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휴스쿠]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문봄 성공회대학교 노학연대 가시 대표를 만나다.

45주 동안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사진작가 브랜든 스탠튼의 사진집 ‘Humans of New York’로부터 시작된 인터뷰 무브먼트 ‘휴먼스(HUMANS)’는 전 세계적 반향을 이끌고 있다. 회대알리는 성공회대학교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 성공회대판 휴먼스, 즉 ‘휴스쿠(Humans of SKHU)’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휴스쿠가 만난 일곱 번째 인물은 지난 5년간 실천여성학회 열음, 실천환경학회 공기네트워크, 노학연대 가시, 사회융합자율학부 학생회, 36대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 모두의 화장실 TF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루어온 '문봄'이다. 하나의 문제에도 다양한 의제가 교차되어있기에 함께 이야기 할 때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의제와 의제를 '연결'하며 나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5월 23일, 성공회대학교 노학연대 가시(이하 가시), 실천환경학회 공기 네트워크(이하 공기 네트워크), 실천여성학회 열음(이하 열음)이 모여 성공회대학교 적녹보라 연대(이하 적녹보라 연대)의 첫 행사를 열었다. 적녹보라 패러다임이란 노동, 생태, 여성의 패러다임을 교차적으로 사용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다. 공기 네트워크, 열음, 가시에서 모두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적녹보라 연대라는 새로운 연결을 시도하는 성공회대학교 노학연대 가시 대표 문봄 활동가를 만났다.

 

(본 기사의 인터뷰는 23년 7월 4일에 진행되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노학연대 가시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문봄입니다.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최근엔 운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시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어서 서울에서 할 일을 해놓고 본가에 내려가야 해서 조금 바쁘네요. 아무래도 종강한 지 아직 2주도 안 돼서 여유를 즐기고 싶은데 아쉬워요.

 

 

성공회대학교에서는 그간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처음 입학했을 때는 열음이라는 실천 여성학회에서 활동했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어서 성공회대학교에 진학했거든요. 페미니스트들을 만나서 같이 공부하고, 실천하고 싶은 마음에 들어가서 학회장까지 맡아서 열심히 활동했어요.

 

공기 네트워크에서도 활동했어요. 고등학교 때 환경운동에 에너지를 많이 쏟아서 환경운동에 잠시 거리 둔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대학교에 오고 난 뒤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다시 실천적인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기 네트워크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그다음에 시작한 게 가시 활동이에요. 최근까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느 날 행복기숙사를 지나가면서 경비 노동자분이 블라인드가 없는 환경에서 주무시는 걸 보게 됐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경비 노동자분이 주무시는 걸 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에 소속된 청소, 경비 노동자분들의 고용 환경이 좋지 않다는 소식도 들었죠. 그동안 노동 문제에 너무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에 노동 문제와 관련한 어떤 활동이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가시’를 만들고 활동하게 됐어요.

 

학생회 활동도 꽤 오래 했는데요. 사회융합자율학부 학생회 ‘공존’에서 활동하면서 인권국장을 맡았었고 2021년에는 제36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인권국장을 맡아 꾸준히 학생회 활동을 했어요. 총학생회에서 ‘모두의 화장실’ 활동을 하며 많은 걸 느꼈어요. 한 단계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활동 영역을 계속 넓혀오셨는데,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요?

사회 문제에 전반적으로 관심이 많아요. 모든 의제가 다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잖아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는데 노동 문제를 모르면 여성 노동자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기후위기에 대해 활동을 하는데, 페미니즘을 모르면 감수성이 부족한 말을 했을 때 그걸 알아채기가 힘들 수도 있죠.

 

그것뿐만 아니라 학생 사회 안에서도 문제가 일어났을 때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공부가 필요해요. 그 문제에도 다양한 의제가 엮여 있으니까요. 이런 걸 바로 교차성이라고 하잖아요. 의제들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고, 그 지점에 대해서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의제를 모두 알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활동하면 할수록 모든 문제에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성폭력 피해, 그냥 일상에서 듣는 혐오 발언들에 너무 화가 나요. 또 노동 문제에 조금만 발 담가보면 차별받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얘기에 너무 화가 났어요. 더 많은 부분이 교차하는 걸 깨닫게 될수록 ‘이 부분도 내가 더 알아야 하겠구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내가 활동해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 같아요.

 

 

 

최근 지금까지 활동해 온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적녹보라 연대를 기획하는 데 참여하셨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적녹보라 연대라는 개념은 고등학교 때 처음 접했어요. 진로수업 중에 소개된 지식순환 협동조합 대안대학에서 적녹보라 연대를 주요한 가치로 삼고 있었어요. 그 개념을 처음 듣고 충격받았죠. 진보적인 가치들이 연결돼 있고, 그 가치들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힘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거예요. 그때부터 다양한 의제들을 연결하면서 생기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드는 걸 하고 싶었어요.

 

처음 입학했을 때는 가시가 없어서 적녹보라 연대를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그때 열음에서 활동했던 졸업생이 페미니스트 연말 파티처럼 학내에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연대하고 힘을 얻는 행사를 기획하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했었어요. 그래서 저도 1학년 때부터 학내에서 생각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뭔가를 하면 좋겠다고 상상해 왔어요.

 

그러다 가시가 생기고 적녹보라 연대의 요소인 기후위기, 페미니즘, 노동을 다루는 단체가 모두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그 뒤로 언젠가는 이 세 개의 단체를 모두 모을 수 있는 행사나 교류의 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꾸준히 생각했어요. 그 결과로 이번에 적녹보라 연대가 출범할 수 있었던 거죠. (웃음)

 

 

이전까지의 활동이 적녹보라 연대를 기획하는 데 영향이 있었나요?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나타난 성공회대학교 지형이 적녹보라 연대를 기획하게 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팬데믹으로 인해서 단절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단절이 되는 것과 동시에 혐오도 많이 커졌던 것 같아요. 팬데믹을 거치면서 오프라인 공론장이 아니라 에브리타임이라는 익명 커뮤니티만이 학교의 유일한 공론장인 것처럼 됐는데, 익명인 상태에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러니까 쉽게 혐오할 수 있는 거예요. 그 혐오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아마 상처받고 또 고립됐던 것 같아요. 그런 모습에 절실하게 연대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서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서로 힘을 얻을 수 있는 자리나 공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첫 행사로 윤석열 뒷담회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윤석열 뒷담회는 가시에서 처음으로 낸 아이디어에요. 정권이 바뀌고 나서 답답한 심정을 나누면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랑 막 떠들고 싶은데 그런 장이 없었잖아요. 특히 작년까지도 계속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기가 힘들었어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 한번 속 시원하게 좀 이야기하고 위로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그랬는데 노동 이슈뿐만 아니라 여가부 폐지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응도 없이 오히려 더 후퇴하는 공약만 내세우고 있는 게 현실이더라고요.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이랑 기후위기도 분명히 할 얘기가 많을 텐데 가시에서만 하기엔 아쉬웠어요. 그래서 가시가 먼저 해보고 잘 되면 다른 단위들까지 제안해서 같이 이 행사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석열 정부라는 주제가 포괄적이면서도 또 진입 장벽이 낮으니까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연대를 꾸려나가기 적절해서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됐어요.

 

 

윤석열 뒷담회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을까요?

코로나19 때문에 사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단절돼 있었잖아요. 같은 학번끼리도 단절돼 있고 다른 학번끼리는 말할 것도 없이 서로 교류하기가 어려웠어요. 교류하고 연대하는 게 성공회대의 진보적인 학풍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코로나19로 그 연결이 단절되어 있어서 아쉬웠었어요.

 

근데 이번에 윤석열 뒷담회를 하면서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참여했던 분이 “용기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나랑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나도 이제 용기를 내서 이렇게 발언하게 됐다.”고 말해주셨던 게 생각이 나요. 이렇게 모이고 서로 존재를 인식하는 것 자체만으로 용기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열음, 공기, 가시 그러니까 성공회대학교 내의 적, 녹, 보라에서 모두 활동해 본 활동가로서 적녹보라 연대가 성공회대학교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세 가지 의제가 모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게 지속되면 엄청나게 뿌듯할 것 같아요. 학교라는 공간은 의제를 지속하기가 어렵잖아요. 구성원이 계속 바뀌어서 하나의 주제를 꾸준히 이어 나가는 것만으로도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적녹보라 연대가 끊어질 수도 있겠지만, 끊어진다고 해서 바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어느 순간이 되면 다시 또 연결될 수도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노동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페미니즘과 기후위기를 빼놓을 수 없고, 다른 의제에서도 똑같단 말이에요. 그러니 세 개의 이슈를 연결함으로써 서로가 서로와 전혀 동떨어져 있는 의제가 아니라 우리는 사실 서로 연결된 의제이고,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성공회대학교 안에서 더 큰 연대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의제가 모이니 좀 더 발전된 활동을 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활동가로서 문봄의 지향점과 활동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활동하는 게 너무 재밌고 또 제가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게 저의 인생의 목표에요. 활동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목표로 계속 달려 나가고 싶어요.

 

활동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버티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은 쉽게 안 바뀌잖아요. 내가 아무리 죽도록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고 아니면 나는 별로 안 했는데 갑자기 바뀌기도 해요. 이게 바뀌는 타이밍까지 우리가 계속 잘 버티고 버티다가 정말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그 버틴 힘을 모아서 세상을 확 바꾸는 거라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그 기회가 올 때까지 너무 지치지 않고 무너지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과 꾸준히 의지하고 연대하며 즐겁게 활동해 나갈 거예요.

 

 

본인의 활동이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하나요?

타인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타인을 바꾸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스스로 바뀌어야 하죠.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목표를 잡고 활동하는 순간부터 지치고 힘들어져요. ‘모두의 화장실’ 활동할 때 김순남 교수님께서 ‘활동은 사람을 바꾸려는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랜덤으로 뻗어나가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모두의 화장실’ 활동을 하며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현장이 TV에 약 3초 나왔어요. 누군가 그 3초를 보고 화장실이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고 한 번이라도 생각하게 하는 것이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하는 활동을 누군가 우연히 보고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하는 활동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계기가 될 거에요. 고등학교에 제일 친한 친구가 저한테 편지를 써줄 때마다 ‘나도 봄이처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편지를 써준다든지, 모두의 화장실 활동을 하면서 다른 학교에서도 우리 활동을 보고 화장실을 만들기 시작하는 거 같이요. 그분들한테 가서 만들어 달라고 한 거 아니거든요. 우리는 그렇게 그냥 활동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이 바뀌는,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바뀌는 것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활동가 문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스스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활동가라면 나서야 할 것 같고 목소리가 커야 할 것 같고 주도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뒤에서 기획하고 서포트하는 걸 잘해요. 그래서 그런지, 전에는 서포트로는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나서야 할 것 같고 눈에 띄는 사람이어야지 좋은 활동가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적녹보라 연대를 만들고, 윤석열 뒷담회를 기획, 진행함으로써 이렇게 뒤에서 서포트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이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인정받고, 나도 스스로를 인정하게 된 거죠. 그래서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해 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라고 해주고 싶어요.(웃음)

 

 

기획: 정인욱 PD
취재: 정인욱 PD
촬영: 정인욱 PD

편집: 정인욱 PD
디자인: 장채영 디자이너, 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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