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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Week 4일차] 미러링이 불편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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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링이 불편하다고요?

 

한남충, 6.9, 소추소심. 소셜 네트워크 등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어들이다. 불쾌한가? 한국 남자가 모두 혐오주의자라고 비하당할 이유도 없으며, 성기의 길이로 희롱당하고 싶지도 않고,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신체적 특징을 내면과 연관짓는 건 억지다. 그런데 위 단어들의 맥락은 모두 어디서 본 것 들이다. 김치녀, 절벽, '가슴이 작아서 속도 좁다'. 이렇게 여성을 혐오하는 단어들은 오랜 기간 큰 방해 없이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었다. 이를 문제라고 여기고, 단어를 반사시켜 기존의 단어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전략이 미러링이다.

 

미러링을 통해 남성중심적, 여성혐오적 언어세계에 맞선다. 남성중심적인, 폭력적인 말들을 약자의 말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폭력적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돌려준다. PC(Political Correctness의 줄임말, ‘정치적 올바름’으로 나아가는 운동 방향을 의미)처럼 올바름을 향하지만, 그 올바름에 도달하는 방법은 다르다. PC는 모두에게 무해한 말하기를 표방한다. 반면에 미러링은 여성혐오적 언어,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한다. 그렇기에 미러링은 언어를 통해 실천하는 ‘정치적 올바름’이며, 실천을 통한 저항이다.

 

모두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다. 미러링 용어의 뜻, 사용하는 맥락을 모를 수도 있다. 가부장적 질서, 여성혐오는 언어에도 내재되어 있다. 여성혐오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인 이들에게 미러링 된 단어는 맥락을 유추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과거 쓰이던 비하적 표현 ‘김치녀’는 여성혐오를 통해 여성의 행위를 규제하려던 단어였다. 김치녀라는 허구의 이미지를 통해 여성의 소비 행위를 비롯한 주체적 행위를 규제하려는 맥락에서 쓰였다.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여성의 이미지를 답습하는 단어였기에 대중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한남’은 한국의 남성중심적 문화에 의문을 던지는 데서 출발한다.

저항에 대한 반동도 있다. 미러링을 비판하기도 하며, 미러링을 통해 새롭게 본 언어체계에 불쾌감을 느껴 백래시(Backlash)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을 ‘인식론’이 아닌 ‘도덕주의’로 받아들인다. ‘페미니즘 인식론’은 기존의 사회 현상이 ‘주류’의 관점이었다는 걸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도덕주의는 페미니즘을 도덕적 가치 또는 도덕적 의미를 중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인식 변화가 아닌 도덕적 가치에 중점을 둔 이들은 미러링을 혐오의 일부로 본다. 앞서 이야기 한 단어, ‘한남’은 남성 위주인 한국 사회 문화에 의문을 던진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전혀 접하지 못한 저항일 수 있다. 정당하다 느껴온 체계에 대한 저항을 보며 반발심을 느끼게 된다. 미러링 된 용어를 통해 혐오라고 지적 받으면 자신을 페미니스트의 적, 혹은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미러링이 나타난 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미러링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현상 하나를 넘어 현재 한국 사회에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는 행위다. 미러링이 생겨난 맥락은 무시한 채 기분이 상한다는 이유로, 본인의 도덕성에 타격을 받는다는 이유로 혐오를 재생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러링이 특정한 누군가를 겨냥하는 행위가 아닌 스스로를 성찰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러링, 그리고 미러링을 통해 본 나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미러링을 통해 이뤄진 판단은 편향적일 수 있지만, 그 편향에 이르는 과정은 공평해야 한다. 왜 미러링을 선택해야 했는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글 = 김세민 기자 (pretty639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