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022년 12월 진행된 전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생운동 재도약>을 기록하기 위해 발행됐습니다.
이시온은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으며, 대학 생활 내내 여러 학생단체와 동아리 등에서 활동해 왔다. 그는 팬데믹을 지나며 몸담거나 연대했던 수많은 단체들이 약해짐을 느낀 것을 계기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활동가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3학년 수업인 '사회문화적 디자인스튜디오(2)'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생운동 재도약을 위한 모임>은 팬데믹을 거치며 위축됐던 학생운동 단체들의 재도약을 위해, 학생사회 활동가들이 모여 대안을 모색하고 상호 지원하고자 마련됐다. 모임은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집단상담으로 시작해 ‘지금 우리 학교는’ 코디자인 워크샵, ‘살아야 하네!’ 커뮤니티 디자인 워크샵으로 이어진다. 4번의 모임은 전국의 학생 활동가들을 연결하는 상호부조 커뮤니티이자 느슨한 연대의 네트워크 건설이라는 결실을 냈다. 그 이름은 <재도약 네트워크>다.
아래는 아카이브 북과 전시를 만들고 재도약 네트워크를 건설한 이시온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Q 작품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작업을 처음 구상하게 건 굉장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학생 운동을 하던 사람이었고, 운동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은 내상을 입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학생 운동의 어려움이 많이 증폭됐다. 주위에 활동을 그만둔 사람들도 많고, 단체가 와해되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저도 활동에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시는 활동을 못 할 것 같고, 뭔가를 많이 망쳐버린 것 같은 죄책감도 있었다.
어떻게 스스로 내상을 치유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워크샵을 계획하게 됐다. 아무도 우리를 위로해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라도 위로를 주고받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Q 4개의 모임을 진행하며 어떤 결실을 만들고자 했나
4개의 모임이 다 내용이 다르다. 첫 번째는 위로하고 힐링하는 세션이었고 두 번째는 이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는 세션이다. 세 번째는 서로의 활동 얘기를 들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도울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 네 번째는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뭘 할 것이냐는 주제였다. 원래 학생 사회 활동가들한테 배포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이드북을 만들어야겠다고 계획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모임을 진행해 보니 예상했던 것만큼 문제가 한 큐에 해결되지 않았다. 모임에서 나온 얘기들이 가이드북이라는 형식만으로 엮기에는 너무 다양하고 다채로운 것들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도 이런 우리 모임에서 있었던 활동을 계속해서 재현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게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쪽으로 얘기가 흘러갔다.
Q 오브제의 배치 의도는
제 작업을 소개하기에 글이 적당한 소재라 생각해 첫 번째 면에다 넣었다. 그리고 밑에부터는 제가 그래픽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학생 활동과 우리 모임의 분위기를 나타내면서 관람객을 유도했다. 벽에는 코로나19를 상징하는 회색 3D 그래픽들이 있다. 이 그래픽들 사이로 손이나 어떤 테이프, 스티커 같은 것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형태다.
여기서 손은 헤매고 있는 개인들이다. 손들이 만나고 겹쳐지는 부분에서 연대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테이프로는 워크에서 나왔던 중요한 담론들이나 증언들을 아카이빙했다. 예를 들면 ‘어쨌든 먹고 살아야 활동도 할 거 아니에요’ 등의 내밀한 얘기들부터 ‘작은 승리들이 중요하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 편향적이니까’ 이렇게 학생 활동을 그렇게 잘 알지 못할 관람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 만한 말들도 있다. 스티커는 제가 활동을 하면서 한 3~4년 동안 모으게 된 주위 활동가들의 결과물이다.
옆쪽에는 매번 워크샵 동안 사용했던 메인 포스터들이 겹쳐져서 붙어 있고 그 밑에는 디피된 작업들이 있다. 일단 아카이빙 북이 있고, 그리고 재도약 모임에 함께할 사람들을 위한 초대 명함이 있다. 콜록이도 있다. 아카이빙 북은 전시회의 제일 최종적이고 중심적인 결과물이다. 전체 워크 내용을 다 하나하나 아카이빙을 하는 거다. 이어 연대의 커뮤니티에 초대하는 명함도 있다. 콜록이는 온몸에 붙인 다음에 코로나19로 인해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는 학생 활동가의 모습을 우리 스스로 연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픽들을 보면 콜록이들도 반투명한 소재에 인쇄를 했다. 그 때문에 서로 겹쳐져서 뒷면이 보인다. 손들도 트레싱지에 인쇄해서 서로 겹쳐지면 뒷면의 것들이 계속해서 보일 수밖에 없다. 반투명은 깊은 맥락의 레이어가 다 보인다는 의미다. 포스터 그래픽은 코로나19 사이 사이로 손들이 헤매고 있는 모습이다. 헤매다가 서로를 발견하고 만나게 된다. 결국 연대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내용이다. 주위에 이제 헤매고 있는 손들도 점점 많아지고 점점 방향성을 갖게 된다.
맨 뒤는 연대하는 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지점이다. 여기는 방명록 쓰는 곳이라 보면 된다. 이 작업을 보는 사람들이 작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했다. 손은 연결되고 싶은 욕구를 상징하고 있다. 방명록을 연대하는 손에다 그대로 쓸 수 있다면 이 작업 자체의 새로운 완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Q 학생운동이 꺼져가는 이 시점, 재도약 네트워크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가 얻은 결론은 결국 ‘연결’이었다. 각자의 자리에 흩어져 분투하는 대신, 고민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학생활동가 공동체가 필요했다.
Q 재도약네트워크의 설립 취지가 궁금하다.
재도약모임에서 서로를 만난 경험이 강렬했던 것 같다. 다른 학교, 다른 단체에서 일하고 있어도 결국 비슷한 싸움을 하고 있는가 하면, 내 단체에선 막다른 길이었던 문제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너무 새롭고 즐거웠고,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더라.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날 예정이었던 재도약모임이 재도약네트워크로 이어지게 되었다.
Q 활동가를 연결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당장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워크샵과, 다른 활동가들의 경험을 들어볼 수 있는 인터뷰 기사를 기획했다.
Q 구성원 각자는 활동하며 각자 어떤 유익을 느끼는가
제 경우에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제작팀 팀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즐겁고, 재도약넷이 조금씩 활성화되는 걸 지켜보는 것도 기쁘다. 제작팀 인원들이 다들 이미 활동하는 단체가 있다 보니 재도약넷 활동이 부담되지 않도록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일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아 즐겁다. 재도약넷의 모든 구성원들에게도 부담 없이 편안한 공간이 되어드리고 싶다. '우리가 서로를 필요로 할 때' 재도약 네트워크에 함께해달라.
이시온, 장태린, 문선재 3인에 의해 설립 및 운영된 재도약네트워크는 1년 간의 활동 후 현재는 해체했다. 학생활동가 릴레이 인터뷰 기사 발행, 학생활동가 실무역량 강화 워크샵 등의 활동 아카이브를 인스타그램 재도약네트워크(@re_leap.net_)에서 만나볼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생운동 재도약 아카이브> 책자 발간
하단 첨부문서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사진 출처 : 대학알리
전시 문의 : a01030999806@gmail.com (이시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