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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일반쓰레기통에 재활용 쓰레기가 들어왔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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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구성원의 미스커뮤니케이션과 그 결과물인 재분류 노동

 

‘어느 날 일반쓰레기통에 재활용 쓰레기가 들어왔다’ (1부) 분리되지 않는 기숙사 쓰레기

https://univalli.com/news/article.html?no=23482

 

 

학내 기숙사 쓰레기 문제에는 다양한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월요일 아침이면 재활용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흘러넘치는 기숙사 쓰레기통, 그 이면에는 애매한 분리수거 기준으로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과 재활용품 분류 노동으로 고된 청소노동자들이 있다. 또한 기숙사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과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책임져야 할 학교와 용역업체가 있다. 학내 재활용 쓰레기 문제에서 이해당사자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학내 구성원들의 미스커뮤니케이션, 그 결과물 ‘재분류 노동’

 

재분류 노동은 애매한 분리수거 기준으로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과 재분류 노동을 당연한 업무로 여기는 청소노동자들 사이의 미스커뮤니케이션에서 탄생한다. 외대알리가 인터뷰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기숙사 분리수거 시스템의 보완’을 요구했다. 세분화되지 않고 하나뿐인 재활용 쓰레기통, 무엇을 버리는지 적혀있지 않은 정체 모를 통들, 그리고 깨끗한 비닐과 일반쓰레기를 같이 버려야 하는 시스템은 학생들의 쓰레기 분리배출에 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정작 청소노동자들에게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 세분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그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지금도 잘 지켜지지 않는데, 더 세분화된다고 잘 지켜질지 모르겠다”는 냉소적 반응이다. 또한 “재분류 과정은 당연히 우리의 일이라 생각한다”며 재분류 노동을 당연한 청소 노동의 일부로 여기고 있는 듯했다. 학생들은 분리수거 기준의 세분화를 원하지만, 정작 청소노동자들은 냉소적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청소노동자들이 재분류 노동을 당연한 노동의 일부라 여기지만 재분류 노동의 업무 강도가 약한 것은 아니다. 재분류 노동은 두 부분(1차-기숙사 청소노동자, 2차-쓰레기장 청소노동자)에서 하루 3시간씩 두 번에 걸쳐 이루어진다. 서울캠퍼스 글로비돔의 경우, 기숙사 쓰레기 수거를 담당하는 청소노동자는 전 기숙사를 통틀어 한 명이다. 남녀 총 여덟 층, 300개가 넘는 호실의 쓰레기 수거를 혼자 담당하는 것이다. 한 서울캠퍼스 기숙사 청소노동자는 “내 업무는 아니지만 기숙사 쓰레기 수거를 혼자 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다른 청소노동자들과 돌아가며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있어 학교와 용역업체는 책임 떠넘기기 중이다. 원청과 하청 사이에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문제는 대학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는 직접고용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고, 용역업체는 갑인 학교의 요구사항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고 한다. 실질적으로 두 주체가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나눠 갖는 용역 구조상 노동자 관리를 위해서는 원청(학교)과 하청(용역업체) 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두 책임 주체의 노력이 없는 한 청소노동자들은 위기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용역 구조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재분류노동은 누구의 노동인가?

 

 

기후위기의 대안책으로 '재활용'은 가장 쉽게 호명된다. 국가와 시민, 기업까지도 분리배출을 통한 환경보호에 동참을 요구하지만, 실제로 분리배출을 위해 힘쓰는 이들은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인다.

 

1부에서 알아보았듯, 캠퍼스 내 재활용 쓰레기는 여러 번의 재분류를 거친다. 시설 이용자들의 미흡한 자체 분류, 시설 청소노동자의 1차 분류, 학교 쓰레기장에서 2차 분류로 평균 세 차례의 분류과정이 진행된다. 여러 차례 분류된 이후에도, 수거업체에서 제대로 분류되지 않았다며 재활용품을 가져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래전부터 청소 노동자들은 청소노동의 일부로 재분류 노동을 포함하여 수행하고 있고, 긴 시간이 소요됨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비효율적인 고강도의 재분류노동은 누군가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재활용 과정에서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의 정확한 분리배출이 장려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소비자의 정확한 분리배출이 이루어져도, 목적 달성에는 여전히 난관이 남아있다. 올바른 분리배출을 어렵게 하는 기업의 제품 생산과 정확하게 고지되지 않은 분리배출 기준이 그 어려움이다. 따라서 기업과 정부 수준에서 재활용 담론을 이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6조에서는 제조업자 등의 재활용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는 판매한 제품이나 포장재로 인하여 발생한 폐기물을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회수하여 재활용해야 함을 명시한다. 기업이 물건을 생산하는 단계에서 수거하는 단계까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 사이에서 떠오른 키워드인 'ESG경영*' 역시 그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분리수거 업체를 관리하는 등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시설을 관리하는 학교 측의 책임도 배제할 수 없다. 학생들은 제대로 나누어져 있지 않은 재활용품 수거통과 부족한 공지로 분리수거에 있어 혼란을 느낀 경험을 공유했다. 시설의 분리배출 시스템을 운용하는 학교는, 분리배출을 더 용이하게 하는 체계를 구축하거나 분리배출  교육을 제공하는 등 시설 이용자들이 올바른 분리배출을 하도록 장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늘어난 재활용 쓰레기 분류를 오직 노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ESG경영: 환경(Enviroment)・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어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는 트렌드를 반영한다.

 

 

‘누군가’가 아닌 ‘모두’의 책임

 

지난 인터뷰에서 청소노동자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분류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지만 재분류 노동을 줄이기 위해선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재분류 노동을 불러일으키는 근본적 문제 분리배출은, 환경보호를 위해서라도 모두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 측에서는 쓰레기통 세분화하고, 단순한 안내 문구 부착 외에도 추가적으로 학생 인식을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균관대 기숙사의 경우 지난 4월 ‘4월 환경 보호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시행하여 기숙사생들에게 ‘분리수거 및 재활용 실천하기’ 등의 생활수칙 지키기를 당부했다. 또한 성신여대 기숙사는 지구 환경 보호에 대한 올바른 인식 형성을 목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영상을 응모 받는 실천 캠페인 행사를 시행한 바 있다. 이렇듯 기숙사 입사 시 진행되는 교육 외에도 추가적인  캠페인을 시행하며 참여를 유도한다면, 학생들의 분리수거 인식을 높여 환경보호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청소노동자들이 재분류 노동의 수고를 더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 또한 분리배출 방법을 정확히 인식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버리는 쓰레기는 청소노동자들의 재분류 노동뿐만 아니라 환경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환경학과 정태용 교수는 쓰레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환경문제를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으로 분리배출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환경친화적 소비와 생활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구매 단계에는 가급적이면 플라스틱의 구매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개인 텀블러와 식기 사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요즘 배달 앱에는 플라스틱 식기를 줄일 수 있는 옵션이 있으니, 이를 잊지 않고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폐기 단계에서도 분리배출에 노력해야 한다. 음식을 먹고 바로 플라스틱을 씻어 오염을 줄여야 한다”며 각자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깔끔하게 분리해서 배출하는 것이 폐기물의 재활용을 높이는 길임을 강조했다. 환경을 위한 개인적 실천은 재분류 노동의 감소로도 이어질 것이다.

 

앞서 말한 커뮤니케이션의 개선을 통해서도 재분류 노동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외대알리와 인터뷰에서 한 청소노동자는 과거 학생회 측에서 청소노동자들의 고충을 물어보며 노동조건을 점검하고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공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사례를 들었다. 당시를 기점으로 노동환경이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학교 홈페이지에 따르면 ‘용역 관리’는 시설관리팀이 하는 일이라 명시되어 있는 한편 시설관리팀은 용역업체를 ‘고용’하는 것만이 그들의 일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폭넓게 보면 ‘용역 관리’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재분류 노동 강도를 확인하고, 올바른 분리배출법을 공지해야 하지 않을까?

 

용역업체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 기타 시설에 비해 좋은 편이라고 말했지만, 청소노동자들이 여전히 과중한 업무량에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위생을 위협받는 악조건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용역업체는 스스로 학교에 고용되는 ‘을’의 입장이라는 식의 책임회피를 멈추고 학교와 소통해야 한다. 

 

외대알리는 기숙사 쓰레기 문제에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사태를 고스란히 책임지고 있는 것은 청소노동자들이었다. 코로나 19 이후로 줄어든 인원 혹은 삭감된 급여, 그러나 늘어난 쓰레기와 함께 강요되는 재분류 노동은 청소노동자에게 가혹한 현실이다. 지금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는 거창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모두’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박시은 기자 (sini0418@hufs.ac.kr) 

배시은 기자 (bc0527@hufs.ac.kr)

이지민 기자 (starwave02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