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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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대알리 오피니언] 전체학생총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 2015년 전체학생총회를 위해 범정관 앞으로 행진하는 모습. (사진 = 형재영)

수업이 끝나면 범정관 앞 분수대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버스 몇 대가 사람으로 가득 찬 정류장을 통과하면 그 빈 공간에는 오롯이 두 개의 동상만이 차가운 바람을 견디며 우두커니 서 있다. 5년 전 나의 첫 전체학생총회는 이곳에서 열렸다. 

“중요한 안건이 있을 때 비로소 열 것이다.” 

전체학생총회가 열리지 않은 까닭을 묻자 총학생회장은 위와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뭔가 중대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체학생총회가 열릴 정도로 중요한 안건은 무엇인가? ‘성추행과 폭언을 일삼은 교수들이 복귀하는 것’도, ‘24시 이후 혜당관을 폐쇄하는 것’도, ‘총장직선제’도, ‘대학 구조조정’도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도대체 중요한 안건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전체학생총회는 단순히 학교본부와 협상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의결기구가 아니다. 학우들과 한 공간에서 발을 맞대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이며 학우들이 학내 문제의 주체로 설 수 있는 ‘학습의 장’이다. 총장간담회를 통해 협의한다는 이유로 전체학생총회를 소집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국민은 투표하는 날만 주인이고, 투표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는 말로 대의민주주의의 허점을 꼬집었다. 루소가 지금 우리 대학의 상황을 봤다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학생회의 구성원은 단순히 학생회 임원만이 아닌 단국대생 모두임을 마음 깊이 새겼으면 한다.

벌써 개강한지 2주가 흘렀다. 곧 총학생회에서 주최하는 체전이 열리고 어김없이 중간고사가 돌아온다. 그러나 아직도 전체학생총회 소집 공고는 찾아볼 수 없다. 중요한 안건이 없기 때문일까 학교는 여전히 고요하다. 나 역시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는 말을 믿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의심하지 않는다. 범정관 앞 분수대에서 느꼈던 자유의 경험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범정관을 향해 외치는 함성을 다시 듣고 싶은 까닭이다. 반론 해 줬으면 한다.

내가 총학생회장의 생각을 오롯이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내가 전부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반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이념을 명확하게 이야기 한다면 학생사회에 건설적인 논쟁이 진전될 기회가 될 것이다. 살아있는 민주주의는 소란스럽고 시끄러워야 한다는 말을 믿는다.

| 글 : 형재영 기자 brojae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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