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9 (금)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외-피니언] 총량을 줄이는 것이 답


* [외-피니언]은 '외대'와 '오피니언'의 합성어로, 외대알리 기자들의 오피니언 코너입니다. 학생 사회를 넘어 우리 사회의 사안을 바라보며, 솔직하고 당돌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코로나 19’라는 미증유(未曾有)의 팬데믹 상황이 일상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면서. 우리는 ‘비말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시도했다. 대면 만남의 최소화, ‘3밀 상황’ 등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일회용품 사용 장려처럼 나름의 방식으로 일상을 지켜나가며 코로나 19에 대처했다. 이렇게 한 번의 위기를 넘어섰지만,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코로나 19 이후의 ‘플라스틱 폭탄’


한국은 플라스틱 폭탄을 맞았다. 학교에서 비말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했던 ‘플라스틱 칸막이’는 올해 3월 새 학기부터 학교 방역 조치가 일부 완화되며 ‘포스트 코로나 쓰레기’로 전락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급식실 칸막이를 설치한 학교 수와 교당 평균 급식 학생수 등을 고려해 추산한 결과 약 470만 개의 급식실 칸막이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교실에 설치된 칸막이까지 합하면 약 1000만 개로 추정된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2배 수준으로 어마무시한 양이다. 팬데믹 속 일상생활과 떨어질 수 없었던 일회용 마스크에도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마스크의 안감과 겉감의 정전기 필터에 모두 플라스틱인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 성분이 존재한다.

 


처리해야 할 발생 총량 = 재활용 + 매립 + 소각


 

코로나 19를 거치며 일상 속 플라스틱 사용이 증가했지만, 이를 처리하기 곤란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한국의 경우 2020년 기준 연 960만톤의 폐플라스틱이 배출됐는데, 이 중 재활용 비중은 불과 230만톤(24%) 뿐이다. 나머지는 소각이 670만톤(70%)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매립은 60만톤(6%)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비슷하다. EPA(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재활용(8.7%)보다 매립(75.6%)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재활용 비율이 낮은 것은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화학물질에 따라 재활용 처리를 별도로 처리해 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페트병 음료의 경우, 본체는 PET 재질로 만들어지지만, 뚜껑과 고리는 HDPE, 라벨은 PE로 구성된다.하나의 제품에 여러 플라스틱 재질이 사용되기 때문에 재활용 처리 과정이 복잡해진다.. 또 일반 시민 입장에서 각 부분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분리배출 문제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소각과 매립도 문제다. 소각은 플라스틱 처리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환경보호를 위한 전세계적 합의를 거스른다. 매립의 경우 합성수지와 같은 인공성분 기반의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한정된 매립 면적 등을 고려하면 돌파구가 되기 어렵다.


플라스틱의 ‘재료 바꾸기’가 대안?


 

이를 두고 국내에선 ‘생분해 플라스틱’이 대안으로 제시되며 화두가 됐다. 한자어 ‘생분해(生分解)’의 훈 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생분해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는 매립하더라도 분해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합성수지 플라스틱을 대체하기에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토양에서는 생분해가 어렵다. 현재 생분해 환경표지 인증 기준인 ‘EL724’에 따르면 58°이상, 6개월 내 90% 이상 분해가 되는 경우 ‘생분해’로 인정된다. 특정 온도와 기간, 분해 정도에 따라 ‘생분해’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자연분해와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 또한 국내의 경우 매립보다 소각을 통해 생활 폐기물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20년 기준 서울시 하루 평균 생활 폐기물 중 소각한 폐기물 양은 절반에 가까운 47% 수준이다.

 


답은 총량을 줄이는 것


 

현재 한국의 ‘플라스틱 폭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답은 발생 총량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일회용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린피스의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대비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에 우리의 일상생활과 가까운 생수PET병, 일회용 플라스틱 컵, 일회용 비닐 봉투에서의 소비량이 증가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우리의 소비패턴이 변화하면서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이를 위해선 플라스틱이 주는 편안함을 놓으려는 반성과 사회적 합의도 필연적이다.

 

한국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그저 ‘일회용품’으로 묶어 규제하고 있고 일회용 컵 보증제는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억제하지는 않는다. 일회용 플라스틱에 한한 핀셋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2022년 10월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는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적 차원의 관련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입법을 선행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사용량을 줄이도록 나서야 할 것이다.

 

 

박원주 기자 (dnjswn0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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