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5 (목)

대학알리

[기고] 불만족·불안정한 청년의 삶, 제대로 직시해야 변화할 수 있다

남혜윤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2025년, 청년들은 삶에 대한 만족과 사회에 대한 관용은 낮았고, 불안은 높았다. 지난 16일 국가데이터처는 ‘2025 청년 삶의 질 보고서’를 발간해 처음으로 청년의 삶을 다양한 면면에서, 특히 숫자로 포착하기 어려운 삶의 주관적이고 질적인 부분을 조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청년들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거나 사회적으로 연결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자신의 현재의 삶뿐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더욱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점으로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편 바라는 미래에 대해 ‘전혀 실현할 수 없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2022년 5.2%에서 2024년 7.6%로 증가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이 지금의 삶에 대한 불만족으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청년들은 사회적 관계망의 형성에도 점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년 세대는 지역기반 공동체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더 큰 소속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한편, 기부나 자원봉사 등 상호 호혜적인 시민 참여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특히 가치관이 다른 타인을 포용하는 ‘타인수용성’은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더욱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개개인의 무관심이나 불관용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청년들 개인의 삶의 질이 낮아지니 타인에 대한 관용이 사라지고, 사회적 연결도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신뢰와 호혜성을 중심 요소로 하는 사회적 자본을 무너뜨리는 위협이 될 것이다.

 

청년 세대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가장 심각하게 경험하는 세대이다. 2023년 소득이동통계에서도 청년층은 다른 세대들 중에서 소득하향이동 비율과 소득상향이동 비율이 가장 높았다. 실업률은 감소했지만 정규직 비율은 줄어들고 AI로 인해 불안정성은 더 커진 현실에서 청년들은 ‘갓생’을 살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쉬었음 청년’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각자도생으로 살아남기에 급급하니, 연대나 호혜의 가치에 기반한 공동체나 사회적 관계를 갖는 것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로 인한 사회적 연결의 약화는 또다시 개인의 삶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청년 삶의 질’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양극화를 해소함으로써 삶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이다. 정세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래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때 시민참여의 가능성이 높고, 삶의 만족도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포용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쉬었음’ 청년을 줄이려고 일자리를 만들고, 불안정한 노동환경에라도 취직하라고 떠미는 것으로는 안 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이 진심으로 살 만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청년의 현실을 직시하고, 대담한 변화로 나아가야 할 골든타임을 더 이상 놓쳐서는 안 된다.

 

 

남혜윤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basicincome_you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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