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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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에는 동물들이 '산다'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증가와 함께 동물원에 대한 논란이 증가하고 있다. 희귀한 동물을 전시하기보다 동물을 구조해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청주동물원은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에게 안식처가 되고 있다.

*이 기사는 2024년 3월에 발행한 회대알리 18호 지면에 수록한 기사입니다.

 

국내동물원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해 얼룩말 ‘세로’가 동물원에서 탈출해 도심을 배회하는 일이 있었다. 얼룩말은 원래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로, 세로는 부모를 잃은 뒤 혼자 생활하다 결국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도심에 얼룩말이 나타난 비현실적인 상황에 사람들은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주목했다.

 

동물원 탈출 사고는 지속해서 발생했다. 2005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코끼리 여섯 마리가 탈출해 식당과 민가에 난입했다. 2010년에는 서울대공원에서 말레이 곰 ‘꼬마’가 탈출해 인근 청계산을 활보하다 포획됐다. 서울대공원에서는 2013년에도 시베리아 호랑이가 사육장에서 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에는 대전 오월드에서 암컷 퓨마 ‘뽀롱이’가 탈출했다 사살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동물원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600건이다. 동물이 탈출하거나 다친 사고는 61건, 직원과 관람객의 안전사고는 각각 151건과 388건 발생했다.

 

환경부 동물원 등록 현황(2022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동물원 114곳 중 공공 동물원은 24곳, 민간 동물원은 90곳이다. 전체 동물원에서는 48,911 개체를 사육하고 있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원 사육장은 철창과 시멘트로 되어 있다. 이러한 사육장에서 서식하는 동물들은 잠만 자는 무기력증이나 자신의 털을 뽑는 자해행위, 제자리를 맴도는 정형행동* 등을 보이기도 한다. 동물의 정형행동은 본 서식지와는 전혀 다른 사육 환경에 처해있거나 습성에 따른 행동을 하지 못할 때, 무리생활을 하는 종인 경우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없을 때 나타난다.

*정형행동 또는 상동증은 주로 사육되는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이지만 목적을 알 수 없는 행동을 말한다. 

 

2020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7월까지 국내 동물원이 보유한 국제적 멸종 위기 야생동물 가운데 77.2%가 자연사가 아닌 원인으로 사망했다.

 

지난 2022년에는 김해 부경 동물원의 사자 ‘바람이’가 알려지며 동물원 동물학대에 시선이 주목됐다. 당시 바람이는 갈비뼈가 앙상히 드러난 채 열악하고 비좁은 사육장에 갇혀 있었다. 이처럼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동물원을 운영하거나 동물원을 휴·폐원 하면서 동물을 방치하는 등 동물원의 동물 학대는 여러 이유로 발생해왔다. 그리고 2023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동물원수족관법’이 6년 만에 개정됐다.

 

12월 14일 시행된 동물원수족관법 및 야생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원의 운영 기준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했다. 야생동물 특성에 맞게 서식환경을 조성하는 등 요건을 갖춘 동물원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동물원이 아닌 장소에서의 야생동물 전시도 금지됐다. 기존에 운영되던 야생동물 카페는 4년 간의 유예기간을 가지지만, 이 기간에도 야생동물을 만지거나 올라타는 행위는 금지된다.

 

동물원은 사라져야 할까?

국내 첫 근대 동물원은 일제가 1909년 창경궁에 만든 ‘창경원’이다. 이후 과천으로 옮겨 1984년 지금의 서울대공원이 개장했다. 사전에서는 동물원을 “각지의 동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놓은 곳” 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동물원은 태생적으로 동물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민간이 운영하는 동물원은 수익이 동물원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2022년 ‘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동물원 방문 경험이 있는 응답자 706명의 방문 목적은 ‘오락·여가’가 52.4%로 가장 많았다. 동물원 동물들은 인간을 위한 전시 목적으로 소비되고, 몸을 숨길 곳 없는 환경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구경 당한다.

 

현재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며 동물원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다. 야생동물이 살아야 하는 곳은 자연이기에 인공적으로 만든 공간에서 자유를 억압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원 폐지론에 많은 이가 동의하더라도 당장 실행으로 옮기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물들이 야생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동물원 폐지의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물원을 당장 폐지할 수 없다면 동물원이 최대한 자연과 비슷한 환경과 보호 기능을 갖춰야 한다. 전시와 관람보다 동물 보호가 우선인 청주동물원은 이의 좋은 예시다.

 

동물원의 변화를 꿈꾸는 청주동물원

청주동물원은 희귀한 동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다른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끼리나 기린과 같은 열대 동물은 볼 수 없다. 청주동물원 홍성현 수의사는 ”멀리서 오는 동물일수록 신기하고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열대 동물을 사육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와 비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청주동물원에는 사연이 있는 동물이 많다. 갈비 사자로 알려진 ‘바람이’와 부리가 삐뚤어진 독수리 ‘하나’, 사육 곰 농장 출신 ‘반이’, ‘달이’, ‘들이’ 등 여러 이유로 야생에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이 청주동물원에 있다. 치료가 필요한 동물을 구조해 보호하고, 치료가 끝나면 방사 훈련을 거친 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도 한다.

 

지난 2014년 청주동물원은 환경부로부터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됐다. 서식지 외 보전기관은 서식지 내에서 보전이 어려운 야생 동식물을 동물원 등 서식지 밖에서 체계적으로 보전 및 증식하게 하도록 환경부가 지정한 기관을 말한다.

 

청주동물원은 중성화 수술로 외래종 자연 감소를 유도하고, 동시에 방사장 확대로 동물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홍 수의사는 “개체 수를 점점 줄여서 사육장의 넓이를 조금이라도 넓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동물 수를 줄이면 한 마리 당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수달 가족이 지내는 수달사 앞에는 기상 예상 시간 안내문과 시계가 함께 배치되어 있다. 야행성 동물인 수달을 한낮에 보기는 어렵기에 기다려 달라는 의미이다. 관람객을 위해 수달을 억지로 야외방사장에 내보내지 않는다. 청주동물원에서 동물을 보기 위해서는 관람객이 동물의 생활 패턴에 맞춰야 한다.

 

 

청주동물원 중턱에는 작은 추모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는 동물원에서 일생을 살다 간 동물들을 기리기 위한 위패가 걸려 있다. 추모 공간 안내문에는 “동물원에서 매일 만나고 밥을 주고 놀아주던 동물들을 기리기 위해 이 공간을 마련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혹시라도 아는 이름이 있는지 살펴보기를 권하기도 한다.

 

한편 동물원에 방문하는 관람객의 인식도 많이 변화했다. 과거에는 주말 동안 관람객이 동물에게 음식물이나 돌을 던지는 일이 많았다. 이로 인해 월요일이면 동물들이 배탈이 나는 월요병이 있었다. 지금은 음식물이나 돌을 던지는 행위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홍 수의사는 “현재는 방문해 주시는 관람객 분들이 동물에게 공감해 주시고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동물에 대해 많이 관심 가져 주시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청주동물원은 인간과 동물이 공생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동물원의 역할과 변화할 방향에 대한 질문에 홍 수의사는 “동물원에 방문하는 분들이 동물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과 공생할 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한 동물원이 동물 전시가 아닌 생태 학습과 교육, 종 보존의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이라며, “지금 사람들 인식은 굉장히 높아져 있는 상태이다. 동물원에 요구하는 수준은 이미 높은데 아직 동물원들이 못 따라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꾸준히 관심을 가진다면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취재, 글, 사진 = 정하엽 기자

디자인 = 유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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