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4 (일)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학자금대출, 이자를 받아야 할까?

지난해 두 번째 학기가 시작할 즈음, 학교 게시판에는 한국장학재단에서 배포한 포스터가 여럿 있었다. 그중 학자금대출 금리를 1.7%로 동결해 대학생의 부담을 줄였다는 포스터가 한 장 있었다. 올해 초에도 마찬가지였다. 한 달이 지날 즈음, 정치권은 학자금대출 이자를 면제해 주는 법안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비슷한 시기, '천원의 아침밥' 때문에 대학생 사이의 희비가 갈렸다. 규모가 있는 대학은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행하지만, 보다 영세한 대학은 이를 진행할 예산이 부족했다는 설명을 보탰다. 이후 100개가 넘는 대학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신청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7일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천원의 아침밥' 시행 대학을 41개 대학에서 145개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대학생은 그제야 걱정을 덜어낼 수 있었다. 한 끼 식사 가격도, 대학생이 낼 한 학기 대출금 이자도 가계부에 주름이 잡힐 만한 금액은 아니다. 이자 몇만 원이, 한 끼 식비를 아낄 수 있는지가 대학생의 희비를 갈랐다.

올해 2월, 한국장학재단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와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각 지자체는 지역 거주자 중 학자금대출을 받은 이들의 이자를 지원한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이자를 면제해 주는 법안을 두고 다툼을 벌인다. 잠시 이 논의의 흐름을 이자를 면제해 주는 게 맞는지 여부가 아니라 적은 이자도 왜 대학생에게 부담스러운지 알아보는 방향으로 돌려보자.

 

 

학자금대출의 목적은 교육

학자금대출은 한국장학재단이 고등교육을 받는 이에게 학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다. 대학교와 대학원을 비롯해 대학에 상응하는 학점을 부여할 수 있는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에 다니는 이들이 학자금을 빌릴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두 가지 학자금을 빌려준다. 등록금과 생활비다. 학비가 부족한 학생이 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다. 생활비는 숙식과 교재비, 교통비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금액이다.

 

대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학자금대출 제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이 있다. 학자금을 빌린 이가 취업한 뒤 1년간 버는 소득이나 상속 및 증여 등으로 가진 재산이 상환 기준 금액을 초과하면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상환하는 일반 상환 학자금대출도 있다. 원금과 이자를 매달 일정하게 납부하거나, 대출금을 매달 일정한 금액으로 갚고 남은 원금에 따른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방법이 있다. 농어촌 출신 대학생을 위한 학자금대출 제도도 있다. 농어촌에 6개월 이상 거주한 가정의 대학생이나 농어업에 종사하는 대학생에게 이자 없이 학자금을 빌려준다.

 

각 대출 제도는 대학생의 수요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다. 그러나 대학생이 선호하는 정책은 여전히 학자금대출이 아닌 국가장학금이다. 서울권 대학에 다니는 A 씨(25)에 따르면 대학생은 갚을 필요가 없는 국가장학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자금대출을 받는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한다. 2022년에는 교육부 국가장학금 예산을 4조 4447억까지 늘렸다. 학령인구는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국가장학금 대상자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한국장학재단이 작 8월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재단 설립 첫해인 2009년에 19만 4744건의 국가장학금 지급이 이뤄졌다.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2021년에는 315만 7209건의 장학이 이뤄졌다.

 

국가장학금 지급 여부를 가리는 기준은 소득인정액과 소득분위다. 소득인정액은 지급을 신청한 학생 본인과 직계가족의 수입,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지수다. 인터넷에 국가장학금 소득분위를 낮추는 방법을 검색하면 재단이 소득인정액과 소득분위를 낮게 집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시물이 여럿 등장한다. 게시물에는 한국장학재단이 소득인정액으로 집계하는 가족의 소득과 재산을 낮추고, 부채를 늘린 뒤 재산정을 신청하라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나온다.

 

 

소득분위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을 소득인정액에 따라 10단계로 분류하는 기준이다. 한국장학재단은 8분위에서 1분위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국가장학금을 지급한다. 1분위에 가까울수록 더 많은 장학금을 받는다. 한국장학재단은 각 분위에 따라 학비를 차등 지원하는 맞춤형 지원을 추구한다. 한정된 예산을 바탕으로 가능한 많은 이들에게 장학 사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은 장학 대상이 되기 위해 소득분위를 낮추는 방법을 공유한다. 경기도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B씨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즈음 소득을 가능한 한 낮게 잡는 방법을 공유하는 학우들이 있다"며 어느 분위에 속해도 등록금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소득인정액을 낮춰 보다 낮은 소득분위에 들어간다면, 본래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던 이들이 더욱 적은 장학금을 지급하는 분위로 밀려난다. 이 때문에 학자금대출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가장학금으로 한 학기 등록금보다 적은 금액을 받으면, 남은 금액은 학자금대출을 통해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 올리면 해결될까? '등록금 인상론'의 함정' 기사를 통해 보도한 바 있듯, 대부분의 대학이 물가 인상률보다 가파르게 등록금을 올렸다. 높은 등록금이 부담스러운 건 모든 대학생이 마찬가지다. 이에 장학을 받고 싶은 이들이 자신의 분위를 낮추기 위해 산정 방식의 허점을 찾아 나선다. 반대로 대출금 상환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재단이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가능한 상세하게 반영하길 바란다. 두 경우를 모두 종합하면 국가장학금 수혜를 위해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경쟁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난다.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

앞서 얘기했듯 학자금대출은 줄고 국가장학금 지급이 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지난해 8월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공개한 학자금대출 현황에 따르면, 재단은 설립 연도인 2009년에 261만 4839건의 학자금대출을 진행했다. 이는 2014년에 365만 1315건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는다. 2015년부터는 감소세를 보였고, 2021년에는 2014년의 절반에 못 미치는 170만 2735건을 기록했다. 이 시기 정부가 국가장학금 지원 범위와 금액을 확대하며 국가장학금 수혜가 늘었다. 학자금대출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이들이 자연스레 줄었다.

 

문제는 대출금이다. 대학생이 한국장학재단에 빌린 등록금이 곧 자신의 대출 원금이다. 빚을 안은 채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 대출금 상환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국세청과 교육부, 한국장학재단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받은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23만 6823명이다. 이들의 대출금은 8,264억원이었다. 지난해에 생활비 대출이 늘며 대출 총액이 증가했다.

 

반면 의무 상환을 시작한 이들이 줄었다. 취업 후 얻은 소득이나 학자금대출 후 가진 재산이 상환 기준에 못 미치는 이들이 늘어난 셈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의무 상환을 시작한 인원은 8만 7616명에서 9만 8199명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러나 2020년에는 7만 9630명, 2021년에는 7만 8223명으로 줄었다.

 

취업 후 학자금대출을 상환하다 수입이 줄어 상환을 멈춘 이들의 수는 지난 5년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17년에는 4만 7716명이었으나 이듬해에는 6만 91명, 2019년에는 6만 9100명이었다. 2020년에는 10만 7230명, 2021년에는 9만 8459명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의무 상환을 할 수 없는 이들이 늘어난 시기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이 어려운 때였다. 그러나 코로나19와 무관하게 빚을 갚지 못하는 청년의 규모를 줄일 유효한 정책은 없었다.

 

현행 학자금대출제도 자체가 갖는 한계도 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이 지난달 17일에 발간한 '학자금대출 제도 개선 방안'은 학자금대출 제도 개선을 위해 고액 등록금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힌다. 임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학자금대출제도는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교육비를 대출이라는 형식을 빌려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교육비 부담 시기만 미래로 연기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 따라서 학자금대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고액 등록금과 교육에 수반되는 생활비 문제를 해소해야 함.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에 이뤄진 학자금대출 금액은 1조 8041억원이다. 이 중 등록금 대출은 1조 1828억원이며 생활비 대출금은 6214억이었다. 2021년에는 대출 총액이 1조 6283억으로 소폭 줄었다. 등록금 대출은 1조 899억원, 생활비 대출은 5,384억으로 각 금액이 줄었다. 문제는 1인당 평균 대출금이다.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이들의 1인당 연평균 대출금은 2019년에는 500만원이었으나, 2년 뒤에는 505만원으로 늘었다. 대학원생의 대출금은 같은 기간 동안 976만원에서 985만원으로, 전문대학에 다니는 이들은 477만원에서 481만원으로 증가했다.

 

1.7%로 동결해도 이자가 늘어나는 이유

늘어난 1인당 대출금은 10만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일반적인 한 학기 학자금대출 이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학자금대출 금리는 1.7%다. 교육부는 2021년 1학기부터 이자를 동결했다. 이들은 1월 2일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자를 동결하면 81만 명에 달하는 청년에게 927억 원의 학자금 상환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제시한 이자 비교군은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 3.25%와 지난해 10월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 5.34%였다.

 

그러나 학자금대출을 받은 이들이 갚아야 하는 이자는 한 학기 기준금리에 따른 금액 몇 만원만 있는 게 아니다. 상환 개시 시점까지 유예하며 늘어난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 본래 계획보다 취업이 늦어지거나, 자신의 급여가 상환 기준 소득에 못 미치면 유예 이자는 늘어난다. 1년 등록금이 500만원인 학생이 첫해에 갚아야 할 이자는 등록금의 1.7%에 해당하는 금액인 8만 5천원이지만, 이듬해에는 이전해의 대출금을 포함한 1000만원의 1.7%에 해당하는 금액 17만원을 합쳐 25만 5천원의 이자를 갚아야 한다.

 

유예 이자는 휴학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늘어난다. 이에 교육부는 작년부터 저소득층 학생의 대출 이자를 재학 기간 동안 면제했으나, 임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재학 기간에만 국한시키는 것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으며 졸업 유예, 취업 준비를 포함한 상환 시작 시점 등으로 이자 면제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며 현행 이자 면제 기간은 임의에 따른 것임을 지적한다.

 

 

'천원의 아침밥'과 이자 논쟁

'천원의 아침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천원을 지원하고, 참여하는 대학교가 나머지 금액을 보태 해당 대학의 학생이 천원에 아침 식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최저임금이 올랐고, 대학생이 각자 아르바이트나 생활비 대출을 통해 식비를 마련하지만 물가는 보다 빠르게 오른다. 한 끼 식사에 몇천 원을 들이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학생에게 '천원의 아침밥'은 환영할 일이었다.

 

비슷한 시기 정치권에서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의 무이자 기간을 확대하는 법안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일명 '학자금대출 무이자법'이라 불리는 이 개정안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상품을 이용한 이의 이자를 상환 기준 소득 달성 전까지 면제해주고, 실직 등으로 소득이 없어지면 상환을 유예하며 발생한 이자를 면제해 주는 방안을 담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학자금대출에 따른 이자를 완전히 없애는 방안은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미국은 대출 원금까지 탕감해 준다"며 일방 처리라도 해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위장 탈당' 논란이 있는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안건조정위원으로 들어간 점을 지적하며 "일반 대학생의 표심을 노린 무차별적 면제"라며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렸다. 이어 소득 8구간에 있는 학생들은 한 달 가구소득이 1000만원이 넘으니, 서민층으로 지원 범위를 좁혀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과 청년에게 장학금과 혜택을 더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한 끼 식사 금액도, 학자금대출 이자도 학자금대출 원금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그러나 대학생에게 이는 소득분위에서 밀려났기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다. 한국장학재단은 소득분위를 나눠 가장 효율적인 분배 방법을 찾는다. 정부가 다른 교육과정에 비해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재단은 효율을 찾아야 한다. 대학생이 학자금대출을 통해 지불하는 이자는 대출에 따른 금액이 아니라 이들이 소득분위에서 밀려난 것에 따른 비용이다. 누가 이자를 안 내도 되는지 논해야 할 게 아니라, 애초에 이자를 받는 게 타당한지 물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장학재단은 대학생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장학사업을 수행한다. 이 중 학자금대출과 국가장학금이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교육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며, 이들의 장학사업은 국가가 고등교육을 통해 인재를 길러내는 과정이다. 선거 때 내놓는 교육 정책이란 인재를 길러 국가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정치적 방안이며, 정치적 논의는 이 방안을 실천하는 과정이다. 국가경쟁력을 기르는데 교육이 있는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효율을 논할 수 있지만, 효율로 극복할 수 없는 '작은 파이'를 대학생이 함께 짊어지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소득분위를 낮게 집계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이들도 장학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더 많은 학비를 짊어진다. 이들이 재학 중인 학교가 쓸 예산이 적다면, '천원의 아침밥'은 부러운 사업 중 하나다. 당장 대학생에게 한 학기 이자 몇만 원 탕감해주는 일이 표를 얻고자 하는 선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에 앞서 대학생에게는 한 끼 식사를 위한 금액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 사이 대학생에게 한 끼 식사에 얼마나 드는지 걱정하는 것만큼 가까이 다가오는 건 학자금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 자체에 대한 우려다. 1.7%로 이자를 동결하고 지자체와 한국장학재단이 협약해 이자를 내주고 있지만, 정말 교육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길러내고자 하는 목적을 공유한다면 금리나 지원 대상이 아닌 학자금대출에 따른 이자는 합당한 것인지 먼저 물어야 한다.

 

참고문헌

임은희, 학자금대출 제도 개선 방안 (대학교육연구소, 2023), 1-8p.

 

취재, 글: 강성진 기자 (helden0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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