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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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언론

[대학언론 대담 ⑦] 부대신문 _ 당장 눈 앞에 결과나 보상이 없더라도

대학언론에 ‘위기’라는 꼬리표가 달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 대학언론은 오늘도 위기다. 위기론의 지속은 ‘무엇이’ 위기인지, ‘얼마나’ 위기인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조차 희박하게 만든다.

 

[대학언론 대담]은 방향 전환의 시도다. 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대학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 그들이 느끼는 뿌듯함,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 그들이 떠올린 해결책을 듣는다. 정답은 없다. 명확한 해결 방안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많은 대학언론인들은 이야기한다. 대학언론은 존재해야 한다고, 대학언론은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왜’와 ‘어떻게’다. 대학언론은 왜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부산대학교 언론사 <채널PNU>에서 지난 7월 1일자로 부대신문 편집국장으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는 교육학과 21학번 정윤서입니다.

 

Q. <채널PNU>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부산대언론사 <채널PNU>는 1954년 창간한 부대신문, 1963년 개국한 부대방송국 PUBS, 1972년 창간한 효원헤럴드(영자신문)가 2022년 3월 통합하여 출범한 부산대학교 학생 미디어입니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한 세 조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마련됐습니다.

 

현재 <채널PNU>는 하나의 통합 뉴스룸으로서 ‘One Source Multi Use’를 바탕으로 보도부와 제작부가 협업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는 유기적으로, 하나의 조직처럼 운영되고 있으나, 겉으로 보기에는 이전처럼 부대신문과 효원헤럴드를 발행하고 부대방송을 송출하고 있어 차이를 못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보도부는 취재팀과 소통팀으로 구성되며 취재팀은 학내 소식과 지역 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취재해 보도하고, 소통팀은 <채널PNU>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홍보물도 함께 제작합니다. 제작부는 영상제작팀, 영문뉴스팀, 방송뉴스팀, 양산제작팀, 밀양제작팀으로 구성되어, 각각 영상 기획·제작, 외국인 유학생을 주요 독자로 한 영문 기사 작성, 영상기사 제작, 오디오 프로그램 제작 등을 맡고 있습니다.

 

 

Q. 세 언론사를 <채널PNU>로 통합한 뒤 변화한 점이 있다면.

 

세 매체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예산과 인력 등 자원이 결합됐고, 그 덕에 조직 규모 자체가 커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 기관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화됐다는 점도 큰 특징입니다. 수습기자 때 취재, 영상 제작 등의 교육을 모두 받을 수 있어서, 하나의 언론사 안에서 PD와 기자의 역할을 동시에 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큰 강점입니다. 실제로 여러 역할로 활동하는 기자들도 있고요. 이렇게 미디어 전반을 아우르는 활동이 가능한 구조는 다른 대학언론과 비교했을 때 정말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세 매체의 특성과 작업 방식, 일하는 리듬 자체가 워낙 달라서 협업 과정에서 조율해야 할 일들이 많고, 그 과정에 적지 않은 에너지와 시간이 들어요. 가끔 대학언론이지만 기성 미디어만큼 조율에 조율을 거듭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죠.

 

외부적인 측면에서의 고민도 있어요. 세 매체가 하나로 통합되다 보니 <채널PNU>가 학내 유일한 권력 감시 기구가 되어서, 그만큼 외부 견제나 압박이 한 곳으로 쏠리는 구조가 되기도 해요. 취재를 하거나 비판 보도를 해야 할 때 언론사가 하나밖에 없는 셈이니, 집중된 타겟이 된다는 부담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채널PNU>가 가진 교육적·구조적 강점은 분명하다고 보면서도, 통합 체제가 안고 가야 할 내부 조율과 외부 부담이라는 현실도 같이 감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Q. 언제 처음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2024년 3월에 수습기자로 들어와서 지금 2년 차 활동 중입니다.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언론·방송 쪽에 관심이 많았고 기자나 PD 같은 진로도 진지하게 고민했었는데, 입시가 생각만큼 잘 풀리진 않아서 우선 다른 진로를 택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대학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공에만 얽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한번 해 보자는 마음이 들어서 대학언론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고민도 많았지만, 실제로 해 보니 제 성향과도 아직까지는 잘 맞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이 활동이 제 대학 생활에서 가장 보람 있는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Q. 현재 대학언론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동안 예산 부족, 인력 부족, 편집권 침해 등 대다수 대학언론이 직면한 다양한 위기들을 직접 취재하면서 ‘대학언론의 위기’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대학언론이 학내 부속 기구로서 존재하는 구조적인 한계나 독자 외면 및 감소 문제 역시 분명한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장 뚜렷하게 체감하는 위기는 ‘기자 개인의 태도 변화’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이전과 달리 경쟁이 치열하고, 취업난마저 가중되다보니 많은 대학생이 어떤 활동을 선택할 때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얼마나 명확한 결과나 보상이 주어지는지를 먼저 계산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런 기준에서 보면, 대학언론 활동은 비교적 시간이 많이 들고 즉각적인 성과를 얻기 어려운 활동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활동을 하더라도 학생 기자로서의 책임감이나 사명감보다는, 활동이 나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가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예전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학언론 기자로 활동하는 것 자체가 공적 책임을 감당하는 유의미한 일이라는 인식이 분명했던 것 같고, 그만큼 사명감도 강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지금은 이 활동이 단순한 ‘스펙’면에서 나에게 얼마나 이로운지를 따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런 분위기가 결국에는 대학언론의 인력난으로 이어지고,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어렵게 하는 등 좋지 않은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것이 단순히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청년들이 도전할 여유조차 갖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지.

 

앞선 답변과도 이어지는데요, 저는 대학언론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청년들이 처한 사회 환경에 있다고 봅니다. 도전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지고 ‘실패하면 어쩌지’, ‘시간 낭비는 아닐까’ 하는 불안이 선택을 가로막는 구조입니다. 특히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가치 없는 일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는, 대학언론처럼 꾸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활동이 쉽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효율이나 성과 중심의 선택이 아니라, 가치와 의미를 기준으로 활동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사회적 시선 역시 절실합니다.

 

 

Q. 대학언론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결국 청년이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돌파구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는 조금 늦거나 실패하더라도 경험 자체를 가치 있게 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청년들 자신도 1~2년 늦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해요. 대학언론은 그런 의미에서 성과보다 가치를 좇는 경험이 가능한 몇 안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공동체의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알기 힘든, 지금처럼 경쟁이 과열되는 시대에는 그 역할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Q. 최근 <채널PNU>가 개최한 특별기획 세미나 ‘함께 쓰는 80년의 역사’도 비슷한 맥락인지.

 

이번 세미나는 부산대 언론사가 지금까지 발행한 콘텐츠들의 기록과 가치를 다시 조명하는 자리였습니다. 2022년 통합 당시 조직은 새롭게 정비되었지만, 기존 발행물들이 체계적으로 보존되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대학언론의 기록물로서의 중요성을 되짚고, 그 가치를 되살리고자 이번 세미나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 위기에도 여전히 대학언론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대학언론은 단순히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학내의 유일한 권력 감시자이자, 캠퍼스 사회를 기록하는 중요한 주체입니다. 학내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이 존재하지만, 이를 외부 언론이 세심하게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그 안에서 대학언론은 캠퍼스 안팎의 현안을 밀도 있게 취재하고,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됩니다.

 

대학언론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경제적 논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입니다. 광고나 수익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문제의식과 공적 책임감에 기반해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은, 오늘날의 상업 언론 환경 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예민한 사안일지라도 진실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런 역할을 대학언론이 가장 앞장서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학언론은 세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기억을 만드는 언론’이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되돌아봤을 때, 지금 우리가 경험한 대학 사회의 풍경과 고민, 그리고 청년의 언어가 고스란히 담긴 아카이브가 되어 줄 수 있죠.

 

지금은 많은 사람이 대학언론의 존재 의미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대이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시기일수록 더더욱 대학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아도, 누군가는 공적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니까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관심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학생들의 이야기를 가장 밀접하게 담아내는 건 대학언론이니까요. 많은 참여나 관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채널PNU>는 자극적인 사건이 있을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늘 현장을 누비며 학내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상의 순간들에도 학우분들의 관심이 함께한다면, 저희에겐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채널PNU>는 언론사 간 통합을 통해 코로나19 당시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많은 대학언론은 통합 과정에서 예산이 삭감되거나 내부 갈등을 빚는 등의 아픔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 무엇도 변하지 않는다. 즉각적인 보상과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 대학언론은 느리지만 꾸준하다. 천천히, 함께, 멈추지 않고, 그렇게 산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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