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3 (목)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후속보도> '교무처에 포스트잇이 붙은 이유 - 일본어통번역학과 분반 개설 제도 문제'

  지난 10월 17일 기자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일본어통번역학과(이하 일통과) 분반 개설 제도 문제’ 기사와 관련해 학사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 측이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학종지는 기사에 대해 ‘학종지의 입장을 듣지 않고 기사를 낸 것은 정론직필 언론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이번 일통과 분반 개설 제도 문제와 관련해 학종지의 업무 진행 현황과 반론이 담긴 자료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정정보도 요청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 역시 언론의 공정성 실현에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학종지와 일통과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후속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학종지 “분반 규정 변경 시행한 적 없다”

 

현행 분반 규정 (자료 제공: 학사종합지원센터)

 

  학사종합지원센터는 반론자료에서 먼저 “현행 분반제도는 2016년 11월 3일 총장결재를 통해 승인되었으며 지금까지 변경없이 시행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그동안 분반 개설 제도가 엄정하게 시행되지 않아 원칙을 지키며 시행하는 것이 목적”이라 하면서 “규정을 일방적으로 바꾸어 시행한 것처럼 보도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학종지는 “분반이 학생들의 요구대로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학사종합지원센터의 주요 업무 중 하나”라 하면서, “다만 제한된 인프라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어 모든 학과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시행되어야 한다”고 분반 제도 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밝혔습니다.

  동시에 학종지는 분반이 혼선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분반 관련 업무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년 5월(1학기)과 11월(2학기)에 ‘전년도 동일학기 해당교과목 전체 수강인원 수’에 근거해 권고 분반 수를 학과에 통보하며, 이에 대해 학과의 의견을 수렴한 뒤 수강신청 전에 분반 수를 1차로 확정합니다. 이후 방학 중 진행된 수강신청 결과를 바탕으로 수강신청 인원을 파악하고, 학과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2차 인원 조정을 진행함으로써 분반 개설이 완료되는 흐름입니다.

  위의 흐름대로 학종지는 지난 5월 15일 분반 수 조정이 필요한 과목 관련 내용을 모든 학과에 이메일로 발송했습니다. 이후 수강신청 절차를 거치면서 모든 학과가 분반 조정을 마무리 했는데, 일통과만 조정을 완료하지 않았다는 것이 학종지의 주장입니다. 수강 신청이 열리고 반별로 제한인원을 두면서 균등하게 인원이 나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신청기간은 물론 수강변경기간까지 수강정원 제한을 두지 않아 몇몇 강좌에 수강인원이 편중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학종지의 일통과 분반 분석 내역(자료 제공: 학사종합지원센터)

 

  학기 수강변경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9월 7일. 일통과는 분반 개설을 요청하는 첫번째 협조문을 학종지에 제출했고, 9월 10일 협조문을 접수한 학종지는 분반 요청 대상 11개 반의 분반 인원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강좌 전체 수강인원의 140% 이상일 시 분반을 허용한다”는 기준을 적용해 산정한 결과, 일통과가 요청한 11개 반 가운데 3개 반만 분반이 가능하다고 나왔습니다. 학종지는 반론 자료에서 “결과를 일통과 학과장에게 전화로 안내했고, 수강변경기간 이후에 분반을 추가로 개설한 사례는 양캠퍼스를 통틀어 일본어통번역과가 유일하다”고 밝혔습니다.

  학종지는 또한 분반 제도를 문제 삼는 일통과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제시했습니다. 일통과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분반 및 폐강 기준은 1개 반을 대상으로 지난 20년 간 진행되어 왔는데, 이번 학기에 새로운 규정이 추가된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청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종지는 “분반 및 폐강 기준을 1개 반 대상으로 20년 간 지속해 온 것은 잘못된 것”이라 하며 “분반은 전체 강좌의 수강인원, 폐강은 1개 반의 수강인원을 기준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일통과 측이 “분반 기준을 일방적이고 편파적으로 시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학종지는 “분반 편성과 관련해 상당히 이른 시기부터 학과와 조율 과정을 거쳤음에도 ‘일방적’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편파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일통과와 같은 통번역대학 소속인 중국어통번역학과(이하 중통과)의 분반 상황을 비교하며 반론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2학기를 기준으로 중통과와 일통과의 분반 현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중국어통번역학과 - 분반 수 89반 / 전체 수강인원 2158명 / 한 반당 평균인원 24.25명

  • 일본어통번역학과 - 분반 수 77반 / 전체 수강인원 1270명 / 한 반당 평균인원 16.49명

 

  수치를 보면 중통과는 한 반당 평균인원이 약 24명으로, 16명인 일통과에 비해 많습니다. 학종지는 이를 통해 “일통과는 분반 제도에서 타 학과들보다 많은 수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종합하면, 학종지는 분반 개설 과정을 보다 원칙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규정을 진행했으며 사전에 학과 측과 충분히 업무 내용을 조율했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일통과가 절차대로 규정을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으며, 분반 요청에 대해 최대한 협조했기에 일통과가 타 학과에 비해 더 많은 특혜를 받았다고 반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통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이 학과 역할 … 규정 일관되게 시행되지 않아”

 

  학종지의 주장에 대해 일통과는 재반론을 펼쳤습니다. 먼저 “현행 분반제도가 2016년 11월 3일 이후 일관되게 시행됐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분반제도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분반 승인 기준: 기준인원 140% 초과할 경우 분반.

  • 분반 강좌로 다른 강좌의 인원이 적거나, 학교정책 및 사정에 따라 분반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분반 되지 않을 수 있음. 끝.

 

  일통과는 두번째 조항인 ‘분반 강좌로 다른 강좌의 인원이 적거나, 학교정책 및 사정에 따라 분반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분반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이번 2학기에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분반 규정 시행과 관련해 “과거에 받은 분반 관련 규정에는 1번 조항인 ‘분반 승인 기준’만 명시되어 있었다”, “3개 반만 분반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이후인 10월 8일 ‘내용 증명’을 요구하는 우편을 보낸 것에 대한 답변으로 학종지로부터 2번 조항이 포함된 규정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학교 정책 및 사정에 따라 분반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하면 현행 분반제도의 수강정원 기준을 무효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며 2번 조항의 부적절함을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종지 측은, 해당 내용이 포함된 공문을 매학기마다 학과로 발송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지난달 15일 교무처에 항의방문한 일통과 학생들

(사진 제공 = 일통과 황동현 학생회장)

 

  일통과는 이어서 “수강변경기간까지 수강정원을 무제한으로 풀어 몇몇 강좌에 수강인원이 편중됐다”는 학종지의 주장에 대해 “수강정원을 처음부터 무제한으로 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수강정원에 맞게 제한인원을 설정했고 이후 각 강좌별로 한 반만 제한인원을 ‘없음’으로 열어놓았는데, 이는 “이중전공생들 및 수강신청 이후 추가로 해당강좌를 듣고자 하는 1전공 학생들에 대한 구제 방안”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수강신청 및 변경기간에 반별 인원 변동이 수시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인원이 균등하게 나눠지도록 유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수강신청 및 변경기간 진행 중에 분반을 최종 확정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수강변경기간 이후에 분반 개설을 추가한 학과는 일통과가 유일”하다는 학종지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1학기까지는 수강변경기간 이후에도 학종지가 분반 개설을 해줬기에 이번 2학기 역시 동일한 일정과 방식으로 협조를 구했으므로, 규정을 어기거나 특혜를 받았다고 보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습니다.

  분반기준과 폐강기준이 ‘1강좌’를 기준으로 시행되었다는 학종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1학기의 경우 수강변경기간 마지막 날인 3월 8일 학과장 명의로 ‘분반 협조문’을 전달했고, 학종지가 ‘한 반의 수강정원 140% 이상’을 기준으로 모든 과목들의 분반 개설을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분반 과목은 일통과의 1학년 전공필수 과목인 [기초작문연습] 강좌를 포함해 10여개로, 학종지가 2학기에 적용한 ‘강좌 전체 수강정원의 140%’이 아닌 ‘한 반 수강정원 140%’로 적용되었다고 일통과는 주장했습니다. 학종지가 주장한 ‘강좌 전체 수강정원의 140% 기준 분반’에 대해 일통과는 “지금까지 전혀 시행해 온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같은 일통과의 주장에 대해 학종지는 “분반은 ‘강좌 전체 수강인원’으로 해왔으나, 예외 사항을 두고 분반을 개설해온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외 사항은 다음 3가지 입니다.

 

1. 강좌 전체 수강인원이 140%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140%에 근접하고

2. 분반의 요일 시간이 달라 이동이 불가능하며

3. 특정반에 지나치게 편중되었을 경우에 한해서

 

  위 3가지 조항을 근거로 일통과의 분반이 가능했다는 것이 학종지의 주장입니다. 이에 일통과는 “그간 예외 조항을 근거로 학과와의 조율을 통해 분반이 진행됐는데, 2학기 들어 ‘원칙 적용’에 대해 학과 및 학생과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은 것이 일방적인 학사행정 처리”라고 비판했습니다.

  분반 인원 현황을 기준으로 중국어통번역학과와 일본어통번역학과를 비교한 학종지의 분석에 대해서도 일통과의 반박은 이어졌습니다. 분반을 운영하는 것은 학과마다 상황이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평균 수치를 근거로 들어 비교를 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일통과는 “분반을 하려면 우선 외부 강사 섭외 등의 준비를 학과 차원에서 해야 하는데, 강사 섭외가 여의치 않은 학과는 분반이 가능해도 가르칠 사람이 없기에 분반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라 하면서 “일통과는 강사를 섭외할 여력이 되고, 학생들의 수업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해 ‘분반 추가 개설’ 제도를 학종지에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각 학과들의 분반 요청 여부는 학과 사정에 따라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지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가 아닌데 일통과의 분반 요청을 ‘더 많은 특혜’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히며 반론을 펼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일통과는 새롭게 적용된 분반 개설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근거로, 통번역대 학생들의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통번역대가 만들어진 2008년 이후 통번역대 학생들은 1인당 140만원의 등록금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는 통번역대 출범 당시 ‘내실 있는 어학교육’을 목표로 하며 졸업학점을 150학점으로 상향 조정하고, 1,2학년 전공수업의 수강인원을 15명 이내로 제한함에 따라 추가 비용이 든다는 이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일통과는 “추가로 낸 등록금이 2008년부터 올해까지 약 26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추가등록금의 사용내역은 2008년 출범 당시 ‘어학실습실 3개 신설 비용’, ‘2016년부터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총 2억원의 어학실습비’, 그리고 분반 추가 비용이 전부”라 하며 “납부하는 등록금에 비해 현재 규정이 너무나 불합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돈을 낸 만큼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오히려 분반을 제약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 가혹하고 비교육적인 판단이라며 학교의 학사제도 운영을 비판했습니다.

 

일통과의 ‘권리’와 학교의 ‘원칙, 공정’

 

  현재 한국외대의 2018년 1, 2학기 개설 강좌 총합 현황을 보면, 20명 이하 강좌가 4,723개로 전체 강좌 9,204개 대비 51.3%에 이릅니다. 경희대가 29.3%, 고려대 33.6%, 연세대 33%, 한양대 49.7%로 타 대학들에 비해 높은 비율임은 틀림없습니다(출처: 대학알리미). 하지만 한국외대의 정체성은 어문학에 있고, 통번역대학을 출범한 이유도 ‘내실있는 어학교육’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계를 근거로 타 대학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님들과 배우는 학생들 모두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강의가 더 만족스러운 수업으로 이어진다”고 하는 만큼, 소수 인원 강의는 일통과를 비롯한 통번역대 학과들에게 보장되야 할 권리입니다.

  다만 인프라의 한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학과의 수업을 조정하는 학종지의 입장에서는 주어진 자원을 학과 별로 원칙적으로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학교가 인프라 확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당장 대안을 만들이 어려운 지금 시점에서 학교와 교수, 학생들이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일통과와 학종지가 수차례 제시한 반론과 재반론은 비록 행정적인 차원에서의 조율은 충분했을지라도 그 이상의 논의, 즉 학교와 학생 간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인정하는 대화는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지난 10월 31일 처음 열린 학사제도개편위원회를 비롯해 학교와 학생 간에 활발한 논의가 지속 되어 일통과 분반문제와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한달수 기자(hds80228@naver.com)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