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은 1996년, 대전 충남대병원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다. 이곳저곳을 살피며 어디에 머물지 알아보는 중이다. 그녀는 자신의 방을 열네 살이 돼서야 얻게 됐다. 그전까지 가족들의 갈등과 불화를 목격했다.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 눈치를 보는 게 습관이 됐다. 아니, 습관인지 태생인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김미옥은 눈치가 빠르다. 눈치는 그녀의 생존방식이었고, 그건 여전히 유효하다. 빠른 눈치가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상대방의 호와 불호를 짐작할 수 있다. 불필요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종종 눈치에 압도당할 때가 있다. ‘눈치가 빨라.’라는 말은 남의 기분을 잘 알아챈다는 듣기 좋은 소리일 수 있지만, 그 속도감과 예민함이 100% 정답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그래서 여전히 그녀의 마음 한편엔 불안이 존재한다. 눈치에 압도당한다는 건 결국 그녀가 그녀 자신을 살피지 못하게 된다는 것과 동일하다. 김미옥은 그건 자신에게도, 그리고 결국 남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만 눈치를 많이 보게 되면 그 끝은 파괴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김미옥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유지하는 건 결국 사랑이라고 믿는다.
박성빈은 1995년, 서울 천호동에서 태어났다. 지금도 그 동네 토박이다. 그에게 가족이란 그리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눈뜨면 싸우는 사람들이었다. 그가 처음 맺은 관계였다. 하지만 그는 가족의 이야기를 쓴다. 키가 크고 나이를 먹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잘 다려진 교복 셔츠를 입고, 준비물을 잊지 않고 챙겨가고, 대학을 다니면서 자취를 할 수 있었던 건 그의 가족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일종의 부채감이었다.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사회적 통념도 한몫했다. 그를 따라다니는 부채감을 해소하려면 그들과의 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친밀하지 않았던 존재들과 대화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글을 쓰다 보니 그를 짓눌렀던 부채감은 조금씩 옅어졌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그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몇십 년간 자신을 키워준 사람에 대한 예의로써 대화의 필요성은 아직 그에게 유효하다. 그가 처음부터 가족 이야기를 쓴 건 아니었다. 그의 글쓰기는 중학생 때부터 시작됐다. 처음에 그가 꿈꿨던 건 영화 “그을린 사랑”의 드늬 뵐 뢰브 감독 같은,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소설을 쓰는 작가였
오은진은 1997년, 충무로 제일병원에서 태어났다. 수많은 이사를 거쳐 지금은 돈암동에 살고 있다. 그녀에게 가족이란 할머니, 이모, 삼촌과 외숙모, 그리고 사촌들을 포함한 11명의 존재였다. 사실 오은진은 엄마의 딸이라기보단 엄마의 막냇동생쯤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그녀에게 가족은 책임감과 무거움으로 얼룩진 대상이었다. 그녀는 10살에 큰삼촌의 죽음을 겪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설날에 함께 떡국을 먹던 삼촌이 3개월 만에 숨졌다. 암이었다. 그녀의 가족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그녀의 엄마는 슬픔에 휩싸였다. 애초에 그들의 형제는 매우 우애가 깊었다. 그녀의 엄마는 딸을 까먹은 듯했다. 오은진은 그걸 지각한 이후로 종종 호흡을 거부했다. 자신의 존재는 장례식장에서나 발견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18살에 친구의 죽음을 겪었다. 이 역시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오은진은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허구한 날 울어댔다. 그녀의 엄마는 그런 그녀를 보고 그 친구와 그렇게 친했냐고 물었다.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사실 그들의 관계는 같이 급식을 먹고, 매점을 가고, 시험이 끝나고 놀러 가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그 친구는 건축가가 되어 그녀의 집을 지어
*편집자주: <대학알리>가 20대, 당신만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중요하게, 혹은 가치있게 생각하는 키워드 세가지를 토대로 인터뷰 하고, 그 키워드를 연결고리 삼아 또다른 여러분을 찾아가는 방식의 새로운 인터뷰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시작은 <대학알리> 구성원들의 이야기로 전개합니다. 이야기를 보시다가 겹치는 키워드가 떠오르신다면 <대학알리>에 본인의 키워드 세가지를 'univallipress@gmail.com' 이나 candy970320@gmail.com로 보내주세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찾아가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아시나요? 영화는 사람들의 감정, 성격, 기억 등을 재치 있는 방법으로 묘사합니다.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감정 컨트롤 본부’가 있고 그걸 조종하는 이들을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라고 소개하거든요. 영화에 의하면, 사람들의 기억은 ‘기억구슬’이라는 형태로 머릿속에 저장되는데 이 기억구슬에는 위의 다섯 가지 감정 중 하나가 함께 저장됩니다. 이 기억구슬 사이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핵심 기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