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3 (목)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님, 긴장되시나요?” - 2018 총장과의 대화

“(기숙사 통금시간이) 지금 열두시까지인가?”

“네~”

“좀 빠르기는 하네 열두시는”
 

 30일 오후 3시 서울캠퍼스 잔디광장에서 열린 ‘총장과의 대화’ 중 기숙사 통금을 없애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김인철 총장이 보인 반응이다.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은 웃음을 터트렸고, 날 선 질문이 오가며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던 분위기는 잠시 가벼워졌다.

 30도에 이르는 더운 날씨에도 많은 학생들이 ‘총장과의 대화’를 보기 위해 잔디광장을 채웠다. 전날 9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한 정기총회의 분위기가 이날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단순히 학사행정이나 캠퍼스 생활과 관련된 주제를 넘어 박철 명예교수 임명 철회, 학점 특혜 사건, 교내 ‘권력형 성폭력’ 문제, 총장직선제 등 외대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인철 총장, 김인경 학점 특혜 사건에 사과하며 목례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김인철 총장은 “학생들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 김인경 학점 특혜 사건과 관련해 이를 책임지는 총장으로써 학생들에게 사과 한다”라는 뜻을 밝혔다. 총장은 “그간 학점 특혜 논란과 관련해 거듭 ‘어쩔 수 없었다’ ‘사과할 수 없다’고 했었지만, 안중헌 총학생회장과의 대화를 통해 결심했다”라며 사과를 하게 된 배경도 함께 전했다.

 사과의 목례를 한 총장은 “한국외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학교의 모든 사안에 대해 지속적인 대화를 해 나갈 것이며 오늘 이 자리에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면서 인사말을 맺었다.
 

다음은 ‘총장과의 대화’ 중 주목해야 할 일문일답이다.

Q. 2016년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명 철회’와 관련해 비상대책위원회와의 면담 당시 “대법원 판결이 나면 명예교수 임명 철회 절차를 밟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났음에도 박철 전 총장은 여전히 명예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그대로 두실 건가?

A. 나는 사회과학자이다. 사회과학자는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 대법원의 판결이 끝난 이후 박철 전 총장이 대법원 판결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항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 소원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에 따라) 학생 여러분께 약속했던 명예교수 임명에 대한 재검토나 해촉 등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

Q. ‘김인경 학점 특혜 사건‘ 대해 사과를 하셨지만, (장학금 특혜나 출석문제 등)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구체적인 방안이 있으신지?

A. 학교에 특기생은 더 이상 없으며 김인경, 박성현은 학교에서 제적됐다. 앞으로 장학금은 합리적인 심사를 통해 지급될 것이며, 경제적 사정을 가장 중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적이 좋은 학생은 물질적 보상보다는 명예를 높일 수 있는 장학증서를 동반한 장학금을 소액으로 제공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인 학생 가운데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장학금을 확대하고 싶다. 다만 학과장, 학장, 학생처장이 추천하는 장학금에 대해서 명확한 추천 기준이 적용되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 
 또한 유고결석에 관해서도 규정을 많이 바꿨다. 과거에는 4학년 2학기에 취직을 한 학생들의 경우 레포트로 출석을 대체했지만 이를 없앴다. 교생실습도 과거에는 실습기간 동안 교수의 재량으로 유고결석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사유를 막론하고 해당 기간의 2분의 1 이상 결석 시 무조건 인정할 수 없도록 규정을 바꿨다. 과거에는 (유고결석과 관련해) 교수들의 재량을 많이 보장했지만 이러한 자율권을 규정으로 제한했고 앞으로도 필요한 부분은 동일하게 할 것이다.

Q. 학생들에게도 총장선출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지?

A. 교수협의회, 노조 지부, 총학생회가 함께 협의해서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선출 제도를 만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총장의 위치에서 총장 선출 제도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교의) 세 주체가 모두 합의한 제도 안이 나온다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

Q. ‘권력형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학교의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말씀해달라.

A.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대해 학교의 대응이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3월에 외대 모든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대로 여러 사안의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성평등센터 내실화와 관련해서는 성평등센터 홈페이지가 2주 내로 완성된다. 또한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 성평등센터를 분리해 양 캠퍼스에 상담원이 상주하고 있고 추가 인력도 보강할 계획이다.

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해당 교수를) 파면하라는 요구가 있는데, 총장이 개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징계위원회의 절차가 있고, 그에 따라 사안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추가 답변: 교무처장) ‘권력형 성폭력’과 관련해 조사위원회가 3차에 걸쳐 이뤄졌고, 이후 징계위원회가 1차까지 열린 시점이다. 향후 2차례 추가로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고 결과가 통보되면 그에 따라 징계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Q. 상대평가 제도의 절대평가 전환을 요구하고 싶다.

A. 상대평가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A학점 이상을 받은 외대생의 비율이 70%였다. 하지만 제도 도입 이후 50~55%까지 비율이 줄었고 학교의 경쟁력이 상승했다. 다만 상대평가로 인해 좋은 성적도 불이익을 받은 학생들이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동안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은 만큼 바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학교와 학생 대표로 구성된 ‘학사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역기능을 방지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절대평가 요소를 가미한 보완책을 내놓겠다.

 (추가 답변: 교무처장)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 중에 하나다. 절대평가로 인해 학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학교를 보는 사회의 시선이 나빠지기에 상대평가를 도입한 것인데, 학생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으므로 절대평가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한다. 다만 회화나 어학 강좌의 경우 전면 절대평가를 하게 되면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가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적정선을 유지한 절대평가 도입을 위해 고민 중이다.

Q. 인기가 많은 강좌의 경우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놓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과목들에 대해 강의 수를 늘려주실 수 있는지 궁금하다.

A. 경영, 경제학과나 미디어, 국제통상학과에 인기 강의가 많다. 때문에 학생들이 수강신청에 실패해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증원을 받아주는 것에 대해 교수님들도 의견이 다르다. 그래서 분반 제도를 만들었고, 학생들이 이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추가답변: 교무처장) 강좌가 부족한 문제 역시 항상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중전공 학생들이 강좌를 수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항상 듣는다. 그렇지만 교수나 강좌를 무한정 늘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이 부분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해당 학과들과 긴밀히 협의해 신입생들이 졸업할 때는 이러한 불편이 해소된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안중헌 총학생회장, "학생들의 목소리 더욱 커질 것, 총장님 긴장하셔야"

 이외에도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과 관련한 요구도 많이 나왔다. 총장 공약이었던 외부 엘리베이터 설치는 11월 중으로 인문관, 사회과학관, 교수학습개발원 등에 설치가 시작돼 내년 3월에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내 자치공간 24시간 개방과 관련해서는 ‘공간 운영 위원회’를 통해 교내 안전 문제를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고 했으며, 기숙사 통금 시간 폐지의 경우 통금 시간을 늦추는 방향으로 국제학사와 논의하겠다고 이승용 행정지원처장이 답변했다.

 안중헌 총학생회장은 대화 마무리 발언에서 “새롭게 총학생회가 구성됐고 정기총회가 5년 만에 성사됐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훨씬 커질 테니 총장님께서 항상 긴장하시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김인철 총장은 “항상 긴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달수 기자(hds802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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