다. 올해 대동제는 각 학부 학생회와 동아리, 소모임 등이 참여해 먹거리, 체험, 캠페인 등 다양한 주제의 부스를 구성했으며 평등, 인권 존중, 생명 존중, 환경 보호, 나눔 실천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기획 부스들도 참여했다.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한 ‘어흥’의 실천
동아리 ‘어흥’은 대동제 기간 실 팔찌 만들기 체험 부스를 운영하며 ‘원폭 국제 민중 법정’과의 연계 활동을 소개했다. ‘원폭 국제 민중 법정’은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의 책임을 묻기 위해 시민사회 주도로 열릴 예정인 모의 법정으로, 2026년 뉴욕에서 개최된다.
‘어흥’은 실 팔찌에 원폭 피해자의 상징인 종이학 모양의 비즈를 더해,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의미를 담았다. 부스를 찾은 학우들은 직접 팔찌를 만들며 평화의 메시지에 동참했을 뿐만 아니라, 원폭 피해자들의 역사와 ‘원폭 국제 민중 법정’에 대한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부스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역사의 기억을 되새기는 교육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환경을 짜는 실, 희망을 엮는 손, '리코코'
창업 동아리 '리코코'는 지속 가능한 소비와 환경 보호를 목표로 운영하는 브랜드다. 이번 대동제에서 헌 옷을 재활용한 실로 꽃과 키링 등 손뜨개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으며 수익금은 세계자연기금(WWF)에 기부할 예정이다. 또한 제품 제작뿐 아니라 포장에도 생분해 플라스틱, 신문지, 헌책을 활용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접근하고자 했으며 현재는 일회용품 대체를 위한 다회용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생명의 온기를 전하다 – '숨결: 온'의 생명 존중 캠페인
경영전략 수업의 팀 프로젝트를 계기로 결성된 '숨결: 온'은 사랑의 가치를 바탕으로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전하는 부스를 운영했다. '숨결: 온'은 반려동물을 향한 애정에서 출발해 인간의 활동으로 고통받는 생명체를 보호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숨결: 온’은 지난 3월 경상도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야생동물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했지만 보호나 대책 없이 방치되는 경우를 보며 생명 존중에 관한 문제 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당초 문구류만을 판매하려던 계획은 펀딩 목표 금액인 50만 원에 달성하기 위해 판매 물품을 티셔츠로 확장했다. 학우들은 제품 구매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숨결: 온’의 스토리에 공감했고, 부스는 단순한 판매를 넘어 가치를 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월경을 일상의 언어로 – '문사이클'의 월경 키트 프로젝트
‘문사이클’ 팀은 ㈜핑크랩과 협업해 고품질 생리대를 소분한 월경 키트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했으며 무인 판매 방식으로 운영했다. 문사이클은 국내 생리대 시장의 독과점 구조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1인 가구 여성으로서의 불편함과 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템을 기획했다.
‘문사이클’ 팀은 대동제 전날 열린 자체 플리마켓에서 시제품 50개를 판매하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축제에는 단순한 판매를 넘어 월경을 일상적인 대화로 풀어내기 위한 캠페인으로 참여했다. 특히 무인 판매 방식은 학우들이 부담 없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일부 구매자들은 제품 가격보다 많은 금액을 송금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문사이클’은 학교의 월경대 대여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앞으로도 월경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이해 – 'Z팀'의 장애 인식 개선 캠페인
성공회대학교의 사회복지 청년단체 ‘Z팀’은 그동안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Zㅣ구Zㅣ키기], [환경 공방/유퀴즈온더환경] 등의 활동을 이어오며 교내외에서 꾸준히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 온 팀이다. 이번에는 더욱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주제를 다루고자, 장애를 중심으로 한 공감과 이해의 장을 열었다.
'Z팀'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기 위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시각적 콘텐츠를 활용했다. 안면 장애나 언어 장애와 같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장애 유형에 대한 퀴즈, 보완 대체 의사소통(AAC)을 활용한 비구어적 소통 체험, 점자 책갈피와 키링 만들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장애에 대해 보다 쉽고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직접 경험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
부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현실적인 목소리를 담기 위해 학내 장애 학우들과의 대화를 시도 했다. 장애를 가진 학우들의 실제 경험과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세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노력은 행사 당일에도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많은 학생이 부스에 머물며 이야기를 나누고 체험에 참여했고, 장애 학우들도 함께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
'Z팀'은 “우리가 준비한 작은 노력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퀴어와 앨라이, 비건과 다회용기까지 – 지속 가능한 축제를 향한 '퀴어문화축제 추진위원단'의 실천
'퀴어문화축제 추진위원단'(이하 퀴문축)이 준비한 부스는 단순한 먹거리나 체험을 넘어, 퀴어와 앨라이의 연대, 비건 실천, 지속 가능한 환경 대응을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 부스를 운영했다.
퀴문축은 9월에 열릴 본 축제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고 학우들에게 기획 취지를 홍보하기 위해 이번 대동제에 참여했다. 부스는 전 메뉴 비건으로 판매한 식음 코너와 퀴어를 상징하는 무지개 아이템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 코너로 구성됐다. 특히 인기 메뉴였던 비건 바나나 푸딩은 방문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단숨에 부스 대표 아이템이 되었다. 퀴문축은 “다음엔 더 맛있는 바나나 푸딩으로 인사드릴게요”라며 부스를 찾아준 학우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퀴문축 부스가 가진 또 다른 특징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뚜렷한 의지였다. 퀴문축은 이런 다짐으로 자활센터 ‘라라워시’에서 다회용기를 대여해 사용했고, 전량 회수에 성공했다. 바나나 푸딩은 뻥튀기 그릇과 과자 스푼을 사용해 식기까지 섭취하여 일회용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획했으며, 이는 바나나 푸딩을 구매한 학우들로부터 ‘재밌고 감동적’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퀴문축은 “쓰레기 없는 축제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단위가 함께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성공회대학교 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세번째를 맞이한다. 축제는 단순한 퍼레이드를 넘어 공연, 상영회, 참여형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다채로운 행사로 구성되며, 퀴어와 앨라이가 함께 만드는 다양성의 장을 지향한다.
이번 대동제의 부스들은 축제라는 공간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했다. 그 중심에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모두가 함께한다는 말에는 예외가 없어야 하며,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차이를 이해하고 가까워지기 위한 작은 시도들이 모여, 축제는 진정한 ‘함께’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취재, 사진 = 이재윤, 이선영 기자
글 = 이재윤 기자
디자인 = 이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