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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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언론의 위기, 이제는 변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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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언론인네트워크 황치웅 의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본 대학언론의 위기와 미래

“대학언론의 위기는 대학언론인이 자초한 것"

“대학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 위기를 타개하는 것”

“타 단체와의 적극적인 협력 구축으로 파이를 확장해야”

 

학교 건물의 입구와 출구, 그리고 강의실 한 쪽 구석에 외롭게 쌓여있는 대학언론지는 이제 사람의 손길을 타지 못하고 외롭게 방치된 지 오래이다. 대학의 소식은 대부분 에브리타임을 통해 실시간으로 유통되고, 획기적인 영상 미디어는 유튜브 혹은 기성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대학언론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읽을거리,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라는 것이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2000년대 들어 꾸준히 거론되어 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접어들며 대부분의수업이 원격으로 전환된 후 학교를 오고 가며 대학언론지를 한 부씩이라도 가져가던, 혹은 표지라도 훑어보았던 학생들이 사라지며 대학언론의 구독률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렇듯 대학언론의 지위와 위상이 격하되고 있는 현재, 대학언론에게는 어떠한 각성이 필요한가.

 

본 기사는 대학언론인을 연결하고 지원하기 위해 전현직 대학언론인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한 비영리단체 ‘대학언론인네트워크’에서 의장직을 맡고 있는 황치웅 의장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황 의장은 대학언론인을 교육하는 프로그램 두 차례에 걸쳐 기획해 성공리에 마쳤고, 현재는 여러 단체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대학언론의 부흥을 위해 힘쓰고 있다. 황 의장과 만나 그의 활동의 역사와 목표, 그리고 이 활동을 지속하면서 가졌던 생각을 조망해 보았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의 황치웅 의장과의 인터뷰를 담은 사진.

 

Q..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생소한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들어가게 된 과정을 설명해달라.

A. 대학 1학년 때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이하 대언넷)의 전신인 ‘전국 대학생 학보사 기자 페이스북 모임’에 가입했다. 1학년 재학 중 학보사 기자 활동을 한 뒤 휴학했기에 이 그룹에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나, 2020년 11월 차종관(현 대학알리 대표/대언넷 집행위원장 겸임) 씨로부터 대학알리에서 함께 일할 생각이 있냐고 제의를 받았다.* 이 제의를 받기 전에 대학알리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한겨레21에서 ‘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 기사*를 읽었다. 또한, ‘외대알리’를 창간한 강유나 편집장님의 이야기를 읽고 감명받았다. ‘내가 대학생이라면, 이런 언론(대학알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제의를 수락했다. 그 자리에서 차종관 씨로부터 대언넷이라는 단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돈이 삼킨 대학과 기자 색출작전 (daum.net),

[제1016호]‘말의 감금’을 깨고 나와 ‘광야’에 서다 : 특집일반 : 특집 : 뉴스 : 한겨레21 (hani.co.kr)

 

*본래 대언넷은 ‘전국 대학생 학보사 기자 페이스북 모임’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이었다. 다만 2020년 3월 당시 그룹은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았다. 관리자로 합류하게 된 차종관 대학알리 대표는 학보사를 넘어 이 그룹을 대학언론 전반을 포괄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미션을 ‘대학언론인을 연결하고 지원한다’에 두고, 이름은 ‘대학언론인네트워크’로 하여,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닌 정식 비영리단체로 나아갈 것을 요청하게 되었다.

 

Q.. 대언넷의 시작을 함께한 것인가.

A.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대언넷이 활동한 것은 2020년부터지만, 이후 대학언론인 단체로서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은 2021년부터다.

 

올해 2월에 내가 기획한 것이 ‘대학언론인 아카데미 시그니처 코스 1기’다.

 

사진 출처: 대언넷 페이스북. 더 자세한 내용은 대학언론인 아카데미 시그니처 코스 1기 (2021.4) (univjournalist.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Q.. 대학언론인 아카데미 2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현직 기자를 뵐 기회가 흔치 않은데,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나.

A. ‘대학언론인 아카데미’는 내가 2015년 대학에 입학한 뒤 학보사의 수습기자 때 겪은 경험에서 비롯된 기획이다. 학보사에 입사하면 후배 기자에게 선배 기자가 튜터링을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학보사 선배가 군대에 입대했기 때문이다. 물론 선배들 사정을 이해한다. 군 입대는 중요한 문제니까. 다만 나는 기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없었다. 내 후배에게는 나와 같은 곤란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마침 대학알리 기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기에, 대학언론인 아카데미를 기획하게 되었다. 기획을 진행하다 보니 규모가 확장되고, 현재 언론에서 활동 중인 분들을 모실 수 있었다. 그래서 대학알리 기자뿐만 아니라 대학언론인, 그리고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까지로 교육 대상을 넓혔다. 이렇게 ‘대학언론인 아카데미’가 탄생했다.

 

대학언론인 아카데미 시그니처 코스는 2021년 4월에 1기, 9월에 2기로 진행되었다. 이 코스 사이에는 ‘대학언론인 아카데미 클래스'* 를 통해 언론계 유명인사를 한 달에 한 번 초청해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 출처: 대언넷 페이스북.

더 자세한 내용은 클래스 연사 (univjournalist.academy) 에서 확인할 수 있다.

 

Q.. 대학언론인을 위한 단체가 등장한 것은 ‘대학언론의 위기’에 연관된 것 같다. ‘위기’라는 말은 항상 있어왔는데, 단순히 ‘기사가 읽히지 않는다’는 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듯하다. 대학언론의 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나.

A. 이전의 대학언론의 중점적인 역할은 대학생의 이야기와 대학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잘 다루는 것이었다. 그것이 대학언론인의 사명이었다. 하지만 요즈음 대학언론에서는 대학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학생의 이야기조차도. 교지는 주로 브런치류의 느낌과 유사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고, 학보사는 현재 있는 사실만을 그대로 보도하고 심층적인 보도는 잘 다루지 않는다. 물론 그렇지 않은 대학언론들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바라볼 것도 없이, 대학언론인 개인이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독자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자가 없어진 이유는, 대학언론이 더 이상 대학생의 이야기를 담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Q.. 왜 대학생의 이야기를 담지 않게 된 것일까.

A. 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언론은 (민주화/학생운동의 의제를 중심으로) 상당히 잘 읽혔다. 그리고 00년대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대학언론이 다룰 의제(구심점)이 사라진 것이다. 이제 와서 다시 그러한 구심점을 억지로 만들어내자는 것이 아니다. 구심점이 희미해진 상황에서, 우리는 기존에 하던 것이라도 잘해야 할 것이다.

 

비유를 들자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어도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은 성실히 진행된다. ‘오너 리스크’가 발생해도, 즉 기업의 구심점이 흔들려도 기업은 기존의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낸다. 대학언론 또한 민주화 이후 이념과 운동의 구심점이 사라진 지금은 우리가 참신한 의제를 발굴해내고 기존에 대학언론이 수행했던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 근데 이것을 하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대학언론의 위기를 무작정 외부로 돌리지 말고, 우리가 더 이상 좋은 기사를 쓸 수 없다고 인정해야 한다.

 

예컨대 내가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대학언론에서 게임 기사를 취재할 수는 없다. 게임은 대학생들의 보편적인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보편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학생 당사자의 이야기이고, 대학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코로나19 시대의 등록금 문제와 같은 것들이 그 예시이다. 등록금 문제를 취재할 때 몇몇 인터넷 기사들만 찾아보지 말고, 이 시기에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의 이야기나 교수의 의견, 교직원들의 입장을 골고루 들어보며 깊게 파고들어 가야한다. 혹은 학교 측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다면 법리적으로 승소할 가능성이 있는 지를 관해 변호사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등록금 문제만이 아니니 다른 대학 이야기도 들어보고. 이런 문제가 훨씬 더 보편적으로 학생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 아닌가?

 

예전에는 발로 뛰면서 취재했다면, 지금은 인터넷만 봐도 취재가 가능하다고 편협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대학언론의 위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대학생과 대학언론인이다.

 

Q.. 대학언론에서 대학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에 대해서, 대학 생활과 관련된 환경 이슈를 다루기 보다는 ‘환경’이라는 거대한 의제를 중심으로 대학의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듯한 기사가 많이 작성되는 것이다.

A. 대학 내 환경 이슈를 다룰 때, 대학 내 분리수거가 잘 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를 다룰 수 있는데 이렇게 추정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기사는 일반 대학생들도 모두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언론인’이라면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손석희 앵커의 유명한 말, “한 걸음 더”처럼. 대학에서 분리수거가 잘 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면, 이것은 환경미화원의 문제인지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의 문제인 것인지 혹은 단순히 대학생들의 분리수거 습관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이렇게 현장을 스케치한 다음 인터뷰나 심층 취재를 통해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거다. 대학언론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대학을 취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대학에서는 분리수거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아도 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기사는 한 사안에 대한 심층 기사가 될 수 있다.

 

대학언론의 독자가 줄어들었다고 대학생들에게, ‘왜 읽지 않는가. 당신의 등록금으로 발행되는 것이다’라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대학언론인이 자초한 것이고, 해결하는 것도 우리여야 한다. 예컨대 시사IN에서 대학기자상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 에는 대학언론인이 스스로 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대학언론인은 대학언론으로서 파급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위해 양질의 취재를 통해 좋은 기사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기사: 시사IN 대학기자상 (sisain.co.kr)

 

사실 이렇게까지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대학생은 학점을 따야 하고, 강의도 들어야 하고, 그렇기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실제로 나는 취재를 위해 두 달간 수업에 나가지 않은 적도 있다. (웃음) 당시 장학금을 횡령한 총학생회장과 단과대학 학생회장을 취재했는데, 이러한 사건을 취재한 경험이 없었으니 상당히 어려웠다. 결국 취재 시간이 너무 부족해 강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고된 취재를 끝내니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었다. 이 취재 이후 나는 강의를 빼지 않았음에도 좋은 기사를 꾸준히 쓸 수 있었다.

 

대학언론인은 전업 기자가 아니기에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대학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대학언론인에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캠퍼스’라는 취재처가 바로 옆에 있으니까. 그래서 아마 시간이 부족한 것보다 소재를 선정하고 취재하는 과정을 잘 모르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닐까. 그런 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Q.. 대학언론은 어떤 것을 쓰고, 어떤 것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A.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다. 최근에 내가 ‘갤럭시 Z 폴드2’를 샀다. 이번에 세 번째 버전이 나왔다. ‘폴드 3’이 아닌 ‘폴드 2’를 산 데엔 이 기기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IT 전문 유튜버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가 좋은 평가를 했고, 이전처럼 터지지도 않았다. (웃음) 그렇기에 이 기기의 안정성이 보증된 것이다. 반면 ‘폴드 3’는 이제 막 나온 기기이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지,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기성 언론에서 이 기기가 마치 매우 잘 팔릴 것처럼 말을 한다. 물론 실제로 잘 팔리긴 했지만. (웃음) IT나 스마트폰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기자가 아니라, 광고비를 받은 기성 언론 기자가 이 기기를 향해 예찬하는 것이다. 이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들은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기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여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자기 분야가 아님에도 광고비를 받고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과 달리 대학언론인은 대학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잘 안다.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다녀봤고, 대학생들과 가까이에 있다. 그러나 대학언론인은 자신이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대학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보다 자기만 알거나 자기만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주관이 가득 들어간 기사가 나온다. 기사는 팩트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주관이 넘치는 글은 ‘오피니언’이지 팩트가 아니다. 팩트를 기반으로 한 취재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글이 불안정해진다. 따라서 대학언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향은 대학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대학언론인에게도 그것이 가장 편하다.

 

한편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학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잘 다루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기사는 취재가 바탕이다. 사실 앞서 말한 광고비를 받은 기자들도 보도자료만 베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취재 정도는 한다. 경제지 기자는 은행에, 사회부 기자들은 경찰서에 한 번이라도 전화해본다. 취재에 들이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없으면 기사를 쓰지 말아야 한다. 이 정도의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기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대언넷은 대학언론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성언론이 존재함에도 대학언론이 존속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기성언론 기자들은 대학생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만큼 알지 못한다. 아무리 그 기성언론 기자들이 대학을 나왔어도 말이다. 그리고 수도권 대학 출신 기자는 지방대 이야기를 잘 모를 것 아니냐. 그렇기에 더욱 대학언론이 대학마다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각 대학의 사정은 그 대학에 속한 대학언론인이 가장 잘 알기도 하고. 앞서 말한 장학금 횡령 사건을 보도했을 때, 메이저 언론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사건에 관해 이야기해줄 수 있냐며. 나는 내가 대학언론인이었기 때문에 대학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언론인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대언넷은 대학언론의 자치와 발전 뿐만이 아닌, 대학사회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단체 또는 행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예대넷(예술대학생네트워크), 전대넷(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행사들과 협업하는 것이 그 예시이다. 한편으로는 신진언론사인 쿠키뉴스와의 협약을 체결해 ‘청년’ 들의 참신한 시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젠다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 대학사회의 자치 증진과 더불어 언론에 있어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은 대언넷의 방향과 어떤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가.

A. 8, 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언론이 상당히 높은 위상을 차지했기에 대학언론에서 다루어진 의제를 기성언론에서도 잘 다뤄줬다. 실제로 대학언론이 당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기성언론이 대학언론에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 대학언론이 다른 단체와 적극적으로 협업을 맺어 글을 ‘읽히게’ 해야 한다. 본인이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그 누구도 그 글을 읽지 않는다면, 무의미하지 않은가.

 

이런 면에서 기성 언론과 손을 잡는 것은 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언더그라운드 힙합 래퍼들이 쇼미더머니에 나와서 유명해지는 것과 같이, 대학언론인도 더 이상 대학언론에만 국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잘 운영되는 소수의 몇몇 대학언론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언론들은 이러한 현실을 자각하고 우리의 글이 더 이상 잘 읽히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할 것이다. 따라서 기성언론과 협업하며 우리의 글이 조금이나마 다른 이들에게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언넷이 이전에 MBC 엠빅뉴스와 협업해 강의 재탕 문제를 취재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쿠키뉴스와의 협업은 조금 의외였다. 쿠키뉴스가 먼저 대언넷에 연락했다. 쿠키뉴스는 대학생과 청년의 목소리를 원하고 있고, 대언넷은 큰 사업을 같이 구상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서로의 니즈가 잘 맞아 협약으로 이어졌다. 쿠키뉴스가 대언넷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설정해준다. 그렇기에 협약으로 얻은 이익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활동을 1년도 채 하지 않은 대언넷과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쿠키뉴스 측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늘 고맙게 생각한다.

 

사진 출처: 대언넷 페이스북. 대언넷은 쿠키뉴스와 연합해 객원기자를 모집했다.

 

대언넷의 목표는 ‘대학언론이 잘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언론인과 언론인을 지망하는 대학생이 잘 되는 것. 잘 되려면, 그 사람들이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글을 어떻게 쓰는지 배우고, 이들의 글이 많이 읽혀야 한다. 쿠키뉴스와 대언넷이 객원기자를 모집해 직접 사회 이슈를 취재하는 기획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객원기자 중 한 명이 작성한 기사가 포털 사이트 사회면 상위 랭크를 차지했다. 댓글도 수백 개가 달렸다. 그 기자분은 본인의 글이 이렇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굉장한 뿌듯함을 느꼈다고 전해왔다. 현재 대학언론 안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 협업을 통해 실현된 것이다.

 

Q.. 이러한 대학언론인 부흥 활동에 ‘뛰어들게 된’ 동기와 왜 이러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원동력을 듣고 싶다. 사실 이 일이 힘들지 않은가. 대학언론이 서서히 작아지고 있다는 비판 하에서 말이다. 

A. 내가 대언넷을 활동하면서 받은 오해가 세 가지 있다. 첫째는 ‘봉급’이다. 나는 대언넷을 하면서 돈을 받지 않는다. 쿠키뉴스로부터 지원받기 전에는 내 사비로 운영비를 충당했다. 사비로 홈페이지와 도메인을 구매하고, 대학언론인 아카데미 1기에서 개근한 분들께 문화상품권을 드렸다.

둘째는 ‘스펙’. 다른 사람들이 보면 ‘대언넷 활동으로 스펙 쌓으려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대언넷에서의 활동이 재미있기에 하는 거다. 대언넷에서 활동하는 것을 하나의 스펙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사에 입사하겠다는 마음도 없다. 이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고, 이 협업으로 대학언론인이 하나라도 얻어가는 게 있었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에서 비롯되는 재미로 이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세 번째로는 ‘백’. 내게 큰 ‘백’이 있어서 대언넷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하는 거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무척 힘들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개척한 길은 그들의 발자국이나 풀을 헤치며 지나간 흔적을 보고 따라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학언론인을 위해 유의미한 활동을 하는 단체는 우리 외엔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대언넷 활동을 하는 것은 오로지 재미로 인한 것이다. 대학언론의 활성화에 뛰어든 동기는 우연한 제안이었지만, 신입생 시절에 겪은 고난과 활동하면서 가지는 재미가 나를 움직이게 한다.

 

솔직히 일이 힘들긴 하다. 근데 나는 일을 즐기는 편이다. 워커홀릭은 아니고 오히려 조금 게으른 편이지만. 게으르면서도 할 일은 또 한다. (웃음) 대언넷 활동은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대언넷 활동이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으니까. 예컨대 대학언론인 아카데미 시그니처 코스에 신청한 학생이 1기에 비해 2기에 천여 명 가까이 늘었다. 각지의 학보사 기자들을 모아 포럼도 진행한다. 부산과 서울, 그리고 충청도에서 한 번씩 개최했다. 이 포럼은 상당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대언넷 페이스북.

대언넷은 부산지역과 충청지역, 그리고 서울지역에서 학보사 포럼을 개최해

학보사들을 한자리에 모아 대학언론의 문제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처럼 대학언론인들을 대언넷을 통해 규합해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고 그것이 실제로 서서히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힘든 와중에도 재미를 느꼈다. 대학언론이 서서히 작아지고 있기 때문에 대언넷에서 사람들을 뭉치게끔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이들이 뭉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대학언론인들이 연합할 수 있었던 기회가 여태 거의 없었지 않은가.

 

Q.. 이 일을 계속하고자 하는가. 대언넷에서의 활동 이후의 삶을 그려보았다면, 그 그림의 일부를 듣고 싶다. 이 일을 하면서 어떤 미래적 가능성을 꿈꾸는가. 또한 여태의 감정적 소회들을 듣고 싶다. 

A. 아카데미 4기까지는 하고 싶다. 내년 9월까지는. 대언넷 활동을 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언넷 일을 병행해야 할 것 같다. 대언넷 이후의 삶은… 사실 나는 큰 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이다. 살면서 큰 계획을 세워봤자 어차피 모두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웃음) 내 MBTI는 ISTP이다. 앞에 놓여있는 과제를 먼저 챙기는 편이다. 처음에 대언넷 활동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그래도 하다 보니 재미있다. 사실 감정적인 소회랄 게 별로 없는게, 나는 일을 하면서 하나하나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발언한 것이나 행한 것은 분명 과오가 생기기 마련이고, 내가 그것을 후회한다고 해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활동하는 데에 있어서 미래에 관한 생각은 있다. 지금의 대언넷은 대학언론인만으로 성장하기 힘들다고 본다. 만약 대언넷 활동이 정식적인 사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청년언론인도 포함해 조금 더 파이를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대학언론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대학언론을 계속해서 유지해나가려면, 파이를 확장해 대학생은 물론 청년 계층까지 아우르는 언론인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Q.. 대학언론의 위기 상황이 앞으로 나아지리라 생각하는 것인가.

A. 나아져야겠지. 모든 것은 좋게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그래야 한다. 어떤 사회든 누구에게나 다 좋게 나아가야 한다. ‘기레기’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익숙해졌다. 기성언론 기자들이 욕을 많이 먹고 있고. 고등학생 절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미래의 ‘기레기’가 되게 할 수는 없다. 이런 생각에서 대학언론인 아카데미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이기도 하고. 아무튼 좋은 언론인이 많아지는 미래를 꿈꾼다.

 

대학언론에 몸을 담고 있는 대학언론인들이 직접 나서 행동해야할 때가 온 듯하다. 기성언론이 하지 못하는 일, 즉 대학생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일이야 말로 대학언론인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대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다루는 것은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읽히지 않고 새롭지 않은 대학언론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대학언론인의 사명감이 요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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