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대학알리

대학

전문대 출신 기자는 처음이시겠죠

 


제 꿈에 솔직하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고백합니다.


‘나는 이제 언론인을 꿈꿉니다.’


"전문대 간호학과랑 일반대 간호학과랑 같니? 급이 다르지."

 

동갑내기 나의 친구는 ‘너와 나’를 급이 다른 인간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렇게 당신이 지닌 우월감으로 우리를 짓밟아야만 당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었나 봅니다.


“웬만해선 전문대 학생보다 일반대 학생 뽑고 싶지. 걔네가 더 똑똑하니까.

하은 씨는 그나마 간호학과잖아.”


휴학 후, 외국에서 살아보겠노라 결심한 뒤 정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약국이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도 나는 좌절스러웠습니다. 며칠 전 일을 그만둔 아르바이트생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인력을 찾으시던 약사님께서는 전문대와 일반대 학생을 지적 수준의 차이로 평가하셨습니다. 왜 나에게는 ‘그나마 간호학과’라는 수식이 붙는 걸까요. 더 큰 사회로 나아가면 얼마나 더 좌절스러울까요.


“경인교대 말고 경인여대? 전문대잖아. 그거 날라리 같은 애들만 모여 있는 곳 아니야. 꼴통들이지 꼴통들.”


숨통이 턱턱 막혔습니다. 어쩌면 이런 무시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 대학 입학 이후로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래서 학점을 챙겼고 그래서 청춘을 즐기지 못했고 책상 앞에 앉아 밤을 새웠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벽 같은 게 존재하는 걸까요. 전문대생의 노력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존재하긴 할까요. 그날 택시 기사님의 시선은 비단, 그분에게만 한정된 시선일까요.

 

우리는 전문대 출신,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아팠고 때로는 차별과 무시를 인정하고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그간 '명문대'나 'SKY'만 조명하는 우리 사회에서 한 켠에 밀려나 조명 받지 못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이들은 자기계발서에 등장하는 ‘전문대 출신’, ‘고졸 출신’ 성공 비화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그저 대한민국의 청년으로 묵묵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네임밸류라고들 하죠. 배우를 직업으로 해서 밥 벌어먹고 살 거라면 연극영화과로 유명한 대학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배제할 수 없었어요.” -숭의여대 이채정-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진학하는 게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루트로 치부되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제가 꿈꾸고 있는 연기라는 분야에 대해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스스로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었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처음부터 숭의여대를 희망해서 온 것은 아니었어요. 모두들 그렇듯 4년제 대학교나 예술 쪽으로 유명한 대학교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 숭의여대로 입학하게 되었어요.

 

졸업 후 편입을 계획했었어요. 숭의여대 교수님들의 강의력도 만족했고, 전반적으로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지만 어느 한구석에서 풀리지 않고 남아 있던 배움의 갈증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둘째로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했어요. 다른 전공분야에 계신 분들도 비슷하시겠지만, 특히 예술계 쪽은 대학 선후배 인맥으로 인해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전문대 졸업 후의 미래가 막막했죠. 마지막으로는 네임밸류라고들 하죠. ‘배우를 직업으로 해서 밥 벌어먹고 살 거라면 연극영화과로 유명한 대학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배제할 수 없었어요. 이 생각은 입시 준비 시절, 아버지께서 ‘연기할 거면 한예종은 나와야지.’ 하셨던 말씀이 뇌리에 박혀 무의식적으로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전문대를 졸업한 제 친구 중에는 자신의 대학을 숨기고 싶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친구의 그런 모습은 사회의 시선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어요. 사회에서는 여전히 전문대를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없진 않으니까요. 학원 보조교사 아르바이트 공고를 봐도 조건이 ‘4년제 대학교 재학 또는 졸업’ 이더라고요. 보통 학원 보조교사 아르바이트생이 하는 일은 답안지를 보고 채점하는 일, 시험감독과 분리수거 정도인데 말이죠.


최대한 학벌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려고 30초 영화제, 지인의 졸업작품 M/V 등에 배우로 참여했었고, 완전한 연기 활동은 아니었지만 관련된 활동으로 프로필 스튜디오 모델 및 메이크업학과 졸업 작품 모델 등의 경험을 해봤어요. 이러한 대외활동을 통해 대학 강의만으로는 미처 경험할 수 없었던 부분을 경험함으로써 시야가 넓어졌어요. 모든 활동이 즐거웠고 기회를 얻음에 감사했고 저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죠. 


하지만, 전문대 졸업 후 걱정되는 부분들이 많아요. 배우로서 실력이 아주 뛰어나다면 그래도 큰 걱정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학연 지연이 중요한 예술계에서 학교 연극 교사/강사, 연극 심리치료사, 연기학원 강사 등의 교육 분야로 갈 경우에는 최종학력이 전문대라면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을 것 같아요. 특히, 학원 강사 같은 경우는 학력을 더욱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열심히 달려가고 있지만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

 


“언론에서는 ‘고졸 신화’ 같은 제목으로 학벌을 극복한 각계각층의 성공 신화를 기사로 씁니다. 철만 되면 ‘학벌 차별’ ‘고졸 유리천장’ 등을 주제로 기획기사도 쓰죠. 대체로 학력 차별을 비판하는 논조입니다. 그런데 정작 언론계에서 고졸 출신은 거의 없습니다.”  -박창민-

 

 

"총체적으로 어렵긴 했습니다. 고졸 출신으로 기자가 되는 것에 대해 정보가 너무 없었어요.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해도 고졸 기자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고졸이 기자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는 기자 지원 자격 조건에 4년제 대학 졸업장을 요구했죠. 대학 졸업장이 없는 저로서는 채용 공고가 올라와도 지원할 수 없었습니다. 각 언론사 채용 사이트에서도 이력서를 작성하는데,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입력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거든요. 토익, 한국어능력시험 점수도 있어야 합니다. 아무런 스펙이 없었던 저로서는 지원할 수 있는 언론사가 거의 없었죠.


그런 제가 일요시사에 입사할 수 있었던 건 공채로 기자를 뽑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론사 스터디를 하면서 만난 기자 지망생들은 대학 생활을 하지 않은 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스펙이 화려했어요. 글 쓰는 능력도 뛰어났습니다. 스펙으로나 실력으로나 저는 그들과 경쟁이 되지 않았죠. 언론사 공채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요시사는 최선의 선택이었죠. 메이저 언론사와 달리 마이너 언론사는 공채가 없습니다. 기자를 뽑는 절차가 복잡하지 않죠. 면접만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일요시사도 그런 언론사였습니다. 하지만 마이너 언론사도 지원하려면 4년제 대학교 졸업장이 필요합니다. 일요시사도 그랬고요. 대학 졸업장이 없는 제가 일요시사에 입사할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대부분 4년제 대학을 나왔습니다. 설령 대학 졸업장이 없더라도, 한 번씩은 대학에 발을 담근 경험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대학을 중퇴한 기자가 두 명 정도 있어요. 이들 외에는 대학을 안 나온 기자는 한 명도 보지 못했어요.


대외적으로 소설가 김훈(한국일보), 정치평론가 조갑제(월간조선) 등이 고졸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김훈은 고려대, 조갑제는 부산수산대를 중퇴했죠. 옛날에는 고졸 출신을 적게나마 뽑긴 했나 봐요. <언론연감 통계>에 집계된 고졸 기자들은 아주 오래전 기자가 된 사람일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아마, 메이저 언론사에는 고졸, 전문대 출신이 거의 없습니다. 진보적 성향을 띄는 언론사인 한겨레-경향신문조차도요. 언론에서는 ‘고졸 신화’ 같은 제목으로 학벌을 극복한 각계각층의 성공 신화를 기사로 씁니다. 철만 되면 ‘학벌 차별’ ‘고졸 유리천장’ 등을 주제로 기획기사도 쓰죠. 대체로 학력 차별을 비판하는 논조입니다. 그런데 정작 언론계에서 고졸 출신은 거의 없습니다. 기자들의 90%가 4년제 대학을 나왔고, 석박사 출신도 많아요. 고졸은 뽑지 않은 건지, 고졸들이 지원하지 않은 건지, 애초에 고졸은 기자가 될 수 없는 구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러니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걸 아직 후회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대학에 가지 않은 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입니다. 기자라는 꿈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제가 대학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3살 때 패션 전문지에서 인턴기자를 했습니다. 일이 재미있었죠.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 취재하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기사 쓸 때는 엄청나게 몰입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기자라는 ‘직업’에 관심이 갔습니다. 2013년 가을에 광화문에 큰 집회가 있었죠. 이때 치열하게 현장을 취재하는 사회부 기자들을 보면서 가슴이 뛰었고 처음 사회부 기자가 되고 싶다고 꿈꿨습니다. 그동안 학벌 때문에 수많은 벽이 있었지만, 아쉽거나 후회스럽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였죠.

 

저에게는 선택권이 있었습니다. 입시에 실패한 이후 지방대라도 갈 수 있었고, 재수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안 가겠다고 선택했죠. 선택은 늘 책임과 대가가 따르잖아요. 저에게 그 책임과 대가가 고졸로서 겪는 사회적인 차별 혹은 어려움입니다. 대학을 안 간 책임을 스스로가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쉽게 말해 저는 차별을 인정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일단 공부를 더 오래 했다는 이유로 일반대 졸업생을 뽑을 거예요. 우리 입장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발버둥 쳐도 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거죠” 
-경인여대 웨딩플래너과 졸업생 김지호-

 

 

"고교 시절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고 쭉 방황하다 부모님의 뜻대로 항공서비스학과 입시를 준비했었어요. 그렇게 1년 정도를 준비했는데 고3이 되니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고요, '과연 내가 대학 입시에 성공해도 꿈에 그리던 즐거운 캠퍼스 생활을 할 수 있을까?' ,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나?' 의구심이 계속 들었어요. 결국 저는 수시 원서 접수 마지막 날에 부모님 몰래 모든 항공과 원서 접수를 취소하고 경인여대 웨딩플래너과 원서만 접수했어요. 여기가 아님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요. 지금 생각해도 참 무모했지만 저는 돌고 돌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그것을 하기로 결심했던 거죠.

 

사실, 전문대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이 조금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원치 않는 공부를 4년간 하는 것이 더 두려웠을 뿐이에요. 단순히 성적 따라서 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매사에 계획적이고 꽤나 꼼꼼한 편이었던 저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워낙 드레스,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예비부부의 예산과 스타일에 맞춰 업체 추천 및 스타일링을 해주고, 스케줄링, 예약 등 결혼 준비의 전반적인 것들을 모두 담당해 주는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이 갔어요.


하지만 제가 배우고 싶었던 ‘웨딩’ 전공의 대학은 전문 대학, 전문 학교에만 있었어요. 아마 4년제 일반 대학에 웨딩플래너과가 있었다면 물론 그곳으로 갔을 거예요. 더 많이 배우고, 조금 더 오래 대학생 신분을 즐기고 싶어서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일반 대학에 웨딩 관련한 학과가 없는 것은 그만큼 웨딩 시장에서는 학력보다 경험과 경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겠지요. 사실 웨딩 말고도 다른 특수한 전문직, 서비스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제 주변 지인들만 보아도 전문대 졸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두려움이 크더라고요. 


안타깝게도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아직 전문대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사회적 차별, 무시를 몇 차례 겪어 봤어요. 택시 기사님도, 목욕탕에서 처음 뵙는 할머님들도, 심지어 저의 조부모님께서도 제가 전문대에 진학한 것을 무시하시거든요. 모두 제가 공부를 못해서, 성적이 부족해서 전문대로 진학한 것으로만 생각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단순히 성적에 맞추어 전문대에 진학한 것이 아닌, 꿈을 찾아 전문대로 진학했을 뿐인데요.


전문대 출신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더 다양한 직종에 도전하는 것이 힘들다는 거예요. 일반 대학 졸업생과 전문 대학 졸업생을 놓고 비교해보았을 때, 한국 사회에서는 일단 공부를 더 오래 했다는 이유로 일반 대학 졸업생을 뽑을 거예요. 우리 입장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발버둥 쳐도 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거죠. 4년제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으니까요."

 


전문대와 고졸, 그들의 노력은 허상이 되어간다.


앞서 만났던 이들은 배우를, 기자를, 웨딩플래너를 꿈꾸며 아팠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 떼쓰듯 제 자리에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당신이 우리의 어두운 고샅길에도 불빛을 비춰주길 기다리며 지금 그 자리에서 차이를, 다름을 묵묵히 극복하는 중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기자를 꿈 꾸며 어두워 보이지 않는 수많은 벽에 부딪혀 더 아플 예정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출신 대학을 물어 올 때면 가슴이 아렸고, 그저 “인천 쪽이요.”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축복받아야 할 스무 살의 청춘은 수치스러웠습니다. 고작 전문대 간호학과에 입학한 스스로가 부끄러워 그들에게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전문대생과 고졸을 바라보는 그들과 우리 사회의 시선을 비판하려 합니다. 같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도,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사람도, 모두 같습니다. 분명 우리에겐 차이가 존재하지만 차이는 차별이 될 수 없으며, 다름은 틀림이 될 수 없습니다. 그간 사회의 시선이 두려워 차마 전문대생이 언론인을 꿈꾼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제게 편입을 권유하며, 누군가는 대학원 진학을 권유합니다. 과연 나의 스무 살 청춘과 전적 대학을 지워버리는 학벌세탁만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일까요. 면허증이 필요한 의사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약사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기자질을 본업으로 삼을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은 겁니다. 기자질에도 ‘면허증’이 필요하던가요? 학과는 중요하지 않지만 왜 학교 이름은 왜 중요하던가요?


대학이라는 입시 관문에서의 첫 패배를 인정합니다. 누군가는 쉴 새 없이 달려 소위 말하는 ‘명문’ 대학에 입학했겠지요. 어쩌면 제 노력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반성하는 날도 있습니다. 수능 날 정답만을 콕콕 골라 찍지 못했던 제 자신을 원망하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5178만 명이 살고 있고, 5178만 개의 이야기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중 단 하나라도 소중하지 못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전문대 혹은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사회는 선을 긋습니다. 명문대를 졸업해야만 마이크를 손에 쥘 수 있으며 그렇게 그들의 목소리만이 조명되는 현실입니다.


 사실, '전문대 출신'이라는 제목을 걸고 기사를 쓰는 게 어려웠습니다. 두려웠습니다. 기사를 작성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누군가는 ‘더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 가지 그랬냐’며 비판할까 또다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전문대생이라는 제 사회적 위치를 다시 한번 직면하는 일이라 더 아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조명 받지 못했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소셜미디어 속에서는 항상 ‘SKY 대학 가는 법’, ’서울권 대학 가는 법’, ’S대생 공부법’등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합니다. 하지만, 전문대생과 고졸의 이야기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꿈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 그들이지만 명문 대학을 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노력은 허상이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제 기사로나마 그들의 노력이 허상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누군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손에 쥐었을 금수저도, 명석함을 형용해 줄 학벌도 없지만 막연하게 언론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알리에서 수습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기사를 씁니다. 기자질이 즐거워서요. 제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몇 글자 끄적이는 이 일이 전부입니다. 과연, 전문대생, 고졸의 당사자성에서 바라보았을 때 당신의 ‘성공신화’가 정답일까요. 때로는 노력만으로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습니다. ‘성공신화’는 제게 희망 고문일 뿐입니다. 저널리스트가 주목해야 할 것은 누군가의 성공신화가 아닌 당사자성을 지닌 이들의 목소리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당신의 목소리에 주목하겠습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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