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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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

코로나 시기 유학을 경험한 청춘들의 이야기

“힘들고 지칠 때, 사진첩을 꺼내 유학 생활을 떠올리며 재정비 할 수 있는 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세계 어디에 있든, 행복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경험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코로나로 많은 것이 제한된 시기, 유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만 명 이상을 유지하던 한국인 유학생의 수가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에 급속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에는 2011년도 이후 역대 최저치인 156,520명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유학 온 외국인 유학생 수 역시 코로나 발생 직후인 2020년 153,700명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또 코로나로 인해 유학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국경 전면 폐쇄, 항공 운항 중지 등으로 유학길이 막혀 버린 것이다. 유학을 위해 국경을 넘는 것은 물론, 비자를 발급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결정한 청춘들이 있다.

 

이들이 힘든 유학길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 시기에 유학을 결정하고 해외 생활을 경험한 외대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18학번 루마니아어과 신현수입니다. 저는 현재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의 Universitatea din București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Kashish Nanikram이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국제법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홍콩에서 태어나 자랐고, 현재 학업을 위해 서울에 살고 있어요.

 

Q1. 코로나 시기임에도 유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유학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무엇인가요?

 

(신현수) 저는 루마니아어를 배우며 항상 루마니아 유학 생활을 꿈꿔왔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4학년인 저에겐 졸업과 취업 준비가 눈앞에 있었고, 코로나와 전쟁의 긴장감까지 유학을 떠나기에 최적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유학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루마니아를 진정으로 좋아하시고 열정적으로 가르치시는 교수님들과 루마니아로 향하는 선배님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한 번쯤 가보고 싶었습니다. 거창한 목표를 잡으면 전부 이루지 못할까 봐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부터 외국인 친구들과 자주 대화 나누기, 현지 음식 많이 먹어보기,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기 등 어렵지 않은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Kashish Nanikram) 제 삶에 변화를 주고 싶어 유학을 결정했어요. 유학 오기 전, 당시 홍콩은 안전 제한 조치로 인해 생활에 큰 어려움이 있었어요. 식당과 마트는 오후 5시면 문을 닫았고 폐업하는 가게들도 생겼어요. 저는 도시에 갇힌 것만 같았고 삶이 성장하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유학을 가지 않는 것도 고려했지만,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싶어서 유학을 결정했어요. 또한 삶에 오래 기억될 경험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Q2. 유학 준비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신현수) 당시 코로나가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돼 많은 유학 프로그램들이 잠정 연기됐습니다. 저 또한 유럽에서 유학하려고 했기에 언제 취소될지 모르는 상황이 불안했습니다. PCR 검사로 음성임을 확인해야 출⦁입국이 가능했는데, 이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Kashish Nanikram) 비자 신청이 가장 힘들었어요. 홍콩 영사관의 경우, 절차가 매우 엄격해서 6번을 시도해서야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어요. 심지어 첫 학기를 비대면으로 하는 바람에 4월에서야 비자를 받을 수 있었어요. 또 여러 서류를 보내는 것부터 승인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어요.

 

Q3. 유학 생활을 하면서 힘들거나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신현수) 유학 생활 시작을 대면으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져 함께 캠퍼스나 도서관을 다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학기 초에는 비대면 수업이라 오래 집중하기가 어려웠고, 같은 수업의 학우들과 대화할 기회도 적었습니다. 이후 대면 수업을 해보니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Kashish Nanikram) 유학 생활 중 어려웠던 점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었어요. 첫 학기가 비대면으로 진행돼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두 번째 학기를 위해 서울로 이사했을 때도 여전히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이었고, 대면 수업은 의사소통이 어려워 친구를 사귀는 게 힘들었어요. 외향적이었던 저조차도 유학 온 이후,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꺼리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이 외국인인 저에게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먼저 다가가기 두려웠지만, 이를 극복하니 새로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진정한 우정을 쌓을 수 있었어요.

 

Q4. 유학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신현수) 주루마니아 대한민국 대사관이 주최한 Korean Festival at Korea Corner에서 일일 선생님으로 활동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축제를 통해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당일에는 사전예약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파로 가득 찼습니다. 행사는 한글 배우기, 서예, 요리교실, 전통놀이 체험, 한복 워킹, K-POP 커버댄스, 갈라쇼 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습니다. 특히 전통놀이 체험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증명하듯 딱지치기가 인기가 많았는데, 제가 루마니아 여성분과의 대결에서 져 다 같이 웃었던 게 기억납니다. 외국인이 한복을 입고 워킹하는 것을 보며 감동받았고,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을 만났을 때 한류를 체감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해 주는 게 신기했고,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웠습니다.

 

(Kashish Nanikram) 친한 고향 친구가 저를 만나러 한국에 왔을 때였어요. 저는 친구에게 서울을 구경시켜 줬죠. 또 친구의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부산에도 갔는데 그때 해운대에 처음 가봤어요. 해운대에 들른 후 친구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김치찌개와 떡을 맛있게 먹었어요. 친구와 함께 있으니 고향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Q5. 본국과 유학하는 국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신현수) 처음 느낀 차이는 교통이었습니다. 루마니아에 도착했을 때 눈에 띈 것은 하늘에 달린 전깃줄이었습니다. 루마니아는 다양한 대중교통수단을 가지고 있는데, 버스나 지하철, 기차를 포함해 전깃줄로 움직이는 트롤레이부스나 트램이 도심 한복판을 달리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 한 달 정기권을 끊어 대중교통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문화적으로는 한국에 비해 개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차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Kashish Nanikram) 한국인은 슬리퍼를 자주 신는 것 같아요. 홍콩에서는 편의점에 가거나 해변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슬리퍼를 신고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한국인들은 가까운 곳을 갈 때 운동화보다 슬리퍼를 애용해요. 한 번은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친구가 식당을 가자고 해 당황한 적도 있어요. 당시에는 운동화로 갈아 신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슬리퍼를 신고 외출하는 게 평범하고 편하다고 느껴요.

 

Q6. 유학 생활 중 본인만이 터득한 유용한 팁 혹은 정보가 있나요?

 

(신현수) 저에게 큰 도움이 됐던 것은 틀리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계속 말하려 노력하고 현지인의 말과 행동을 꾸준히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의사소통이 편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엔 듣기가 가장 어려웠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 라디오를 듣거나 루마니아의 동화와 노래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말이 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사가 겹치는 외국인 친구 사귀기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친구와 언어 교환을 하면서, 때로는 수업보다 더 값진 것들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Kashish Nanikram) 빨리 대중교통 체계에 익숙해지세요. 한국에 온 지 일주일도 안됐을 때, 기숙사에 가져갈 물건을 사고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여러 곳을 가야 했어요. 그때 저는 한국 지하철이 익숙하지 않아 쉽게 길을 잃어 스트레스를 자주 받았어요. 그래서 카카오 맵, 카카오 버스, 카카오 메트로는 필수예요. 이 앱들이 목적지로 가는 법과 요금, 거리, 시간을 알려주기 때문이죠.

 

Q7. 이 시기 유학 경험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신현수) 이번 유학 생활이 20대 청춘으로서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마지막 페이지가 될 것 같습니다. 유학을 와 있는 동안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잠시 제쳐 두고, 외국 문화를 접하며 식견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또 한국에만 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외국인 친구들을 만났고, 때로는 신나게 여행도 하며 행복을 느꼈습니다. 유학을 결심하고 실행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쌓으며 유학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끔 힘들고 지칠 때, 사진첩을 꺼내 유학 생활을 떠올리며 재정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ashish Nanikram)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이에요. 왜냐하면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다양한 문화를 배우며 독립심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죠. 이곳에서 살며 평생 함께할 소중한 추억과 인연을 만들었어요. 제가 다른 나라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은 특권이라 생각해요.

 

Q8. 본국으로 돌아간 후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신현수) 다시 학업에 매진할 겁니다. 이제는 4학년이라 미래를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외국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들과 연락하고, 루마니아에서 배운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현지 라디오도 찾아 들으려고 합니다.

 

(Kashish Nanikram) 아직 졸업 후의 계획은 확실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런던에 있는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Q9. 마지막으로 유학을 준비하는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신현수) 우선 유학 프로그램에 선발된 분들 정말 고생하셨고 축하드립니다! 비자 발급과 서류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지만 그 많은 서류들을 하나씩 처리할 때마다 유학 생활이 가까워질 것입니다. 지금은 힘들어도 행복한 유학 생활을 떠올리며 조금만 버텨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모르는 것이 있거나 힘이 들 때는 주변의 선배나 교수님께 조언을 구해보세요. 저도 준비하면서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유학을 준비하는 루마니아어과 학우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멋진 외대 학우님들! 즐겁고 알찬 유학 생활하시기를 바라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Kashish Nanikram) 미지의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정말 큰 도전이라 벅찰 때도 있지만, 경험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 대학 생활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탐구하고, 여행하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기에요. 해외여행은 언제나 갈 수 있지만, 막차가 끊긴 홍대에서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는 경험은 지금 밖에 할 수 없잖아요. 학우님들이 세계 어디로 유학을 가시든, 행복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경험을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신현수, Nanikram 학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시기 유학 생활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학우 모두 희망으로 가득 찬 생활을 기대했지만, 준비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난관은 현지에서도 이어졌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수업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각자가 기대한 외국에서의 캠퍼스 생활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듯이 그들의 유학 생활에 어려움만 있는 건 아니었다. 다양한 친구와의 만남, 낯설지만 새로운 문화, 타지에서의 여행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인터뷰이들은 유학 생활이 이후 자신의 삶에서 행복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유학 생활을 꿈꾸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에 망설이고 있다면, 조금 더 용기를 내는 것은 어떨까.

 

 

기하늘 기자 sky41100@naver.com

조원영 기자 cwyoung100@naver.com

 

*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7호 : '청춘, 되찾다'에 실린 기사로, 2022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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