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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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회

간식행사를 넘어서 : 2010년대 대학 총학생회 아카이브

온라인 전시 해설 및 도록 발간

*본 기사는 2019년 11월에 진행된 전시 《간식행사를 넘어서: 2010년대 대학 총학생회 아카이브》를 기록하기 위해 발행되었으며, 서준영 기획자와 발행 협의를 진행했음을 알립니다.

 


2019년 11월 6일부터 11월 1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SeMA창고에서 진행된 《간식행사를 넘어서: 2010년대 대학 총학생회 아카이브》는 ‘학생회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지 근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지금 2010년대의 한국 대학 총학생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 그리고 이를 둘러싼 동시대 이슈들을 조명하는 전시이다. 참여 작가(강신대, 서희강, 정아람, 조습, 오현경, 정이수, 최나래, 조남준)들은 2010년대 총학생회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러한 작가 구성은 전시를 기획하는데 있어 서준영 기획자가 가장 염두한 부분이다. 서준영 기획자는 동시대 총학생회에 대한 당사자성이 없더라도, 직접적으로 관련있다 간주 되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의 여러 단면들이 동시대 총학생회의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감각하기를 권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시는 섹션 A와 B로 구성됐다. 섹션 A에서는 1996년 한총련 사태부터 2010년대 대학 구조조정까지 선형적 서사를 보여준다. 섹션 B에서는 비선형적 서사로 - 달력식 사업을 통한 1년의 순환이라는 나름의 관람 방향은 있었지만 - 원을 빙글 돌며, 또는 그사이를 자유롭게 가로지르며 관람을 할 수 있게 기획되었다.

 

본 기사에는 서준영 기획자가 당시 현장에서 스피치한 전시 해설이 아카이빙되었다. 또한 당시에 발간되지 못했던 전시 도록을 대학알리의 본 기사를 통해 단독 발간한다. 2019년에 전시를 미처 관람하지 못한 독자들이 본 기사를 통해 전시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기를, 과거의 학생회를 엿보고 현재와 미래의 학생회를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간식행사를 넘어서: 2010년대 대학 총학생회 아카이브》 전시 해설

 

안녕하세요. N개의 공론장 기획자이자 전시 《간식행사를 넘어서 : 2010년대 대학 총학생회 아카이브》 기획자 서준영입니다.

 

 

이 건물은 원래 질병관리본부의 시약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이었는데 전시장으로 리모델링 되고, 우여곡절 끝에 현재는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 전시 보시겠습니다.

 

 

전시는 두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됩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96년 연세대 사태, 98년 IMF 이후 변화된 학생운동이 대중문화와 조우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2010년대 대학 기업화 이슈가 어떻게 학생사회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는지 살펴봅니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2010년대 총학생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간식행사 주변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달력식 사업’을 시각화해 놓은 공간을 통해 살펴봅니다. 전시 서문이 바로 앞에 걸려있는데요. 한 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감사를 특별히 표할 분이 있습니다. 본 전시에 자료를 많이 기증해주신 숙명여자대학교 황지수 총학생회장님께 박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획자는 재학 중인 대학의 총학생회 기록물 아카이빙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다. 아카이빙에는 매 학기 약 40만원의 총학생회 예산이 배정되며 상당부분이 인쇄비로 지출된다. 몇 년 전,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모인 학생회비 분배 회의에서 아카이빙 예산 지출에 대해 보고할 일이 있었다. 보고를 들은 학생회장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학생회비로는 간식행사를 하는 게 학우들에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요?"

 

간식행사라 불리는 것이 어느 시점부터 한국 대학 총학생회라면 당연히 실시하는 행사가 되었는지 명확히 알 길은 없다. 다만 간식행사와 대학이라는 키워드로 자료검색을 해보면 2000년대 후반, 대학 총학생회가 간식행사를 진행했다는 미담성 기사가 나온다. 이로 미루어보아 그 이전에는 간식행사가 그리 보편적인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2010년대 초반에 이르면 몇몇 기업에서 스폰서로 참여해 간식행사에 연예인을 초청한다는 기사가 보인다. 2010년대 후반에 이르면 이제 간식행사라는 것 자체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기에 기사가 나오는 일이 드물어진다.

 

96년 연세대 사태, 98년 IMF 이후 학생운동은 위기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전의 수직적인 운동방식은 대다수 학생에게 반감을 사게 되었고, 구직이 어려워지며 학생들이 사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간 낭비로 여겨졌다. 학생운동의 중심인 총학생회는 점차 쇠퇴하였다. 출마자 없음, 투표율 미달로 총학생회가 없는 대학이 등장했다.

 

이러한 흐름에 직면한 총학생회는 변화를 모색했다. 학외 사안에 몰두한다는 비판에 학내 사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축제에는 민중가요, 걸개그림, 사물놀이 대신 아이돌, 힙합 가수, DJ가 초청된다. 시험 기간에는 간식행사를 연다. 이제 많은 총학생회는 학외 정치세력과 연관되지 않은 "순수"하게 학생들을 위한 복지기구를 표방한다.

 

기획자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학생회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순수"하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순수"하다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실현 가능한 걸까? "순수"의 시대에서 학내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순수"함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왜 여전히 총학생회는 존립의 위기를 말하는가?

 

이번 전시의 제목 《간식행사를 넘어서》는 위와 같은 기획자의 고민이 담겨 있다. 2010년대 총학생회의 "순수"한 사업인 간식행사,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작가들은 2010년대 학생회를 둘러싼 시대상황, 담론을 암시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기획자는 학생회 기록물을 모아 작품과 함께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학생회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이를 통해 학생회의 현재와 미래를 모색할 수 있길 희망한다. 

 

'전시 서문' 中

 

전시서문에서 못다한 말

 

‘총학생회’는 모든 학부 과정 학생 전원을 회원으로 두는 단체이다. 원칙적으로는 학생 단체 전반을 아우르는 용어이나 일반적으로는 [총학생회장단, 중앙집행부]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본 전시에서 ‘총학생회’란 일반적으로 쓰이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러나 [총학생회장단, 중앙집행부] 외 단체도 사안에 따라 [총학생회장단, 중앙집행부]와 연대, 협력, 동참하여 ‘총학생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하며 그로 인해 [총학생회장단, 중앙집행부]의 운영 방향에 적잖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총학생회’[총학생회단, 중앙집행부]가 반드시 주도적 위치에 있지 않더라도, 학생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 주요 사안, 논의, 단체를 본 전시에서 소개한다.

 

기획자는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이며, 경기 북부에서 자랐다. 이러한 기획자 개인의 배경에서 오는 한계로 인하여 본 전시에서 소개되는 사건, 담론, 기록 등은 서울, 4년제 대학에 그 비중이 쏠려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기록 기증 웹페이지를 만들기도 하고 몇몇 단체에 찾아가 기록 대여를 요청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도들 역시 대체로 서울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본 전시에 소개되는 총학생회 기록 일부는 전시 서문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예컨데 학외 정치세력과 연대하는 총학생회도 있고, 복지 행사 뿐 아니라 학생 교육권도 중요시하는 총학생회 역시 있다. 그럼에도 위와 같이 서문을 작성한 것은, 총학생회나 학생사회를 자칫 ‘절대선’, ‘피억압단체’ 등으로 단편적으로 바라볼 여지를 경계하기 위해서임을 양해 바란다.

 

간식행사의 기원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 길은 없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위해 작성된 구술 녹취록 에서 그 기원을 추측할 수 있다.

 

섹션 A - 대중문화와 대학 기업화: 2010년대 학생사회의 변화

 

 

섹션 A에서는 대중문화와 대학 기업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2010년대 학생사회가 어떠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96년 연세대 사태, 98년 IMF 이후 학생운동은 위기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전의 수직적 운동방식은 대다수 학생에게 반감을 사게 되었다. 구직이 어려워지며 학생들이 사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간 낭비로 여겨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0년에 등장한 서울대학교 최초의 비운동권 총학생회는 대동제란 이전의 저항 문화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장이라 주장하며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개최하였고, 민족문화 훼손 및 상업주의를 조장한다는 우려와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에는 큰 논란이 되었지만, 당시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 도입한 <스타크래프트 대회>는 학생사회가 대중문화와 조우하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2011년 서울대학교 본부 점거 사건의 상징으로 <총장실 프리덤>이 회자되고, 점거 중 <우드스탁 락 페스티벌>을 패러디 한 행사가 열려 SNUV가 오프라인 공연을 하는 등 2010년대에 이르자 학생운동이 대중문화와 조우하는 것은 보편화되었다. 조습 작가의 <습이를 살려내라>(2002)는 1987년 6월 항쟁에서 희생된 이한열 걸개그림 장면을 연출한 작품이다. 2002년 6월 월드컵 기간 동안 있었던 개인들의 죽음은 당시 월드컵의 광기 속에서 묻혀버리고 말았다.

 

작가는 학생운동에 있어 신성화된 이한열의 이미지를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피 흘리는 습이로 연출함으로써 역사를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단주의에 질식된 개개인의 모습을 동시대에 소환한다. 본 전시에서 <습이를 살려내라>는 지도부 중심의 수직적 조직·집단주의적 학생운동 방식이 해체되어가며, ‘자주·민족·통일’이라는 기치를 고수할 수 없게 되고, 학생운동에 대중문화를 수용하게 된 2010년대로의 이행을 암시하는 작품으로 호명되었다. 동시에 2010년대 대학 주변을 둘러싼 몇몇 사회적 이슈 - 대학 기업화, 구조조정 - 기록물들을 통하여 2010년대 대학이란 어떠했는가 되돌아보고자 한다. 오현경·정이수·최나래 작가의 <고요수업>(2016)은 프라임 사업, 강사법, 미래라이프대학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2010년대 대학의 현장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비치된 1990년대 학생운동과 2010년대 학생운동의 파편들 속에서 관람객들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어색함 또는 익숙함을 느낄 것이다. 조남준 작가의 <커튼콜>(2018)에서는 평화로운 대학 본관 앞을 보여주며 1990년대 그리고 201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한 각 인물들의 구술을 교차하여 들려준다. 동시대 학생운동은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 것일까?

 

 

섹션 A - <습이를 살려내라> 작품 소개

 

조습은 한국 사회의 폭력과 부조리함과 같은 문제를 특유의 유머와 풍자로 호명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쓴 웃음을 유발시키는 작업을 한다. <습이를 살려내라>는 1987년 6월 항쟁에서 희생된 이한열의 걸개그림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작가는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피 흘리는 습이를 연출함으로써 단순히 역사를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역사적 현장을 동시대에 소환하고 있다. 2002년 6월 월드컵 기간 동안 있었던 개인들의 죽음은 당시 월드컵의 광기 속에서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한열의 죽음이 군사 정권의 폭력 문화가 낳은 상징적 사건으로 이해될 수 있다면 한국인이 2002년 월드컵에 몰두했던 광기를 조습은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 문화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주의에 질식된 채 살아가는 한국인 개개인의 모습을 조습은 피흘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으로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본 전시에서는 <습이를 살려내라>를 수직적 조직-지도부 중심, 집단주의적인 학생운동 방식이 해체되어가며, ‘자주·민족·통일’이라는 기치를 고수할 수 없게 되고 대중문화를 수용하게 된 2000년대의 국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호명한다. 과거 대학 총학생회는 민족의 전통을 살린다는 목적 하에서 대중문화를 터부시하고, 사물놀이 등을 하며 ‘대동제’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진행했으나 2000년대 초반에 이르자 변화의 징조가 나타난다.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과연 ‘대동제’에서 진행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있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오늘날 2010년대의 ‘대동제’에서는 게임 대회를 하는 것은 논란은 커녕 식상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 ’대동제’는 대중문화의 첨단인 아이돌 가수를 부르는 것이 주가 된 행사이며, 초청 아이돌의 리스트는 각 대학 총학생회 간의 역량을 비교하는 지표로 자리매김하였다.

 

2010년대에 이르면 그간 학생운동에서 터부시되던 대중문화적 요소를 차용하여 선전이 이루어진다. 연관하여 2011년 서울대학교 법인화 반대 시위의 일환으로 제작된 영상 <총장실 프리덤> 등을 기록물로 함께 소개한다.

 

 

바로 앞에 보이는 사진 작품은 조습 작가의 <습이를 살려내라>(2002)입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어떠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바로 1987년 6월 항쟁에서 희생된 이한열의 사진, 걸개그림 장면을 연출한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인데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품전을 할 때 한 번씩 전시가 되는 작품입니다.

 

흔히 이 작품을 설명할 때 이렇게 하는데요. 2002년 6월 월드컵 기간 동안 있었던 개인들의 죽음은 당시 월드컵의 광기 속에서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작가는 학생운동에 있어 신성화된 이한열의 이미지를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피 흘리는 습이로 연출함으로써 역사를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단주의에 질식된 개개인의 모습을 동시대에 소환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 전시에서 <습이를 살려내라>가 등장 할 때의 사회적 분위기에 주목하여 이 작품을 이번 전시의 도입부에 소개하게 되었는데요. 당시 월드컵을 맞아 나온 이 작품이 모 일간지 문화면에 실리는데.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어떻게 이한열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냐는 것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이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될 때, 그 누구도 엄청난 분노를 토해내지 않습니다. 아마 오늘 오신 분들도 이 작품을 보고 분노하신 분은 없을거에요. 저는 이러한 변화에서 착안해 지도부 중심의 수직적 조직·집단주의적 학생운동 방식이 해체되어가며, ‘자주·민족·통일’이라는 기치를 고수할 수 없게 되고, 학생운동에 대중문화를 수용하게 된 2010년대로의 이행을 암시하는 작품으로 <습이를 살려내라>를 호명했습니다.

 

 

참고 자료

그대, 한총련이여!!! (1996, 제39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역사적 좌파 (1997, 제5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 후보)

5기 한총련 출범식 (1997, 한총련 산하 5기 대전지구대학총학생회연합)

<연세대 한총련 사태 영상 묶음>

 

1996년 9월부터 10일간 연세대에서 일어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사태를 다루는 영상들을 묶어 상영한다. 한총련 등이 주축이 된 '제7차 범민족대회 추진위원회'는 광복절을 기념하여 제7차 8.15 범민족대회 및 범청학련 통일대축전 남측 행사를 연세대학교에서 개최하고자 했으나, 당시 김영삼 정부에서 이를 저지하고자 했다. 경찰은 교내에 있는 학생을 600명 내외로 추정하여 200여 명의 전의경을 투입했으나, 연세대학교 내 2만여 명의 한총련 학생들과 충돌이 있었고, 결국 의경 200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 과정은 언론에 생생히 보도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생운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또한 대학 내 학생운동이 쇠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영상 상단의 책자 <그대, 한총련이여!!>는 1996년 제4기 한총련 출범식 당시 자료이다. <역사적 좌파>, <5기 한총련 출범식>은 연세대 한총련 사태 이후 1997년의 자료로, 연세대 한총련 사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여기는 연세대 사태 당시의 한총련 영상입니다. 이때 한총련의 시위가 대대적으로 매스컴을 타면서 학생회와 학생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생기게 되었습니다. 96년 연세대 사태, 98년 IMF 이후 학생운동은 위기라는 진단이 내려졌지요. 이전의 수직적인 운동방식은 대다수 학생에게 반감을 사게 되었고요. 구직이 어려워지며 학생들이 사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간 낭비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옆에서 볼 대학기업화 현상과 연결됩니다. 여기 사료들은 대부분 원본이며, 서울대학교 자치도서관에서 대여 협조해주셨습니다.

 

 

참고 자료

2000년 관악 봄 대동제(우리도 재밌자!!) (2000, 제43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관악 5월 대동제 끝나지 않는 부활의 노래 (1995, 제38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광란의 11월 토론회 자료집 (수정증보판) (1999, 서울대학교 학생자치도서관)

우리세대 통권 39호 (2000, 진보를 일구는 참목소리 우리세대 편집실)

 

1999년 11월. 각 일간지에 서울대학교 최초로 ‘비운동권’ 출신이 총학생회장에 뽑혔다는 기사가 실렸다. 허민은 ‘광란의 10월’이라는 선거본부명으로 출마하여 기존 학생운동세력을 비판하며 서울대학교 43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재미있는 대동제’와 ‘문화네트워크(학교간 문화 연대 사업)’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2000년 봄 대동제의 명칭은 ‘우리도 재밌자’로 정해졌고, 대중 가수들의 공연, 펌프 대회, 스타크래프트 대회 등 이전에는 없었던 행사들이 펼쳐졌다. 이러한 ‘광란의 10월’의 행보는 당시 학생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었다. 불과 5년 전에 진행된 민속놀이 위주의 대동제 자료집과, ‘광란의 10월’을 평가하는 의미에서 발간된 ‘광란의 11월 토론회 자료집’을 통해 당시 학생사회의 충격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2010년대의 대동제는 어느 학교에서 더 유명한 아이돌 가수가 오는가에 초점이 맞춰진 행사로 변모했다.

 

이렇게 기존 운동권, 학생회에 대해 사회적으로 비판 여론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각 대학에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들어서게 됩니다. 여러 대학이 있습니다만, 서울대학교 사료를 이번에 많이 대여받게 되어서 서울대학교 사례로 소개합니다.

 

2000년에 등장한 서울대학교 최초의 비운동권 총학생회 <광란의 10월>은 이제 대동제란 이전의 저항 문화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장이라 주장하며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대동제라는게 원래 과거에는 광주 관련 추모제를 열고, 민족 운동을 하며 전통놀이를 하던 행사였습니다. 그 흔적이 지금 풍물패로 남아 있는 거고요. 그런데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한다니 당시에 민족문화 훼손 및 상업주의를 조장한다는 우려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여기 혹시 야구 좋아하시는 분 계시나요? 지금 키움 히어로즈의 사외이사로 잘 알려진 허민이 이때 총학생회장이었습니다. 야구 안 좋아하시면, 혹시 게임은 좋아하십니까? 허민은 게임계 쪽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던전앤파이터를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는 넥슨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요.

 

어쨌든, 당시 『광란의 11월 토론회 자료집 (수정증보판)』에는 비운동권 총학생회의 당선에 대한 서울대학교 학생사회의 충격이 담겨 있고요. 『우리세대 통권 39호』에는 여기 자세히 보시면, 당시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재학 중인 변희재의 대동제 평론이 담겨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대회, DDR 대회가 실시된 것에 대한 평가를 볼 수 있고요. 그리고 당시 변희재가 대동제 학술행사 기획에 참여했음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입니다.

 

『관악 5월 대동제 끝나지 않는 부활의 노래』는 95년도 서울대학교 대동제 자료인데요. 이 자료를 이 자리에 소개하는 것은, 2000년 대동제와 비교하기 위함이에요. 통일10종경기, 광주 추모 행사 등이 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서울대학교 포트레이츠 4호 (2011, 포트레이츠 편집위원회)

본부스탁 포스터, 사진, 보도자료 (2011) (참고자료 명시)

 

 

SNUV는 2011년 서울대학교 본부 점거 사건 당시 활동한 음악 그룹이다. SNUV가 발표한 <총장실 프리덤>은 가수 UV의 <이태원 프리덤>을 개사한 것으로 서울대학교 법인화 과정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장실 프리덤>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등에 게시되어 전국적인 호응을 얻었고 서울대학교 본부 측은 네이버 등 포털에 게재된 <총장실 프리덤>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른다.

 

서울대학교 제53대 총학생회는 대학 본부측의 법인화 진행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2011년 5월 30일 비상학생총회를 소집하여 대학본부를 점거했다. 과거 지도부의 지시 하에 수직적이며 일사불란한 시위가 진행된 것과 달리 이 점거시위는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져 주목받았다. 이전에는 구성원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일반학생들이 SNS로 서로 소통하며 스스로를 ‘원자’라 지칭했고 이내 시위를 주도하는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선전 양식의 변화로 이어졌다. 비장한 민중가요와 장대한 걸개그림 대신, 일개 ‘원자’들이 모여 과거 학생운동에서 터부시되던 대중문화적 요소를 차용해 제작한 <총장실 프리덤>이 2011년 서울대학교 본부 점거 사건의 상징으로 남은 것이다. 점거 중 ‘우드스탁 락 페스티벌’을 패러디 한 ‘본부스탁 락 페스티벌’ 행사가 열러 SNUV가 오프라인 공연을 하는 등 2011년 서울대 이후, 학생운동에서 대중문화 요소를 차용하는 것은 보편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대중문화가 학생 사회에 들어오고 충격에 휩싸인 2000년을 보고, 이제 2010년대로 넘어옵니다. 2000년 이후 10년이 지나자 이제 대중문화는 학생운동과 결합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상징적인 기록이 <총장실 프리덤>과 <본부스탁>입니다. 서울대학교 법인화 반대 투쟁을 하던 중에 탄생한 기록들이고요. 이 이후로 대중문화적 요소를 학생운동에서 찾기 쉬워집니다. 이제 오히려 민중가요, 민중미술을 보기가 어려워진 시대가 된 것이죠. 여기까지 학생사회에서의 대중문화 수용 과정을 주요 사건을 통해 살펴본 것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상명대학교, 건국대학교 등 학내 구조조정 문제를 다루고 있는 오현경·정이수·최나래 작가의 다큐멘터리 <고요수업>(2016)입니다. 대학 기업화가 어떠한 방식으로 2010년대에 다가왔는지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이번 전시에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앞서 한총련 사태 해설드리는 중에,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시위하면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이것도 앞에서 살펴본 대중문화의 수용과 연결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섹션 A - <고요수업> 작품 소개

 

오현경·정이수·최나래는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예술원 재학 당시 구성된 팀이다. 그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비롯한 예술대학에서 일어난 몇몇 학과에 대한 구조조정 사태에 주목했다.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촛불을 들자 소녀시대의 데뷔작 <다시 만난 세계>는 투쟁가로 거듭났다. 이윤을 좇아 계획된 신설단과대학의 설립을 제지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일어나 대학 본관을 점거했다. <고요수업>은 이화여대 학교당국의 일방적이고 파행적인 행보와 이에 맞선 학생들의 투쟁을 한국의 대학교 전체의 문제이자 그 계보로서 다룬다. 2016년 5월 4일 정부가 21개 대학교를 상대로 추진한 교육사업은 교육의 장인 ‘학교’가 얼마나 학생들 대신 ‘돈’을 돌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영화는 학교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학생의 현실에서 질문의 꼬리를 물어 강사들이 배제되고 있는 교육환경도 함께 주목한다. 교육기관이 아니라 장사치에 가까운 대학은 스승과 제자 모두를 학문으로부터 배제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비판할 수 있는 창이 될 언론을 통제한다. 영화는 이처럼 돈의 논리에 철저한 대학이 성행하는 한국 현실을 고발한다.

 

대학 기업화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2010년대의 학생사회의 모습을 형성한 두 축을 크게 대중문화 수용과정과 대학 기업화로 보았고요. 앞에 보이는 자료가 대학 기업화 관련 자료들입니다. 국민대학교, 홍익대학교, 서강대학교, 서울대학교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대학평가 동향가 대책>을 위한 보직교수 워크숍』은 국민대학교가 2012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정부재정지원제한이란 말이 너무 길어서 다들 그냥 부실대학이라 불렀다.- 에 선정되고 그 다음 해 대학의 구조조정 방향을 담은 문건이다. 대학평가 방향 및 전략 /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논하는 내용과 타 대학에서는 어떻게 구조조정이 실시되가에 대한 '우수사례' 등이 수록되어있다.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은 이명박 정부 당시 도입된 대학구조정책으로, 선정 시 정부재정지원 및 학자금 대출에 제한을 받게 된다. 국민대학교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다음 해 벗어나나, 이 사태를 계기로 국민대학교 내 구조조정은 가속화되었다. 단과대학 및 학과는 전면 개편되었고, 기존 열람실은 폐쇄되어 그 터에는 평생교육원 강의실이 증축되었다. 기존 학부 과정와 중복되는 평생교육원 과정 신설이 시도되기도 하였다. 당초 도서관 부속건물로 건립되던 건물은 완공 직전 외국인 유학생 전용 건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참고 자료

<대학평가 동향과 대책>을 위한 보직교수 워크숍 (2013, 국민대학교)

국민대학교가 2012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이후, 어떻게 대학 차원에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지 명시된 문서.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국민대분회 대자보 (2011,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국민대분회)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를 위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안) (2015, 교육부)

이화여자대학교 '미래라이프 대학' 추진 근거 자료 (참고자료 명시)

 

 

 

홍익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홍익대학교에서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고자 2010년 12월 2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러자 학교는 2011년 1월 2일 새벽에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면서 노동자 170여명 전원에 대한 해고를 단행했고, 이에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당시 총학생회 입장문이라는 아래 글을 찾을 수 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우리 홍익대학교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140여명의 노동자 분들이 용역업체 계약의 연장과 처우문제로 지난 1월 2일부터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나, 그에 대한 책임은 용역회사와 학교 측의 관리상의 문제로 판단됩니다. 추우나 더우나 우리 홍대생들이 깨끗하고 편안한 환경 속에서 학습에 정진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청소-경비 노동자분들에게 제45대 Change You Can Plus 학생회 및 중앙운영위원회는 선봉에 나서 적극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학생의 환경을 지켜주셨던 노동자분들이 아닌 외부 세력의 학내 점거나 농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라도 반대하는 입장이며, 학생들의 편의나, 학습에 지장을 주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홍익대학교 제45대 학생회 및 중앙운영위원회 입장문 中

 

 

 

2018년 상반기에 서강대학교 내에서 본격화되었던 <지식융합학부-커뮤니케이션학부 학제개편 공동대응 TFT>의 활동기록 중 시각적인 것들을 모아 전시한다. 해당 TFT는 서강대학교 총학생회와 지식융합학부, 커뮤니케이션학부 학생회가 공동으로 구성하여 출범한 것으로, 양 학부 통합에 대항하고 학제개편 1년 유예를 관철시키기 위한 활동들을 펼쳤다. “지융미” 포스터는 지식융합학부와 커뮤니케이션학부를 통합하고 영상대학원을 흡수해 만드는 학부의 새 명칭이 “지식융합미디어학부”, 즉 “지융미”일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때에그것을 풍자하고자 제작한 가상의 혼합미(쌀) 일러스트이다.

 

 

서울대학교는 ‘미래형 캠퍼스’를 목표로 2009년 시흥캠퍼스 건립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학생들은 2013년 언론 보도를 보고야 이 계획을 처음 알았다. 학생들은 “학교 생활과 직결된 문제를 대학이 일방적으로 밀실에서 결정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학생회에서는 법인화 이후 서울대학교의 공공성을 시흥캠퍼스가 더욱 악화시킬 우려를 제기했다. 각종 기사들에는 기숙형대학(RC), 필수교양 진행, 산학협력, 창업교육 등의 내용을 담은 계획이 공개되어 파장이 일었다.

 

조남준의 <커튼콜>(2018)을 구술 기록으로 전시에 호명한다. 영상은 이야기의 배경인 시위 현장이었던 서강대학교 본관 앞을 조망한다. <커튼콜>을 통해 관람객들은 1990년대와 2010년대 학생운동을 각자의 경험 속에서 상상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섹션 A - <커튼콜> 작품 소개

 

 

이후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보도되고, 사진이 찍혀 퍼지고… 이 모든 것은 한 순간에 대한 묘사이거나 현상이다. 시위는 압도적인 이미지를 가진 단어여서 듣는 사람의 상상을 그 현장으로 갇히게 한다. 하지만 나는 시위를 결국 어떤 사람들이 특정한 이유로 모여서 만든다는 것에서, 그리고 참여자들의 시간이 시위에서 단절되지 않고 이어진다는 것에서 시위에 대한 재맥락화의 가능성을 엿본다. 시위를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후를 조명하는 것은 찾기 힘들다. 시위는 최후의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 이후를 상상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참여자들은 지금도 삶을 살아가고 있고, 시위는 그것이 실패했든, 성공했든 삶 안에 흔적을 남긴다. 나 또한 학내 시위의 참여자이자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그 흔적을 담아보았다. 영상은 이야기의 배경인, 시위 현장이었던 서강대학교 본관 앞을 조망한다. 음성으로는 학내 시위를 경험한 여러 시기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아무 일 없는(사실 화면 밖에서는 현재진행일지도 모른다) 평온한 지금의 본관 앞을 바라보며, 그들이 뒤돌아보며 느끼는 시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상상을 가져다 줄 것인가? 여러 시기를 비교해보는 것은 또다른 경험일 것이다."

작가 노트 中

 

입구 쪽에는 조남준 작가님의 <커튼콜>(2018)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원래 이것도 저희 전시의 작품으로 들어가야하는데요. 부득히하게 이번에 조남준 작가님은 이번 전시 작가 리스트에 올라와 있지 못합니다. 이번 아카이브 전시를 위해 기록 기증 및 대여 신청을 받았는데, 감사하게도 조남준 작가님께서 작품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정말 이번 전시에 적합한 작품이고, 작품 자체도 훌륭합니다만, 안타깝게도 그 시점에서 이미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 단계였습니다. 그 때문에 새로이 작가님을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 2010년대 학생사회가 어떠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구술 기록으로 작품을 소개해도 되겠는가 양해를 구했고, 감사하게도 조남준 작가님께서 이를 이해해주셔서 이번 전시에 소개되었습니다.

 

90년대와 2010년대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간대에 있는 여러 인물의 구술 기록을 통해 동시대 학생운동과 학생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섹션 B - ‘순수’를 넘어: 달력식 사업을 통해 본 총학생회

 

 

섹션 B에서는 2010년대 총학생회가 1년간 무엇을 하게 되는지 ‘달력식 사업’ 을 통해 그 흐름을 살펴본다.

 

달력식 사업은 일정 주기에 맞추어 학생회의 사업을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1월은 등록금심의위원회, 3월은 신입생 환영회, 5월은 대동제, 4, 6, 10, 12월은 간식행사와 같이 월별로 사업을 정해 놓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달력식 사업을 시각화한 공간과 기록물을 둘러보며 총학생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체험하게 된다. 동시에 기록물 인근에 제시된 총학생회에 대한 온라인 게시글, 교육부 공문 등을 마주하며 여러 시각에서 총학생회의 활동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5월 인근에 위치한 강신대 작가의 <본격 시대정신 밴드 컨템포러리 - 인터내셔널가(하즈X펄펄 Ver>(2016)는 역사적인 기억과 회상은 투쟁해야 할 문제로 연결되지 않고, 기념과 향수할 수 있는 놀이가 되었음을 말하는 작품이다. 과거처럼 대자보를 쓰거나 열사를 추모하는 행위는 이제 사회적인 이슈를 말하기 위해기보다는, 요근래 유행하는 레트로(Retro) 문화의 산물은 아닐까라는 것을 고민해본다.

 

10월 인근에 위치한 정아람 작가의 <Peer to Peer, Woman to Woman>(2017-2018)은 대학 화장실의 구멍을 누군가 휴지로 막아 놓은 것을 목격한 경험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설치 작업을 통해 관객을 개인 보호를 위한 협력자로 설정하고 여성 개인과 또 다른 여성의 행위를 다양한 층위에서 연결하는 아카이빙 공간을 제시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교차하며 페미니즘이 재도래한 2010년대와 공명하는 이 작업과 함께, 낡은 습관을 해체하는 소수 주체의 다양한 가치가 총학생회와 상호작용하며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학생(회)운동의 전반을 가로지르는 서희강 작가의 <너에게 학생회는 무엇이었니>(2019)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을 나열함을 통해 2010년대 학생(회)운동에 참여했다면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서사한다. 2010년대 학생(회)운동은 무용담으로 채워지기 보다는 상처받았음에도 노력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지지받거나 반대받기보다는 왜 하냐는 말을 듣는 것이 더 익숙한 세대였음을 드러낸다.

 

‘순수’를 요구받기도, ‘순수’에 부합하기도, ‘순수’를 넘어서기도 하는 총학생회의 활동을 통해 전시 서문에서 제기한 ‘순수’에 대한 질문이 이 공간을 통해 추후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섹션 B - 12월

 

 

12월은 학생회가 선거에 당선되어 임기를 시작하는 시기로 ‘달력식 사업’의 시작이다. 선거 관련 자료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학생회의 1년을 12월부터 다음 해 11월까지 살펴본다.

 

참고 자료

국민대학교 제51대 총학생회 ‘바로’ 선거 포스터, 리플릿, 홍보영상 (2018)

국민대학교 제51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함 (2018)

숙명여자대학교 제51대 총학생회 ‘오늘’ 선거 포스터, 리플릿 (2018)

서울대학교 제61대 총학생회 선거 자료 (2018)

서희강 작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생회장 선거 자료

연세대학교 선거 무산 보도

가톨릭대학교 선거 무산 페이스북 선관위 공고

 

섹션 B - 1월

 

 

1월은 주로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학 학생회에서 함께 LT(Leadership Training)를 간다. LT에서 총학생회는 1년 간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단과대학의 의견을 수렴한다. 앞으로 1년 여간 단과대학 학생회와 총학생회는 함께 중앙운영위원회를 운영하며 손발을 맞춰나가야 하기에 이 무렵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냐에 따라 1년의 방향이 바뀐다.

 

참고 자료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LT 자료집』(2018, 2019)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LT 관련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록』(2019)

 

섹션 B - 2월

 

2월은 개강을 앞두고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진행된다. 2010년대 초반에는 반값 등록금 이슈 등 관련 논의가 활발하였으나, 최근에는 교육부의 권고로 대부분의 대학이 동결 기조를 유지 중으로, 과거에 비해 등록금은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한편 등록금협상의 주체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가 빈번한 외국인 학부, 대학원생의 등록금은 지속해서 인상되어왔다. 새내기들을 위한 새내기 새로배움터(OT) 등이 진행되기도 한다.

 

OT는 과거 주로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교외 리조트에서 진행했다. OT에서의 안전, 인권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서 2010년대 중반, 교육부에서는 교외 OT 자제 지침을 발표한다. 자치권 침해라는 각 대학 학생회의 반발이 이어졌으나 현재 많은 대학 OT는 교내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참고 자료

안전하고 건전한 학생행사를 위한 대학 담당자 설명회 (2017, 교육부)

새학기 대학생 외부행사 및 학생회비 등 관련 협조 요청 (2016, 교육부)

내국인 등록금 동결 관련 언론보도

외국인 등록금 인상 관련 언론보도

새내기배움터 자료집 (2014,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

새내기배움터 자료집 (2015,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회)

2019학년도 입학생 배부용 총학생회 제작 책자 - 새내기 책자 (2019,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

국민대학교 새내기배움터 자료집, 에코백 (2019,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학생회비 납부 독려 영상 (2017,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섹션 B - 3월

 

 

3월 개강 직후, 각 단위 학생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개최되어 총학생회의 운영 계획과 예산안이 발표 및 승인된다. 개강을 맞이하여 해오름제, 동아리박람회 같은 각종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참고 자료

제7차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자료집 (2019,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제7차 전체학생대표자회의 회의록 (2019, 국민대학교 기록물관리위원회)

제8차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소집공고 (2019,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2학기 정기 전학대회 자료집 (2016, 홍익대학교 서울 총학생회)

 

섹션 B - 4월

 

 

4월은 4·19 혁명, 세월호 추모 행사가 진행된다. 2010년대 초반까지 4·19 혁명 열사 추모 행사를 상당 규모로 여는 총학생회가 여러 대학에 있었으나, 2010년대 후반에 이르면 중간고사 기간을 이유로 참석자가 저조해져 과거와 같은 큰 규모의 행사는 열리지 않는다.

 

참고 자료

세월호 추모 모형배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김윤기 열사 30주기 추모 자료집 (2019, 국민대학교 기록물관리위원회)

4.19 뜀박질 무산 공고 (2018,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4.19 뜀박질 기념 메달 (2014,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세월호 추모 예산 관련 문서 (2017,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세월호 추모 예산에 대한 학생 커뮤니티 반응 (2017)

 

4·19 뜀박질이란 4·19 혁명의 정신 계승을 표방하는 행사이다. 한때 서울 북부에 위치한 국민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이 공동 개최하는 규모 있는 행사였으나, 2016년 국민대학교에서만 200여명이 참여한 것이 마지막으로 그 이후로는 참여 인원 저조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4·19 무렵은 중간고사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2014년 행사 당시에는 4·19 혁명 당시에 경찰의 총탄에 맞아 숨진 국민대학교 상학 60학번 이청수의 추모비 앞에서 묵념 후, 4·19 민주묘지까지 뛰면 마라톤 대회에서 받을 법한 금빛 완주 메달이 증정되었다.

 

 

섹션 B - 5월

 

 

5월은 노동절, 광주 5·18 민주화운동 추모 행사가 진행되나 2010년대에 이르면 행사 자체가 없거나 그 규모가 축소된다. 또한 5월은 대동제가 열리는 시기기도 한다. 대동제는 1984년에 고려대학교 총학생회가 ‘석탑축전’을 ‘석탑대동제’로 이름을 바꾸며 시작되었다 알려져 있다. 당시 고려대 대동제에는 여러 대학이 참여한 학생운동 열사 위령굿이 진행됐는데 이후 해당 위령굿에 참여한 대학들이 대동제라는 명칭을 공유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전통놀이가 위주였으나 2000년대 초반의 대동제 스타크래프트 대회 개최 논란을 거치며 2010년대에 이르자 대동제는 DJ, 아이돌을 초청하고 주점을 크게 여는 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주점의 경우 여러 사건 사고가 발생하자 2018년부터 국세청과 교육부가 각 대학에 금지 공문을 내리기도 하였다.

 

 

참고 자료

대동제 관련 언론보도 영상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 요청 (2019, 교육부)

대동제 <이상기후> 리플릿, 스티커 (2019,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5·18 광주 민주항쟁 역사기행단 교양 자료집 (2013, 국민대학교 중앙 학술동아리 대학생사람연대)

인간이 인간을 돕는가-노동절 124주년 (2014, 430 청년학생문화제)

이후를 묻는다-노동절 123주년 (2013, 430 청년학생문화제)

청년찾기-노동절 122주년 (2012, 430 청년학생문화제)

 

4, 5월 추모 자료 및 노동절 자료와 연계하여 작품을 하나 소개합니다. 강신대 작가님의 <본격 시대정신 밴드 컨템포러리-인터내셔널가(하즈X펄펄Ver.)>(2016)입니다. 인터내셔널가는 주로 PD 계열 쪽 학생 운동가들이 많이 부르던 노래로, 이 노래가 익숙하신 분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강신대는 미술계 언저리를 맴돌며 알바를 하고 근근이 작업도 한다. 주로 사회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작업을 경유해 풀어내고 있다.컨템포러리는 본격 시대정신을 표방하는 급진적인 프로젝트 밴드이다. 컨템포러리의 첫 번째 싱글 ‘인터내셔널가(하즈X펄펄 Ver.)’은 19세기에 쓰여진 민중가요의 레전드 인터내셔널가의 한국어 버전을 동시대적으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일렉트로닉 듀오 621의 프로듀서인 하즈가 프로듀싱하고 밴드 아카시아의 보컬인 펄펄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돋보이는 컨템포러리의 인터내셔널가는 미래지향적인 퓨쳐-베이스의 크라우트록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의 포스트-펑크에 레트로 감성을 접목한 미디엄 템포의 컨템포러리-민중가요다.

 

2010년대의 많은 총학생회가 ‘탈정치’를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와 같이 열사를 추모하고 촛불을 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정치’적 행위이다. 기획자는 이러한 간극이 어디서 오는걸까라는 고민을 하며 <본격 시대정신 밴드 컨템포러리 –인터내셔널가(하즈X펄펄 Ver.)>(2016)를 전시에 호명하고 인근에 추모 기록물들을 비치했다. 어쩌면 총학생회나 학생운동 문화는 이제 레트로 유행의 일종으로 소비되며 계승되는 것이 아닐까. 이제 혁명의 정신은 소비의 대상이 되었고, 학생운동 현장에서 수없이 노래되어 온 인터네셔널가는 전자음악으로 편곡되어 대학가의 동시대 풍경을 암시한다.

 

그리고 바로 앞에 서희강 작가님의 작품 <너에게 학생회는 무엇이었니>(2019)가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되는 신작으로. 이번 전시 커미션 작품입니다. 서희강 작가님은 이번 전시의 포스터 디자인도 함께 맡아주셨어요.

 

 

서희강은 9년간 대학사회에 몸담으며 2010년대를 상징하는 대학사회의 각종 현장들에 있었다. 1학년이던 2009년 쌍용차 해고노동자 파업 당시에 공장 앞에서 연행된 것을 시작으로 사회운동에 직접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11년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 전원 해고로 인한 점거 농성 때부터 학생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 해고 사태 당시 총학생회를 비롯한 모든 학생회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지지하지 않자 학생회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직접 학생회를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학내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대학기업화를 비판하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며 학내에서 학생운동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2015년과 2016년에 미술대학 학생회장을 역임하며 비로소 그동안 고민해오던 학생회의 역할을 학생회에 반영해나갔다. 서희강은 작품에서 ‘너에게 학생회는 무엇이었니’라는 물음을 던지고, 그가 9년간 학생회/학생운동을 하며 들었던 이야기, 했던 말, 썼던 글 등을 15개의 키워드로 풀어냄을 통해 2010년대 학생운동의 한 단면을 기록하고자 했다.

 

섹션 B -  6월

 

 

6월은 기말고사 시험 기간으로 간식행사가 진행된다. 간식행사는 주로 시험기간 중에 진행되며 주로 4, 6, 10, 12월에 진행되나 본 전시에서는 편의상 6월에서만 다룬다. 간식행사의 기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어 불분명하나, 구술 기록에 따르면 현대적인 간식행사는 2008년 연세대학교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캠퍼스 상업화가 우려된다는 반대 여론도 있었으나 학생들의 호응은 상당했고 곧 인근 대학에 퍼져나갔다. 이에 2010년대에 들어서 간식행사는 ‘달력식 사업’에 편입되었고, 한국 대다수 학생회가 시행하는 주요 사업이 되었다.

 

참고 자료

국민대학교 간식행사 포스터 (2019,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서울대학교-서강대학교 간식행사 포스터 논란 언론보도 (2019, 서울신문)

서울대학교 제52대 총학생회 선거 리플릿 (2019)

간식행사의 기원을 찾아서 - 구술녹취록 (2019, 서준영)

 

<간식행사를 넘어서>라는 전시 제목은 2019년 5월에 처음으로 구상했는데요. 그 당시에는 가칭으로 붙여놓은 것이라, 어떤 제목으로 바꾸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울대학교-서강대학교 총학생회 간식행사 포스터 관련 논란이 되었고, 그때서야 <간식행사를 넘어서>를 전시 제목으로 확실히 진행하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포스터 논란 건이 어떤 일인지는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실 거라 생각해서, 별도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전시 오픈 1일 전에, 관련 건으로 인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본이 사퇴하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전시 기간 중,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사퇴)

 

간식행사라는 것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요. 제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제보받은 바로는, 지금과 같은 간식행사는 2008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제보가 맞다면, 한국 학생사회 연대기에서 간식행사라는 건 201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현상인거죠.

 

 

섹션 B - 7-8월

 

 

7월은 농활을 간다. 과거와 다른 점으로는 농활을 농민학생연대운동이라고 풀어 쓰지 않고, 농촌봉사활동이라 풀어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학에 따라 국토대장정 등을 가는 총학생회도 있으나, 학생들의 참여율 저조로 규모가 축소되거나 폐지되었다.

 

8월에는 2학기 계획을 수립하고, 학생 사회 내부에서는 다음 해 총학생회 출마 준비를 위한 여러 물밑 작업이 이어진다.

 

참고 자료

국민대학교 농민학생연대활동 자료집 (2019,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반빈곤연대활동 자료집 (2012, 전국학생행진)

반빈곤권리장전 의류 (2015,, 전국학생행진)

 

섹션 B - 9월

 

 

9월은 3월과 같이 개강 직후,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열린다. 이는 3월에 다루었기에, 본 전시에서 9월은 편의상 학생총회와 교육권 보장 운동을 소개한다.

 

학생총회는 일반적으로 각 대학 총학생회칙 상의 최고의결기구로, 일정 이상 총학생회원(학부생)을 소집함으로서 시행된다. 대학마다 상이하지만 대개 1000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야 개회가 되며, 이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여 개회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학생총회 개최에 성공하면 총학생회 활동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실패하게 되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되는 위험 또한 존재한다. 2010년대 후반 학생총회 개회를 성공하고, 학교본부에 총장직선제 실시를 요구하여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꾀하고자 한 국민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등의 기록을 살펴본다.

 

참고 자료

국민대학교 총장직선제를 위한 비상학생총회 (2019,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숙명여자대학교 학생총회 (2019,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숙명여자대학교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공동행동 (2019,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

홍익대학교 학생총회 (2010,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

홍익대학교 핫플레이스 (2010,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공간확보를 위한 실천단)

 

 

10월에 들어가기에 앞서, 정아람 작가님의 작품 <Peer to Peer, Woman to Woman>(2017-2018)을 보시겠습니다. 직접 휴지를 뜯어 벽면의 구멍을 막아주세요. 연대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Peer to Peer, Woman to Woman이라는 제목의 peer to peer(P2P)는 인터넷 네트워크 상 개인 간의 파일 공유방식을 지칭에서 따왔다고 하고요. 2010년대 중후반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확대가 온라인을 통해서였음을 은유하고 있습니다. 불법촬영 시위 관련하여 여성들이 시위하는 세 가지 장면이 벽면의 스크린을 통해 재생되고 있어요.

 

 

정아람 작가님께서는 지금 몇몇 대학에 출강을 하시고 계신데요. 어느 날, 대학교 화장실 곳곳에서 작은 구멍을 틀어막은 휴지 뭉치를 발견하면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기획자인 저는 여기에 착안해서, 이 작품을 2010년대 대학 학생운동 중 페미니즘 운동을 은유하는 작품으로 호명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도 이 작품을 대학 총학생회 아카이브 전시에 소개되는 것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해주셨어요.

 

 

이번 전시에 이렇게 학생회와 어떻게 보면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작품과 작가를 호명했는데요. 제 전시 서문에서 말하는 고자하는 바가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학생운동이나 학생회는 대학 학부생만에게만 영향을 미치거나하는 그런 순수한 것만이 아니라 생각해요. 저는 보다 확산 가능한 존재로의 대학 학생회를 생각하고 이번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정아람은 문화 생산자로서 개인의 가능성을 퍼포먼스,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험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정아람은 특정 사회적 이슈 뒤에 존재하는, 하나의 집단으로 동질화할 수 없는 각기 다른 개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개인과 또 다른 개인을 잠재적 협업자로서 연결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 것에 집중한다.

 

<Peer to Peer, Woman to Woman>(2017-2018)은 대학 화장실의 구멍을 누군가 휴지로 막아 놓은 것을 목격한 경험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설치 작업을 통해 관객을 개인 보호를 위한 협력자로 설정하고 여성 개인과 또 다른 여성의 행위를 다양한 층위에서 연결하는 아카이빙 공간을 제시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교차하며 페미니즘이 재도래한 2010년대와 공명하는 이 작업과 함께, 낡은 습관을 해체하는 소수 주체의 다양한 가치가 총학생회와 상호작용하며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Peer to Peer, Woman to Woman> 인근에서는 각 대학에서 화장실 불법촬영 방지 활동 등을 주도하거나 촉구한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인권위원회의 활동 자료를 조망한다.

 

공간 안쪽 벽면에 보이는 영상은 작가가 찾은 SNS상의 정보를 단서로 서울의 여러 공중화장실을 찾아가 구멍들을 휴지로 막은 흔적을 초소형 스캐너로 스캐닝한 것이다. 이와 함께 공간 설치를 통해 개인 보호의 잠재적 협력자로서 ‘비치된 휴지를 사용하여 구멍을 막아주기’를 요청한다. 구조물 바깥벽에 부착된 모니터의 동영상들은 젠더위계적인 감시적 시선에 대응하는 여성 개인들의 행위에 대한 기록들을 초소형카메라의 특정 시점으로 재촬영하여 공유한다.

 

섹션 B - 10월

 

 

10월은 학생회의 인권 운동 활동과 학내 인권 관련 사건·사고 기록을 소개한다. 10월에는 인권주간 행사가 열려 여성·장애인·소수자 부스가 마련되곤 한다. 2010년대에 이르자 대학가에서는 민족·통일 보다 여성·장애인·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졌다. 이에 인권위원회 등이 신설되는 총학생회가 생겨나기도 했으나 한편 총여학생회는 서울 시내 모든 대학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참고 자료

성폭력가해자 J교수를 파면해라 - 대자보 (2018,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성폭력가해자 J교수를 파면해라 – 대자보에 대한 학생커뮤니티 반응 (2018)

총여학생회 폐지 관련 언론보도 (2018, 2019)

불법촬영 기기 점검 장비 대여 협조 요청 공문 (2019,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불법촬영 기기 점검 현장 (2018,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숙명여대 제1회 인권주간 불순물: 섞이지 않는 우리- 자료집, 현수막 (2019,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서울대학교 인권가이드라인(점자본, 활자본) (2018, 서울대학교 인권가이드라인 특별위원회)

서울대학교 제58대 총학생회 선거 <디테일> 리플릿 (2015, 제58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디테일> 선거운동본부

서울대학교 퀴어플라이 19호 (2015, Queer in SNU)

서울대학교 퀴어플라이 20호 (2016, Queer in SNU)

국민대학교 인권의 날 포스터 (2019,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총학생회 정책 질의서 (2017, 국민대학교 성소수자 인권 동아리 큐비닛)

총학생회 정책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 (2017,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청춘> 선거운동본부

[11月]<청춘> 선본, 소수자 인권 질의에 “구체적 답변 어렵다.” (2017, 국민저널)

 

섹션 B - 11월

 

 

11월은 총학생회 및 각종 단위 선거가 진행되는 시기로, 투표를 원활하게 진행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동시에 지난 1년간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시기다. 이와 같이 12월부터 11월까지 총학생회 활동은 마무리되나, 최근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해지며 학생회장 및 집행부들은 다음 해까지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이어서 하기도 한다.

 

참고 자료

KAIST 총학생회 2006-2012 (2014, KAIST 제27대 학부총학생회 한걸음)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공고 (2019,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이것으로 12월부터 다음해 11월까지 총학생회의 1년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전시에 소개된 자료나 기록은 정말 일부분입니다. 아직도 수많은 귀중한 자료들이 각 대학 생활도서관, 자치도서관, 기록물관리위원회, 총학생회 창고 구석에 숨어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일부를 가져왔지만, 이러한 시도가 그간 많이 없었죠. 제 전시를 통해 훗날 누군가 그런 기록들을 찾아 연구를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여기 계신 분 중에서 그런 일을 해주실 능력과 뜻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오늘 전시와 N개의 공론장이 여러분들께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보다 자세한 전시의 내용은 아래 도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 도록에는 2019년 11월 9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서울시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열린 《N개의 공론장: 총학생회, 2020년대에도 생존할 수 있을까?》의 속기록도 포함되어 있으며, 아래와 같은 순서로 운영되었다.

 

《N개의 공론장: 총학생회, 2020년대에도 생존할 수 있을까?》
1부. 2010년대 총학생회, 우리는 어떻게 운영했는가?
가. 심민우 (前 홍익대학교 제49대 총학생회장)
나. 신민준 (前 홍익대학교 제52대 총학생회장, 現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다. 황지수(現 숙명여자대학교 제51대 총학생회장,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공동의장)
2부. 2010년대 총학생회 다시 살펴보기. 어떤 일들이 있었나?
가. 하인혜(한국 대학 학생사회 평론가)
나. 이동현(前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장)
3부. 2020년대 총학생회 만들기. 왜 우리는 총학생회를 하고자 하는가?
가. 송다미(前 국민대학교 제31대 사회과학대학 부학생회장, 現 무중력지대 양천 매니저)
4부. 테이블별 그룹 토의
가. 총여학생회 폐지, 학내 여러 폭력 상황에 총학생회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나. 총학생회 거버넌스에 대하여
5부. 발제자 토의: 총학생회, 2020년대에도 생존할 수 있을까?

 

 

《간식행사를 넘어서: 2010년대 대학 총학생회 아카이브, N개의 공론장: 총학생회 2020년대에도 생존할 수 있을까?》 도록 발간

 

 

하단 첨부문서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사진 출처 : 서준영, 서희강, 서울시립미술관, 대학알리

전시 문의 : suhmieum@gmail.com (서준영)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차종관 기자

'나 그런 곳을 꿈꾸네' 제 미션은 시민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세상을 작은 희망들이 살아있는 곳,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 곳, 제가 사랑할 수 있고 살아가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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